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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발견_02

醉月 2011. 2. 24. 08:54

선생님과 함께 고른 가을열매

  • 1 동백 열매  2 연밥  3 하이베리컴  4 화초토마토  5 풍선초  6 망개나무

 

동백 열매 더한 맨드라미

 

꽃말이 ‘건강’인 맨드라미는 십여 년 전만 해도 화단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꽃이었지만,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다. 붉은빛의 동백나무 열매와 함께 꽂아 가을의 느낌을 살렸는데, 동백나무 열매 대신 열매가 달려 있는 감나무 가지나 너도밤나무 가지를 이용해도 괜찮다. 가을 열매는 꽃보다 훨씬 오래가기 때문에 그때그때 꽃만 갈아 꽂으면 한철 내내 즐길 수 있는 데커레이션이기도 하다.

 

 

  • 1 화병에 물을 머금은 플로럴폼을 넣고,맨드라미 꽃 세 송이를 부등변 삼각형 형태로 꽂아준다.
  • 2 맨드라미 곁으로 장녹수 꽃을 꽂는다. 꽃줄기가 자연스럽게 늘어지도록 할 것.
  • 3 불로초를 아랫부분에 꽂아준다.플로럴 폼도 가리면서 전체적으로 꽃꽂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
  • 4 마지막으로 동백나무 열매를 꽃송이에 부딪치지 않는 쪽으로 꽂아 완성.
  • 5 완성된 모습.

 

활용 아이디어

 

 

1. 청량한 느낌, 화병 속 망개나무 열매

푸른 망개나무 열매는 한 번 꽂아두면 오래가기 때문에, 함께 꽂는 꽃만 그때그때 분위기에 맞춰 바꿔주면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다. 멍개나무를 꽂을 때에는 가지에 열매가 흐드러지게 달려 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상상하면서 위치를 잡아주면 된다.

How to : 유리 꽃병에 반쯤 물을 채운 다음, 망개나무를 먼저 꽂는다. 이때 가지가 이루는 선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떨어지도록 위치를 조절하고, 필요 없는 가지는 과감히 잘라내야 멋스럽다. 여기에 메리골드를 꽂아 완성.

 

2. 햇살 가득 담은 해바라기

16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떠올리게 하는 플라워 데코. 가을녘 햇살을 연상시키는 따사로운 색깔의 큼직한 해바라기를 꽂은 다음, 꽃송이 주변으로 열매를 배치하는 방법으로 꽂는다. 이때 열매와 꽃의 색깔은 서로 비슷한 느낌을 주도록 오렌지, 연두, 노랑 중에서 선택해야 세련되어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이처럼 색다른 종류의 신종 해바라기도 꽃시장에 나와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해 볼 것.

How to : 각 플로럴 폼(오아시스)에 물을 흠뻑 머금게 한다. 해바라기 꽃송이를 플로럴 폼에 먼저 꽃아 전체적인 모양을 잡아준다. 그다음 화초토마토, 하이페리컴, 풍선초 등의 가을 열매를 꽃 주변에 둘러싸듯 꽂는다. 이때 열매는 같은 종류끼리 모아서 꽂아야 가지런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노란색 기린초를 꽃아주면 완성.

 

  • 1 햇살 가득 담은 해바라기의 완성 모습  2 망개나무 꽂이 과정1:망개나무 가지를 한쪽으로 늘어지게 꽂는다.  3 망개나무 꽂이 과정2:메리골드를 꽂아 완성한 모습

활용그림이 먼저냐, 인테리어가 먼저냐

‘주방에는 OO 스타일 그림을 걸고, 거실에는 OO 분위기의 정물화나 추상화를 걸어라’ 식의 부실별 그림 걸기는 구시대적 조언이 되어버렸고, 작품 분위기(클래식, 모던, 캐주얼 등)에 인테리어 스타일을 딱 맞추는 것도 너무 1차원적이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강해지면서 천편일률적인 제안이 불가능할뿐더러, 자재부터 가구까지 믹스 매치가 대세인 시대 아닌가. 그러나 그림이 너무 튀어도, 반대로 그림이 묻혀도 곤란하다. 그림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눈에 함께 들어와야 한다. 즉 ‘그림을 어디에 어떻게 거느냐’가 아니라 ‘그림과 공간을 어떻게 밀착시킬 것인가’가 핵심이다. 내가 갖고 있는 그림이 어떤 화풍이든 우리 집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우리 집에 맞는 그림을 찾을 때도 공간과 연결 고리가 있는 작품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 그 주된 연결 고리는 ‘색깔(Color)’과 ‘질감(Texture)’이다.

  

그림 안에서 힌트를 찾아라

 

색상 : 화가들의 타고난 컬러 매치는 그 어느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보다 수준급. 그림 속 색깔을 찬찬히 파악한 뒤 소파나 쿠션, 카펫, 커튼, 소품 선택에 응용할 것. 그림과 공간의 통일감뿐 아니라, 인테리어 그 자체도 자연스럽게 색깔 조화를 이룬다.
질감 : 그림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실내 마감재의 질감을 맞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붓 자국이 거친 유화는 리넨 또는 강한 질감의 원단이나 타일과, 실크 드레스를 입은 고전적인 유럽 페인팅이나 심플한 현대 작품은 광택이 있는 타일, 새틴 또는 공단 같은 원단과 잘 어울린다.
톤&테마 : 실제 색깔보다 한 톤 어둡거나 밝은 색을 쓰면 한결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 그림은 밝은 연두색이나 노란색일지라도 카키색이나 겨자색을 쓰는 것이 그 예다. 그림 속 소품을 재현하거나 연상되는 이미지의 소품을 실제 공간에 같이 두는 것도 아이디어.

 

  

작품과 인테리어를 매칭하는 4단계 원리

  • 1 그림에서 컬러 뽑기  2 기본 패브릭 선택  3 가구&소품 고르기  4 카펫 또는 마루,벽지 선택

  

 

 

아트 컬렉팅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서 그림이 주된 요소다. 부모에게 물려받았거나 하나 둘 사들인 고가의 그림들을 어떻게 인테리어에 녹여낼 것인가가 관건인 것. 그래서 현지 디자이너들은 늘 그림을 먼저 놓고, 그림에서 메인 색상을 뽑아 전체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소유한 그림이 진품이든 복사본이든, 공간과 그림의 ‘윈윈 효과’를 최대화시키는 이 방법을 한번 시도해볼 것.

 

1. 그림에서 컬러 뽑기
고전 중 하나인 모네(Claude Monet)의 풍경화. 그림 속 컬러를 파악한 다음, 비슷한 컬러를 색연필 중에서 모두 골라낸다(페인트 숍에서 주는 컬러 칩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색연필로 대체해도 무난하다). 좀 더 강렬한 효과를 원한다면 그림 속 색깔 중 보색을 찾아내어 적극 활용할 것. 그림과 관계없이 흰색이나 베이지 컬러는 인테리어를 위한 기본 컬러로 삼는다. 전문가들은 “화이트, 베이지 없는 공간은 햇빛 없는 암실과 같다”고 표현한다.

