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1456

위드 코로나로 기지개...지자체 신규 관광

오는 27일 시범 개장하는 강원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전망대 격인 스카이타워 막바지 공사 모습. 전망대 정상은 원판형으로, 그 아래는 손바닥 모양으로 관람대를 만들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아찔한 고도감과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① 철원 주상절리길 잔도 허공에 떠있는 듯한 전망대 3곳 절벽 경관 코 앞에서 감상 가능 ②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격자형 바닥 전망대 다리‘후들’ 404m 길이 울렁다리도 곧 개장 ③ 보령~원산도 잇는 해저터널 대천·안면도 차로 한 번에 떠나 푸드트럭 싱싱한 해물요리 가득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의 발이 묶인 사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관광콘텐츠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도되며 조심스럽게 여행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그동안 준비해왔던 ..

풍류, 술, 멋 2021.11.25

'광주 동구' 역사와 문화를 따라가다

무등산을 대표하는 3대 주상절리 중의 하나인 광석대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규봉암. 광석대 돌기둥은 무등산의 다른 주상절리 서석대나 입석대보다 훨씬 더 두껍고 웅장하다. 특별한 노선 번호 ‘228 - 419 - 518번’ 모두 민주화 운동 기념일…‘광주 정신’ 상징 ‘아픈 역사’ 도청 자리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45개 총탄자국 발견된 ‘전일빌딩245’도 명소 증심사~장불재~규봉암 코스 색다른 풍경 증심사는 계절마다 화려한 색감 뽐내 허백련 기리는 의재미술관 ‘문향…’展 한창 민속품 가득 ‘비움박물관’선 순백의 즐거움 광역시는 도시 규모 때문에라도 한 번의 여행으로 다 보기가 쉽지 않다. 대도시 여행이 다른 중소도시를 여행하는 방법과 달라야 하는 이유다. 광주를 제대로 보겠다면, 여행의 중심은 단연 ‘동구..

풍류, 술, 멋 2021.11.19

영천 팔공산 은해사 '칠암자 순례길'

팔공산 칠암자길 구간의 중간에 들르게 되는 백흥암. 팔공산 산자락의 단풍 물든 숲이 쏟아져 내려오는 듯한, 그야말로 절묘한 자리에 앉아있다. 팔공산 골짜기에 부챗살처럼 펼쳐진 암자들 오르내리던 이들이 만든 코스… 이정표 없어 길 잃기 십상 직벽바위 벼랑에 아슬아슬 자리잡은 중암암 속세와 등진‘바위구멍절’서 보는 단풍이 하이라이트 분지형 땅에 편안하게 자리한 운부암 한때 수행처로 명성… 남한 2대 중심선원으로 꼽혀 팔공산 가장 높은 곳의 묘봉암은 조망이 ‘백미’ 저멀리 경산쪽 갓바위 불상 옆모습 또렷하게 보여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의 은해사는 대표적으로 여행자들에게 과소평가된 절집입니다. 아주 알려지지 않은 건 아니라지만, 큼직큼직 들어선 당당한 위세와 절집이 두르고 있는 화려한 단풍을 생각한다면 그깟 정..

풍류, 술, 멋 2021.11.12

원주 치악산&소금산-이야기와 단풍 속으로

원주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시작한 치악산 둘레길 3코스 ‘수레너미길’의 종착 지점인 태종대 쪽에서 본 횡성 강림2리의 이른 아침 풍경. 치악산 발치에서 피어난 안개가 마을과 구릉을 흘러가고 있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은 치악산국립공원에 속한 횡성의 배향산이다. # 치악산 둘레를 걷는 길이 놓였다 치악산에 둘레길이 새로 놓였다. 이름 그대로 치악산 밑동의 둘레를 도는 장거리 도보여행 길이다. 치악산은 관광하듯 올라가는 산이 아니다. 산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사다리병창길은 급경사 코스로 악명 높다. 이 코스를 올라보면 치악산을 두고 ‘치가 떨리고 악에 받친다’는 얘기가 왜 나왔는지 금세 알게 된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입석대나 영원사, 상원사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산행..

