方外之士

列仙小傳_마명생[馬明生]

醉月 2009. 9. 12. 08:29

列仙小傳_마명생[馬明生]

 

ⓒ 삽화 박영철

 

도둑의 칼에 찔려 생사의 갈림길에 직면
마명생(馬明生)은 동주(東州) 전국시대 제나라 임치(臨淄)사람이다. 본래 성은 '화'(和)씨이고, 이름은 '군실'(君實)이라고도 한다.

젊었을 때 '화군실'은 일찍이 현의 관리가 되었다. 한번은 도둑을 잡다가 도둑과 격투가 벌어졌다. 궁지에 몰린 도둑이 칼로 화군실의 가슴 부위를 찔렀다. 곧 화군실은 혼절하여 생사가 오락가락 하였다. 화군실이 혼미한 상태에 빠진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차츰 들었다.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니 곁에는 16-7세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몸에는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은 생기발랄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정신이 돌아온 화군실에게 그 여자아이가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다가 몸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까?". 화군실은 여자아이에게 상처를 입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여자아이가 건네주는 약을 먹고
그 여자 아이는 화군실의 상처를 가리키면서 “당신의 이 상처는 병장기로 폐부를 깊이 찔려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금 이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이미 심장 주위를 굳게 만들었고, 폐부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기가 이미 복강(腹腔)을 뚫고 들어갔으니, 당신은 필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고 하였다.

화군실이 이 말을 듣고 그녀를 다시 한번 쳐다보니 그녀의 기색과 자태가 성스러우면서 고귀한 풍도가 풍겼다.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화군실은 사력을 다해 일어나 몸을 굽혀 그녀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이에 그 여자는 품속에서 콩알만한 둥근 약 한 알을 꺼내더니 화군실에 건네주면서 삼키도록 하였다. 화군실은 이 환약을 복용하자마자 한 줄기 따뜻한 기운이 단전에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 따뜻한 기운이 사지 백 맥을 따라 전신을 두루 돈다. 따뜻한 기운이 미치는 곳마다 고통스럽고 쇠약해진 느낌이 사라지며 힘이 생기고 상처부위 또한 출혈이 멈추고 새 살이 돋아났다. 더는 고통이 없으며 상처가 다 나은 듯하였다.

목숨의 은혜, 하인을 자청하다
화군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나자 기쁜 나머지 감사인사를 올렸다. “목숨을 구해주신 이 은혜, 돈과 재물로는 보답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합니다. 제가 낭자에게 힘을 다해 도와 드릴 곳이 있다면 낭자께서는 분부만 내리십시오. 제가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분부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그 여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반드시 나에게 보답하고자 하니, 당신의 성의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럼 당신은 나를 따라 함께 갑시다.”

화군실은 이때 비로소 자기 본래 이름인 ‘화군실’을 버리고 새로 거듭나기 위해 ‘마명생’(馬明生)으로 이름을 바꿨다. 관리로서 벼슬과 재물(家産)을 다 버리고 그녀의 하인이 되어 함께 길을 떠났다. 그 여자는 마명생을 데리고 태산(泰山)으로 갔다. 태산의 어느 한 곳, 높고 험한 절벽위로 올라가더니 한 석실 안으로 들어갔다.
 

ⓒ 삽화 박영철

 

공중을 평지처럼 밟아 올라가다
젊은 여자가 마명생(馬明生)을 데리고 들어간 동굴(石室)은 지면에서 수백 미터 높이였고, 동굴 아래와 위 모두가 직립으로 솟아 있는 절벽이었다. 그 여자는 마명생의 손을 잡아 당기더니 몸을 날려 위로 올라가는데 마치 평지를 밟고 가는 것 같았다.

동굴 안에 들어가자 그 안에는 황금으로 된 침상과 옥으로 만들어진 기물 등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진기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마명생은 자청해서 그 여자의 하인이 되었다. 하인이 된 이유는 우선 그 여자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주었기 때문에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으며, 두 번째는 그 여자가 자신의 외상을 치료하기 위해 펼쳐 보였던 신기하고 효험 있는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마명생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실을 보고 신선을 만난 것이 틀림없으며 자신도 신선이 될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이에 마명생은 그 여자와 함께 동굴 속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아침, 저녁으로 물 뿌리고 청소하고 심부름 하는 등 하인으로서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데 조금도 게으름이 없었다.

