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1480

13번 국도타고... 남녘에서 찾은 "달달한 쉼표"

전남 나주에는 ‘나주곰탕’이 있다. 맑은 고깃국물에다 토렴한 밥을 말아 뜨끈하게 낸다. 맛도 맛이지만, 숭덩숭덩 썰어 푸짐하게 넣은 고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만족감이 으뜸이다. 곰탕보다 더 이름난 것이 ‘영산포 홍어’다. 홍어 전문식당이 늘어선 나주 영산포 홍어 거리는, 쿰쿰하면서 알싸한 ‘삭은 홍어’ 맛의 표준을 정해주는 기준점 같은 곳이다. 상다리가 휠 듯 차려 내는 해남 한정식의 진하고 깊은 맛도 어찌 빠질 수 있을까. 바다가 차가워지면서 갓 건져 올린 탱글탱글한 완도 전복은 그냥 썰어내도, 불에 구워내도, 죽을 끓여도 최고의 맛을 낸다. 나주에서 해남으로, 그리고 완도로…. 13번 국도를 타고 남행하면서 남도에서 맛으로는 빠지지 않는 고장을 차례로 들렀다. 여행의 동선을 음식이 결정하는 때가 많..

풍류, 술, 멋 2020.12.09

[조용헌의 영지 순례]2000년 전 인도 진신사리가 신라로 온 까닭

[조용헌의 영지 순례]2000년 전 인도 진신사리가 신라로 온 까닭 ▲ 아도화상 전래 사리를 지니고 있는 단양 방곡사(왼쪽)의 묘허스님. photo 조용헌 이 세상에 채담가(採談家)라는 직업도 있다. 이야기를 채취해서 먹고사는 직업이다. 채취는 꼭 석탄이나 광물질만 하는 게 아니다. 땅만 파야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의 이야기야말로 채굴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인간의 머리와 입, 그리고 심장이야말로 채담의 대상이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의연(義然·60)스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사리(舍利) 이야기다. 고승이 죽어서 장작불에 화장을 하면 뼈가 타고 남는 게 사리이다. 쌀알 크기만 한 것도 있고 콩만 한 크기도 있다. 수정처럼 맑은 사리도 있고 그보다 탁한 사리도 있다. 죽은 고승의 어느 신체 부위..

풍류, 술, 멋 2020.12.09

다채로운 표정 지닌 한탄강변 포천

‘비둘기낭폭포와 멍우리협곡’ 한탄강 최고의 지질명소 현무암협곡 아래 걸린 장엄한 폭포, 영화 촬영지로 각광 숲길·출렁다리·청보리 강변… ‘벼루길’ 구간이 대표코스 금주산 좁은 협곡에 숨은 ‘금룡사’엔 18m 높이 미륵불 거대한 바위에 수백개 불상 들어앉은 모습도 ‘장관’ 조선3대 명승지 손꼽힌 정자 ‘금수정’, 물길과 어우러져 #화산이 만든 돌은 어디 쓰였을까. ‘한숨을 쉬며 탄식한다’는 뜻의 ‘한탄’과는 전혀 관계없다. 크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한’에 ‘여울 탄(灘)’의 ‘한탄’인데, 굳이 ‘한나라 한(漢)’을 붙여 ‘한탄강(漢灘江)’으로 쓴다. 즉 ‘큰 여울의 강’이란 뜻이다. 지질과 용암이 만든 강(江). 경기 포천과 연천, 강원 철원 땅을 지나는 한탄강은 수십만 년의 세월 동안 불과 물이 깎은 현..

풍류, 술, 멋 2020.12.03

[조용헌의 영지 순례]복과 지혜 양손에 쥔 천관보살이 머무르는 장흥 천관사

[조용헌의 영지 순례]복과 지혜 양손에 쥔 천관보살이 머무르는 장흥 천관사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 천관산은 천관보살이 머리에 쓰고 있는 관의 모습과 흡사하다. photo 조용헌 가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 못 가본 산이 있다. 인도의 아루나찰라산이다. 높이는 대략 700m급.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지만 이 산에서 금세기 최고의 성자라고 일컬어지는 라마나 마하르쉬(Ramana Maharshi·1897~1950)가 평생 떠나지 않고 살았다. 라마나 마하르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저서로 유명하다. 필자도 20대에 가장 탐독했던 책이 마하르쉬의 이 책이었다. 마하르쉬는 아루나찰라산에서 300여㎞ 떨어진지역에 살다가 17세 때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특별히 도를 닦지 않고 일상생활을 했지만 ‘진아는 죽지 않고 영원..

