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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다 외모 … ‘꽃남’ 성형 열풍

醉月 2009. 2. 14. 17:07

속보다 외모 … ‘꽃남’ 성형 열풍
생존? 로망? 잘하면 다비드상, 못하면 평생 후회

 

2월10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진료 대기실. 대입 시즌을 앞두고 병원 상담창구는 삼삼오오 짝을 이뤄 찾아온 예비 새내기들로 북적인다. 성형수술 후 예뻐질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수다를 떠는 고교 졸업반 중에는 남학생이 절반에 육박한다. 그들 가운데는 고교 1년생도 눈에 띈다.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선 학생이 원장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불쑥 한마디 던진다.

“저도 수술을 받으면 F4처럼 될 수 있을까요?”

학생이 인터넷에서 다운 받았다는 사진은 요즘 중·고등학생, 대학생 가릴 것 없이 젊은 층에게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른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 남자 연예인 4명이 함께 찍은 것이다.

“죄송한데요. 학생은 아직 몸의 성장이 끝난 게 아니어서 지금은 안면 윤곽술이나 코 수술이 불가능합니다. 가벼운 지방이식술 같은 것은 가능한데, 그걸로는 이 사진처럼 될 수 없어요.”

전국 성형외과의 절반이 모여 있다는 서울 강남 성형타운에는 유례없는 경기불황 한파에도 ‘꽃남 바람’이 한창이다. 피부과는 이미 2~3년 전부터 젊은 남성의 에스테틱과 남성 레이저 시술이 총 진료건수의 40%가 넘어선 지 오래. 성형외과도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남성 환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본격적인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많은 곳도 환자의 25%가 남성이다. 자가 지방이나 보형물 이식 등 가벼운 수술을 주로 하는 클리닉은 남성 비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강남 성형타운 남성 환자 북적

서울 청담동 김형준성형외과가 지난해 남성 환자 상담건수를 분석한 결과 20, 30대가 전체의 60%를 차지했고, 여성이 눈에 대한 성형 수요가 많은 반면 남성은 코 성형이 대세를 이뤘다. 코는 턱 라인과 함께 얼굴 전체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큰 부위. 이는 젊은 남성들이 피부 시술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미남’ 성형에 올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방이식술로 잘 알려진 훈성형외과는 20대(40%)와 30대(30%)가 남성 성형의 70%를 차지한다(40대와 50대는 각각 15%).

7~8년 전만 해도 남성 성형이라고 하면 성기 확대술과 복부지방 흡입술이 거의 전부였다. 그러다 몇 년 뒤부터는 남성들이 주로 원하는 성형 부위가 가슴근육(일명 ‘갑바 수술’)으로 확대되더니 지난해 무렵부터는 얼굴과 피부에까지 칼과 레이저를 대는 풍조가 일어났다. 성형수술의 부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 변화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권위주의 시대가 요구하던 훌륭한 남성상이 강한 수컷의 이미지, 즉 성적 지배력을 지닌 카리스마 있는 몸매였다면 이제는 부드러우면서도 예쁜, 그리고 신뢰감 가는 얼굴이 경쟁력을 얻는 시대가 된 것이다.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이 ‘꽃남’ 성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얼굴 성형도 마찬가지. 강남 성형타운 클리닉들에 따르면 요즘은 강한 인상을 부드럽게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쇄도한다는 것.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남자 연예인들도 강인한 남성적 이미지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고 부드러워 보이는 시술을 원하는 추세”라며 “남자 연예인 또는 연예인 지망생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시술이 네모턱을 부드러운 V라인 사각턱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전한다.

꽃남 성형을 하려는 20, 30대 남성들이 실제 가장 많이 원하는 수술 부위도 코와 턱이다. 코는 날렵한 듯 부드러운 조인성의 코가 가장 인기다. 코 성형 전문인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은 “코가 콤플렉스라면 우선 펑퍼짐하게 내려앉은 콧등을 높이는 융비술과 코끝을 버선 모양처럼 부드럽게 만드는 성형을 함께 해야 한다. 여기에는 각각 인공 보형물과 자가 연골이 들어간다. 거기에 콧구멍을 줄여주면 완벽한 모습의 코가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꽃남 얼굴의 핵심은 역시 분명한 듯 부드러운 턱선. 강남 성형외과에선 턱이 아예 없는 ‘무턱’ 남성에겐 실리콘이나 자가 지방을 넣는 턱 라인 재생술을 하고, 사각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안면 윤곽술을 권한다. 요즘 강남 성형외과에는 과거 심심찮게 사람이 죽어나가던 전면 윤곽술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난 V라인 턱 시술이 등장해 인기를 끈다.

그런가 하면 ‘미중년’을 원하는 40대 이상은 눈 밑 주름과 눈가, 미간, 이마의 주름, 팔자 주름을 없애는 시술과 복부지방 흡입술이 대세를 이룬다. 한마디로 ‘이 나이에 몸에 칼 대서 뭐 하겠냐’는 심리다.

꽃남 바람은 성형외과뿐 아니라 피부과와 치과에서도 세차게 불고 있다. 화장을 하지 않는 남성에게 고운 피부는 꽃남 이미지를 완성하는 마지막 로망이다. 신촌 연세스타피부과 이상주 원장은 “최근 젊은 남성들이 선호하는 꽃남 조건에 부합하려면 모공, 여드름 흉터, 수염 세 가지가 적어야 하는데, 이들 문제는 레이저 시술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고, 실제 많은 젊은 층이 이런 시술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 피부과 환자 중 40%는 남성이다.

로망형보다 생존형 성형이 대세

드라마에 등장하는 꽃남은 한결같이 미소가 일품인데, 웃을 때 드러나는 분홍색 잇몸과 하얀 치아는 꽃남의 귀족적 이미지에 품위를 더한다. 지오치과네트워크 부천점 노원기 원장은 “치아와 잇몸 색을 깨끗하게 하는 구강미백은 얼굴 전체를 환하게 만들고 한결 젊어 보이게 하는 동안(童顔) 효과가 있다. 미백술을 받는 환자의 대부분이 20, 30대지만 미백술을 하기 전에 잇몸 염증과 세균을 제거하는 게 먼저”라고 충고한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꽃남 성형’의 발원지를 메트로섹슈얼과 그루밍족의 탄생 등 세태 변화에서 찾는다. 이런 변화는 남성적 카리스마와 여성적 아름다움을 함께 지닌 꽃남 연예인을 출현시켰고, 이들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의 대성공은 예쁜 남자 신드롬에 촉매제 노릇을 했다. 영화 ‘왕의 남자’로부터 시작된 연예계 꽃남 열풍은 모델계에선 이미 대세가 됐고,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어 현재 방영 중인 ‘꽃보다 남자’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들 드라마와 영화엔 알게 모르게 동성애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들어 있는데, 이로 미뤄보면 남성이 다른 남성의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도 과거의 남성성 일변도에서 부드러운 여성성 쪽으로 이동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꽃남 성형의 유행에는 외과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5년 전만 해도 얼굴 성형은 전신을 마취하고 째고 깎는 게 주류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사용함으로써 째고 깎는 부분을 최소화해 마취 강도를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길게는 두 달씩 걸리던 회복기간도 짧으면 사흘, 길게 잡아도 몇 주일이면 충분하다. 훈성형외과 우동훈 원장은 “웬만한 성형은 자가지방 이식술과 인공 보형물 삽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어 직장인과 학생들도 금요일에 시술받고 월요일 일상으로 돌아가는 주말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창 일의 매력에 빠져 있어야 할 젊은 층이 꽃남 성형 열풍에 가세한 진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강남 성형 공화국’의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남성 신데렐라가 되겠다는 로망에서 비롯된 경우는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사회적 생존과 목적 달성을 위해 꽃남 성형을 선택한 경우”라고 말한다. 꽃남 성형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취업, 비즈니스, 조직 동화(同和), 결혼, 자신감 회복이라는 다섯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간다는 것. 관상 성형 전문가이기도 한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은 꽃남 성형의 ‘그림자’를 이렇게 지적한다.

