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1455

화산폭발이 만든 ‘불의 뫼’… 은빛 억새, 절정으로 타오르다

천지개벽으로 홍수가 났을 때 배를 묶어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화왕산 배바위 위에 등산객이 올라서 있다. 배바위 아래 능선에는 반짝이는 억새로 그득하다. 억새밭으로 내려서면 눈부시게 피어난 억새의 파도가 황홀할 정도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가을의 전설’ 시작되는 창녕 화왕산 화왕산 비경과 스토리 벨벳처럼 반짝이는 억새 물결 보라색에서 은빛으로 변신 중 억새군락 가운데 정방형 연못 용이 살았다고 ‘龍池’라 불러 사슴뼈 등 기우제 유물 쏟아져 산정상 남쪽엔 거대한‘船바위’ 홍수때 배 묶어두었다는 전설 관룡산의 신비와 작은 경주 원효대사가 용 봤다는 觀龍寺 20분 거리엔 용선대 석불좌상 뱃머리에 부처 앉은 형상 장관 곳곳 삼국시대~통일신라 유적 만옥정 공원엔 ‘진흥왕 척경비’ 300년전 얼음 보관‘석빙고..

풍류, 술, 멋 2023.10.12

원폭 그림자 뒤에 ‘숨겨진 협곡’… 기암·폭포·소 지나 仙境 속으로

일본 히로시마현 서북쪽의 산단쿄(三段峽)는 깊고 좁은 협곡을 따라 기기묘묘한 경관이 이어지는 자연 명소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특별명승 36곳 중 하나다. 협곡 중간쯤에는 수심이 깊어 진초록의 물빛이 검게 보이는, ‘구로부치(黑淵)’라 불리는 소(沼)가 있는데, 그 소에 배를 띄워 정취를 즐긴다. 협곡의 수직 직벽 아래 들어선 건물은 식사와 차를 파는 산장 ‘구로부치소(黑淵莊)’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우리가 몰랐던 히로시마… 日 특별명승 ‘산단쿄’ 가이드북에도 안나온 ‘산단쿄’ 일본의 100경·산림욕 100선 단풍명소 100선 등에도 꼽혀 시바키강이 빚어낸 협곡 사이 내·외설악 합쳐놓은 듯한 비경 출입구서 구로부치 트레킹 뒤 배로 찻집까지 왕복코스 추천 일본 3경 중 인문경관 미야지마 바다 위의 ..

풍류, 술, 멋 2023.10.06

차이나타운 찍고 순대거리 누비고… 골목골목 ‘미식 탐방’

인천 차이나타운 짜장면과 백짬뽕 ■ 관광공사가 꼽은 10월의 ‘맛있는 여행’ 4곳 인천 자장면거리 짜장·짬뽕 먹고 공갈빵 입가심 천안 병천순대거리 누린내 잡은 순대 담백하기까지 부산 초량육미거리 돼지갈비·국밥·어묵 등 6가지맛 강진 병영돼지불고기거리 양념한 고기 연탄불에 구워 불맛 한국관광공사가 10월의 여행 테마로 ‘맛있는 골목 여행’을 제안했다. 골목 여행으로 추천하는 곳은 귀하고 비싼 음식 대신 친근하고 서민적인 메뉴를 내는 곳들이다. 소박한 미식과 가벼운 여행을 겸해 다녀와 볼 만한 곳들이다. 관광공사가 추천한 곳 중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 4곳을 골라봤다. 인천 공갈빵 #이국적인 풍물…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차이나타운의 북성동원조자장면 거리는 중국 음식 먹..

풍류, 술, 멋 2023.10.06

전철역 내리자 울긋불긋… 차 막힘 걱정없이 떠나는 단풍산행

남양주 운길산 중턱 7부 능선의 절집 수종사.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자리에 있다. ■ 지하철로 가는 근교 산행명소 전철역 최북단 소요산 산행 레벨별 3개 코스 암릉타는 재미 불곡산 등산로 순탄한 운길산 그림같은 조망 예봉산 물로 둘러싸인 호명산 가벼운 산책길 백마산 장장 6일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다. 긴 연휴에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지만, 본의 아니게 귀성·귀경길 정체 행렬에 끼어들 수 있어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긴 연휴를 방 안에서만 보낼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수도권 전철을 타고 가는 근교 산 등산은 어떨까. 기름진 음식과 과식으로 불어난 몸무게를 관리하고, 연휴 동안 이완된 몸과 마음을 탄력 있게 유지하는 데 등산만 한 게 없다. 수도권 전철로 다녀올 수 있는 전철역..

