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外之士

列仙小傳 _소선공[蘇仙公]

醉月 2009. 10. 12. 09:03
列仙小傳 _소선공[蘇仙公]

 

ⓒ 삽화 박영철

 

사슴을 타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다
소선공(蘇仙公)의 본명은 소탐(蘇耽)이고 한나라시대 계양군(桂陽郡)사람이다. 한나라 문제(文帝)때 신선을 만나 득도했다. 평상시 늘 한 마리 건장한 매화사슴(梅花鹿)을 타고 다녔으며, 손에는 고풍스러운 자주색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그 당시 사람들은 “소선공이 타고 다니는 사슴은 ‘선록’(仙鹿)이고, 그 지팡이는 한 마리 신룡(神龍)이다”라고 하였다.

소선공은 어린시절 아버지를 잃었으며, 홀어머니에게 효도가 지극하였다. 고향에서 인의효경(仁義孝敬)으로 원근에 칭송이 자자하였다. 집이 군 소재지 동북모서리에 있었는데, 외출을 할 때 종래 건조하고 무덥거나 춥고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등을 따지지 않았다. 먹는 것도 매우 자유로웠는데 음식물의 좋은 것이나 살찐 것 등을 가리지 않았다. 가세가 매우 곤궁하여 소선공은 늘 다른 사람을 대신하여 소 떼를 방목하여 먹이곤 하였다.

방목한 소들, 해가 지면 스스로 돌아오다
이웃의 소치는 아이들과 교대로 돌아가면서 소 떼를 돌보았다. 소선공이 방목할 때 소 떼들은 질서 있게 가까운 지역에서 조용히 풀을 뜯어 먹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면 큰 소리로 불러 모을 필요도 없었다. 소 떼들은 자동적으로 소선공이 있는 곳으로 와서 소선공을 따라 외양간으로 돌아갔다. 다른 목동들이 소 먹일 때는 소 떼들이 목동의 뜻을 따르지 않고 산을 넘어 멀리까지 가기도 하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목동들은 소선공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소선공, 너는 무슨 좋은 수법이 있어 소들이 그처럼 말을 잘 듣는가?” 이에 소선공은 웃으면서 “이것은 너희들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였다.

한번은 소선공이 어머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어머니가 갑자기 “나는 지금 소금에 절인 생선이 먹고 싶구나! 다음에 시장에 가거든 나를 위해 생선을 좀 사가지고 오너라.”하였다.

순식간에 백이십리 밖에서 생선을 사오다
소선공은 “어머님! 좋습니다”라고 대답하더니 한 쌍의 젓가락을 밥그릇에 꽂았다. 방으로 들어가 돈을 조금 가져와서 사슴을 타고 외출을 하였다. 잠깐 사이에 소금에 절인 생선 한 마리를 손에 들고 되돌아 왔다. 그의 어머님이 밥 한 그릇을 다 먹지도 못한 시간이었다. 그때 소선공이 가져온 생선을 먹은 그의 모친이 맛있다고 칭찬하였다.

그리고 아들인 소선공에게 “어디 가서 사왔느냐?” 물었다. 소선공이 “호남에 있는 편현(便縣)의 시장에서 사왔습니다.”하였다. 모친은 그 말을 듣고 매우 황당해 하며 이상하다는 듯이 반문하였다. “편현은 이곳에서 백이십리나 떨어져 있다. 그리고 가는 길조차 험준하여 가기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그곳에 가서 물건을 사올 수 있는가? 이것은 나를 속이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을 하면서 지팡이 들어 아들 소선공을 때리려고 하였다.

