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오슬 추울 땐 배추뿌리차를
우리에게 밥만큼이나 익숙한 음식이 바로 김치.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와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한 김치류는 조선시대 중반 이후에야 먹기 시작했으니 역사가 그리 오래지는 않다. 특히 김치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결구배추(속이 둥근 모양으로 꽉 차는 배추)는 원산지가 북유럽이며 중국 북부지방에서 개량되어 우리나라로 건너온 외래종이다.
숭, 숭채, 백숭, 백채 등으로도 불리는 배추가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417년에 간행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으로, 당시에는 채소가 아닌 약초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 전통을 말해주듯 예부터 민간에서는 배추를 생활상비약으로 많이 활용했다. 화상을 입거나 생인손을 앓을 때는 배추를 데쳐서 상처 부위에 붙였고 옻독이 올라 가렵고 괴로울 때에는 배추의 흰 줄기를 찧어서 즙을 낸 다음 바르기도 했다.
배추는 무엇보다 감기를 물리치는 특효약으로 꼽힌다. 배추를 약간 말려서 뜨거운 물을 붓고 사흘쯤 두면 식초맛이 나는데 이것을 제수라고 한다. 제수는 가래를 없애주는 약효가 뛰어나 감기로 인한 기침과 가래 증상을 해소하는 데 아주 좋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채소로 알려져 배추 고갱이로 끓인 수프를 감기예방약으로 이용한다.
특히 배추뿌리차는 몸이 오슬오슬 춥고 머리가 아프면서 열이 날 때 마시면 아주 좋다. 우선 배추뿌리를 깨끗하게 씻어서 흑설탕과 생강을 함께 넣고 푹 끓여 음료 대신 수시로 마신다. 이때는 되도록 찬바람을 피해야 감기가 빨리 낫는다.
배추가 감기에 효과적인 이유는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C 덕분이다. 배추 속에 농축되어 있는 비타민C는 열을 가하거나 소금에 절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밖에도 배추에는 체내에서 비타민A로 작용하는 카로틴을 비롯해 칼슘, 식이섬유, 철분, 칼슘 등이 들어 있다. 배춧국을 끓였을 때 구수한 향미를 내는 것은 시스틴이라는 아미노산 성분 때문이다.
숙취와 변비로 고생할 때에는 배추 생즙을 내어 마시면 도움이 된다. 배추의 푸른 겉잎을 깨끗이 씻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썰어 주서기나 강판에 갈아 생즙을 내어 먹는데, 이때 레몬즙이나 꿀을 약간 떨어뜨려 마시면 한결 먹기 좋다.
편두통 다스리는 ‘바다의 보리’고등어
고등어는 정어리, 전갱이, 꽁치와 함께 4대 등푸른생선으로 고기의 크기와 계절, 어장 등에 따라 수분과 지방의 함량이 달라져 그 맛도 제각각 다르다. 고등어 맛이 가장 좋을 때는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인데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특히 참고등어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지방 함량이 최대치라 고소하면서도 맛깔진 고등어 맛을 보기에 더없이 좋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450년 전부터 고등어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역사가 오래니만큼 이름도 각양각색으로 ‘자산어보’에는 배 부분에 반점이 있는 것은 배학어(拜學魚), 없는 것은 벽문어(碧紋魚)라고 했고 ‘동국여지승람’에는 그 생김새가 칼과 비슷하다고 해서 고도어(古刀魚)라고 불렀다.
일본에서는 고등어를 ‘마사바’로 부르는데, 이 이름 때문에 ‘사바사바’(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라는 재미있는 우리말이 유래되기도 했다. 사연인즉 이렇다. 조선시대 일본에서는 고등어가 아주 귀한 생선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한 일본인이 나무통에다 고등어 두 마리를 담아서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는데 어떤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일본인이 그냥 ‘사바’를 가지고 관청에 간다고 말한 것이 와전되어 ‘사바사바한다’는 뜻으로 전해진 것이다.
흔히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라고 불린다. 이는 서민들의 양식인 보리처럼 영양가가 높으면서 값이 싸서 서민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생선이기 때문이다. 등푸른생선이 그렇듯이 고등어에도 뇌세포 활성물질인 DHA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수험생, 노약자들에게 아주 훌륭한 식품이다. 또한 고급 불포화지방산인 EPA가 함유되어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하며 혈압을 강화시키는 효능을 발휘한다. 신시내티 의과대학의 발표에 의하면 고등어의 지방에서 나오는 EPA는 편두통을 다스리는 데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고등어 껍질에는 비타민 B2 성분이 많아서 몸이 좀 피곤해지기만 해도 입 언저리가 헐거나 혓바늘이 자주 돋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하지만 고등어는 산화·산패하기 쉬워 무엇보다 신선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어에 들어 있는 히스티딘은 생선이 부패하기 시작하면 히스타민이라는 독성물질로 변하는데 두드러기나 복통 등을 일으킨다. 특히 몸이 차고 소화기관이 약한 사람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고등어를 먹을 때 비린내 때문에 꺼려진다면 감자를 넣고 조리해보자. 비린내도 없애고 싱싱한 고등어의 달착지근한 맛이 배어 있는 색다른 감자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팥죽으로 추위도 털고 스트레스도 이기고
부산 삼광사 신도들이 대형 솥에 4만5000명이 먹을 수 있는 팥죽을 끓이고 있다. |
그런데 왜 동짓날에 팥죽을 쑤었을까. 그 유래 중 하나는 이렇다. 신라시대에 젊은 선비가 살았는데 심성은 착하나 집안이 무척 궁핍했다. 어느날 과객이 선비를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길 청하매 편안히 쉬어가게 했더니, 그 과객이 종종 선비 집에 들러 벼를 심으라 고추를 심으라 충고를 해주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벼를 심으라 하면 벼 풍년이 들고 고추를 심으라 하면 고추농사가 아주 잘되어 금방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선비는 점점 몸이 야위었고 급기야는 병색이 짙어 언제 죽을지 몰랐다. 이에 스님에게 연유를 물어본즉 과객의 정체는 도깨비니 그를 쫓으려면 집안 구석구석에 백마의 피를 뿌리라 했다. 그후로도 해마다 동짓날이면 이 과객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지라 선비는 백마의 피 대신 팥죽을 쑤어 집에 뿌렸다는 것이다.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몰려오는 동지 때 팥죽을 먹는 것은 건강면에서도 권할 만한 풍습이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팥에는 단백질, 지방, 당질, 섬유질뿐만 아니라 비타민B1이 풍부하다. 체내에서 비타민B1이 부족하면 각기병을 비롯해 신경, 위장, 심장 등에 여러 가지 불편한 증세가 나타나며, 특히 식욕부진이나 피로감,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신경쇠약 증세으로 고생하기 쉽다. 따라서 팥은 이런 증상을 다스리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나 수험생들에게 더욱 좋다.