풍류, 술, 멋 2023.09.28

옥빛 호수에 안개 드리우면… ‘몽환의 섬’ 가을색 짙어지네

일출 무렵의 옥정호 풍경. 수면 위로 피어오른 물안개가 산자락에 구름으로 걸렸다. 가을날 이른 아침에 옥정호에 가면 높은 확률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옥정호 가운데 떠 있는 섬이 붕어섬이라고도 부르는 외앗날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임실 ‘옥정호’ 지금이 제철 ▶ 섬진강댐이 만든 ‘옥정호’ 자두모양 능선 ‘붕어섬’ 주변엔 새벽 물안개·수면 위 윤슬 장관 ▶ 가을 호수 정취 100% 즐기기 두 발로는 출렁다리·물안개길 차로는 749번 지방도 드라이브 ▶ 그리운 배우 ‘장진영 기념관’ 부친 장길남씨가 조성해 운영 옷·수첩 등 생전 물건들 전시 ▶ ‘남양수시’를 아시나요 남양 홍씨가 인조에 진상한 감 40년전 150그루→5그루 남아 임실=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풍류, 술, 멋 2023.09.21

배로 8시간, 오지의 섬·섬·섬… 바다 위 ‘트레킹 길’로 이어지다

고군산군도의 서쪽 끝 섬에서 동쪽을 바라본 모습. 저 아래 마을이 들어선 섬이 고군산군도의 끝 섬인 말도다. 말도 너머로 보농도와 명도, 광대도, 방축도가 보인다. 이들 섬에는 지금까지 3개의 보행교가 완성됐는데, 내년에 명도와 광대도를 잇는 보행교까지 놓이고 나면, 다섯 개 섬이 하나의 길로 이어진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다리로 하나된 고군산 열도 방축도서 말도까지 5개 섬 한구간 빼고는 보행교 놓여 징검다리 건너듯 걷는 재미 명도 등은 ‘K-관광 섬’ 선정 트레킹 첫 관문은 출렁다리 물 색만 봐도 ‘먼 바다’ 실감 시루떡같은 해안 절벽 장관 구렁이전설전망대, 뷰 명소 군산=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멀고도 먼 섬, 말도(末島) ‘명도·말도 오늘 결항’. 군산 ..

풍류, 술, 멋 2023.09.14

내린천 오지에 새 길 놓이자… 새들만 누리던 비경이 열렸다

마주 보고 있는 방태산과 맹현산을 비롯해 첩첩한 고산 준봉 사이로 내린천 물길이 사행하고 있다. 물길 오른쪽 온통 짙은 숲길을 따라 ‘둔가리약수길 3코스’가 이어진다. 하나의 길 위에 온갖 다채로운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매력적인 길이다. 둔가리약수길 4-1코스가 지나가는 비조불통(非鳥不通) 계곡. 깊은 협곡 안이 온통 초록 이끼로 가득하다. ‘새가 아니면 통할 수 없다’는 이름처럼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인데, 약수길을 놓으면서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됐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숨어있던 신비의 협곡 인제 ‘비조불통 계곡’ ‘새가 아니면 통할 수 없는 길’ 쇠줄에 도르래 걸어 건너던곳 4개코스 45㎞ 탐방로 마련돼 맑은물·신비한 초록이끼 감탄 심호흡하면 온몸 초록 물들듯 ‘3코스’ 미산동길 산책..