풍류, 술, 멋 2020.11.25

가을 천년고도의 낯선 명소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억새 능선. 20여 년 전까지 있던 목장이 문을 닫고 난 뒤에 초지는 자연스럽게 거대한 억새평원이 됐다. 부드럽게 휘어진 길이 운치를 더한다. 운곡서원 뒤뜰 400세 은행나무 “거 참, 잘 생겼네” 동양그룹 목장 부지였던 무장봉 폐쇄후 몇년만에 억새로 뒤덮여 은행나무 정면에 운곡산방 찻집 잎 떨군 노란 마당도 운치있을듯 구미산 아래 용담정 단풍 일품 계곡·폭포·돌다리와 어우러져 경주의 계절은 ‘봄’입니다. 봄이면 대릉원에 유채꽃이, 보문정에 벚꽃이, 불국사에는 목련이 구름처럼 피어납니다. 봄꽃으로 뒤덮인 경주 어디서든 화려한 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주의 가을은? 그 해답을 찾으러 나선 여정이었습니다. 유적이 즐비한 경주는 딱히 계절을 가릴 게 없는 여행지..

풍류, 술, 멋 2020.11.19

옥천 대청호 위로를 주는 경치

대청호 낀 수생식물학습원 유럽 古城 보는 듯 이국적 다섯 채 건축물 곳곳 잘 가꿔진 정원… 클래식 음악 흘러 “바람보다 앞서 걷지 마세요” 글귀에 마음 차분 카페 테라스·성탑 건물 오르면 호수 전경 한눈에 추소리 부소담악 700m ‘바위병풍’ 그림같은 경관 물에 잠긴 긴 능선 제대로 보려면 건너편 ‘미르정원’이 명당 운해 명소 용암사 운무대 오르면 한폭의 수묵화 보는 듯 늦가을 해질 무렵 구름바다 만날 수 있어 # 대청호에서 엘베강을 떠올리다 ‘수생식물학습원’. 이거야말로 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이건 어떤가. ‘천상의 정원’. 학습원보다야 낫지만, 이것도 어쩐지 판에 박은 듯한, 영혼 없어 보이는 이름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겠지만, 수생식물학습원과 천상의 ..

풍류, 술, 멋 2020.11.13

[조용헌의 영지 순례]합격기도발의 명소… 문필봉 포진한 남덕유산 영각사

[조용헌의 영지 순례] 합격기도발의 명소… 문필봉 포진한 남덕유산 영각사 ▲ 남덕유산 영각사 화엄전 바로 뒤에 붓끝에 먹물을 찍은 듯한 문필봉이 버티고 있다. photo 조용헌 남덕유산 자락에 있는 영각사(靈覺寺). 영각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리학, 그중에서도 풍수지리까지를 포함한 인문지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영각사는 경남 함양군 서상면이 행정구역이다. 덕유산이 남쪽으로 내려와 뭉친 봉우리가 남덕유산이고 함양은 이 남덕유산이 배산(背山)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함양의 뒷산이 남덕유산이고 앞산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의 북쪽인 마천 쪽의 봉우리들은 함양에서 보자면 남쪽에 포진하고 있는 안산(案山)이자 조산(朝山)이다. 안산은 무엇이고, 조산은 무엇인가? 안산은 바로 코앞에 밥상처럼 놓여 있는 산을 가리..

