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1480

율곡이 반했던 ‘작은 금강산’…자연에서 세상 이치를 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오대산 소금강 1569 율곡 遊山길 단풍이 미처 내려오지 않은 오대산 소금강에 다녀왔습니다. 소금강 계곡의 차고 맑은 물길을 따라가는 숲길을 걸었습니다. 이 길을 450여 년 전에 율곡이 걸었습니다. 그때 소금강은 푸른 학이 산다고 해서 ‘청학산’이라 불렀다지요. 율곡이 탄성과 감회로 적은 청학산 산행기가 지금까지 전합니다. 옛 유학자들은 자연에서 삶의 도리나 세상의 이치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니 율곡의 문장을 따라 걷는 길은, 자연을 걷는 길이되 사유의 길이기도 합니다. 율곡의 뒤를 따라 수많은 선비가 소금강을 드나들었던 이유입니다. 소금강 탐방로 구간 중 구룡폭포까지 왕복 6.2㎞의 ‘1569 율곡 유산길’은 ‘길이 역사가 되고, 자연이 인문이 되는 길’입니다. 강릉 = 글·사..

풍류, 술, 멋 2022.10.14

도쿄 한복판서 비치발리볼·오사카 타워에서 60m 슬라이드… 색다른 日 열린다

■ 11일부터 다시 풀리는 ‘일본 자유여행’ 일본 자유여행이 드디어 다시 시작됩니다. 일본 정부가 오는 11일부터 단기체재 비자를 면제하고 개인 여행을 허용하면서, 자그마치 2년 반 만에 일본 자유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서로 오가지 못하던 시기, 한국과 일본에는 수많은 새로운 명소들이 생겨났습니다. 한국에도 팬데믹 이후 새로 생긴 공간이 적잖습니다만,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미처 가보지 못한 일본의 새로 생긴 명소 이야기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프리랜서 기자로부터 들어봤습니다. 팬데믹 기간에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일본을 드나들었던 그는,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그리고 고베(神戶)의 새로운 명소를 추천해줬습니다.더불어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로부터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풍류, 술, 멋 2022.10.07

70년만에 열린 ‘금지된 땅’ 최북단… 금강산 능선이 눈물나게 선명했다

인제·양구 DMZ 평화의 길 강화~고성 접경지 11개 코스 524㎞ 일제히 개방 인제 1052고지 중턱, 하늘 달리는 듯한 ‘을지 스카이웨이’ 만나 천연기념물 산양 비롯 담비·너구리 출몰 ‘생태의 보고’ 양구 두타연 구간, 숲길 걸으며 때묻지 않은 자연 만끽 압권은 수입천 물길 옆 탐방로… 조각공원·출렁다리도 있어 DMZ 자생식물원엔 철책선 너머로 본 가을꽃 총집합 인제·양구=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까지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11개 코스 ‘평화의 길’ 524㎞가 열렸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DMZ는커녕 접적(接敵) 지역 출입마저 통제된 지 3년 만입니다. 이번에 열린 길은 닫았다가 재개방하는 곳도 있지만, ..

풍류, 술, 멋 2022.10.03

10년 절개 현실판 춘향·明황제도 칭송한 효자… 사람으로 빛난 ‘천년 홍주’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사람 이야기 켜켜이 쌓인 충남 홍성 홍성 출신 관찰사 아들과 사랑 함흥 기생 난향의 10년 기다림 연인 죽음 알고 시묘살이 감동 황씨 문중서 300년 묘지 지켜 샘물로 병든 부모 봉양한 복한 우리나라 첫 ‘효자비’로 기록 도보여행 ‘내포 역사 인물길’ 8景엔 한용운·김좌진 生家도 홍성=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홍주’의 이름으로 당당했던 시절 충남 홍성의 옛 지명은 홍주(洪州)였다. 고려 현종 9년, 그러니까 1018년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1000년 가까이 여기는 홍주였다. 전성기 시절의 홍주는 아산, 온양을 비롯해 차령산맥 이북 충청우도 지역을 모조리 거느렸다. 그때의 홍성은 평택에서 서천에 이르기까지 자그마치 10여 개 군·현을 부르는 이름이었다. 땅이 어찌나 넓었..