 

2. 기본 패브릭 선택
그림에 쓰인 아이보리(구름), 베이지(들판의 갈대), 브라운(나무 기둥, 여인의 스카프)를 면적이 넓은 소파나 커튼을 위한 기본 컬러로 삼았다. 블루(하늘)와 레드(꽃), 그린(풀밭)도 그림 속에서는 주조색이지만, 원색에 가까운 컬러들은 덩치 큰 가구에 사용하면 부담스럽고 자칫 촌스러워지기 때문에 포인트 체어나 소품 정도에만 응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원색과 자재를 과감하게 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오히려 ‘차분하고 미세한 톤온톤(Tone on Tone) 매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3. 가구&소품 고르기
색상 리스트를 바탕으로 소파와 악센트가 될 만한 파란색 스툴과 연두색의 테이블 스탠드를 골랐다. 잡지에서 오린 사진을 나란히 놓고 공간과 그 안의 컬러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중요하다.

 

4. 카펫 또는 마루, 벽지 선택
벽지, 마루, 카펫 등 면적이 넓은 자재나 소품과 맞춰본다. 그림이 있을 때는 벽지의 선택이 특히 중요하다. ③번과 ④번의 순서가 바뀌거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초보에게는 어느 정도 가구의 윤곽이 잡힌 상태에서 색상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마루를 택하는 게 쉽다.

 

 

 실제 인테리어에서 배우다

구도와 색을 끌어내기

삼각구도 활용하기

사진과 소품을 연결시키기

 

 

 

1. 그림 속 구도와 색을 끌어내다
그림 속의 노랑, 연두, 적색 3가지 컬러를 포인트 쿠션과 베드 벤치에 100% 활용한 예. 여기에 노랑의 ‘고급 친구 버전’ 쯤 되는 광택 있는 겨자색의 침구를 함께 세팅했다. 이공간이 더욱 무릎을 치게 만드는 이유는 각이 맞게 딱딱 떨어지는 그림의 구도처럼 포인트 쿠션이나 베드 벤치도 각을 이루고, 그림부터 포인트 쿠션-스프레드-베드 벤치로 시선이 세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산만한 느낌도 없앴기 때문. 사진 속 그림은 판화가 구대호의 작품 ‘무제’.

 

2. 쉬운 배치, ‘트라이앵글’ 세팅법
색감이 화려한 현대회화 작품일수록, 그리고 사이즈가 클수록 배치하기가 까다롭다. 공간의 컬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포인트 소품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속에서 뽑아 한 톤 낮춘 컬러 쿠션, 트레이에 눕힌 큼직한 잎, 해당 화가의 컬러풀한 도록은 벽에 걸린 작품과 삼각 구도를 이루면서 안정감과 연속성을 준다. 그림은 마크 퀸(Marc Quinn)의 ‘Hudson River Tide Line’. UV 글라스 프레임을 사용하여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광택 느낌을 강조했다.

 

3. 테마를 공간 속 소품으로 연장시킬 것
콘크리트 벽을 배경으로 한 여행 사진작가 이겸의 작품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액자에 넣지 않은 사진의 투박하고 자유로운 느낌, 황무지와 자연스레 연결되는 식물인 선인장을 둬 마치 사진과 선인장이 한쌍인 듯 공간의 이미지가 극대화되었다.

 

디지털 프린트를 활용하라

눈속임의 재미

그림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라

 

 

 

디지털 프린트를 활용하라
평범한 문도 색다르게 변신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클래식한 이미지들을 디지털 프린트해 문 양쪽에 나눠 붙여 웅장한 포인트를 주었다. 이때 흑백 톤을 적용하면 현대적인 요즘 가구와도 잘 어울리며 공간 연출도 어렵지 않다. 디지털 프린트는 인화된 사진이나 파일 형태의 이미지를 온라인 현상소 또는 실사 출력소에서 원하는 크기로 출력할 수 있다.

 

눈속임의 재미
클래식한 의자가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한 요즘식 소파에 헝겊을 씌운 것. 고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한 오마주 디자인은 다소 지나치게 클래식해보일 수 있는 스타일도 요즘 감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의자엔 버튼이 박힌 가죽소파를 연상시키는 헝겊을 씌우고, 벽면도 책장처럼 눈속임 기법으로 재밌게 연출해보았다.

 

그림과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하라
빈 캔버스가 연상되는 화이트 벽면은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데코 공간. 클래식한 글씨나 그림, 기호들이 프린트된 종이를 패치워크하듯 벽면에 붙여 리듬감 있게 연출했다. 복잡해 보일 수 있으니 포인트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새롭고 낯선 것들의 믹스&매치

레이저 커팅으로 섬세하게

레이스는 클래식 인테리어의 좋은소재

고전적인 액자로 중후하게

  

 

새롭고 낯선 것들의 믹스&매치
아주 고전적인 소품과 아주 현대적인 소품, 아주 동양적인 분위기와 아주 서구적인 분위기를 자유롭게 믹스&매치해보자. 백자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화기, 모던한 다리를 가진 클래식 플레이트 스탠드, 동양 도자기 무늬의 종이 의자 등 동서양의 문화 코드가 뒤섞인 테이블. 전혀 새롭고 낯선 것들의 만남은 남다른 클래식 스타일을 연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레이저 커팅으로 섬세하게
하나의 작품과도 같은 섬세한 디테일의 침대 헤드보드는 레이저 커팅 기술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클래식의 진지한 매력은 주되, 세련된 방식을 더해 예술적 향기가 감도는 우아한 디자인을 즐겨보자.

 

레이스는 클래식 인테리어의 좋은 소재
레이스 한 자락으로 연출한 벽면. 레이스 원단을 벽면에 고정시킨 뒤 실루엣이 예쁜 플라스틱 접시로 포인트를 주었다. 유머있으면서도 우아한 인테리어 연출법으로 레이스 원단은 동대문종합상가에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고전적인 액자로 중후하게

각기 다른 모양, 크기의 액자를 벽면을 가득 메우듯 배치했다. 클래식한 프레임과 색상의 액자는 그자체로 훌륭한 클래식 데코 소품. 액자 군데군데 클래식 아이콘을 프린트한 사진들을 끼워 넣어주면 스타일을 더 가미할 수 있다.

수면과 이불속의 관계 및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극세사, 양모, 목화, 거위털, 인지오 등 이불속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아졌다. 예쁜 침구 속에 감춰진 이불속은 어떤 솜이 들어 있냐에 따라 잠자리의 수준이 달라진다. 가장 대중적인 거위털과 양모는 보온성과 흡수성이 뛰어나지만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어 자주 햇볕에 내놓는 게 좋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천연 식물성 침구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인지오와 듀폰 리뉴어블이 대표적. 이외에도 머리카락보다 얇은 극세사, 솜 표면을 항균 처리한 스카이 바이오 등 통풍과 흡습이 뛰어난 침구 충전물들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침실의 주인공인 이불, 속부터 든든히 챙기자.

 

  • 1 구스다운  2 극세사  3 양모  4 듀폰 리뉴어블  5 항균 솜  6 숯 삼단  7 목화솜  8 스카이  9 인지오

  

 

1. 구스다운
최적의 충전물인 거위털은 공기를 다량 함유함으로써 고온이나 저온 모두에서 체온을 유지해준다.

 

2. 극세사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을 쓰는 극세사 천은 촉감이 좋고 포근하면서 집먼지 진드기나 미세 먼지 침투를 막아준다. 정전기가 많이 날 수 있으므로 천식, 아토피를 앓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3. 양모
양모는 숨을 쉬기 때문에 습기와 더위에도 쾌적함을 유지하고 탄력성이 좋아 덮었을 때 포근하다. 울프루프 가공한 원단으로 물세탁이 가능한 제품들도 많다.