풍류, 술, 멋 2020.11.12

새롭게 열린 "남파랑길"로의 초대

부산 오륙도서 해남 토말탑까지…하루 1코스씩 석달 걸려 대도시 도로, 갯벌과 논둑길 등 평범한 삶을 가로지르기도 미황사 출발 ‘달마고도길’… 도솔암서 본 경관이 하이라이트 해파랑·서해랑·평화의길 모두 이으면 ‘코리아 둘레길’ 완성 한반도 전체를 한 바퀴 도는 걷기 코스인 ‘코리아 둘레길’이 있습니다. ‘만들어진’ 길은 아니고, ‘아직 만들고 있는’ 길입니다. 다 만들고 나면 동·서·남해안과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을 걷는 총연장 4500㎞의 걷기 길이 완성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10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5.7배. 매일 20㎞씩 하루 대여섯 시간을 걷는다 해도 완주(完走)에 7개월 보름이 소요되는 길입니다. 코리아 둘레길의 남해안 구간인 ‘남파랑길’이 지난달 31일 개통됐습니다. 지..

풍류, 술, 멋 2020.11.06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원주"

56년 전인 196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800년 수령에 걸맞은 거대한 몸집에다 풍성한 가지와 수형의 균형과 비례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잎에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 있던 지난 주말의 모습인데, 이번 주말 무렵이면 이파리가 온통 노랗게 물들 것으로 보인다. 구룡사 무인찻집에 앉으면 단풍이 한눈에 30년간 막혔던 ‘치악 4경’성황림, 토요일마다 다시 열려 운곡 솔바람 숲길, 한시간 남짓 ‘편안한 탐방’ 출렁다리 유명한 소금산, 내년엔 미디어파사드 들어서 수도권과 지방을 가르는 경계선 위의 도시. 강원 원주 얘기입니다. 적잖은 여행자원이 있습니다만, 원주는 그동안 여행자들로부터 눈길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전적으로 위치 탓이 큽니다. 원주는 심리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접경’..

풍류, 술, 멋 2020.10.29

[조용헌의 영지 순례]땅에도 맛집이 있다! 호남의 불교성지 ‘백양사 운문암’

[조용헌의 영지 순례]땅에도 맛집이 있다! 호남의 불교성지 ‘백양사 운문암’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머리를 깎고 불교의 승려가 되면 뭐가 좋을까? 전국 명산의 기운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한철 또는 몇 년씩 살아 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도를 깨치면 좋지만 못 깨치더라도 한세상 태어나 명산의 명당에서 살고 간다는 것은 남는 장사 아닌가. 산마다 암자마다 다 기운이 다르다. 풍광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그 터에서 올라오는 땅 기운이 다르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비유하자면 비타민 같은 터가 있고, 단백질이 올라오는 터가 있고, 어떤 터는 칼슘에 해당한다. 칼슘이 부족할 때가 있다. 이런 때는 칼슘이 많은 터에 가서 몇 년 살다 보면 보충이 된다. 타이밍마다 부족한 기운이 다를 수 있다. 공부의 ..

풍류, 술, 멋 2020.10.29

설악산&오대산 절정의 단풍

설악산 천불동 계곡, 기암괴석과 장관… 오대산 구불구불 진고개·선재길 눈부셔 장태산 수직으로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 이국적… 천연기념물된 문수사 단풍 가평~화천 75번 국도 드라이브 … 가을 소풍 제격인 에버랜드 포레스트 캠프 늘 제철보다 이르게 여행지를 다녀와야 했습니다. 단풍 구경도, 봄꽃 구경도 그랬습니다. 취재 시기와 보도 시점의 차이 때문입니다. 가을 단풍과 봄꽃 개화의 절정은 늘 독자에게 양보해야 했습니다. 이제 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나 봄꽃이 피기 시작한 시점에 다녀와서 기사를 써야, 독자들이 그걸 보고 절정의 단풍과 만개한 봄꽃을 보고 올 수 있으니까요. ▲ 설악산에서 단풍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 천불동 계곡. 폭포가 쏟아져 다섯 개의 못을 이루는 천불동 경관의 정점인 오련폭포 일대..

