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선방 아자방
동안거 중의 좌선이란 것은 방바닥에 때 묻히는 작업이다
좌선이란 장시간 방바닥에 앉아 있어야만 하기에...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차가워도 안된다.
그런가 하면 좌선하는 사람이 불 때러 자주 아궁이에 들락거려도 분위가가 산만해 지고 시간을 뺏긴다
그러므로 한 번에 몽땅 불을 때 놓고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돌방이 좋은 선방이다
칠불사 아자방은 한 번 군불을 때면 무려 49일 동안 온기가 남아 있다.
칠불사는 자리산에 있다
"이제 금강산은 인연이 다했으니 남쪽으로 내려가자"
인연이 다한 금강산을 벗어나 지리산으로 옮겨 다니는 삶, 풍류가 있는 삶이리라
금강산의 가을 낙엽을 밟다가 지리산 봄나물의 향취를 맛보는가하면,
만폭동의 폭포소리를 실컷 듣다가 반야봉 밑의 소쩍새 소리에 잠이 깨는 삶, 모름지기 인생이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
우리의 삶은 어떤가 ?
이 APT에서 저 APT로, 시영에서 현대로, 25평에서 35평으로,
용달차에 이삿짐을 싣고서 아파트로 떠도는 소시민들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아파트 인생이 지닌 씁쓸함은 어디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 갈데가 없다는 점이다
이놈의 세간살이가 주는 끊임없는 갈등과 중압감에서 한 번 탈출하고 싶어도 어디 한 군데 숨을만한 곳이 이 땅에는 없다
우리 땅은 좁다. 하다못해 교도소 탈출이라도 한 건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신창원이도 결국은 잡힌다)
기껏 도망이라고 해 보아야 며칠 못간다
만약 마오쩌뚱이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6만리 장정은 커녕 남부군의 이현상 짝이 나지 않았을까.
"이제 금강산은 인연이 다했으니 남쪽으로 내려가자" 며 보화선사[普化]가 20년동안 머물던 금강산 영원암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멈춘곳이 바로 지리산 한가운데 있는 칠불사 였다
보화선사가 7년간 머물렀던 지리산 중에서도 가장 그윽하고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선가의 이상향이었던 "청학동"과 불가의 이상적 수도처인 "금강굴"이 칠불사와 반야봉 주변에 있다고 한다
사시사철 18.9도의 온도가 항상 유지되고, 굴속에서 약수가 샘솟아서 최상의 수도처라고 지리산 도인들 사이에서
은밀하게 이야기 되는 금강굴.
현재 이 금강굴에는 아라한과를 이루고 200세가 넘은 개운조사가 은거해 있다는 전설이 퍼져 있기도 하다
금강굴을 찾기위해 십여년전 불심깊은 어는 장교가 중대병력을 풀어서 샅샅히 수색해 보았지만 결국 찾지못했다는 소문도 있다
금강굴 주변에는 무협지에서 말하는 진법이 설치되어 있기에 속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시공이 다른 차원의 세계일 것이다. 제발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대학 다닐때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쌍계사 까지는 구경삼아 들렸지만 칠불사는 좀처럼 가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곳이기에 칠불사 입구 고갯길에는 나무와 꼿에서 풍기는 온갖 향기들이 진동한 별천지 였다
특히, 칡꽃 향기가 나를 황홀하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길을 2길로미터 정도 올라가다 보면 그 향기가 몸에 밸 정도였다.