 

4. 듀폰 리뉴어블
옥수수당에서 추출된 천연 재료를 폴리와 혼합한 제품으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가벼우면서 공기 함유율이 높아 우수한 보온성을 자랑한다.

 

5. 항균 솜
마카로니나 빨대 모양처럼 솜 실 가운데 구멍을 내어 공기층이 형성돼 일반 솜보다 가볍고 따듯하다. 먼지나 보풀이 일지 않으며 세탁 후에도 뒤틀림이 없다.

 

6. 숯 삼단
음이온 숯은 전자파 차단 효과로 정전기 발생을 방지하고 원적외선 방사율이 높아 수면 중 혈액순환 및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또한 섬유에 음이온을 가공하여 쾌적한 느낌을 준다.

 

7. 목화솜
목화솜은 흔히 요에 많이 들어가는 솜으로 순식물성이며 대표적인 천연 소재다. 양모는 세탁 시 줄어들지만 누비 목화솜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관리가 편리하다.

 

8. 스카이
바이오 솜 표면에 유기 항균 물질을 열로 코팅 처리하여 각종 세균에 강한 항균성을 가진다. 유럽과 미국의 환경 인증 마크를 획득한 소재의 솜은 소프트한 터치감과 복원력이 우수하다.

 

9. 인지오
인지오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천연 섬유로 자연으로부터 나온 원료(in+geo)라는 의미. 인지오는 항알레르기 작용으로 각종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좋으며 냄새를 적게 흡수한다.

 

뉴욕이든 서울이든 최근 몇 년 사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는 고층 주상복합의 영향으로 커튼 트렌드까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주상복합 건축 방식상 통창 대신 폭 좁은 창들이 여러 개 조각나 이어진 새로운 형태의 창문이 일반화되면서, 패브릭 종류보다 창틀과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의 가벼운 블라인드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 커튼도 이러한 경향을 좇아 가을이 되면 두꺼운 커튼으로 바꿔 달던 예전과 달리 사계절 가벼운 소재를 쓰되, 햇볕은 들이고(안쪽 커튼) 프라이버시는 지킬 수 있는(바깥 커튼) 이중 커튼을 맞추는 추세다. 소재가 얇아지면서 생긴 문제는 원단 자체의 무게로 수직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커튼의 느낌이 덜해졌다는 것. 그래서 구슬 등 장식 같은 트리밍을 커튼 밑단에 덧대어 무게추 겸 장식 마감재로 활용하기도 한다.

  

커튼을 고르기 전 간단한 기초 상식

 

질감 대비+유사 대비

패턴+패턴 중 한 컬러

패턴 원단+단색 원단의 예1

패턴 원단+단색 원단의 예2

 

 

 

1. 가장 대중적인 커튼 소재들

 

리넨(linen)

식물성 천연 섬유로 저자극, 자연스러운 느낌이 가장 큰 장점. 건조, 통풍도 잘 되지만 구김이 잘 간다. 유기농 바람이 불면서 다시 인기몰이 중이다. 예전의 소박한 디자인과 색상에 비해 최근에는 혼방으로 화려한 컬러와 독특한 질감이 가미된 디자인도 많다.

 

(Cotton)

목화솜에서 뽑아낸 월드 와이드 패브릭. 부드러운 재질에 관리하기도 쉽다. 폴리에스테르와 혼방으로 사용 범위가 넓어졌으나, 최근에는 100% 면에 특수 마무리를 한 ‘럭셔리 코튼’이 더 인기다. 모슬린, 오건디, 플란넬, 옥스퍼드 등은 모두 다른 직조 방식으로 짠 면의 종류이다.

 

실크(Silk)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동물성 섬유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의 대명사. 염색하기 쉬워 깊고 다양한 컬러들이 많지만, 가격대가 비싸고 열과 햇볕에 약해 실크 커튼은 매우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살짝 비치는 질감의 오간자(organza) 역시 직조 방식이 다른 실크다.

 

새틴(Satin)

‘표면은 은은히 반짝거리고 뒷면은 광택이 없게 짜는 직조 방식’ 또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모든 패브릭’을 지칭한다. 그리고 새틴 방식으로 만든 면의 경우엔 ‘새틴(sateen)’이라 부른다. 표면엔 광택이 돌지만 다루기 편하고 가격대도 좋아 실크 대신 많이 사용된다.

 

  

 

2. 2겹 매치의 기본 노하우

 

아이보리색+인테리어 주조색

무난하고 안전한 선택 방법. 블랙&화이트 가구가 많다면 아이보리+그레이, 갈색 톤 가구가 많다면 아이보리+베이지와 같이 매치한다.

 

패턴 커튼+패턴 중 한 컬러

두 겹 커튼을 달 때 ‘단색+단색’ 또는 ‘단색+패턴’이 일종의 룰이다. 이 중 패턴이 있는 원단을 쓰기로 결정했다면 나머지 단색 커튼은 패턴 속의 컬러 중에서 하나를 골라 쓰는 게 좋다.

 

유사 대비

서로 반대되는 성격의 색상끼리 조화를 이루는 것이 ‘보색 대비’라면, 비슷한 성격을 지닌 색끼리 어우러지는 것을 ‘유사 대비’라고 한다. 빨강-다홍-주황-노랑-연두-녹색-초록-청록-파랑-남색-보라-자주-회색 등이 원형 띠를 이룰 때, 나란히 오는 2~3개의 색깔을 매치하는 것. 어두운 보라&회색, 지티은 청록&연한 금색이 세련된 유사 대비의 예.

 

질감 대비

색상 톤이 비슷하더라도 재질을 달리하면 훨씬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리넨+리넨’ 보다, ‘리넨+새틴’과 같이 거친 질감과 부드러운 질감을 섞어볼 것.

 

  

 

3. 거는 방법도 종류가 있다

 

커튼 봉 vs 레일

클래식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좋다면 커튼 봉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멋을 원한다면 레일을 권한다. 천장이 높은 서양에서는 커튼 봉을 선호하지만, 천장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시공했을 때 두드러지지 않는 레일이 여전히 인기다.

 

겹쳐서 달기 vs 일렬로 나란히 달기

레일이나 커튼 봉을 두 개 겹쳐 달아 살짝 원근감과 볼륨감을 주는 방법과 하나의 레일이나 봉에 하나를 먼저 달고, 그 다음 연결해서 나머지 하나의 커튼을 이어 다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커튼 전체를 여닫는 일이 많거나, 방처럼 어느 정도의 보온성이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고 싶을 때 좋다. 후자는 창문이 좁거나 주방처럼 많이 가릴 필요 없는 공용 공간에 적당하며, 패브릭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커튼 연출의 세 가지 예

리넨+비치는 커튼

클래식한 문양 고르기

같은 톤+다른 질감

 

 

 

1. 가을에도 리넨+비치는 커튼의 조화
비치는 원단은 여름용이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 흰색 블라인드 가장자리에 두 겹 커튼을 덧대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에겐 커튼이 ‘가리기용’보다 ‘장식용’이기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이 비치는 원단을 쓰는 추세다.

 

2. 클래식한 문양을 현대적으로 
다마스크, 트왈로 대표되던 서양의 클래식 패턴이 서서히 단순해지고 있다. 본래의 문양을 단번에 파악할 수 없게 기하학적 요소가 가미되고 있는 것. 짙은 컬러의 100% 리넨과 폴리에스터 소재 시어 자카드를 매치했다.