풍류, 술, 멋 2020.10.23

미답의 절경 "변산"

전북 부안의 선계폭포. 비 온 뒤에만 쏟아지는 폭포다. 비가 넉넉히 내리고 나면 이틀쯤, 큰비가 오면 사나흘이 넘게 60m 높이의 폭포가 암봉에 내걸린다. 선계폭포 바위 위쪽에 변산 4대 사찰 중의 하나였다는 선계사 절터가 있는데, 절터의 분지에 고인 빗물이 쏟아져 폭포의 물줄기를 이룬다.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부안 채석강 입구에 세워진 매창 동상. 매창은 조선 중기 부안의 기생이자 문인으로, 허균과의 드라마틱한 로맨스로 널리 알려졌다. 낙조 명소 솔섬… 울금바위의 동굴… 발길마다 ‘숨은 보물 찾기’ ‘첩첩산중’ 내변산, 채석강 접한 외변산보다 더 아름다워 남여치~월명암~내소사 ‘변산8경’ 중 3경 만나 직소천공원 건너편 깊숙이 자리잡은 50m 벼락폭포 비 오는 날에만 모습 드러내는 귀한 절경 대불사 ..

풍류, 술, 멋 2020.10.16

[조용헌의 영지 순례]당취 총대장 서산대사 키운 지리산 요새의 수수께끼

[조용헌의 영지 순례]당취 총대장 서산대사 키운 지리산 요새의 수수께끼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서산대사가 조선조 승려들의 비밀결사 조직이었던 당취(黨聚)들의 총대장이었다고 한다면 수수께끼가 풀린다. 그 수수께끼는 임진왜란이다. 왜 승려들이 전쟁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임진왜란의 주요 전투에서는 승군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사명대사가 대표적이고, 금산전투에서 중봉 조헌과 함께 실질적인 전투에 앞장섰던 부대도 계룡산 갑사의 영규대사가 이끌었던 승군이다. 복부에 일본군의 조총을 맞고 창자가 배 밖으로 튀어나온 영규대사가 금산전투 이후 아랫배를 손으로 움켜쥐고 계룡산 갑사까지 걸어왔다는 이야기가 계룡산에 구전으로 전해진다. 행주대첩에서도 총지휘는 권율이 했지만 왜군들이 공격해 오는 정면 ..

풍류, 술, 멋 2020.10.14

[조용헌의 영지 순례]지리산 빗점골 나무집에서 25년 째 수행중인 스님

[조용헌의 영지 순례]지리산 빗점골 나무집에서 25년 째 수행중인 스님 ▲ 서산대사가 놀던 지리산 의신사 인근 빗점골의 토굴 같은 집에 도현스님(오른쪽)이 25년째 수행하고 있다. 난야(蘭若)는 조그만 토굴을 의미한다. 격식을 갖춘 사찰이 아니고 독신 수행자가 비와 추위를 가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만 갖춘 조용한 수행터를 가리킨다. 연암난야는 의신(義信)마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있다. 난야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 근방의 역사적·불교사적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역사와 맥락을 알아야만 숨어 있던 의미가 비로소 드러난다. 경남 하동의 화개장터에서 지리산 계곡을 따라 대략 12㎞쯤 올라가면 의신마을이 나타난다. 지리산의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신마을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벽소령이 나타나고 ..

풍류, 술, 멋 2020.09.23

[조용헌의 영지 순례]문선명이 통일교 세계 본부를 가평 장락산 자락에 둔 이유

[조용헌의 영지 순례 문선명이 통일교 세계 본부를 가평 장락산 자락에 둔 이유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는 장락산 자락에는 통일교 세계본부가 들어서 있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해서 10끼 정도 먹다 보면 질리게 되어 있다. 글쓰는 대상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메뉴를 바꾸어야 한다. 불교 사찰만 계속해서 쓰니까 약간 질린다는 느낌이 왔다. 한국의 영지는 불교가 독점하고 있단 말인가? 사찰 말고 다른 데는 영지가 없는가? 어찌 없겠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찾아본 산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홍천군 경계에 걸쳐 있는 장락산과 보리산이다. 먼저 장락산을 보자. 우선 한자 지명을 ‘長樂山’으로 그동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락산 북쪽 자락..

