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축제 따라 걷기_함양 산삼축제

醉月 2012. 7. 26. 13:06

지천에 널린 불로장생 산삼 곳곳서 “심봤다!”

7월 26~30일까지 상림·필봉산 일원서 축제 열려… 체험비 2만 원에 한 뿌리씩 캐

▲ 함양군 산림녹지과 노창탁씨가 산양삼이 자라고 있는 산삼체험장 안에서 산삼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심봤다!” 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심마니들의 외침이다. ‘심’은 산삼을 가리키는 한국 고유의 명칭이다. 심마니가 먼저 생겼는지, 산삼이라는 명칭이 먼저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심마니의 심이 산삼을 일컫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 심마니는 한국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의 하나다. 한반도에는 산이 많은 지형 탓에 다른 어떤 직업보다 먼저 생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쩌면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 약초꾼 심마니가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유사 이래 최초의 직업이라 할 수 있는 심마니들의 외침을 등산 애호가들이나 일반인들도 쉽게 체험해 볼 기회가 생겼다. 함양의 산삼축제를 통해서다. 올해는 7월  26~30일까지 4박5일간 함양 상림과 주변 필봉산 일원에서 열린다.

 

산삼은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대표적인 작물 중의 하나다. 산삼의 효력 때문이다. 암을 예방하거나 피로회복을 돕고, 조혈작용, 당뇨억제, 혈압조절 등의 약리작용은 이미 임상실험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산삼의 효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이 영원불멸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불로초, 즉 산삼을 찾으러 신하들을 방방곡곡으로 보낸 사실을 기록한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온다. <사기>에 ‘BC 210년 서복이 진시황의 명을 받아 동남동녀와 기술자들을 이끌고 오곡을 가지고 바다를 건너 동쪽으로 불로장생약을 찾으러 갔으며, 이국타향에서 대평원과 대수면의 지방에서 자신을 왕으로 칭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불로장생약이 바로 산삼으로 추측된다. 서복은 서불(徐市)이라고도 하며, 진나라 방사를 지낸 인물이다. 서복이 바다를 건너 동쪽으로 갔다고 추정되는 곳이 대체적으로 한국과 일본이며, 일부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주장도 있다.

▲ 산삼체험장으로 올라가는 길 바로 앞에 대나무로 터널을 만들어 산삼향기를 맡으며 걷도록 했다.
진시황이 보낸 서복 흔적 함양에 두 곳 있어
한반도에 서복이 도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남해·거제·통영·함양 등 12곳이며, 일본은 30곳 정도 된다고 한다. 한반도의 12곳 중 함양에 2곳이 있다. 삼봉산과 서암동이란 곳이다. 삼봉산은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보이며, 지리산보다 약초가 많다고 하여 약초산이라 불리는 지역이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고려시대를 거쳐 산삼을 가장 많이 캤다는 깃대봉 바로 아래 있는 산이다. 서복이 만약 배를 타고 와서 삼신산 중의 하나인 방장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에 올랐다면 구례 서시천을 거쳐 오도재 부근의 삼봉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봉산이 지리산 전체 자락 중 약초의 입지 조건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서복이 흔적을 남긴 함양의 또 다른 지역은 서암동(徐嵒洞)이란 곳이다. 마천면 추성리 서암정사가 있는 서암동은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복이 지리산에서 불로초를 캐기 위해 기거한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전한다.

 

함양군은 여기에 착안했다. 전국에서 산삼 입지조건이 가장 좋은 곳이며, 진시황의 불로장생 약초를 찾아온 서복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함양을 산삼단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산삼의 입지조건은 기본적으로 토양이 부양토로 배수가 잘 돼야 한다. 함양의 주변 산지는 대부분 흙 위에 낙엽이 한 층을 더 형성하고 있는 부양토로 완벽한 토양을 갖추고 있다. 또 인근 지역보다 4~5배나 더 많은 게르마늄 성분을 함유한 땅도 산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충분한 조건이다. 게르마늄은 암 예방, 콜레스테롤 제거를 통한 혈액정화, 노화방지, 면역조절 작용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여름 기온이 20℃ 내외로 서늘하며, 평균 일교차도 12.5℃로 산삼 성장에 적합하다. 

 

함양군은 천혜의 산삼 입지조건에 ‘100(부자)+100(장수)운동’을 함께 전개하기로 했다. 농가소득 1억 이상을 올리는 100가구와 100세 이상 사는 고장 만들기 일환으로 산양삼을 전략적으로 재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 지난해 산삼축제 기간 중에 행사장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산삼을 맛보고 있다.
함양 산삼축제 주 행사장은 한국 최초의 인공숲인 상림이다. 상림은 최치원 선생이 홍수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천년의 숲’이다. 상림엔 산삼축제 행사가 아니더라도 매주말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더욱이 6월부터 8월까지는 아름다운 숲뿐만 아니라 주변 연못에 화려한 연꽃이 피기 시작해 숲 안팎으로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상림에서 출발, 체험장이 있는 주변 필봉산(233m)으로 향했다. 주 행사장에서 체험장으로 가는 길은 각종 꽃으로 산책로를 꾸며놓았다. 대나무로 만든 터널 길엔 덩굴장미나무가 올라가도록 조성되어 있고, 그 옆엔 만발해 있는 각종 야생화 향기가 가득하다. 산삼향기뿐 아니라 야생화 향기에 빠져들 것만 같다.

