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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영지 순례] 천왕봉 때리는 벼락을 기다린 곳, 지리산 산천재

힘이 있을 때 산에 들어가서 사는 게 좋다. 되도록 젊었을 때 입산해서 사는 게 어떨까 싶다. 힘이 쇠약해지면 산에서 사는 게 힘들다. 우선 일상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산중턱에 위치한 거처에까지 올라 다니는 게 힘이 들었다. 물건을 하나 사는 것도 그렇고, 일상생활이 산속에 살면 불편하다. 힘 떨어지면 도시에 사는 게 좋다고 본다.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도시에서 약간 부대끼면서 사는 것도 괜찮다. 도시의 대학 근처에서 사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식사하고 대학 캠퍼스 산책하는 것도 좋고, 각종 문화 행사도 구경하고, 젊은 애들 대학촌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 기를 받는다. 젊어서는 산이 좋고 나이 들면 도시가 좋다. 이게 일반적인 공식이지만 조선 중기의 남명(南冥) 조..

풍류, 술, 멋 2022.12.08

[조용헌의 영지순례] 2000년 족보 여산신이 지리산 법계사에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의 7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 법계사. 이 법계사의 산신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여산신이다. 그 표시가 절에 들어가는 입구의 기둥에 그려져 있다. ‘법계사’라고 쓴 현판을 걸어놓은 입구의 양쪽 기둥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왼쪽 기둥에 흰옷 입은 중년 여자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 기둥에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법계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 두 기둥에 그려져 있는 여산신과 호랑이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보통 산신은 흰 수염이 난 할아버지의 모습인데 여기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중년 여인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중년 여인이 산신이라는 표시를 하기 위해서 오른쪽에 호랑이를 그려 놓았다고 본다. 필자 눈에는 이 여산신의 모습을 보는 순간 원..

풍류, 술, 멋 2022.12.08

[조용헌의 영지순례] 공황장애? 번아웃 직장인? 용이 노는 물을 찾아라

영지순례를 연재하면서 지리산의 이곳저곳을 많이 소개하는 이유는 ‘산중(山中)의 산(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 가운데 지리산만큼 깊고 그윽한 맛을 주는 산은 없다. 도시의 시멘트 건물에서 월급 몇푼 받는다고 붙잡혀 노비처럼 살고 있는 장삼이사들에게 무위(無爲)의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는 산이다. 출퇴근이 없고 노비처럼 살고 있지는 않는 필자 같은 문필가는 지리산을 어떻게 보는가? 박물관이요 이야기책으로 본다. 가로 40㎞, 세로 30㎞의 뚜껑 없는 박물관이다. 골짜기마다 주저리주저리 신화, 전설, 구전이 박혀 있고 매달려 있다. 그런가 하면 바위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영발이 뿜어져 나온다. 세상에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이야기와 영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와 영발이다. 이야기에서 깨달음을 얻..

풍류, 술, 멋 2022.12.08

[ 조용헌의 영지 순례 ]판자 한 장의 기적이... 원효대사의 척판암

척판암(擲板庵)이라는 뜻은? ‘擲(척)’은 던지다라는 뜻이다. 판자를 던졌다라는 의미이다. 참 희한한 이름의 암자이다. 무슨 판자를 던졌길래 이런 명칭을 가진 암자가 되었을까? 그 주인공은 바로 원효대사이다. 원효대사가 이 암자에서 중국 쪽으로 판때기를 던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효대사. 한국에서 지난 2000년 동안 배출된 인물 중에서 손꼽을 만한 인물이 바로 원효이다. 어떤 점 때문에? 바로 ‘영발’과 ‘학문’이라는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갖추었기 때문이다. 대단한 도력을 지녔던 대도인이면서도 불교의 깊이 있는 저술들을 남겼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겸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보통 영발이 있으면 책을 쓰지 못한다. 영발이 있는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세밀하게 추론하는 사유구조를 가지..