풍류, 술, 멋 2020.09.15

호젓한 동해 "양양"

구릉에 자리잡은 ‘팜 일레븐’ 풍광 즐기며 안식하기에 제격 진전사 초입 국보 ‘삼층석탑’ 기단·몸돌 사방으로 둘러가며 천인·불상 등 돋을새김 눈길 양양 코앞 ‘속초 상도문마을’ 정감 넘치는 돌담·민박 많아 쌍천 물줄기 낀 마을언덕 숲엔 솔향 가득 200년 된 소나무들 ‘속초 8경’ 학무정 정취도 물씬 ▲ 홍천에서 구룡령을 넘으면 양양 갈천리다. 갈천리에는 갈천약수가 있는데 약수터로 가는 1㎞가 채 안 되는 숲길이 이처럼 청량하다. 한때 속초를 일개 ‘리(里)’로 거느렸을 정도로 위세를 자랑하던 강원 양양(襄陽). 과거 강원도는 강양도, 혹은 양원도라고도 불렸습니다. 강양도는 강릉과 양양, 양원도는 양양과 원주의 첫 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었습니다. 두 이름 모두에서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양양은 강원지역의 ..

풍류, 술, 멋 2020.09.10

[조용헌의 영지 순례]명산에는 명인! 전국 도사들의 살롱이 된 곳

[조용헌의 영지 순례]명산에는 명인! 전국 도사들의 살롱이 된 곳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명산에는 명인이 있어야 한다. 산은 있는데 사람이 없으면 흰구름과 새소리뿐이다. 고단자는 흰구름과 새소리만 듣고 있어도 자족하면서 살 수 있지만, 중간치기는 사람이 있어야 그 명산의 기운이 전해지고 산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자연의 진리를 인간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는 인물이 중간에 있어야 한다. 신라시대에 자장율사, 보천과 효명 왕자가 오대산에 있었다면 근래에는 한암선사와 탄허대사가 있었다. 한암(漢岩·1876~1951)이 누구인가? 선사(禪師)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한암은 한국 불교계에 선사의 모델 인격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렇다면 어떤 인격이 모델 인격이란 말인가? 깔끔함이 아닐까 싶다. 처신에서 깔끔하다. 이걸 ..

풍류, 술, 멋 2020.08.29

五色매력 영종도

인천 영종도 북쪽의 작은 섬 모도의 배미꾸미조각공원 앞 해안에 설치된 조형물 ‘버들선생’. 굵은 철사를 붙여 버드나무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조형물 위로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지나가고 있다. 버드나무 형상 조형물의 높이는 3.2m. 바닷가에 서 있는 사람과의 거리 때문에 더 커 보인다. 구읍뱃터서 차 타고 바닷길로 월미도까지 저렴하게 이동 여객선 위에선 갈매기 구경도 손님 뚝 끊긴 섬의 새 호텔들 파격적인 가격에 숙박 가능 중심가·작은 섬 접근성 뛰어나 코로나 때문에 한가한 해변 이국적 분위기 속 낙조 감상도 해안가 탐방로 기암도 ‘압권’ 한시도 방심을 허락하지 않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록적인 장마로 여름 휴가여행의 타이밍을 놓친 이들에게 여기를 권하고 싶었습니다. 급속도로 ..

풍류, 술, 멋 2020.08.27

단양 나옹선사 석굴

충북 단양 황정산에 깃든 작은 암자 원통암 뒤편으로 이어진 오솔길 끝에 있는 ‘나옹선사 석굴’. 원통암을 창건한 고려말의 고승 나옹선사가 여기서 참선을 하고 불법을 닦았을 것이란 추정으로 나옹선사의 이름이 붙여졌다. 집채만 한 바위 아래 오목한 자리는, 한 눈에도 가부좌를 틀고 마음을 닦는 명당자리라는 게 느껴진다. 근육질 화강암 기기묘묘한 바위로 뭉친 황정산엔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나옹선사의 작은 암자 작은 오솔길 따라가면 사람 한둘 들어설 만한 석굴이… 생각없이 건너편 산자락 바라보며 지친 마음 힐링 50m 거대한 수직석벽으로 늠름한 단양팔경‘사인암’ 찾는 이 많지 않지만 도교 흔적 가득한 ‘운선구곡’에도 꼽혀 류성룡이 머물던‘수운정’· 병풍처럼 석벽 펼쳐진 ‘도광벽’ ‘신선이 사는 ..