“무조건 특정 연예인의 얼굴과 똑같아지고자 하는 무분별한 시술은 남녀를 불문하고 후회를 낳죠. 얼굴이 모두 다른 이유는 각자의 매력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형수술이 불가능한 10대 청소년의 상담이 늘어가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뭔가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외모 지상주의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는 얘기 아닐까요?”

 

시원한 큰 눈과 V라인,귀여운 남방계 얼굴
성형전문의가 분석한 ‘꽃보다 남자’ 4男 4色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시청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 유치해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라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바로 그 유치함을 무기로 시청률 3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만화를 원작으로 했으니 도무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남자들이 등장해야 마땅할 터.

한국판 ‘꽃보다 남자’에 나온 네 명의 주인공 ‘F4’는 이미 방영된 일본판, 대만판 주인공들보다 가장 원작에 가깝게 ‘판타지스러운’(또는 판타스틱한) 외모를 갖췄다고 평가받으며 일단 미모에서 합격점을 받는 듯하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각기 뚜렷한 개성을 가졌으면서도 공통점 또한 많은 이들의 얼굴을 분석해보면 최근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꽃미남’의 전형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에 따르면 이들 얼굴의 공통점은 서구적인 인상을 주는 남방계형이라는 점. 또 얼굴을 반으로 나눠 봤을 때 눈과 코 상단 부위인 상안면부(얼굴 위쪽)가 발달해 앳된 느낌을 준다는 것도 공통점으로 꼽았다. 사진을 찍을 때 ‘얼짱 각도’를 찾기 위해 카메라를 눈보다 높은 위치에 놓고 내려보듯이 찍는 것도 이렇게 상안면부가 강조되면 어리고 귀여워 보이기 때문이다.

“만화에 나오는 네 주인공은 만화의 특성상 비현실적으로 큰 눈과 상대적으로 작은 코와 입을 갖고 있는데, 드라마의 ‘F4’도 시원시원하게 큰 눈이 특징적이라 ‘만화 속 주인공 같다’는 인상을 갖게 합니다.”

관상학을 접목한 성형시술에 관심이 많은 박 원장은 네 주인공의 눈 아랫부분 ‘애교살(눈 바로 아래 잡히는 부분)’이 많은 것도 어리고 생기 있는 인상을 주는 데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조지 클루니, 러셀 크로의 얼굴을 보세요. ‘애교살’ 부분이 엄청나게 크지요. 이런 눈에 여성들은 ‘그가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겁니다.”

이 부위는 관상학적으로 남성의 성적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화 속 F4의 얼굴은 완벽한 ‘V라인’이다. 한국판 드라마 속 F4도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예리한 선이 돋보이는 V라인을 갖췄다.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은 이민호(구준표 역) 김준(송우빈 역)은 남성적인 얼굴, 김현중(윤지후 역) 김범(소이정 역)은 중성적인 얼굴로 구분했다. 김 원장이 꼽는 이들의 공통점은 눈썹 모양이 반듯하고 숱이 많은 데다 입술이 이상적으로 도톰하다는 것.

한편 광대뼈와 입 사이 뺨에 적당히 살집이 있는 것이 귀족적인 인상을 준다는 해석도 있다. 이 부위는 나이가 들면서 푹 꺼져버리기 쉽기 때문에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자가지방 이식술이나 보툴리눔 독소(보톡스) 시술을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압구정에비뉴성형외과 이백권 원장은 “이렇게 도톰한 볼과 약간 돌출돼 보이는 앞광대뼈 부위, 입술 등이 어우러져 동안(童顔) 분위기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exy Guy 이민호(구준표 역)

BEST 부위 : 코

김형준 원장은 “남성 연예인의 얼굴 또는 성형 트렌드를 보면 호경기에는 여성적인 스타일이, 불경기에는 남성적인 얼굴이 뜬다”고 말한다. 경기가 나쁠 때는 무의식적으로 남성 특유의 강하고 터프한 인상이 각광받기 때문이다. 이민호가 드라마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데는 단순히 ‘뉴 페이스’여서 신선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뜻. “캐릭터 때문에라도 터프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겠지만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이민호는 남성의 가장 이상적인 코 각도로 꼽히는 ‘90도 코’를 가졌다. 코 아랫부분이 얼굴과 90도를 이룬다는 뜻. 이민호에게서는 이마가 시작되는 부위에서 턱끝까지를 3부위로 나눠봐도 코가 있는 중간이 가장 부각된다.

박현 원장은 “눈이 예쁜 얼굴은 여성적인 인상을, 코가 멋진 얼굴은 남성적인 인상을 준다”며 “이민호가 F4 중에서 가장 남성적으로 보이는 이유도 두드러지게 잘생긴 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민호의 눈썹과 눈 사이가 가까운 편이라며 “이런 얼굴은 포용력이 적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구준표의 캐릭터와 맞아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주걱턱에 가까우리만치 턱선이 발달한 데다 코와 입술, 눈썹이 크고 선이 진한 극강(極强)의 기운이 모두 한 가지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인상입니다. 정력가의 이미지를 준다는 뜻이지요.”

Pretty Guy 김현중(윤지후 역)

BEST 부위 : 눈

김현중의 코는 옆에서 볼 때 얼굴과 약 95도를 이룬다. 위로 살짝 들린 스타일. 김형준 원장은 “보통 여성의 코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각도로, 이러한 코 때문에 김현중이 중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백권 원장 역시 “콧대가 조금 짧은 것이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큰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중의 얼굴 중 ‘하이라이트’는 눈동자가 유난히 큰 눈. 동그란 눈에 도톰한 입술, 흰 피부까지 곁들여져 여성들로 하여금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외모가 됐다. 박현 원장은 “실제로(파트너 또는 배우자로) 연상녀를 선호하는 남성 환자 중 예쁘장한 외모를 갖고 싶다며 수술을 거듭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김형준 원장은 “‘꽃미남’의 전형인 그의 얼굴은 2000년대 들어 각광받은 조인성 이준기 등을 잇는 ‘예쁜 얼굴’로 도톰한 볼, 날렵한 턱선이 더해지면서 기존의 남성 스타들보다 여성적인 분위기를 낸다”고 분석했다.

