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5

醉月 2012. 4. 13. 11:20

소달기가 천자의 연회에 요괴를 초청하다

汜水關사수관의 수장 韓榮한영은 문왕이 강자아를 초청하여 주나라 재상으로 삼은 것을 알고, 서둘러 상소문을 작성하여 파견관을 조가로 보냈다. 하루가 되지 않아 파견관이 조가로 들어가 문서방에 상소문을 올렸다. 그날 상소를 본 사람은 승상 比干비간이었다. 비간은 상소를 보고 강자아가 周주나라를 돕기 위해 재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말없이 신음을 내지르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강상은 본디 큰 뜻을 품었는데, 이제 西周서주를 보좌한다니, 그 마음 적은 것이 아니다. 이 상소는 아뢰지 않을 수 없구나.”

 

비간은 상소문을 가지고 摘星樓적성루로 가서 어지를 기다렸다. 주왕은 비간에게 들라고 명했다. “皇叔황숙께서는 무슨 아뢸 상주문이라도 있습니까?” 비간이 아뢰었다. “사수관 총병관 한영이 상소를 올렸사옵니다. 서주의 희창이 강상을 초빙해서 재상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 뜻이 작지 않다고 합니다. 東伯侯동백후가 東魯동로의 고향에서 반기를 들었고, 南伯侯남백후가 三山삼산 땅에서 병마를 주둔하였는데, 이제 西伯侯서백후 희창이 만약 變亂변란이라도 일으킨다면, 이때는 정히 병란이 사방에서 일어나는 것이니, 백성들은 천하가 혼란하다고 우려할 것입니다. 

 

하물며 홍수와 가뭄이 수시로 일어나 백성은 가난하고 군인들은 모자라며, 곳간은 텅 비었습니다. 더구나 聞太師문태사는 북쪽지방으로 원정을 가서 승패가 아직 가려지지 않았는데, 참으로 국사가 매우 어려우므로 君臣군신이 서로 반성해야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聖意성의로 판단하여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라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짐이 대전에 임하여 여러 경들과 함께 의론할 것이니 기다리시오.” 군신이 막 국사를 논의하는 중인데, 시어관이 아뢰었다. “北伯侯북백후 숭후호가 어지를 기다리옵니다.” 주왕은 숭후호가 누각 위로 오르도록 어지를 내렸다. 주왕이 말했다. “경은 무슨 아뢸 것이라도 있소?” 숭후호가 아뢰었다. “어지를 받들고 鹿臺녹대 축조를 감독하여, 2년 하고도 4개월이 되어 완공하였기에 특별히 복명하옵니다.”

 

주왕이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이 녹대는 경의 힘이 아니었다면, 종내 이렇게 빨리 완공될 수 없었을 것이오. 숭후호가 대답했다. “신이 주야로 공사를 독려하였는데, 어찌 감히 태만함이 있었겠사옵니까? 그리하여 공사가 빨리 끝났사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지금 강상이 주나라 재상이 되어 그 뜻이 작지 않다고 하여 사수관 총병관 한영이 상소를 올렸다오. 이 일에 대처하기 위해 어찌하면 좋겠소? 앞으로 서백후 희창의 큰 우환을 제거할 어떤 계책이 경에게 없겠소?”

 