풍류, 술, 멋 2022.09.27

고래잡이 추억·문화공간 된 여인숙…근현대사 박물관으로 재탄생한 옛 항구

박경일 기자의 여행 - 압축성장의 시간 켜켜이 쌓인 울산 2 흥망성쇠 반복한 방어진 방어 등 잘잡혀 일제때 급성장 해방뒤 몰락 ‘亡어진’ 불리기도 옛가옥 개조, 작년 박물관 개관 포경 전진기지였던 장생포 고래마을·모노레일 조성하고 선원묶던 숙소, 아트스테이로 문화창고 북카페 전망 압권 도심 랜드마크 된 대관람차 느리게 한바퀴…‘20분의 낭만’ 화려한 번화가 풍경이 한눈에 21년째 운영… 복고정서 소환 울산=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일제강점기 번영을 이룬 곳…방어진 울산의 근대 중심이라면 중구와 함께 울산 동구가 꼽힌다. 중구가 일제강점기 이래 상업의 중심이었다면, 동구는 방어진으로 대표되는 어업의 중심이었다. 고즈넉한 어촌마을이었던 방어진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동해안 굴지의 항구로 급성장했다. 울산..

풍류, 술, 멋 2022.09.18

인·아·북·도·관… ‘명절 칼로리’ 걷어내는 다이어트 산행

■ 추석에 가볼만한 서울 산 조마조마했던 태풍이 지나가고 이제 한가위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의례의 의미 말고 풍성한 차례상만으로도 추석의 의미가 각별했다. 하지만 지금의 명절 연휴는 기름진 음식과 과식, 그리고 운동부족을 경계해야 하는 때다. 식욕이 도는 계절에 기름진 음식들로 차려진 명절 밥상은 폭식을 부르기 마련. 편안한 느낌에 한껏 게을러져 운동부족이 되기도 쉽다. 다들 경험해봐서 안다. 연휴 기간 내내 먹고 자고 늘어지게 쉬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생활리듬을 잃어 무력해지기 쉽다는 것을. 연휴 이후의 일상 복귀도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이번 추석 연휴에 적당한 긴장과 가벼운 운동을 겸할 수 있는 가벼운 등산을 제안한다. 본격 등산인들을 위한 정보는 아니고, 마지막으로 산에 간 게 언..

풍류, 술, 멋 2022.09.10

고복수길·똑딱길·맨발의 청춘길… 7080 추억을 소환하다

■압축성장의 시간 켜켜이 쌓인 울산 - 1 울산 중구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우리나라 최대의 공업 도시 울산. 그곳에서 울주의 영남 알프스 산군(山群)이나 태화강 상류의 반구대암각화, 간절곶과 대왕암 같은 내로라하는 관광 명소를 다 빼고, 공업 도시의 심장이었던 골목길을 여행합니다. 공업 도시는, 사실 여행의 즐거움과는 가장 멀어 보입니다. 오죽했으면 울산을 ‘노잼 도시’란 별명으로 불렀겠습니까. 하지만 울산에는 최빈국에서 시작해 압축 성장의 견인차로 성장하기까지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울산만의 풍경입니다. 울산의 시간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희망, 성취감과 자부심, 아련한 추억이 골고루 버무려져 있습니다. 울산의 도심을 여행한다는 건, 그런 시간을 엿보는 일인데, ..

풍류, 술, 멋 2022.09.04

용문산 아래 굽이치는 물줄기 따라 정자와 누각이 빚어낸 ‘초가을 정취’

■ 사소해보이지만 근사한 것 많은 경북 예천 병풍 같은 큰 바위 위 ‘병암정’ 그 앞 연못에 연꽃 한가득 운치 솔숲·기암괴석의 절경 ‘초간정’ 일체의 인위 없이 자연과 조화 왜란·호란 겪으며 세차례 재건 퇴계 쉬어간 자리에 ‘도암대’ 멀찍이서 주변경관 함께 감상을 낙동강 내성천 휘도는 ‘회룡포’ 회룡대서 보는 풍경으로 유명 오르는 길 ‘詩안내판’ 감상 더해 예천=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뜨거운 폭염의 여름에는 해보지 못하는 여행이 있습니다. 뒷짐을 지고서 느긋하게 이곳저곳을 구경 다니는 여행입니다. 한여름 여행에는 대개 출발지와 목적지밖에 없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탓이지요. 더위는 아직 다 물러가지 않았지만,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바람 끝이 서늘해졌습니다. 좀 더 느긋한 여행을 다녀와도..