   

Cool Guy 김준(송우빈 역)

BEST 부위 : 눈썹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김준이 전통적 미남의 ‘현대적 버전’이라고 입 모아 지적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눈썹이 짙은 것은 1990년대까지의 미남형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마초적인 느낌이 전혀 나지 않기 때문. 박현 원장은 김준을 가장 이상적인 얼굴을 가진 멤버로 꼽았다. 동양 미남 미녀의 전형인 가로 세로의 비율 1:1.3을 갖춘 데다, 눈과 눈썹 사이가 멀어 인상도 시원해 보이기 때문.

김형준 원장은 김준이 옆으로 길면서 쌍꺼풀 없이 큰 눈, 진한 눈썹을 가진 것을 들어 부위별로 볼 때 가장 멋지게 생긴 얼굴이라고 말했다. 또 약간 매부리코처럼 보이는 것도 남성적인 인상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준이 남성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는 이유에 대해 이백권 원장은 얼굴 각 부위의 조화를 꼽았다. “각진 듯한 얼굴, 진한 눈썹, 큰 눈 등 뚜렷한 이목구비가 남성적 카리스마를 풍기면서도 도톰한 입술과 볼이 어리고 여린 느낌을 내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옛날 미남들’처럼 부리부리하면서도, ‘요즘 미남들’처럼 여리여리한 느낌을 함께 갖게 한다는 분석이다.

Cute Guy 김범(소이정 역)

BEST 부위 : 얼굴 라인

김형준 원장은 김범이 F4 가운데 가장 ‘흠 없는’ 얼굴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얼굴 전체에서 왼쪽 눈의 가로 길이, 눈과 눈 사이 거리, 오른쪽 눈의 가로 길이가 1:1:1을 이루는 것이 서구적 미남 또는 미인형이라면 김범의 얼굴은 1:1.2:1로 동양적인 황금비율을 보여준다는 것. 눈, 코, 입술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잘생겼다는 것이 김 원장의 분석이다.

“얼굴형과 눈, 코, 입술의 길이가 각각 조화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얼굴에 젖살이 남아 있어 어려 보이기도 하고요.”

한편 박현 원장은 그의 눈꼬리, 입꼬리에 집중했다. “눈꼬리와 입꼬리가 모두 살짝 올라간 모습이 귀여운 인상을 주는 겁니다. F4 멤버 중 눈이 가장 작은데 이런 눈은 속이 깊어 보이게 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를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아내지요.”

이백권 원장도 이마-코-턱을 잇는 얼굴 부위들의 구성이 가장 완벽하게 황금비율을 이루는 멤버로 김범을 꼽았다. “작고 약간 둥근 얼굴형, 도톰한 볼, 비교적 작은 눈이 어우러져 귀족적인 미소년 이미지를 풍긴다”는 것이다.

   

남성 관상 성형 트렌드
‘더 크게, 더 오뚝하게’에서 ‘갸름, 예쁘장’으로


동양의 관상학은 얼굴 모양이 특정한 성격, 더 나아가 인생의 운을 형성한다는 메커니즘을 지녔다. 이러이러하게 생긴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을 것이며 성격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상학에서 높은 코는 자존심을, 긴 목은 외로움을, 미간의 세로 주름은 신경질적인 성격을 뜻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강마에 역)이 짙고 직선적인 눈썹 화장을 하고 처진 입술을 이죽거리며 움직인 것도 얼굴 생김새를 통해 배역의 성격을 드러내려 했기 때문이다.
관상을 접목한 성형 트렌드에는 당시 유행하는 얼굴 생김새뿐 아니라 그 사회가 요구하는 일종의 ‘캐릭터’가 반영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리부리한 이목구비,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얼굴을 미남으로 여기고 짙은 눈썹, 오뚝한 코, 넓은 턱을 갖기 위한 수술이 많았던 반면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는 연예인이나 일반인 할 것 없이 여자만큼 예쁘고 곱고 하얀 피부를 선호하게 된 데도 사회 시대상이 맞닿아 있다.
남성 성형수술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코 수술에도 이러한 트렌드가 잘 반영된다. 과거엔 코의 크기와 모양을 남성의 상징으로 여긴 나머지 코를 높이거나 코끝을 세우는 등 ‘확대’ ‘확장’에 초점을 맞춘 환자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적당한 크기’ ‘예쁘장한 라인’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턱 또한 남성답게 넓적한 모양 대신 ‘V’자 모양에 가까울 정도로 갸름한 라인을 선호하는 추세다.
물론 아직도 남성적인 얼굴을 선호하는 환자들도 많다. 주로 40, 50대 중년층이다. 사회적 위치에 걸맞게 중후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는 그들은 크고 긴 코, 넓적한 턱 등 ‘남성적인 디자인’을 주문한다. 최근 “번번이 승진 인사에서 누락되는 데다 후배 직원들에게까지 기가 눌려 괴롭다”며 병원을 찾아온 박모 씨가 그런 경우다. 코가 낮아 만만해 보이고, 턱 라인이 뚜렷하지 않아 우유부단한 인상이던 그는 자가지방 이식수술로 코와 턱 라인을 다듬으면서 ‘늠름한’ 외모를 갖게 됐다.
성형의 큰 ‘효과’ 중 하나는 자신감일 것이다. 예쁘장하게든 남자답게든 본인이 원한 모습으로 변신한 이들은 한결 충만해진 자신감으로 운명까지 ‘변신’시켜 가는 듯하다.
박현성형외과 박현 원장

예쁘고 쿨한 ‘그놈 얼굴’ 환장하거나 환상이거나
“꽃미남이면 모든 것 용서” … 그 지독한 편애 심리 분석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정신과 jhnha@naver.com
 
 

백마 탄 왕자 동경? ‘찌질한’ 현실에 저항!
외모가 아니라 ‘돈+능력’ 캐릭터에 열광

연쇄살인범이 잡히고 나서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저렇게 곱상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죠?”

잘생긴 남자는 마음도 행실도 꽃 같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최근에 부각된 ‘꽃남’의 대중심리를 연쇄살인범과 연결한 것이 엉뚱한 생각일까. 이 우연한 사건은 젊은 여성들이 꽃남에게 열광하는 심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들이 꽃남에게 열광하는 현상은 과거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 정상적이라고 믿던 것이 더는 당연하지 않고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직 그것이 정확하게 뭔지 알 수 없기에 ‘꽃남 신드롬’ 정도로 막연히 보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하지만 확실한 포인트는 요즘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경구를 제치고 우위에 서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곱상하게 생긴 남자를 오히려 비하하는 투로 봐온 게 사실. ‘기생오라비 같다’ ‘꼴만 번지르르하다’ 같은 말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반적 남성의 이미지가 ‘꽃 같은 남자’가 아니라 ‘꽃 꺾는 남자’였음을 알려준다.