풍류, 술, 멋 2023.09.07

마애불 앞 1000년 촛불… 공단노동자 ‘쉼’ 이 되다

금오산 정상 바로 아래 약사암의 모습. 기이한 바위 봉우리 앞에 기둥을 박아 받쳐 지은 암자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암자 앞 작은 암봉에는 종각을 지어 구름다리를 걸쳐놓았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국내 최초 도립공원 구미 금오산 시내 한복판에서 10분이면 도착 케이블카 타면 중턱까지 단숨에 1969년 국가산단 들어선 이후 격무 노동자의 휴식·위무 역할 등산객보다 행락객들의 명소로 대혜폭포 옆 576계단 할딱고개 그 끝 너른바위선 시내 한눈에 금오산 삼형제 현월·약사·보봉 막내격 보봉 아래 마애여래입상 동국제일문 지나면 약사암 절정 구미=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구미의 ‘원탑’은 금오산 의견일치. 구미를 대표하는 명소는 단연 금오산이다. 관..

풍류, 술, 멋 2023.09.01

빗줄기 드리운 수직의 숲… 깊고 짙은 편백의 품에 안기다

비로 촉촉하게 젖은 일림산 들머리 편백나무 숲 경관. 빽빽한 편백나무 둥치가 마치 먹을 찍어 그린 것 같다. 이 숲에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맑은 날보다는 비 오거나 흐린 날 풍경이 훨씬 더 감동적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계절마다 얼굴 바꾸는 전남 보성 ‘봄의 산’ 이라 불리는 일림산 여름 들머리엔 편백 군락 탄성 원형극장 같은 조형미에 압도 3년간 식초 발효 시키는 ‘초루’ 오솔길 끝에 옹기 2000개 빼곡 조민석 설계한 건축물도 눈길 금화산밑 징광문화단지 차밭 산불 딛고 39.6만㎡ 일궈내 정원 산책 후에 시음도 묘미 간척사업으로 논이 된 ‘득량만’ 이발소 등 레트로 공간 복원 강골마을선 한옥캠핑도 추진 보성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전남 ..

풍류, 술, 멋 2023.08.24

비밀스러운 장자늪 한가운데로… 카누에 몸 싣고 ‘갯버들 터널’ 누비다

충주호 조정지댐 아래 장자늪 습지의 샛강 물길을 따라 카누가 내려오고 있다. 조정지댐에서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 일정해 수로의 유속이 일정하다. 카누를 타면 힘들여 노를 젓지 않아도 버드나무 무성한 습지의 수로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극 내향형’을 위한 고즈넉한 여행지 충주 고른 유속 따라 습지 탐방 조정지댐 늪에 샛길같은 수로 4대강 사업 계기로 다시 열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발돋움 3.5㎞ 카누 타고 1시간 즐겨 습지 자연에 손닿을 듯 ‘탄성’ 내달 오픈… 올해까지는 무료 출발지 캠핑장엔 소나무 울창 천천히 걸으며 원도심 탐방 성내동 담장골목·지현동 주택가 스토리 있는 도시재생 공간으로 카페·공방… 관광객들 끌어들여 카페 ‘세상상회’ 문열자 입소문 25년된 ‘재즈와 산조’감..

풍류, 술, 멋 2023.08.18

달을 꼭 빼닮은 9000만년의 지층… 홍길동이 꿈꾼 신비의 섬이었나

위도해수욕장에서 짧은 트레킹 후 마주할 수 있는 대월습곡. 억겁의 세월이 쌓아놓은 지층이 롤케이크처럼 말려 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거친 풍랑속… 오롯이 자리 지켜낸 전북 부안 위도 대월습곡 바위 높이 무려 35m J자로 휘어진 모양 시루떡 닮아 짧은 나무 빼곡하게 들어선 섬 고슴도치같아 ‘고섬섬’ 별명도 거센 풍랑 탓 침몰사고 잇따라 통도호·훼리호 등 아픈 기억들 고려 때 이규보 20일간 유배 홍길동전 ‘율도국 모델’ 說도 위도 8경 중 으뜸 ‘왕등 낙조’ 두 섬 사이로 저무는 해 ‘절경’ 부안=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거친 바다 너머의 섬, 위도 ‘섬의 형상’을 따서 섬 이름을 붙였다는 곳이 적잖다. 부안의 ‘위도(蝟島)’도 그중 하나다. 섬이 고슴도치 모..

