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제주 올레길

醉月 2011. 10. 15. 18:47

전윤선(사진 왼쪽)씨와 하석미씨는 곳곳에서 수많은 벽과 마주치면서도 제주여행 내내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제주의 길’을 걷습니다. 푸른 제주 바다의 방파제를 지나고, 이제 막 머리를 풀어 헤친 억새들이 물결치는 오름도 지나서, 삼나무 숲의 수직의 세상을 걷습니다.

그 길을 가는 두 대의 전동휠체어를 따라갑니다. 휠체어 여행작가 전윤선(여·45)씨와 휠체어 여행전문가 하석미(여·36)씨. 곳곳에 도사린 계단과 그보다 더 높은 편견,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까지 감수하고 이들이 ‘관광’이 아닌 ‘여행’을 택했던 것은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속도를 제어하며 느린 걸음으로 제주의 곳곳을 돌아보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과 동행한 제주에서의 1박2일 일정은 짐작하시다시피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관광지마다 높고 낮은 턱이 막아섰고, 식당 진입로의 계단 때문에 식사는 줄곧 노천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게 어디 장애인들만의 이야기겠습니까. 건강하고 능력있는 사람도 언젠가 ‘무력한 사람’이 됩니다.

누구든 나이를 먹으면 눈은 침침해지고, 걸음은 둔해지는 노인이 되는 것이지요.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미래의 자신에 대한 존중’이기도 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두 대의 전동휠체어와 떠난 여정. 불편했으되 내내 즐거웠던 두 장애인과 떠난 제주여행기를 여기 풀어놓습니다.

#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올레길을 걷는 법

제주여행 때마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바다만 봐왔다는 전윤선씨와 하석미씨는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삼나무들이 늘어선 절물휴양림을 보고 놀라워했다. 햇살이 비껴드는 오후 나절의 삼나무 숲에는 이들의 두근거림으로 가득했다.
흐르는 물과 같은 ‘선(善)한 여행’으로 비유되는 ‘걷기’가 뜻밖에 어떤 이들에게는 ‘소외’를 의미하기도 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산방산 부근 해안도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두 여성 장애인을 만나고서야 그걸 깨달았다.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한 걷는 길의 열풍이 전국을 휩쓸면서 자고 나면 걷는 길이 새로 생겨나고 있지만, 두 발로 걷지 못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 열린 길은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을….

이른 아침, 약속시간에 맞춰 제주의 산방산 부근 해안도로에 나와 있던 휠체어 여행작가 전윤선(여·45)씨. 그는 자신이 전동휠체어의 레버를 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고 줄곧 ‘걷는다’고 표현했다.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그의 몸은 휠체어에 묶이듯 앉아 있고, 움직이는 것은 조종간에 따라 구르는 휠체어의 바퀴였지만 그는 자신이 ‘걷고 있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걷기’라는 것이 어디 두 발을 앞뒤로 움직여 나아가는 물리적인 상태만 의미할까. 기도를 하거나 곰곰이 생각하거나 혼잣말을 이을 수 있는 정신상태에서 몸의 리듬과 흐름, 자유 따위를 경험하는 것이 ‘걷기’의 정서적인 의미라면,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전씨는 지금 분명 제주의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있는 중이었다.

전씨의 걷기 여행에는 골이형성증을 앓는 휠체어 여행전문가 하석미(여·36)씨도 동행했다.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손을 잡아줄 보조자 없이 감행되는 이들의 여행에 합류해 1박2일 동안 동행했다.

이들은 제주의 올레길에 새로 난 ‘휠체어 구간’을 걸었다. 올레길 휠체어 구간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23개 코스 중에서 10개 코스의 일부에 조성한 것. 장애인을 위한 ‘걷기 코스’는 아마도 이것이 최초이리라. 제주 올레의 휠체어코스 중에서 짧은 것은 1㎞ 남짓이고, 긴 코스는 5.5㎞에 이른다. 그중 가장 긴 코스인 사계포구부터 송악산에 이르는 10코스 중 휠체어구간 5.5㎞를 전씨와 하씨와 함께 걸었다.