만화 ‘캔디’의 테리우스 같은 존재

그러나 바야흐로 ‘꽃 같은 남자’가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예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 한때 쉬쉬하던 성형수술도 자랑거리가 되고, 자기 얼굴을 가꾸지 않는 남자는 불성실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인간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남자를 보는 여자의 기준이 달라진 것일까. 꽃 같은 남자 선호현상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을 택하고, 특정 캐릭터나 이미지를 가진 남성을 선호하는 사회 트렌드가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여성이 소비를 지배하는 시대에 특정 이미지를 가진 남성 캐릭터가 여성이 즐겨 소비하고 선호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어떤 캐릭터의 남성이기에 여성이 그처럼 빠져드는 것일까.

꽃남은 여자처럼 예쁜 외모를 가진 남자를 말한다. 여기에 돈과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 산업화 시대에는 마초 같은 남자라 해도 돈과 능력만 있으면 나쁘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미지 중에는 여성성이 더 높다. 왜 그런가. 이것을 성격 특성으로 분류해보면 ‘로맨티스트’ 유형이 가진 이미지다. 순정만화 속의 소녀 같은 남자, 만화 ‘캔디’의 테리우스 같은 남자가 바로 그다.

사람들은 외모만으로 꽃남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꽃남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들의 성격과 행동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좀 순진한 느낌을 주며 상당히 감성적이고 생각과 걱정이 많은 듯하다. 노련해 보이지는 않으며 정서적으로 약간 불안정해 보인다. 주위를 의식하며 다른 사람의 반응에 민감하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동시에 있다. 그렇지만 똑똑하고 예술적 감성도 풍부하다. 나름 자존감도 높지만 그것 때문에 쉽게 다른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다. 고생을 별로 해보지 않았는지 공주나 왕자 같은 삶을 지향하며 사는 것 같다. 자신의 능력이나 사회적 역할에 따른 일에 매달리는 생활을 하지 않으려 든다.

   

뿐만 아니라 다소 동성애적인 느낌도 준다. 눈물도 많지만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편이다.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예술가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위계질서가 있는 곳을 힘들어하며 부드러운 친구 관계를 선호한다. 어디에 몰두해서 지속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멜랑콜리한 생각, 우수에 젖은 모습이 유난히 어울린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부모의 배경과 교육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세련되고 전문적인 모습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핵심은 여전히 다른 곳에 있다.

이들은 생활 조건이 좋은(좋은 회사 등) 상황일 때는 조직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현실이 아니라 주로 TV 드라마에서나 부각되는 존재다. 드라마에서 직장여성들이 동경하는 멋있고 쿨한 실장님 캐릭터다. 이들은 출신 배경이 열악할 경우 이태원이나 강남의 바에서 우수에 젖은 모습으로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돈이나 집안 배경, 학벌 등이 받쳐주기만 하면 최고의 연애 대상이 된다. 두 명 이상의 여자와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사생활이 복잡하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많다. 20대와 30대 중반까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이미지는 ‘완소남’ 그 자체다. 하지만 40대 이후에도 이런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준재벌 2세나 3세 또는 한량으로 내놓은 사람이 아니라면 힘들 터. 사실 찬찬히 살펴보면 여성들이 꽃남에게 열광하는 까닭은 외모가 아닌 그의 캐릭터다. 캐릭터는 그의 외모를 더욱 부각한다. 이들의 성격과 여성성은 주위 여성들을 쉽게 사랑의 감정에 빠지게 한다. 남자지만 여성성이 더 느껴지기에 이를 자신을 돌봐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 남자의 부드러움이나 우수에 젖은 모습에서 그가 나를 정말 잘 이해하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꽃남의 전형적인 캐릭터가 드라마를 통해 현실로 구체화한다. 그리하여 많은 여성이 연애의 판타지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여성들이 이런 캐릭터를 가진 남성과 연애를 하거나 이런 성격의 꽃남을 계속 선호한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한 장면.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투영되는 남성들의 이미지는 곱고, 아리땁고, 연약한 꽃과 같다.

매력 철철 그 꽃, 시들지 않으면 좋으련만

꽃남과 결혼할 경우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가 되기보다는 깨지기 쉽다. 재력과 집안 배경을 갖추지 않았다면 더욱 그러하다. 꽃남의 이미지를 풍기는 로맨티스트들은 대개 인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관심이 있더라도 타인에 대한 따뜻한 열정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힘들어하며, 특히 현실생활에서 보호막 노릇을 하기 힘들어한다. 대부분 그냥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 자체로 이성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타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기 어렵다.

꽃남이 선호되는 기간은 연애관계가 지속되거나 연애감정이 중요할 때까지가 전부다. 좀 심하게 단언하면 꽃남은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힘들다. 특히 남자가 로맨티스트 꽃남이고 여자가 현실적인 모든 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말이다. 물론 꽃남이 부자이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사정은 다를 것이다. 꽃남 신드롬은 ‘연애가 뭔지 모르지만 뭔가 멋있는, 백마 타고 오는 왕자를 기대하는’ 현실의 여성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또는 “현실은 내가 책임질게 당신은 그냥 나의 테리우스가 되면 돼”라고 부르짖을 수 있는 여성이 많을수록 강하게 나타난다.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선 이런 캐릭터의 사람에게 돈이나 능력이 포장되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긴장감’도 무너지고 어떤 무책임한 행동도 쿨한 모습으로 바뀌어 보인다. 그렇기에 이성에게는 꽃처럼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 그 꽃이 시들지 않으면 좋으련만.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꽃남 증후군이 부각된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이 바라보는 남성들이 너무 ‘찌질’하기 때문이다. 아니, 남성과 살아가야 하는 결혼생활이 찌질해 보이기에 꽃남에 대한 동경은 더욱 커진다. 찌질한 현실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미지, 그것이 바로 꽃남이요, 꽃남을 통해 소비하는 이미지다. 이것은 테리우스가 젊은이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던 1970년대와 80년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상적인 결혼관, 아니 이상적인 캐릭터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에서 만들어진 남자의 이미지가 꽃남 열풍인 것이다. 파티하는 분위기를 동경하면서 친구 같은 이성 상대를 찾는 여성들이 로맨티스트의 성격 특성을 가진 ‘백마 탄 왕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심리가 꽃남으로 구현된다. 찌질한 현실이 싫어 판타지를 현실 속 이미지로 삼고 싶어하고, 환상 속의 또 다른 자기 모습을 현실 속 남성 속에서 찾는 것이 지금 한국 여성들이 꽃남에게 열광하는 심리다.

   

2000년대 중반 문을 연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 레스토랑. 미남 직원들을 내세워 여심(女心)을 잡는 데 애썼다. ‘꽃미남’을 찾는 여성 소비자들이 늘면서 유통, 서비스업종에는 미남 마케팅이 더욱 흔해지고 있다.