이에 소선공은 얼른 무릎을 꿇고 말을 이었다. “소자는 어머님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소금에 절인 생선을 살 때 마침 우연히 시장에서 외삼촌을 만났습니다. 외삼촌께서는 소자에게 내일 어머님을 뵈러 오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청컨대 어머님께서는 내일 외삼촌이 이곳에 오시면 한번 물어 보십시오. 그러면 소자가 지금까지 한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 삽화 박영철

 

소선공, 승천을 준비하다
소선공(蘇仙公)의 어머니는 잠깐 사이에 백이십리 밖에 있는 편현(便縣)에 가서 생선을 사왔다는 소선공의 말을 믿지 못하면서 “내일 너의 외삼촌이 오면 물어보자.”고 하였다. 그 다음날 과연 외삼촌이 왔다. 소선공의 외삼촌은 어제 시장에서 소선공이 생선을 사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의 모친은 아들 소선공의 신통술에 놀라면서 그제야 비로소 자기 아들이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진 것을 알았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소선공은 새벽 일찍 일어나 집 안팎을 깨끗이 쓸고 닦았다. 집과 담장을 수리하고 잘 단장했다. 이웃 친구들이 소선공에게 “어떤 대단한 손님들을 초청하기에 이렇게 쓸고 닦는가?”물었다. 소선공은 “오늘 신선들께서 이곳 누추한 곳을 왕림한다.”고 하였다. 이 말에 친구들은 반신반의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서북쪽 상공에 자주색 구름이 자욱이 피어오르며,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데 수십 마리 백학이 자주색 구름사이에서 날아오르면서 소선공의 집을 향해 날아 내려왔다. 그리고 백학은 분분히 정원에 내려앉았다.

어머니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내년에 역병이 돈다고 예언
정원에 내려앉은 백학들이 갑자기 모두 의태와 용모가 단정하고 의젓한 미소년들로 변하였다. 걷는 걸음걸이가 부드럽고 표일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소선공은 공손하게 신선들을 맞이한 후 몸을 돌려 홀어머니 곁으로 가서 땅바닥에 덜커덕 무릎을 꿇고 간절한 목소리를 하고서 “어머님! 저는 더는 어머님 슬하에서 어머님을 보살펴 드리지 못합니다. 소자는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승천해야 합니다. 오늘 막 상제님의 부름을 받았사온데 저를 영접하러 온 선동(仙童)들이 정원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어 더는 이곳에 머물 수 없습니다. 이제 어머님께 고별을 하고자 합니다.”하였다.

어머니와 자식 두 사람은 끌어안고 눈물을 한참 흘렸다. 소선공의 모친은 “네가 신선이 되어 간 후, 나는 외롭고 힘들어 누구를 의지해 살아야할지 모르겠구나.”하였다.

소선공은 “어머님! 너무 염려 마십시오. 내년에 장차 전염병이 크게 유행할 것인데 우리 집 정원에는 오래된 우물이 있고, 처마 곁에는 큰 귤나무가 있습니다. 이 우물과 귤나무가 소자를 대신하여 어머님을 공양할 것입니다. 한 됫박 물과 귤잎 하나가 전염병에 걸린 한 사람을 낫게 할 것입니다. 병이 나은 집에서는 어머님께 진실로 감사히 여길 것입니다."하였다.

이 궤짝이 저를 대신하여 어머님을 돌볼 것입니다
소선공은 승천하기 전에 입구를 밀봉한 궤짝 하나를 어머니에게 직접 건네 드리면서 “어머님, 만약 부족한 물건이 있거든 단지 이 궤짝을 두드리며 궤짝에다 대고 필요한 물건을 이야기만 하면 곧바로 그 필요한 물건이 나타날 것입니다. 다만 절대로 궤짝 문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고 당부하였다.

말을 마친 후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가 좌우를 둘러보면서 감개가 무량한 듯 한참 서성이다가 매화사슴(梅花鹿)에 올라타고 자주색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는 몸을 구름 속으로 날렸다. 소선공 다리 아래서 자주색 구름이 뭉실뭉실 일어나고 몸 옆으로는 백학들이 빙빙 돌면서 선회하였다. 점점 하늘 높이 솟아오르더니 마침내 높은 하늘로 사라졌다.

소선공이 승천한 후 그 이듬해 과연 전염병인 역병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소(蘇)’씨 집안에서 역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원근의 수많은 병자들이 찾아왔다. 소선공의 모친이 아들 소선공의 말대로 병자들에게 우물물과 귤잎을 먹이자 약도 필요 없이 신기하게도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 삽화 박영철

 

궤짝 문을 열자 백학이 날아가다.
소선공(蘇仙公)의 모친은 많은 역병환자들을 고쳐 인근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하였다. 그곳 사람들은 그녀를 살아있는 신선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소선공의 모친은 세속의 재물을 탐내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 환자들에게서 대가를 일절 받지 않았다.