또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팥이 한열과 속이 열(熱)한 것을 다스리고 소갈(요즘의 당뇨병)에도 좋다고 했으며 ‘약성본초‘에서는 열독을 다스리고 악혈을 없애며 비와 위를 튼튼하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붉은팥 삶은 물은 숙취 해소와 부종, 젖이 부었을 때 효과적이며, 변비에는 팥과 다시마를 함께 넣고 삶아 설탕을 섞어 먹으면 된다.
하혈·대하증 여성질환 다스리는 대합
어디 그뿐인가. 맛 좋고 싱싱한 대합 산지로 유명한 전라남도 강진에서는 고을 사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사랑이 어찌나 지독했던지 강진 사또에겐 ‘대합국 사또’ ‘강진 원님 대합 자랑’이란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한데 그들의 대합 사랑은 강진의 토산 곡주 때문이니, 곡주를 잔뜩 먹고 취한 사또가 이튿날 대합탕 국물을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술도 잘 깨는 까닭에 침이 마르도록 대합탕 자랑을 했던 것이다.
조개류의 숙취 해소 효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특히 대합에는 숙취 해소에 뛰어난 성분이 많다. 타우린과 베타인은 알코올 성분이 잘 분해되도록 도와주어 술 마신 뒤 간장을 보호하고, 글리코겐 성분은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 술 마신 다음날 한결 개운한 기분이 들게 한다.
청나라의 약선요리집인 ‘수식거음식보(隨息居飮食譜)’에서는 대합이 “음(陰)을 보충하고 혈(血)을 만들어주며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전한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열이 많아 얼굴이 붉고 두통이 심하면서 뒷목과 어깨가 뻣뻣할 때, 또 눈이 잘 충혈되고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날 때에도 대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증상 개선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하혈과 대하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겐 더할 수 없이 좋은 식품이다. ‘본초강목’에서는 “이방광(利膀胱) 대소장(大小腸) 하소변(下小便)”이라 해서 방광과 소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도록 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고 했다.
대합은 여느 조개와 달리 날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생합’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러려면 싱싱한 것을 골라 써야 한다. 이때는 대합을 양손에 쥐고 서로 부딪쳐보아 투명한 소리가 나는 것을 구입한다. 오래되었거나 죽은 대합은 탁하고 둔한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리를 만들 때에는 대합과 찰떡궁합인 쑥갓을 함께 쓴다. 쑥갓은 칼슘이 많고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라 대합의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준다.
늙은 호박,셀레늄 성분 전립선염에 좋아
호박은 늙을수록 당질의 함량이 증가하여 애호박의 두 배가 되고 비타민 A와 C의 함량도 늘어난다. 또 소화가 잘되면서 약리작용이 뛰어나서 예부터 민간의 보약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아기를 낳은 후에 늙은호박을 먹으면 부기가 쉬 빠진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고, 천식 환자의 경우엔 꿀과 은행 몇 알을, 허리가 아픈 사람의 경우엔 잔대와 북어 두 마리를 넣어 삶아 마시면 효과가 있다. 그리고 기생충을 없애고자 할 때, 변비를 해소할 때에도 늙은호박을 이용했다. 구충제나 변비해소제로는 호박씨가 아주 좋은데, 볶은 씨 20g 정도를 1회분으로 해서 껍질째 씹어 먹거나 가루를 내어 하루 4~5번씩 4~5일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호박씨가 구충제 구실을 하는 것은 씨 속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중에 쿠쿠르비틴이란 성분이 구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호박을 남과(南瓜)라고 부르며, ‘동의보감’에 따르면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산후 진통을 낫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전한다. ‘본초강목’에서는 “호박은 속을 보해주고 기를 늘린다” 했고, ‘경험방’에는 “천식에는 커다란 호박의 속을 파낸 뒤 그 속에 보리엿을 채워 서늘한 곳에 한 달 가량 두었다가 쪄서 먹으면 좋다”는 처방전도 나온다.
최근에는 호박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불면증, 전립선염에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늙은호박이 전립선염에 좋은 이유는 셀레늄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이 셀레늄이 부족하면 전립선염 발병률이 4~5배 이상 높아지고 남성 불임증까지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농무부 농업연구소 연구에서는 셀레늄을 충분히 섭취할 경우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늙은호박의 황금색을 내는 색소인 루테인은 암 예방 효과가 있는데, 당근와 고구마와 함께 하루 반 컵 정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폐암의 위험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유불급(過猶不及)인 법, 너무 많이 먹으면 몸이 습해지고 기 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는 등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붓는다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잘게 썬 다시마에 북어나 멸치를 섞어 간장에 졸이면 다시마장아찌가 되고,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한쪽에만 얇게 발라 말린 뒤에 끓는 기름에 튀기면 다시마산자로 재탄생한다. 또 다시마조각의 앞뒤에 되직하게 쑨 찹쌀풀을 발라 말렸다가 기름에 튀기면 다시마부각 또는 다시마자반이 되는 것이다. 이도저도 복잡하다 싶을 때는 그냥 깨끗이 씻어서 구수한 막된장에 쌈을 싸 먹어도 입맛을 돋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선 다시마와 미역 등을 귀히 여겼으며 품질이 아주 좋아 신라시대에는 중국으로까지 수출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다시마는 거제도와 제주도, 흑산도 등지에서 많이 나는데 단백질과 지방, 당질, 무기질이 고루 들어 있고 특히 무기질이 많다. 무기질 가운데서도 철분과 칼슘이 풍부하며, 다시마의 칼슘은 소화흡수가 잘 되는 까닭에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한방에서는 갑상선 기능을 조절하고 혈액을 보충하며 변비나 부종, 부스럼 등 질병을 다스리는 약리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산기를 다스리고 종기를 가라앉히며 혹의 결기를 다스려서 단단한 것을 연하게 한다”고 했다. 또한 다시마 속의 알긴산이란 식이섬유(다시마의 미끈거리는 성분)는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을 내리는 데 효과적인데, 이 성분은 장 속에서 콜레스테롤이나 염분 등과 결합하여 변과 함께 배설된다. 알긴산은 장을 자극하여 장운동을 촉진하므로 변비를 다스리며, 발암물질을 흡착해 장막을 자극하지 않고 배설시키기 때문에 대장암이나 직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마에 많이 함유된 요오드는 갑상선 질환에는 좋지만 결핵균을 흩어지게 하므로 결핵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질 좋은 다시마를 고르려면 지나치게 검은색을 띠거나 황색을 띠면서 윤기가 없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줄기가 두툼하면서 바다 냄새가 풍기고 바짝 건조된 것을 고르는데, 다시마 표면에 묻어 있는 흰 가루를 손으로 찍어 먹어봐서 약간 단맛이 나는 것이 맛도 좋다.