야리야리한 도련님들 살판난 세상
타인에게 자신 알리기 외면, 보이는 것도 한몫

얼마 전 친하게 지내는 여성들과 송년모임 약속을 잡았다. 그들은 강남구 청담동에서 인기가 높은 H라는 일식주점엘 가자고 했다. 내가 그 집 음식맛이 좋냐고 묻자 그들은 “맛이야 어디나 그게 그거지만 그 집은 서빙하는 오빠들이 예뻐”라고 답했다.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로 그 주점에 가보니 여성 점원은 없고 주방부터 홀 서빙까지 모든 점원이 남성이었다. 그것도 키는 다들 175cm가 넘고 최근 유행하는 머리 모양을 한 날씬한 몸매의 20대 총각들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술을 주로 파는 곳인데도 손님의 반 이상이 여성이었다(거기가 어디냐고 묻는 e메일은 보내지 마시길…).

‘요즘은 이런 게 유행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돌이켜보니 ‘메트로섹슈얼’이라는 말이 회자된 지도 오래고, ‘꽃미남’이라는 말도 일상화한 것 같다. 안정환 이후 화장품 광고에 남성이 출연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게 됐다. 대중의 환호를 받는 남성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예전 같으면 하나같이 ‘기생오라비’로 불릴 스타일이다. 세상이 어찌 된 것일까.

보기 좋은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분명하다. 1993년 미국의 레인겐과 케르난이라는 학자는 외모의 편차가 큰 조사원들을 선발한 뒤 기부금 모금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조사원의 기부 성공률은 42%로, 그렇지 않은 조사원의 성공률 20%보다 월등히 높았다. 화술의 차이가 아니라 오직 외모차로만 말이다. 이러니 극심한 비즈니스 경쟁 속에서 사업을 하는 사장님들이 ‘머리가 좀 나빠 보이고 성질이 좀 더러워도’ 외모가 출중한 점원을 채용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나만 해도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 것 같다. 얼마 전부터 급격히 살이 불자 안 하던 운동을 시작했고, 배가 나온 데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사람을 보면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로 그 사람의 경쟁력과 자기관리 능력을 평가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몸과 체형에는 ‘계급’이 투영되기도 한다. 20세기 이후 서구화한 사회에서는 영양이 과잉 공급되면서 비만이 늘었다. 중세의 왕을 그린 그림을 봐도 잘 먹고 잘 쉬어 퉁퉁해진 얼굴을 하고 있다. 그 시절엔 살찐 얼굴과 몸이 부와 신분의 상징이었던 셈. 하지만 현대에는 운동과 다이어트, 몸매 관리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 사람을 상류층에다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본다. 반면 그럴 여유가 없어 칼로리 높은 정크 푸드를 먹고 만성 운동부족으로 ‘술통형 몸집’이 된 사람들은 하위계층으로 간주한다. 어느 정도는 경험적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적당한 근육, 날씬한 몸매가 ‘계급’

그런 정점에 세칭 ‘꽃미남’이 있다. 인간의 이미지는 정신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의 통합으로 완성된다. 그러므로 거울에 비친 자기 이미지는 두 가지 면을 모두 투영한다. 삶이 자신 없고 재미없어질수록 거울 속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삶의 경쟁력도 그렇다. 내면의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은 한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외모는 순간적인 인상 평가로 가능하다. 그래서 예부터 소개팅하기 전에 주선자가 “성격은 좋은 사람이야”라고 한다면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과거에 이런 평가는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일방적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성도 여성들에게 선택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니 예전의 마초적 외모로는 그녀들의 간택을 받기 어려워졌다. 찰슨 브론슨, 실베스터 스탤론, 임성민으로 이어지던 남성미의 상징은 이제 휴 그랜트, 이준기, 이민호에게 깃발을 넘겨주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안다. 살을 찌우거나 울퉁불퉁한 근육을 만드는 것보다 적당한 근육과 날씬한 몸매, 잘 다듬어진 외모를 유지하는 것이 몇 배는 어렵다는 것. 그리고 현대 여성들이 힘과 근육으로 자기주장을 밀어붙이는 마초적 남성보다 마음 맞는 게이 친구처럼 섬세한 배려심에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남성들을 더 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외면적 요소가 내면적 요소보다 중요해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찰나적이고 표상적으로 흐르다 보니 ‘성격이 진국’이라 해도 그것을 알리고 이해시킬 만큼 정서적 교감을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바쁘고 또 조급하다. 그러니 자신을 타인에게 알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내면이 아니라 외면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이성과 동성을 가리지 않고 유효한 방법이다.

이렇게 현대사회의 남성들과 그들의 사회적 생존에는 100년 전 프로이트는 상상도 못했을 덕목들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옛날에는 사냥 못하고 힘 못 쓴다고 주눅 들었을 야리야리한 도련님들에게 광명세상이 열렸다. IT(정보기술)가 돌도끼를 이긴 셈이다.

 

싸가지 없는 놈도 괜찮아!
신성일에서 이민호까지 꽃미남 계보 … 여성 욕망 따라 진화 거듭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신성일 강석우 장동건 정우성 이병헌 송승헌 그리고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F4(맨 오른쪽부터). 한국의 꽃미남들은 역대로 ‘아도니스상’처럼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해왔다.

2004년 여름, 서울의 한 극장. 영화 ‘늑대의 유혹’을 보러 온 관객 태반은 여자였다. 이들의 타깃은 오직 강동원. 많게는 마흔 가까운 ‘누나’들은 당시 스물세 살의 강동원이 스크린에 클로즈업될 때마다 ‘와~’ 하며 환성을 질러댔다. 강동원이 싸움질하거나 말거나, 여주인공과 이별하거나 말거나 영화 줄거리는 귓등으로 흘려보내며. 그녀들은 요즘 오랜만에 은밀한(?) 약속을 한다. “‘쌍화점’ 보러 가자. 조인성 벗는다며? ㅋㅋ”

21세기 최고의 꽃미남으로 대접받던 강동원 조인성도 이젠 꽃미남 월계관을 후배에게 넘겨줘야 하나보다. 새해 벽두부터 방영한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 남자주인공 F4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어린 소녀들과 젊은 누나들은 물론이요, 40대 아주머니가 중학생 아들과 나란히 TV 앞에 앉아 ‘꽃남’에 몰입하는 요즘이다.

‘꽃남’의 인기는 남자주인공 구준표(이민호)를 비롯한 윤지후(김현중), 소이정(김범), 송우빈(김준)의 외모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씨는 “드라마 시청률 30% 돌파는 탄탄한 조연들이 있어야 가능한 수치”라며 조연이 거의 없는 ‘꽃남’이 30%대 시청률을 올리는 비결을 상큼한 미소년들에게서 찾았다. 이 드라마의 제작자 송병준 에이트픽처스 대표도 “드라마 제작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포인트는 F4 캐스팅”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F4 소년들은 ‘선배’ 꽃미남들과는 좀 다른 부류다. (특히 구준표는) 싸가지가 없고 건방지고 반항적이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스포일드 보이’(spoiled boy·못된 소년) 혹은 ‘츤데레’(シソデレ·최근 일본 만화의 한 전형으로 퉁명스럽지만 알고보면 부끄럼 타는 캐릭터)이다. 이 소년들은 강동원 조인성이 발산하는 부드러움이 없는 대신 재력이 차고 넘친다. 강동원 조인성이 고이 아껴줘야 할 남자라면 꽃남 소년들은 길들여야 할 것 같다고, ‘누나’들은 생각한다.

