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차길진_못다한 영혼이야기_15

醉月 2011. 2. 17. 08:55

체험! 전생의 현장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KBS 2TV의 <체험! 삶의 현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H.O.T부터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유명인사’들은 모두 초대해 혹독한 노동을 시킨 뒤, 이들이 받아온 일당을 모아 연말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의도로 제작되는 <체험! 삶의 현장>
방송가의 상이라는 상은 모두 휩쓸고 다니는 이 유명한 프로그램의 담당 PD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은미 PD. 바로 그녀가 이 걸쭉한 프로그램을 만든 큰손이다.(지금은 다른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법사님, 전 이 일이 너무 좋습니다. 전생에서도 PD였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생쯤되면 방송국이란 건 없었을 텐데….”
그렇다. 그녀의 전생엔 방송국이 없었다. 하지만 신문사는 있었다.
일제시대 문화통치기. 일제는 언론에게 자유를 준답시고 신문사 설립을 허가해 주지만 신문사마다 압력을 행사하며 언론탄압의 극치를 여실히 보여주게 된다.
이은미 PD는 전생을 그곳에 바치고 있었다. 당시 유력 일간지인 D 일보 기자로 말이다.
전생에 남자였던 그녀는 위태스런 기사들만을 골라 다루는 최전방 사회부 기자였다. 일제는 그녀의 활동을 유심히 관찰, 감시했고, 툭하면 그녀를 끌고 가 기사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와 폭행, 고문까지도 서슴지 않고 시행했다.
온갖 고초를 다 당하지만 그녀는 사회부 기자의 이름으로 가장 정직하고 정확한 기사를 쓰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글을 섰던 것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가 막판에 치닫자, 대동아 전쟁이라는 명목하에 조선의 젊은 남성들을 무차별적으로 전쟁터로 끌고 갔다.
전생에 남자였던 터라 그녀 역시 그 대상에 올랐고, 평소 그녀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놨던 일제는 가장 전투가 치열하다는 접전지로 그녀를 보내고 만다. D 일보 기자에서 일제의 군인이 된 그녀는 자신이 남자로 태어났다는 것이 너무나 한스러웠다. ‘조선, 일제로부터 해방!’이라는 기사를 꼭 제 손으로 쓰고 싶었던 그녀의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언론인으로서의 꿈을 채 다 못 이루고 그녀는 그렇게 전쟁터로 떠나고 만 것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반드시 언론인으로 태어날 것이며, 반드시 여자로 태어날 것이라고 굳게 마음먹으며….
그녀의 꿈은 이뤄졌다. 물론 지금의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르겠지만.
언론인이 되었고(그것도 PD라는 최상의 자리에), 여자가 되었다. 그리고 전생에서 못 다한 언론인으로서의 꿈을 현생에서는 분명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최고의 방송프로그램을 맡아 최고의 PD로 그 빛을 더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성으로서 살았던 거친 전생이 있었기에 그녀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쟁터나 다름없는 치열한 방송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렇듯 전생에서 소원한 바는 무의식중에 현생에서 이뤄지는 법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부디 현생에 좋은 소망갖고 열심히 기도하시길 바란다. 기도는 명약이니 말이다.