풍류, 술, 멋 2022.12.08

낭만 가득 겨울바다와 향긋한 커피… 이 조합은 못 참지!

■ 박경일기자의 여행 -‘소박한 감성’ 카페 in 동해 촛대바위 · 무릉계곡 명소 찍고 바닷바람 쐰 뒤 카페서 ‘쉼표’ 강릉 · 속초 · 양양과 달리 ‘차분’ 초대형 베이커리 카페 없고 작은 공간 + 레트로 감성 ‘평온’ 묵호항 조망 10점 만점 ‘논골’ 평균 69세 바리스타 ‘묵꼬양’ 바다에 닿을듯한 루프톱 ‘세븐’ 묵호역 ‘연필 뮤지엄’ 도 가볼만 전세계 3000여 자루 수집 · 전시 강원도 동해는 작습니다. 한자로 똑같이 ‘東海’라고 쓰지만, 여기서 말하는 동해는 ‘동쪽 바다’가 아니라 ‘동해시’를 말합니다. 면적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보면, 강원도 18개 지자체 중 17등이지요. 면적이 가장 넓은 홍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그런데 동해는 강원지역 기초지자체 중 인구순위 4위입니다. 원..

풍류, 술, 멋 2022.12.08

동북아 최신소총 트렌드(우리군 차기소총의 방향)

작성자 : KH-179(106.101.xxx.xxx) 1. 중국 QBZ-191 소총 중국의 차기 보병용 제식화기인 QBZ-191 돌격소총입니다. 현재 기준 중국 인민해방군의 가장 최신형 제식화기이며 제일 최신화기답게 확장성과 모듈화, 공학적 설계 등 세계 최신트렌드에 최대한 발맞춰 따라가려는 모습이 엿보이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중국군의 제식 돌격소총인 QBZ-95가 불펍식을 채용했었던 반면에 QBZ-191은 일반적인 AR식 설계지만 95소총이 보기에도 확장성이나 모듈화 등 최신 총기설계 트렌드에선 뒤떨어지는 측면이 있었던 반면 191소총은 그런 부분들이 대부분 개선된, 아니 총기 전반적인 설계를 아예 새걸로 내놓았죠. 중국의 독자적 군수체계를 따라가는 만큼 서방권의 메인규격인 5.56mm가 아닌..

軍史관련 2022.12.07

30m 높이 ‘수직 단풍’ 마지막 불꽃을 태우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초겨울, 대전의 숨은 매력 장태산 휴양림 고깔처럼 솟은 메타세쿼이아 15m 허공에 길이 200m 덱 …새처럼 나는 느낌 상소동 산림욕장 곳곳의 400여개 돌탑 ‘이국적’ ‘대전의 앙코르와트’ 별명… 유아숲 체험장으로도 유명 가로수 골목길 옛 충남지사 관사촌 ‘테미오래’ 다다미방부터 붙박이장까지 ‘일본풍’ 느낌 그대로 1932년 지은 충남도청, 근현대사전시관 변신 우체국은 공유책방…으능정이 사거리엔 미술창작센터 대전을 두고 흔히 ‘노잼 도시’라 부릅니다. 재미는 대개 ‘비(非) 일상성’에서 나오는 법. 일상에 속한 익숙한 공간은 대개 지루합니다. 하지만 같은 공간도, 보는 시선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다 그렇듯 도시도 다들 비슷비슷해 보입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

