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_꽃밭 속의 생각_03 술 취한 절세미인, 작약화(芍藥花) 작약이 꽃나라의 재상이라고는 하나 남성적이기보다는 여성적이다. 작약의 품종 가운데 예전 중국 오나라의 절세미인 서시(西施)가 술에 취한 모습 같다 해서 붙인 취서시(醉西施)란 것이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규보(李奎報)는 〈취서시작약시(醉西施芍藥.. 풍류, 술, 멋 2011.04.17
손철주_오늘본 옛그림_06 나를 물로 보지 마라 동자를 거느린 두 선비가 너럭바위에서 계곡을 내려다본다. 가운데 바위 사이로 두 갈래 물길이 터졌는데, 물살은 물거품이 일 만큼 세차다. 때는 여름이다. 승경(勝景)은 아니지만 볼수록 눈이 시원해지는 그림이다. 그린 이는 이한철. 추사 김정희와 대원군 이하응의 초상을 그리.. 풍류, 술, 멋 2011.04.17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 충주호 산은 물을 안고 물은 산을 담고 남을 비추어 자기를 드러내는 산수결연(山水結緣)의 명풍경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을 처음 본 것이 언제였을까. 월악나루에서 충주호를 회유하는 유람선을 타면서 생각했다. 그곳은 엉뚱하게도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포구의 이발소였다. 그곳은 이발의자 두 개와 세.. 풍류, 술, 멋 2011.04.16
한국의 걷고싶은 길_상당산성 성벽 길 떠나기 전에 걱정이 앞섰다. ‘과연 아이들이 해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걸어 본 게 해변 도로 3km인데, 상당산성 성벽을 따라 오르내리며 걸어야 하는 4.3km 구간 그리고 이어지는 600m 마을길과 3.1km 도로 고갯길을 다 걷자면 8km 거리가 된다. 숲길에서 다시 태어난 아이들 드디어 .. 풍류, 술, 멋 2011.04.14
손철주_오늘본 옛그림_05 숨은 사람 숨게 하라 18세기 화원 장득만(張得萬)이 그린 ‘아이에게 묻다’는 채색이 곱고 구도가 단정하다. 정조가 즐겨 본 화첩 속에 있는 그림이다. 바자울 둘러싸인 시골집은 단출한데, 문간에 선 소나무가 멋지게 휘었다. 마당 쓸던 아이가 손님을 맞아 저 먼 산을 가리킨다. 높은 산 아랫도리는 .. 풍류, 술, 멋 2011.04.11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2 꽃 없는 시절의 봄빛 자랑, 동백(冬栢) 우리나라에는 네 계절 가운데 오직 겨울철에만 피는 꽃이 없다. 매화가 남녘 땅 따뜻한 지역에 있기는 해도 봄에 피는 춘매(春梅)뿐이고, 동매(冬梅)는 없다. 북쪽 지역 추운 곳에는 방 안에서 화분에 담아 기르는 분매(盆梅)가 있을 뿐이다. 겨울철은 흰 눈과 푸른.. 풍류, 술, 멋 2011.04.10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해운대 해변 ▲ 미포에서 동백섬 방면으로 바라본 1월 12일 오후 6시경 해운대 풍경. 해가 동백섬이 있는 서쪽으로 넘어가자 해변을 둘러싸듯이 서 있는 리조트 시설에서 일제히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낮과는 다른 해변의 모습이 태어나고있었다. 활기와 설렘과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비릿한 젊음이 낮의 해변이었.. 풍류, 술, 멋 2011.04.10
한국의 걷고싶은 길_강화둘레 길 강화도는 역사의 섬이다.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제사를 지낸 선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역사가 이곳에서 펼쳐졌다.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를 찾아가는 길이 강화 나들길이다. 이 가운데 2구간은 염하를 따라 간다. 염하는 강화도와 뭍을 나누는 물길. 폭이 가장 넓은 곳도 1,5km를 넘지 않는.. 풍류, 술, 멋 2011.04.08
손철주_오늘본 옛그림_04 사람 손은 쓸 데 없다 비 오면 꽃 피고 바람 불면 꽃 진다. 피고 짐이 비바람에 달렸다. 물은 누굴 위해 흐르는가. 낙화와 유수에 교감이 있을 턱 없지만 시인은 기어코 사연을 만든다. ‘떨어지는 꽃은 뜻이 있어 흐르는 물에 안기건만/ 흐르는 물은 무정타, 그 꽃잎 흘려보내네.’ 조선 후기를 소란스레.. 풍류, 술, 멋 2011.04.06
정민_꽃밭 속의 생각_01 머리말 인문학의 토대가 갈수록 무너진다고 비명만 질러대는 요즘이다. 어찌 보면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자신이 자초한 것이 아닌가? 전공의 미명 아래 지엽말단에만 흘러, 전체를 보는 시야를 잃고 만데서 정작 우리 인문학의 위기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7,80년 전 선배의 글은 오늘의 젊은이들에.. 풍류, 술, 멋 2011.04.05