젊은 여자가 여인으로 또 요괴로 변해 고험하다
그 젊은 여자는 귀신이나 요괴, 호랑이, 여우 등으로 변신하여 마명생을 고험하였으나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운을 고요히 하여 추호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녀는 마명생한테 밖으로 나가 일을 처리하도록 시키기도 하였다. 또 잠을 잘 때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집적거리거나 희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명생은 마음이 굳세고 뜻이 견정하여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동굴 속으로 자주 놀러오는 여자 신선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올 때는 늘 용과 봉황을 수레로 삼아 타고 왔다.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그 여자가 순식간에 풍성한 잔칫상을 베풀었는데, 상위에는 이름도 모르는 가지가지 진기한 안주와 과일이 놓여 있었다. 도대체 그것들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알 수 없었다. 공중에서는 비파소리와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데, 은근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때때로는 그 여자가 몸소 거문고를 타면서 술좌석의 분위기를 돋우었다. 거문고 소리는 그 소리가 아름답고 묘하여 더욱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며 멀리 몇 리 밖까지 전해졌다. 그 소리에 새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동굴 밖에 구름처럼 모였다.

흰 용을 타고 외출을 하다
새들을 쫒았으나 새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평상시에 그 여자는 마명생과 함께 동굴 속에 거주하였으며, 밤이 늦어 잠을 잘 때에는 같은 방이었으나 침대를 달리 하였을 뿐이다. 어떤 때 그 여자는 돌연 10일이나 반달씩 외출하였으나 마명생에게 어디 가는지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고, 늘 하얀 용(白龍) 한 마리가 동굴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영접하는 것이 보였다.

그 여자가 구름무늬의 비단 장포를 입고 흰 용의 등위에 올라앉으면 용은 공중을 날아올라 사라진다. 돌아 올 때에도 흰 용을 타고 오는데, 그 여자가 용의 등에서 내려오면 흰 용은 비로소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동굴 안의 옥으로 만든 상위에 있는 자주색 비단이불, 붉은 색 장막, 장막안의 의복이나 기물 등은 모두 이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진기한 것들이었다.

 
ⓒ 삽화 박영철

하인으로서 조금도 소홀함 없어
동굴 속에는 많은 진기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책 두 권도 있었다. 그 책 표지에는 ‘구천태상도경’(九天太上道經)이라 쓰여 있는데 마명생은 감히 책을 펼쳐서 읽어 볼 수 없었다. 마명생(馬明生)은 동굴 속에서 이렇게 오년을 기다렸다. 지난 오년 동안 마명생은 하인으로서 추호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고 도리어 더욱 부지런히 정성을 다하였고 몸가짐도 더욱 조심하였다.

마침내 어느 날 그 여자는 마명생을 칭찬하면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진실로 가히 가르칠 만한 재목이다. 반드시 수련하여 대도(大道)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일개 속인이나, 오히려 음란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고, 정신을 모을 수 있으니 무엇을 추구해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일체를 당신에게 알려 주겠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서왕모(西王母)의 셋째 딸인 ‘태진부인’(太眞夫人) 옥완라(玉婉羅)다. 나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는데 일찍이 삼천태상부(三天太上府)의 사직(司直)벼슬을 맡았다. 그 벼슬은 하늘의 선관(仙官)들을 규찰하는 일을 한다. 즉 인간 세상의 경상(卿相)의 지위에 상당한다. 그러나 아들이 나이는 젊은데 높은 벼슬을 맡고 있어 교만하고 방종함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침내 공무를 잘못 처리하여 탄핵을 받았다. 벼슬이 강등되어 동악(東岳:태산)으로 내려와 ‘퇴진왕’(退眞王) 치하에서 귀신들을 관리하고 있는데 오백년이 지나야 비로소 임기를 마치고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이곳에 와서 내 아들을 찾아보고 그가 맡은바 임무를 열심히 수행해서 이전의 과실을 잘 메우도록 격려하고 있다. 나는 인간세상에 이미 오래 머물렀다. 이제 옥황상제의 명령을 받들어 장차 하늘나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하면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마명생을 신선 안기생에게 부탁하다
이윽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정성을 다하여 지난 수 년간 나를 잘 받들어 모시는 것을 고려해 보건데 나는 당신, 마명생에게 장생불로(長生不老)의 법술을 전수해 주고 싶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법술은 단지 ‘태화자연용태’(太和自然龍胎)의 몸을 갖춘 사람에게 적합하여 하늘에 있는 진인에게만 전수할 수 있다. 이제 막 도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마땅치 않아 쓸모가 없다. 설사 이것을 배운다 하여도 몸을 보호하고 성품을 기를 수 없다.

