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끼고 달리는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는 길 전체가 해넘이 조망대나 다름없다. 백수해안도로 노을 광장에 설치한 스카이워크 끝에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했다는 날개 모양의 조형물 뒤로 해가 붉게 지고 있다. 종교를 주제로 삼은 여행 이야기이지만, 믿음이 없이 따라와도 무관합니다. 유럽의 고색창연한 성당이나 내로라하는 이름난 절집을 신도들만 찾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믿음과 신앙으로 세운 종교 성지에서는, 성스러운 세상과 내가 사는 일상의 세상이 교유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종교인들에게 순례는 신앙 대상과의 합일을 기원하는 일이라면, 믿지 않는 이들에게 순례는 삶의 가치를 묻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4대 종교 유적지가 있는 전남 영광에서 여행 목적지로 익숙한 절집과 성당, 교회 말고, 다소 낯선 원불교의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