숭후호가 아뢰었다. “희창이 무슨 능력이 있겠습니까! 강상이라는 자도 무슨 인물이라고 하겠습니까!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아 소견이 크지 못하옵니다. 반딧불의 빛처럼 그 밝음이 멀지 가지 못하옵니다. 이름이 주나라를 돕는 것이지, 찬바람 불 때 매미가 고목에 붙어 있는 것과 같아 오래지 않아 모두가 끝나버릴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만약 이 일로 병사를 출정하신다면 천하제후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옵니다. 신이 살펴보건대 달리 할 일이 없사옵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 일로 이런저런 저울질을 할 필요가 없다고 사료되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경의 말이 심히 옳구려.” 주왕이 또 물었다. “녹대가 이미 완공되었다니, 짐이 마땅히 행차해 보아야 하겠구려.” 숭후호가 아뢰었다. “친히 가시어 살펴보시기를 특별히 청하옵니다.” 주왕이 크게 기뻐했다. “두 분 경들은 잠시 누대 아래로 내려가, 짐이 황후와 함께 출발하도록 기다려 주시오.” 주왕이 천자의 수레를 타고 녹대를 감상하겠다며 어지를 내렸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녹대 높이 치솟아 하늘의 구름을 뚫을 듯한데, 선조인 成湯성탕의 뿌리와 싹이 끊어지는구나. 녹대 짓느라 토목공사 일으키자 사람들 실망은 깊어지는데, 백성들 원망이 일어나고 요사한 귀신들만 호응하는구나. 숭후호(공사감독관)의 악행 미워하지 않는 사람 없고, 많은 관리들 간신 비중에게 아첨하며 알랑거린다. 달기가 녹대에 여우를 불러들여 달밤에 가무를 즐기는데, 商朝상조 600년 역사가 물 가운데 떠도는 것처럼 위태하구나.”
 
주왕이 황후 달기와 함께 七香車칠향거에 오르자, 궁인들이 뒤따르고 시녀들이 분주했다. 녹대에 도착하자 과연 화려했다. 주왕과 황후가 수레에서 내리자 양쪽에서 부축하며 녹대 위로 올랐다. 참으로 신선 서왕모가 산다는 瑤池紫府요지자부와 玉闕珠樓옥궐주루와 같았으니, 무슨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의 하나인 蓬萊山봉래산 즉 蓬壺봉호나 해중의 方丈山방장산과 따로 말하리오! 둥글게 흰 돌로 섬돌을 쌓았고, 둘레는 모두 瑪瑙마노로 단장했다.

 

누각은 겹겹이 조각된 처마와 푸른 기와(碧瓦)가 드러났다. 정자와 누대는 모두 말과 짐승이 그려져 있고 금고리가 달려있었다. 궁전 가운데는 몇 개의 야광명주를 상감해 넣어 밤에도 화려한 빛을 발하면서, 공중을 비추었다.

 

좌우에는 모두 아름다운 옥과 질 좋은 황금으로 된 장식이 벌려져 있어 휘황찬란하였다. 재상 비간도 수행하여 누대 위에서 살펴보니, 얼마나 많은 돈과 양식을 허비하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무한한 보화와 놀잇감이야말로 가련한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짠 것인데, 쓸데없는 곳에 버린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얼마나 많은 억울한 원혼들이 피해를 당해 죽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주왕이 다시 달기를 데리고 누각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이는데, 비간은 녹대를 다 보고 탄식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글(賦)이 남아있어 이를 증명했다.

 

“누대는 높아 은하수에 닿을 듯
 정자는 우뚝 솟아 구름위로 솟아있는 듯하네.
 아홉 구비 난간은 옥과 금으로 장식하고 새겨서 광채가 빛나는데
 천 층 누각에는 별이 총총하고 달그림자 넘실된다네.
 기괴한 풀과 꽃들 그 향기는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진기한 새와 짐승들 그 울음소리 10리 까지 들리네.
 잔치 벌여 노는 자는 환락에 들떠 기뻐하지만
 힘들여 공역한 자의 노고는 간난신고(艱難辛苦)라네!
 벽을 바른 진흙은 만민의 고혈이고
 화려한 건물의 채색(采色)은 온 백성의 정신을 거둬들인 것이라네.
 비단 장식 비단 방석은 베 짜는 여인의 베틀을 다 비게 하였고    
 떠들썩한 사죽관현(絲竹管絃)악은 농촌 촌부들의 통곡으로 바뀌었네.
 진정 천하를 들어 한 사람을 받드니
 모름지기 사내 하나가 만백성을 학대했다네.”  

 

비간이 누대에서 바라보니, 주왕이 어지를 내려 악기를 연주하고 잔치를 베풀게 하였으며, 비간과 숭후호에게 연회에 자리를 내주었다. 두 신하는 술을 여러 잔 마시고, 술자리를 사양하고 누대를 내려갔다.