사계포구의 해안도로를 지나서 송악산으로 오르는 구간은 빼어났다. 절벽 아래 바다는 환한 코발트빛으로 빛났고, 해안가에는 막 머리를 풀어 헤친 가을 억새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바람에 흔들렸다. 바다 위에는 날렵한 유람선이 떠 있었고, 그 너머로 가파도와 마라도가 아스라이 건네다 보였다. 전동휠체어의 최고 속도는 시속 12㎞ 정도. 한번 충전하면 그렇게 40㎞를 달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빼어난 경치 탓에 휠체어의 속도는 한껏 늦춰졌다. 느리게 이동하는 휠체어의 속도에 보조를 맞춰 걷는 길. 뺨에 와닿는 가을바람은 선선했고, 절벽을 끼고 펼쳐진 바다 풍경은 서정이 넘쳤다.

# 노약자와 장애인이 휠체어를 밀어 찾아갈 수 있는 제주의 명소

제주에서 유일하게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오름인 ‘금오름’의 억새 능선길.


제주에는 올레길 말고도 휠체어로 찾아갈 수 있는 명소들이 적잖다. 이른바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접근권’이 확보된 곳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정비된 곳이란 착각은 하지 말기를…. 이런 곳들은 죄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곳일 뿐이다. 휠체어를 위해 누군가 길을 열어준 것이 아니란 얘기다. 인근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무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장애인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기초적인 정보조차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제주에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의 접근이 가장 어려운 곳이 바로 오름이다. 제주 곳곳에 솟아 있는 도합 368개의 오름이야말로 제주를 상징하는 성소(聖所)다. 어디서건 오름을 딛고 오르면 돌담으로 둘러친 조각보 같은 제주의 밭과 멀리 펼쳐지는 코발트빛 바다 풍경을 발아래로 두고 내려다볼 수 있다. 오름에서의 풍경이야말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온전히 ‘제주만의 것’이다. 오름은 대부분 해발고도가 낮지만 오르는 길은 실낱같은 외길이거나 거친 흙길이다. 휠체어로는 좀처럼 접근할 수 없다.

그러나 수많은 오름 중에서 유일하게 포장도로가 정상까지 놓인 오름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한림읍 금악리의 성이시돌목장 부근의 금오름(검은오름)이다. 금오름은 정상에 통신탑이 들어서면서 시멘트 포장도로가 정상의 분화구 능선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경사도가 급해 휠체어로 오르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전동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승합차량으로 분화구 능선까지 올랐다. 분화구 능선에 오르자 전씨와 하씨는 흥분했다. 제주여행 경험이 적잖은 이들이었지만 오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니 왜 안 그랬을까.

금오름은 분화구에 물이 있는 이른바 ‘화구호(火口湖)’를 가진 오름이다. 제주의 오름 가운데 분화구에 물이 담긴 오름은 모두 9곳에 불과하니 귀한 풍경이다. 전씨와 하씨가 순식간에 전동휠체어로 능선을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정상에서는 주변이 360도로 조망됐다.

한라산 정상과 이달오름, 새별오름, 바리메오름, 노꼬메오름 등 수많은 오름들이 대지 위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솟아있고, 서쪽으로는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차귀도,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라도 보호자만 있다면 승용차편으로 얼마든지 올라서 휠체어에 앉아 이런 풍광을 넉넉히 즐길 수 있는, 제주에서 딱 하나 있는 오름이었다. 하씨는 1박2일간의 제주 여정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으로 이곳 금오름을 첫손으로 꼽았다. 불편한 몸으로는 가파른 산을 오를 수 없어 높이의 감동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터라 더 그랬을 것이었다.

# 삼나무 숲길을 걷는 데는 휠체어가 더 운치 있는 이유

일부 구간이 ‘장애인 올레길’로 조성된 제주 올레길 10코스의 송악산 해안도로에서 전윤선씨와 하석미씨가 제주 서쪽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들은 이곳의 풍경이 제주에서 휠체어로 갈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고 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불편함 없이 돌아볼 수 있는 곳, 아니 비장애인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절물자연휴양림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온통 ‘수직의 세상’이다. 평균 수령 40년이 넘는, 높이 20m 이상의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곧게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대낮에도 숲그림자로 어둑한 그 길에 들어서면 누군들 탄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듯 빼어난 숲을 거느린 탓에 ‘절물’이란 이름을 ‘뛰어날 절(絶)’에 ‘만물 물(物)’ 자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은 절(寺)이 있고, 물(水)이 있어 절물이라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너무도 간명해서 실소마저 자아내지만, 제주에서 만나는 땅의 이름은 대개 이렇듯 담박하다. 도대체 에둘러 말하거나 비유하는 법이 없다. 산굼부리가 그렇고, 알작지가 그렇고, 돈내코와 조른모살이도 또 그렇다. 낯설긴 하지만 제주에서 만나는 이름은 모두 싱싱한 날것 그대로다.