문어, 단맛내는 ‘타우린’ 성인병 예방
우리나라에서는 명절이나 관혼상제 상차림에 흔히 문어를 올리고, 옛날부터도 문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경상도와 함경도를 포함한 37개 고을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서양에선 문어를 데빌 피시(Devil Fish, 악마의 고기)라 해서 거의 먹지 않았다. 유럽인들은 ‘흑심을 품은 괴물’ 또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약자를 괴롭히는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보았다. 제2차대전 초기 대영제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문어의 머리를 한 처칠 총리가 문어발로 인도와 아프리카 등 식민지를 휘감고 있는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꿈틀거리는 긴 다리와 약간은 혐오스러운 생김새 때문일까, 동양문화권에서도 문어를 달가워하진 않았던 듯하다. 간혹 문어 중에 두 마리가 서로 발이 얽힌 채 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교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철천지원수처럼 서로의 발을 잘라 먹느라 얽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일컬어 ‘문어 사랑’이라고도 표현한다.
그 이미지야 어쨌든, 문어는 예부터 보양식과 민간치료제로 애용되었다.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건곰’이 있다. 문어와 명태, 홍합을 넣고 잘 끓이다가 조미료 삼아 파를 썰어넣은 국으로, 노인들이나 병후 회복식으로 먹었다. 또 바닷바람과 햇볕에 껍질째 말린 피문어는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 산후조리하는 산모들에게 권했다. 고문서인 ‘규합총서’에는 “육질이나 맛이 오징어와 비슷하다.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알은 머리와 배, 보혈에 좋고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고 전해진다.
민간에서는 좀더 폭넓게 쓰였는데 치질로 고생할 때에는 먹통의 먹물을, 두드러기나 동상이 있을 때에는 문어 삶은 물로 닦아내 치료했다. 쇠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에도 문어 삶은 물이 아주 효과적이라고 한다. 때문에 소가 문어를 먹으면 장이 녹아서 죽는다는 옛말이 전하는 모양이다. 문어의 단맛을 내주는 타우린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하여 동맥경화나 심장마비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시력 감퇴를 예방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문어는 신선도를 가늠하기 힘든 수산물 중 하나지만 미끈미끈한 점액이 많거나 삶았을 때 껍질이 벗겨지면 선도가 떨어진 것으로 보면 된다.
겨울철 으뜸 영양 공급원 김
김은 해태, 해의, 감태라고도 부르며 김과 비슷한 것으로 청태(파래), 구강태, 쏙대기(못김, 돌김) 등이 있다. 지방마다 김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여수에서는 매산이라 부르는 파래로 김치도 담그고 강진에서는 파래보다 발이 더 가는 구강태를 솥뚜껑 위에 널어 말렸다가 멸치젓국, 파,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짭짤하고 고소하게 무쳐 먹는다. 자연산 김인 쏙대기는 빛깔이 아주 까맣고 빳빳한 것으로 일반 김보다 좀 늦은 시기에 나오는데 습기에 쉬 누지지 않아 찹쌀부각을 만들기 좋다.
김에는 비타민이 풍부해 겨울철 푸른 채소를 먹기 힘들던 예전에는 훌륭한 비타민 공급원이 되었다. 또한 김 100g 중에는 단백질이 35% 정도 들어 있으며 칼슘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맛도 일품이지만 영양까지 보충해주는 건강식품인 셈이다. 북한의 ‘로동신문’에서는 김으로 갑상선종, 림프결핵, 수종, 각기병, 기침 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가래를 삭일 때에는 김을 가루내 꿀물에 타서 1회에 6g, 하루에 세 번씩 먹으면 된다는 처방전도 전한다.
김은 채취 시기에 따라 맛과 향, 단백질 함량이 달라지는데 앞서 적은 것처럼 겨울 김이 가장 맛있다. 좋은 김은 검은빛을 띠고 윤기가 나면서 구멍이 적고 불에 구웠을 때 푸른색으로 변한다. 검은색 김이 푸르게 변하는 것은 붉은 색소인 피코에리스린이 청록색 색소인 피코시안으로 변하기 때문인데 잘못 보관하거나 오래 두어 습기에 눅눅해지면 불에 구워도 파랗게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묵은 김은 조림이나 장아찌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 우선 김을 물에 풀어 조리로 건진 다음 간장과 술, 참기름, 고추장 양념에 넣고 중불에 올려 되직하게 조린다. 김조림이 다 되면 통깨를 섞어 병에 담은 후 밑반찬으로 먹으면 된다.
달걀, 예민한 신경 진정시키는 건강식
평소 우리는 달걀을 상당히 많이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소비량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각국의 1인당 연간 달걀 소비량(2001년 기준)을 보면 일본이 346개, 대만 342개, 중국 301개, 미국 258개, 프랑스 265개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170개 정도에 그친다. 이는 한때 달걀이 고(高)콜레스테롤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고지혈증이나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인식된 것도 한몫 했다. 그러나 이런 질환을 걱정하여 달걀을 피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의 경우 달걀 섭취량이 이틀에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한 데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또 달걀 노른자에 많이 함유된 레시틴은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에게도 달걀은 매우 좋은 식품이다. 삶은 달걀 한 개의 열량은 80㎈밖에 되지 않지만 위 속에 머무는 시간이 3시간 15분이나 되는 까닭에 포만감을 주어 과식을 예방할 수 있다. 건망증이나 치매를 걱정하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노른자위 속의 인지질이 뇌세포와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이라 지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노화를 방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달걀 노른자에서 기름을 빼내는 난유와 식초에 달걀을 넣어 만드는 초란은 예부터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약재로 쓰였다. 난유에는 레시틴과 비타민E가 다량 함유되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 초란은 풍부한 단백질과 칼슘, 아미노산의 작용으로 피로해소와 당뇨병, 변비 등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걀에 들어 있는 풍부한 영양소를 이용한 민간요법이라 하겠다. 고문헌인 ‘본조식감(本朝食鑑)’에는 달걀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경련을 멎게 한다. 어린이의 신경증으로 인한 설사에도 좋다”고 실려 있다. 체질적으로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수험생 또는 직장인들에게도 달걀 요리는 훌륭한 건강음식인 셈이다.