풍류, 술, 멋 2021.11.06

충북 영동 금강, 초강천, 석천 둘레길

월류봉에서 초강천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월류봉 둘레길 초입. 신발 끈을 조이고 월류봉을 출발한 직후에 물길을 끼고 있는 이런 숲길을 지난다. 천변 풍경이 가을 색으로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충북 영동에는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둘레길이 있습니다. 둘레길이라면 대개 산의 둘레를 도는 길인데, 영동의 둘레길은 ‘물의 둘레’를 돕니다. ‘양산팔경 금강둘레길’은 금강의 물길을 돌고, ‘월류봉 둘레길’은 수묵의 풍경 같은 월류봉에서 반야사까지 줄곧 초강천 물길을 끼고 갑니다. 반야사에서 다시 경북 상주의 옥동서원을 잇는 ‘백화산 둘레길’도 석천의 물길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이 세 곳의 둘레길은 어느 곳이 더 낫다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저마다 근사한 풍경과 정취를 품고 있습니다. 호젓하게..

풍류, 술, 멋 2021.10.29

단계적 일상회복 눈앞...호젓한 명소 4곳 추천

강원 원주 치악산국립공원의 구룡소 부근 단풍. 숲 한가운데 구룡소 계곡을 건너가는 출렁다리가 보인다. 치악산 정상 부근은 이미 단풍이 끝물이지만, 산 아래는 오는 주말을 지나 단풍이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① 하동 의신계곡 물감 뿌려놓은듯 화사한 색감 ② 고창 선운사 도솔천에 비친 단풍, 꿈결같아 ③ 원주 치악산 구룡사~세렴폭포 구간으로 충분 ④ 부안 내변산 직소폭포 일대 경관 감탄 자아내 코로나 시대에 건너가는 두 번째 가을입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코앞에 두고 단풍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살얼음을 딛듯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일상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는 부풉니다.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 조심스럽게나마 단풍 구경을 다녀올 수 있을까요. 계절이 좀 멈춰줬으면 좋으련만, 유..

풍류, 술, 멋 2021.10.22

남도 연륙교에 담긴 '그때 그 시절'

노량해협을 건너가는 남해대교와 노량대교의 야경. 앞쪽의 다리가 48년 전에 놓인 국내 최초의 현수교이자 건립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긴 현수교였던 남해대교이고, 뒤쪽의 다리가 2018년 완공된 노량대교다. 노량대교와 삼천포대교, 창선교가 건설되면서 잇따라 남해대교의 통행량이 급감하자 남해군은 남해대교를 공원화하고 주탑 상부를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서 전망대, 해상카페, 경관 폭포, 집라인 등을 갖춘 교량 테마관광지로 꾸밀 예정이다. 여행이 살피는 대상은 다양합니다.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거의 모든 사물이 여행의 대상입니다. 여행은 풍경을 지나가고, 역사를 가로지르고 지형과 지질, 기후와 풍토를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여행자의 시선에는 거기 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담깁니다.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복합..

풍류, 술, 멋 2021.10.16

내달 개통하는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강원 철원 순담계곡의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구간. 수직 벼랑을 끼고 이런 길이 3㎞가 넘게 이어진다. 왼쪽에 아치형으로 허공에 띄워 놓은 길이 전망대다. 전체 구간에 똑같은 모양의 전망대가 3개 있는데, 그중 한 곳은 발을 디디는 바닥이 투명 유리다. 수직 절벽에 파이프를 박아 선반을 매달 듯이 놓은 길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잔도(棧道)’입니다. 수직의 높이와 극대화한 개방감으로 아찔함이 느껴지는, 그런 길입니다. 모름지기 길이란 한 곳과 다른 곳을 잇는 ‘수단’이지요. 중국에서 기원한 잔도의 시작도 험준한 산악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방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만들어진 잔도는 ‘길 자체가 목적’으로 놓인 길입니다. 충북 단양 단양강 잔도도, 전북 순창 용궐산 하늘길 잔도도 그렇..

풍류, 술, 멋 2021.10.09

[조용헌의 영지 순례]노고단 맥이 내려와 멈춘 곳, 전남 구례 용호정

▲ 용호정 지난 30년간 필자는 ‘필드가 선생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전국 여러 곳을 답사 다녔다. 책과 자료에는 없는 정보들이 현장에서 많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등산화 수십 켤레가 닳았다. 그래서 좋은 등산화를 보면 욕심을 낸다. 현장답사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는 대강 이렇다. 풍수(그 지역 산세가 어떻고 명당이 어디인가), 족보(명문가 집안의 역사 그리고 계보), 사주, 그 지역이 배출한 인물, 불교사찰, 도사들이 기도하던 기도터 등이다. 이러한 답사 포인트를 뭉뚱그리면 ‘강호동양학’이 된다. 강호동양학은 강단동양학에서는 결여된 분야이다. 강단이 있으면 강호도 있는 법이다. 강호동양학의 장문인이 전라도 지역을 답사할 때 느끼는 소감이 있다. ‘이야기할 사람이 별로 없다’는 느낌이 ..