 

한편, 달기와 천자는 거나하게 술에 취했다. 주왕이 말했다. “사랑스런 그대는 일찍이 녹대가 완성되면, 신선 ․ 仙子선자 ․ 仙嬉선희들이 저절로 와서 즐길 것이라고 했소. 이제 녹대가 완성되었는데도, 신선 ․ 선자가 보이지 않으니 하루가 지나야 이를 것인가?” 이 말은 원래 달기가 강자아에게 죽은 玉石琵琶精옥석비파정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녹대의 설계도를 주왕에게 올려서 이를 강자아에게 짓도록 하여 강자아를 해치고 사특한 말로 주왕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었다. 런데 어찌 농담이 진담이 될 줄을 알았겠는가? 공사기간이 앞당겨져 오늘 완공되자, 주왕이 신선을 보고 싶다고 하며 달기에게 물었던 것이었다.

 

달기는 얼버무리면서 대답했다. “신선 ․ 선자는 淸虛청허하게 도를 닦는 분들이라, 모름지기 달빛이 원만하고 희고도 깨끗하게 비추어 푸른 하늘에 티끌하나 없을 때를 기다려야만 이곳에 오실 것입니다.” 주왕이 말했다. “오늘이 초열흘이니, 열나흘이나 열닷새날 밤이면 달빛도 원만하고 반드시 광휘하게 빛날 것이니, 짐으로 하여금 한번 신선 ․ 선자와 회동하게 해준다면 어떻겠소?” 기는 감히 변명을 하지 못하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승낙했다.

 

이때 주왕은 녹대위에서 환락에 빠지고 음란에 젖어 쉴 틈이 없었다. 종래에 복이 있는 자는 복덕이 저절로 생기고, 복이 없는 자는 재앙이 자꾸만 쌓여간다. 사치와 음란함은 몸을 잃게 하는 마약과 같은 것이었다. 왕은 밤낮 방종함에 빠져 전혀 꺼릴 것이 없었다. 달기는 주왕이 신선 ․ 선자 무리들을 보고자 함에 따라 마음속으로 걱정이 되어 밤낮으로 불안하였다. 날은 9월 13일, 한밤중 3경 무렵 달기는 주왕이 잠에 곯아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원래의 모습인 여우로 둔갑하고 궁궐의 구멍을 빠져나왔는데, 한줄기 바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朝歌城조가성 남문 밖에 이르렀다. 이어서 성을 떠나 35리 밖에 있는 黃帝황제 軒轅헌원의 무덤에 도착했다.

 

달기의 원래 여우 모습으로 이곳에 이르자, 많은 여우들이 일제히 영접하였고, 또 꿩의 요정인 머리가 아홉 개 달린 雉鷄精치계정도 상견하러 왔다. 치계정이 말했다. “언니는 어찌하여 여기에 오셨소? 언니는 깊은 황궁에서 무궁한 복을 누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찌하여 이곳에서 처량하게 사는 우리들까지 생각한답니까?”

 

달기가 말했다. “아우야, 내가 비록 너희들을 떠나, 아침마다 천자를 뫼시고 밤마다 군왕을 짝하지만 너희들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단다. 이제 천자는 녹대가 완성되자, 仙姬선희 ․ 仙子선자를 만나고 싶어 하시기에 내가 계책 하나를 생각했다. 아우들과 여러 아이들 중에서 둔갑하여 변신을 할 줄 아는 이들은 신선으로 변신하고 혹 선자나 선희로 변신하여 녹대로 와서 천자의 九龍宴구룡연 잔치에 참석하여 즐기고, 변신할 줄 모르는 이들은 스스로 그 목숨을 안전하게 하여 집을 지키도록 하여라. 그날을 기다렸다가 아우는 여러 아이들과 함께 오도록 하여라.”  

