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목포에서 서거차도까지...완행 여객선 '섬사랑 13호'

醉月 2021. 10. 1. 13:01
전남 진도의 조도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상조도 도리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섬의 모습. 일출 무렵의 빛을 받아 금박지처럼 반짝이는 드넓은 바다 위를 배가 지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운항시간에 가장 많은 섬을 들르는 완행 여객선 ‘섬사랑 13호’를 탔습니다. 목포에서 서거차도까지 가는 항로는 자그마치 서른두 개의 작은 섬을 거쳐 갑니다. 섬 주민들을 위한 따스한 위안과 배려로 운항하는 여객선은, 그걸 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목적이나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 느긋한 여행. 그런 여행을 선물처럼 선사하는 한없이 느린 여객선 이야기입니다.


# 서른두 개 섬을 들르는 완행 여객선

이른 아침, 전남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 선착장. 말끔한 두 척의 남신안농협 철부선 사이에서, 절반 크기만 한 낡은 배 한 척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156t급 여객선 ‘섬사랑 13호’.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항로’이자, ‘가장 기항지가 많은 항로’를 운항하는 배다. 섬사랑 13호는 매일 오전 8시 30분 목포항을 출발해 진도 남쪽의 작은 섬, 서거차도까지 간다. 목포에서 서거차도까지 9시간 30분. 같은 항로를 교차 운항하는 ‘섬사랑 10호’는 엔진 출력이 작아서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 정도면 비행기로는 대륙을 건너가고도 남는 시간이다.

섬사랑 13호의 항해시간이 이렇게 긴 건 다도해의 작은 섬들은 죄다 들렀다 가기 때문이다. 목포∼서거차도 구간은 ‘국가보조항로’다. 국가가 여객선 운항을 보조해주는 항로라는 얘기다. 어쩌다 한 번 승객이 타고 내리는 작은 섬을 다니는 여객선이 수지타산을 맞추기란 불가능하다. 여객선 운항을 선사들에만 맡겨두면 작은 섬에 뱃길이 끊기는 이유다. 그러니 국가는 보조금을 줘서 외딴 섬을 다니는 여객선 항로를 유지한다.

보조금을 받아 운항하는 항로가 바로 섬사랑 13호와 10호가 교차 운항하는 목포∼서거차도 항로다. 섬사랑 13호는 신안과 진도의 바다를 누비며 작은 섬이란 작은 섬은 죄다 들른다. 한 번의 편도 항해에서 들르는 섬이 자그마치 ‘서른두 개’다. ‘가장 기항지가 많은 항로’라는 데 의심의 여지없다. 서른두 개 섬 중에서 열 집 미만의 주민이 사는 낙도가 절반쯤은 되는 듯하다. 선실 벽에 붙여놓은 항해노선표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섬의 지명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목포∼서거차도 항로가 두 번째로 길다고 했으니, 내친김에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긴 항로도 살펴보자. 국내 최장 여객선 항로는 인천∼제주 구간이다. 425㎞의 거리를 11시간 30분에 걸쳐 항해한다. 다만 세월호 사고 후 지금껏 운행이 중단되고 있어 ‘대한민국 최장 항로’의 기록은 과거형이다.

가장 긴 항로는 인천∼제주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데, 두 번째부터는 좀 헷갈린다. ‘최장’의 기준이 거리인지, 시간인지에 따라 2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거리를 기준으로 하면 두 번째는 운항 거리 313㎞인 부산∼제주 항로다. 그런데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재면 결과는 다르다. 섬사랑 13호가 운항하는 목포∼서거차도 항로는 102㎞에 불과하지만 운항 시간은 더 길다.

부산∼제주 항로의 운항시간은 9시간이지만 목포에서 서거차도 항로는 이보다 30분이 더 걸린다. 단순 속도로 계산하면 시속 12㎞. 선착장에 접안하거나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시간을 빼고서 운항 중 배의 속도만 계산해도 시속 20㎞ 남짓에 불과하다. 섬사랑 13호는 마라톤 선수가 달리는 속도보다 더 느리게 바다를 항해하는, 완행 중에서도 완행 여객선인 셈이다.

목포∼서거차도 항로 주변의 무인도인 백야도의 기암으로 이어진 능선. 위태롭게 서 있는 집채만 한 바위들이 마치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보인다.

# 도시락 두 개를 챙겨서 배를 타다

목포∼서거차도 항로를 운항하는 섬사랑 13호와 10호는 낙도 주민들에게 소중한 발이지만, 여행자에게도 매력적이다. 다도해 국립공원의 섬과 바다를 즐기는 데 이만한 교통수단이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의 한갓진 여행을 선호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떠나왔거나, 쉼이 필요해서 떠난 여행이라면 제격이 아닐 수 없다. 애써 여행을 준비하거나 일정을 짜고 동선을 맞출 필요도 없다. 짐을 챙기고, 배표를 끊고 배에 올라타기만 하면 남쪽 바다의 섬과 섬 사이를 여행할 수 있다.