생활 중 부족한 것은 소선공이 남겨놓은 궤짝을 두드려 말만하면 무엇이든 즉시 생겼다. 이렇게 삼년이 지난 어느 날 소선공 모친은 날이 갈수록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궤짝 안에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이다지도 영험할까?’ 마침내 소선공의 신신당부를 무시하고 궤짝 문을 열었다. 그러자 한 쌍의 백학이 궤짝 안에서 나와 구름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이때부터는 궤짝을 아무리 두드려도 아무 물건도 나오지 않았다. 그 후 노인의 생계는 마을사람들이 돌보아 주어서 생활의 어려움은 없었다. 소선공의 모친은 백여 세까지 살다가 죽었다. 죽는 날까지 아무 병 없이 편안하게 살았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저마다 돈을 조금씩 부조하여 노인을 교외에다 잘 안장하였다.

하늘에서 통곡소리가 들리다
장례가 끝나자 갑자기 마을 동북쪽의 우비산(牛脾山)위에서 슬픔에 복받쳐 우는 통곡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산 위에는 커다란 자주색 구름이 떠있을 뿐이었다. 통곡소리는 구름 속에서 들려왔는데, 이때서야 비로소 소선공이 현신하였다는 것을 퍼뜩 깨달았다.

군수와 마을 유지들이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듣고 즉시 우비산으로 가서 애도의 뜻을 하늘에 고했다. 그들은 통곡소리만 듣고 소선공의 형체를 볼 수 없어 소선공을 한 번 뵐 수 있도록 간절히 청했다. 그러자 공중에서 응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속세를 떠난 지 이미 오래다. 신체와 용모는 이미 크게 변했다. 만약 진짜 형상을 드러내면 오히려 당신들이 두렵고 불안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재차 얼굴 한번 보기를 간청하자 소선공은 얼굴 반쪽과 손바닥 하나를 내밀었다. 얼굴과 손바닥 위에는 빽빽하게 가는 털이 자라 있는 것만 보이는데 과연 보통 사람들과는 크게 달랐다고 한다. 잠시 후 소선공은 다시 드러낸 몸을 숨겼다.

그리고 군수와 마을사람들에게 “고향의 여러분께서 삼가 조문해 준 것을 감사드린다. 이곳까지 오시는 길이 험하고 구불구불하여 돌아가기가 어렵겠다. 내가 여러분들을 바로 성읍으로 되돌아가도록 하겠다. 돌아갈 때 앞만 보며 가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 하였다.

자주색 커다란 용이 다리가 되다
말을 마치자 갑자기 산 옆으로 기다란 다리 하나가 생기는데 곧바로 계양군(桂陽郡)소재지까지 갈 수 있었다. 소선공의 말처럼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걸어서 안전하고 신속히 성안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관리 한 사람이 일부러 맨 뒤에서 걸어가면서 혼자 남았을 때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궁금하여 돌연 고개를 돌리자 긴 다리가 없어지면서 강으로 떨어졌다. 강에 떨어진 사람은 다만 자주색 거대한 용 한마리가 구불구불 선회하다가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소선공이 통곡했던 그 자리에서 계수나무와 대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고 한다. 바람이 없을 때에도 계수나무와 대나무가 스스로 땅을 쓸어서 그곳이 항상 깨끗하였다고 한다. 그곳 사람들은 늘 그곳에서 통곡소리를 들었는데 소선공의 모친이 죽은 후 삼년이 지나자 더는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때 우비산에는 백말이 고개 위에 자주 출현하여 당시 사람들은 ‘우비산’을 ‘백마령’(白馬嶺)으로 바꾸었다.

지금까지도 계양현 지방에서 수도하는 사람들은 매월 갑자일을 맞으면 소선공의 옛 집터로 가서 향을 사르고 엎드려 절하는데 그 정성과 존경이 조금도 쇠퇴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