 

꿩의 요정인 雉雞精치계정이 대답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연회 자리에 참석할 수 없어요. 계산해보니 아마 39명 정도가 변신을 할 줄 알거예요.” 달기는 적절히 일을 잘 처리하라고 당부하고, 바람소리를 따라 궁궐을 나갈 때처럼 다시 궁궐로 돌아왔다. 주왕은 그때 까지도 크게 취하여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는데, 달기가 본모습인 여우 요괴로 변신하여 궁궐을 출입하는 사실을 어찌 알기나 하였겠는가?

 

그날 밤이 지나 날이 밝자 주왕이 달기에게 물었다. “내일은 십오야로서 정히 달이 가득 차는 만월인데, 여러 신선들이 올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달기가 아뢰었다. “내일은 잔치에 39석의 자리를 녹대에 3층으로 배열하여 마련하고 신선이 강림하기를 기다리소서. 폐하께서 만약 仙家선가를 만날 수 있다면 수명이 셀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이옵니다.” 주왕이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신선이 강림하면, 신하 1명에게 잔치에 참석하여 술을 따르도록 명해도 되겠느냐?” 달기가 대답했다. “모름지기 국량이 큰 대신이면 배석이 가능하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조정에 문무관원들 중에 다만 비간이 도량이 넓다하겠다.” 어지를 내렸다. “亞相아상 비간을 들라하라.”

 

얼마 되지 않아 비간이 녹대 아래로 주왕을 알현하러 왔다. 주왕이 말했다. “내일 皇叔황숙께서는 群仙군선들을 위해 베푸는 잔치에 배석하시오. 달이 오를 때에 이곳에 와 녹대 아래에서 어지를 기다리시오.” 주왕의 명을 받든 비간은 어떻게 신선을 모셔야 하는지 몰랐으며, 어리둥절한 채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어리석은 임금이여!  社稷사직이 이렇게 狼狽낭패에 빠져 있고, 나랏일이 날마다 기울어지는데, 이제 또 어리석은 마음과 엉뚱한 생각을 품고, 신선을 만나려고 한다. 이것 또 妖言요언과 같으니, 어찌 나라의 吉兆길조라 하겠는가!” 비간은 승상부로 돌아와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주왕은 다음 날 어지를 내렸다. 잔치 자리를 녹대 위에 마련하고, 39석을 모두 위를 향해 배열하고, 13석을 1층으로 하여 3층으로 벌려놓으라고 하였다. 주왕은 분부한대로 잔치자리가 적절히 갖추어지자, 태양이 서둘러 서산으로 지고, 밝은 달이 빨리 동쪽에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9월 15일 해가 저물자 비간은 조복을 차려입고 녹대 아래에서 어지를 기다렸다.

 

 

주왕은 해가 이미 서산으로 지고, 달빛이 동쪽 하늘에 나타나자 크게 기뻐하는데, 마치 수많은 珠玉주옥을 얻은 것 같았으며, 달기를 데리고 녹대 위에 올랐다. 황제의 잔치인 九龍筵구룡연의 자리를 둘러보니, 참으로 용을 삶고 봉을 구운 것 같은 山海珍味산해진미가 마련되어 있고, 바다와 같은 많은 술과 산 같이 쌓여있는 안주들이 색깔 별로 새로웠다.

 

자리가 이미 완비되자 주왕과 달기는 자리에 앉아 마시고 즐기며, 신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달기가 아뢰었다. “다만 여러 신선들이 이곳에 이를 때, 폐하께서 나타나시면 아니 되옵니다. 만일 天機천기가 누설되면, 신선들이 다시 강림하지 않을까 염려되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황후의 말이 맞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저녁 1경 가까운 시각에 사방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둔갑할 수 있는 여우들이 신선으로 변신하여 구룡연 잔치에 참석하는 장면은 어떠할까?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 있다.

 

“요사스런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 하늘과 땅을 가리는데
 차가운 안개와 음산하게 일어나는 희뿌연 먼지로 천지가 어둑어둑하구나.
 주왕은 녹대 앞에서 마음속에서는 전율이 일어나는데
 蘇氏소씨 달기는 눈앞에서 그의 여우 자손들이 대접을 받고 있다.
 다만 술잔치는 많은 복이 생긴다고만 알았는데
 누가 술잔을 탐하여 滅門멸문을 당하는 것을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괴이한 기운이 이미 王氣왕기를 흩어지게 했는데,
 지금까지 녹대에는 억울한 혼들의 비웃음만 남아있다네.”
 