해파리, 칼로리 없이 변비까지 말끔하게
해파리는 바닷물에 떠 있는 모양이 마치 달과 같다 해서 해월(海月), 수모(水母)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산어보’에는 속명을 해팔어(海八魚)라 했는데, 해파리의 생김새에 대해 아주 재미있고 상세하게 묘사해놓았다. “머리와 꼬리가 없고 얼굴과 눈도 없다.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 같고, 허리에 치마를 입어 다리에 드리워서 헤엄을 친다.…육지 사람들은 모두 삶아서 먹거나 회를 만들어 먹는다. 창대라는 사람이 전에 배를 갈라보니 호박이 썩은 속과 같았다고 하였다.”
한의서 ‘본초강목’에서는 해파리의 약리 효과를 얘기하고 있다. 목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소화불량 증세를 낫게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래를 삭이는 약효가 있다고도 전해지며, 옛날 소독약이 없던 시절에는 특효 살균제로 이용되기도 했다. 해파리를 상처 크기에 맞게 자른 다음 환부에 붙이고 붕대로 싸매두면 통증이 멎으면서 시원하고 염증이 가라앉는다 했다.
칼로리가 거의 없는 해파리는 다이어트 중이거나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 특히 피부미용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에겐 적극 권할 만한 식품이다. 얼굴에 기미가 끼거나 피부가 거칠어 화장을 잘 안 받는 원인 중엔 변비가 큰 몫을 차지하는데 해파리는 대장의 대사를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장을 말끔하게 청소해주기 때문이다.
또 해파리에 함유된 뮤신이란 성분이 세포의 젊음을 유지하고 기능을 활성화하는 까닭이다. 뮤신은 단백질과 당질이 결합한 것으로 콘드로이친이라는 물질이 주성분인데, 이 콘드로이친이 신체 조직의 수분을 유지시켜 피부나 혈관, 내장 등에 윤기를 준다. 한때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던 ‘해파리 콜라겐 알약’이 바로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해파리를 이용한 것이다. 게다가 해파리는 고혈압 등 순환기계 증세를 호전시키고 간장의 해독 능력까지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위장이 약하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파죽 먹고 땀내면 감기 ‘뚝’
파는 추위와 더위 모두를 잘 견디는 작물이라 북쪽은 시베리아로부터 남쪽은 열대 지방까지 분포되고, 중국에서는 3000년 전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로 각종 음식의 양념으로 썼다. 특히 고기와 생선의 좋지 못한 냄새를 없애주는 작용이 아주 뛰어나다. 이는 마늘에도 들어 있는 알리닌이란 물질 때문으로 고기나 생선의 잡냄새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 B1을 활성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파의 녹색 부분에는 비타민 A와 C가 많으며 철분 등의 무기질 함량도 풍부한 편이다.
파는 예부터 자양강장 효과가 뛰어나고 그 맛이 맵고 냄새가 나서 스님 등 참선수행하는 사람들은 멀리했다. 이렇게 부족한 기를 돋워주는데다 열을 발산시키는 효능과 함께 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는 감기 처방약으로 쓰였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총백탕은 파의 뿌리가 붙어 있는 흰 부분과 생강을 넣고 달여 먹는 것으로, 감기에 걸린 임산부나 아이들에게 많이 처방한다. 냄새와 맛이 역해 마시기 거북할 때에는 설탕을 조금 넣어 달이든가, 대추와 감초를 넣어 달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감기에 걸리면 파죽을 끓여 먹고 땀을 푹 내는 것도 좋다. 우선 총백(뿌리가 있는 파의 밑동)과 볶은 두시(흰콩)와 생강을 같이 넣고 푹 달인 다음, 그 물에 불린 멥쌀을 넣어 보통 방법대로 죽을 쑤면 된다. 먹을 때 입맛에 맞게 소금으로 간하고 파죽을 먹은 후엔 이불을 덮고 땀을 낸다. 땀이 나지 않으면 다시 먹는다. 파죽은 속을 편안하게 해주고 오래된 소화불량 증세와 갈증, 구토를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민간에서는 파의 뿌리와 비늘줄기를 거담제, 구충제, 이뇨제 등으로도 이용했고, 특히 파즙은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뛰어나며 해독과 두통에도 좋다고 한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파를 끓여 먹었고 피를 멈추게 할 때에는 환부에 파 껍질을 붙였다고도 한다.
검은콩, 막힌 곳 뚫는 천연 해독제
그런데 콩 중에서도 검은콩은 영양학적 가치는 물론이고 예부터 약으로 쓰던 곡식이다. 특히 상약(좋은 약재)으로 취급되는 쥐눈이콩(여두, 서목태로도 불림)은 신장 기능을 도와주고 맥이 막힌 것을 통하게 하며, 광물성 독을 비롯해 모든 독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콩을 쪼개 보았을 때 속이 노란 것은 서안태(鼠眼太, 또는 서리태)라 해서 콩나물콩 등으로 사용되며 속이 파란색을 띠는 것이 주로 약용으로 쓰이는 서목태(鼠目太)이다.
서목태는 일반 콩에 비해 이소플라본이 19.5배나 더 많이 들어 있으며,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조리해서 먹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지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우선 검은콩을 물에 넣고 달이거나 삶거나 찌면 성질이 몹시 차갑게 변한다. 따라서 신열이 있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약독을 풀어주고자 할 때에는 검은콩을 물에 달여 마시거나 두부로 만들어 먹는다. 반대로 콩을 불에 볶으면 성질이 아주 따뜻해지기 때문에 몸이 냉한 체질에 아주 효과적이다. 검은콩으로 죽을 쑤거나 장을 담가 먹으면 성질이 평해지거나 약간 차가워져서 소갈증(당뇨로 인한 입마름증)을 다스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문헌인 ‘향약집성방’에 보면 쥐눈이콩을 “까맣게 볶아 술에 담가놓고 조금씩 마시면 적풍(賊風,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과 풍비(風痺, 저림증), 산후 냉혈증에 좋다”고 전한다.