풍류, 술, 멋 2020.08.20

[조용헌의 영지 순례]5만 불보살이 머무는 영지, 오대산의 재발견

[조용헌의 영지 순례]5만 불보살이 머무는 영지, 오대산의 재발견 ▲ 오대산 적멸보궁.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서 가져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photo 조용헌 나는 그동안 오대산파(五臺山派)는 잘 몰랐다. 오대산에 아는 도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알아야 그 산에 자주 가게 된다. ‘山不在高(산부재고) 有仙則名(유선즉명)’이라는 말도 있다. 산은 높다고 장땡이 아니고 그 산에 신선이 살고 있어야 명산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선은 나하고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해석하고 싶다. 나는 계룡산파 출신이다. 계룡산파의 특징은 주역과 사주팔자, 국운과 같은 미래 예측에 주특기가 있다. 근래 계룡산파가 배출한 최고의 인물은 김일부(金一夫·1826~1898) 선생이다. 이 양반이 ‘정역(正易..

풍류, 술, 멋 2020.08.14

경북 안동 서원여행

퇴계 위패 왼편 상석 놓고 서애·학봉 후손 논쟁 종지부 50억 들여 90칸 11동 건물로 단정하게 복원 이층누각 ‘양호루’에 오르면 안동호 절경이 발아래 쫙~ 수몰민 이주단지 ‘예끼마을’ 갤러리 모인 핫플레이스로 1970년대 풍경 간직한 골목마다 정감 어린 벽화도 안동소주 빚는 ‘맹개술도가’선 도수별로 석 잔 시음 캬~ 어쩌면 고리타분한 여행지라고 여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월의 이끼가 뒤덮인 고택과 그보다 더 오래된 가치를 소중하게 품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 경북 안동입니다. 안동에는 두 명문 가문과 학맥이 이어온 400여 년의 다툼과 그 갈등에 찍은 종지부의 징표로 지난해 복원된 ‘호계서원’이 있습니다. 두 가문 다툼의 시작부터 화해까지, 호계서원에서 수백 년에 걸친 이야기를 짚어보았습니다. 호계서..

풍류, 술, 멋 2020.08.14

전남 신안군 임자도

해운대의 8배 대광해수욕장… 우리나라서 가장 넓고 긴 백사장 고립·은거 … 섬이어서 특별한 풍경 올해가 마지막 한가로운 수영·모랫길 산책도 1일 3회 300명씩만 즐길 수 있어 승마공원서 2박 3일 교육 받으면 해변 승마도 가능 제철인 민어 살 달아… 그날 잡은 ‘당일바리’ 육지 맛과 비교 불가 어머리해변 ‘용난굴’ 꼭 들러야… 바위 찢고 뜯은 듯 동굴 기괴 여름 휴가까지 따라붙은 코로나19가, 푸른 바다와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까지 와서 기웃거립니다. 해수욕장까지도 예약해서 이용해야 하는 시대. 휴가에도 ‘거리 두기’가 의무라면, 이곳은 어떻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해수욕장이 있는 섬. 전남 신안의 임자도입니다. 360만㎡(108만9000평)나 되는 백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에는 섬 주민을 ..

풍류, 술, 멋 2020.08.08

[조용헌의 영지 순례]풍광도 수행

[조용헌의 영지 순례]풍광도 수행… 남양주 수종사에서 마음을 씻다 영지(靈地)란 어떤 곳인가. 근심과 분노 그리고 허무감을 달래주고 치유해 주는 특별한 땅이다. 근심, 분노, 허무감을 달래주기가 그리 쉽던가. 쉽지 않다. 이런 감정은 말처럼 쉽게 해결되는 감정이 아니다. 상당한 노력을 해야만 하고 어떤 때는 죽기 살기로 노력을 해야 한다. 걱정과 불안을 극복하고 일상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한 경지에 도달해야만 가능하다. 영지에서는 강력한 땅의 기운이 올라온다. 이 땅의 에너지로 걱정과 불안을 극복하는 수가 있다. 지모신(地母神)의 은총을 입는 경우이다. 아니면 그 터에 보이지 않게 잠재하고 있는 신령계(神靈界)의 도움을 받아 터널을 빠져나오는 수가 있다. 사업이 부도나서 죽으려고 ..