이때 黃帝황제 軒轅헌원의 무덤 속에 있던 여우들은 천지의 靈氣영기를 채집하고, 日月일월의 精華정화를 흡수하여 혹 1,2백년, 혹 4,5백년씩 되었는데, 지금 仙子선자 ․ 仙姬선희 모습으로, 神仙신선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이러한 여우들의 요사한 기운이 삽시간에 밝은 달을 안개로 덮었다. 바람소리가 크게 일어나는데, 호랑이가 울부짖는 듯 했다. 다만 녹대 위에는 표표하게 낙엽이 떨어지듯 사람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신선들이 하강해오자 달빛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기가 조용히 아뢰었다. “폐하, 仙子선자가 왔습니다.” 당황한 주왕이 비단 주렴사이로 한번 쳐다보니, 그들 중에는 청 ․ 황 ․ 적 ․ 백 ․ 흑색의 오색 옷을 입고, 魚尾冠어미관과 九揚巾구양건과 一字巾일자건을 쓴 자가 있는가 하면. 頭陀僧두타승으로 분장한 자도 있고,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자들도 있었다.

 

여우들이 변신한 仙子선자들 중에는 용틀임 하듯 구름모양으로 머리를 틀어 올린 仙子선자와 仙姬선희들도 있었다. 주왕은 주렴 안에서 이를 보면서 마음이 크게 기뻤다. 문득 한 선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道友도우 여러분, 머리를 조아려 인사 올립니다.” 여러 신선들이 답례를 하였다. “지금 주왕께서 자리를 마련하여 우리를 위해 鹿臺녹대에 잔치를 베풀었으니 진실로 후한 은혜이십니다. 다만 바라건대 나라의 복록이 천년토록 보존되고, 皇國황국의 기틀이 만만세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때 달기가 안에서 어지를 전했다. “주연에 배석한 관리는 녹대 위에 오르시오.” 재상 比干비간이 녹대에 올라 달빛 아래 한번 둘러보니 과연 모두가 仙風道骨선풍도골이었고, 사람마다 不老長生불로장생한 사람들 같았다. 비간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 일은 실로 이해하기 어렵구나! 사람의 모습들이 두 가지이나, 나 비간은 나아가 예를 올려야겠구나.” 안에서 한 도인이 말했다. “선생은 어떤 사람이오?” 비간이 대답했다. “소생은 아상 비간인데, 어지를 받들어 잔치에 배석했습니다.” 그 도인이 말했다. “기왕 이곳에 참석한 인연이 있으니, 수명 1천세를 드리겠소.”
 
비간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에 회의가 일어났다. 안에서 어지가 내렸왔다. ‘술을 따르라.’ 비간은 황금 호로병을 들고, 39석에 술을 모두 따랐다. 재상의 신분으로 요사한 기운을 눈치 채지 못하고, 황금 호로병을 품에 안고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 여우들이 둔갑한 신선들은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비록 服色복색이 변했지만, 그 여우의 냄새는 변화시키지 못해, 비간은 그 냄새를 맡게 되었다.

 

비간이 가만히 생각해본다. ‘신선은 6根근이 청정한 몸인데, 어찌하여 똥 같은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지!’ 비간은 탄식했다. “현재 천자가 무도하여 요사하고 괴이한 것들이 생겨났는데, 나라를 위해 상서롭지 못하구나.” 비간이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데, 달기가 잔치에 배석한 관리는 큰 잔에 한 잔씩 올리도록 했다. 비간이 순서에 따라 39석의 자리에 잔을 따랐다. 그때 달기가 다시 말했다. “배석한 관리는 다시 한 잔을 올려라.” 비간이 매 자리마다 술 한 잔을 올렸다. 이 술은 勸杯酒권배주로 여러 요괴들이 연이어 두 잔을 마시게 되었다.