풍류, 술, 멋 2022.12.04

땡볕 막은 운동장 · 해 품은 요양원 ‘공간 쓰임’ 만큼 돋보인 ‘마음 씀’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스산한 초겨울, 무주로 떠나는 건축기행 봉하마을 사저 지은 고 정기용 군민 복지 애쓴 전 군수와 투합 서른 개 넘는 공공건축물 건립 늘 그늘 그득한 등나무 운동장 흙으로 빚어낸 진도리 마을회관 사는 사람들 편의에 맞춰 설계 문화관 지하주차장 대신 수영장 촌구석에 예산낭비 비아냥에도 완공 후 가장 인기 있는 시설로 면사무소 한쪽 잘라내 목욕탕 버스 정류소엔 풍경 담은 액자 곳곳에 마음 움직일 공간 가득 겨울에 여행지를 고르는 건 쉽잖은 일입니다. 자연경관이 어디든 다 황량해지는 때라 그렇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즈음은 여행에 대한 욕망이 줄어드는 때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때보다 지금처럼 스산한 초겨울이 훨씬 더 좋은 여행지도 있습니다. 다른 계절의 화려한 ..

풍류, 술, 멋 2022.11.28

금강산 가는 길에 만난 절경… 정선 붓을 들고, 석봉 시를 읊다

■ 박경일 기자의 여행 - 명당 · 명승의 땅 포천 영평 8경 한탄강변 볏짚처럼 누운 ‘화적연’… 조선시대 기우제 지냈던 풍년 · 안녕의 상징 벼랑위 정자 ‘금수정’· 병풍 바위 ‘창옥병’… 박제가 등 유명 문인들 곳곳에 글 남겨 경기 포천에는 ‘경흥대로’가 지난다. 경흥대로는 한양에서 출발해 함경북도 경흥(慶興)까지 이어주는 길이다. ‘동국여지도’를 완성한 300년 전의 지리학자 여암 신경준. 그는 경흥대로를 ‘조선의 6대 대로(大路)’ 중 두 번째로 분류했다. 그만큼 큰길이었다. 서울에서 수유리, 양주, 포천을 지나 김화까지, 거기서 지금은 갈 수 없는 북한 땅인 강원도 회양, 함경남도 안변, 함흥, 함경북도 명천을 거쳐 경흥과 서수라까지 경흥대로가 이어졌다. 포천시청 앞을 지나 도시 중심부를 관통하..

풍류, 술, 멋 2022.11.18

‘심심했던 호찌민’ 옆 바닷가… ‘숨어있던 보석 호짬’ 열렸다

■ 박경일 기자의 여행 -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 베트남 (1) 휴양도시 호짬·붕따우 - 동남부 휴양지 호짬 호찌민에서 125㎞ 한적한 마을 몇 년 전부터 대형리조트 들어서 태국으로 치면 방콕·파타야 관계 리조트 밖은 ‘절간’처럼 고요해 오롯이 ‘리조트 라이프’에 집중 호짬·붕따우(베트남)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베트남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입니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400만 명이 넘었습니다. 그 무렵 인천공항에서는 하루 90여 편 비행기가 베트남으로 향했습니다. 베트남의 인기를 견인한 건 다낭이었습니다. 낮은 항공요금에다 저렴한 물가, 다양한 볼거리를 찾아 관광객이 몰려들자 ‘경기도 다낭시’란 우스갯소..

풍류, 술, 멋 2022.10.27

붉게 타는 메밀꽃·솜털 반짝이는 억새… 가을, 보석같은 ‘꽃’의 바다에 빠지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만추’ 절정 맞은 꽃밭 영월·정선 - 영월 동강 변 메밀꽃밭 청보리·코스모스 나던 자리에 ‘붉은메밀’ 일본 종자 심어 대박 코로나에도 축제 인산인해… ‘인생사진’ 건지려는 연인들 가득 영월·정선=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어느 계절의 것이든 꽃은 다 아름답지요. 반갑기로는 봄입니다만, 못지않게 다채로운 꽃을 볼 수 있을 때가 가을입니다. 봄날에 매화와 산수유, 벚꽃과 유채꽃이 있다면, 가을에는 국화와 코스모스, 쑥부쟁이와 벌개미취가 있습니다. 메밀도 억새도 가을에 꽃이 핍니다. 가을이라면 붉고 노랗게 물드는 단풍부터 떠올리지만, 차고 맑은 대기 속에서 이슬과 함께 피어나는 가을꽃의 정취도 근사합니다. 단풍의 화려함 뒤에는 스러져가는 것에 대한 아..