풍류, 술, 멋 2023.08.11

수평선 보며 한모금, 바닷바람 쐬며 두모금… 해안따라 가득한 ‘카페의 유혹’

기장해안로의 카페 중에서 최강자로 꼽히는 ‘웨이브온 커피’. 바다를 끼고 있는 낭만적인 야외 공간이 고급 리조트를 방불케 한다. 요즘 같은 폭염에도 손님들이 바깥 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여행의 욕망, 휴식의 로망’ 부산 기장 커피향 가득 기장해안로 바닷가 카페의 치열한 격전지 조망·인테리어로 차별화 전략 비싼 커피값에도 명당은 인기 학리서 통창으로 바다풍경을 연화리선 레트로 분위기 만끽 ‘보는 맛’도 즐겁다 新명소 카페 ‘웨이브온커피’ 현대적 감각의 빼어난 건축미 자연과 어우러져 낭만적 연출 유현준 건축가 설계 ‘로와맨션’ 그리스 산토리니풍 ‘디원카페’ 부산·울산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여행지로서 부산 기장이 가지고 있는 건 이런 것들입..

풍류, 술, 멋 2023.08.06

해발 980m 굽이치는 고갯길… 평창 깨우는 ‘찰나의 운해’ 만나다

강원 횡성에서 양구두미재를 넘어 내려오는 길에 만난 운해. 저 아래 운해로 뒤덮인 곳은 휘닉스 평창이 있는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와 무이리 일대다. 왼쪽에 보이는 길이 태기산을 넘어온 옛 6번 국도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무계획으로 떠나도 완벽한 여름 휴가지 평창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양구두미재’ 횡성서 평창으로 넘어가는 태기산의 옛 6번 국도길 계절 가리지 않고 운무 끼는 날 많아 구름바다 장관 무더위 잊을 경이로운 ‘자연 속 힐링’ 작년 개방 ‘광천선굴’ 평탄해 유모차도 편안한 관람 방아다리 전나무 숲·천년주목숲길은 산책하기 좋아 평창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 계획 없이 떠나도 좋은 곳 강원 평창은 내로라하는 여름 휴가지다. 청량한 숲의 서늘한 기운이 있고, 깊은 계곡의 차고 맑은 물이 ..

풍류, 술, 멋 2023.07.28

3만명 촌동네서 23만 축제… 물 만난 장흥, 물이 올랐다

정남진장흥물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장흥군민회관에서 출발해 탐진강변 물축제장까지 이어지는 살수(撒水)대첩 퍼레이드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흠뻑 젖은 채 물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 살수대첩 퍼레이드는 축제 개막 첫날인 오는 29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장흥군청 제공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정남진 물축제’로 뜬 전남 장흥 장흥 명품축제 29일부터 이름난 인물·장소·명물 없어 2008년 주민들 축제로 시작 2012년부터 본격적 ‘물싸움’ 살수 퍼레이드 등 인기 폭발 장흥 유일 수문해수욕장 인근 ‘해변뷰’ 오토캠핑장도 가볼만 강진에 짐 풀고 여행은 덤 숙박하러 갔다 관광까지 즐겨 강진 시골 체험 바캉스 ‘깡촌’ 편백나무 등 440만그루 품은 ‘초당림’ 물놀이장도 인기 많아 월출산에 자리한 ‘백운동정원’ ‘호남 ..

풍류, 술, 멋 2023.07.20

9년 만에 잠 깬 돌부처 만나는 길… 콸콸콸 ‘계곡물 ASMR’에 취했다

월악산국립공원 송계계곡의 와룡대 주변에서 피서를 즐기는 모습. 국립공원에서는 계곡에서의 물놀이를 금하고 있지만, 송계계곡은 여름철 한시적으로 야영장이나 산장, 민가를 끼고 있는 계곡 구간에 한해 물놀이를 허락해 주고 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충주·제천 월악산 유물 답사 내세와 현세 잇는 ‘하늘재’ 아래 미륵대원지 ‘석조여래입상’ 정비 1000년 지킨 그자리 다시 우뚝 반쯤 눈감은듯한 표정 선명해져 제천 절집터 ‘사자빈신사지석탑’ 4마리 사자와 범상치 않은 불상 옛절터 가는 길목길목 계곡 흘러 송계계곡 야영장서 물놀이 하고 와룡대 너럭바위에 앉아 발 담가 선녀 목욕한 ‘팔랑소’ 경관 만끽 만수계곡 끼고 이어지는 트레킹 서늘한 기운만으로 더위 사라져 충주·제천=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