성인병과 탈모 예방, 변비 해소, 다이어트에 좋다는 초콩은 검은콩을 자연식초에 담갔다가 건져 먹는 것으로 콩과 식초의 약성을 이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위산과다나 위궤양 증상이 있는 경우, 또 공복에 초콩을 다량 섭취하면 위장 점막에 상처가 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콩에 함유된 사포닌은 항암 효과가 있는 좋은 성분이지만 요오드를 체외로 배출시키므로 갑상선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조심한다. 이는 콩을 먹을 때 해조류를 함께 섭취하면 좋다는 얘기도 된다.
호두, 보관하지 말고 바로 드세요
호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려 말로,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유청신(柳淸臣)이 호두를 가지고 와서 고향인 천안군에 심은 게 시초라고 한다. 오늘날 천안 호두과자의 명성이 생겨나게 된 이유인 셈이다. 호두는 주로 생식을 하지만 신선로나 과자, 엿 등에 넣어 먹는데 호롱불조차 귀했던 시절엔 호두껍데기에 심지를 박아 그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양질의 단백질이 많고 영양가가 높아 선식의 재료로 흔히 사용되는 호두는 쇠약해진 몸을 보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식품으로 손꼽힐 만하다. 하루에 호두 세 알만 먹으면 그날 필요한 지질분이 공급된다고 할 정도로 좋은 지질을 갖고 있으며,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피부에 윤기가 나고 고와지며 노화방지와 강장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인 노화방지학자인 미국의 스티븐 프랫 박사는 “일 주일에 몇 번 호두 한 줌씩 먹는 것만으로도 심장마비 위험을 최고 51%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방도 호두의 탁월한 효능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호두는 살을 찌게 하고 몸을 튼튼히 해주며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머리털을 검게 하며 기혈을 보한다”고 전한다. ‘약용식물사전’ 또한 호두는 “신장이 허해서 허리와 무릎이 약해지고 힘이 없어졌을 때 보혈 효과로 힘이 생기게 한다. 몽정이나 40, 50대 이후 성적 자극 없이 정액이 흘러나오는 유정을 다스리기도 한다. 신장의 기능을 강화시키기 때문에 이뇨작용을 하며 대변을 묽게 하여 변비를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호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과식은 삼가야 한다. 또 깐 호두는 오래 두면 기름기가 산패하여 변질될 우려가 있고, 껍데기를 까지 않은 것 역시 오래되면 맛과 영양이 떨어지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표고버섯 우러난 물은 국이나 찌개로
표고버섯은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식용 버섯이다. 특히 중국에는 송이버섯이 없기 때문에 표고버섯을 으뜸으로 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표고버섯의 효능에 대해 예부터 많이 연구했는데, 명나라 때 오서(吳瑞)라는 사람은 표고버섯의 효능을 ‘풍치혈파기익(風治血破氣益)’이라 하였다. 쉽게 풀면, 표고버섯의 포자에는 요즘의 독감이나 암에 속하는 풍을 다스리는 성분이 있다는 말이다. 또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을 예방·치료하고 허약해진 원기를 보해주니, 건강식품 반열에 올려놓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현대과학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표고버섯에 함유된 에리다데민이란 물질은 핏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로 표고버섯을 꼽는 이유도 육류의 콜레스테롤이 체내에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돼지고기의 단점인 냄새까지 없애준다. 에리다데민은 마른 버섯을 물에 우려낼 때 녹아 나오므로 버섯을 담갔던 물은 버리지 말고 국이나 찌개에 넣는다. 그리고 물에 불리는 시간을 되도록 짧게 하는 것이 좋은데, 이때 설탕을 조금 넣으면 버섯도 빨리 불고 감칠맛 성분도 쉽게 달아나지 않아 좋다.
또한 표고버섯의 성분이 인체 세포와 작용하여 인터페론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인터페론은 암 치료제로 쓰일 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러스 병의 특효약으로 각광받는데, 아직도 만들기가 어려워 일반인들에게 쉽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데 표고버섯을 먹으면 우리 몸속에서 저절로 인터페론이 생겨난다고 하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표고버섯은 보통 음식으로 만들어 먹지만, 그 자체로 물에 넣어 달이거나 가루로 내거나 술에 담가 먹으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예부터 민간요법에 많이 이용되었다. 우선 설사나 소화불량, 식욕부진으로 고생할 때에는 말린 표고버섯 12~15g을 1회분 기준으로 달인 후에 하루 두세 번씩 일주일 정도 마신다. 또 여성들의 경우, 부정출혈이나 자궁에 이상이 있을 때에는 햇볕에 잘 말린 표고버섯을 분마기에 갈아 가루를 낸 다음 한 번에 3g 정도씩 물에 타서 하루에 두 번씩 먹는다. 천식과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함께 우려낸 물을 반으로 줄 때까지 달여서 꿀을 타 마시면 좋다.
