보여주는 詩, 말하는 詩 꿈에 세운 詩의 나라 조선 전기의 문인 심의가 지은 〈記夢〉은 〈大觀齋夢遊錄〉이란 제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은이가 얼풋 잠이 들었다가 홀연 한 곳에 이르렀는데, 금빛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궁궐에는 천성전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었다. 그곳은 천상 선계에 자리잡은 시의 왕국이었다. 이 나.. 풍류, 술, 멋 2011.06.25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월출산 기암봉 나는 산을 보고 산은 나를 보네 암봉의 추상미와 위험의 카타르시스 ▲ 월출산은 영암의 너른 벌판에 땅속에서 갑자기 솟아난 듯이 우뚝 서 있다. 우뚝우뚝 솟은 기암봉들이 그려내는 하늘금은 날름날름 입맛을 다시는 화마(火魔)의 혓바닥처럼 보인다. 이 산에서 불의 모습을 연상한 것은 이중환이다.. 풍류, 술, 멋 2011.06.18
문인들의 술 풍경 “술이 문학 잡아먹어? 문인이 술 잡아먹어?” 문인과 술, 그 불콰하면서도 들쭉날쭉한 포옹 이소리│시인·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 lsr21@naver.com 술과 문학. 문학과 술은 피붙이인가, 살붙이인가. 문학과 술은 피붙이라 할 수 있다. 문학이 있는 곳에 늘 술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살붙이는 그 술을 함.. 풍류, 술, 멋 2011.06.04
정선 덕우리 마을길 덕우리(대촌)는 정선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어 있는 마을이다. 그렇다고 이 마을이 산골 오지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정선 읍내에서 약 7km 거리에 있지만 도로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다. 정선 읍내에서 59번 도로를 따라 동면 방향으로 약 7km 정도 가다보면 덕우리(대촌) 이정표.. 풍류, 술, 멋 2011.05.29
황교익의 味食生活_05 막걸리 한 잔에 빈대떡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막걸리와 빈대떡 빈대떡은 갓 갈아낸 녹두를 사용해야 향이 제대로 살고, 돼지기름을 써서 지져내야 고소한 맛이 난다. 빈대떡이 맛있는 집은 그래서 귀하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한국에 거주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 특히 일본인을 대상으로 막걸리에 어.. 풍류, 술, 멋 2011.05.27
金瑞鈴의 여기사는 즐거움_06 강하고 향기로운 문학 낳은 지조의 땅 시인 이육사와 딸 옥비 여사의 고향 마을 안동 원촌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의 땅에 그의 외동딸 옥비 여사가 살고 있다. 앞에 강이 흐르고, 뒤에 산이 둘러쳐진 풍수적 길지다. 퇴계 후손 들이 대대로 군자가 되기를 염원하며 살아온 곳. 아버지의 강직함.. 풍류, 술, 멋 2011.05.25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언양 작천정 벚꽃 꽃보라 흩날리는 興趣의 자리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아름다움 거무튀튀한 고목 가지 끝에 연분홍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벚꽃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른 가지에 꽃망울을 매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만개하여 꽃구름을 이루고 있었다. 경남 울주군 언양읍의 작천정(酌川.. 풍류, 술, 멋 2011.05.20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9 필 때보다 질 때가 아름다운 벚꽃 벚꽃이 우리나라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그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봄이 오면 저절로 피었다가 저절로 질 뿐, 사람들에게 일찍이 사랑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근교 명소의 하나인 우이동의 벚꽃도 그 유래를 알아보면 꽃을 위해 가꾼 것이기보다는 지금.. 풍류, 술, 멋 2011.05.19