 

요괴들은 일찍이 황실의 御酒어주를 마셔본 적이 없어, 주량이 큰 여우들은 지탱할 수 있었지만, 주량이 작은 여우들은 견딜 수가 없었다. 요괴들이 술에 취하자 모두 여우꼬리를 늘어뜨렸다. 단지 달기는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모르고, 그녀의 동료인 여우들에게 술을 마시게 했다. 다만 이 술기운이 한번 발작하여 멈출 수 없게 되었고, 그들은 모두 원래 여우의 모습을 드러냈다. 비간이 제2층에서 술을 따르고 있는데, 이미 술을 따른 1층에는 모두 꼬리를 널어 떨이고 있었다. 그 꼬리는 모구 여우꼬리였다.
 
때마침 달이 하늘 가운데서 비추자, 비간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 사실을 명백하게 간파하자, 이미 후회막급일 뿐이며, 암암리에 비통한 소리를 내질렀다. 내 몸이 재상의 자리에 있는데, 도리어 요괴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다니, 몹시 부끄러울 뿐이구나! 비간은 감당하기 어려운 여우의 냄새를 맡아가면서, 몰래 切齒腐心절치부심했다.

 

이때 달기는 주렴 안에서 잔치에 참석한 관리가 석 잔의 술을 올리자, 작은 여우들이 술에 취해 만약 이들의 본 모습이 드러나면 볼썽사나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달기는 어지를 내렸다. “陪宴官배연관은 잠시 녹대 밑으로 내려가시오. 술을 더 따를 필요가 없소. 여러 신선들은 자유로이 각자의 洞府동부로 돌아가시오.” 비간은 어지를 받고 녹대를 내려가는데, 기분이 언짢은 것이 말이 아니었다. 궁궐 內庭내정을 나와 分宮樓분궁루 ․ 顯慶殿현경전 ․ 嘉慶殿가경전 ․ 九間殿구간전을 지났다.  

 

남문을 지나 말에 올랐는데, 앞쪽에서 한 쌍의 紅紗燈홍사등이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바로 무성왕 황비호가 황성을 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간이 앞으로 나아가자 황비호가 말에서 내려 놀라면서 비간에게 물었다. “승상께서는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시기에 이 늦은 시각에 궐문을 나소십니까?” 비간이 발을 구르며 말했다. “황대인! 나라가 어지럽고 기울려고 하니, 분분히 요괴들까지 나와 조정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소! 어제 늦게 천자께서 나에게 仙子선자 ․ 仙姬선희들을 위한 잔치에 배석하라 하였소. 저녁 1경 무렵 달이 떠오르자 어지를 받들어 녹대에 올랐다오. 한 무리의 도인들이 각기 청 ․ 황 ․ 적 ․ 백 ․ 흑색의 옷을 입고, 선풍도골의 형상을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여우 요괴들이었소.”

 

비간이 녹대에서 있었던 일을 황비호에게 이야기했다. “그 신선으로 변신한 요괴들이 거푸 두서너 잔의 술을 마시자 여우꼬리를 늘어뜨렸는데, 내가 달빛아래서 명확하게 보았다오. 사정이 이러하니, 어떻게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이오!” 황비호가 말했다. “숭상께서는 돌아가십시오. 末將말장인 제가 내일까지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비간은 관사로 돌아가고, 황비호는 부하인 黃明황명 ․ 周紀주기 ․ 龍環용환 ․ 吳乾오건 등에게 명을 내렸다. “너희 4명의 장수들은 각기 건장한 병졸 20명씩을 거느리고, 동서남북으로 흩어져라. 어떤 도인들이 문을 나서는 것이 보이면, 그들의 소굴까지 끝까지 따라갔다가 돌아와 반드시 사실대로 보고해야한다.” 네 명의 장수가 명을 받아 떠났으며, 황비호도 관사로 돌아갔다.