풍류, 술, 멋 2022.10.20

율곡이 반했던 ‘작은 금강산’…자연에서 세상 이치를 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오대산 소금강 1569 율곡 遊山길 단풍이 미처 내려오지 않은 오대산 소금강에 다녀왔습니다. 소금강 계곡의 차고 맑은 물길을 따라가는 숲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을 450여 년 전에 율곡이 걸었습니다. 그때 소금강은 푸른 학이 산다고 해서 ‘청학산’이라 불렀다지요. 율곡이 탄성과 감회로 적은 청학산 산행기가 지금까지 전합니다. 옛 유학자들은 자연에서 삶의 도리나 세상의 이치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니 율곡의 문장을 따라 걷는 길은, 자연을 걷는 길이되 사유의 길이기도 합니다. 율곡의 뒤를 따라 수많은 선비가 소금강을 드나들었던 이유입니다. 소금강 탐방로 구간 중 구룡폭포까지 왕복 6.2㎞의 ‘1569 율곡 유산길’은 ‘길이 역사가 되고, 자연이 인문이 되는 길’입니다. 강릉 = 글·사..

풍류, 술, 멋 2022.10.14

도쿄 한복판서 비치발리볼·오사카 타워에서 60m 슬라이드… 색다른 日 열린다

■ 11일부터 다시 풀리는 ‘일본 자유여행’ 일본 자유여행이 드디어 다시 시작됩니다. 일본 정부가 오는 11일부터 단기체재 비자를 면제하고 개인 여행을 허용하면서, 자그마치 2년 반 만에 일본 자유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서로 오가지 못하던 시기, 한국과 일본에는 수많은 새로운 명소들이 생겨났습니다. 한국에도 팬데믹 이후 새로 생긴 공간이 적잖습니다만,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일본의 새로 생긴 명소 이야기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프리랜서 기자로부터 들어봤습니다. 팬데믹 기간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일본을 드나들었던 그는,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그리고 고베(神戶)의 새로운 명소를 추천해줬습니다.더불어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로부터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풍류, 술, 멋 2022.10.07

FA-50, 美 레이더·미사일 달고 ‘프리덤 파이터’ 도약 초읽기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FA-50, 美 레이더·미사일 달고 ‘프리덤 파이터’ 도약 초읽기 미국 정부, 자국 첨단무기 탑재 승인… 우방 공급용 전투기로 낙점한 듯 지구 반대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세계사를 다시 쓰고 있다. 9월 대공세가 성공해 우크라이나가 승기를 잡은 듯하던 전황은 러시아의 동원령 선포로 다시 안갯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분적 동원’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러시아의 동원령 선포는 역사 흐름을 바꿀 중대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번 동원령과 사실상 국가 총력전 체제로 전환은 제정 러시아 말기 로마노프 왕조가 보인 실책과 닮았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러시아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사 흐름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軍史관련 2022.10.04

70년만에 열린 ‘금지된 땅’ 최북단… 금강산 능선이 눈물나게 선명했다

인제·양구 DMZ 평화의 길 강화~고성 접경지 11개 코스 524㎞ 일제히 개방 인제 1052고지 중턱, 하늘 달리는 듯한 ‘을지 스카이웨이’ 만나 천연기념물 산양 비롯 담비·너구리 출몰 ‘생태의 보고’ 양구 두타연 구간, 숲길 걸으며 때묻지 않은 자연 만끽 압권은 수입천 물길 옆 탐방로… 조각공원·출렁다리도 있어 DMZ 자생식물원엔 철책선 너머로 본 가을꽃 총집합 인제·양구=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까지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11개 코스 ‘평화의 길’ 524㎞가 열렸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DMZ는커녕 접적(接敵) 지역 출입마저 통제된 지 3년 만입니다. 이번에 열린 길은 닫았다가 재개방하는 곳도 있지만, ..