 

길을 안내한 함양군 산림녹지과 노창탁씨는 “축제 준비할 때는 손 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정신없이 바쁘다”며 “방문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려면 한 달 정도는 제대로 잠을 못 잔다”고 했다.

 

상림에서 산삼캐기 체험장까지는 불과 1km도 안 되지만 걷기에 전혀 지겹지 않게 조성했다. 노씨는 산삼캐기 체험장은 보통 3월에 농가에서 키운 산삼 수천 뿌리를 이종해 놓는다. 이들이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잘 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상림 주변 필봉산 자락에 수천 뿌리 심어
함양군은 매년 산삼농가에서 25명을 선발, 중앙대학교에서 산삼관련 위탁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비 일체를 함양군에서 지원한다. 교육 받은 농가들이 함양에서 산삼을 키우면 군에서 이들을 일제히 수매, ‘생산이력제’를 통해 함양 산삼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간다. 생산이력제는 함양군이 2006년부터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산삼책임생산제도로서, 생산자의 개인정보와 얼굴사진을 상품에 그대로 붙여 유통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이 제도를 통해 함양산삼의 브랜드 가치를 많이 높였다고 한다.

▲ 산삼축제 기간 중에 선보일 음식인 산삼쌈.
노씨는 이 농가들에서 키운 5년근 산삼을 시중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해서 체험장에 이종한다고 밝혔다. 5년근 산삼은 시중가격이 5만 원가량 한다고 한다. 체험장에서는 한 사람당 2만 원을 받는다. 물론 체험 참가자 한 사람은 한 뿌리만 캐야 한다.

 

필봉산 자락으로 살짝 접어드는 순간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산삼체험장이 눈에 보인다. 이곳에 있는 산삼은 정확한 명칭으로는 산양삼(山養蔘)이다. 산양삼은 산삼 종자를 해발 700~800m 높은 산에 옮겨 심어 자연적으로 자라게 한 삼(蔘)을 말한다. 산양삼은 일반적으로 장뇌삼과 같은 종류를 말한다. 장뇌삼(長腦蔘)도 인삼의 씨를 산에 뿌려 야생상태에서 재배한 것이다. 장뇌라는 개념은 줄기와 뿌리를 잇는 뇌 부분이 길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외양과 약효는 자연산 산삼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격은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산지관리법에서는 ‘사람이 산에서 차광막 등 인위적인 시설을 하지 않고 재배하는 삼을 산양삼(mountain grown ginseng)이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뇌삼의 법적인 명칭은 산양삼인 것이다.

 

노씨는 열쇠로 채워진 철조망 문을 열었다. 약간은 어두운 듯한 산양삼 체험장이 나왔다. 일부는 벌써 빨간 꽃을 피우고 있고, 꽃대만 올라온 것도 여기저기 보인다. 노씨는 “산양삼 꽃대가 올라왔다는 의미는 최소 4년 이상 됐다는 것”이며 “산양삼은 5년째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씨가 산양삼 한 뿌리를 캐서 들어보였다. 뇌두로 연수를 세어보더니 6년째 접어들었다고 했다.

▲ 2011년 산삼캐기 체험에 참가한 방문객들이 직접 캔 산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산삼농장주들이 체험장에 5년근 옮겨 심어 
이들 산양삼은 산양삼 농가에서 키운 모종을 농장주인들이 직접 체험장에 심어 놓은 것들이다. 새로운 땅에 적응을 잘 해서 잔뿌리를 많이 내리도록 배수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서 이종했다고 한다.

 

2만 원을 내고 체험장에 입장한 사람들은 반드시 한 뿌리만 캐도록 감시인이 한 명씩 따라붙는다. 산양삼을 밭에서 보는 것과 같이 너무 쉽게 찾게 해놓아 시시하고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자, 노씨는 초기엔 산에 꼭꼭 숨겨놓았더니 심마니들이 총 출동해서 다 캐버리고 일반인들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가 돼서 지금의 형태로 바꾸었다고 한다. 군에서 산양삼의 대중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새로 조성한 체험장은 그리 넓지 않지만 거의 30cm 간격으로 수천 뿌리의 산삼이 자라고 있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체험장이 한 군데 더 있다. 새 체험장을 여기저기 꼼꼼히 살펴본 후 그곳으로 향했다.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 하나가 눈에 띈다. 팔봉산산책길, 일명 청춘길이라고 하는 코스를 안내하는 이정표다. 지금 걷는 이 길이 청춘길이라고 한다. 예전에 상림을 가로질러 함양 주변을 둘러싼 필봉산을 한 바퀴 도는 최치원산책길을 선보이더니 이제는 청춘길까지 등장했다. 함양에도 길 바람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필봉산산책길을 살짝 오르니 필봉산 자락 조금 가파른 듯한 곳에 널찍하게 자리 잡은 이전에 사용하던 체험장이 있다. 이곳에는 새로 심은 산양삼보다는 이전에 사용하다 남은 산양삼을 그대로 둔 것들이라고 한다. 조그만 새순에서 이미 꽃을 피운 것까지 키 높이도 다양한 산양삼이 자라고 있다. 새순을 보이는 것들은 이전에 심어 놓았던 산양삼에서 자생적으로 씨가 떨어져 자라는 것들이라고 한다. 주변은 소나무와 참나무로 우거져 있다. 관목들은 전부 간벌을 한 듯 없고 교목 사이 초본으로 산양삼이 자라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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