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에는 ‘나주곰탕’이 있다. 맑은 고깃국물에다 토렴한 밥을 말아 뜨끈하게 낸다. 맛도 맛이지만, 숭덩숭덩 썰어 푸짐하게 넣은 고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만족감이 으뜸이다. 곰탕보다 더 이름난 것이 ‘영산포 홍어’다. 홍어 전문식당이 늘어선 나주 영산포 홍어 거리는, 쿰쿰하면서 알싸한 ‘삭은 홍어’ 맛의 표준을 정해주는 기준점 같은 곳이다. 상다리가 휠 듯 차려 내는 해남 한정식의 진하고 깊은 맛도 어찌 빠질 수 있을까. 바다가 차가워지면서 갓 건져 올린 탱글탱글한 완도 전복은 그냥 썰어내도, 불에 구워내도, 죽을 끓여도 최고의 맛을 낸다. 나주에서 해남으로, 그리고 완도로…. 13번 국도를 타고 남행하면서 남도에서 맛으로는 빠지지 않는 고장을 차례로 들렀다. 여행의 동선을 음식이 결정하는 때가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