표고버섯물은 굳이 치료 목적이 아니더라도 평소 음료 대신 자주 마시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하지만 표고버섯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몸이 찬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후추, 오미자 가루와 섞으면 ‘무좀 안녕’
선조 때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신들을 보내 우리나라 정세를 염탐하도록 했다. 조선 침공에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였던 셈이다. 한양에 도착한 일본 사신들은 조정에서 베푸는 주연에 참석했는데, 술잔이 몇 순배 돌고 한창 흥취가 무르익을 무렵 두 명의 사신이 난데없이 후추를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워낙 귀한 식품인지라 벼슬아치는 물론 악공, 기생 가릴 것 없이 모두 후추를 주워서 허리춤에 집어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말 그대로 아수라판이 되었다. 이를 본 일본 사신들은 나라의 규율이 이렇듯 어지러우니 조선을 침략하기는 쉬운 일이라고 히데요시에게 보고했고, 결국 임진왜란이란 슬픈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덩굴성 식물인 후추는 수분을 풍부하게 함유한 작은 이삭 모양의 열매로, 이 열매가 채 여물지 않을 때 따서 건조시키면 흑후추가 되고 완숙시켜서 겉껍질을 벗겨내고 건조시키면 백후추가 된다. 향미 성분은 겉껍질에 많기 때문에 겉껍질이 붙은 채로 가공한 검은 후추가 더 맵고 향미 또한 강하다. 후추(호초, 胡椒)라는 명칭은 ‘후한서’에서 발견되는데, “서방의 이란인들이 전했다는 뜻을 담은 ‘호(胡)’에, 매운 맛이 있는 과실이라는 뜻의 ‘초(椒)’가 합쳐져 후추가 되었다”고 한다. 수입되는 양이 적었던 초기에는 약재로 취급되었으며 특히 불로장생과 정력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후추의 효능을 처음으로 언급한 책은 659년에 간행된 ‘신수본초‘다. “맛이 맵고 몹시 후끈거리며 독성이 없다. 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덥게 하며 담을 삭이고 오장육부의 풍냉(風冷)을 제거한다. 서융(西戎)에서 생산되며 음식물을 조리하는 데 이용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약명으로는 ‘호분’이라 불리며 고기의 독을 없애고 기생충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본다. 민간에서는 기침이나 구토, 설사, 무좀 등을 다스릴 때 후추를 사용하기도 했다. 배의 윗부분을 잘라 속을 파낸 다음 통후추를 넣고 푹 달여서 먹으면 기침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고, 녹두와 후추를 부드럽게 가루내어 5~6g씩 모과 달인 물에 타 마시면 구토와 설사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 한다. 후추와 오미자 가루를 같은 비율로 섞어 물에 개 바르면 무좀 치료에 좋다.
후추가 음식에 들어가면 육류의 잡냄새를 없애고 쉽게 상하지 않게 하며, 비타민 C의 산화를 방지한다. 또 드레싱에 사용하면 기름이 산화하는 것을 억제하고 상쾌한 향기가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위점막을 자극해서 충혈이나 염증을 일으키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다.
취나물, 기관지에 좋은 무기질 보물창고
취나물은 당분과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니아신, 비타민A·B1·B2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무기질의 보물창고로 봄철 나른해지기 쉬운 우리 몸에 원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또 따뜻한 성질을 지닌 취나물은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통증을 가라앉히는 작용도 한다. 만성기관지염이나 인후염이 있는 경우엔 장복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사들처럼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자주 아프거나 목소리가 갈라질 때에도 효과적이다.
한방에서는 각종 취나물의 뿌리를 캐서 잘 말린 후 한약재로 쓴다. 참취는 동풍채근, 산백채, 백지초라는 한약명을 갖고 있는데 진통 및 해독 작용이 있으며 타박상이나 뱀에 물렸을 때 치료약으로 쓴다. 호로칠, 산자원이라는 한약명의 곰취는 진해와 거담, 진통, 혈액순환 촉진제로 이용된다. 최근에는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식품으로도 가치가 높아졌다. 미역취는 만산황, 야황국, 지황화로 불리는데 이뇨와 해열, 감기, 두통, 황달 등에 이용되며 백자, 자영, 자원으로 불리는 개미취는 항균 효능이 진해 및 거담, 항균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뇨제나 만성기관지염의 치료제로 쓰인다. 패장, 택패, 녹장이란 한약명의 개암취는 간기능을 보호하고 산후복통,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등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취나물은 대개 뜯어서 말려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 취나물에는 수산이 많아 생것으로 먹으면 몸속의 칼슘과 결합하여 결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산은 열에 약하므로 끓는 물에 살짝 데치기만 해도 모두 분해되어 전혀 부작용이 없다. 참취와 곰취는 어린잎을 생채로 먹을 수 있는데 삼겹살을 싸 먹으면 소화도 잘 된다. 생잎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물에 씻지 않은 상태에서 비닐봉지에 넣고 세워서 보관해야 오래 간다.
술 마실 때에는 안주로 취나물과 깨두부를 같이 먹으면 숙취 해소에 좋다. 취나물의 비타민 C와 두부의 콜린, 참깨의 메티오닌 성분이 작용해서 간의 알코올 분해작용을 돕는 까닭이다.
톳, 바다에서 건진 철분·칼슘제
봄에서 초여름에 나는 것이 가장 연하고 맛이 좋은 톳은 예부터 데쳐서 나물로 먹었는데, 식량이 많이 부족했던 보릿고개엔 구황용으로 곡식을 조금 섞어서 톳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하지만 톳은 일본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서 한때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었으며, 일본에서는 톳의 중금속 해독 효과가 알려지면서 학생들 급식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오르는 메뉴라고 한다.
톳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좋은 이유는 철분, 칼슘, 요오드 등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철분은 체내의 영양흡수율이 겨우 1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서 항상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이므로 톳을 이용해 톳유부영양밥이나 톳멸치볶음 같은 음식을 만들면 훌륭한 건강식이 된다.
또한 톳은 ‘바다에서 건진 칼슘제’라 불릴 만큼 칼슘 함량도 높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칼슘 섭취량은 1일 권장량에 크게 못 미쳐 골다공증과 같은 질병이 늘고 있다는데, 톳 40g이면 하루 칼슘 필요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 임산부가 먹으면 치아가 건강해지고 머리카락도 윤기 나고 태아의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을 걱정해야 하는 성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식품이다. 톳은 알칼리성 식품이면서 콜레스테롤과 지방 흡수를 억제해주므로 평소 즐겨 먹으면 피를 맑게 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톳에 들어 있는 점질물이 장의 유동작용을 활발히 해서 장내의 노폐물이 잘 배출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톳 특유의 풍미와 독특한 맛을 온전히 느끼려면 나물로 무쳐 먹는 것이 좋다. 이때 무침 양념을 무엇으로 쓰느냐에 따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생톳을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다음 무채와 함께 간장, 고춧가루, 파, 마늘, 참기름을 넣고 버무리면 깔끔한 맛이 난다. 비릿한 바다 내음을 좀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무채를 빼고 멸치젓국을 밭아 생파래무침처럼 만들어본다. 간장 양념 대신 된장과 초고추장을 반씩 넣어 무쳐도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더없이 좋다. 술 마신 후 숙취로 고생할 때는 된장국에 톳을 넣어 끓이면 시원한 맛의 속풀이해장국으로 그만이다. 톳과 홍합을 잘게 썰어 부침으로 만들면 술안주로 손색이 없다.