풍류, 술, 멋 2021.10.01

목포에서 서거차도까지...완행 여객선 '섬사랑 13호'

전남 진도의 조도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섬의 모습. 일출 무렵의 빛을 받아 금박지처럼 반짝이는 드넓은 바다 위를 배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운항시간에 가장 많은 섬을 들르는 완행 여객선 ‘섬사랑 13호’를 탔습니다. 목포에서 서거차도까지 가는 항로는 자그마치 서른두 개의 작은 섬을 거쳐 갑니다. 섬 주민들을 위한 따스한 위안과 배려로 운항하는 여객선은, 그걸 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목적이나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 느긋한 여행. 그런 여행을 선물처럼 선사하는 한없이 느린 여객선 이야기입니다. # 서른두 개 섬을 들르는 완행 여객선 이른 아침, 전남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 선착장. 말끔한 두 척의 남신안농협 철부선 사이..

풍류, 술, 멋 2021.10.01

6.25전쟁에 가족 잃고...눈물로 세운 비석

강원 철원의 소이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황금빛으로 물든 철원평야의 모습. 황금 들녘 너머가 북한 땅인 평강고원이다. 이곳에 서면 백마고지 전적지와 백마고지, 김일성 고지, 아이스크림 고지 등 6·25 전쟁 당시 치열했던 격전지가 한눈에 다 내려다보인다. 스물셋 아들, 휴전앞두고 전사 ‘未死父’… 원통한 심경 글귀로 고향땅에 ‘참혹한 슬픔’의 증거 같은 전투서 죽은 또 다른 청년 父, 자신의 공적비 옆에 충혼비 “아들 제사 부탁” 친척에 유언도 남편 전사한 포항에 위령비 건립 출가해 절 짓고 평생 머문 비구니입적 뒤에야 남편 곁에 나란히 서 저마다 사연·억울함 다르지만 ‘격전지’ 철원 곳곳에 청춘들 주검 성연교 표석도 또다른 비극 상징 # 비석, 가장 참혹한 슬픔을 증거하다 자식의 죽음은 창자가 끊어진다는 ..

풍류, 술, 멋 2021.09.25

[조용헌의 영지 순례]이성계가 왕의 ‘금척’을 받은 곳, 전북 마이산 금당사

[조용헌의 영지 순례]이성계가 왕의 ‘금척’을 받은 곳, 전북 마이산 금당사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 전북 마이산의 금당사는 마이산 암마이봉의 맥이 뭉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전북의 진안고원. 해발 300~400m 높이에 있다. 고원이니까 시원하다. 그래서 인삼이 잘 자란다. 일교차가 큰 곳에서 농작물의 약효가 발생한다. 이런 고원지대는 도 닦기에도 좋다. 여름에 시원하기 때문이다. 이 진안고원에 높이 솟은 산이 마이산(馬耳山)이다. 바위 봉우리 두 개가 흡사 말 귀 같은 형상으로 뾰쪽 솟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대한 암봉 두 개가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매우 이채로운 모습이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다. 높이도 거의 같다. 바위가 있는 곳에 지령(地靈)이 있고,..

풍류, 술, 멋 2021.09.18

최대 5명...VIP처럼 즐기는 서울도보 해설관광

여전한 코로나19의 거리두기 속에서 두 번째 추석을 맞습니다. 명절이란 게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밥상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대면의 시간인데 벌써 두 해째 이게 쉽지 않습니다. 대면해 가족과 나눌 수 없으니 이맘때쯤 누리던 수확의 기쁨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모이는 것도, 함께 여행하는 것도 금기가 돼버린 명절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추석 명절 앞뒤로 방역수칙을 지키며 가족들과 오붓하게 반나절쯤이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는 여행을 추천합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명소를 걷는 도보해설관광’입니다. 그저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동행하는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전문적인 해설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충실한 해설과 함..