일본 천재 예술가였던 이윤택

얼마 전 괴테의 <파우스트>를 새롭게 분석하여 무대에 올렸던 극작가 이윤택 씨. 천재적 광기와 열정으로 똘돌 뭉친 그는 ‘연극계의 불황’이라는 말을 무색케 할 만큼 많은 관객들의 찬사를 받은 최고의 극작가이다.
그런 그가 미국 교포들을 위한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일이다. 필자는 그를 만나는 자리에서 “곧 일본에 가신다구요?”하고 물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필자는 특이한 영시 현상(靈視現象)을 보게 되었다. 이윤택 씨가 일본 전통 의상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평화롭게 펼쳐진 노천온천의 풍경을 막고 투명한 수채화로 그리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이번에 일본에 가면 틀림없이 당신 전생을 알게 되는 사건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나는 예언했다. 그는 곧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법사님, 그럼 내가 일본인이었다는 말입니까? 만약에 맞지 않으면, 앞으로 법사님을 의심할 것입니다!”하고 으름장을 놓으며 떠났다.
그리고 2주일 후,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그는 너무나 놀라운 일을 겪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그의 이야기이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그는 모 신문사 편집국장의 안내로 일본의 유명한 시인이며 화가였던 사람의 추모회에 우연찮게 가게 되었다. 추모회의 주인공은 ‘유메노 교사쿠’라는 인물로, 1948년에 타계한 시인이자 화가이며 일본에서는 광기와 귀기를 소유한 천재 예술가로, 꼭 비유하자면 <날개>의 작가 이상(李箱)에 해당되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필자의 예언은 시작됐다!
그는 유메노 교사쿠의 데뷔시인 <시간>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시간>이라는 제목은 이윤택 씨의 첫 데뷔시 제목이기도 했다. 그러자, 그때부터 나의 예언을 소름끼치게 실감하며 시를 읽었다고 했다.
주제와 센텐스 역시 자신의 데뷔시와 너무나도 흡사한 것이 아닌가! 그는 강한 호기심으로 그 일본인 시인의 경력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았다.
우선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키는 이윤택 씨보다 훨씬 컸지만, 튀어나온 광대뼈, 올라간 눈이 자신과 너무나 흡사하게 닮았다. 그리고 체질적으로 그는 몸에 열이 많았기에, 작품을 할 때는 발가벗고 돌아다니는 괴벽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괴벽 또한 이윤택 씨의 특지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자기를 훔쳐보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다. 유메노 교사쿠는 일본인들의 강한 정복력과 제국주의를 아주 싫어했으며, 특히 한국에 대해서 존경심까지 표하며 강한 집착력을 가지고 있었다. 놀라움은 거기서만 그치지 않았다지만, 차마 말할 수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는 “차 법사님, 언젠가는 이 일을 꼭 작품으로 만들 것입니다!” 하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런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일본의 시인 유메노 교사쿠의 전생이 이윤택 씨라는 느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는 유물론자가 아닌, 영혼을 사랑하며, 자기 자신을 항상 ‘큰무당’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상황이 내 말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환생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 후 나의 조그마한 조언도 예사로 듣지 않고 영적으로 항상 인정하여 주었다. 나는 그의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을 고맙다고 느끼며, 이번에 올리는 또 하나의 작품도 큰 성공을 하리라 믿는다.

정경부인 강부자

이름도 마음도 ‘부자’인 한국인의 어머니 강부자. 풍요스러운 얼굴속에는 배우, 탤런트, 연극인, 선생, 국회의원이라는 수백 개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얼마전의 일이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L모 감독이 강부자씨의 전생은 무엇이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곧이어 눈앞에 새하얀 백광의 터널이 나타나더니 필자의 몸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느새 필자는 아흔아홉칸짜리의 큰 기왓집에 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누군가를 엄중히 꾸짖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서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그곳에 강부자씨가 있는게 아닌가! 마치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과거로 옮겨놓은 듯한 그녀는 지금보다도 더 엄격한 풍채로 하인에게 호통치고 있었다.
“마님,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인들은 몸둘바를 모르며 머리를 연방 조아렸다. 그러자 그녀는 “사람으로서 어찌 잘못없이 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야. 내,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땐 가차없을 것이니 알아서들 하게.” 이제 화가 풀어진 모양이었다. 필자는 그런 강부자씨의 모습에 너무나 놀라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L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부자 씨의 전생을 보셨습니까?” 그 말에 “윤회의 전생을 이해하면 오늘이 보입니다. 강부자 씨의 모습 역시 그렇군요. 지금 잠시 본 것은 정경부인의 모습이었습니다.” L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며 “강부자 씨는 탤런트지만 분명 정경부인다운 모습이 있으십니다. 좀더 자세히 볼 수 없겠습니까? 탤런트가 된 연유를 알고 싶습니다.” 필자 역시 그러던 참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시영투시를 시도했다. 상당히 무더운 여름날시. 어느 풍채좋은 마님이 하얀 모시적삼을 정갈하게 입고 몸종이 부쳐주는 부채바람을 여유롭게 즐기며 후원의 경치를 넉넉하게 즐기고 있었다. 자세히 그녀를 바라보니, 뜻밖에도 아까 보았던 강부자 씨가 아닌가! 조금 전에 하인들을 큰소리로 호통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지극히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조선시대 양반댁 규수들이 선망해마지 않던 ‘정경부인’의 자리에 있던 그녀였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이렇게 몸종의 흥겨운 노래를 남몰래 즐겨 들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끼’를 삭혔던 그녀가 환생하여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탤런트로 배우로 연극인으로 쉴새없이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왕성한 활동력과 변화무쌍한 천의 얼굴은 현생에서뿐만 아니라 전생에서부터 가꾸어져 왔던 것이 분명했다.
필자가 L 감독에서 본 것을 세세히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대는 너무나 근엄하시다가도 어떤 때는 뜻밖의 재미있는 모습에 놀라곤 하니까요”하고 웃었다. 전생을 알면 생각이 보이고, 생각이 보이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에 전생의 윤회를 보면 오늘도 훤히 보인다. 마치, ‘거짓말도 보이듯이’ 말이다.