역대 꽃미남들은 그리스 조각상 스타일

한국의 꽃미남 계보는 1960, 70년대를 풍미한 영화배우 신성일에게서 시작한다. 국회의원 홍정욱의 아버지 남궁원, 신성일이 감독을 맡은 영화 ‘연애시대’로 데뷔한 신영일이 원조(元祖)의 동료들이라면 70, 80년대에는 안성기 강석우 이영하 김주승 등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90년대 들어 장동건 정우성 이병헌 송승헌 등이 등장했고 2000년 이후는 소지섭 권상우 강동원 조인성 등의 시대였다. ‘궁’의 주지훈,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 그리고 ‘꽃남’의 F4가 가장 최근 꽃미남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남대 조용진 객원교수(조용진 얼굴연구소)는 “한국인은 대체로 눈이 작고 얼굴이 넓적한 북방계인데, 역대 꽃미남들은 모두 남방계”라고 지적했다. 즉 이목구비가 크고 얼굴의 오목함과 볼록함이 뚜렷한 그리스 조각상 같은 얼굴을 한국인들이 선호한다는 것(그러고 보니 구준표 역의 이민호는 큰 눈과 오뚝한 코, ‘라면 머리’까지 아도니스 조각상과 닮았다). 조 교수는 “북방계 대표 미남은 노주현”이라며 “그러나 미적 기준이 서구화한 탓에 대중이 남방계 미남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화 ‘편지’의 박신양, ‘엽기적인 그녀’ 차태현, 드라마 ‘궁’의 주지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는 “아도니스 스타일의 꽃미남들은 진화해왔다”며 “좀더 영(young)해지고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신성일에서부터 장동건까지의 꽃미남들이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다면 강동원 조인성 등에게선 여성적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권상우 소지섭 등 ‘몸짱’ 꽃미남은 얼굴보다는 탄탄한 근육이 매력 포인트였다. 그리고 이민호에 이르러 차세대 꽃미남들은 여성스런 얼굴과 남성적인 몸매를 동시에 가진, 두어 단계 더 진화한 소년들이다. 간 교수는 “이들은 페미닌한 얼굴에 헬스클럽에서 적당한 수준으로 셰이핑한 몸매, 큰 키 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원조 꽃미남 신성일의 키는 174cm지만, F4 멤버들은 모두 180cm가 넘는 장신이다(이민호는 186cm).

이런 복합적 이미지의 F4는 ‘순정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비현실적 외모’란 수식어로 설명되는데, 이는 오히려 ‘꽃남’ 소년들이 진정한 꽃미남에 가깝다는 것을 방증한다. 꽃미남이 원래 만화에서 생겨난 말이기 때문이다. ‘들장미 소녀 캔디’의 테리우스처럼 잘생긴 남자 만화주인공이 지면 가득하게 클로즈업될 때 갖가지 꽃이 남자주인공 주변에 피어나며 그의 미모를 한껏 고조시킨 데 꽃미남의 어원이 있다.

구준표는 못됐다. 수줍게 손수 만든 케이크를 내미는 소녀의 얼굴에 케이크를 짓뭉갤 정도로 안하무인이다. 싸가지 없는 남자 캐릭터를 선보인 ‘궁’의 주지훈, ‘커피프린스 1호점’의 공유보다 몇 차원 더 못됐다. 그래도 누나들은 구준표에게 열광한다. 1000만원짜리 수경(水鏡)을 떡하니 선물할 정도의 재력에다 갖가지 전구로 놀이터를 샹젤리제로 꾸미고, 여자친구에게 키스할 만큼 달콤한 구석도 갖췄기 때문이다.

‘구준표 신드롬’, 자상함보다 능력 우선 현실 반영

이런 현상은 터프 꽃미남(신성일 최민수)에서 달콤한 꽃미남(강동원 조인성)으로 취향이 바뀐 여성 소비자들이, 또 한 번 취향을 업그레이드해 이 둘을 모두 갖춘 남성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읽힌다. 남성패션지 ‘루엘’의 김영진 기자는 “여성들이 ‘터프 달콤한’ 남자를 원하는 것은 남성들이 송혜교 같은 ‘청순 글래머’를 이상형으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의 판타지”라고 평했다.

여자들은 외모, 학벌, 재력 등 모든 것을 갖춘 완벽남을 꿈꾼다.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주고, 소비만능시대의 승자로 이끌 완벽남이 아니라면 결혼 대신 화려한 골드미스로 남는 게 낫다. 완벽남은 못된 성격이어도 괜찮다. 딱부러지는 성격의 캔디 혹은 금잔디가 얼마든지 보완해줄 수 있으니까. 자상한 ‘찌질남’과 함께하는 것보다, 좀 싸가지 없어도 돈 있는 남자가 낫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빈부격차가 심해질수록 이러한 여성들의 판타지와 욕구는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엄친아 꽃미남’이라 할 F4가 신드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여성들이 언제나 꽃미남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평생 순애보를 간직하며 한 여자의 곁을 지켜줄 것만 같은 남자들이 인기를 얻었다. ‘편지’의 박신양, ‘색즉시공’의 임창정,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 등이 그랬다. 연예인 중에서도 잘생긴 남자가 좀처럼 드물었던 70, 80년대에는 이수만 김세환 같은 통기타 가수들이 인기였다.

시간은 흘렀고 시대는 변했다. 여자들은 늘씬한 키에 고운 얼굴, 게다가 돈까지 많은 꽃미남을 원한다. 그러나 판타지는 판타지일 뿐이다. F4에 푹 빠진 나머지 판타지와 현실이 분간되지 않을 때는 만화 원작이 대세인 요즘에 걸맞게 만화 대사를 외쳐보자.

‘깨몽!’(1980년대 ‘보물섬’에 연재된 만화 ‘내 짝꿍 깨몽’에 자주 나온 대사. ‘꿈 깨!’라는 뜻이다.)

 

마음만 앞서다간 큰코다쳐
꽃남 성형 & 남성 에스테틱 A to Z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이 시대 ‘꽃남’의 조건은 까다롭다. 코와 턱 라인은 날렵한 듯하면서 부드러워야 하고, 얼굴선이 뚜렷해도 피부가 거칠거나 우중충하다면 꽃남 대열에 끼지 못한다. 성형 고수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꽃남’ 연예인 중에도 성형을 통해 재탄생한 경우가 적지 않으며, 대부분은 꾸준한 피부 관리로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한다. 이처럼 이상적인 모델만 보고 꽃남 성형과 피부시술에 도전하면 큰코다치기 십상. 클리닉, 에스테틱별로 시술 방법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과연 꽃남 성형과 피부시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가격은 어느 정도 될까. 남성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주간동아’의 이런 질문에 서울에 있는 각 전문 클리닉과 에스테틱이 꽃남 성형 비법과 남성 에스테틱의 모든 것을 공개했다.