완행여객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는 중간중간 타고 내리는 섬사람들이 보여주는 무욕(無慾)의 소박한 삶을 곁눈질하는 감동도 있다.

이런 교통수단에 가장 적합한 여행의 방식은 백패킹이다. 완행 여객선을 타고 다도해 국립공원의 작은 섬으로 건너가 즐기는 백패킹의 매력은 해본 사람만 안다. 인적 없는 작은 섬에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바다 위로 쏟아지는 밤별을 보며 보내는 하룻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추억이 되고도 남는다.

지금부터 덧붙이는 건 완행여객선을 잘 즐기는 요령이다.

섬사랑 13호와 10호의 출항시간은 이르지만, 전날 목포에서 숙박하지 않아도 된다. 오전 7시 30분 목포역에 도착하는 KTX 열차 편을 이용한다면 아침잠은 좀 설치겠지만, 출항시간을 여유 있게 맞출 수 있다.

여객선 탑승 전에 잊지 말고 준비해야 할 것이 도시락이다. 큰 섬을 드나들거나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페리호에는 먹거리 따위를 파는 매점이 있지만, 섬사랑 13호에는 편의시설이 전무하다. 항해 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대비해 저녁 식사용 도시락까지 두 개를 준비해가는 편이 낫겠다. 도시락은 목포 연안여객선터미널 주변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 참고로 섬사랑 13호 선원들은, 기항지에 정박하는 날이면 배에서 자고, 매 끼니 직접 밥을 해먹으면서 다닌다.

도시락과 함께 챙겨가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휴대용 의자나 작은 방석이다. 섬사랑 13호와 10호는 배가 작아 갑판에 의자나 탁자가 없다. 야외에서 다도해 경관을 즐기려면 갑판에 서거나 바닥에 앉는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의자와 방석이 요긴하다. 좋아하는 음악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이어폰을 가져가면 바다 풍경에다 배경음악을 넣을 수 있다. 바다 위를 미끄러지는 배 갑판 위에서 듣는 음악의 감회는 평소와는 전혀 다르다.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건 뱃멀미다. 항해가 예정된 날의 해상 예보를 사전에 확인하는 건 필수다. 해상 날씨가 변덕스럽다. 날씨가 좋다는 예보에도 멀미약을 준비해야 한다. 바람이 불거나 파도가 높다는 예보가 내려진 날이라면 멀미약을 먹는 것보다는, 배 타는 걸 포기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다. 뱃멀미를 겪으며 아홉 시간 반을 항해하는 건 여행이 아니라 고행(苦行)이니 말이다.

일출 무렵 상조도 돈대봉 전망대에 오른 박윤수 조도면장이 조도군도의 섬을 내려다보고 있다. 맑은 날에는 여기서 제주도 한라산의 실루엣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 섬과 섬 사이를 바쁘게 건너가다

추석 연휴가 끝난 이튿날 아침에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섬사랑 13호에 올랐다. 섬사랑 13호의 승객 정원은 86명. 1t 트럭을 7대까지 실을 수 있다. 그런데 이날 배에 탄 손님은 승객 20명과 1t 트럭 한 대가 전부였다. 승객 수가 승선 정원의 반의반도 못 미쳤는데도, 운항 점검을 위해 배에 오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직원은, 선장에게 “오늘따라 승객이 많다”며 덕담을 건넸다. 선장은 “명절 뒤끝이라 그렇다”고 말을 받았다.

선장 말대로 배 안에는 육지의 자식 집에서 추석 명절을 쇠고 섬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다녀가는 자식에게 이것저것 싸주는 건 부모의 일만은 아닌 듯, 배 안의 노인들에게는 육지의 자식들이 바리바리 싸서 들려준 보따리가 저마다 한가득이다.

섬사랑 13호의 선실은 좌석식이 아니라 전기온돌 패널을 깐 좌식이다. 반듯한 의자가 놓인 선실에 대면 단정해 보이지는 않지만, 장시간 항해에는 방바닥에 앉아서 가는 좌식 선실이 최고다.

목침을 베고 편안하게 누워 방바닥을 뒹굴뒹굴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다. 물론 다도해 풍경에 관심 있는 여행자들에게는 편안한 자리보다 시야가 탁 트이는 ‘갑판 위’가 섬사랑 13호의 최고 명당자리지만 말이다.

목포항을 출항한 섬사랑13호는 목포대교 교각 사이를 지나 해남의 화원반도를 끼고 돌아 뱃머리를 남쪽으로 향했다. 날은 청명하고, 수면은 거울 같았지만 배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마침 사리 때인 데다 밀물이 시작되는 시간이어서 조류가 제법 거셌다.