풍류, 술, 멋 2022.08.29

역병도 범접 못한 ‘봉화의 가장 깊은 땅’… 번잡 잊고 숨어볼까

■ 고산협곡 속 아늑한 오지 경북 춘양 영암선 철도 노선 끌어들여 ‘억지 춘양’ 유래說 三災도 피해 가는 십승지… 왜란 때 선비들 피란 가던 곳 태백산 史庫地 이정표 없이 내버려 두니 자연스레 보존 조선왕조실록 수호하던 곳 이젠 종자 저장고 ‘시드볼트’ 지켜 62만평 ‘백두대간 수목원’ 언덕에 가득한 야생화 장관 노다지 찾던 금정광산… 한여름에도 입김 나올 만큼 추워 봉화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춘양’을 말할 때 꼭 해야 하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를 꼭 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지역이 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특정 지역에 관한 익숙한 얘기다. 예를 들면 경남 사천과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이야기 같은 거다. ‘길을 잘못 들면 삼천포’라니…. 삼천포 사람들에게 이 말이 유쾌할 리 없다. ..

풍류, 술, 멋 2022.08.19

[조용헌의 영지순례] 일본 침몰 예언한 탄허 스님 생가에 가보니

기후변화의 원인을 과도한 탄소배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탄소배출과는 다른 맥락에서 원인을 생각하는 노선도 있다. 19세기 말엽부터 한국에서 시작된 거대담론인 후천개벽설이 그것이다. 후천개벽이 되니까 기후변화도 동반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관점은 20세기에 들어와 불교계의 탄허 스님(呑虛·1913~1983)이 주장하였다. 스님이 1983년에 돌아가셨으니까 벌써 40년이나 되었다. 탄허는 1970년대 후반쯤에도 일본 열도가 물에 잠겨 침몰한다는 예언을 하였다. 당시에는 너무도 황당한 예언으로 느껴져서 ‘선데이서울’ 같은 잡지에서 대중적 흥밋거리 수준에서 다루었다. 어떻게 일본이 침몰한단 말인가? 그게 가능한 말인가? 탄허가 일본 침몰을 예언한 이론적 근거는 바로 ‘정역(正易..

풍류, 술, 멋 2022.08.17

눈부신 숲 빛도, 황홀한 바다 빛도… 아! 푸른 섬 於·靑·島

■ 홀연히 사라지고 싶을 땐 - 군산 어청도 中 전횡장군 나라잃고 표류하다 푸른섬 발견하고 ‘어청도’ 명명 전횡 절의 기리는 사당 ‘치동묘’ 단정하고 깔끔한 형태의 ‘등대’ 해 넘어가는 시간따라 색 바꿔 한편의 영화처럼 관람하는 묘미 어청도(군산)=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군산의 어청도는 먼 섬입니다. 중국 산둥반도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전설은, 산둥(山東)까지의 거리가 300㎞나 된다는 사실에 미뤄보면 터무니없습니다만, ‘그만큼 우리 땅에서 멀다’는 의미에서 나온 얘기일 겁니다. 군산에서 뱃길로 73㎞. 군산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한 번(토·일은 두 번) 뜨는 페리호를 타고 꼬박 2시간을 가야 섬에 닿습니다. 거리도 멀지만 배가 하루 한 번 뜨니 섬에 가려면 무조건 하룻밤을 자야 합니다. 어청도가 ..