부위별 꽃남 성형

[턱 Chin]

V라인을 위한 사각턱 수술 기존 사각턱 교정 수술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턱 끝의 넓이를 축소하는 수술을 추가한 것. 양옆의 각진 턱을 깎아내는 동시에 턱 끝을 V자 모양으로 다듬어줌으로써 꽃남 얼굴의 핵심인 턱 라인을 갸름하게 만드는 시술. 좌우 비대칭이 심한 경우 동시에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기존 사각턱 수술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유용한 재수술법. 가격 900만원 선.

실리콘을 이용한 무턱 성형 구강 내부를 절개해 턱 앞부분 등에 실리콘을 삽입, 얼굴 라인을 또렷하게 만드는 시술. 턱이 왜소해 목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 효과적이며, 둔해 보이는 턱선을 입체적으로 바꿔준다. 수술 이후 1~2주간의 구강 소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격 250만원 선, 회복기간 5일.

자가지방 이식술을 이용한 무턱 성형 자기 몸에서 지방을 빼내 실리콘 대신 턱에 넣는 수술. 이식한 지방세포가 생착할 때까지 턱을 괴거나 많이 움직이는 것을 피해야 한다. 가격 100만~250만원, 회복기간 5일 이상.

레스틸렌 주사(쁘띠 성형)를 이용한 무턱 성형 무턱에 레스틸렌을 주사해 턱 모양을 잡아주는 시술로 간단한 반면 효과는 일시적이다. 1~2년 뒤에는 시술 부위의 볼륨이 감소되므로 재수술해야 한다. 가격 100만~200만원, 회복기간 2~3일.

[코 Nose]

보형물을 이용한 융비술 보형물을 이용해 콧등을 높이는 시술. 환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융비술은 먼저 코 안을 작게 절개한 뒤 코뼈 위쪽으로 보형물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 보형물(실리콘 등)을 삽입하는 방법. 가격 150만~200만원, 회복기간 5일.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은 혈종이나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회복기간 내의 관리가 중요하므로 수술 전후 2주 정도는 음주와 흡연을 금한다.

자가연골을 이용한 코끝 조각술 자가 연골(비중격 연골이나 귀 연골)을 이용해 콧방울을 자신의 얼굴 라인에 맞게 바꾸는 시술. 융비술로 콧등을 알맞게 높이고 코끝을 버선 모양처럼 부드럽게 만들면 인상이 몰라보게 달라진다. 먼저 코끝 수술에 쓰일 자가 연골을 채취한 뒤, 코 안을 조금 절개해 콧방울의 연골을 모으고 거기에 다른 곳에서 채취한 연골을 넣어 세워준 뒤 절개를 봉합한다. 가격 200만~250만원.

   

자가지방 이식술을 이용한 코 성형 허벅지나 하복부 등에서 뽑은 자가 지방을 코의 꺼진 부분이나 휘어진 곳에 주입해 코 모양을 교정하는 시술. 실리콘 보형물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분필 콧대’ 증후군을 막을 수 있다. 과도하게 콧대를 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스러우면서도 남성다운 코를 가지고 싶은 남성에게 권한다. 이 시술은 코의 뼈대가 어느 정도 있을 때 가능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리콘으로 먼저 시술한 다음, 최소 6개월 뒤 이 시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격 100만~200만원, 회복기간 3~7일.

[코, 턱을 제외한 안면부 주름제거술 Face]

눈주름 제거 외안각 고정술 눈 밑이 불룩해져 ‘영감님’처럼 보이는 남성을 위한 시술. 늘어진 피부를 절개하는 기존 하안검(눈 밑 지방층) 성형술로 생기는 봉합 자리의 흉터, 아래 눈꺼풀 뒤집힘 현상 등의 단점을 개선하고 회복기간을 크게 줄인 시술. 하안검 지방 주머니를 잡고 있는 격막과 탄력 잃은 눈 밑의 피부를 한꺼번에 당겨줌으로써 주름이 개선되고 애교살은 강조된다. 흉터가 거의 없고 수술시간도 짧으며 가격도 저렴해졌다.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눈가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가격 100만~150만원.

보톡스를 이용한 주름제거술 얼굴 모든 부위의 주름 제거를 위해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는 시술. 가격은 부위별로 회당 30만~5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몇 달에 한 번씩 새로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보톡스와 레스틸렌은 근육에 주사하므로 시술 뒤에는 얼굴 근육에 자극을 주는 것을 최소화한다. 세수는 괜찮지만 마사지 정도의 자극은 피해야 한다.

자가지방 이식술을 이용한 주름 제거 · 얼굴라인 교정 자가 지방을 이용해 이마, 눈주름과 코 주위의 팔자주름을 없애고 울퉁불퉁하거나 꺼진 부분을 메워 얼굴 라인을 다듬는 시술이다. 이마에 주입할 때 코 부위도 같이 시술하면 얼굴 옆 라인이 매끈하게 된다. 보통 2개 부분 이상의 주름을 함께 시술하면 가격은 절반 정도로 싸진다. 눈 주위의 다크서클을 지우는 데도 유용하다. 얼굴을 찡그려 생긴 눈썹 사이 주름, 팔자주름을 없애고 푹 꺼져 퀭한 뺨을 개선해 활기 있고 긍정적인 인상을 만들어준다. 가격은 부위별로 100만~450만원이며 회복기간은 최소 5일이다. 지방 생착률과 회복기간 단축을 위해 시술 후 자극은 엄금.

안면 거상술 얼굴 전체 피부의 늘어난 부분을 제거하고 팽팽하게 당겨주는 수술.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의 세심한 관리가 필수다. 흡연은 절대 금지. 혈액순환을 방해해 혈종이 생기거나 흉을 크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은 최소 2주가 지나야 가능. 가격 500만~600만원, 회복기간 7~10일.

전문의가 말하는 성형 새내기 명심보감 5
“연예인 ○○○처럼 해주세요” 절대 금물


연예인 사진을 들고 오지 말라 성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굴과의 전체적인 조화다. 미용 성형은 자신의 얼굴에서 최상의 변화를 찾는 것이지 다른 사람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친구 따라 오지 말고 부모님과 함께 오라 인상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 어떤 수술도 위험은 따르게 마련. 들뜬 마음에 친구 따라 수술하면 십중팔구 후회한다.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받아라 뻔한 말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다. 성형 시술의 시작은 안전하게 시술할 전문의를 찾는 일이다. 간판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표기한 병원은 비전문의일 확률이 높다.
시간에 쫓기듯 수술하지 말라 수술 후 회복기간이 짧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사전에 꼼꼼히 자료를 찾아 병원을 신중히 선택하고, 만일을 대비해 회복기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중요하다.
성형, 19금(禁) 원칙을 준수하라 청소년은 성장 단계이므로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성형을 받는 게 좋다. 고교 재학 중 성형은 가치관이나 심경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어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귀 Ear]

칼귀 성형 길쭉하게 볼에 붙은 귓불을 동그랗게 잡는 수술. 수술 상처가 제대로 아물 때까지 귀고리 착용은 엄금. 샤워나 머리를 감는 것은 시술 후 5일부터 가능. 가격은 형태별로 다르지만 200만~350만원 선.