한국의 걷고싶은 길_직소폭포 직소폭포의 존재를 안 것은 햇수로 이십 년을 헤아린다. 하지만 지금껏 그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폭포가 그렇듯이 수량 탓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폭포가 금방 말라버린다. 그 폭포를 보며 호방한 기운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소폭포가 그랬다. 갈 때마다 물줄기는 말라 있었.. 풍류, 술, 멋 2011.05.17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영주 부석사 산 물결은 누마루로 밀려오고 ‘봄은 바람 난간을 의지했으니 무한강산은 다투어 발 아래에서 달리고, 눈은 하늘 가 넓고 넓은 건곤을 따라 저 복중에 다 거두어들임이니 가람의 승경은 이와 같은 곳이 없더라.’('무량수전 및 제전각 중수기'에서) 부석사 무량수전을 보려면 안양루 기둥 아래 누마루 .. 풍류, 술, 멋 2011.05.15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8 산뜻한 운치를 지닌 패랭이꽃 전해오는 노래 〈화편(花編)〉에서는 석죽화(石竹花), 즉 패랭이꽃을 소년에 견주었다. 이것이 과연 무엇을 두고 한 말인지는 알 수 없다. 석죽화의 속명이 패랭이꽃이라, 초립동이가 쓰는 모자인 ‘패랭이’와 비슷해, 이것이 한번 변해 소년으로 일컫게 된 것이 아닐까 .. 풍류, 술, 멋 2011.05.13
한국의 걷고싶은 길_정선 덕우리 마을길 덕우리(대촌)는 정선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숨어 있는 마을이다. 그렇다고 이 마을이 산골 오지에 있는 것도 아니다. 정선 읍내에서 약 7km 거리에 있지만 도로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다. 정선 읍내에서 59번 도로를 따라 동면 방향으로 약 7km 정도 가다보면 덕우리(대촌) 이정표.. 풍류, 술, 멋 2011.05.11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 정선 동강 이제는 동강의 노래를 불러라 돌을 집어던지면 깨금알 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 같이 푸르다.’(이효석 '산'에서) 나는 하늘의 푸르름을 이 글처럼 실감나게 표현한 글을 알지 못한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읽은 글이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 풍류, 술, 멋 2011.05.09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7 네 계절 변함없이 푸른 치자(梔子) 치자는 꽃으로는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향기는 아주 강열하여 여러 꽃 가운데 특별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꽃은 인도나 중국과 일본에는 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꽃 기르는 사람이 재배하여 관상용으로 내놓을 뿐이다. 그러나 예전부터 운치를 .. 풍류, 술, 멋 2011.05.08
한국의 걷고싶은 길_구마동 계곡길 고선교를 건너면 잔대미 마을이다. 평범한 산골 마을 밭이 펼쳐진 풍경이다. 계곡 사람들은 ‘비탈밭’에서 채소나 당귀 같은 한약재 농사를 짓는다. 마음 편안하게 녹색의 향연을 즐기며 걷는다. 그렇게 2~3km 정도 걸었을까? 길가의 풍경이 거칠게 바뀐다. 하늘 가린 숲, 음습한 계곡길 길 오른쪽은 산.. 풍류, 술, 멋 2011.05.07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태백산 설경 눈이 꽃으로 피고 춤추는 설경 일상의 풍경을 부정하는 파조(破調)의 미 눈이 바람에 날린다. 얇고 고운 눈안개 사이로 은은한 양광이 새어나와 바람에 날려 올라간 눈가루를 반짝이고 있다. 하늘에서 보석가루를 뿌린 듯하다. 태백산 정상을 얼마 앞둔 망경사에서 보는 환상적인 광경이다. 대웅전에.. 풍류, 술, 멋 2011.05.06
황교익의 味食生活_04 발효 숙성의 예술 돼지 뒷다리 맞아? 지리산 흑돈 생햄 지리산 흑돈의 뒷다리로 만든 생햄이다. 세계 명품에 들 만한 맛을 낸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일 것이다. 지글지글 기름이 녹아내리는 돼지고기를 가위로 뚝뚝 잘라 상추에 받쳐 된장 바르고 마늘, 풋고추 더해 입 안에 밀어넣는.. 풍류, 술, 멋 2011.05.05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6 싱싱한 채로 지는 능소화(凌霄花) 서울에 이상한 식물이 있는데, 나무에는 백송(白松)이 있고 꽃으로는 자위(紫葳)가 있다. 자위는 달리 능소화라고도 하는데, 중국이 원산이다. 수백 년 전에 조선 사신이 연경에 가서 가져다가 심은 것이라 한다. 그다지 아름다운 꽃은 아니지만, 매우 보기 드문 꽃으.. 풍류, 술, 멋 2011.05.04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이른봄 섬진강 강마을 산그림자 드리운 맑은 물굽이 평범한 강과 비범한 인경(人境)이 결연한 명풍경 ▲ 섬진강 하구에서 재첩 채취하는 아낙들. 매화가 가득하다. 아직 찬 바람이 지리산 깊은 골을 타고 섬진강을 따라 내려와 남쪽에서 밀려 올라오는 봄기운을 막고 있지만, 광양시 섬진 마을은 이미 봄이 가득했다... 풍류, 술, 멋 2011.05.03