 

3. 같은 톤, 다른 질감의 그레이 커튼
실크와 면 혼방의 새틴 소재와 100% 리넨 커튼을 매치했는데, 같은 회색 톤인데도 질감이 달라 볼륨감이 느껴진다. 리넨 커튼 위에 새틴 회색띠를 둘러 연결감을 주었다.

 

요즘 홍대 앞에 가면 빈티지 콘셉트의 카페나 소품 숍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빈티지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앳코너, 마켓엠 숍에서 따뜻한 느낌의 빈티지 가구들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빈티지 가구가 멋스러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루 유리 때문이다. 유리가 달린 찬장이나 선반장을 보면 불투명하면서 세로줄이 그어진 질감 있는 유리를 사용했는데, 바로 모루 유리다.

  

 

오래된 창문이나 싫증난 가구의 문만 떼어낸 뒤 모루 유리로 바꿔 끼우면 한층 멋스러운 가구가 된다. 또 모루 유리와 유사하지만 패턴이 다른 불투명 유리를 이용해 파티션, 선반장, 액세서리 함 등 집 안 분위기에 맞춘 다양한 디자인으로 활용 가능하다. 모루 유리를 큰 파티션이나 슬라이딩 중문 등에 사용하고 싶지만 유리라 안전성이 걱정된다면 모루 유리와 비슷한 렉산을 권한다.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렉산은 가볍고 튼튼해서 최근 많이 사용하는 자재다.

 

낡은 문짝이 없다면 원하는 사이즈를 결정한 뒤 을지로3가나 동네 공예점에서 커팅해오는 방법을 이용할 것. 유리를 끼우는 홈을 파야 하므로 전문 목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런 뒤 책상이나 사이드 테이블, 콘솔 제작은 용도에 따라 다리 길이만 조절하면 되므로 쉽게 나만의 빈티지 DIY 가구를 만들 수 있다.


 

  

나만의 빈티지풍 유리 탁자 만들기

도면 그리기

상판 제작

유리 커팅 의뢰

다리 달기

 

 

 

1. 도면 그리기
쓰던 문짝을 재활용하거나, 아예 없다면 원하는 문틀 사이즈를 결정한 뒤 공예점에서 커팅하거나 제작해 준비한다. 책상을 겸한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미송 나무를 450×750mm 사이즈로 커팅했다. 비용은 2만5천~3만원 정도.


2. 상판 제작
공예점에서 커팅한 문틀을 사포질한 뒤, 내추럴 파인 컬러의 오일 스테인으로 채색해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페인트가 마르면 유리를 끼울 한쪽 프레임을 제외한 삼면을 직결나사를 이용해 조립한다.


3. 유리 커팅 의뢰
온라인을 통해 유리 사이즈와 두께를 정해 주문했고 주문한 지 4일 만에 잘 포장되어 배달됐다. 유리 사이즈는 홈보다 5mm 정도 작게 주문하는 것이 요령. 그래야 안전하고 끼우기도 쉽다. ②에 유리를 끼운 뒤 나머지 한 면을 마저 조립한다.


4. 다리 달기
나무 다리는 공예점에서 사이즈에 맞춰 커팅해오거나 ‘손잡이닷컴’ 등 DIY 사이트에서 개당 9천원 선에 원하는 길이로 구입할 수 있다.

 

  

오셔닉 유리로 빈티지 선반장 만들기

 

와인 상자나 코카콜라 박스와 같은 나무 상자에 오셔닉 유리(표면에 불규칙한 질감이 있는 유리 이름)를 끼운 재활용 창틀을 조립하여 여닫이 선반장을 만들었다. 불투명하기 때문에 주방에서 조미료 등을 넣어두는 정리함으로 쓰면서 장식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 선반문용 창틀은 상자 사이즈보다 조금 큰 것을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앞에서 보면 선반으로 쓰인 나무 상자의 테두리가 보이지 않아 벽에 걸었을 때 창문을 달아놓은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직접 제작한 스타일리스트의 덧붙인 정보

 

모루 유리는 불투명한 특성 때문에 내부를 가리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 자재이다. 하지만 특유의 질감과 패턴이 있어 가구에 사용하면 빈티지함을 더해준다. 또 두께를 5mm 정도로 두껍게 주문해 커팅하면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아도 될 정도로 안정감 있고 튼튼해서 실용적이다. 별도의 공정 없이 틀에 맞춰 유리만 커팅해오면 되기에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빈티지 가구로 리폼할 수 있다. 여기에 사용된 모루 유리는 300×300mm 기준 7~1만원 선이며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 가능하다. 유리 제품은 화이트보드 대용으로 사용하는 백페인트 글라스(강화유리)나 실사 출력 유리, 카페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망업 유리, 빈티지 스타일의 오셔닉 유리, 고방 유리 등도 직접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책장 사이에는 키가 큰 식물이 제격

 


알로카시아는 잎이 넓고 커 이국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을 때 좋은 식물이다. 키가 높이 자라고 잎이 넓기 때문에 책장과 책장 사이 빈 공간에 두기에 안성맞춤. 우드 가구로 꾸민 밋밋한 서재 공간에 싱그러운 포인트를 주어 휴양지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해보자.

 

관리법

알로카시아는 열대 지방 식물이기 때문에 다소 습한 상태를 좋아한다. 식물이 마르는 듯하면 화분의 흙이 촉촉할 정도로 물을 충분히 준다.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관리하고, 실내 온도는 15~16℃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천연 공기청정기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파키라는 은은한 블루 화분에 심으면 그 느낌이 배가된다. 스칸디나비아 가구는 동양적인 느낌과도 잘 매치되기 때문에, 동서양의 문화가 믹스매치된 재미있는 콘셉트로 공간을 꾸미고 싶을 때 제격이다.

 

관리법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효과가 있어 특히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이다. 강한 햇빛을 받으면 잎이 누렇게 변하기 때문에 실내의 그늘에 두어야 한다. 잎이 무성할 때 묵은 가지를 잘라내고, 잘라낸 가지를 물에 꽂으면 수경 재배가 가능하다.

 

  

포름알데히드 빨아들이는 에코식물로 거실 공기 정화

 


마지나타홍콩야자는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있어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거실 공간에 두면 좋다. 천장고가 높은 시원한 공간이라면 높이감이 다른 두 개의 화분을 배치해 리듬감 있게 연출해보자.

 

관리법

마지나타는 햇볕이 부족하거나 건조한 조건에서도 생명력이 강해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다. 밝은 곳에서 키우면 좋지만 직사광선은 피하도록 한다. 홍콩야자는 햇빛은 좋아하나 추위에는 약하기 때문에 겨울철 특별히 신경 써야 할 식물. 또한 해충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스프레이로 물을 자주 뿌려 관리해주어야 한다.

 

 

 수경식물로 자연가습 효과를 꾀한 침실

 


건조한 침실엔 수경 식물로 자연 가습 효과를 낼 수 있는 미니 가든을 만들어보자. 투명한 볼에 넣어 연출한 물양귀비와 돌확에 심은 워터코인을 큰 트레이 안에 넣고 작은 돌들로 주변을 장식하면 손쉽게 개성 있는 미니 가든 완성. 이 트레이는 멋진 커피 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관리법

물 양귀비와 동전풀이라고도 불리는 워터코인은 수생식물로 16~30℃의 따뜻한 온도에서 잘 자란다. 물은 아침저녁으로 갈아주면 된다.