인도 왕녀 김혜수

8년전 KBS 2TV 주말연속극 「꽃피고 새울면」을 기흥에 있는 필자의 집에서 촬영할 당시 처음 만난 탤런트 김혜수 씨를 얼마 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그녀는 “법사님, 제 전생은 무엇이었을까요?”라고 대뜸 물어 보았다. 필자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정말 이야기해도 괜찮겠냐고 되묻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전, 꿈을 꾸면 항상 왕자가 나타나요. 아무래도 전생에 왕자였나 보죠?” 하며 웃는 것이었다. 필자는 전전생 때문에 왕자꿈을 꾸는 거라고 대답하고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맑고 깊은 눈동자속에 화려하고 웅장한 인도의 황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제발 죽지 마세요!” 한 아름다운 왕녀가 죽어가는 왕자옆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몸은 이미 몇백 명의 솜씨 좋은 장인들이 들풀로 엮어 만든 화려한 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이제, 왕자님의 머리에 갠지스의 신성한 강물을 뿌려야 합니다. 비켜주십시오.” 브라만이 그녀를 끌어내려 하자, 그녀는 더욱 몸부림치며 왕자곁으로 다가갔다. “안돼요! 당신이 죽으면 저도 따라 죽겠어요!” 그러자 왕자는 힘겹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됐소. 이미 죽음의 신 야마께서 내 앞에 와계신다오. 내 사랑!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오.” 그 말이 끝나자 그의 손은 힘없이 툭, 떨어지고 말았다. “안 돼요! 안 돼!” 왕녀는 남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절규하며 남편을 불렀지만, 이미 갠지스 강물과 박하향의 바실 잎사귀를 머리에 뿌린 왕자의 시신은 장례를 위해 다른 장소로 옮겨지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삼스카라스 중 마지막이 장례식이다. 삼스카라스는 인간이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과정 중 겪는 의식을 말하는데, 장례는 죽은 자에 대한 보답으로 반드시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며칠 후, 왕자의 장례식날. 그의 장례식은 그 어떤 장례식보다 화려하고 성대하게 준비되었다. 그러나 왕자의 장례식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장례식의 화려함보다도, 아름다운 왕녀의 화려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도 같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이 죽으면 당연히 종사(從死)해야 할 그녀가 온갖 보석과 장신구로 잔뜩 치장하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인도가 영국령이 되면서 종사의식(從死儀式:마지막 장사때 남편을 따라죽는 의식)을 법적으로 금지했기에 화려한 복장의 왕녀는 비난받아 마땅했다.
드디어, 고급 실크로 싸인 왕자의 시신이 대나무 끈에 묶여 나타났고 왕가의 남자들은 횃불을 들고 시신을 화장터로 안내했다. 잠시 후 장례 행렬이 화장터에 도착하자 시신은 장작더미로 쌓아올린 제단 위에 올려졌다. 드디어 왕자의 영혼을 시바신께 보내는 기나긴 의식이 끝남과 동시에 한 브라만이 제단으로 올라가 왕자의 시신에 불을 붙였다. 곧이어 시신은 머리부터 타들어갔고, 장작더미 역시 커다란 불덩이로 변해 맹렬히 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안 돼요!”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어떤 여자가 불살을 헤치며 제단위로 뛰어오르는 게 아닌가! 왕녀였다. 뜨거운 불길이 치솟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꿋꿋하게 제단 위로 기어올랐다. 마침내, 제단 위로 올라선 그녀는 마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불타는 남편의 시신을 와락 끌어안았다. “사랑해요! 영원히…” 그 순간 남편을 태우던 불길이 그녀의 몸을 덮쳤고 곧이어 거대한 불기둥과 함께 둘의 몸은 한줌의 재로 변하고 말았다.
“이제 전전생의 비밀을 알겠소?” 필자의 이야기가 끝나자 김혜수씨는 빙그레 웃으며 “저 역시 꿈에서 그 장면을 여러 번 보았어요. 그리고 전 지금도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라면 불속이라도 뛰어들걸요?”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재가 된 인도의 왕녀는 이번에는 탤런트 겸 영화배우로 환생했다. 사랑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치는 정열적인 여인 김혜수 씨. 그녀가 아직 결혼을 못 하고 있는 이유 역시 전전생의 사랑이 이토록 아름다웠기 때문은 아닐까. 올해에는 적극적이고 소탈한 그녀앞에 인도 왕자 못지않은 멋진 남성이 나타나 화끈한 사라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