풍류, 술, 멋 2021.09.18

[조용헌의 영지 순례]개운조사가 수도한 지리산 금강굴

[조용헌의 영지 순례]개운조사가 수도한 지리산 금강굴 ▲ 10여년 전 지리산 전문 산꾼들이 반야봉 아래를 샅샅이 뒤져 찾아낸 ‘박영발 비트’는 해발 1300m의 자연동굴이다.(왼쪽) ‘박영발 비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4m 높이의 바위를 기어올라가 오른쪽 틈새로 들어가야 한다. 6·25전쟁을 전후하여 지리산 일대에서 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4만명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근거는 이렇다. “2000년대 초반 지리산 생명평화운동을 할 때 지리산에서 죽은 빨치산과 군경 토벌대의 위령제를 합동으로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이때 양쪽 죽은 사람 가족들의 위령제 신청을 받아보니까 그 숫자가 4만명쯤 되었습니다.” 지리산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59)의 증언이다. 왜정 때 보광당이 ..

풍류, 술, 멋 2021.09.11

'시간도 잠시 숨을 고루는 곳' 경북 영주

100년이 넘는 내력의 ‘풍국정미소’에서 우기섭 씨가 기계를 살피고 있다. 전기만 넣으면 기계를 다시 돌릴 수 있지만, 느린 도정 속도 때문에 채산을 맞출 수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어둑한 정미소 건물에 폐허처럼 남아 있는 커다란 도정기계 모습이 마치 숨을 거둔 고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은 쇠락해가는 구도심의 낡은 상가형 시장인 후생시장을 도시재생사업으로 레트로풍의 공간으로 바꾼 모습. 여행자의 눈으로 경북 영주를 들여다보는 건 흥미롭습니다. 영주는 여행자에게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섭니다. 모순 같지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영주에는 부석사나 소수서원 등 내로라하는 여행지들이 있습니다. 여행 좀 해봤다면 안 가봤을 리 없는 곳들이지요. 그런데 정작 영주 시내에 관심을 ..

풍류, 술, 멋 2021.09.10

'노잼도시' 청주 재미있는 여행

문화제조창C 5층의 ‘열린 도서관’ 입구의 서가. 문화제조창C는 국내 최대의 담배공장이었던 청주 연초제조창을 리뉴얼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원더 아리아’라는 쇼핑몰과 레스토랑, 전시장 등이 들어서 있다. # 그 도시가 재미없다고? 충북 청주는 ‘노잼 도시’다. 이런 식의 단언이 그곳에서 사는 이들에게 결례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청주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체로 동의했으니 그대로 쓴다. ‘노잼’이란 ‘NO 재미’라는 뜻. 한마디로 청주는 ‘재미없는 도시’라는 거다. 노잼 도시에서 ‘노잼’이 가정하는 상황은 ‘다른 지역에서 친구가 찾아왔을 때’다. 처음 그곳에 온 친구를 마땅히 데려가거나 보여줄 게 없다면 노잼 도시다. 흔히 거론되는 ‘3대 노잼 도시’가 있다. 1위는 대전, 2위가 울산이고, 3위가 청주다. ..

풍류, 술, 멋 2021.09.02

'평창~정선' 오지 한바퀴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무너진 일상과 헝클어진 생계. 고립감과 우울. 마스크를 벗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은 진작 실낱같아졌습니다. 지난여름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휴가는커녕 잠깐의 외출도 쉽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다녀오는 때늦은 휴가여행을 생각하며 대면의 우려 없는 ‘오지로 떠나는 여행코스’를 물색해봤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와 절정의 시기를 비낀 적막한 곳들을 ‘점’이 아닌 ‘선’으로 이어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폭염의 시기는 이미 지나 계곡 물에 몸을 담글 수는 없겠지만,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청량한 숲을 걷거나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위안을 얻을 수 ..

풍류, 술, 멋 2021.08.28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서천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서천군 장항읍 죽산리 매바위공원 앞 갯벌. 반짝이는 갯벌 한가운데로 잔돌이 깔린 길이 이어져 있다. 죽산리의 어민들은 바다가 멀리 물러나는 썰물 때는 경운기 뒤에 배를 싣고 이 길 끝까지 가서 바다에 배를 띄운다. 지위나 자격을 말할 때 쓰는 ‘타이틀’이란 말이 있지요. 왜, 챔피언이나 금메달 같은 타이틀 말입니다. 타이틀을 부여하고 나면 가치가 새삼 달라 보입니다. 타이틀을 받기 전과 후의 대접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지난달 말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됐습니다. 세계자연유산이 된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과 전북 고창, 전남 신안·보성·순천 등 다섯 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쳐있는 네 개의 갯벌입니다. 자연을 정..