풍류, 술, 멋 2023.07.13

선상의 여유, 기항의 설렘 3400명 ‘한 배’를 타다

하코다테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야경. 하코다테는 ‘일본 3대 야경 명소’로 꼽히는데, 잘록한 지형에 들어선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양쪽 만(灣)의 바다가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망대 언덕 위에 서면 저 아래 길 끝의 항구에 불은 환하게 밝히고 정박 중인 코스타세레나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속초서 떠나는 ‘일본 크루즈’ 갑판서 보는 일출·일몰 장관 카지노·파티… 지루할 틈 없어 모르는 이들과 자연스레 친분 시간과 여유가 주는 이색 경험 속초 출항해 日 3개 도시 기항 오타루 청의 호수 비현실 색채 하코다테 ‘日 3대야경’ 눈호강 아오모리 현립미술관도 가볼만 한국을 모항으로 하는 전세선 롯데관광, 2010년 관광상품화 코로나 후 3년 만에 운항 재개 11만t급… 63빌딩보다 ..

풍류, 술, 멋 2023.07.07

여름 서정 머금은 여강길 낭만… 남한강 끌어안은 파사성 풍광

남한강을 조망하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 경기 여주의 파사성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 파사성의 성곽은 해발 230m지만, 높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장쾌한 경관을 보여주는 자리다. 왼쪽 강 상류 쪽이 여주 땅이고, 오른쪽 하류 쪽이 양평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굽이굽이 흐르는 강, 그림 같은 산 여주 여주 최고 전망대 ‘파사성’ 삼국시대에는 적군 관측 요충지 현재는 전망명소 양평까지 보여 해발고도 낮아 금세 정상 당도 자연보존의 순례길 ‘여강길’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만든 길 4대강 사업때 ‘생태탐방로’지정 숲그늘 많은 8코스 여름에 추천 포플러 줄지어 선 ‘강천섬’ 남한강에 떠있는 거대한 초록섬 섬 둘레엔 양버들 하늘 찌를 듯 카페·식당 없는 자연친화 공간 무탈한 삶을 비는 ‘신륵사’ 안전한 항..

풍류, 술, 멋 2023.06.29

‘오지의 전설’서 건진 추억… 초록의 압박에 시간이 멈췄다

소간령을 넘자마자 나타나는 마장터 마을의 숲길. 숲의 초록이 마치 물감을 부어 놓은 듯하다. 숲 한가운데로 난 순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길게 이어진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강원 인제 ‘대간령’ 마장터 가는 길 미시령 박달나무쉼터서 출발, 소간령 넘어 오솔길 트레킹 만끽 전기도 닿지 않는 첩첩산중의 마을 ‘마장터’… 지금은 집 다섯 채만 남아 낙엽송 도열한 ‘수직의 세상’ 아래 ‘수평의 세상’ 펼쳐져… 원시림 방불 마지막 주민 살던 투막집엔 “영화롭던 시절은 끝” 메모 덩그러니 인제·속초·고성=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 백두대간을 넘는 가장 유순한 길 여기, 한때 ‘전설’이었던 길 끝의 여행지가 있다.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고갯길 진부령(520m)과 미시령(826m) ..

풍류, 술, 멋 2023.06.23

초라했지만 담담히 넘긴 삶… ‘초부의 시’ 닮은 길을 밟다

버드나무와 습지의 수생식물이 강과 함께 어우러지는 경기 양평의 ‘세미원’의 경관. 물 건너로 보이는 곳이 두물머리다. 연꽃이 피기 전의 세미원은 관람객이 적어서 고즈넉한 강변의 서정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나무꾼 시인 기억공간… 경기 양평정초부 지겟길 어릴적 한시 곧잘 짓던 노비 출신 나무꾼 인생 지치고 고달팠지만 가난마저 완곡한 문장으로 남겨 생계용 땔감 구하며 시 읊던 곳 지겟길·마을길·숲길 코스 변신 화려한 경관조차없는 심심한 길 숙명처럼 여긴 초부의 일생 보여 잘 다듬어진 정원같은 곳 ‘양평’ 저마다 취향 따라 즐기는 매력 옛 간이역의 정취 담은 ‘구둔역’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큰 인기 레트로 느낌 가득해 사진명소로 가로등 하나 없는 ‘벗고개 터널’ 고개 들면 별이..

