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外之士

列仙小傳_이소군[李少君]

醉月 2009. 9. 29. 08:55

列仙小傳_이소군[李少君]

 

ⓒ 삽화/박영철

 

신선 안기생에게서 도술을 전수받다
이소군(李少君)은 제(濟)나라 사람이다. 이소군과 동시대에 살고 있던 한 무제(漢 武帝)는 도술(道術)에 푹 빠져서 법술이 높은 방사(方士)들을 널리 초빙하였다. 이때 이소군은 신선 안기생(安期生)에게서 화로(火爐)를 걸어 신선이 되는 신단(神丹)을 제련하는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처방에 따라 단(丹)을 만들 방법이 없었다.

이소군은 제자들에게 “한 해, 한 해 가는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늙을 것이다. 재력이 부족한 데다 설사 전력을 기울여 논밭을 경작한다 하더라도 단(丹)을 만들 만큼 충분한 돈을 모을 수 없다. 지금 방법이 하나 생겼다. 현 황제인 무제가 도술을 좋아하니, 나는 부름에 응해 천자를 만나고자 한다. 분명히 만사가 뜻대로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 무제를 만나 신선술을 설파하다
이소군은 봇짐을 지고 장안으로 가서 연단(煉丹)의 비법을 한 무제에게 올렸다. 그리고 한 무제에게 “이 비방(秘方)은 단사(丹砂)를 황금으로 만들 수 있으며, 그때 이것을 복용하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일찍이 동해 바다 위에서 노닐 때 신선 안기생을 만났는데, 안기생이 늘 먹는 대추는 주먹만큼 큽니다. 안기생이 저에게 이 비법을 전수해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무제는 이소군의 자초지종을 정중하게 경청하고는 그 말에 푹 빠져 이소군에게 벼슬을 내리고 곁에 머물게 했다. 또 이소군에게 무수한 금은보화를 상으로 내렸다.

이소군, 정황으로 보아 이미 수백 살을 살다
한 번은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이소군이 왕족인 무안후(武安侯)와 함께 연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 가운데 노인 한 분이 있었는데 머리와 수염이 새하얗게 쇠었다. 나이가 이미 90여 세가 넘은 고령이었다.

이소군은 그 노인에게 성명을 묻고 난 후, “나는 아직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다. 당신의 할아버지는 이름이 누구이고 어떻게 생겼다. 나는 당시 당신의 할아버지와 함께 밤에 놀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당신은 그때 아주 어려서 할아버지 옆을 따라다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당신도 이미 노인이 되었다.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이제야 내가 생각나는가?” 하였다.

그 노인은 이소군이 옛날 상황을 눈앞에서 보듯이 아주 생동감 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또 한 번은 어느 날 하루 이소군이 궁전에 들어갔다. 이소군이 궁전 가운데 청동기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 청동기를 가리키면서 한 무제에게 “나는 내 눈으로 약 500여 년 전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桓公)이 일찍이 이 청동기를 침전 안에 놓아둔 것을 보았다.”하였다.

이 말에 한 무제는 반신반의하였다. 그래서 청동기를 자세히 관찰해 보니, 청동기 위에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글자를 해독하고서야 비로소 옛날 제나라에서 사용하던 침전용 장식 그릇임을 알았다.

앞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이소군은 이때 이미 수백 년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보기에는 그저 50여 세로 보이는데 얼굴색과 피부가 윤기가 나고 광택이 있었으며 하얀 이빨이 가지런한 게 아이들과 같아 조금도 늙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 삽화 박영철

한 무제, 평소 저지른 각종 행위로 백일승천이 불가
이소군(李少君)이 이미 수 백 년을 살았으며, 높은 법술을 가지고 있어 사람들에게 능히 장생불로(長生不老)하게 할 수 있다는 소문이 장안에 널리 퍼졌다. 그러자 장안의 왕족과 높은 벼슬아치들이 이소군을 공경하게 되었고 분분히 찾아와 인사를 올리고 주머니를 아끼지 않고 많은 재물과 돈을 내놓았다. 이소군은 금은보화가 산과 같이 쌓이게 되어 단약(丹藥)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을 충분하게 충당할 수 있었다.

신선 안기생의 처방 비결에 따라 약재를 배합하여 단(丹)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의 시간과 공을 들여 드디어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신단(神丹)을 만들었다. 이소군은 신단을 만든 후 한 무제를 만나러 궁전으로 들어갔다.

한 무제에게 "폐하께서는 줄곧 교만하고 사치스럽고 황음하고 방탕무도하였으며, 가무와 여색을 탐닉하고 희노(喜怒)가 무상하고 싸움을 그치지 않습니다. 폐하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러한 일들이 습관화되어 일상이 되어 버렸으므로 더 이상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장수와 병졸들이 변방에서 전사하여 만 리 밖에서 불귀의 혼이 되었습니다. 또한 일반 저자 거리의 서민들은 걸핏하면 범죄를 저지르는데 큰 대로상에서도 유혈의 형벌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폐하의 모든 행위로 보아 신단(神丹)을 만들어 이를 먹고 백일승천하고자 하여도 할 수가 없습니다."고 한다.