절물자연휴양림에는 이름대로 절도 있고 물도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곳에서는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를 산책하는 것이 최고다. 산책로를 따라 놓인 난간 없는 나무덱이 유려하게 굽어져 그려내는 곡선은 그것만으로도 조형미가 넘친다. 바퀴가 나무덱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만 한다면 휠체어로 걷기에는 그만인 길이다. 이곳만큼은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이 걷는 것보다 오히려 더 운치 있다. 삼나무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폐부 가득 들이마시며 쉼호흡을 하던 전씨는 그 숲길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걸었다. 무슨 생각이, 혹은 무슨 풍경이 그리 발길을 잡았을까. 짧아진 가을 오후의 햇살이 그림자를 길게 끌다 급기야 해가 다 저물어 어둑해질 때까지 그는 삼나무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제주에서 또 한곳을 꼽으라면 제주시민속오일장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시 한복판에 2, 7일에 서는 민속오일장은 무려 1200여개의 상점과 좌판이 늘어선다. 장마당에 들어서면 누구나 입이 딱 벌어질 만한다. 어찌나 장이 큰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이 가물가물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만한 규모의 오일장은 육지에서도 보기 힘들다. 시장에 나온 물건도 다양해 좌판의 물건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한두 시간쯤 훌쩍 지나간다. 저마다 다른 품종의 귤부터 제주산 오이와 당근, 그리고 육지에서 실어온 농산물들이 한가득 좌판에 펼쳐진다.

생선전에는 마치 은박을 입힌 듯 흠집 하나 없는 굵은 갈치와 금세 튀어올라 바다로 갈 것처럼 싱싱한 고등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일장에는 세화장과 서귀포장을 오간다는 장돌뱅이도, 엿가락을 파는 엿장수도, 낫을 벼려 시퍼렇게 날을 세우는 대장장이도 있다.

육지의 오일장은 대개 좁고 번잡스러운데다 곳곳에 물건들이 쌓여 있어 휠체어는커녕 걷기조차 힘들지만, 이곳 민속오일장만큼은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그다지 불편없이 돌아볼 수 있다. 취급 품목에 따라 상점들의 구획이 잘 정비돼 있는데다 시장경영진흥원의 교육지원 등으로 상인들도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하다.

제주에는 이런 곳들 말고도 휠체어 장애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여행지가 곳곳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가 가능하고 또 어디가 접근이 불가능한지, 또는 어디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고 어디에 이들을 받아주는 턱 없는 숙소가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휠체어를 타고 나선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도대체 아무런 정보 조차 없는 벽과 맞닥뜨린다. 아무리 이름난 관광지라도 그들에게는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땅’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전씨와 하씨는 제주 여행 내내 쾌활했고 단 한순간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제주 해안의 풍경에 감동했고, 짙은 삼나무 숲의 산책로에서 두근거리는 그들의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기쁨이 짙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여행을 ‘주제넘은 짓’이라며 스스로 방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장애인들과 이런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원했다. 온 마음을 다한 깊은 진심으로….

※ 관련기사    ▶두 女장애인의 올레길 휠체어 여행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장애인 또는 노약자들에게 제주 여행은 그리 만만치 않지만,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만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제주여행을 계획했다면 먼저 수동 휠체어를 이용할 것인지, 전동휠체어를 이용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수동휠체어는 승용차에 실을 수 있어 먼거리까지 여행이 가능한 대신 휠체어를 밀어줄 보조인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면 비장애인이 걸어서 여행하는 것과 같은 여행을 할 수 있고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여행이 된다.

전동휠체어는 항공사들이 화물로 실어준다. 탑승 브릿지 앞까지 가서 기내용 수동휠체어로 갈아타면 승무원들이 전동휠체어를 화물로 항공기에 실어준다. 다만 중대형 항공기에만 실을 수 있으니 사전 확인이 필수다.


