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평창~정선' 오지 한바퀴

醉月 2021. 8. 28. 08:13

강원 정선의 백석봉과 상원산 사이로 이어지는 항골계곡. 초록 이끼로 가득한 이 계곡에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50년 전쯤 베어낸 나무를 실어내던 산판 트럭이 오가던 옛길을 나무 덱과 푹신한 숲길로 다듬어낸 길이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무너진 일상과 헝클어진 생계. 고립감과 우울. 마스크를 벗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은 진작 실낱같아졌습니다. 지난여름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휴가는커녕 잠깐의 외출도 쉽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다녀오는 때늦은 휴가여행을 생각하며 대면의 우려 없는 ‘오지로 떠나는 여행코스’를 물색해봤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와 절정의 시기를 비낀 적막한 곳들을 ‘점’이 아닌 ‘선’으로 이어 코스를 만들었습니다. 폭염의 시기는 이미 지나 계곡 물에 몸을 담글 수는 없겠지만,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청량한 숲을 걷거나 계곡 물에 발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인적 드문 거친 길 끝에 목적지가 있어서 이번 여행은 난도가 좀 있습니다. 모험심이 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와도 좋겠지만, 선으로 이은 코스 대신 점으로 찍은 목적지를 골라 다녀와도 좋겠습니다. 방역수칙과 거리두기를 잘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다녀오시길….

지도를 펴놓고 전체 코스를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목적지는 강원 중부. 평창과 정선 일대다. 여행의 출발점이자 종착지는 영동고속도로 진부IC. 여정은 진부IC에서 시작해 진부IC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먼저 지도 위에 가야 할 길을 선으로 긋는다. 진부IC에서 59번 국도에 올라타서 정선 쪽으로 가면 조양강을 끼고 이어지는 42번 국도와 T자로 만난다. 거기서 좌회전, 그러니까 42번 국도로 강물을 거슬러서 아우라지 쪽으로 간다.

아우라지에서 이번에는 국도를 버리고 북쪽 자개골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발왕산과 박지산 사이의 협곡을 끼고 이어지는 이 길 위에는 도로 번호가 없다. 그 길로 봉산리를 지나 신기리까지 가면 다시 59번 국도를 만나서 진부IC에 닿는다. 진부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듯 둥글게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렇게 글로 써서 백번 읽는 것보다는 지도를 한번 보는 게 이해가 훨씬 더 빠르다. 다음 그려 넣은 지도를 참조하자.

지도 위에 고리처럼 그려진 코스를 따라가면서 들고 날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이야기의 순서는 길의 순서가 아니라 ‘좋은 곳’부터다. 그러니 지도 위에 마음에 드는 곳을 점으로 찍고, 그 점을 선으로 이으면 자기만의 여행코스가 된다. 지도 위에 그린 길은 둥근 주머니 형상이다. 길이 감싸고 있는 주머니 안에 만만찮은 산들이 솟아 있다. 박지산, 두루봉, 갈미봉, 백석봉, 상원산, 옥갑산…. 산깨나 타봤다는 이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지만, 해발 1200m 남짓의 고산 준봉들이다.

그 고산 준봉의 한가운데로 비밀 같은 계곡이 있다. 거기가 바로 이번 코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항골계곡’이다. 항골계곡은 백석봉과 상원산 사이의 계곡이다. 심산유곡의 계곡 물이 어찌나 찬지 ‘찰 한(寒)’ 자를 써서 한골이라 했다는 얘기도 있고, 한길이나 한가위처럼 크고 넓다는 뜻의 우리말을 써서 한골이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한골이 자음동화로 항골이 됐고, 그걸 한자로 옮기면서 ‘목 항(項)’ 자를 썼다. 아무튼 항골계곡은 계곡 입구에 외딴 산촌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자그마한 유원지가 있는, 조용한 계곡이다.


# 북적이던 탄광마을이 오지 산촌으로

항골계곡이 있는 정선 북평면 북평리는 궁벽한 오지의 외딴 마을이지만, 1980년대 초반 탄광이 들어서면서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온통 북적였던 곳이다. 대한석탄공사 나전광업소 직원만 1000명이 넘었다. 직원들이 데리고 온 식솔과 탄광을 보고 들어온 장사치까지 보태져 북평리에서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북평면 인구가 한때 8000명까지 늘었다고 했다. 지금 북평리는 뚝 떨어진 산자락 아래 한적하기 이를 데 없는 산촌 마을이어서, 듣고도 믿기지 않는 얘기다.