풍류, 술, 멋 2022.10.03

10년 절개 현실판 춘향·明황제도 칭송한 효자… 사람으로 빛난 ‘천년 홍주’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사람 이야기 켜켜이 쌓인 충남 홍성 홍성 출신 관찰사 아들과 사랑 함흥 기생 난향의 10년 기다림 연인 죽음 알고 시묘살이 감동 황씨 문중서 300년 묘지 지켜 샘물로 병든 부모 봉양한 복한 우리나라 첫 ‘효자비’로 기록 도보여행 ‘내포 역사 인물길’ 8景엔 한용운·김좌진 生家도 홍성=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홍주’의 이름으로 당당했던 시절 충남 홍성의 옛 지명은 홍주(洪州)였다. 고려 현종 9년, 그러니까 1018년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1000년 가까이 여기는 홍주였다. 전성기 시절의 홍주는 아산, 온양을 비롯해 차령산맥 이북 충청우도 지역을 모조리 거느렸다. 그때의 홍성은 평택에서 서천에 이르기까지 자그마치 10여 개 군·현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땅이 어찌나 넓었..

풍류, 술, 멋 2022.09.27

고래잡이 추억·문화공간 된 여인숙…근현대사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옛 항구

박경일 기자의 여행 - 압축성장의 시간 켜켜이 쌓인 울산 2 흥망성쇠 반복한 방어진 방어 등 잘잡혀 일제때 급성장 해방뒤 몰락 ‘亡어진’ 불리기도 옛가옥 개조, 작년 박물관 개관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고래마을·모노레일 조성하고 선원묶던 숙소, 아트스테이로 문화창고 북카페 전망 압권 도심 랜드마크 된 대관람차 느리게 한바퀴…‘20분의 낭만’ 화려한 번화가 풍경이 한눈에 21년째 운영… 복고정서 소환 울산=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일제강점기 번영을 이룬 곳…방어진 울산의 근대 중심이라면 중구와 함께 울산 동구가 꼽힌다. 중구가 일제강점기 이래 상업의 중심이었다면, 동구는 방어진으로 대표되는 어업의 중심이었다. 고즈넉한 어촌마을이었던 방어진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동해안 굴지의 항구로 급성장했다. 울산..

풍류, 술, 멋 2022.09.18

인·아·북·도·관… ‘명절 칼로리’ 걷어내는 다이어트 산행

■ 추석에 가볼만한 서울 산 조마조마했던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한가위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의례의 의미 말고 풍성한 차례상만으로도 추석의 의미가 각별했다. 하지만 지금의 명절 연휴는 기름진 음식과 과식, 그리고 운동부족을 경계해야 하는 때다. 식욕이 도는 계절에 기름진 음식들로 차려진 명절 밥상은 폭식을 부르기 마련. 편안한 느낌에 한껏 게을러져 운동부족이 되기도 쉽다. 다들 경험해봐서 안다. 연휴 기간 내내 먹고 자고 늘어지게 쉬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생활리듬을 잃어 무력해지기 쉽다는 것을. 연휴 이후의 일상 복귀도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이번 추석 연휴에 적당한 긴장과 가벼운 운동을 겸할 수 있는 가벼운 등산을 제안한다. 본격 등산인들을 위한 정보는 아니고, 마지막으로 산에 간 게 언..