제주공항에 도착한 뒤 여행 목적지까지 이동은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제주에서는 한라산렌터카(064-748-8222)와 성산렌터카(064-746-3230) 등이 휠체어리프트 승합차를 대여해 준다. 대여요금은 이틀에 14만원 안팎. 이삿짐 화물트럭을 불러 전동휠체어를 짐칸에 싣고 자신은 택시나 트럭 운전석 옆에 앉아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제주 여행지에서 수동휠체어를 대여해 주는 곳은 많지만 전동휠체어를 빌려주는 곳은 여미지식물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그것도 식물원 안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제주 여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다. 화장실 문제 때문에 가능한 한 물을 적게 마셔야 한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든 장애인 화장실이나 경사로, 숙소 등을 알려주는 곳은 없다. 그러나 최근 ‘장애인 올레길’을 개장한 사단법인 제주올레와 제주도가 올레길 코스 주변에 장애인이 숙박할 수 있는 곳이나 장애인 화장실, 식당 등의 현황을 조사해 제주 관광홈페이지에 게시할 계획이다.

다른 문제들은 휠체어 여행작가 전윤선(010-9008-8356)씨나 휠체어 여행전문가 하석미(010-5674-0963)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한 달이면 두세 번씩 전동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전윤선씨는 휠체어 여행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뜻밖에 부산을 꼽았다. 이와 함께 경북 경주와 강원 강릉 경포대, 경기 수원의 화성, 그리고 전남 여수와 서울 등을 상대적으로 장애인이 여행하기에 편리한 여행지로 꼽았다.

전씨는 휠체어 이동과 장애인 편의시설 면에서 보자면 서울보다 오히려 부산이 여행하기에 더 낫다고 했다.

서울은 지하철,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 등이 있어 어디든 여행이 가능하다. 전씨는 “장애인의 여행 편의성은 서울이 일본 도쿄(東京)보다 훨씬 더 나은 수준”이라고 했다.

부산은 항공기를 비롯해 KTX, 무궁화호, 여객선 등의 교통수단이 있어 어느 지역에서나 이동이 용이하다. 특히 해운대 일대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휠체어로 이동하면서 관광을 하는데도 불편함이 별로 없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숙박시설도 다른 어느 곳보다 더 많다. 태종대의 순환열차 ‘바누비’의 탑승장에는 휠체어 경사로가 설치돼 있고 순환도로를 따라 휠체어 보행도 가능하다.

전씨는 “태종대야말로 장애물이 없는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명품 관광지”라고 치켜세웠다. 사찰은 장애인들의 접근과 이동이 불편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부산 인근인 양산의 통도사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휠체어 장애인도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다.

경북 경주도 이름난 관광지답게 장애인 접근권이 잘 돼 있는 편이다. 기차로 이동하면 불국사, 양동마을, 경주 시내권을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숙박 또한 어려움 없이 잡을 수 있다.

강원 강릉의 경포대도 전씨가 휠체어 여행의 적지로 꼽는 곳이다. 강릉역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경포대까지 6㎞ 남짓 구간은 이동수단이 없어 휠체어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불편하긴 하지만 경포대에는 해변 백사장을 따라 나무덱을 깔아 놓아 장애인도 해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장애인 화장실과 식당 등 편의시설도 제법 잘 갖춰져 있다. 다만 편의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이 한두 곳에 불과한 것이 아쉽다.

동해시 묵호동은 전씨가 자주 찾는 여행지. 북평오일장과 추암해수욕장이 바로 옆에 있다. 묵호등대와 어시장은 휠체어로 여행하기 편리하고 무엇보다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어 이동하는 데도 편리하다. 묵호에는 또 장애인이 운영하는 민박이 있으니 잠잘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 지역의 경우 전철이 닿는 곳은 어디든 여행이 가능한데 그중 수원의 화성이 가장 편리하다. 지하철과 저상버스가 자주 운행해 문화유적 답사기행이 가능하다. 화성의 접근성도 제법 괜찮은 편이다. 식당과 숙박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전남 지역은 열차를 이용해 여수나 목포를 여행할 수 있는데, 다만 전남 지역에서는 숙박시설을 찾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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