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3

醉月 2011. 12. 30. 08:35

문왕이 비웅(飛熊)의 꿈을 꾸다

문왕이 대부 산의생의 말을 듣고, 서기의 각 성문에 방문을 내걸었다. 깜짝 놀란 軍民군민이 그 고시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고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서백 문왕이 군민에게 알리노라! 서기 경내는 道德도덕의 고장으로 병장기나 무력을 사용하는 근심이 없이 백성은 편안하고 물자는 넉넉하며, 송사는 줄고 관리는 청렴하도다. 과인이 유리옥에 갇혀 고초를 겪었으나 사면의 은혜를 입고 귀국했도다. 요즈음 재난이 빈발하고 가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이에 본토를 조사해 보니 재앙과 상서로움을 점칠 壇단이 없었다.

 

어제 서기성 서쪽에 관청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보았는데, 그곳에 臺대를 하나 지어 ‘靈臺’영대라고 이름 짓고, 바람과 기후를 점치고 백성의 재앙을 미리 살피고자 한다. 그러나 토목공사가 번잡하여 여러 군민의 힘을 상하게 할까 두렵도다. 특별히 매일 임금으로 은전 한 냥씩을 지급할 것이다. 이 공사는 역시 기일에 구애받음이 없이 백성이 편한 대로 따르겠다. 공사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자는 명부에 이름을 올려주면 곧 급료를 줄 것이다. 만일 원하지 않는 자는 각기 자신의 일을 경영하도록 하라. 절대 강제하지 않겠노라. 이 고시를 붙이니 여러 사람에게 알려주기 바라노라.”

 

서기의 여러 군민이 포고문을 한번 보고 모두 기뻐하며 일제히 입을 모아 말했다. “대왕의 은혜가 하늘 같은데 무슨 보상을 바랄 것도 없소. 우리는 해 뜨면 즐거이 놀고, 해지면 돌아와 쉬며, 태평스런 복을 앉아서 누리는데, 이는 모두 대왕이 베푸는 은덕입니다. 오늘 대왕께서 영대를 짓고자 하면서 오히려 工錢공전까지 주시겠다고 말씀하시니, 우리가 비록 온몸이 땅에 구르고 손발에 군살이 박힌다고 해도 역시 달게 감당하겠습니다. 하물며 우리 백성의 재앙과 상서로움을 점치기 위해 ‘영대’를 지으신다고 하는데, 어찌 대왕님께 공전(임금)을 받을 수 있으리오?”


전체 군민이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으며, 진정으로 힘을 보태어 누대를 짓기를 원했다. 산의생은 민심이 이와 같음을 알고 상소를 품에 안고 대전 안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이에 문왕이 말했다. “군민이 이미 이렇게 의기가 투합하였다니, 속히 교지를 내려 銀錢은전을 나누어 주도록 하라.” 여러 백성이 은전을 받았다. 문왕이 산의생에게 말했다. “가히 길일을 택하여 땅을 파고 공사를 일으키시오.”


백성은 마음을 다하여 진흙을 운반하고 나무를 베어 누대를 지었다. 정히 창밖에 햇빛은 손가락을 튕기듯이 지나가고, 좌석 앞에 꽃 그림자는 앉은 자리 사이를 옮겨갔다. 또한, 길을 가다가 꽃이 떨어져 땅을 붉게 물들이는 것을 보았는데, 순식간에 노란 국화가 동쪽 울타리에 피었듯이 시간은 흘러갔다. 영대를 짓는데 불과 1개월 만에 공사감독관이 공사가 완료되었다고 보고했다. 문왕이 크게 기뻐하며 문무 양반을 거느리고 수레를 타지 않고 성곽을 나와 영대에 도착하여 둘러보았다.


대들보의 조각과 기둥의 그림, 우뚝 솟은 누대는 참으로 일대 장관이었다. 이를 읊은 글(賦)이 남아 있었다.