풍류, 술, 멋 2022.09.10

고복수길·똑딱길·맨발의 청춘길… 7080 추억을 소환하다

■압축성장의 시간 켜켜이 쌓인 울산 - 1 울산 중구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 도시 울산. 그곳에서 울주의 영남 알프스 산군(山群)이나 태화강 상류의 반구대암각화, 간절곶과 대왕암 같은 내로라하는 관광 명소를 다 빼고, 공업 도시의 심장이었던 골목길을 여행합니다. 공업 도시는, 사실 여행의 즐거움과는 가장 멀어 보입니다. 오죽했으면 울산을 ‘노잼 도시’란 별명으로 불렀겠습니까. 하지만 울산에는 최빈국에서 시작해 압축 성장의 견인차로 성장하기까지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울산만의 풍경입니다. 울산의 시간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희망, 성취감과 자부심, 아련한 추억이 골고루 버무려져 있습니다. 울산의 도심을 여행한다는 건, 그런 시간을 엿보는 일인데, ..

풍류, 술, 멋 2022.09.04

용문산 아래 굽이치는 물줄기 따라 정자와 누각이 빚어낸 ‘초가을 정취’

■ 사소해보이지만 근사한 것 많은 경북 예천 병풍 같은 큰 바위 위 ‘병암정’ 그 앞 연못에 연꽃 한가득 운치 솔숲·기암괴석의 절경 ‘초간정’ 일체의 인위 없이 자연과 조화 왜란·호란 겪으며 세차례 재건 퇴계 쉬어간 자리에 ‘도암대’ 멀찍이서 주변경관 함께 감상을 낙동강 내성천 휘도는 ‘회룡포’ 회룡대서 보는 풍경으로 유명 오르는 길 ‘詩안내판’ 감상 더해 예천=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뜨거운 폭염의 여름에는 해보지 못하는 여행이 있습니다. 뒷짐을 지고서 느긋하게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는 여행입니다. 한여름 여행에는 대개 출발지와 목적지밖에 없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탓이지요. 더위는 아직 다 물러가지 않았지만,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바람 끝이 서늘해졌습니다. 좀 더 느긋한 여행을 다녀와도..

풍류, 술, 멋 2022.08.29

역병도 범접 못한 ‘봉화의 가장 깊은 땅’… 번잡 잊고 숨어볼까

■ 고산협곡 속 아늑한 오지 경북 춘양 영암선 철도 노선 끌어들여 ‘억지 춘양’ 유래說 三災도 피해 가는 십승지… 왜란 때 선비들 피란 가던 곳 태백산 史庫地 이정표 없이 내버려 두니 자연스레 보존 조선왕조실록 수호하던 곳 이젠 종자 저장고 ‘시드볼트’ 지켜 62만평 ‘백두대간 수목원’ 언덕에 가득한 야생화 장관 노다지 찾던 금정광산… 한여름에도 입김 나올 만큼 추워 봉화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춘양’을 말할 때 꼭 해야 하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를 꼭 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지역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특정 지역에 관한 익숙한 얘기다. 예를 들면 경남 사천과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이야기 같은 거다. ‘길을 잘못 들면 삼천포’라니…. 삼천포 사람들에게 이 말이 유쾌할 리 없다. ..

풍류, 술, 멋 2022.08.19

[조용헌의 영지순례] 일본 침몰 예언한 탄허 스님 생가에 가보니

기후변화의 원인을 과도한 탄소배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탄소배출과는 다른 맥락에서 원인을 생각하는 노선도 있다. 19세기 말엽부터 한국에서 시작된 거대담론인 후천개벽설이 그것이다. 후천개벽이 되니까 기후변화도 동반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관점은 20세기에 들어와 불교계의 탄허 스님(呑虛·1913~1983)이 주장하였다. 스님이 1983년에 돌아가셨으니까 벌써 40년이나 되었다. 탄허는 1970년대 후반쯤에도 일본 열도가 물에 잠겨 침몰한다는 예언을 하였다. 당시에는 너무도 황당한 예언으로 느껴져서 ‘선데이서울’ 같은 잡지에서 대중적 흥밋거리 수준에서 다루었다. 어떻게 일본이 침몰한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말인가? 탄허가 일본 침몰을 예언한 이론적 근거는 바로 ‘정역(正易..