풍류, 술, 멋 2023.06.15

산상 정원 거쳐 원시림 계곡… ‘사유의 길’서 나를 치유하다

로미지안 가든의 삼합수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조양강의 물줄기와 남평뜰. 전망대 아래는 자작나무 숲이다. 로미지안 가든을 일군 손진익 회장은 이 경관에 매료돼 비탈진 지형이라는 약점에도 이 땅을 샀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평창~정선 59번 국도 ‘후미진 뒷길 명소’ 2곳 가리왕산 ‘로미지안 가든’ “아내 천식 낫게한 자연의 힘” 老기업인이 ‘치유의 숲’ 조성 화봉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 소리길부터 자성의 언덕까지 테마 공간·트레킹 코스 30개 ‘삼합수 전망대’는 경치 맛집 오지중의 오지 ‘항골계곡’ 상원산~백석봉 사이에 숨어 원래이름은 물 차가워 ‘한골’ 1980년대 탄광 번성했던 곳 숨바우길,이끼·원시림 빼곡 나무 덱 지나면 푹신한 흙길 계곡 건너편에선 캠핑 가능 정선=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

풍류, 술, 멋 2023.06.08

평양 기녀 오유란이 살아남은 법

윤채근 단국대 교수가 우리 고전에 기록된 서사를 현대 감성으로 각색한 짧은 이야기를 연재한다. 역사와 소설,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져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Gettyimage] 나 오유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열세 살 꽃다운 나이에 기녀들의 전쟁터로 불리던 평양성에서 나이 어린 동기 중 으뜸으로 이름을 날린 바 있다. 그로부터 어언 사십여 년이 훌쩍 흘러 이젠 퇴기 신분으로 죽을 날만 받아놓은 신세이건만, 이렇게 후배들에게 몇 글자 끼적여 군소리를 남기는 것은 화려했던 지난날에 무슨 억하심정이나 회한을 품어서는 조금도 아니다. 어쭙잖은 용모나 소리로는 높으신 대감들 그림자 근처에도 범접할 수 없는 모진 경쟁 속에서 뛰어난 미모도 갖추지 못했고, 그렇다고 특출한 기예를 타고나지도 못했던 내가..

풍류, 술, 멋 2023.06.01

소대가리에 쌓인 50m 높이 모래언덕… 유배·표류의 아픔까지 보듬어준 섬

전남 신안군 먼바다의 섬 우이도의 거대한 모래언덕은 파도와 바람의 합작품이다. 파도가 밀고 온 모래를 바람이 옮겨다 놓았다. 모래언덕 너머로 보이는 마을이 우이도 돈목마을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전남 신안군 우이도 기행 파도 · 바람의 합작품 ‘우이사구’ 훼손 우려 때문에 출입금지 조치 20년 세월 지나 현재모습 복원 먼 뱃길 감수할 독창적 아름다움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진리마을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 생활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등 저술 진리항에는 문순득 동상이 반겨 구름같은 바다 펼쳐진 상산봉 우이 1 · 2구 사이 진리고갯길 최정상인 상산봉까지 이어져 신안 앞바다 섬들 한눈에 조망 ‘관계맺음’이 매력인 우이도 여관 · 식당 없이 민박집만 있어 잠자리 얻고 삼시세끼도 해결 민박집 주인과 허..

풍류, 술, 멋 2023.06.01

수도자처럼 지리산 어깨 한발짝 한발짝… 암자 향한 걸음마다 ‘기도’가 됐네

지리산 능선이 흘러내린 초록의 숲 한복판에 들어선 대찰 화엄사 전경. 경내로 들어서면 높이를 달리하는 공간배치와 법당을 비롯한 20동이 넘는 부속건물의 짜임새가 돋보인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부처님 마음 헤아리며 정진 구례 화엄사 암자 순례길 이야기 깃든 ‘화엄사’ 20동 넘는 부속건물 규모 거대 국보 4개·보물 5개 유적 놀라워 모과나무 기둥의 ‘구층암’ 눈길 해발560m 녹음속 ‘연기암’ 섬진강 내려다 보이는 명당자리 백제시대 화엄사가 시작된 곳 화려한 단청 ‘금정암’ 주 불전 문살, 꽃 병풍 펴놓은 듯 다음 암자인 낡은 지장암과 대비 초라하고 비워진 곳서 깊은 배움 피아골 절집 ‘연곡사’ 국보 ‘동승탑’ 미감 탄성 자아내 용·사자… 비누조각처럼 새겨져 구례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