도라지 겉껍질에 ‘사포닌’이 듬뿍
이 이야기말고도 도라지에 얽힌 전설은 수없이 많다. 그만큼 도라지가 우리 생활과 친숙하기 때문일 게다. 흔히 도라지는 뿌리만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어린 싹이나 잎을 데쳐 나물로도 먹을 수 있다. 옛날에는 도라지로 밥을 해서 흉년의 구황식으로도 이용했다. 도라지를 잘 씻은 다음 충분히 삶아서 주머니에 넣고 물에 담가 발로 밟아주면 쓴맛이 빠지므로 이를 밥에 섞어서 먹었다고 한다. 16세기 중엽의 ‘구황촬요(救荒撮要)’에 따르면 도라지로 장을 담갔다고 하며, ‘증보산림경제’에는 이른봄에 큰 도라지를 골라서 쓴맛을 뺀 다음 꿀을 섞어 약한 불에 졸여 도라지 정과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도라지는 약으로도 널리 쓰였다. 문헌 중에는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 처음 나오는데 “맛이 맵고 온화하며 독이 약간 있다. 2~8월에 뿌리를 캐며, 햇볕에 말린 것은 인후통을 잘 다스린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은 맵고 쓰며 약간 독이 있다. 허파와 목, 코, 가슴의 병을 다스리고 벌레의 독을 내린다”고 말한다. 한자어로 길경, 백약, 경초, 고경으로도 불리는 도라지는 민간에선 기침이나 가래, 기관지염으로 고생할 경우 감초와 같이 달여서 치료약으로 써왔다. 또 도라지의 잎은 발이 부르터 아플 때 이용했고, 도라지와 수탉을 삶아 먹으면 대하증 치료에 도움이 되고, 도라지 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기름에 지져 먹으면 치통이나 설사를 다스릴 때 효과적이라 한다.
최근에는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이 혈당 강하, 항암작용, 위산분비 억제효과 등을 발휘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사포닌은 화장품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는 성분인데, 혈액 속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킬 뿐만 아니라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 한번에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뿌리를 약용할 때에는 겉껍질 부위를 마구 벗겨내지 않도록 않다. 껍질 부위에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는 까닭이다.
씀바귀, 봄철 나른함 쫓고 더위까지 예방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양기(陽氣)가 점점 강해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기 순환이 활발해지는 등 생체 리듬이 바뀌게 된다. 그러나 우리 몸은 생각처럼 그리 빨리 변하지 않는데 그 때문에 밥맛이 없다, 온몸이 나른하다, 몸이 무겁다, 자꾸 졸린다 등 춘곤증에 시달린다. 대개 춘곤증은 간장과 심장의 기운이 쇠약해져서 봄기운에 적응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수가 많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음식은 쓴맛이 나면서 향긋한 내음을 풍기는 식품이다. 쓴맛은 오장육부 중에 심장 기운을 도와주는 까닭이다.
쓴맛을 내는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씀바귀가 으뜸이다. 중국에서는 아이가 갓 태어나면 젖을 먹이기 전에 오향(五香)이라 해서 다섯가지 맛을 먼저 보여준다고 한다. 첫번째는 식초 한 방울, 두번째는 소금, 세번째는 씀바귀의 흰 즙, 네번째는 혀끝을 가시로 찌르고, 다섯번째는 사탕을 핥아먹게 한다는 것이다. 세상사 쓴맛단맛을 일찌감치 맛보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초 시식 때 아이들에게 씀바귀나물을 먹였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음식을 통해 인생의 깊이를 가르치고자 했던 지혜가 느껴진다.
쓴나물, 싸랑부리, 씸배나물, 고채(苦菜)라고도 불리는 씀바귀는 옛날부터 봄철 미각을 돋워주는 먹을거리일 뿐 아니라 좋은 민간약이었다. 이른봄 씀바귀나물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했던 옛날 어른들의 믿음대로 약효가 뛰어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오장의 독소와 미열로 인한 한기를 풀어주며 장기의 기능을 강화해준다. 또 노곤해지는 봄철 정신을 맑게 해주며 부스럼 등 피부병에 좋다고 하였다. 이 밖에도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면서 배뇨시 아랫배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을 때도 효과적이며 기침 증상을 가라앉힐 때도 좋다. 민간에서는 타박상이나 종기가 있을 때 씀바귀를 짓찧어 환부에 붙이고, 음낭 습진으로 고생할 때는 씀바귀 달인 물로 환부를 닦아냈다.
최근엔 씀바귀가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었다. 원광대 인체과학연구소에서는 2년 동안 씀바귀의 성분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씀바귀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14배, 항박테리아 효과가 5배, 콜레스테롤 억제 효과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스트레스, 항암, 항알레르기 효과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은 면역증진과 항암에 뛰어난 알리파틱, 그리고 노화억제와 항산화 기능을 지닌 시나로사이드 같은 성분이 다른 식품에 비해 풍부하기 때문이다.
소라, 술독 풀어주는 젊음의 묘약
제주도에서는 옛날부터 큰 병을 앓고 나면 소라 국물을 먹여 몸을 추스르게 했고 노인들에겐 최고의 영양식으로 전해진다. 이는 소라에 함유된 풍부한 영양소를 살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일이다. 소라는 고둥류 중에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고 비타민도 비교적 풍부하다. 특히 타우린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젊음의 묘약인 비타민 E와 아연도 들어 있다. 또한 아르기닌과 히스티딘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여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좋고, 비타민 B2가 들어 있어 빈혈 예방에도 권할 만하다.
한자로 해라(海螺)라고 불리는 소라는 약으로도 이용되었다. 독성은 없으며(無毒),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明目), 갈증을 멈추게 하며(止渴),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利水), 술에 취했을 때 주독을 풀어준다(解酒毒). 여기서 갈증을 멈추게 한다는 것은 단순한 갈증만이 아니라 당뇨 증세로 갈증이 심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술독을 풀어주는 데 좋다고 했으니 술안주로 소라를 먹으면 숙취 예방에 효과를 볼 수 있겠다.