“영대의 높이는 2장, 그 위세는 천 ․ 지 ․ 인 삼재를 눌렀다. 위로는 팔괘를 나누어 음양에 합치하고, 아래로는 九宮구궁에 배속하여 龍虎용호(동 청룡, 서백호 : 동서)를 정했다. 4각은 춘하추동 사시의 형상이 있고, 좌우에는 건곤의 상을 세웠다. 앞과 뒤는 임금과 신하의 의리에 배합하고, 주위에는 풍운의 기운이 있었다. 이 영대는 天心천심에 합치하고, 아래로는 地戶지호와 합치하며, 중간에는 사람의 뜻과 합치된다. 위로 천심과 합치되면 四時사시가 응하고, 아래로 지호와 합치되면 오행에 속하며, 중간에 사람의 뜻과 합치되면 바람과 비가 고르고 순하다. 문왕이 덕이 있으므로 만물은 빛나게 된다.


성인이 세상을 다스림에 백 가지 일이 감응하여 거슬림이 없도다. 영대를 세움으로 왕의 기틀(王基)이 세워졌고, 재앙과 상서로움을 검증 대조하여 제왕을 돕는다. 바야흐로 나라를 다스려 강산이 무성하니, 오늘 영대가 주왕이 조가에 세운 鹿臺녹대를 눌렀다.”


문왕은 문무 양반을 거느리고 영대에 올라 사면을 둘러보는데, 문왕은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이때 상대부 산의생이 반열에서 나와 아뢰었다. “오늘 영대가 완성되었는데, 대왕께서는 어찌하여 기뻐하지 않으십니까?” 문왕이 말했다. “기쁘지 않은 것이 아닐세. 이 누대가 비록 좋으나 영대아래 ‘물 ․ 불이 이미 건넜으니(주역의 63번째 괘인 水火旣濟卦수화기제괘), 음양이 서로 짝한다’라는 뜻에 응하는 연못 하나가 모자라기 때문이오. 과인이 다시 연못 하나를 만들고 싶으나 또다시 백성의 힘을 수고롭게 할까 염려되어, 마음이 무거울 따름이오.”


산의생이 아뢰었다. “영대를 짓는 공사가 이렇게 컸어도 오히려 얼마 걸리지 않아 완성되었습니다. 하물며 영대 아래 연못 하나 만드는 공사야 아주 쉬울 뿐입니다.” 산의생이 급히 문왕의 뜻을 전했다. “영대 아래 다시 연못 하나를 만들어 ‘水火旣濟’수화기제의 뜻에 부응하겠나이다!”

 

문왕의 뜻에 따라 산의생이 靈臺영대 아래에 연못 하나를 만들겠다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성이 큰소리로 외쳤다. “작은 연못 하나쯤이야 무엇이 어렵겠나이까? 대왕께서는 염려 마시옵소서!” 백성이 바로 곡괭이와 삽을 가지고 나와 일시에 흙을 파냈다. 땅을 파던 중 백골 하나가 나오자 누군가가 사방으로 던졌다. 문왕이 영대 위에 있다가 사람들이 백골을 던지는 것을 보고 물었다.


“백성이 던진 물건이 무엇이오?” 좌우에서 아뢰었다. “저곳에서 인골 하나를 발굴했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던져 버린 것입니다.” 문왕이 급히 자신의 뜻을 전하여 백성에게 명했다. “그 백골을 가져와 한곳에 모아 상자에 담아서 높은 언덕에 묻어 주도록 하라. 과인이 연못을 파라고 해서 이 해골이 드러났으니, 실로 과인의 죄가 아닌가?”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외쳤다. “성덕을 갖추신 임금이시여! 은택이 백골에 미치니, 하물며 우리 백성이야 어찌 비와 이슬이 만물을 적시는 것과 같은 큰 은혜에 젖지 않을 수 있을까? 참으로 인의를 널리 베푸시고, 천심에 합당한 도를 펴시니 서기의 만민들이 부모를 얻은 것일세!” 만백성이 환호성을 울리며 크게 기뻐했다.