탄광이 들어서면서 함께 갑자기 밀려들었던 사람들은 10여 년 만인 1992년나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지금 북평면 인구는 2500명 남짓. 탄광이 번성하던 40년 전의 고작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탄광이 문을 닫고 30년 동안은 북평리와 항골계곡이 오지로 되돌아가는 시간이었다.

항골계곡이 상원산(1422m)을 끼고 이어진다. 상원산은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등산코스가 워낙 길고 험한 탓인지 드나드는 이들이 거의 없어 알려지지 않았지만, 빼어난 경관과 잘 보전된 자연 자원으로 한때 도립공원 지정이 유력하게 검토되기도 했다.

상원산 아래 항골계곡에 지금 ‘걷는 길’이 놓이고 있다. 전체 코스에서 항골계곡을 첫 번째로 추천하는 이유다. 온통 이끼와 원시림으로 뒤덮인 오솔길. 그리고 군데군데 물길에 딱 붙여 짓는 나무 덱. 항골계곡에는 이 두 길을 바느질하듯 이어붙인 운치 있는 계곡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길은 탄광이 들어서기 한참 전에 베어낸 나무를 실어내는 산판(山板)길이었다. 50여 년 전 미군용 트럭 ‘지에무씨(GMC)’가 산판 작업으로 베어낸 목재를 가득 싣고는 헐떡거리며 계곡을 오갔다. 계곡 길은 유순해서 언젠가 소를 훔친 도둑이 이 계곡을 따라 소를 끌고 평창의 진부장으로 가다 붙잡힌 적도 있었다고 했다.


상원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옥갑산 벼랑에서 정선 여량면 일대를 굽어보고 있는 절집 상옥갑사.



# 산판, 아버지 그리고 고등어구이

항골계곡에서 마음에 박혔던 이야기가 있다. 계곡 초입의 매점에서 만난 김진표(56) 북평면 번영회 부회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김 부회장의 아버지가 상원산에서 산판 일을 했는데, 그가 열한 살 때, 그러니까 자그마치 45년 전에 어머니 심부름으로 민방위 훈련 통지서를 아버지에게 가져다주러 혼자 이 계곡을 끼고 상원산에 올랐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계곡을 따라 걸으며 돌을 들춰 가재도 잡아가면서 하루 종일 걸어 산판 현장까지 갔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 깊은 산중까지 혼자 찾아온 아들이 얼마나 기특했을까. 끼니도 잇기 어려웠던 시절, 아버지는 아들에게 고등어를 구워줬다. 산촌 마을에서 쉽게 맛볼 수 없었던 고등어구이. 게다가 온종일 굶었으니 오죽 맛있었을까. 그는 어둑해진 산길을 걸어 내려오며 무섬증을 잊으려 노래를 부르면서도 내내 천상의 맛 같았던 고등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항골계곡은 원시림의 숲이다. 온통 촉촉한 습기를 머금고 있는 초록의 세상. 계곡의 바위마다 진초록 이끼로 가득하고, 길섶에는 양치식물이 꽉 차 있다. 항골계곡의 길이 다른 계곡의 숲길과 다른 건,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산판 트럭이 드나들던 자취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계곡길이 바위와 거친 길을 타고 넘어야 하는데, 여기 항골계곡길은 스펀지처럼 푹신한 흙길을 디디며 걸을 수 있는 이유다.

전체 길이가 5.4㎞ 남짓인 항골계곡의 3.4㎞ 구간에 걷는 길이 놓인다. 1차로 2㎞ 구간을 다듬고 있는 중인데 지금 절반 정도 완성됐다. 9월 말쯤 개통 예정이지만, 지금도 드나들 수 있다. 여유 있게 걷는다면 왕복 1시간 30분 남짓.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면 맑은 계곡 물에다 발을 담그고 반나절쯤 쉬어갈 수도 있다.


# 길 위에서 계곡의 풍경화를 감상하다

이번에는 길 위에서 잠깐 멈춰서 그림 감상하듯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진부IC에서 정선 쪽으로 이어지는 59번 국도변에 심산계곡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두 곳 있다. 한 곳이 ‘막동교’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삼단폭포이고, 또 한 곳이 가리왕산 등산로 입구인 장구목이골이다.