풍류, 술, 멋 2023.05.18

광부들 한탄이 상춘객 감탄으로… 애잔한 기억 찾아나선 173.2㎞

강원 영월 망경대산 자락의 옛 탄광마을 모운동에서 시작하는 ‘운탄고도 1330’ 3길의 시작지점. 이쯤에서부터 탄광이 번성했던 시절 석탄 더미를 실은 트럭이 오가던 산중의 길이 시작된다. 운탄고도는 다른 걷기 길과는 달리 한쪽의 시야가 트이고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길의 폭이 넓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영월에서 떠나는 운탄고도 1330 9개의 코스 중 2길~3길 추천 걷는내내 한쪽으로 시야 트여 청령포 서강변 풍경보며 출발 복병같은 고갯길선 숨 차올라 망경대산 품은 예밀2리 마을 산등성이서 만난 뜻밖의 폭포 ‘꽃절’ 망경산사 금낭화 만발 만경사서 내다보는 조망 압권 30→1만명 번성했던 모운동 폐광 뒤 썰렁한 빈터만 남아 3길부턴 탄광의 흔적 곳곳에 갱도 기둥·광부 동상 등 눈길 영월 = 글·사진..

풍류, 술, 멋 2023.05.10

여름 오기전 고상하게 빛나는 신록… 7㎞ ‘선비의 길’ 따라 만춘을 걷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신록 가득한 전북 순창 두 갈래 길 ‘인공산’ 강천산이 만든 초록길 명물 ‘고추장’ 대신할 자원으로 40여년전 조성된 첫 군립공원 맨발산책로·족욕장·구름다리… ‘잘 꾸며진 공원’ 같은 공간으로 탐방로엔 단풍나무 새잎 가득 120m폭포옆 선녀계곡길 으뜸 추령천 물길 낀 ‘역사의 길’ 천변 목재 덱의 호젓한 산책길 조선시대 서당 ‘훈몽재’서 출발 자연당 등 한옥건물 경관 수려 ‘사향노루 지나간 정자’ 사과정 이팝꽃 핀 마을엔 김병로 생가 종점 낙덕암 풍경 최고로 꼽혀 순창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과속도 이런 과속이 없습니다. 이른 봄꽃이 두서없이 피더니, 올해는 초록도 이릅니다. 남도의 산자락은 눈부신 연두색 신록의 감격도 없이, 곧바로 짙푸른..

풍류, 술, 멋 2023.04.27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 100년 수성못에 ‘화해의 꿈’ 담다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수성못. 수변을 끼고 버드나무의 신록이 한창이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됐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관광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팔공산, 서문시장 등과 함께 ‘대구 12경(景)’ 중의 하나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역사의 기억’ 간직한 대구 1927년 日미즈사키 주도로 만든 ‘수성못’ … 분쟁 없이 운영 인근에 묫자리 유언… 한일친선교류협 주관 추도식 가져와 “인의의 나라 공격 못해”… 왜장 사야가 뿌리 내린 우록동 임란때 투항해 왜군에 맞서… 조선 조정 ‘김해 김씨’ 하사 明원병 왔다 정착 두사충… 거처한 대명동 現 ‘지역 최대 洞’ 풍수지리 안목 눈길… 교분 나눈 이순신 장군, 시 지어 줘 대구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대구..