TV는 전생을 싣고

KBS TV의 간판 프로그램인 는 첫사랑이나 과거 은혜를 입은 은사를 찾아주는 휴먼 프로로 유명하다. 스타나 유명인들의 숨겨진 과거도 살짝 엿볼 수 있고, 또 그 만남의 재미와 감동이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해주기 때문에 시청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럼, 만약에 현생뿐 아니라 전생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가 방영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생에서의 제 ‘남편’을 찾아주세요!” 어느 날, 필자는 뜻하지도 않게 의 리포터가 되어 버렸다. 전생의 ‘남편’을 찾아달라니…. 필자는 그녀에게 왜 전생의 남편을 찾고 싶냐고 묻자 그녀는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지금의 남편을 사랑할 수 없어요. 왠지 빚진 기분으로 의무감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진짜 ‘인연’은 어디 있는 걸까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필자는 일단은 리포터가 되어 그녀의 전생을 추적해 들어가 보기로 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녀가 지금의 남편에게 아무런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을 안고 추적해 본 결과,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선조, 그녀는 나라에서 <열녀비>를 내릴 정도로 정절이 강한 여인이었다. 그녀 나이 스무 살에 남편이 폐결핵으로 죽자, 은장도를 가슴에 품고 정절을 지키며 청상과부로 평생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이웃집에 살았던 남편의 오랜 친구가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면서도 청상과부인 그녀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한 가지 그에게 줄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생에는 꼭 당신의 여자로 태어나겠습니다’ 라는 약속뿐이었다. 그 남자는 그녀의 그 말 한마디를 마음에 간직하며 평생 결혼하지 않은 채 그녀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백여년이 흐른 현재. 그녀는 전생에서의 약속을 일단은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가슴 한켠에는 전생에서 했던 약속을 기억이나 하는지 ‘의무감’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남편은 전생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여자를 안방마님 모시듯 아껴주며 살고 있었다.
“혹시, 옛날 애인이 폐결핵으로 죽지 않았나요?”
필자의 말에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되물었다.
“이미, 당신은 전생의 남편과 만나 사랑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럼, 제 첫사랑이었던 그가 전생의 남편이었단 말이에요?”
하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전 정말 그를 사랑했어요. 그가 폐결핵으로 죽은 후에 저도 따라 죽으려고 했었으니까요. 그맘때 지금의 제 남편을 만났는데, 너무나 헌신적으로 저를 사랑해 주었어요. 그래서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결혼해 주었던 것이에요.”
그녀의 첫사랑으로 환생한 전생의 남편. 그리고, 전생의 약속을 잊지 않았다는 듯 다시 환생한 남편의 친구. 참으로 끈질긴 운명의 장난이 아닌가. 여하튼, 그녀는 전생의 남편을 다시금 폐결핵으로 잃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은 했지만 결코 남편에게 마음까지 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제 첫사랑, 아니 제 전생의 남편과는 다음 생에서 부부로 태어날 수 있을까요?”라고 울먹이는 그녀에게 필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지금 남편과의 인연 역시 소중히 여기라는 짧은 충고밖에는.