풍류, 술, 멋 2022.08.11

차고 맑은 물 흘러넘치는 계곡서 한나절… 전철·버스 갈아타고 한달음에 닿았다

짧은 피서 여행 가평 북면 계곡길 10㎞ 계곡 이어지는 ‘용추구곡’ 자릿세 뜯던 식당 사라져 말끔 징검다리 놓인 ‘명품 계곡길’ 숲멍·물멍존서 발 담그고 휴식 깊은협곡 비밀스러운 ‘명지계곡’ 폭포수서 밀어내는 바람에 서늘 옥색 물빛 눈부신 ‘적목용소’서 ‘무주채폭포’까지 트레킹 만끽 가평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바야흐로 피서 시즌의 한복판입니다만…. 시간 여유가 없어서, 또는 경제적 형편이 여의치 않아 올여름 휴가를 포기하신 분도 계시겠지요. 다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애써 잡은 휴가 계획을 접은 경우도 있겠네요. 그런 독자들에게 가까운 목적지로 가는 짧은 피서 여행을 권합니다. 목적지는 내륙 산악지형의 대표 격인 경기 가평. 그중에서도 ‘북면’입니다. 가평군 북면은 광주산맥의 최고..

풍류, 술, 멋 2022.08.04

[조용헌의 영지순례] 지리산의 3대 전설 우천 허만수가 멈춘 곳

우천 허만수가 움막집을 짓고 산 세석평전 일대. 지리산의 전설이 3명 있다. 고운 최치원, 남명 조식, 그리고 우천(宇天) 허만수(許萬壽·1916~1976)다. 신라 말기의 인물인 최치원은 지리산의 신선이 된 인물이다. 조식은 조선 4대 학파 가운데 하나인 남명학파의 수장이다. 현대의 인물인 우천 허만수는 이들에 필적할 만한 업적이나 내공을 갖고 있을까? 최치원과 남명에게 비유하는 것은 좀 과대포장 아닌가? 하지만 21세기 지리산을 좋아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지리산을 등산하는 등산 매니아들에게는 아득한 시대의 전설인 고운이나 남명보다는 우천 허만수가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인데 처자식을 버리고 지리산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남다르다. 그는 지리산에서 춥고, 배고프고, 고독을 겪으..

풍류, 술, 멋 2022.08.03

뱀사골 가는 길, 우뚝 선 천년송 여름 한복판 무더위도 쉬어간다

삼복 더위에도 서늘한 휴가지… 전북 남원 달궁 앞의 물 많은 ‘심원 계곡’ 찾는 이 적어도 물놀이에 적합 정령치·성삼재서 맞는 밤하늘 별무리 능선 위 은하수 한가득 빽빽한 행정마을 서어나무 숲 얽히고설킨 나무 그늘에 서늘 이야기·상상력 덧대진 광한루 밤에 더 아름다운 낭만의 공간 남원‘ 새 핫플’ 김병종 미술관 세련된 전시에 관광객들 붐벼 수목원이자 미술관인 ‘아담원’ 남원 대표 절 ‘실상사’도 추천 바야흐로 휴가의 절정을 코앞에 두고 가족과 함께하는 휴가를 생각합니다. 가족과 보내는 휴가는 피곤합니다. 즐겁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휴가’라는 말뜻 그대로 편히 쉴 수는 없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휴가에서 ‘내가 쉬는 것’이 목적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니 말입니다. 더 잘 놀기..

풍류, 술, 멋 2022.08.01

바다에 가려진 오지 계곡 세상의 소란이 쓸려간다

■ 발길 닿지 않은 ‘더위 탈출 명소’ 포항·영덕 경북 울진과 포항의 내륙 깊숙한 곳에 꼭꼭 숨어있는 계곡이 있습니다. 영덕과 포항이라면 다들 바다를 생각합니다만, 그건 도시의 앞쪽이고 뒷면에는 깊은 계곡과 숲이 있습니다. 도시가 바다로만 확장하는 사이에, 반대편 숲 그늘은 외려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지(奧地)가 사라져버린 시대’라고들 하지만, 여기 와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곳이야말로 아직 세상에 몸을 다 드러내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니까요. 영덕과 포항의 경계쯤에 있는 옥계계곡에서 상옥·하옥계곡으로, 그리고 거기서 더 남쪽으로. 오지는 마치 그린벨트처럼 이어집니다. 울진과 포항의 분주하고 빛나는 바다에 밀려서 눈길과 발길이 미처 닿지 않았던 곳들입니다. 그 벨트를 끼고 진초록 솔숲의 덕동마을..

