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 역사상 최고의 '빅 매치'가 온다
23일부터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이세돌·구리, 세계 최강 2人의 첫 격돌
세계 판도 좌우할 대국… 데뷔 연도·우승 횟수에 棋風까지 닮은 꼴
4000년 세계 바둑 역사상 최고의 쟁기(爭棋·시합바둑)로 꼽힐 만한 빅 매치가 다가오고 있다. 조선일보 주최로 23일부터 강원도 백담사 특별 대국장에서 시작될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3번 승부가 그 무대. 지구촌 바둑계를 양분 중인 이세돌과 구리(古力), 한·중 양국의 두 간판스타가 세계 1인자의 명예와 2억5000만원 우승상금을 걸고 정면 충돌한다. 왜 사상 최고의 쟁기이며, 무엇이 전 세계 바둑 팬들의 가슴을 이토록 설레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①처음 벌어지는 세계 최강 대결
1988년 후지쓰배 출범 이후 숱한 국제대회가 이어져 왔어도 '세계 최강 2인'의 대결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제3회 LG배 결승이 벌어졌던 99년의 경우 이창호는 세계 1인자였으나 그의 상대 마샤오춘(馬曉春)은 유창혁 조치훈 요다(依田紀基) 등과 같은 반열이었다. 2003년 7회 때 이창호와 겨룬 이세돌 역시 아직은 '마지막 2인'에 꼽힐 실력이 못 됐었다.
2001년 제6회 삼성화재배 때의 조훈현과 창하오(常昊), 97년 제10회 후지쓰배 고바야시(小林光一) 대 왕리청(王立誠) 카드 역시 마찬가지. 93년 이창호를 상대로 조치훈이 제4회 동양증권배를 겨루던 시절 일본에선 고바야시가 기성(棋聖)과 명인을 한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이세돌과 구리는 똑같이 현역 세계 3관왕이다. 이의를 달 수 없는 '세계 투톱'이란 얘기. 일본 바둑이 한발 뒤처진 상황에서 한·중 양국의 랭킹 1위 격돌은 명실상부한 '세계 통합 챔프전'이 된다. 이세돌은 현재 국내 타이틀 포함, 5관왕, 구리는 8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하지만 현재 이세돌과 구리는 똑같이 현역 세계 3관왕이다. 이의를 달 수 없는 '세계 투톱'이란 얘기. 일본 바둑이 한발 뒤처진 상황에서 한·중 양국의 랭킹 1위 격돌은 명실상부한 '세계 통합 챔프전'이 된다. 이세돌은 현재 국내 타이틀 포함, 5관왕, 구리는 8관왕으로 군림 중이다.
- ▲ 이세돌(왼쪽), 구리(오른쪽).
세계 바둑은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이 독주했으나 2~3년 전부터 중국이 맹렬히 추격, 현재는 양국이 양강(兩强)구도를 이루며 대치 중이다. 한국이 삼성화재배·LG배·TV아시아(이상 이세돌)·중환배(이창호) 등 4개, 중국이 도요타덴소배·춘란배·후지쓰배(이상 구리)·잉씨배(창하오) 등 4개를 각각 지배하고 있다. 단체전인 농심배가 중국에 넘어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역전된 느낌마저 든다.
이 시점에 벌어질 이번 결승전은 팽팽한 저울 추가 한·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를 가름할 방향타가 된다. 올해 벽두 첫 국제 결승이었던 도요타덴소배를 구리가 따내며 무력시위(?)를 벌이자 이세돌은 즉각 삼성화재배를 수중에 넣는 것으로 '대응 사격'했다. 이번 대결의 결과는 앞으로 이어질 양국 간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③이세돌-구리의 개인적 라이벌관계
둘의 관계는 여러 측면에서 숙명적이다. 나이와 프로 데뷔연도가 같고 통산 우승횟수, 지난해 전적 등이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2004년 첫 만남 이후 둘 간의 상대 전적까지 똑같다. 서로가 팽팽한 대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때 "이세돌은 내 목표"라고 말하던 구리는 언젠가부터 "당일 컨디션에 달렸다"고 말을 바꿨다. 이세돌은 구리를 향해 "갚아야 할 빚이 많다"며 벼르고 있다.
더구나 이번 대결은 둘 간에 벌어지는 최초의 결승전이다. 14번이나 마주쳤어도 마지막 관문에서 격돌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LG배 역대 우승자끼리 패권을 겨루는 것도 LG배 사상 처음이다. 이세돌로선 LG배 사상 최초의 2연패(連覇) 야심이 걸려있고, 구리가 이긴다면 LG배는 개인적으로 복수(複數) 제패를 이뤄낸 첫 국제기전이 된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각종 데이터는 물론이고 복잡한 접근전에 능하다는 기풍까지 닮았다. 결승전 승부는 기량 못지않게 뱃심도 중요한 법인데 둘은 '심장 크기'에서도 난형난제다. 이세돌은 총 14회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12번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외국 기사와의 결승에선 져본 적이 없다. 구리도 네 차례 세계대회 결승전에 나가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다.
둘 간의 맞대결 성적표를 보면 초기엔 이세돌, 중간엔 구리가 우세했고 최근 들어 다시 이세돌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세돌이 올 들어 5연승 후 3연패 중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회복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일단 17일 시작되는 농심배(국가대항전)에서 기세를 되찾는 것이 관건. 1인당 3시간짜리 정통 국제기전인 제13회 LG배 정상 봉우리엔 과연 누구의 깃발이 나부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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