 

 

 허브로 음식 냄새 없애는 주방

 


허브는 식용으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주방에서 키우기 알맞다. 손끝이 살짝만 스쳐도 쌉쌀한 향이 나기 때문에 음식 냄새를 상쾌한 향기로 바꿔주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작은 허브 화분은 좁은 공간 위에 나란히 놓아도 부담스럽지 않으며, 싱크대나 선반 등 자투리 공간에 두면 사계절 내내 청량한 기운으로 가득한 싱그러운 주방을 연출할 수 있다.

 

관리법

대부분의 허브는 고온 다습한 날씨에 약하므로 통풍이 잘 되는 주방 창문 앞에 두면 좋다. 허브에는 물기 없는 가위로 눈이 다치지 않게 줄기나 잎을 잘라야 새 잎이 자랄 수 있다. 또 알칼리성에 가까운 중성 토질에서 잘 자란다.

 

 

 책꽂이로 활용된 화분

 


겨울철에도 꽃이 피는 안시리움과 동글동글한 모양이 귀여운 다육식물, 아이비 화분을 책 사이사이에 끼워 북 바인더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관리법

다육식물은 잎에 많은 양의 수분을 저장하고 있어 물은 20일~1개월에 한 번씩 주면 된다. 특히 햇볕을 좋아해 채광이 좋은 곳에 두면 좋다. 안시리움은 너무 어두운 곳에서는 꽃이 잘 피지 않기 때문에 햇빛이 드는 창가나 밝은 곳에 두고,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썩는 경우가 생기므로 겉흙이 말랐을 때 한 번씩 듬뿍 줄 것. 아이비는 생명력이 아주 강한 덩굴 화초로 잎의 형태 중 줄무늬가 있는 품종은 다른 종류보다 빛을 더 필요로 한다. 통풍이 잘 되는 반그늘에서 관리하면 좋다.

 

엄마와 아이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석현이와 엄마의 작품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진
방 안 풍경

이지영씨가 만든 펠트 작품.석현이의 다른
그림들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아이가 혼자 도안을 그려서 만든 햅스터 집.
직접바느질까지 해서 완성한 멋진 작품이다.

 

 

 

초등학교 1학년 석현이(8세)의 공간은 다른 친구들의 방과 무척 다르다. 다른 집이라면 책이나 참고서가 가득 꽂혀 있어야 할 책상 위에 책 대신 석현이가 직접 그린 그림과 스타일리스트이자 동화책 작가인 엄마의 작품이 즐비한 것. “자기 그림으로 방을 장식한다는 건 아이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자기의 그림이 하나의 작품이 되니까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를 더 재미있어하고 의미 있는 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이 그림 옆에 엄마가 직접 만든 펠트 작품도 함께 놓아뒀다. 석현이가 그 작품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구상할 수 있고, 자신을 떠올리며 작품을 만든 엄마의 정성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이지영씨. 그래서일까. 석현이는 참 따뜻하고 온화한 감성을 지닌 아이로 커가고 있다. 그저 공부만 잘하는 아이가 아닌, 행복한 아이로 커가는 석현이가 참 보기 좋았다.

 

  동심을 테마로 작품을 컬렉팅한다

재호의 돌을 기념해서 친분이 있는 화가가
그려준 가족의 그림

재호를 위해 처음 구입한 작품은 최장한의 로봇 그림.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 아이 방에 걸어 두었다.

동심을 테마로 한 타카시 무라카미의 조각 작품.

 

 

 

재호(3세)네 집에는 눈길이 멈추는 곳곳에 멋진 작품들이 하나씩 걸려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남편과 구경 삼아 미술관을 찾곤 했던 오다정씨는 아이가 생기고 나니 귀여운 느낌의 그림이나 조각이 좋아져 하나씩 구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초보 컬렉터가 되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옥션을 통해 작품을 구입해요. 미술품 컬렉팅이라 해서 후에 큰돈이 될 만한 작품을 찾아내는 게 아니라, 아이의 감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림을 찾고 있어요. 동심을 테마로 작품을 구입하다 보니 귀엽고 깜찍한 느낌의 작품이 대부분입니다.” 아직 재호가 어려서 그림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진 않지만, 작품 컬렉팅을 위해 아이와 함께 미술관이나 전시회장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그녀. 덕분에 재호는 어린 시절부터 관람 문화를 배우게 되는 장점도 있단다. 요즘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턱없이 비싼 옷이나 육아용품을 사는 엄마들도 많다. 하지만 아이의 감성을 길러주기 위해 오다정씨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작품을 골라 선물하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행복한 일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아이와 함께한 전시회의 도록으로 꾸민다

  • 1 최근 앤서니 브라운의 전시회를 다녀왔는대,이후 겸이는 그림은 물론 그의 영어 동화책까지 더 재미있어한다.
  • 2 도록과 미술책은 원목 선반에 깔끔하게 정리해 두었다.

 

겸이 엄마 강유진씨는 학교 선생님을 거쳐 현재는 아동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열혈 주부. 그녀는 시간이 날 때면 겸이(6세), 령이(4세)와 함께 다양한 전시회장을 찾아 관람하고, 그곳에서 구입한 엽서나 도록 등을 이용해 아이 방을 꾸미고 있다. “처음에는 포스터를 사서 아크릴 액자로 만들어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집 안에 못질하는 것이 싫어 다른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죠.” 강유진씨는 다양한 크기의 엽서나 도록을 도톰한 검은색 도화지에 붙여 액자처럼 만든 후 그것을 아이 방이나 베란다 창문 등에 붙였다. 그랬더니 작은 그림 하나하나가 아이들이 손쉽게 만질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가끔씩 테이프의 접착력이 약해져 그림이 스르르 떨어질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낙엽이 지는 듯하다며 재미있어한다. “포스터 등으로 만든 액자는 작고 가벼워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미술이란 것을 무겁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늘 생활 주변에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된 것도 큰 장점이고요.” 함께 전시회를 구경하고 도록 액자를 만드는 시간 동안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질 수 있다.

 

  

명화 액자로 아이 방을 장식한다

  • 1 인하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색채 감각이 풍부한 것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작품을 접해 보았기 때문이다.
  • 2 요즘 인하는 컬러가 강한 고흐의 작품을 좋아한다.

 

인하(7세)가 막 세 살이 되던 해, 엄마 김정애씨는 아이에게 유명 작가들의 그림이 수록된 책을 사주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좋다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 샀어요. 그런데 아이가 이전 책에 비해 새 그림책을 훨씬 좋아하더라고요.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가져와 읽어달라고 졸랐어요”. 처음에는 인하가 동화책 내용을 재미있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런 게 아니더란다. 엄마가 해주는 이야기보다 동화책 속의 그림에 더욱 관심이 있었던 것. 그래서 다음에는 아이들이 보기 쉽게 만든 명화 그림책을 하나, 둘씩 사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른들에게는 무척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명화가 인하에게는 자연스레 친숙한 것이 되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명화 카피 액자를 여러 개 사서 아이와 함께 상의한 후 방에 걸어준다. 작품을 바꿀 때마다 아이와 함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는 그녀. 고전 명화는 그림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자료가 다양해서 엄마가 조금만 시간을 내 공부하면 아이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고전 명화를 이용한다고 해서 김정애씨가 딸 인하에게 바라는 것이 미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다. 그저 제대로 된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키친 가든

『소박한 정원』(디자인하우스)의 저자인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 씨는 지난 「2009 리빙디자인페어」의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에서 영국 전역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키친 가든을 제안했다. 키친 가든이란 이름 그대로 먹을거리로 활용할 수 있는 채소와 허브. 꽃과 열매 등으로 꾸민 정원이다. 먹을거리만을 위한 텃밭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무작정 채소를 기르는 게 아니라 꽃과 상추를 함께 심거나 높이 올라가는 채소와 키 작은 채소를 함께 심는 등 채소의 색채와 형태, 질감까지 고려해 정원으로서의 아름다움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그녀가 알려주는 트렌디한 키친 가든을 디자인하는 방법.