풍류, 술, 멋 2022.08.17

눈부신 숲 빛도, 황홀한 바다 빛도… 아! 푸른 섬 於·靑·島

■ 홀연히 사라지고 싶을 땐 - 군산 어청도 中 전횡장군 나라잃고 표류하다 푸른섬 발견하고 ‘어청도’ 명명 전횡 절의 기리는 사당 ‘치동묘’ 단정하고 깔끔한 형태의 ‘등대’ 해 넘어가는 시간따라 색 바꿔 한편의 영화처럼 관람하는 묘미 어청도(군산)=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군산의 어청도는 먼 섬입니다. 중국 산둥반도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은, 산둥(山東)까지의 거리가 300㎞나 된다는 사실에 미뤄보면 터무니없습니다만, ‘그만큼 우리 땅에서 멀다’는 의미에서 나온 얘기일 겁니다. 군산에서 뱃길로 73㎞. 군산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한 번(토·일은 두 번) 뜨는 페리호를 타고 꼬박 2시간을 가야 섬에 닿습니다. 거리도 멀지만 배가 하루 한 번 뜨니 섬에 가려면 무조건 하룻밤을 자야 합니다. 어청도가 ..

풍류, 술, 멋 2022.08.11

차고 맑은 물 흘러넘치는 계곡서 한나절… 전철·버스 갈아타고 한달음에 닿았다

짧은 피서 여행 가평 북면 계곡길 10㎞ 계곡 이어지는 ‘용추구곡’ 자릿세 뜯던 식당 사라져 말끔 징검다리 놓인 ‘명품 계곡길’ 숲멍·물멍존서 발 담그고 휴식 깊은협곡 비밀스러운 ‘명지계곡’ 폭포수서 밀어내는 바람에 서늘 옥색 물빛 눈부신 ‘적목용소’서 ‘무주채폭포’까지 트레킹 만끽 가평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바야흐로 피서 시즌의 한복판입니다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또는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올여름 휴가를 포기하신 분도 계시겠지요. 다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애써 잡은 휴가 계획을 접은 경우도 있겠네요. 그런 독자들에게 가까운 목적지로 가는 짧은 피서 여행을 권합니다. 목적지는 내륙 산악지형의 대표 격인 경기 가평. 그중에서도 ‘북면’입니다. 가평군 북면은 광주산맥의 최고..

풍류, 술, 멋 2022.08.04

[조용헌의 영지순례] 지리산의 3대 전설 우천 허만수가 멈춘 곳

우천 허만수가 움막집을 짓고 산 세석평전 일대. 지리산의 전설이 3명 있다. 고운 최치원, 남명 조식, 그리고 우천(宇天) 허만수(許萬壽·1916~1976)다. 신라 말기의 인물인 최치원은 지리산의 신선이 된 인물이다. 조식은 조선 4대 학파 가운데 하나인 남명학파의 수장이다. 현대의 인물인 우천 허만수는 이들에 필적할 만한 업적이나 내공을 갖고 있을까? 최치원과 남명에게 비유하는 것은 좀 과대포장 아닌가? 하지만 21세기 지리산을 좋아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지리산을 등산하는 등산 매니아들에게는 아득한 시대의 전설인 고운이나 남명보다는 우천 허만수가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인데 처자식을 버리고 지리산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남다르다. 그는 지리산에서 춥고, 배고프고, 고독을 겪으..

풍류, 술, 멋 2022.08.03

뱀사골 가는 길, 우뚝 선 천년송 여름 한복판 무더위도 쉬어간다

삼복 더위에도 서늘한 휴가지… 전북 남원 달궁 앞의 물 많은 ‘심원 계곡’ 찾는 이 적어도 물놀이에 적합 정령치·성삼재서 맞는 밤하늘 별무리 능선 위 은하수 한가득 빽빽한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얽히고설킨 나무 그늘에 서늘 이야기·상상력 덧대진 광한루 밤에 더 아름다운 낭만의 공간 남원‘ 새 핫플’ 김병종 미술관 세련된 전시에 관광객들 붐벼 수목원이자 미술관인 ‘아담원’ 남원 대표 절 ‘실상사’도 추천 바야흐로 휴가의 절정을 코앞에 두고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를 생각합니다. 가족과 보내는 휴가는 피곤합니다. 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휴가’라는 말뜻 그대로 편히 쉴 수는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휴가에서 ‘내가 쉬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더 잘 놀기..