 

한편, 여우들은 뱃속에 들어간 술이 부글거리며 취기가 오르자, 요괴의  근본 바탕을 견뎌내지 못하고, 몽롱함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남문 위에서 하나씩 하나씩 모두 떨어져 내려왔다. 그들은 몸을 질질 끌고 떠밀리면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왁자지껄하게 지나갔다. 여우들이 남문을 나설 때 거의 5경이 되어 남문이 열렸다. 미행하던 주기는 멀리서 그 어두운 그림자 중에서 그들을 명확하게 보았다. 정탐병을 뒤따르게 하여 그들의 상황을 탐색했다. 조가성에서 35리 떨어진 곳에 軒轅헌원의 무덤이 있었고, 무덤 옆에 돌구멍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 도인과 선자들이 모두 돌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다음날 황비호가 전각에 오르자 4명의 장수가 돌아와 보고했다. 주기가 말했다. “어제 남문에서 도인 30~40명의 뒤를 밟아 정탐했는데, 모두 헌원의 무덤 옆 돌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정탐한 것은 모두 사실이오니,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황비호는 즉시 주기에게 명했다. “3백 명의 家將가장들을 거느리고, 장작을 가지고 가서 돌구멍을 막고, 장작에 불을 질러라. 그리고 하오에 돌아와 보고하라.”

 

주기는 명을 받고 떠났다. 수문관리가 보고했다. “亞相아상께서 오셨습니다.” 황비호가 아상 비간을 맞아들여 내정에 오르게 하여 예를 마치고, 주인과 빈객이 자리를 나눠 앉았다. 두 사람이 차를 마시고 나자, 황비호는 주기가 보고한 일을 비간에게 설명했는데, 비간은 크게 기뻐하며 사례를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곳에서 나라의 일을 담론했다. 무성왕 황비호가 술자리를 베풀어 승상 비간과 함께 잔을 주고받는 사이에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주기가 돌아와 보고했다. “명을 받들어 여우가 들어간 헌원 무덤 옆 돌구멍에 불을 놓아 한낮까지 태웠습니다. 이제 특별히 돌아와 보고를 올립니다.” 황비호 말했다. “소장이 승상을 모시고 함께 가보심이 어떻겠습니까?” 비간이 수레를 타고 가기를 원했다. 두 사람이 장수와 병사를 거느리고, 함께 남문을 나와 35리를 가자 헌원의 무덤 앞 이르렀는데, 연기와 불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 황장군이 말에서 내려 가장들에게 불을 끄라고 명하고, 쇠갈퀴로 끌어내고 치우도록 했다. 장졸들이 명을 받고 분주히 움직였다.


한편 이 여우들 중에 술을 마신 것들은 죽어도 마땅하지만, 변신할 줄 모르는 여우들은 돌구멍 속에 있다가 죄도 없이 모두 한 굴에서 죽게 되었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 녹대에서 즐거워하며 술잔을 주고받는데, 여우들은 무슨 일로 신선으로 변신하여 잔치에 참석했는가? 다만 여우의 더러운 냄새 때문에 사람들은 신선이 여우인 것을 간파하였는데, 이로 인해 몸이 불태워지고 뼈가 가루가 되는 재앙을 초래했다네.”

 

여러 장졸들이 얼마 되지 않아 여우를 끄집어내니 털이 타고 살이 문드러져 있었고, 지독한 노린내를 맡을 수가 없었다. 비간이 무성왕 황비호에게 말했다. “이 많은 여우들 중에서 아직 불에 타지 않은 것은 잘 골라내어 껍질을 벗기어서 옷을 하나 지어 황제께 드립시다. 그러면 달기의 마음이 당혹하게 되어, 요괴가 천자 앞에서 불안하게 되어 반드시 안으로 혼란이 생길 것이오. 천자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혹 달기를 벌주어 귀양을 보낼지도 모르니, 우리의 충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소?” 두 신하는 함께 일을 논의하고 크게 기뻐하며 각기 관사로 돌아갔다.


옛말에 이르기를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간여하지 않으면 종래 아무 일도 없을 것인데, 당신이 간여하여 공모하는 가운데 재앙을 불러들여 그 화가 몸에 미치게 되었다.”라고 하는데, 앞으로 그들의 길흉이 어찌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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