나에게 칠불사는 그 향기와 함께 기억된다
칠불사의 세 가지 비밀
칠불사에는 세 가지 비밀이 있다
그 첫번째는 한국불교의 남래설[南來設]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불교전래에 대한 정설은 고구려 소수림왕[372년] 때 북쪽을 통해 등어왔다는 북래설[北來設]이다
북쪽 그러니까 고구려을 통해 육로로 들어 왔다는 게 정설로 되어있다
그러나, 일연스님은 "삼국유사"와 "가락국기"에서 48년에 인도의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이 가야국의 김수로왕에게 시집오면서
불교도 함께 들어온 것으로 설명한다
일연스님의 기록이 확실하다며 한국에 불교가 처음 전래돤 것은 고구려 372년 이 아니고, 가야 48년이다
300년 이상 소급되어야 한다
즉 한국불교의 초전은 북쪽의 육로가 아닌 남쪽의 해로[진해 웅천동]--> 국제신문(부산일보 일지도)의 연재 소설에 허황옥과
호위무사들의 방술이 생각난다
해로를 통해 들어왔다는 증거중의 하나가 칠불사이다
구전에 따르면 김수로왕과 허황옥 사이에 태어난 일곱왕자가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을 모시고 지리산으로 들어와
칠불사[원래 이름은 운상원雲上院]을 창건하고 여기에서 도를 닦아 모두 성불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칠불사는 한국에 처음 불교가 수입된 통로가 고구려가 아닌 가야이고, 전래 연도도 무려 300년 이상 소급시킬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는 절인 셈이다. 칠불사 대문에 걸려있는 東國第一禪院이라는 자부심 어린 간판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학계에서 남래설을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한 인물이 북한의 간첩으로 밝혀진 단국대의 무하마드 깐수교수이다
둘째는 아자방 이야기다 칠불사의 명물은 아자방이다. 선방의 방바닥 구조가 亞자 모양으로 되어 좌선을 하기에 아주 편리하게 되어있다
통상 둥그렇게 앉거나 일렬행대로 앉는 것보다 亞자로 앉는 형태가 禪을 하는 사람의 심리적 부담을 훨씬 덜어 줄 수 있는 절모한 공간
배치라고 여겨진다. 그 이유는 여러사람이 한 방에 같이 있으면서도 각기 독립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아자방의 또다른 장점은 한 번 군불을 때면 49일 동안 일정한 온도를 계속 유지했다는데 있다
동안거 중의 좌선이란 것은 방바닥에 때 묻히는 작업이다 좌선이란 장시간 방바닥에 앉아 있어야만 하기에,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도 안되고 차가워도 안된다.
그런가 하면 좌선하는 사람이 불 때러 자주 아궁이에 들락거려도 분위가가 산만해 지고 시간을 뺏긴다
그러므로 한 번에 몽땅 불을 때 놓고 오랫동안 온기를 유지할 수 있는 온돌방이 필요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문제는 일정한 온도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아자방은 한국최고의 어니 세계 최고의 선방이자 온돌방이었던 것이다
구들을 어찌 놓았기에 49일이나 갔을까
구전에 따르면 이 구들은 신라때의 구들도사 "담공선사"의 작품이라고 한다
하도 구들장을 잘 놓아서 구들도사라고 불렀던 담공선사의 대표작이 바로 칠불사 아자방이었다
6.25전쟁 이전에 어자방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노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옛날 아자방에 한 번 불을 지필때는
사람이 선채로 장작을 메고 그대로 아궁이에 들락거릴 정도 였다고 한다
얼마나 큰 아궁이 였을까 ?
애석하게도 이 아자방은 동란중에 불타 버렸다. 근래에 복원한 아자방을 보면서 스님에게 그 화력을 물어보니
옛날 것보다는 못하지만 한 번 불을 때면 일주일 정도는 간다고 한다
셋째는 6.25전쟁으로 완전히 잿더미가 된 칠불사를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한 통광스님의 이야기다
내가 듣기로 통광스님은 칠불사 바로 근처의 의신마을 출신으로 초발심자경문에 나오는
"백년 동안 탐낸 물건은 하루아침에 먼지가 되고, 삼이동안 닦은 마음일지라도 천년의 보물이 된다"는 글귀를 보고
출가를 결심 했다고 한다
이러한 출가는 전생과 관련이 깊다
그는 주춧돌만 남아 있는 칠불사 터에 천막을 치고 생활하면서 칠불사 복원이라는 원력을 가지고 10여년 동안 기도 정진했다
그 원력에 힘입어 오늘날의 칠불사가 이렇게나마 재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불교사에 일가족 성불이라는 기네스기록을 가진 부설거사가 남긴 두편의 시를 감상하며 끝을 맺을까 한다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사부시"
사랑하는 처자권속 빽빽이 둘러있고
금은보석 보배들이 산같이 쌓였어도
죽을 땐 다 버리고 외론 넋만 돌아가니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 없구나
날마다 번거로이 세상사에 바쁘고
벼슬이 이제 겨우 높아지니 머리는 이미 하얗구나
염라대왕은 벼슬아치라도 무서워 하지 않으니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 없구나
비단결 같은 고운생각, 천둥번대 몰아치는 말솜씨
천구의 시와 경문, 만호 후의 높은벼슬은
여러 생에 걸쳐 나 잘났다는 생각만 더욱 늘어나니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 없구나
가령 설교를 하도 잘해 비구름과 같고
하늘 꽃이 쏟아지고 돌이 머릴 끄덕여도
마른 지혜로는 생사를 뛰어 넘지 못하니
생각하면 이것 또한 부질 없구나
달관의 경지를 노래한 悟道詩의 백미 "팔죽시"
이런 대로 저런 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대로 살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 대로 보고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 대로
시정 물건 사고파는 것은 세월대로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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