풍류, 술, 멋 2022.07.23

소백산 아래 비밀스러운 계곡과 숲… 백로 찾아드는 도피처로 떠나볼까

■ 사소한 것 따라 ‘자세히 본’ 영주 정감록 십승지 첫째 ‘금계마을’ “전쟁에도 안전한 곳”으로 불려 별천지 금선계곡 뒤 ‘금양정사’ 퇴계가 죽은 제자 위해 지은 집 솔숲에 둘러싸여 운치 빼어나 화려한 나무 문살 가진 ‘성혈사’ 국보·보물 하나씩 품은‘흑석사’ 죽계구곡 상류의 ‘초암사’ 눈길 명소 ‘부석사’ 들렀다 가는길엔 망원경 갖춘 백로 도래지 있어 영주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한 지역에 이만큼 다양한 명소가 흩뿌려진 곳이 또 있을까요. 경북 영주 이야기입니다. 영주로 가는 여행은 ‘종합 선물세트’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소백산과 죽계구곡 등의 자연경관부터 부석사로 대표되는 사찰, 죽령 옛길과 소백산 둘레길 등의 걷기길, 서정적 강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무섬마을, 소수서원과 선비촌의 유교문화..

풍류, 술, 멋 2022.07.15

[조용헌의 영지순례] 공황장애? 번아웃 직장인? 용이 노는 물을 찾아라

지리산 용유담 영지순례를 연재하면서 지리산의 이곳저곳을 많이 소개하는 이유는 ‘산중(山中)의 산(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 가운데 지리산만큼 깊고 그윽한 맛을 주는 산은 없다. 도시의 시멘트 건물에서 월급 몇푼 받는다고 붙잡혀 노비처럼 살고 있는 장삼이사들에게 무위(無爲)의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는 산이다. 출퇴근이 없고 노비처럼 살고 있지는 않는 필자 같은 문필가는 지리산을 어떻게 보는가? 박물관이요 이야기책으로 본다. 가로 40㎞, 세로 30㎞의 뚜껑 없는 박물관이다. 골짜기마다 주저리주저리 신화, 전설, 구전이 박혀 있고 매달려 있다. 그런가 하면 바위 봉우리마다, 계곡마다 영발이 뿜어져 나온다. 세상에 이만한 놀이터가 없다. 이야기와 영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바로 이야기와 영발이다. 이야기에..

풍류, 술, 멋 2022.07.12

층층이 열두폭 드리운 ‘물의 실타래’…‘순한 자연’에 몸을 누이다

■충남 금산 ‘십이폭포’ 계곡 오르기가 산책 수준 평이 보통 걸음으로 30~40분 남짓 폭포 모습 수시로 변해 이색적 세번째 폭포까지는 실망스러워 다섯번째 ‘죽포동천’ 탄성 절로 15m 높이에 하나의 암반 형태 ‘風패-바람을 패처럼 차고 있다’ 바위 곳곳에 새겨진 글씨 눈길 ‘고래·거북’ 폭포 이름도 다채 ‘용담호 나눔숲’ 이국정취 만끽 ‘운일암 구름다리’도 14일 개통 계곡 위 허공 가르지르며 놓여 충남 금산에는 ‘십이폭포’가 있습니다. 금산과 전북 진안의 경계에 솟은 해발 648m의 성치산. 그 산의 무자치 계곡에 걸린 열두 개 폭포를 부르는 이름입니다. 두근거리는 기대와 동행한 길이었습니다. 전날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도 일원에 장대 같은 장맛비가 쏟아졌으니까요. 비 피해만 없다면 장마철은, 몸..