도움말 : 그랜드성형외과, 김형준성형외과, 박현성형외과, 훈성형외과

   

꽃남 피부관리

꽃미남의 시작은 피부 관리

‘꽃미남’에 대한 강박증이 어느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남성들의 피부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영국의 리서치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한국의 남성 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세계 1위였다. 2위인 일본의 2.5배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단계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한국 여성들에 이어 화장품 개발사들의 연구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피부 관리를 통해 꽃미남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남성과 여성 피부의 차이점부터 알아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피부가 가장 다른 점은 피부 두께. 일반적으로 남성 피부가 20% 정도 두껍기 때문에 여성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눈가 잔주름이 남성들에게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남성은 표피와 진피층이 두껍고 피하조직은 얇기 때문에 표피나 진피층의 잔주름은 적게 나타나는 대신 피부 깊숙한 피하조직에서 나타나는 굵고 깊은 주름은 여성보다 많이 생긴다.

또 거의 매일 면도를 하다 보니 피부 각질이 과다하게 제거되면서 얼굴에 미세한 상처를 만들기 쉽다. 세균성 모낭염, 색소침착, 성인 여드름이 이런 이유로 생긴다. 턱 주변 피부 트러블을 예방하기 위해 일반 면도기보다 전기면도기가 권장된다. 면도 전 스팀타월로 면도 부위를 부드럽게 하고 면도 후에는 애프터셰이브 스킨으로 소독, 진정시키는 것이 꽃미남이 되는 첫 단계다.

대부분 남성들의 피부는 지성 타입이지만 수분량은 여성의 3분의 1에 그쳐 거칠고 건조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를 위해 주 1, 2회 스크럽(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어 각질을 제거해주는 클렌저)을 사용하고 수분 에센스로 마사지한 뒤 보습팩을 하면 좋다.

남성의 피부 관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자외선 차단이다. 남성들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덧바르는 여성들과 달리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기 쉽다. 따라서 자외선차단지수(SPF) 30 이상의 선크림 사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사후 치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기 때문.

에스테틱, 피부과 부설 피부관리실 등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이제 전체 고객의 10~30%에 이른다. 에스테틱을 찾는 20, 30대 남성은 여드름과 미백 관리를, 40, 50대는 주름 개선과 탄력 증진 프로그램을 주로 이용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전문 에스테틱숍을 이용할 경우 피부관리 비용은 1회 3만원에서 10만원 이상까지 편차가 크다. 에스테틱의 브랜드 파워도, 위치, 사용하는 화장품의 품질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남성 피부관리는 클렌징→ 각질 제거→ 여드름 피지 제거→ 페이셜 오일 및 수분 공급→ 팩 관리→ 기초제품 도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피부과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남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시술은 IPL, 스킨 스케일링 등이다(표 참조).

부위별 피부 특징과 맞춤형 관리법

[눈 Eye]

눈 주위는 피부조직과 보호막이 얇기 때문에 노폐물과 림프 정체로 잘 붓는 편이다. 눈 충혈, 하안검이 불룩해지거나 눈 밑이 거뭇하게 변하는 다크서클 등이 잘 생긴다.

에스테틱 · 홈케어 눈꺼풀이나 눈 주위에는 피지선이 거의 없으므로 지성 피부라도 유분이 많은 아이크림을 사용해 잔주름을 예방한다.

피부과 진피층이 얇아 혈관이 피부 밖으로 비치기 때문에 눈 아래가 거무칙칙해 보인다면, 혈관 주위 진피 생성을 촉진함으로써 다크서클을 개선할 수 있다. ‘밴티지 레이저’ ‘브이빔 레이저’ 등을 사용하며 1회 시술에 30만원 선.

   

피부과나 전문 에스테틱을 통해 맞춤식 피부관리를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코와 이마 Nose · Forehead]

코와 이마 부위를 말하는 T존은 피지 분비가 왕성한 부위 중 하나. 특히 콧방울에는 블랙헤드(피부에 쌓인 먼지가 검게 산화한 것)와 노폐물이 집중되기 쉽다.

에스테틱 · 홈케어 블랙헤드를 손으로 억지로 짜내려 하면 모공만 커진다. 스팀타월로 모공을 열어준 뒤 스크럽 제품을 피부에 살살 문질러주는 방법을 택하자.

피부과 피부 각질층과 상부 표피를 벗겨내는 스킨스케일링 시술을 많이 한다. 초음파 기계를 이용해 각질을 1차로 제거한 뒤 낮은 농도의 약물로 피부를 벗겨내는 것으로, 통증이 없다. 1회 시술에 1시간가량 소요되며 회당 8만~15만원 선.

[턱과 볼 Chin · Cheek]

양쪽 볼과 턱을 말하는 ‘U존’은 수분이 부족해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기도 한다. 각질은 피부의 수분과 영양 손실을 막아주는데, 면도로 각질층이 손상되면서 남성의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한다.

에스테틱 · 홈케어 뜨겁게 적신 타월로 턱 주변을 부드럽게 만든 뒤 면도하는 것이 좋다. 애프터셰이브 로션은 소독 기능은 있지만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로션 위에 오일프리 에센스를 발라준다. 각질이 일어났을 때는 따뜻한 물수건을 10분 정도 얼굴에 덮어주거나, 마사지 크림으로 얼굴 전체를 가볍게 마사지해준다.

피부과 수염이 많이 나서 피부가 거뭇한 경우 제모 레이저 시술을 하기도 한다. 코밑, 구레나룻 등 부위별로 제모가 가능하다. 얼굴 제모에 활용되는 제모 레이저는 단일 파장을 사용하는 기존 레이저와 달리 400~1400nm의 넓은 범위 파장의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복합적인 피부노화 관리와 영구 제모에 유용하다. 적어도 5회 이상은 관리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고, 5회 시술비는 부위별로 60만원(코밑)에서 90만원(구레나룻)대. 면도 시 생긴 상처를 치료하는 헬륨네온 레이저와 흉터를 없애는 멀티홀·프락셀 레이저 치료도 있다.

남성들이 많이 하는 피부과 시술
시술명 시술비용(1회 기준) 기대효과
IPL(Intense Pulsed Light) 30만~70만원대 레이저 파장을 이용해 기미, 주근깨, 여드름, 색소침착, 다크서클, 잔주름 등을 치료.
스킨스케일링 8만~15만원대 초음파 기계로 피부 각질층과 상부 표피를 제거. 칙칙한 피부색, 얕은 얼굴 반점 등이 개선돼 피부색이 맑아짐.
고주파 미간주름 제거술 10만원대 고주파를 이용해 미간 주름을 만드는 근육을 파괴하는 방법. 보톡스나 레이저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깊은 주름 치료에 사용.

○ 비용은 서울 강남지역 피부과 기준.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임지현(서울대 사회교육과 3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도움말 : CNP차앤박피부과 양재본원 박연호 원장,
압구정에스앤유피부과 김방순 원장,
연세스타피부과 강진문 김영구 이상주 원장,
클라란스 스킨 스파 이은영 테라피스트,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
케어천사 김형숙 실장, 포레이디 안정옥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