 

 

 

 

꽃과 함께 심는 상추
기본은 채소와 허브의 정원이지만 꽃이 빠진다면 역시 심심하다. 꽃을 골라 함께 심으면 더욱 화려한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일년생 화초인 할련화, 팬지, 바이올렛, 카렌듈라, 알리숨, 봉선화 등이 잘 어울린다. 키가 큰 꽃을 가운데에 심어서 부피감을 주고 가장자리에 허브와 채소를 심으면 어떤 각도에서도 잘 보이는 디자인이 나온다. 꽃 대신 허브를 이용해도 좋다. 허브는 잎의 색상으로 컬러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은초록빛을 내는 케일부터 진한 자줏빛을 내는 자주바질, 붉은 줄기가 황홀한 챠드 등은 꽃보다도 더 은은하고 아름다운 색을 띤다. 하나의 컨테이너에 반은 먹고 싶은 채소와 허브를 채우고, 나머지 반은 디자인을 위해 색상과 크기, 질감을 고려한 꽃과 허브를 심는다.

 

큰 채소와 작은 채소를 함께 심어 입체감을 준다
토마토와 같이 열매를 맺어야 하는 식물은 성장 속도가 느리다. 성장이 느린 식물은 성장이 빠른 채소와 같이 심으면 빈자리가 허전하지 않고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이때는 성장이 빠른 상추가 제격이다. 단, 상추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한꺼번에 자라기 때문에 절대 한꺼번에 심지 말 것. 가족 수를 생각해 한 주에 먹을 수 있는 양을 계산한 다음 2주 간격으로 심는다. 미리 심어놓은 상추를 다 먹을 때쯤 새로운 상추가 올라오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는 상추에 기가 질리는 일이 없어진다.

 

꽃다발처럼 촘촘하게 심기
상자 안에 사선으로 혹은 마름모 형태로 디자인해서 식물을 심어보자. 그냥 줄을 맞춰 심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기하학적 무늬를 넣어서 심으면 색다른 연출을 할 수 있다. 또 식물을 심을 때 채소와 허브가 자라는 것을 고려해 듬성듬성 심을 수도 있지만 촘촘하게 심는 방법도 괜찮다. 촘촘하게 심으면 크게 자라지 않기 때문에 어린 상태를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고 빼곡하게 채워져서 보다 풍성해 보인다.

 

심는 용기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
시중에서 파는 일반 화분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와인 상자나 쓰던 냄비, 소쿠리, 버려야 하는 욕조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목재로 프레임을 짜고 거기에 정갈하게 채소와 허브를 심으면 깨끗하고 세련된 키친 가든을 구성할 수 있고 혹은 자루를 이용해도 멋진 키친 가든이 완성된다.

 

  

요리연구가 김은희의 서양 채소 화단

 

푸드 아카데미 그린테이블을 운영하는 김은희 씨의 스튜디오에는 각종 허브는 물론 로메인, 비트, 루콜라 등 갖가지 서양 채소가 가득하다. 마트에서는 비싸기도 하고 요리할 때마다 사러 나가는 것도 번거로워 키우기 시작한 이 채소들은 나무 상자나 예쁜 화분에 심겨 있어서인지 꼭 화단처럼 보일 정도. 스튜디오 이름도 ‘그린’으로 지을 정도로 마당, 잔디, 채소, 허브 등을 좋아하는 그녀는 이런 취향과 농장 일기 등을 엮어 지난 4월 『그린 테이블』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화분에서 키운 채소는 잎이 연할 때는 채소비빔밥으로, 조금 자라서 잎이 단단해지면 샐러드로 이용하고 허브 페스토와 오일 등도 그때그때 만들어서 쓰고 있다고. 모종 대신 양재동 화훼 농장에서 사온 씨앗을 뿌려 키우는 편인데 그래야 연한 잎부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키우는 서양 채소 리스트.

 

 

 

 

 

 

로메인

서양식 상추. 일반 상추에 비해 잎이 길쭉하고 빳빳하다. 쓴맛은 거의 없고 달달하고 아삭한 맛. 시저 샐러드의 메인 재료로 쓰인다. 미리 물을 뿌려 촉촉해진 흙 위에 반나절 정도 물에 불린 씨앗을 뿌리면 심기 끝. 분무기로 물을 주고 신문지로 덮어주면 잘 자란다.

 

루콜라

영문 이름은 로켓. 열무처럼 톡 쏘는 매운맛이 돌아 입맛을 돋우는 채소다. 물에 씻어 피자나 파스타 위에 그냥 올려 먹기에 좋은 채소. 발사믹 식초로 만든 드레싱과 아주 잘 어울린다. 루콜라와 방울토마토를 발사믹 드레싱에 버무려 먹는 게 제일 맛있다.

 

비트

뿌리와 잎, 줄기까지 알뜰하게 먹을 수 있는 채소다. 뿌리인 비트는 껍질을 벗긴 다음 채 썰어 샐러드에 넣거나 오븐에 구워 레드와인 식초에 버무리면 달착지근하고 새콤달콤하다. 잎은 쌈 채소로 먹고 줄기는 피클을 만든다.

 

타임

제일 좋아하는 허브로, 요리할 때 가위로 줄기째 잘라 쓴다. 고기 구울 때나 스톡 만들 때, 수프를 끓일 때 넣으면 향긋한 향이 음식에 녹아든다.

 

로즈메리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는 허브류. 감자를 오븐에 구울 때 한 줄기 던져 넣으면 아주 향긋하고 맛있는 감자 구이가 완성된다.

 

이탤리언 파슬리

일반 파슬리는 향이 무척 강해 다진 후 물에 씻어 사용해야 해서 번거로운데 이탤리언 파슬리는 그대로 다져서 여기저기 음식에 감초처럼 뿌려 먹기에 좋다. 수프, 볶음 요리, 파스타 등등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후춧가루처럼 어떤 요리에나 두루두루 쓰는 매우 애용하는 채소.

 

차이브

서양식 부추. 자르면 원통형이라 잘라서 음식을 장식하는 데도 많이 쓴다. 영양부추처럼 마늘의 감칠맛이 느껴져 얇게 저며 당근 수프, 각종 볶음에 뿌려 먹는다.

 

콜라비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의 무처럼 사용하는 서양 무다. 뿌리가 흙 위에서 자라는 신기한 채소. 아삭해서 피클을 담가 스파게티 등을 먹을 때 곁들이면 좋다.