전생의 연인을 찾아온 일본소녀

일본 여인 후미코가 찾아왔다. 단아하고 다소곳한 모습이 여간 미인이 아니었다. 일본의 유복한 공무원 집안 딸인 그녀는 국내 모 대학 교환학생으로 와 있었다. 일본서 공부할 때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유학할 기회도 많았으나 왠지 자꾸 한국으로 오고 싶었다고 했다.
불교에도 관심이 많아 우리나라 유명한 절이란 절은 다 다녀봤다. 와중에 자꾸 한국이 언젠가 한 번 와 본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배운 지 3개월밖에 안 된다는 그녀는 우리말을 너무 잘했다. 편지 쓰는 것은 물론 글도 잘 읽었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전생을 잘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얼마 전 전생의 고향을 찾았다. 서울 동숭동에서 종로6가, 즉 현재 이화여대 부속병원이 있는 곳 부근을 걷다가 폐허가 된 옛 집터를 보고 크게 놀랐다. 어쩐지 낯익은 그곳은 바로 전생의 그녀가 살았던 곳이었다.
그녀의 부친은 당시 ‘부인병원’이라 부르던 이대부속병원 외과과장으로 근무했었다. 그녀는 부인병원 근처 큰집에서 태어나 배화여고에 다니다 그만 폐결핵에 걸리고 말았다. 결국 꽃다운 나이에 죽어 지금은 없어진 삼양동 공동묘지에 묻혔다. 전생의 그녀는 이렇듯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었다.
전생의 그녀에게는 열렬히 사랑하는 (한국)남자가 있었다. 시대 분위기상 남녀가 만나 연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저 편지나 몰래 주고받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만 병에 걸려 사랑을 꽃피우지도 못한 채 사그라들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그녀는 전생의 사랑을 못 잊어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필자에게 물었다.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나게 된다면 전생 얘기를 고백해야 할까요?”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 부질없는 일입니다. 전생에 연연하지 말고 다시 태어난 현생에 충실하시오. 그리고 당신의 전생을 절대로 고백하지 마시오.”
그녀는 필자에게 기를 받고 돌아갔다.
자신의 전생을 강하게 기억하는 일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도 전생을 확실히 기억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므로 필자의 생도 남들처럼 편안한 생이 못 됐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그녀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는 전생의 연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지금 78세의 노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위층 인물. 인생의 황혼녘에서 자신의 생을 조용히 정리하고 반추하고 있는 그에게 “당신의 전생의 사랑이 일본여자로 환생해 찾아왔습니다. 만나보세요”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알고 있어도 알고 있지 않은 것처럼 해야 할 때 필자는 몹시도 괴롭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당사자들에게 털어놓아 버리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할까.
이처럼 전생과 현생은 어쩌면 엄연히 존재하지만, 또한 공존할 수 없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또한 이승에 존재하는 오묘한 조화인 것이다.