한국의 걷고싶은 길_곰배령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설악산이 화려한 산세로 이름을 날리는 반면, 점봉산은 수수하다. 만삭의 여인처럼 불룩하게 솟은 정상부가 그렇다. 그러나 이 산의 품은 한없이 깊고 깊다. 그 깊은 품에서 나무가 자라 숲이 되고, 다시 다른 나무에게 자리를 내주는 .. 풍류, 술, 멋 2011.05.03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5 자강불식하는 군자, 무궁화 목근화(木槿花)는 무궁화의 한자 이름이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상적인 명화다. 이 꽃을 두고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고 하여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라고 하지만, 실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드는 것이니, 조개모위(朝開暮萎)라고 하는 편이 차라리 나.. 풍류, 술, 멋 2011.04.30
한국의 걷고싶은 길_백석동천과 청계동천 ‘동천洞天’이란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으로 해석할 수 있다. 조선시대 한양에 유명한 ‘동천’이 두 곳 있었으니, 하나는 북악산 자락의 백사실계곡이 있는 ‘백석동천’이고, 다른 하나는 인왕산 자락 청계계곡이 있는 ‘청계동천’이다. 백사 이항복의 별장 터로 알려진 백사실계.. 풍류, 술, 멋 2011.04.29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외도 해상농원 외도가 특히 아름다운 것은 풍경에 가꾼 사람들 마음이 배어 있기 때문 뱃머리가 간이 접안시설에 닿자 사람들이 앞 다투어 내리기 시작했다. ▲ 외도 제1전망대로 오르는 길가에 만발한 스파르티움. 외도라는 작은 섬에 핀 화려한 꽃과 잘 다듬어진 나무, 그리고 손질 잘한 방풍림, 섬 비탈에 안기.. 풍류, 술, 멋 2011.04.29
金瑞鈴의 "여기 사는 즐거움"_05 [김서령의 ‘여기 사는 즐거움’ ⑤] “느리게 사는 삶이 조화로운 것 같아요” 천연염색하는 작은 거인 이성래의 보성 초은당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전남 보성에서 벌 치고 천연염색하며 경옥고 만드는 이성래씨 부부는 창조적으로 살아간다. 남이 버린 것도 고쳐서 금도끼로 만드는 .. 풍류, 술, 멋 2011.04.27
손철주_오늘본 옛그림_07 매미가 시끄럽다고? 입추 뒤에 말복이 버티고 섰다. 가을 초입에 질긴 여름이 도사리고 있으니 계절의 지혜는 선들바람 먼저 맞으려는 윤똑똑이를 나무란다. 처서가 오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하지만 여름 매미는 입추가 돼도 여전히 운다. 외가닥 소나무 가지에 앉은 매미 한 마리. 푸르른 솔잎은.. 풍류, 술, 멋 2011.04.25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4 백발을 흩날리는 할미꽃 뒷동산에 할미꽃은 늙으나 젊으나 꼬부라졌네 이것은 예전부터 전해오는 동요의 한 구절이다. 대개 할미꽃은 꼬부라진 것에 그 특징이 있다. 또 호호백발인 점이 한층 더 특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하겠다. 첫 봄 잔디밭에 풀이 파릇파릇 새 생명의 환희를 속삭일 때, 나면.. 풍류, 술, 멋 2011.04.24
황교익_미각의 제국 단맛에 강렬한 욕구를 느끼는 이유 『미각의 제국』 황교익 맛. 인생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혹은 행복이다. “그깟 맛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워워, 그 사람과는 일절 상종을 않을 일이다. 그리하여, 세상엔 ‘미식가(美食家·味食家)’들이 차고 넘친다. 블로그 등에는 온갖 .. 풍류, 술, 멋 2011.04.22
한국의 걷고싶은 길_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물맛 좋다는 인제 방태산 방동약수를 찾았다가 산으로 이어진 길이 궁금해 차를 몰았다. 산길은 SUV도 설설 길만큼 험했다. 마음 같아서는 돌아서고 싶었다. 그러나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싶은 호기심이 산을 넘어 계곡을 따라 가게 했다. .. 풍류, 술, 멋 2011.04.20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3 술 취한 절세미인, 작약화(芍藥花) 작약이 꽃나라의 재상이라고는 하나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적이다. 작약의 품종 가운데 예전 중국 오나라의 절세미인 서시(西施)가 술에 취한 모습 같다 해서 붙인 취서시(醉西施)란 것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규보(李奎報)는 〈취서시작약시(醉西施芍藥.. 풍류, 술, 멋 2011.04.17
손철주_오늘본 옛그림_06 나를 물로 보지 마라 동자를 거느린 두 선비가 너럭바위에서 계곡을 내려다본다. 가운데 바위 사이로 두 갈래 물길이 터졌는데, 물살은 물거품이 일 만큼 세차다. 때는 여름이다. 승경(勝景)은 아니지만 볼수록 눈이 시원해지는 그림이다. 그린 이는 이한철. 추사 김정희와 대원군 이하응의 초상을 그리.. 풍류, 술, 멋 201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