 

 

 블로거 유다경의 천연 양념이 되는 허브

원예 온라인 커뮤니티 올빼미 화원을 운영하는 유다경 씨는 집 근처 주말농장에 40~50종이나 되는 채소를 심는다. 상추•깻잎•고추 같은 토종 채소부터 바질•로즈메리 등의 허브, 피망•야콘 같은 서양 채소까지 다품종 소량생산를 지향하는 편. 채소를 기르면서 육식 위주이던 식생활이 채식 위주로 바뀌었고 키운 채소를 이렇게 저렇게 먹다 보니 요리에도 일가견이 생겼다고 한다. 직접 키운 허브로 올리브유부터 허브 솔트까지 천연 양념을 만들어 사용하는 실속파. 키우기가 깻잎 수준인 바질로 천연 양념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실력보다, 정성보다 흙이 더 중요
흙이 좋으면 별다른 노하우 없이도 전문가 수준으로 채소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녀도 좋은 흙을 만나고 나서 키우는 실력을 부쩍 키울 수 있었다고. 그녀가 애용하는 흙은 토룡토(옥외에서 키울 때 적당)와 토룡분(퇴비 성분이 있는 흙) 그리고 토룡토 분갈이(여러 가지를 배합해 만든 흙) 등이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에는 보습력이 좋은 토룡토 분갈이를, 관엽류에는 토룡토와 토룡분을 섞어서, 키를 키워야 하는 식물에는 토룡분을 사용하는 등 식물 특성을 고려해 사용하지만 초보자는 토룡토 분갈이면 적당하다. 씨앗을 그냥 뿌리면 싹이 나지 않는 것이 더 많으므로 일일이 파종을 해서 옮겨 심는데, 이때 이용하는 흙은 슈퍼 배양토다. 슈퍼 배양토는 새싹채소를 키울 때도 좋다. 만약 모종을 사서 키울 경우엔 분갈이를 해줘야 잘 자라는데, 뿌리의 흙을 턴 다음 바닥에 배수와 통풍을 위해 마사토를 깔고 토룡토 분갈이 흙을 덮는다. 흙은 에덴 바이오 그린에서 구입.

 

햇볕보다 중요한 통풍
채소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햇볕과 물주기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통풍이다. 아파트에서 채소를 기를 때 베란다 문을 꼭꼭 닫아둔다면 제 아무리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도 잘 자라지 않는다. 통풍은 흙의 수분을 적당히 마르게 하고, 뿌리를 튼튼하게 한다. 물은 흙이 마르면 주도록.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더 잘 죽는다.

 

바질 올리브유

오일로 만들기 좋은 허브는 바질 이외에도 로즈메리와 타임이 있다. 3가지를 동시에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로즈메리 오일은 볶음 요리에, 바질 오일은 피자나 파스타 또는 드레싱에, 타임 오일은 생선 요리에 쓰기 좋다. 병에 바질 잎사귀와 마른 고추, 올리브잎, 통후추를 한데 넣은 다음 올리브유를 부으면 만들기 끝. 하루에 한 번씩 흔들어주고 한 달 뒤부터 사용한다. 향을 키우고 싶을 때는 잎을 더 추가한다.

 

허브 솔트

삼겹살이나 생선구이를 할 때 표면에 뿌리면 비린내도 없애도 풍미를 더한다. 말린 허브와 소금을 섞어 믹서에 갈아주면 끝. 비율은 취향에 따라 마음대로. 허브잎은 햇볕에 말리면 부서지므로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리는데 특히 채반을 바닥에서 띄워 공기가 위아래로 순환되도록 해야 더 잘 마른다.

 

허브 맛술

생선 요리 할 때 살짝 뿌리면 냄새를 없애고 살을 단단하게 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서 바질이나 로즈메리에 소주와 매실액을 붓기만 하면 끝. 허브의 양은 상관없고 소주 반 병에 매실액 1큰술 정도면 된다. 일주일 후에 개봉한다. 자주 쓰면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작은 병으로 여러 개 만들어 두고 쓰는 게 좋다.

 

바질 페스토

토마토 페스토처럼 많이 만들어 두고 여기저기 사용하는 바질 페스토. 바질잎 1백 장에 올리브유 10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구운 소금 1/2큰술, 잣 5큰술, 파르메산치즈가루 5큰술을 한데 넣고 믹서에 갈아 만든다. 삶은 스파게티 면에 이 바질 페스토를 넣고 쓱쓱 비벼주면 그대로 스파게티가 완성된다. 햄버거 만들 때도 토마토케첩 대신 사용하면 색다른 맛이 난다.

겨울에도 꽃 피는 깊은 산속 꽃대궐

사계절 꽃을 보기 위한 온실.여러해살이를 제외한 모든 식물은 긴 엄동설한을 이기지 못한다.보일러실과 연결된 데크 공간에 온실을 만들었다.
보일러 열만으로도 겨우내 20℃ 이상의 온도를 유지한다.봄이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아도 꽃을 볼 수 있어 신바람 나는 공간.

 

 

『행복한 정원&즐거운 살림』 저자 이현주의 마당

 

경기도 광주시 목동에 자리한 나뭇골. 분당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그렇게 산세 좋은 곳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긴 세월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항상 땅을 밟으며 사는 걸 꿈꿨던 이현주씨는 10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드라마틱할 만큼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했다. 큰돈 들인 정원과 주인장의 손길로 일군 정원은 확실히 다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지극한 정성으로 만든 그녀의 보타닉 하우스는 구획 정리와 정돈은 확실히 돼 있지만 기계적이지 않아 사람 맛이 나고, 하나하나 주워 모은 돌들로 만든 나지막한 화단도 높낮이가 자연스럽게 들어맞아 율동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온갖 꽃들 즐비한 화단이 길 양쪽에 있고, 6월이면 장미 넝쿨이 휘감은 아치가 정면에 보인다. 이 문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키가 큰 노란 목련(노란 새가 앉은 것 같다고 해서 옐로 버드로 불린다)과 불두화(꽃 모양이 부처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가 힘 있게 서 있다. 집 안 거실에서 바라볼 때 내다보이는 뒷마당에는 파라솔이 있는 데크를 두어 여름이면 바비큐 파티를 벌인다. 6월이면 이 집 뒷마당은 초록으로 물든 산을 병풍처럼 지고 앉을 테고, 마당의 수많은 꽃들은 더욱 또렷하게 보이겠지.

 

 아파트 1층 앞뜰에 꾸린 소박한 꽃밭

돌계단과 울타리.아파트 1층화단 아닌,1층집 마당처럼 보이도록 울타리를 쳤다.정원으로 올라가는 돌게단은 남편과 함께 1년에 걸쳐 완성했다.
조경석에 가까운 계단용 큰 돌은 가격이 어마어마해 뉘 집에 공사하고 버린 돌이 있다고 하면 달려가 얻어 오곤 했다.

 

 

자연생태박물관 교사 지경옥의 마당

부천식물원과 자연생태박물관에서 자원봉사 교사 일을 하고 있는 주부 지경옥씨. 네이버 블로그 ‘지지의 행복한 세상 ’을 운영하며 자신이 가꾼 꽃밭 자랑하는 일에 신바람을 내며 살고 있다. 이름도 꽃같은 부천 상동 진달래 마을에 자리한 그녀의 마당은, 아파트 1층에 살면서 덤으로 얻은 미니 정원이다. 4년 전, 이 공간이 마음에 들어 이사 온 후부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심히 일궈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예쁜 꽃밭과 어울리게 바깥채로 드나드는 문도 내고, 오래 보고 싶은 꽃이 있으면 악착같이 구해 심고, 사계절 내내 쉴 때 없이 꽃구경 할 수 있게 꽃씨도 자리 정해 뿌렸다. 튤립 지면 아이리스, 아이리스 지면 작약과 넝쿨장미…. “어려서부터 정원 가꾸는 걸 보며 자란 애들이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야말로 1층 앞마당이 자연 생태 학습장인 셈이죠. 특히 둘째는 풀 한 포기도 제 동생인 양 구는 게 귀여워요.” 지경옥씨네 아파트 근처에는 이렇게 1층 마당을 정원으로 꾸미는 집이 유난히 많다. 서로 예쁜 꽃씨나 모종이 생기면 나누고, 불쑥불쑥 바깥으로 난 출입구를 통해 남의 집 마당 구경을 가기도 한다. 꽃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있겠나. 이 작은 정원에도 필 꽃은 다 피고, 질 꽃은 다 지더라.