링컨, 다시 케네디로

필자가 뉴저지의 후암정사에 있었을 때,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연일 신문에 보도된 바 있었다. 그 기사는 바로 ‘죽은 케네디 대통령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인터뷰 기사였다. 어떻게 죽은 케네디를 볼 수 있었을까? 플로리다 해변을 고독하게 걷는 케네디를 봤다는 목격담을 시작으로 케네디가 백악관 근처를 배회하는 사진이 찍혔다는 보도, 맨해튼에 살고 있는 재클린 오나시스 아파트에 케네디가 나타났다는 시민의 제보가 연이어 신문을 장식하였다.
한참 ‘케네디 목격담’으로 미국이 시끄러웠을 당시, 뉴저지 후암정사의 신도 중 한 분이 필자에게 “케네디의 전생이 무엇이길래 영혼이 되어서도 계속 구천을 떠도는 걸까요?”하고 물어보았다. 그 순간 필자는 영시현상을 통해 케네디의 전생을 또렷하게 보기 시작했다.
케네디의 전생은 과연 누구였을까? 몇 가지 힌트를 던지자면, 그는 전생에도 미국인이었으며 대통령이었으며 암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 이 정도면 누구나 맞힐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 그는 바로 ‘링컨’이었다! ‘설마…’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제부터 케네디와 링컨의 운명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벗겨보자.
링컨이 의회 당선으로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은 1846년. 그럼 케네디는? 놀랍게도 그는 1846년에서 딱 100년이 지난, 1946년 의회 입성에 성공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된 해도 100년 차이. 링컨은 1860년, 케네디는 1960년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계속된다. 두 사람의 Last Name의 알파벳 숫자를 세어보자. 링컨의 알파벳은 “Lincoln"으로 7자, 그러면 케네디의 알파벳은?
그 역시 “Kennedy"로 7자. 도 링컨의 비서 이름은 ‘케네디’였으며 케네디의 비서 이름은 ‘링컨’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모두 우연일까? 이제부터는 링컨과 케네디의 ‘죽음’에서 운명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링컨이 암살당한 1월 14일은 금요일, 케네디가 암살당한 11월 22일 역시 불행히도 금요일이었다. 그들은 둘 다 머리에 총을 맞았으며 둘 다 부인과 함께 있을 때 암살당했고, 둘 다 그들의 비서가 링컨은 극장에, 케네디는 댈러스에 가지 말라고 강력하게 말렸다.
더욱 신기한 것은 암살범에 얽힌 사실들이다. 링컨을 죽인 암살범은 남부인이고 그의 이름은 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로 1839년생. 케네디를 죽인 암살범 역시 남부인인 리 하비 오스왈드(Lee harvey Oswald)로 부스가 태어난 해에서 100년이 지난 1939년생. 이 암살범들은 둘 다 세 단어의 이름이며, 15글자로 이루어진 이름을 갖고 있다. 붙잡힌 곳도 흥미롭다. 링컨을 죽인 부스는 워싱턴 포드 극장에서 링컨을 죽인 후 도망치다 창고에서 붙잡혔고, 케네디를 죽인 오스왈드는 창고에서 도망치다 극장에서 붙잡혔다. 이 두 남부인의 최후는 둘 다 암살범답게 재판 전 암살당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링컨과 케네디의 후임자 뒷이야기. 그들이 죽자 모두 남부인이 후임자가 되었는데, 링컨의 후임자는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으로 1808년생, 케네디의 후임자는 린든 존슨(Lyndon Johnson)으로 1908년생으로 이름도 똑같은 존슨이었다고 한다.
모두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설명 안 되는 그 무엇인가가 강력히 느껴지지 않는가. 그만큼
전생과 현생은 끊을 수 없는 강력한 운명의 고리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죽음의 방식’마저도 바꿔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그 무엇으로 말이다.