풍류, 술, 멋 2021.08.22

'치유의 공간' 제주 숲

제주 한라산 중턱의 사라오름 전경. 분화구에 지난 장마 때의 빗물이 고여 산정호수를 이뤘다. 오름 너머로 구름이 피어오르는데, 산정호수 수면 위에 푸른 하늘과 구름이 거울처럼 찍혔다. # 제주가 지닌 매력의 절반은 숲 제주라면 자연스럽게 ‘바다’부터 떠올리지만, 제주 지분의 절반은 ‘숲’이다. 한라산 중산간의 짙고 깊은 숲이 주는 위안은, 투명한 청록색의 제주 바다 못지않다. 높은 습도 탓에 섬 전체가 찜통에 들어앉은 것처럼 달궈지는 제주의 여름이라면 더 그렇다.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그렇다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한여름 한라산 중산간의 대기가 얼마나 서늘한지, 숲의 자연이 얼마나 큰 위안을 선물하는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틀림없다. 요즘 같은 계절에 왕복 9시간이 넘게 걸리는 한라산 등..

풍류, 술, 멋 2021.08.16

전남 장흥 '정자 호핑투어'

전남 장흥의 탐진강 변에는 여덟 개의 누정(樓亭·누각과 정자)이 있다. 이름하여 ‘탐진강 변 8 정자’다.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 탐진강 지류 부산천 물길을 끼고 있는 사진 속의 정자 동백정이다. 정자는 물가의 봉긋한 언덕 위 동백나무숲과 솔숲 사이에 숨은 듯 있다. 시인 묵객들이 시문을 나누는 곳이기도 했고, 마을 사람들이 정자에서 대동계 집회를 하기도 했다. 동백정처럼 장흥의 정자는 주민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던 공유의 공간이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부산면 기동리 경호정 - 탐진강 수면이 거울처럼 펼쳐져 장동면 만년리 동백정 - 동백·소나무에 둘러싸여 별천지 장흥읍 송암리 사인정 - 생육신 김시습이 10년간 머물러 부산면 부춘리 부춘정 - 외지인에 허락된 목침과 선풍기 부산면 용반리 용호정 - 강가..

풍류, 술, 멋 2021.08.05

대구 북성로, 향촌동 '도시재생 여행'

북성로에서 가장 먼저 리노베이션된 카페 ‘삼덕상회’를 운영하는 천광호 화백이 스케치한 북성로 공구박물관 건물. 지금은 시간과공간연구소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일제때 대구 최대 번화가… 해방뒤 공구 거리로 흥청거린 곳 이제는 누추한 골목마다 비어버린 상가·값싼 선술집만 남아 2011년부터 활동가들이 스토리 있는 건물 골라 ‘시민 중심’투자 레트로 분위기 카페 시작으로 갤러리·편집숍 등으로 부활 꿈꿔 도시는 고유의 분위기와 존재 방식이 있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도시는 다 다르지요. 한 도시를 보는 시선으로는 다른 도시를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다른 도시를 해석하려 한다는 건, 실은 다른 도시가 아니라 그 도시에 견줘 제가 살던 도시를 되돌아보는 방법에 더 가까운 일입니다. 도시에 ..

풍류, 술, 멋 2021.08.05

[조용헌의 영지 순례]지리산 묘향암이 신선의 터인 이유

▲ 개운조사의 마지막 수도 터로 알려진 지리산 묘향암. 중년 남자의 로망이 있다. 할리 오토바이도 아니고, 오디오도 아니고, 세계여행도 아니고, 바다낚시도 아니고, 야생화 찍는 것도 아니다. 산 밑에 텃밭 있는 조그만 집 하나 지어 놓고 밥 먹고 나서 뒷산 오솔길 산책하며 사는 삶이다. 남자는 숲에 들어갔을 때 원초적 편안함을 느낀다. 여기서 원초적이라는 의미는 깊은 편안함, 만족감, 살롬을 뜻한다. 숲이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필자는 장성 축령산 편백숲 밑에다가 지어 놓은 황토집 글방에 많이 머무른다. 15평(50㎡) 넓이에 방 2개와 부엌 하나의 단순한 구조이다. 아침저녁으로 글방에서 나와 편백숲 사이로 걸어 다니면 편백나무에서 풍기는 피톤치드 냄새가 세포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다. 샤넬5 향수..