金瑞鈴의 "여기사는 즐거움"_04 흙과 예술이 살아있는 자연 사랑의 진앙지 화가 장경희·도예가 김영자 부부의 서산 도적골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갯벌의 생동감을 화폭에 담는 화가 장경희와 차진 진흙으로 그릇을 만드는 도예가 김영자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은 자연과의 공생이다. 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 풍류, 술, 멋 2011.04.04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_부산 다대포 갯벌, 지평선, 그리고 낙조 미적 체험 조건인 지리적 거리두기를 갯벌이 담당 다대포는 낙동강이 드디어 바다에 몸을 푸는 곳에 있는 작은 포구다. 나는 이 포구에서 서쪽 하늘을 발갛게 물들일 노을을 볼 것이다. 월 초의 다대포 바다는 찬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륙 깊숙한 곳에서 새어나온 강물.. 풍류, 술, 멋 2011.04.04
손철주_오늘본 옛그림_03 너만 잘난 매화냐 매화가지에 달 걸렸다. 달빛 내린 매화가 희여검검하다. 구새 먹은 몸통은 가운데가 쩍 갈라졌고, 긴 가지는 구불구불 벋나갔다. 사람 눈 홀리는 매화 시늉은 두 종류다. 외가지 꼿꼿이 치켜든 일지매-딴 마음 품지 않는 지조가 하늘을 찌른다. 잔가지 드레드레 늘어진 도수매(倒垂梅).. 풍류, 술, 멋 2011.04.01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_06 <26> 덕유산에서 비상식을 먹다 예상치 못한 탈진·조난에 대비해 비상식량과 물은 꼭 챙겨야 어느 날 산행에 나섰다가 지리산 내원골에서 산죽밭에 갇혀서 조난당할 뻔했던 일행과 필자(사진 왼쪽 첫번째) 모습. 가운데 반바지 차림은 내원동 촌장님이다. 산행 친구들 간에 내 별명은 공비반찬이.. 풍류, 술, 멋 2011.03.31
한국의 걷고싶은 길_상선약수 마을길 전남 장흥은 전남 교통의 중심지인 광주에서도 1시간 이상 가야 하는 먼 거리다. 서울에서 5시간 거리니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해도 도착하면 바로 점심시간이다. 걷기 전에 장흥 특산물 먹을거리인 ‘매생이탕’을 먹어야 한다. 이번 걷기여행의 출발점은 장흥시외버스터미널이다.(자가용 이용자는 .. 풍류, 술, 멋 2011.03.29
金瑞鈴의 "여기사는 즐거움"_03 “나무가 나의 神, 참나무 많아야 참사람 많아져” 40년간 토종나무 풀 기르는 기청산식물원 이삼우 원장 나무를 신으로 모시고 2만5000평의 땅에 40년 넘게 토종나무와 풀을 길러온 포항 기청산식물원 이삼우 원장은 지상 유토피아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산천초목에 대한 사랑이 가슴속에 들끓는 신선.. 풍류, 술, 멋 2011.03.24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_05 <21> 바래봉에서 신발을 아끼다 산과의 짜릿한 스킨십 원한다면 맨발로 도전하라 타인의 시선 의식하지 말고 내 두 발에 자유를 주자 지리산 바래봉에서 하산하는 길. 하산길인 데다 걷기 힘든 돌바닥 길이어서 맨발이 아니라 신발을 신고 걷고 있는 중이다. 맨발 산행을 했던 기억이 열아홉 번 된.. 풍류, 술, 멋 2011.03.22
한국의 걷고 싶은길_조계산 굴목이재 조계산 굴목이재는 한국 불교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고개다. 선암사는 태고종의 본산이고, 송광사는 조계종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사찰로 사세를 단단히 떨치고 있다. 두 절을 이으며 조계산의 8부 능선을 넘어가는 이 고개는 또 활엽수림이 선사하는 녹음을 만끽할 수 있다... 풍류, 술, 멋 2011.03.21
황교익의 味食生活_03 비빔밥 세계화? 무엇을 넣고 비빌 텐가 비빔밥 네댓 가지 나물에 간장으로 비벼 먹는 안동 헛제삿밥. 이 정도의 것이 전문점 비빔밥 중 한국인이 일상으로 먹는 비빔밥과 가장 유사하다. MBC ‘무한도전’ 팀이 11월 중순께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한식 광고를 하기로 했단다. 무한도전 팀은 .. 풍류, 술, 멋 2011.03.19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_04 <16> 왕산에서 시간을 놓다 바위를 쪼아 이름을 남기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구형왕릉이라고 전해져 내려온다는 뜻에서 전(傳) 구형왕릉이라고 이름 붙여진, 산청 화계마을 왕산 자락 돌무덤 앞에 선 필자. 지리산 천왕봉에서 동북쪽으로 뻗어간 줄기가 웅석봉으로 달려가는 중에 밤머리재 못 미쳐.. 풍류, 술, 멋 2011.03.18