범인을 잡아라

<쇼킹 전생의 X-파일>을 연재하고 있던 필자에게 누군가 심각하면서도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전생에 살해당한 사람이 현세에 태어나서 살인범을 잡은 일은 없습니까?” 왜 없겠는가. 이 이야기는 최근에 있었던 사건이며 이미 기사화된 바 있음을 먼저 밝혀둔다.
1971년, 미국 <먼스 타임스>지에 어느 날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실렸다. 전생에 자신을 죽인 살인범을 환생하여 체포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세 살배기 어린 아기가 말이다. 이야기는 스페인에 살고 있는 카토르스 부부가 아들을 낳고서부터 시작한다. 그들의 아기이름은 ‘보온’. 그러나 보온은 카토르스 부부를 전혀 닮지 않았고 행동 또한 너무나 기이했다. 그것은 보온이 세 살 되던 해부터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세 살배기 어린애가 아니 스무살 남짓한 청년처럼 행동하고 말했기에 동네에서는 ‘애어른’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던 중 1971년 6월 28일 아침, 사건의 막이 오르기 시작했다.
세 살난 보온이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갑자기 뒤를 돌더니 상기된 표정으로 카토르스 부부에게 “나는 가르시아가 다시 태어난 몸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나는 여기서 90km 떨어진 파우드가 마을에 살았습니다. 가르시아는 나의 전생입니다. 믿어주세요!” 보온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카토르스 부부앞으로 걸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1966년 6월 28일이었습니다. 하오 6시경, 약혼자를 바래다주고 집에 돌아와보니 잭크 나이프와 굵은 철봉을 든 두 사나이가 어머니와 누이 동생을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만두지 못해!’하고 소리지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내 철봉에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고 말았죠. 한참이 지났을까요, 눈을 떠보니 참혹하게 살해된 어머니와 누이의 시체가 내 옆에 누워 있더군요. 그 살인자들은 신나게 집안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분하고 원통해 옆에 있던 큰 화병을 들고 한쪽 볼에 상처가 있던 놈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 순간 그 놈의 칼이 내 심장에 깊숙이 박혔고, 동시에 나는 화병으로 그놈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하지만 나는 곧 죽고 말았죠.”
말이 끝나자 세 살배기 보온은 너무나 섬세한 솜씨로 범인의 얼굴을 그려놓고는 꼭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카토르스 부부는 혹시나 하고 파우드가 마을의 일가살해사건을 조사했고 보온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게 되자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형사에게 보온의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형사는 “이거, 폴도 얼굴이잖아!”하고 즉시 알아보더라는 것이다. 폴도라는 사나이는 흉악범으로 현재 수배중이라고 하자, 보온은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폴도의 은닉처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며 폴도를 체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폴도는 파우드 마을 일가 살해사건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보온의 증언과 자신의 머리에 난 상처가 결정적 단서가 되어 자백하고 말았다. 그 소식을 듣자 보온은 “이제는 모든 게 끝났어!”하고 한참을 울더니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가르시아도, 파우드 마을도, 폴도도 모르는 세 살배기 어린아이로 되돌아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1971년 6월에 있었던 실화이다. 영혼이 전생에 뼈에 사무치도록 한을 품었을 경우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랑전설’이 면면히 내려오지 않는가. 모두 전생의 ‘한’ 때문이다.

남편 죽이기

몇 년 전 개봉되었던 <마누라 죽이기>라는 영화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 일이 있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남편들의 심리, 즉 ‘마누라가 죽으면 서방은 뒷간가서 만세를 부른다’는 고약한 심리를 그대로 희극화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마누라만 없다면…’ ‘남편만 없다면…’하는 심정으로 한 침대에서 등 돌리며 잔 경험이 있는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아닌가.
어느 날이었다. 필자에게 <남편 죽이기>를 소망하는 한 부인이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녀의 첫마디는 “저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 정도 증오해요!” 그녀의 말인즉, 남편과 자신의 성격이 너무도 맞지 않아 항상 남편이 ‘죽어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까닭모를 죄책감으로 남편만 보면 늘 괴롭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 부부는 이미 20년도 넘게 살아온 부부. 20년이면 이혼을 한다해도 뾰족한 수는 없을 터인데, 그녀는 ‘청부살인’이라도 해서 남편을 죽이고 싶었다는 무서운 고백까지 하는 게 아닌가. 필자는 그녀의 이유없는 증오를 의아해 하며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웁니까?”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바람은 단 한번도 피운 적이 없어요. 또, 정각 7시면 귀가해요. 그런데도 남편이 미우니 이상하죠? 이래뵈도 부모님의 반대까지 무릅쓰고 결혼했어요. 그땐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렇게도 열렬히 사랑했던 남편이 지금에 와서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니!
필자는 그녀의 이유없는 증오를 밝히기 위해 그 자리에서 전생여행을 감행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전생에 도착한 필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부부는 전생에서도 변함없이 ‘부부’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생과는 반대로 그녀가 ‘남편’이었고, 그녀의 남편은 ‘부인’이었다. 얼마나 재미있는 윤회인가. 그러나 전생의 그녀, 즉 남편은 연이은 사화(士禍)에 휘말려 멀리 귀양을 가게 되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한양에 남아있던 부인은 남편을 그리워하다 결국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남편은 부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차마 몰라주고 떠나 부인에 대한 야속함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다음 생에는 자신이 부인으로, 부인은 자신으로 바꿔 태어나
현생에서 못다 이룬 백년가약을 다음 생에서 꼭 이룰 수 있길 매일같이 기도했다. 그 기도의 효과는 100%였다. 이번 생에 서로 바뀌어 태어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전생에 애절한 기도덕분에 환생해서 연을 맺었으면 잘 살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이것은 또 어찌된 일인가. 그것 역시 전생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전생에서의 부인은 귀양간 남편만을 일편단심 그리워하고 기다리다가 죽었기 때문에 현생에 남편으로 태어나 오로지 부인만을 사랑하며 항상 집에 7시면 들어오는 가장이 돼버린 것이다.
반면, 전생에 남편이었던 부인은 그런 남편이 너무나 지겹고 부담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 여자였던 남편이 현생에서도 가계부 체크하기, 아이들의 교육에 일일이 참견하기, 부인의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기 등등의 여자같은 행동으로 그녀를 괴롭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이혼하고 싶어요!” 그녀의 울부짖음에 필자는 이번 생만큼은 당신이 전생에 간절히 올린 기도 덕분에 부부로 환생한 것이니 이혼만큼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럼, 이제부터 다음 생에는 절대로 부부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다시 한 번 기도해야겠네요”하고 힘없이 웃으며 답했다. 필자는 과연 이번에도 그녀의 기도가 100%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아무쪼록 현생에서는 좋은 부부연으로 매듭짓길 기원했다.