또한 ‘동의보감’을 보면 살아 있는 소라의 뚜껑을 열고 그 속에 황련이라는 약재를 넣어두면 즙이 생기는데, 이 즙을 눈이 아프고 잘 낫지 않을 때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했다. 황련이란 생약에 베르베린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그것이 살균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라는 흔히 물에 삶거나 불에 구워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육질이 단단하고 씹으면 꼬들꼬들한 맛이 좋긴 하지만 소화흡수율이 낮은 게 흠이다. 따라서 소화기가 약한 사람이나 노인들에겐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땐 소라 삶은 물을 권한다. 소라 삶은 물은 영양 공급뿐만 아니라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을 좋게 해주는 건강식으로 한방에도 알려져 있다. 입시 준비를 하는 수험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품이라 하겠다.
소라를 먹기 전에는 타액선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타액선은 소라를 익혔을 때 하얀색 덩어리로 보이는 것인데, 이 타액선에 테트라민이라는 독소가 있어 잘못 먹으면 두통과 현기증, 메스꺼움 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소라를 고르려면 껍데기가 얇고 손으로 들어봐서 묵직함이 느껴지고 힘이 있는 것으로 고른다.
머위, 유럽이 인정한 천연 항암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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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위는 지방에 따라 ‘모우’ 또는 ‘머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봄꽃 향기가 조금씩 짙어지는 3~4월이 되면 집 주변의 담 아래나 도랑가의 습기 있는 곳 혹은 골짜기의 논둑 등에 살며시 새순을 내밀며 올라온다. 잎이 나오기 전에 둥글고 커다란 꽃봉오리가 먼저 나오고 여러 개의 꽃이 합쳐지면서 희고 큰 송이를 이룬다. 한방에서는 머위 꽃봉오리 말린 것을 ‘관동화’라 하며 천식이나 기침 증상을 가라앉히는 약으로 쓴다. 채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따서 살짝 데친 후 잘게 썰어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아주 별미다. 또 새순을 채취해서 튀김반죽에 묻혀 튀기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그 곁에서는 털을 담뿍 뒤집어쓴 작은 잎들이 솟아오른다. 불그스레한 빛을 띠던 머위잎은 차츰 자라면서 우산 모양으로 둥글게 퍼지는데, 어린잎은 잎자루와 같이 따서 끓는 물에 데치거나 삶아 무침을 해 먹거나 잘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이용해도 좋다. 4월 이후에는 잎줄기의 껍질을 벗겨 삶아 들깨가루를 넣고 머위탕을 끓이면 춘곤증으로 시달리는 심신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몸보신 음식이 된다. 특히 머위는 약간 쌉싸름하면서도 특유의 향기가 있어 뚝 떨어진 입맛을 되살리는 데는 최고다.
이 밖에도 머위를 이용한 음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삶은 머위줄기를 얼린 두부와 유부, 표고버섯 등과 함께 다시마국물과 간장에 조리면 머위찜이 되고, 잎을 삶아 물에 불려 아린 맛을 빼고 쌈을 싸서 먹으면 머위쌈이 된다. 머위의 새순을 살짝 데쳐 잘게 썬 다음 기름에 지져 된장과 맛술을 넣고 개면 머위된장이 되며, 머위줄기와 잎을 소금이나 된장에 절여두면 밑반찬으로 먹기 좋은 머위절임이 된다.
머위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활기를 돋운다. 그래서 옛날 우리나라 중부 이남 지방의 깊은 산골짜기에 사는 아낙네들은 봄에 이 나물을 따서 된장에 묻어두고 다음해 봄이 될 때까지 남편의 밥상에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거담·진해 작용 있어 천식과 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머위 달인 물을 마셨고, 해독작용이 뛰어나 등푸른생선을 조리할 때 함께 넣어 식중독을 예방했다. 종창이나 부기가 있는 경우엔 머위 뿌리나 줄기를 빻아서 환부에 붙였으며, 편도선이 부었을 때는 관동화를 갈아서 양치를 했다. 벌레에 물렸을 때에는 머위 잎과 줄기를 깨끗이 씻은 후 즙을 내어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머위가 탁월한 항암치료제로 인정받고 있다. 스위스의 자연치료 의사인 알프레트 포겔 박사는 “머위는 독성이 없으면서도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는 식물”이라고 했다.
죽순, 차로 마시면 태아 건강에 좋아
조선시대 문헌인 ‘증보산림경제’나 ‘임원경제지’ 등을 보면 죽순밥, 죽순정과, 죽순나물, 죽순찜 등 다양한 조리법이 나와 있고 ‘요리제법’과 ‘이조궁정요리통고’에는 생채와 나물로 죽순채가 중요하게 소개되어 있다. 요리에 이용하는 죽순은 통통하면서 껍질에 솜털이 많고 이삭 끝이 노란 것이 좋다. 무엇보다 어린 것이라야 하는데 완전히 자란 것은 맛도 거의 없고 마치 대나무를 씹는 듯하기 때문이다.
죽순은 건강식품으로 아주 뛰어난 효능을 지니고 있다. 죽순의 씹히는 맛을 내는 섬유질 성분은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주며 장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작용이 있다. 특히 이 섬유질에는 특수효소가 함유되어 있어 장 속의 유익한 균들이 잘 자라도록 도와준다. 죽순은 죽이, 죽아, 죽태라고도 불리는데 차로 만들어 하루에 20g 정도를 수시로 마시면 유산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태아도 튼튼해진다. 소주에 담가 죽순주를 만들어 먹거나 죽순을 구워 가루 낸 것을 먹어도 약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죽순은 맛이 달고 약간 찬 성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번열과 갈증을 해소해주며 몸속의 체액이 순조롭게 돌아가도록 해주고 원기 회복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죽순의 찬 성질로 인해 복부가 차가워진다고 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체질적으로 손발이 유난히 찬 사람, 입술에 푸른빛이 도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한국본초도감’에는 죽순이 혈압을 내리며 햇볕에 의한 피부염, 만성기관지염, 불면증 치료에 높은 치유율을 보인다고 전한다.
죽순을 이용할 때에는 ‘본초강목’의 저자 이시진의 말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죽순을 채취할 때는 바람을 맞으면 굳어지므로 마땅히 바람 부는 날을 피해야 한다. 죽순을 물에 넣으면 살이 굳어지고 껍질을 벗기고 삶으면 맛을 잃고 날것을 칼질하면 부드러움을 잃는다. 그러니 삶아서 오래 두는 것이 마땅하고 날것은 반드시 사람에게 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