풍류, 술, 멋 2022.07.08

비온 뒤 더 생생해진 원시림… 지친 심신을 쓰다듬는다

■ 첩첩산중 자연과 시간의 흔적 정선·태백 초록의 바다를 이룬 대덕산 정상 능선. 초지와 숲이 뒤섞여 있어 정원처럼 보인다. 두문동재에서 검룡소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구간 중에서 시야가 가장 시원하게 트이는 구간이다. 금대봉·대덕산 천상의 화원은 이제 ‘여름꽃 필 무렵’ 촉촉하게 젖은 낙엽송…‘초록세상’싱그러움 돋보여 두문동재서 출발, 분주령 거쳐… 깊고도 순한 길 매력 고한·사북일대 스키장엔 데이지 군락… 雪國 연상케 해 멈춘 탄차·수직갱… 폐광된 광산엔 번성과 몰락의 기록 장성광업소선 아직 채탄작업, 살아남은 4개 탄광중 1곳 정선·태백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강원 정선군의 남동쪽, 그러니까 정선의 고한, 사북 일대와 백두대간 너머 태백 일원에는 여러 개 지층이 차곡차곡 겹쳐 있습니다. 우선 때 ..

풍류, 술, 멋 2022.07.04

[조용헌의 영지순례] 2000년 족보 여산신이 지리산 법계사에

[조용헌의 영지순례] 2000년 족보 여산신이 지리산 법계사에 지리산 법계사 입구. 왼쪽 기둥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의 7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 법계사. 이 법계사의 산신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다. 여산신이다. 그 표시가 절에 들어가는 입구의 기둥에 그려져 있다. ‘법계사’라고 쓴 현판을 걸어놓은 입구의 양쪽 기둥에 하얀 옷을 입은 여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왼쪽 기둥에 흰옷 입은 중년 여자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 기둥에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다. 법계사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 두 기둥에 그려져 있는 여산신과 호랑이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보통 산신은 흰 수염이 난 할아버지의 모습인데 여기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중년 여인의 모습이다...

풍류, 술, 멋 2022.06.30

멋진 인생샷도 줄서는 맛집도 지겹다… 구석구석 자세히 보는 ‘아싸 여행’

■ 사소하지만 눈부신 삶을 찾아서… 춘천 한바퀴 의암호반을 끼고 이어지는 경춘국도 종점 부근의 모습. 요즘이야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춘천으로 가는 메인 도로가 됐지만, 예전에는 강촌을 지나고 의암댐을 건너는 경춘국도가 유일한 길이었다. 남들 다 가는 ‘핫플’찾아 ‘인증샷’ 찍는 여행은 그만 과시의 욕망서 한발짝 물러서면 보이는 새로운 재미 기억과 추억이 묻어있는 중소도시, 춘천의 뒷골목서 묵묵하고 잔잔하게 버텨온 인생의 자취를 만난다 춘천=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여행은 이제 잘 나온 ‘인생 사진’ 한 장 남기는 일이 돼 버렸다. 여행의 증명은 근사한 배경에서 찍은 가장 잘생겨 보이는 사진이나, 길게 줄을 서 기어코 맛본 음식 인증사진이다. 다른 이들의 여행 사진을 뒤져 배경 주소를 전자지도에 찍고 따라..

풍류, 술, 멋 2022.06.24

6만9000원 내고 나무 보러 간다고?… 자연·건축 어우러진 ‘사색의 숲’

경북 군위군의 ‘사유원’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소요헌’.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건축거장 알바로 시자의 작품으로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를 전시하기 위해 설계한 ‘아트 파빌리온’이다. 본래 스페인 마드리드에 지으려 했으나 건축이 취소돼 설계도로만 남아 있다가, 사유원에 세워졌다. Y자 형태의 건물이 땅으로 스미는 듯 낮고 겸손하다. ■ 위안과 풍류가 있는 수목원 군위 ‘사유원’ 놀이공원도 아니고 공연·전시도 없는 ‘휴식·명상의 공간’ 디너 패키지는 21만9000원… 4인가족 가면 100만원 육박 高價 입장료 논쟁 불구 33년간 들인 노고·돈·정성 놀랄만 입장객도 하루 200명 제한…귀하게 보고 가라는 전략인듯 대구 태창철강 회장이 조성…본사 건물도 미술관 방불 日 밀반출 모과나무 4그루 사들여 군위 야산에..