내 사랑 삐삐

불교의 진리 중에 ‘육도윤회’라는 것이 있다. 개나 말, 또는 뱀이 사람으로도 환생한다는 것이다. 개를 못살 게 굴면 개로 태어나고, 뱀을 괴롭히면 뱀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인간이라는 영성체는 오직 인간이라는 고귀한 생명체로만 환생할 뿐, 어떠한 동물도 인간으로 환생하지는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의 몸을 잠시 빌려 빙의하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육도윤회는 미물일지라도 생명체라면 소중히 여기라는 부처의 진리를 전하는 말일 것이다.
수심 가득한 노처녀가 진지한 얼굴로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녀에게는 ‘삐삐’라는 예쁜 고양이가 있었다. 친구이자 애인같은 존재였다. 3개월쯤 된 인형같은 삐삐가 집에 오자 그녀는 그 조그만 고양이에게 홀딱 빠져버렸다.
어느덧 1년이지나 어른 고양이가 된 삐삐는 큰 몸짓에도 어찌나 귀엽게 노는지 그녀는 어디를 가나 삐삐 생각뿐이었다. 흰 바탕에 검은 점 세 개가 박힌 귀여운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에 오니 삐삐가 보이지 않았다. 집 주위를 찾아 헤매다보니 삐삐는 집 모퉁이에서 끙끙대고 있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무리 살리려 해도 삐삐는 점점 더 의식을 잃어갔다. 다음날 삐삐는 마치 살아있는 모습처럼 곱게 숨을 거두었다.
며칠간 그녀는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은 듯 슬퍼만 했다. 다른 고양이를 기르려 해도 또 다시 삐삐처럼 될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 그러다 필자를 찾은 것이다
“삐삐가 환생할까요?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 환생하는지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제발 제 동생으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슬픔 가득한 그 아름다운 눈속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짐승이 인간으로 환생할 수 없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꽤 엘리트였고 좋은 직장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사랑에는 그러한 지식도 무관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그 고양이를 위해 천도식을 올리고 싶어했다.
순수한 애정이 담긴 그녀의 눈을 보며 필자도 모르게 일러주고 말았다.
“회현동에 있는 ○○ 동물병원에서 한 달 뒤 흰 바탕에 검은 점 세 개가 있는 예쁜 고양이가 태어날 것입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그녀가 전화했다. 밝은 목소리였다. “정말 삐삐가 환생했어요. 조금 자라면 저희 집으로 데려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