풍류, 술, 멋 2020.07.31

강원 동해시 두타산 비경

창검처럼 솟은 바위·아찔한 벼랑… 처음 만나는 ‘한국의 張家界’ V자로 파낸 듯한 무릉계곡 4㎞ 전국의 무릉 중 단연 경관 최고 호암소·관음폭포 등 명소 즐비 하늘 찌를듯한 금강송군락 마중 탐방코스 3시간 30분이면 OK 추암, 동해 대표 풍경중의 하나 비바람으로 파도 칠 때 더 장관 일출 기암 힘찬 기운까지 느껴져 중국 송나라 때 시인 도연명의 소설 ‘도화원기(桃花源記)’에는 ‘무릉도원(武陵桃源)’ 얘기가 나옵니다. 강에서 고기를 잡던 한 어부가 복숭아꽃을 따라가다 굴 안으로 들어가게 됐고 그곳에서 만났다는 지상낙원의 땅이지요. 동굴 밖으로 나온 뒤에는 다시 찾을 수 없었다는, 천국과도 같은 이상향의 땅. 전국의 명승 곳곳에 보이는 ‘무릉(武陵)’의 지명은 여기서 따온 것입니다. 수많은 ‘무릉’이란 이..

풍류, 술, 멋 2020.07.31

여름이라 더 짜릿하고 시원한 충주

충북 충주의 수안보온천에서 제천의 송계계곡으로 이어지는 충주호 남쪽의 호반 풍경. 호수로 이어지는 능선들이 마치 물을 마시는 악어떼 모양의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 일대를 ‘악어 섬’이라고 부른다. 수위가 적당히 낮아지고 악어의 등판이 초록색으로 빛나는 한여름이 악어 섬 풍경을 감상하는 적기다. 여름철 충주호 드라이브를 이쪽으로 권하는 이유다. 한여름에도 17도… 천연냉장고 같은 ‘활옥동굴’ 카페·식당부터 호수카약까지… 다양한 재미 가득 탕에 들어가면 사이다 같은 기포가 피부자극 청량감 가득한 ‘앙성온천욕’도 더위사냥에 제격 드라이브 마니아에겐 충주호 남쪽 36번 국도 추천 호수 안쪽으로 기어들어가는 듯한 ‘악어떼 지형’ 장관 차박·캠핑명소로 떠오르는 수주팔봉유원지 수안보의 소박한 예배당 ‘성봉 채플’도..

풍류, 술, 멋 2020.07.24

호젓한 휴가 경북 청송

경북 청송의 주왕산 절골 트레킹 코스. 기암의 석벽이 병풍처럼 일어선 협곡을 걷는 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절골계곡은 조금만 비가 내리면 계곡 길이 끊겨 출입이 통제됐지만 지난해 가을 물을 딛고 건너야 하는 곳에 징검다리를 설치해 웬만한 비에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번이 징검다리를 놓고 맞은 첫 장마다 차로 갈 수 있는 적요한 계곡… 숲그늘서 뒷짐지고 트레킹 찻길로 이어지는 노루용추계곡 너구마을 등산로 순한길 이어져 방호정·백석탄 등 지질명소도 주방천 반대쪽 절골계곡 따라 손 담그고 탁족 즐기는 코스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어 비 많이 오면 계곡 길 잠겼는데 시멘트 깔고 징검다리 만들어 올해부터 물 가득한 풍경 만나 본격 휴가 시즌을 앞두고서 밀집 여행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