문왕이 영대에서 연못 파는 것을 보다가 어느새 날이 점차 어두워져 궁궐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문왕은 문무백관들과 함께 영대 위에서 잔치를 베풀어 군신이 함께 즐기었다. 연회 자리를 파한 뒤 문무관원들은 영대 아래에서 편안히 쉬었고, 문왕은 영대 위에서 수놓은 침대를 펴고 잠이 들었다. 잠이 들어 삼경쯤 되어 꿈을 꾸었는데, 갑자기 동남쪽에서 흰 이마를 하고 겨드랑이에는 날개 한 쌍이 돋아나 있는 사나운 호랑이 한 마리가 침실 휘장 안으로 돌진해 왔다.


문왕이 급히 좌우 시위를 불렀으나 대답은 없고 단지 영대 뒤에서 큰 소리가 울리더니 불빛이 하늘로 치솟았다. 문왕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자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었다. 밖에서는 이미 3경의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문왕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꿈이 좋은 꿈일까, 나쁜 꿈일까? 날이 밝기를 기다려 다시 상의해 보아야겠군.”

다음 날 아침 문무백관이 영대에 올라 아침 알현을 마쳤다. 문왕이 말했다. “대부 산의생은 어디에 있는가?” 산의생이 반열에서 나와 예를 갖추고 말했다. “무슨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문왕이 어젯밤 꿈 얘기를 소상히 설명하고 “이 조짐이 과인에게 길몽인지 흉몽인지를 모르겠구려?” 문왕의 그 말에 산의생이 몸을 굽히며 축하의 말을 했다. “이 꿈은 대왕께서 크게 길하실 징조입니다. 대왕께서는 동량의 신하를 얻으실 것이온데, 뛰어난 현인으로 風后풍후와 伊尹이윤에 뒤지지 않을 인물일 것입니다.”  

 

문왕이 물었다. “경은 어째서 그와 같이 보고 있는가?” 산의생이 대답했다. “옛날 商상나라 高宗고종은 일찍이 飛熊비웅이 꿈에서 나타나서 벽돌 공사장에서 傅說부열을 얻었습니다. 이제 주공께서는 날개 달린 호랑이를 꿈에서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곰(熊)이옵고 또 영대 뒤에 불빛을 보신 것은 바로 불로 사물을 단련한다는 뜻이옵니다. 지금 서쪽은 오행 중 金금에 속하고, 쇠는 불에 의해 반드시 단련됩니다. 차가운 쇠를 단련하면 반드시 큰 그릇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는 바로 周주나라를 흥하게 하는 크나큰 길조이므로 신이 특별히 경하드린 것이옵니다.” 여러 신하도 이를 듣고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경하했다. 문왕은 궁궐로 돌아오면서 마음속으로 훌륭한 현인을 찾아서 이 좋은 조짐이 실현되기를 기대하였다.


한편, 姜子牙강자아는 조가성을 떠나면서 처인 馬氏마 씨와 헤어졌다. 土遁術토둔술을 사용하여 조가성을 떠나는 백성을 구제하고, 磻溪반계에 은거하여 渭水위수에서 낚시를 드리우며 세월을 보냈다. 자아는 한뜻으로 때를 지키고 천명을 기다리면서, 한가롭거나 바쁘거나를 막론하고 날마다 도가 경전인 ‘黃庭經’황정경을 독송하여 도를 깨닫고자 정진하였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푸른 버드나무에 의지하여 낚시를 드리웠다. 때때로 마음속에 崑崙山곤륜산이 떠오르면 사부님을 따르던 생각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고, 사부님의 가르침인 도덕을 잊을 수 없어 아침저녁으로 그리워할 뿐이었다.