배는 1시간 30분 만인 오전 10시쯤 신안군 백야도에 닿았다. 백야도는 섬 주민이라야 4명이 전부인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섬인데, 뜻밖에 1t 트럭이 내렸다. 육지에서 추석을 쇠고 섬으로 돌아가는 트럭에는 곧 출하가 시작될 새우를 포장할 스티로폼 박스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쪽 끝과 저쪽 끝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섬 안의 도로가 짧아 ‘여기서 차가 무슨 소용일까’ 싶었는데, 그래도 섬에서 양식하는 새우를 육지로 실어 내가려면 차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배는 섬에다 승객을 부려놓자마자 곧바로 다음 섬으로 향했다. 내리거나 탈 승객이 없는 섬에는 정박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항로가 딛고 가는 섬은 서른두 곳이지만, 실제 배가 들르는 섬의 수는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이유다. 배에 탄 손님이야 표를 끊으니 어떤 섬에서 내리는지 알 수 있지만, 섬에서 배를 기다리는 손님이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답은 ‘전화’다. 섬사람들은 섬에서 배를 타고 싶으면 배가 닿기 전에 선장에게 전화를 건다. 정기 여객선을 콜택시 부르듯 제 섬으로 부르는 셈이다. 그러니 육지로 나가는 승객이 많은 날 선장 전화는 불이 난다.

승객이 많고 들르는 섬의 수가 많으면 운항시간은 늘고, 반대로 승객이 적어 들르는 섬의 수가 적은 날에는 운항시간도 줄어든다. 목포∼서거차도 항로의 운항시간이 9시간 30분이라고 한 건, 평균 들르는 섬 숫자를 감안한 운항시간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 날은 거의 없지만 서른두 개 섬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들른다면 운항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배를 탄 날에는 서거차도까지 항해하면서 열다섯 개 섬에 들러 오후 5시쯤 서거차도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1시간 30분쯤이 짧은 8시간 남짓의 항해였다.

# 완행 여객선에서는 무엇을 봐야 할까

▲ 위 사진은 ‘섬사랑 13호’가 항해하는 모습. 배 뒤쪽으로 보이는 섬이 진도군 가사군도의 중심인 가사도다. 가운데는 눌옥도 앞바다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여. 모난 바위가 마치 인공구조물처럼 보인다. 아래 사진은 눌옥도에서 할머니들이 짐을 받아든 선원과 발전소 직원의 도움으로 배에서 내리는 모습.


섬사랑 13호를 타서 봐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바다와 섬이 그려내는 다도해 국립공원의 빼어난 경관이고, 다른 하나는 고립된 작은 섬에서 주민들이 욕심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먼저 바다와 섬의 경관 이야기부터. 같은 바다에 떠 있어도 섬은 저마다 모양과 형세가 다르다. 바로 이웃한 섬인데도 지질과 식생이 전혀 달라 보이는 곳도 있다. 온통 숲으로 뒤덮인 섬이 있는가 하면, 높은 성채처럼 아찔한 벼랑을 두른 바위섬도 있다. 부드러운 구릉이 초지를 이룬 평평한 섬도 있고, 섬 한가운데 산이 솟은 섬도 있다.

섬마을의 형태는 더 다양하다. 섬 한쪽 끝에서 바다를 끼고 마을이 들어선 섬이 있고, 섬의 한가운데 오목한 자리에 숨듯이 들어선 마을도 있다. 파도가 높은 날에는 바닷물이 넘을 것 같은 긴 섬의 가운데 낮고 잘록한 자리에 마을이 있는 섬도 있다.

배가 들르는 섬들뿐만 아니다. 벌섬, 솔섬, 발섬, 자근뛰섬, 사슴섬, 국화섬은 사람이 살지 않아 배가 닿지 않는 항로 주변의 무인도다. 섬보다 작은 바위인 ‘여’도 있다. 민둥여, 새여, 재여, 말여, 고래여, 상어여…. 유인도와 무인도, 그리고 바다 위로 솟은 바위까지 한데 어우러져 경관을 만들고 전설을 빚어낸다.

항로상의 섬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 진도해역 가사군도의 섬들이었다. 가사도를 중심으로 무리(群)를 지어 떠 있는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혈도, 광대도 등을 통틀어 ‘가사군도’라 부른다. 가사란 지명은 섬의 지형이 ‘가새(가위의 전라도 사투리)’를 닮아 유래했다는 것이 정설인데, 스님이 입는 옷 ‘가사(袈裟)’에서 따왔다는 전설도 있다. 전설은 도를 닦던 스님이 수평선 너머로 지는 붉은 노을과 새떼가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다가 도취돼 법의를 입은 채 바다를 헤엄쳐가다가 기진해 죽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가사군도 섬의 형상은 독특하다. 한가운데 산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가 있는 섬(주지도)도 있고, 바위 전체가 기이한 벼랑으로 돼 있는 섬(광대도)이 있으며, 바위에 구멍 뚫린 섬(혈도)도 있다. 가사군도 섬들만 따로 모아 시간을 내서 유람선으로 속속들이 돌아보고 싶어지는 풍경이다.