막동계곡 삼단폭포는 숲과 물과 폭포가 어우러져 마치 이상향의 풍경을 통속적으로 조합한 ‘이발소 그림’이 떠오를 정도로 폭포와 주변 경관이 훌륭하다. 게다가 계곡의 삼단폭포를 내려다보는 막동교는 폭포를 바라보는 가장 좋은 자리에 있어 전망대 역할까지 훌륭하게 해낸다.

59번 국도 위에는 가리왕산의 여러 등산로 중 하나인 장구목이골의 들머리가 있다. 장구목이골은 하늘을 찌를 듯한 낙엽송 아래로 낮은 폭포와 작은 소가 이어지는 계곡이다. 마치 일부러 만들고 가꾼 정원처럼 아기자기해서 계곡 안쪽의 풍경만 보면 그야말로 ‘별유천지(別有天地)’다. 계곡은 시원함을 넘어 한기마저 느껴진다. 여름의 절정이 지나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수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 장구목이골은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한여름에도 몸을 담그기 어려웠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막동교와 장구목이골을 지나서 59번 국도를 따라 정선 쪽으로 더 가다 보면 오대천을 건너는 다리 ‘단임교’가 나온다. 단임교를 건너면 대한민국에서 한때 ‘마지막으로 남은 오지’라 불렸던,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오지 중의 오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마을 숙암리가 있다. ‘잘 숙(宿)’에 ‘바위 암(岩)’ 자를 쓴다. 평창과 정선을 오가던 길손이 이곳에 이르러 바위 위에서 자고 갔다고 해서 ‘잘 바위’란 이름을 얻었다.

단임교를 건너면 길은 T자로 갈라진다. 왼쪽은 단임골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벗밭으로 가는 길이다. ‘두 곳 중에서 어디가 더 외졌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똑같이 깊은 오지이지만, 마을의 형태는 전혀 다르다. 단임골의 마을은 계곡을 끼고 띄엄띄엄 독가촌을 이루고 있고, 벗밭은 산의 구릉 위에 집들이 올라앉은 형국이다.


# 단임골에 살던 그는 어디로 갔을까

▲ 사진 위는 초록 이끼와 양치식물로 가득한 항골계곡 길. 아래는 59번 국도변에 있는 정선 가리왕산 장구목이골 등산로 입구. 아기자기한 계곡이 일부러 가꾼 정원처럼 보인다.


먼저 단임골로 간다. 가을이면 단풍으로 숲이 붉게 물든다고 해서 ‘단임(丹林)’이다. 오대천의 물길에 합류하는 단임골 초입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땅 이름’이 붙여진 곳이 있다. 물을 끼고 있는 계곡 건너편 바위에 붙여진 이름이 13자다. ‘안도리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 지명의 뜻을 풀어보자. ‘(바위를) 안고 돈다’ 해서 안도리고, ‘(바위를) 지고 돈다’ 해서 지돌이다. 그러니 ‘안도리지돌이’란 주름치마 같은 가파른 바위를 붙잡아 안기도 하고 지기도 하며 물길을 건너갔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이어지는 ‘다래미’는 이곳 사투리로 다람쥐고, ‘한숨바우’는 말 그대로 한숨 쉬는 바위라는 뜻. 날랜 다람쥐마저 한숨을 쉴 정도라면 얼마나 위험천만한 길이었다는 뜻일까.

지금은 계곡 옆으로 포장도로가 놓여 있다. 바위를 안고 아슬아슬 걸어 드나들던 그 시절에다 대면 황공하다. 계곡을 따라 드문드문 들어선 집이 제법 많다. 조선 시대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는 기록이 여기저기 보이고,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이의 무덤인 호식총도 있었을 정도로 깊은 곳이었으니 대대로 이 땅을 지켜온 토박이는 드물고 대개 외지에서 들어온 이들이다. 도시에서의 삶을 버리고 이 깊은 곳까지 들어왔을 때는 사연 하나쯤이야 왜 없을까.

그중에서도 기억나는 게 지금은 떠나고 없는 귀순자 출신 리영광 씨다. 1967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철책을 넘어 탈북한 그의 탈북 동기는, 뜻밖에도 ‘세계 일주를 하려고’였다. 20년 전쯤 여름밤에 감자를 함께 구워 먹으며 그는 “열일곱에 가출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세계 일주를 한다며 압록강을 건너다 실패했다”고 했다. 그가 단임골로 들어온 건 서울 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가진 것 하나 없이 달랑 20㎏짜리 쌀 한 포대만 짊어지고 들어온 그는 텃밭을 가꾸고 벌을 치고 살았다. 결혼까지 해서 살던 그는 5년쯤 후 단임골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아는 이가 없다.