풍류, 술, 멋 2021.07.28

제천 월악산-금수산 '극한산행'

보덕암에서 출발한 산행객들이 암봉을 넘어 중봉으로 향하고 있다. 보덕암에서 하봉, 중봉을 거쳐 정상인 영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대부분 숨이 턱까지 차는 가파른 경사구간이라 월악산에서 가장 악명 높은 코스다. 폭염 속에서 이 코스를 오르다 보면 수행의 기분마저 든다. 맥이 탁 풀립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으로 끝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휴가를 목전에 두고 또다시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서고야 말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다녀오려던 여름휴가도 없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무리해서 떠난다 해도 노심초사 다녀오는 여행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무엇보다 곤란해진 건 휴가철을 앞두고서 여행지를 고르고, 권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말해서도, 여행을 충동질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극한으로..

풍류, 술, 멋 2021.07.22

가지 끝에 열매처럼 북한산 기운 뭉친 명당에 흰 부처가

[조용헌의 영지순례]가지 끝에 열매처럼 북한산 기운 뭉친 명당에 흰 부처가 ▲ 홍제천이 감고 도는 서울 서대문구 옥천암에는 높이 6m 통바위에 백불이 새겨져 있다. 풍수적 관점에서 서울의 환경을 평가하자면 A급이다. 산과 강물이 서울만큼 균형을 이루고 있는 대도시가 드물기 때문이다. 우선 물을 봐야 한다. 물이 있어야 도시에 수기(水氣)를 공급하고, 수기가 있어야만 대도시에 사는 수백만~수천만 명이 정서적인 윤기를 유지한다. 마치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건조함을 보강하기 위하여 가습기가 필요한 이치와 같다. 도시를 둘러싸거나 관통하는 큰 강물이 없으면 도시가 건조해진다. 특히 현대문명이 불의 화기를 에너지로 쓰는 문명이기 때문에 물의 보충이 절실하다. 중국의 베이징이 큰 강물이 없는 도시로 손꼽을 수 있다..

풍류, 술, 멋 2021.07.16

큰비 내린뒤 전남 화순

전남 화순의 소반바위산 아래 꼭꼭 숨어있는 마고할미 폭포. 장마철에 비가 내린 뒤에야 우레 같은 물소리와 함께 이런 웅장한 물줄기를 보여준다. 강원도나 지리산이 아니라 순한 지세의 남도 땅에 이런 폭포가 숨어있다는 게 뜻밖이다. 화순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이다. 화순·나주 경계에 마고할미 폭포, 장맛비로 수량 풍부해져 ‘운주사 와불 서면 천지개벽’전설… 불사바위서 보는 풍경‘압권’ 100t 넘는 고인돌 수십 기 사이로 차 타고 둘러보다 세계최대 규모 ‘핑매바위’ 위에 돌 던져 소원 비는 재미도 큰비가 쏟아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면모를 드러내는 근사한 경관이 전남 화순에 있다고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다니 지금 같은 장마철에 딱 맞는 여행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풍류, 술, 멋 2021.07.15

백신 접종률 50%대 '전남 신안'

전남 신안군 증도의 ‘소금밭 낙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태평염생식물원의 모습. 함초와 칠면초, 나문재를 비롯해 80여 종의 갯벌 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염생식물원을 끼고 국내 최대규모 염전인 태평염전이 있다. 증도는 무안 해제반도에서 연륙교와 연도교로 건너 지도, 사옥도, 송도를 딛고 차로 갈 수 있다. # 올여름, 왜 ‘신안(新安)’인가 코로나19가 주춤했을 때에도 섬 여행은 쉽지 않았다. 섬사람들의 경계심 때문이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나라마다 서둘러 국경을 닫은 걸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 하지만 섬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근 적은 없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작은 섬들 입장에서는 여행자의 방문이 이득이 될 게 없는 데도 말이다. 돌이켜 보면 꽃밭을 통째로 밀어버리고 여행자들을 밀어낸 ..