풍류, 술, 멋 2023.04.21

[ 조용헌의 영지 순례 ]도망자 임꺽정의 발길 잡은 절경, 철원 고석정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나는 쫓기는 자에 대한 동정심이 있다. 인생이 고해(苦海)라고 할 때, 이 고해는 뭔가 모르게 쫓기는 심정에서 연유하지 않나 싶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종업원 월급 날짜가 다가오면 월급 줄 돈 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쫓기고, 서민들은 생활비와 각종 납부금 낼 생각에 쫓긴다. 50대의 월급쟁이는 언제 내가 조직에서 쫓겨나는가 하는 초조함에 쫓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원고 마감에 쫓긴다. 문필가는 원고 마감 기한에 쫓기는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팔자이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인 미국과 중국이 좋은 점이 있다면 쫓길 때 도망갈 구멍이 많다는 점이다. 서부영화에서도 총잡이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도망갈 수 있다. 주인공이 탈주에 성공해서 붙잡히지 않고 살아..

풍류, 술, 멋 2023.04.14

갯벌서 1700년 기다린 ‘침향’ , 불상 되어 ‘구원의 향’ 내뿜다

완도의 섬 고금도의 절집 수효사 극락보전에 봉안된 ‘침향 삼불’. 가운데 목불상이 주불인 미륵불이고 가까운 쪽이 약사불, 미륵불 뒤쪽이 아미타불이다. 1700년 전에 미륵을 기다리며 갯벌에 묻은 나무로 만들었다는 불상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미륵의 염원’ 잠들어 있던 전남 고금도 당나라에 침탈 당하던 신라인들 부처의 생환 바라며 ‘매향’거행 양식장 작업중 건진 거대 녹나무 수효사 시주받아 삼존불상 제작 향토유산 유형문화재 지정 앞둬 사실상 공식적으로 ‘침향’ 인정 이순신 사당 충무사 있는 고금도 지느러미같은 봉황산 암릉 눈길 조선 중죄인 유배지였던 신지도 서예 대가 이광사 쓴 현판 곳곳에 일제 강탈·양도 이어진 조약도 삼문산 망봉도 지나칠 수 없어 완도=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

풍류, 술, 멋 2023.04.06

개나리 옆 진달래, 한 발 건너면 동백꽃 들쭉날쭉 꾸밈없어 더 예쁜 ‘그 섬의 봄’

거제 대금산의 진달래 군락지로 이어지는 오솔길. 대금산 임도에는 산벚꽃이, 능선으로 오르는 길에는 연분홍 진달래와 흰 자두꽃, 선홍색 동백꽃이 흐드러졌다. 대금산의 진달래는 이번 주말이 절정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자연의 꽃밭 거제도 대금산~망산 53㎞ 이어지는 근육질 같은 ‘남북지맥’ 30년 전 산불로 폐허됐던 곳에 하나씩 자리잡은 야생화 4월 초까지 형형색색 물결처럼 일렁이는 春花군락 ‘조선소의 섬’ 명성에 가려졌던 천혜 자연의 명소 율포~산촌리 벚꽃터널, 해안도로 못잖은 드라이브 코스 제철 맞아 통통하게 살오른 멸치, 회무침·튀김 등 일품 거제=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지금 남쪽은 온통 꽃밭이다. 지난주 흐드러지기 시작했으니, 이번 주는 절정이다. 올해 봄꽃..

풍류, 술, 멋 2023.03.31

달이 뜨는 암봉 아래 신비로운 석벽 부처… ‘비밀의 낙원’을 만나다

월출산 주지봉 아래 바위 월대에 올라앉아서 구림마을 너머로 영암의 들녘을 내려다보고 있다. 영산강 하구언이 놓이기 전에 이 너른 들이 호수처럼 고요한 바다였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전남 영암 ‘월출산’ 숨은 매력 ‘달 솟는다’ ‘달 낳는다’ 의미 협곡과 능선이 굽이치는 산 주지봉 아래 ‘월대’ 올라서면 장쾌한 영암 들녘 ‘파노라마’ 서쪽 문산재엔 또다른 ‘월대’ 영산강 일대 절경이 한눈에 해발 743m에 ‘국보 마애불’ 거대한 모습 보면 경건해져 영암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전남 영암의 월출산은 존재감이 뚜렷한 산입니다. 산 전체가 바위로 이뤄진 데다 창끝과 같은 암봉이 능선과 협곡에 즐비합니다. 다른 산과 능선을 잇대지 않고 저 홀로 수반 위에 얹은 수석처럼..

풍류, 술, 멋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