그가 살았던 100년도 더 됐다는 화전민 집은 이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떠났지만 단임골에는 그때보다 더 많은 이가 들어와서 살고 있다. 그처럼 홀연히 떠나지 못한다 해도, 또 세상을 등지고 살 만큼의 용기가 없다 해도, 단임골을 찾아가 그들의 자유로운 삶을 기웃거리는 것쯤이야 언제든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 모험처럼 간다…거칠고 가파른 길

벗밭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다. 깊은 산중의 해발 700m가 넘는 고지대에 집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다. 벗밭에는 구릉에다 배추며 고추, 콩 따위를 심어놓은 밭과 자그마한 사과 과수원이 있다. 전형적인 산촌마을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렇다 하게 볼 건 없지만 멀고 또 높은 벗밭의 마을에서는 세상에서 멀리 떠나 있다는 게 실감이 난다.

벗밭에서 내처 큰 고개를 하나 더 넘어가면 상원산 항골계곡의 최상류다.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항골계곡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여기 벗밭을 지나 가파르고 거친 길을 넘어가니 뜻밖에도 항골계곡의 최상류가 나왔다. 계곡 들머리에서는 멀고 먼 숲길 끝이지만, 반대편에서 산을 넘어 계곡 최상류까지 길이 이어져 있는 셈이다.

항골계곡 최상류에는 두 가구가 산다. 밭농사도 제법 크다. 계곡 주변으로는 군데군데 벌목한 자취가 흉하게 남아 있었다. 계곡이 워낙 깊어 그 끝에서는 신선이라도 나옴 직한 선경이 있을 것 같았는데, 기대와는 영 달랐다. 길이가 5.4㎞에 이르는 항골계곡의 3.4㎞ 구간에만 길을 놓기로 한 게 이해가 됐다. 항골계곡의 걷기 길은 계곡을 따라 3.4㎞를 이어지다가 갈미봉이나 상원산을 오르는 등산로와 이어지게 된다. 항골계곡은 가을이면 잎이 붉게 물드는 쪽동백나무가 유독 많고, 갈미봉이나 상원산도 가을 단풍이 좋다. 지금 서둘지 말고 항골계곡에 9월 말쯤 길이 다 놓이고 난 뒤 가을 단풍을 보러 가도 좋겠다.

점으로 찍어 소개하는 장소는 접근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지만, 선으로 그은 코스 중에서는 난코스가 좀 있다. 특히 정선의 자개골 휴양지에서 봉산리를 거쳐 신기리로 이어지는 길은 절대 만만히 봐서는 안 되는 길이다. 이 구간은 일단, 승용차는 어렵다. 비포장길이 거칠기도 하지만, 나뭇가지들이 차체를 북북 긁기도 한다. SUV 차량에다 운전 실력과 남다른 모험심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길이다. 길이 좁고 외졌지만, 같은 이유로 사람들의 손을 덜 타서 주변의 경관은 빼어나다. 특히 거친 비포장 구간에서는 마주치는 차가 한 대도 없다. 그만큼 오롯이 혼자 주변의 자연을 독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상원산과 능선으로 이어진 옥갑산 벼랑에 위태롭게 매달아 놓은 절집 상옥갑사 얘기가 남았는데, 거기까지 차로 갈 수 있기는 하지만 가는 길이 어찌나 아슬아슬하던지…. 고심 끝에 상옥갑사 가는 길은 소개하지 않기로 한다.


■ 다람쥐도 여기서 한숨 쉬다

정선 여량면 구절리에도 ‘다래미한숨바우’란 지명이 있다. 인공폭포인 오장폭포 뒤쪽 절골입구에 우뚝 솟은 가파른 바위를 부르는 이름인데, 바위가 어찌나 가파르고 험한지 다람쥐도 매달려 가다가 한숨을 쉴 정도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 바위 정상에는 송이버섯이 자라 가을이면 청년들이 앞다퉈 이 바위에 오르려 했다는데, 힘이 세고 담력이 있는 몇몇만 바위 정상까지 오르고 대부분 정상 바로 아래서 한숨만 쉬고 도로 내려왔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