풍류, 술, 멋 2021.07.10

'신선의 쉼터' 동해 두타산협곡 마천루 전망대

두타산의 압도적인 바위 벼랑에다 앉힌 전망대가 아찔하다. 전망대가 있는 자리는 그동안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접근 불가의 공간이었다. 여기에 서면 발아래로 무릉계곡의 용추폭포와 쌍폭포가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보인다. 주위에 늘어선 거대한 바위들이 고층빌딩을 방불케 한다고 해서 전망대에는 ‘두타산협곡 마천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담아낼 수 없었던 물소리와 새소리 동해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로 이어지는 계곡이다. 호랑이가 건너뛰다 빠져 죽었다는 전설의 ‘호암소(虎岩沼)’(무릉계곡 입구 주차장 뒤쪽에 있다)에서 물길을 거슬러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계곡은 4㎞ 남짓 이어진다. 무릉계곡을 일러 흔히 ‘무릉계(界)’라고 한다. ‘시내 계(溪)’자가 아니라 ‘경계 계(界)’자를 쓰는 건 ‘무릉의 구역’..

풍류, 술, 멋 2021.07.02

대구 영주'관광 두레'

지역 주민이 의기투합해 만든 여행사 ‘더 휴앤’의 여행상품 ‘무덤덤투어’에 참가한 여행자들이 대구 불로동 고분군의 초지에 앉아 지등(紙燈)을 만들며 지는 해를 감상하고 있다. ‘무덤덤’이란 투어의 이름은 고분을 의미하는 ‘무덤’에다 ‘덤’을 더 얹어 보여준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관광두레’를 아시는지요. 관광두레는 주민공동체의 관광기업을 지원해 관광의 편익을 주민, 지역과 함께 나누자는 취지의 정부지원사업입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이 사업이 지금까지 발굴한 주민사업체가 자그마치 624개입니다. 지역의 명소와 내력을 거기 사는 주민만큼 잘 알 수 있을까요. 지역 주민들이 주민사업체를 꾸려 내놓은 여행상품은 특별합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좀 덜 다듬어지기도 했지만, 지역 주민이 이..

풍류, 술, 멋 2021.06.25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부산'

야경이 빼어난 부산 영도의 카페 ‘카린’ 5층 옥상 루프톱. 이곳에서는 부산항대교 너머 북항 일대와 중앙동 등 구도심은 물론이고 황령산과 장산, 오륙도까지 부산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도시는 욕망의 공간입니다. 크기와 높이로, 도시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팽창하는 도시와 날로 높아지는 마천루가 그걸 증명하지요. 욕망으로 구축된 도시의 화려한 공간은, 그 반대편의 가난하고 구차한 풍경과 대비를 이룹니다. 욕망은 화려하고 뜨거워 보이지만, 그 이면은 때로 황량하고 허망합니다. 화려한 여행과 누추한 일상과의 관계처럼 말입니다. 밤은 도시의 피로에 젖은 일상과 칙칙한 콘크리트 풍경을 어둠으로 쓱쓱 지워버립니다. 그렇게 어두워진 자리마다 휘황한 불빛이 켜지지요. 낮에는 복잡하고 무질서했던 도시가 마술처럼 ..

풍류, 술, 멋 2021.06.18

돌벼락에 매달린 하늘길...龍의 등을 올라타다

전북 순창 용궐산의 거대한 급경사 노출 암벽에다 쇠파이프를 박아 매달아 놓은 나무 덱. ‘용궐산 하늘길’이라 이름 붙인 덱 구간만 500여m가 넘는다. 이 길은 코로나19로 아직 정식 개장식은 하지 않았지만, 공사가 다 마무리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 용이 칭칭 감고 있는 산… 용궐산 전북 순창의 섬진강 변에는 용궐산이 있다. 용궐. ‘용 룡(龍)’ 자에 ‘대궐 궐(闕)’ 자를 쓴다. ‘용이 거처하는 산’이란 뜻이다. 본래 산의 이름은 ‘용의 뼈’를 뜻하는 용골산(龍骨山)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오랫동안 “산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왔다. “‘용의 뼈’에는 죽었다는 의미가 깃들어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주민들의 요구는 끈질겼다. 결국 정부는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2009년 4월 용골산의 이름을 용궐산..

풍류, 술, 멋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