풍류, 술, 멋 2022.06.20

전남 강진 '茶 소풍'

월출산 아래서 차를 만들고 있는 이현정 ‘이한영차문화원’ 원장이 월출산 아래 울창한 대숲 야생차밭에서 찻잎을 따고 있다. 이 원장은 이렇게 딴 찻잎으로 다산의 제자가 해마다 스승에게 만들어 보내던 차의 명맥을 대를 이어 잇고 있다. 월출산 남쪽 기슭은 전남 강진 땅. 그중 그윽하기로 이름난 곳이 성전면 월남리입니다. 마을 이름이 ‘월남(月南)’이니 ‘달의 남쪽’입니다. 지금 여기는 차밭의 싱그러운 초록으로 그득합니다. 월출산의 발치 아래로 거대한 다원이 흘러내리듯 펼쳐져 있고, 산자락의 대숲 곳곳에 야생차들이 자랍니다. 이곳에서는 누가 뭐라 해도 ‘차(茶)’입니다. 자연과 나 사이에 놓은 그윽한 차 한잔은, 사유의 쉼표와 함께 자연과의 적절한 거리감을 만들어냅니다. 월출산의 암릉을 뒤로 두르고 선 석탑 ..

풍류, 술, 멋 2022.06.12

'홍천' 명소 잇는 체험형 관광도로

홍천의 체험마을 ‘배바위 카누마을’ 앞 마곡유원지에서 홍천강에 패들보드를 띄운 동호인들이 배바위를 향해 노를 저어 가고 있다. 초록의 자연으로 가득한 풍경을 바라보며 고요한 수면 위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하다. # 길이 가르쳐 준다…넓은 땅을 속속들이 보는 방법 강원 홍천은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넓다. 홍천군의 전체 면적은 1820㎢. 전국 토지의 1.8%를 차지한다. 숫자로는 넓이를 체감하기 어려우니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보자. 강원도에서 가장 면적이 작은 지자체는 속초시다. 속초의 전체 면적은 105㎢. 홍천군 안에 속초시 17개가 들어간다. 강원 정선도 땅 넓기로는 알아주는 곳이지만, 정선에다 대전의 넓이쯤을 보탠다 해도 홍천에는 한참 모자란다. 면적이 넓은 만큼 ..

풍류, 술, 멋 2022.06.02

통영 '비진도' 두 마을 한바퀴

비진도 바깥섬의 선유봉 아래 미인전망대. 해발 300m 남짓인 전망대에 오르면 비진도 안섬으로 이어지는 백사장과 그 주변의 물색이 다 내려다보인다. 남국의 휴양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바다색이 이국적이다. # 그 섬에서 보석을 떠올리는 이유 섬 이름 ‘비진도’를 두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히 ‘보배(珍·진)에 비(比)할 만한 섬’이라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는 얘기도 있고, 이순신 장군이 이 섬 앞바다에서 왜적과 견줘 승리한 보배스러운 곳이라 해서 이름을 얻었다는 얘기도 있다. 비진도를 소개하는 글에는 이런 얘기들이 빠지지 않는다. 예로부터 섬에 미인이 많이 살았는데, 미인(美人)이 일본어로 ‘비진(びじん)’이라, 거기서 지명 유래의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게 다 근거 없는 ..

풍류, 술, 멋 2022.05.27

'다스리던 자리' 청와대를 들여다 보다

청와대는 백악산(북악산)에 등을 딱 대고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진 서울 도심을 한눈에 바라보는 자리에 있다. 늘 ‘남에서 북으로’ 보는 시선 방향이 익숙했는데, 청와대에 들어가면 서울을 거꾸로 ‘북에서 남으로’ 보게 된다. 시선의 방향이 바뀌니 늘 보던 것들이 반대쪽에 있다. 오른쪽에 있던 것이 왼쪽에, 왼쪽에 있던 것이 오른쪽에 있다. 이게 다스리는 자리에서 보는 서울의 풍경이었을까. 청와대 본관 너머로 경복궁과 광화문 네거리가 보인다. ‘남에서 북으로’ 보던 서울, 靑 안에선 ‘북에서 남으로’ 보게 돼 달라진 시선 방향에 좌우 반전된 ‘낯선 서울 풍경’ 들어와 이번 완전개방으로 열린 백악산 구간 … 산행로 따라 펼쳐진 경관 장쾌 대통령 기념식수 침엽수 많아 … ‘낙엽 우수수’ 활엽수는 꺼린 탓일 터 경..