풍류, 술, 멋 2020.07.17

[조용헌의 영지 순례]에너지 설설 끓는 경주 주사암에 가보니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주사암(朱砂庵)에 대한 전설이 기록되어 있다. “신라시대에 한 도인이 이곳에서 신중삼매(神衆三昧)를 얻고 스스로 말하기를 ‘적어도 궁녀가 아니면 내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귀신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듣고 궁녀를 훔쳐 새벽에 갔다가 저녁에 돌려보내곤 하였다. 궁녀가 두려워하여 임금에게 보고하였다. 임금은 궁녀가 가서 자는 곳에 붉은 암석에서 나온 물감인 주사(朱砂)로 표시하게 하고 군사를 풀어 그곳을 찾게 하였다. 오랜 수색 끝에 이곳에 도착하여 보니 붉은 주사의 흔적이 바위 문에 찍혀 있고 늙은 도인이 바위에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임금이 그의 요사스러운 행위를 미워하여 용맹한 군사 수천 명을 보내 죽이려고 하였으나, 그 도인이 마음을 고요히 하고 눈을 감은 채 한..

풍류, 술, 멋 2020.07.13

다산이 안내하는 강진 여행

‘고승 천책 → 다산’ 세월을 뛰어넘은 답사기 잡풀 헤치고 찾아낸 ‘백운동 정원’… 다산의 감동을 다시 느끼다 고려 高僧 천책이 남긴 ‘호산록’에 매료된 다산 매년 ‘용굴’로 소풍 다니다 유배 풀린 뒤 다시 폐허로 다산 연구자 정민 교수가 200년 만에 찾아내 백운동 원림 12景에 반해 시화집 ‘백운첩’ 남기자 기와 솟을대문 올리고 계곡 물길 끌어들여 복원 전남 강진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다산 정약용이 있습니다. 이른바 ‘남도답사 일번지’라는 이름값의 팔 할, 아니 구 할쯤은 다산의 몫일 겁니다. 그만큼 다산이 드리운 그늘이 깊고 넓은 것이지요. 강진을 여행하는 이들은 대개 다산초당부터 백련사, 사의재를 돌며 다산의 자취를 더듬습니다만, 과연 다산은 강진에서 어떤 곳을 가장 좋아했을까요. 유배 중이던 다산..

풍류, 술, 멋 2020.07.10

수국 가득한 경남 고성

지난달 25일 문을 연 경남 고성의 ‘그레이스 정원’. 짙고 깊은 숲에다 각양각색의 수국을 대표 식물로 조성한 근사한 정원이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정원 산책로에 파란 산수국 꽃이 만개했다. 산책로 한쪽에다 작은 연못과 수로를 조성해 걷는 내내 물소리가 따라오는 길이다. 경남 고성 일대의 수국꽃은 지금 개화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장마때 활짝 피는 ‘수국’ 올해 가장 뜨는 꽃 토질 따라 천차만별 색깔… 파스텔톤 원색에 ‘포토제닉’ ‘그레이스 정원’ 59만여㎡에 빛의 팔레트 펼쳐놓은듯 과장도 꾸밈도 없는 간결한 숲에서 위안 얻어 30년 가꾼 농원 ‘만화방초’엔 200여종 흐드러져 편백나무·계곡·작은 연못까지 다채로운 공간 존재만으로도 행복감을 전해 주는 것이 몇 가지나 될까요. 그중 하나가 ‘꽃’입니..

풍류, 술, 멋 2020.07.03

[조용헌의 영지 순례]정신세계로 들어가는 입구? 절벽위 암자, 산청 정취암

글·사진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인생은 대몽(大夢)이라! 이 대몽에서 누가 먼저 깨어난단 말인가. 제갈공명도 유비에게 불려가기 전 융중(隆中)에 있을 때 ‘대몽수선각(大夢誰先覺)’이라는 화두를 품고 살았던 도사였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까 공명은 유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서 수행을 그만두고 닭벼슬 같은 벼슬자리가 대단한 것이라고 여긴 것 같다. 소꿉장난 같은 벼슬자리를 벼슬이라고 맡아서 결국 사람 죽이는 전쟁만 하다가 병들어 죽었다. 공명은 대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금강경’에서는 인생이 꿈과 같다는 사실을 다시 인수분해하였다. 몽환포영(夢幻泡影)이라는 4가지 상징으로 설명한 것이다. 인생이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다. 인간은 평상시의 삶이 따지고 보면 대몽이지만 그 대몽 속에..

풍류, 술, 멋 202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