공교롭게도 내일 ‘안기생’(安期生)이라고 하는 신선이 이곳에 온다. 안기생은 ‘금액환단’(金液還丹)의 법술에 통달한 사람이다. 그것을 배우면 백일비승(白日飛昇)할 수 있다. 나는 장차 마명생, 당신을 안기생에게 부탁할까 한다. 당신이 오직 일편단심으로 안기생을 따르면서, 시간이 한동안 흐르면 자연히 안기생의 연단(煉丹)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신선 태진부인의 긴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마명생은 비로소 여러 해 동안 함께하면서 자신이 하인으로서 모셨던 여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선도를 배워 신선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기쁨을 참지 못하고 일어나 태진부인에게 절을 하면서 감사할 뿐이었다.


 

 ⓒ 삽화/박영철

신선 안기생, 기린을 타고 나타나다
태진부인(太眞夫人)이 마명생에게 "내일이면 이곳에 신선 안기생(安期生)이 오는데 당신을 그에게 부탁하겠다."고 한다. 그 다음날 안기생이 과연 제때에 왔다.

안기생은 단지 20여세 정도로 보이고 피부는 옥처럼 하얗게 빛이 나며 용모는 단정하고 엄숙하였다. 머리에는 원유관(遠遊冠)을 쓰고 몸에는 붉은 색 옷을 입고 기린을 타고 있었다. 몸 뒤로는 의장으로 깃발을 든 6,7명의 신선들이 따라왔다. 태진부인을 만나게 되자 안기생은 최상의 공경을 표시하고 두 손을 마주하여 길게 읍을 하면서 스스로 수하임을 자처한다.

태진부인은 연회를 베풀고 융숭한 대접을 한다. 마명생에게는 연회에 참석하여 안기생을 모시도록 한다. 연회가 무르익을 즈음, 태진부인은 마명생을 안기생에게 부탁한다.

안기생을 스승으로 삼다
이에 안기생은 그 자리에서 마명생을 받아들이겠다고 대답한다. 연회가 끝나자 태진부인은 마지막으로 "마명생은 이번에 신선 안기생을 따라가서 잘 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후에 불시에 마명생, 너를 한 번 찾아 가겠다."고 한다.

이 말에 마명생은 눈물을 흘리면서 태진부인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안기생을 따라 기린의 등에 올라타고 공중을 날아올라 구름 저 멀리로 사라진다.

이때부터 마명생은 안기생을 따라 두루 천지사방을 둘러보면서 사람의 발걸음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갔다. 즉 서쪽으로는 '여기'(女幾), 북쪽으로는 '환구', 남쪽으로는 '광여'(匡廬), '구의'(九疑), 동쪽으로는 '부상'(扶桑)까지 갔다 왔다.

마명생이 신선 안기생을 따라 다닌 지도 어느 덧 20년이 되었다. 그동안 마명생은 고생을 두려워하거나 마다하지 않았으며, 숱한 어려움과 고난을 맛보았다. 마침내 어느 날 하루 , 안기생은 마명생을 칭찬하면서 "마명생, 너는 진실로 신선의 바탕을 잘 갖춘 사람이구나! 너의 그 공손하면서도 삼가하는 태도와 한결같은 의지는 나조차도 너의 발밑에 미치지 못하게 하는 구나!" 한다.

말을 마치자 신선 안기생은 '태청금액신단'(太淸金液神丹)을 제련하는 법을 마명생에게 전수해준다. 법술을 전수하면서 또 한 마디 더한다. "네가 '선단'(仙丹)을 만들어 낸 후, 만약 그 즉시 하늘로 올라가고 싶지 않으면 먼저 절반만 복용하여 '지선'(地仙)이 되거라. 이후 필요한 때 나머지 절반을 복용하면 곧 하늘로 날아올라 '천선'(天仙)이 될 것이다. "

사람들을 피해 승천하다
법술을 전수받고 마명생은 안기생을 떠나 '화음산'(華陰山)에 들어가 선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금단(金丹)을 만들어 먼저 절반만 복용하고 지선(地仙)이 되었다. 단지 겉모양은 보통사람과 차별이 없었다.

한 영제(漢 靈帝)때 태부 벼슬을 하는 '호광'(胡光)만이 마명생을 득도한 이인(異人)으로 알아보고 친히 절을 하고 찾아와 국가 운명과 관련된 일들을 물었다.

마명생은 처음에는 거절하였으나 호광의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조금씩 알려준 적이 있다. 알려준 이야기들이 나중에 전부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광화'(光和) 3년(180년) 사람들이 점차 마명생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자 인간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절반의 금단을 먹고 백일승천(白日昇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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