한국의 걷고싶은 길_오대산 천년의길 봄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떠오르는 길이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이다.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진 이 숲길은 절로 가는 길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전나무의 곧추선 기상은 상념을 통렬히 깨트리는 죽비처럼 장쾌하다. 그러나 이 길이 끝이 아니다. 월정사에서 다시 길이 시작된다. 몇 해 전 계곡을 따라 .. 풍류, 술, 멋 2011.03.16
황교익의 味食生活_02 한국 자존심 불고기는 우리 것 아니다? 불고기의 진실 한국을 대표하는 불고기. ‘고구려의 맥적’과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는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을 조상도 아주 오래전부터 먹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으로서 어떤 음식이든 .. 풍류, 술, 멋 2011.03.14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_03 <11> 구봉산에서 내 나무를 만나다 소나무·철쭉 등을 뿌리째 뽑아가는 것은 일그러진 소유욕 구봉산 중턱에 외로이 서 있는 벚나무. 바로 내가 아껴가며 두고두고 만나고 있는 '내 나무'다. 산에 가는 사람들은 나만의 자리를 정해 두고 언제나 이용하는 분들이 많다. 정했다기보다는 산에 가서 앉.. 풍류, 술, 멋 2011.03.14
詩人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 넓은 벌 동쪽 끝… 그의 고향은 한 권의 시집이 되었다 詩人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 ‘감성여행’ ▲ 정지용의 시 ‘향수’를 연상케 하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의 너른 들과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물길 보청천. 보로 가둔 물 가운데 솟아 있는 독산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정자에는 이곳의 풍광이 .. 풍류, 술, 멋 2011.03.13
한국의 걷고싶은 길_보곡산길 봄은 완강하게 산천을 움켜쥐고 있었다. 발밑 흙부터 먼 산 능선까지 완전한 봄이다. 바람에 흙 냄새, 풀 향기가 배어난다. 길가에 햇살이 곧추섰다. 해 그림자 짧은 발걸음이 땀에 젖는다. 마을 동구나무 아래 차를 세우고 왔던 길을 500m 정도 돌아와 임도가 시작되는 곳에 섰다. (임도 입구에 ‘산벚꽃.. 풍류, 술, 멋 2011.03.12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_02 <6> 금오산에서 낙동강을 보다 강변의 금빛 모래밭이 대운하 콘크리트 구조물로 변해서야 …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100일 묵언순례 팀에 합류한 필자(맨 앞)가 행군하고 있다. 금오산은 구미의 진산이다. 18년 전 낙동강 페놀 사태를 일으킨 구미공단이 있는 .. 풍류, 술, 멋 2011.03.10
황교익의 味食生活_01 생장어 셀프 구이? 차라리 안 먹고 말지 장어구이 ① 말끔하게 손질한 장어. 이처럼 핏물 없이 뼈와 내장을 갈라야 한다. ② 장어는 주방에서 애벌구이를 해야 한다. 손님에게 이 일을 시키는 것은 초밥을 직접 만들어 먹으라는 것과 같다. 뱀장어(민물장어)는 민물에서 5~12년 살다가 태평양 심해에서 .. 풍류, 술, 멋 2011.03.08
한국의 걷고싶은 길_섬진강길 물을 건너는 방법은 나룻배 하나. 섬진강 양쪽 강기슭을 잇는 줄이 물 위에 선을 그었다. 그 줄을 당겨야 배가 움직인다. 이른바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강을 건너줄 사공도 없이 여행자의 힘으로 줄을 당겨 한 치 한 치 강물을 접으며 건넌다. 푸른 강은 나룻배를 띄우고 곰살맞게 출렁인다. 아이.. 풍류, 술, 멋 2011.03.08
강영환 시인의 "시가 있는 산"_01 <1> 신불산에서 묘비명을 써보다 신불산에서 영축산을 향해 가는 길. 나는 산에서 나의 묘비명을 생각해 보았다. 이제 산이다. 너도나도 산으로 들면서 우연히 그러나 자주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함께 산을 오르던 K 시인이 엉뚱한 답을 한다. "노벨상 수상작가인 영국의 버나.. 풍류, 술, 멋 2011.03.07
한국의 걷고싶은 길_다산 유배길 다산 정약용 (1762~1836)을 빼놓고 실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 그는 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꿰뚫어 본 위대한 학자였다. ‘개혁군주’ 정조와 함께 배다리를 만들고, 수원성을 축조하며 실학을 꽃피운, 조선 후기 실학의 정점에 섰던 사람이다. 이 위대한 학자의 뛰어난 성취는 17년간의 유배 속에서 만.. 풍류, 술, 멋 2011.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