한바탕 장광설을 한 이소군이 한 무제에게 늙음을 뒤로 미루는 회춘의 비방을 건네주자, 한 무제는 몹시도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궁중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이소군은 병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침상으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침상에 누워서 신단(神丹)을 복용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 무제, 꿈속에서 이소군이 승천하는 것을 보다
이소군(李少君)이 신단을 복용하던 그날 밤, 한 무제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한 무제는 이소군과 함께 중원 오악 중 중악인 숭산(崇山)에 올라갔다. 숭산 중간 정도까지 걸어올라 갔는데, 구름사이에서 한 마리 거대한 용이 서서히 내려온다. 구름과 안개가 온 산을 덮는다. 용 등허리에는 사절로 하늘에서 보내서 내려오는 사신이 타고 있었는데 이소군을 보자 "천제(天帝) 태을(太乙)께서 선군(仙君 : 이소군)을 천궁(天宮)으로 초청하였습니다."한다. 이소군은 그 자리에서 성큼 용을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한 무제는 이 장면에서 퍼뜩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 한 무제는 즉시 사람을 보내 이소군의 근황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그리고 신변에 붙어 다니는 내관에게 "나는 꿈속에서 이소군이 나를 떠나서 이미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소군은 지금 아직도 병이 났다고 침상에 누워있었다.


이소군, 금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시해(尸解)하다
말을 마친 한 무제는 몸소 이소군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아랫사람에게 명해서 이소군에게 신선의 비방을 물어서 기록 하도록 하였다. 이소군에게 신선의 비방을 묻자 이소군이 무어라고 중얼거리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으며 그러다가 숨이 끊어졌다. 이에 한 무제는 "이소군은 죽지 않았다. 다만 선화(仙化)해서 갔을 뿐이다." 한다.

조금 있다가 이소군을 염하는데 홀연 이소군의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소군 몸 위에 입었던 안팎 의복은 모두 그대로 있었다. 옷과 띠는 잘 묶여져 있는데 시체는 마치 금 매미가 껍질을 벗은 듯이(金蟬脫殼) 사라졌다. 한 무제는 그저 탄식할 뿐. 이전에 이소군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였다.
 

ⓒ 삽화/박영철

 

병자에게 약과 약방문을 보냈으나
이소군(李少君)이 시해선(尸解仙)을 한 후 여러 가지 일화가 떠돌았다. 그 일화들 중, 조정에서 함께 있으면서, 이소군과 가까이 지냈던 조의랑(朝議郞) 동중궁(董仲躬)과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로 간에 뜻이 맞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였고 서로 신뢰하여 존중하는 사이였다.
이 동중궁이 줄곧 몸에 병이 있어 신체가 쇠약해지고 정기가 부족하였다. 이에 이소군이 동중궁에게 약 두 제를 지어 보내면서 덧붙여 한 장의 약방문을 보냈다.

그 약방문에는 “무사(戊巳)의 풀, 후토의 기름(后土脂), 황정뿌리(黃精根)… 등등을 마련하여 해월(亥月:10월) 상순에 모두 청동기 솥에 집어넣어 달여라. 그때 목욕재계한 깨끗한 동자 한 명이 불 지피고 약 다리는 일을 전적으로 맡을 수 있도록 하라. 약을 며칠간 달여서 그 액이 걸쭉하여 뻑뻑한 상태가 되면 계란 크기만큼의 환약 3개를 만들어라, 이 환약 3개가 하나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한 제를 먹으면 몸이 가볍고 민첩해지며, 세 제를 먹으면 낡아서 닳아빠진 이빨이 다시 나온다. 다섯 제를 먹으면 장생불로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동중궁은 사람이 강직하여 고지식하고 유술(儒術)을 신봉하여 오경(五經)에 정통하였으며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믿지 않았다. 즉 도술을 전혀 몰랐으며 평상시 생활하면서 단(丹)을 만들어 복용하는 그러한 일들을 비웃었으며 한 무제가 신선술을 구하면 자주 상소를 올려 가로막곤 하였다.

동중궁은 이소군이 비록 특이한 재능이 있다고 느꼈으나 다만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갖게 된 재주이지 도술 때문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이소군이 보내준 약과 약방문을 내팽개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약 두 재를 먹고 젊음을 되찾다
이소군이 신선이 되어간 후 몇 달이 지났는데 동중궁의 병은 날로 악화되었다. 또한 한무제가 이소군이 신선이 된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이소군이 살아 있을 때 등한시한 것이 후회되고 아쉬울 뿐이었다.

이때 동중궁은 갑자기 이소군이 전에 동중궁에게 보내온 약과 약방문이 떠올랐다. 자신의 아픈 몸에 한번 시험해 보고 싶었다. 처박아 두었던 약을 꺼내어 약 한 제를 다 먹지도 않았는데, 동중궁은 신체가 가벼워지며 원기가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몸의 고질병이 씻은 듯 사라졌다. 약 한 제를 먹은 후 다시 나머지 한 제를 마저 먹고나자 온몸에 기력이 넘치는데 마치 20대 청년시절로 되돌아간 듯하였다.

이렇게 되자 동중궁은 비로소 장생불사(長生不死)의 도술을 확실히 믿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동중궁은 스스로 벼슬을 사직하고 이소군이 남긴 약방문을 가지고 도사를 청해서 물어 보았으나 도사들 또한 그 약방문의 깊은 비밀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며, 종래 그 약방문에 따라 약을 제조할 수 없었다.

동중궁은 단지 두 제의 약을 먹고 신체가 건강해져 머리와 수염이 쉬지 않았으며, 장생(長生)하지는 못했으나 80여 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다고 한다. 임종을 앞두고 동중궁은 아들 도생(道生)을 불러 “너는 반드시 이 약방문에 따라 선약(仙藥)을 만드는 방법을 찾도록 하라. 그래서 그 약을 늘 복용하면 승천(昇天)할 수 있다.”고 당부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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