풍류, 술, 멋 2022.08.01

바다에 가려진 오지 계곡 세상의 소란이 쓸려간다

■ 발길 닿지 않은 ‘더위 탈출 명소’ 포항·영덕 경북 울진과 포항의 내륙 깊숙한 곳에 꼭꼭 숨어있는 계곡이 있습니다. 영덕과 포항이라면 다들 바다를 생각합니다만, 그건 도시의 앞쪽이고 뒷면에는 깊은 계곡과 숲이 있습니다. 도시가 바다로만 확장하는 사이에, 반대편 숲 그늘은 외려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지(奧地)가 사라져버린 시대’라고들 하지만, 여기 와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곳이야말로 아직 세상에 몸을 다 드러내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니까요. 영덕과 포항의 경계쯤에 있는 옥계계곡에서 상옥·하옥계곡으로, 그리고 거기서 더 남쪽으로. 오지는 마치 그린벨트처럼 이어집니다. 울진과 포항의 분주하고 빛나는 바다에 밀려서 눈길과 발길이 미처 닿지 않았던 곳들입니다. 그 벨트를 끼고 진초록 솔숲의 덕동마을..

풍류, 술, 멋 2022.07.23

소백산 아래 비밀스러운 계곡과 숲… 백로 찾아드는 도피처로 떠나볼까

■ 사소한 것 따라 ‘자세히 본’ 영주 정감록 십승지 첫째 ‘금계마을’ “전쟁에도 안전한 곳”으로 불려 별천지 금선계곡 뒤 ‘금양정사’ 퇴계가 죽은 제자 위해 지은 집 솔숲에 둘러싸여 운치 빼어나 화려한 나무 문살 가진 ‘성혈사’ 국보·보물 하나씩 품은‘흑석사’ 죽계구곡 상류의 ‘초암사’ 눈길 명소 ‘부석사’ 들렀다 가는길엔 망원경 갖춘 백로 도래지 있어 영주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한 지역에 이만큼 다양한 명소가 흩뿌려진 곳이 또 있을까요. 경북 영주 이야기입니다. 영주로 가는 여행은 ‘종합 선물세트’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소백산과 죽계구곡 등의 자연경관부터 부석사로 대표되는 사찰, 죽령 옛길과 소백산 둘레길 등의 걷기길, 서정적 강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무섬마을, 소수서원과 선비촌의 유교문화..

풍류, 술, 멋 2022.07.15

[조용헌의 영지순례] 공황장애? 번아웃 직장인? 용이 노는 물을 찾아라

지리산 용유담 영지순례를 연재하면서 지리산의 이곳저곳을 많이 소개하는 이유는 ‘산중(山中)의 산(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 가운데 지리산만큼 깊고 그윽한 맛을 주는 산은 없다. 도시의 시멘트 건물에서 월급 몇푼 받는다고 붙잡혀 노비처럼 살고 있는 장삼이사들에게 무위(無爲)의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는 산이다. 출퇴근이 없고 노비처럼 살고 있지는 않는 필자 같은 문필가는 지리산을 어떻게 보는가? 박물관이요 이야기책으로 본다. 가로 40㎞, 세로 30㎞의 뚜껑 없는 박물관이다. 골짜기마다 주저리주저리 신화, 전설, 구전이 박혀 있고 매달려 있다. 그런가 하면 바위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영발이 뿜어져 나온다. 세상에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이야기와 영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와 영발이다. 이야기에..

풍류, 술, 멋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