 보일 듯 말듯, 수줍게 야생화 핀 한옥 정원

 


 

차 연구가 김현숙의 마당

한옥 마을인 서울 종로 가회동에서도 예쁘기로 소문난 한옥집 ‘올물’은 차 연구가 김현숙씨가 차를 공부하고 즐기는 다실로 만든 곳이다. 찬바람 부는 계절에도 ‘초록’을 뽐내는 인동초 덩굴이 담벼락을 덮고 있고 새봄엔 모란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는, 대여섯 평 남짓한 좁은 ‘ㅁ’자 마당은 갈 때마다, 때때마다 볼거리가 풍성하다. 관상용(!) 네모 우물도 있고 불 피우는 작은 솥단지도 있고, 이끼 낀 돌확도 있는 그림처럼 예쁜 마당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으니 토종 야생화들이다.

 

꽃망울이 너무 작아 사진 속에 보이진 않아도 방울로 피는 하얀 둥굴레꽃과 보라 제비꽃, 순박한 매발톱 꽃이 보일 듯 말듯 그야말로 수줍게 피었다. 이름도 예쁜 야생화들은 살필수록 마음이 간다. “모란이 지고 나면 이 자잘한 야생화들이 눈에 들어와요. 저 구석에 있는 건 애기똥풀인데, 벌써 꽃이 질 때인데 응달에 심었더니 이제야 피네요. 며칠 지나면 담벼락에 올라온 인동덩굴에 꽃이 만발할 테니 구경 오세요. 마치 꽃들이 모여 꽃을 이룬 것 같은 게 얼마나 고운지 몰라요.” 맛 좋은 차와 쑥떡을 소반에 차려 내주며 김현숙씨가 곱게 웃는다. 그 모습이 꼭 마당의 야생화 같다.

 

 김영랑의 모란이 피고 지는 정원

 


박물관 ‘얼굴’ 관장 김정옥•조경자 부부의 마당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서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팔당호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박물관 ‘얼굴’ 관장 김정옥씨와 부인 조경자씨의 돌집이 있다. 이 집 곳곳에는 부부가 새끼처럼(?) 아끼는 나무며 꽃들이 그득하다. 지금이야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거목들이 됐지만, 40년도 훨씬 더 된 옛날 그 나무들은 모두 잎이었고, 가지였단다. 특히 마당에 있는 큰 주목은 아들 낳던 해 어린 가지 하나를 얻어다 조경자씨가 직접 삽목(揷木-꺾꽂이)한 거라 의미가 크다. 짬 나는 대로 집 근처 농원에 가서 정원사의 어깨너머로 원예에 대해 배워가며 가지와 잎을 구해다가 직접 심고, 가지치기까지 모두 조경자씨 혼자 힘으로 해가며 키운 새끼 같은 나무들이다. 이렇듯 오랜 세월에 걸쳐 가꾼 마당에는 지인들이 힘을 보탠 귀한 꽃들도 여럿 눈에 띈다. 지금은 돌아가신 김정옥 관장의 어머니께서 꽃이 좋아 평생을 키우셨던 영산홍이 있는데, 지나온 세월만큼 보통의 영산홍보다 훨씬 대가 굵다. 또 무엇보다 이 집 마당의 하이라이트는 집 돌담 옆길, 아기 얼굴처럼 큰 모란꽃 무리다. 김영랑 시인의 사촌 동생인 여학교 동창이 아버지께 물려받은 모란을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조경자씨에게 부탁했다. 잎들 사이에서 튀어나올 듯 진한 빛을 내는 모란을 보고 있노라면, 김영랑 시인이 왜 삼백 예순 날 모란이 피기를 기다렸는지 알 것 같다나.

   

꽃들에게 말 건네는 노년의 놀이터

 


 

‘꽃 할머니’ 박완서의 마당


“아는 분이 우리 마당에 어떤 꽃들이 피는지 물었다.

나는 으스대며 백 가지도 넘는 꽃이 있다고 말했다.

그건 누구한테나 그렇게 말하는 내 말버릇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아니다.

듣는 사람은 아마 백화난만한 꽃밭을 생각하겠지만

그것들은 한꺼번에 피지 않고 순서껏 차례차례 핀다.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는 목련부터

눈에 띄지도 않는 돗나물 꽃까지를 합쳐서 그렇다는 소리다.

그런데 어떻게 그 가짓수를 다 셀 수 있느냐 하면

그것들은 차례차례로 오고, 나는 기다리기 때문이다.”


-박완서 산문집 『호미』(열림원) 중에서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를 읽으며 그의 정원을 수도 없이 상상했다. 기자가 그린 박완서 작가의 정원은 백 가지도 넘는 꽃이 빼곡하게 자리해, 웅크리고 앉아서 고개만 돌리면 새 꽃을 만나고, 또 새 꽃을 만날 것 같은 꽃천지였다. 독자들에게 올봄 마지막 꽃구경 한 번 시켜주자고 청하는 기자에게 작가는 “봄꽃 다 지고 여름 꽃 피기 전이라 자랑 삼아 나가기엔 초록만 가득하다”며 마당을 감췄다. 그 후 몇 번의 설득에도 꿈적 안 하는 작가를 너무 괴롭히는 거 아닌가 포기하려 했지만, 수도 없이 상상했던 꽃천지를 포기할 수 없어 초록이어도 괜찮다며 아침 댓바람부터 대문을 두드렸다. 나이 먹으니 피곤해 손님 치르는 일 귀찮다더니, 괜찮다는데도 한사코 마당에 있는 매실 나무 열매로 만든 음료라며 매실냉차와 알알이 포도도 씻어 내준다. 일흔여덟의 소녀 같은 할머니는 그러는 사이 자신이 쓴 글과 어울리게 말랑말랑해져 정원으로 손님을 끌었다.

 

역시 한눈에 보기엔 초록이 맞았다. 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는 꽃들을 보니 워낙 미약해 없는 듯 보인 것이지 분명 거기 있었다. “이게 물망초예요. 이건 나만 보는 꽃이에요. 여기 숨은 거 사람들은 잘 못 봐. 그래서 나만 봐요.” 자랑할 것 없다던 마당 주인은 그때부터 수다쟁이 할머니가 됐다. “오늘 아침에도 1시간 얼른 나갔다 왔잖아요. 여름엔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낮에는 못 나가니까 아침에 무지 바빠요. 잡초들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매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며 싸움질해야 한다니까요. 대문 옆에 핀 큰 꽃은 으아리, 저기 봉오리 진 건 작약, 모란은 벌써 피었다가 졌고, 요기, 요기 있는 게 붓꽃이에요. 올봄 목련이랑 매화랑 조팝나무가 한창 예뻤는데 이제 다 졌지 뭐. 어머, 벌써 봉숭아 올라왔네.” 박완서 작가는 자기네 마당이 가꾼 티 없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한겨울 빼고는 사철 꽃이 피어 보기에도 좋고, 마음에도 위안이 된다고 했다. 또 남들한테 마당이 예쁘다는 칭찬도 듣고 싶다며 목련처럼 아주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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