# 작은 섬에서 사는 순한 삶을 보다

가사군도보다 더 빼어난 경관이 조도군도에 있다. 조도를 중심으로 한 진도의 조도면 일대는 섬의 밀도가 가장 높다. ‘새 조(鳥)’자에 ‘섬 도(島)’자를 쓰는 지명도 바다 위에 빽빽하게 떠 있는 섬이 마치 새떼가 앉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조도는 연도교로 이어진 상조도와 하조도로 이뤄져 있는데, 조도 일대의 섬을 한꺼번에 조망하는 자리가 상조도의 돈대봉 전망대다. 여기 올라 서봐야 다도해가 왜 다도해인지, 쪽빛 바다에 떠 있는 섬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비로소 알 수 있다.

200년 전쯤 조도에 상륙해 돈대봉 정상에 오른 영국함대의 선장 바실 홀은, 여기서 보이는 경관을 두고 ‘세상의 극치’라는 기록을 남겼다. 식민지시대 전 세계를 항해하며 갖가지 진귀한 풍경을 다 봤을 영국함대 선장의 평가다.

돈대봉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을 때에는 추자도와 완도의 청산도까지 조망할 수 있고 멀리 독거군도, 서남쪽의 서거차군도, 병풍도가 보인다. 발아래로는 하조도, 관매도, 대마, 소마도, 관사도, 나배도가 있고, 등 뒤로는 옥도, 성남도, 가사도, 내·외병도가 있다. 이튿날 일출 무렵에 돈대봉 전망대에 올랐는데 남쪽으로 제주 한라산 형상이 뚜렷했다.

돈대봉 전망대에 가려면 조도에서 내려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있다. 섬사랑 13호는 항로의 종점인 서거차도까지 가서 승객을 모두 다 내려 준 뒤에 조도로 되돌아온다. 조도의 율목항에 정박해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에 다시 서거차도로 가서 항로를 거꾸로 거슬러 목포까지 가는 것이다. 그러니 항로 운항을 모두 마치고 율목항에 정박할 때 배에서 내리면 조도 일대를 돌아볼 수 있다.

이럴 요량이라면 교차운항하는 두 척의 배 중에서 꼭 섬사랑 13호가 운항하는 날을 겨눠서 타야 한다. 섬사랑 10호는, 항해를 마치고 조도 율목항이 아니라 종점인 서거차도에서 정박하니 주의해야 한다.

완행여객선을 타는 즐거움은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일에만 있지 않다. 열 집 안쪽이 사는 손바닥만 한 섬에서 평생을 살아온 섬사람에게서는, 욕심을 벗은 도인의 풍모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섬사랑 13호 승객은 연령에 따라 뚜렷하게 둘로 구별된다. 전체 승객의 3분의 2쯤은 70대와 80대 노인, 나머지 3분의 1은 30대 남짓의 젊은이다. 나이 든 이들은 대개 섬에서 대대로 살아온 주민이고, 젊은이들은 낙도의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다.

배가 섬에 닿으면 섬 주민인 노인과 발전소 직원 젊은이들이 뒤섞여 배를 타고 내리는데, 여객선 선원과 발전소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섬 주민의 짐을 들어주거나 부축해줬다. 그런 뒷모습을 보면 다들 가족이라고 해도 믿겠지 싶다.

섬주민을 다 해도 서너 가구가 될까 싶은 작은 섬에서 발전소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함께 내린 노인의 무거운 짐을 받아 들고 몇 발짝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섬 주민도, 젊은 직원도 외딴 섬에서 서로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리라. 갑판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 조도·관매도 가는 길

진도 조도군도에는 하나하나 따로 여행을 다녀와도 좋을 만큼 근사한 풍경을 가진 섬이 여럿 있다. 조도를 다녀오겠다면 속도가 느린 ‘섬사랑 13호’ 대신 진도항(옛 팽목항)에서 일반 여객선으로 다녀오는 게 좋겠다. 진도항에서 하조도의 창유항까지는 한림페리호와 새섬두레호가 교대로 하루 8번 왕복한다. 진도항에서 오전 9시 30분에 출항하는 한림페리호와 낮 12시 10분에 출항하는 새섬두레호는 항로를 연장해 조도를 경유해 관매도까지 운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