풍류, 술, 멋 2022.05.21

'건축'이 예술이 된 섬 제주

제주 한라산 중산간의 롯데아트빌라스 전경.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가들이 마치 경연을 하듯 지어낸 빌라가 가득한 타운하우스다. 굴뚝처럼 생긴 구조물을 얹은 직육면체 빌라는 승효상 건축가가, 그 너머 흰색 곡선 모양으로 보이는 건물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것이다. 코로나19 와중에 두드러졌던 건 이른바 ‘가치소비’의 확산입니다. 가치소비란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는 제품에 대해 과감하게 소비하는 패턴을 말합니다. 이게 과소비나 사치와 다른 건, 무차별하게 고가의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선 저렴하고 실속있는 것을 택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에만 골라 돈을 쓰는 일. 이게 가치소비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에서도 그랬지만, 여행에서의 가치소비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소..

풍류, 술, 멋 2022.05.13

가야산품은 '성주'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능선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가야산 만물상의 모습. 만물상 코스는 난도 최상의 가파르고 험준한 길이지만, 바위 군(群)이 빚어내는 빼어난 풍광이 몰아쉬는 가쁜 숨쯤은 잊게 만든다. # 성난 짐승의 갈기…가야산 암릉 경북 성주를 대표하는 건 단연 ‘가야산’이다. 가야산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산이 또 있을까. 성난 짐승의 갈기처럼 기암이 길게 이어지는 가야산 만물상 능선에 한 번이라도 올라 본 사람들은 가야산을 쉽게 잊을 수 없다. 가야산을 오를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언제고 다시 한 번 와야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거기 있으면서도, 그곳에 다시 와보기를 꿈꾸는’ 정도라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조선 시대 인문지리서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가야산의 만물상을 ‘석화(石火)’..

풍류, 술, 멋 2022.04.29

다시 시작된 여행 ...그리웠던 그 섬 흑산도

바다를 끼고 굽이굽이 산길을 넘어서 당도하는 흑산도 남쪽의 사리마을. 200여 년 전쯤 천주교를 믿었다는 죄로 손암 정약전이 유배 와서 머물렀던 마을이다. 정약전은 여기서 제자를 가르치고 ‘자산어보’를 썼다. 대중가요의 힘은 ‘공감’에서 나온다. 공감의 요체는 실재성(實在性)이다. 실재성이란 ‘진짜 있는 일처럼’ 꾸미는 것. 누구나 겪었음 직한 사랑과 이별, 아픔을 주로 다루고 제목이나 가사에 진짜 지명을 쓰는 이유도 그래서다. 목포의 눈물, 대전 블루스, 안동역에서, 영일만 친구…. 그런데 이렇게 가져다 쓴 지명은 때로 거꾸로 지역을 이미지화한다. 흑산도에 막 도착해서 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건 이미자의 노래 ‘흑산도 아가씨’다. 쾌속선이 들고날 때면 예리항 선착장에는 어김없이 이 노래가 ..

풍류, 술, 멋 2022.04.22

다시 시작된 여행...그리웠던 그 섬 홍도

홍도 남쪽의 양산봉 방향에서 바라본 홍도 전경. 가운데 잘록한 부분에 들어선 마을이 여객선이 닿는 홍도 1구 마을이다. 마을 너머로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가 깃대봉이다. 코로나 탓 관광객 발걸음 끊겨 2년간 ‘텅빈 섬’ 으로 다시 홍도 유람선 뜨고 찾아오는 손님에 활기 돌아 침대있는 숙소 전무… 30년전 유행했던 ‘나이트’도 영업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투자 쉽지 않아 변화 더뎌 유람선 타고 한바퀴 돌고 트레킹하며 ‘속살’ 만끽 韓 100대 명산 깃대봉·90년 넘은 등대도 들러야 여행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져 되도록 먼 곳으로 떠났습니다. 전남 신안의 홍도와 흑산도입니다. 더 먼 섬도 있긴 하지만 대중적 여행지로는 가장 먼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거리가 멀고 바닷길이 거칠어 홍도와 흑..

풍류, 술, 멋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