 

하루는 낚싯대를 잡은 채 탄식하며 시를 지었다.
“나 스스로 곤륜산을 떠나온 지, 어느덧 8년이다. 商상나라 도읍 조가성에서 반년 간 영화를 누리며, 임금 앞에서 직간했다네. 조가를 버리고 서토인 서기로 돌아와, 반계에서 먼저 낚싯대를 잡았다. 어느 날에야 참된 주인을 만날까? 구름을 헤치고 다시 하늘을 보리오!” 자아는 시를 다 읊고 나서 수양버들 아래에 앉았다. 도도히 흐르는 물은 다함도 없고 쉼도 없이 밤새도록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인간 만고의 모든 고통을 견디어내는 듯했다. 정히 청산과 유수는 예전 그대로인데, 옛날과 지금이란 모두 헛된 것이었다. 자아가 탄식을 막 끝내는데, 저쪽에서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다가왔다. 

 

나무꾼이 다가오며 흥얼거리는 노래는 다음과 같았다.
“산에 올라 고개 넘어, 쿵쿵 나무 찍는 소리. 몸에 큰 도끼 둘러메고, 마른 등나무 찍는다네. 벼랑 앞에선 토끼 달아나고, 산 뒤에선 사슴의 울음소리. 나뭇가지 끝에선 기이한 새들 날고, 버드나무 너머에는 꾀꼬리 우네. 푸른 소나무 ․ 전나무 ․ 측백나무 보이고, 자두 꽃 희고 복숭아꽃 붉다. 근심 없는 나무꾼, 허리춤에 황금을 차고 있는 것과 같다. 땔나무 한 짐 지고 가서 쌀 석 되로 바꾸고, 때로는 채소와 술 한 병 산다네. 달을 마주하여 술을 마시며, 산림을 즐겁게 지킨다네. 깊은 산 그윽한 곳, 수많은 골짜기 소리조차 없이 조용하다네. 기이한 꽃 이름 모를 풀들 해 뜨면 다투어 피어난다네. 소요자재하며 내 마음 가는 대로 오고 간다네.”


나무꾼은 노래를 마치자 나뭇짐을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와 잠시 쉬면서 자아에게 물었다. “노인장! 나는 늘 당신이 여기에서 낚싯대를 잡고 고기를 낚으려 하는 것을 보았는데, 나와 당신은 마치 옛날이야기(故事)에 나오는 한 장면 같소.” 자아가 물었다. “어떤 고사와 같다는 것이오?” 나무꾼이 대답했다. “나와 당신은 마치 ‘어부와 나무꾼의 문답’(魚樵問答)과 같다는 것이오.” 자아가 크게 기뻐하며 대답했다. “ ‘어부와 나무꾼의 문답’이라, 그거 좋구려.”  나무꾼이 물었다. “노인장의 성씨는 무엇이며, 어느 곳에 사시는지? 무슨 연고로 이곳에 오셨는지요?” 자아가 대답했다. “나는 동해의 許州허주사람이오. 이름은 姜尙강상, 자는 子牙자아이며, 도호는 飛熊비웅이오.”

 

나무꾼은 다 듣고 나서 너털웃음을 웃으며 그치지 않았다. 자아가 나무꾼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름이 무엇이며, 누구인가?” 나무꾼이 대답했다. “성은 武무씨이고, 이름은 吉길. 즉 武吉무길이며, 조상 대대 西岐서기 사람이오.” 자아가 물었다. “당신은 방금 내 이름을 듣고, 도리어 큰 소리로 웃고만 있으니 무슨 까닭이오?” 무길이 대답했다. “당신이 방금 도호를 飛熊비웅이라고 말씀하셔서 웃었습니다.” 자아가 말했다. “사람마다 호가 있는데, 어찌하여 우습단 말이오?”

 

나무꾼이 대답했다. “옛날 사람들은 고명한 선비나 성인 ․ 현인이라야 가슴에 주옥과 같은 재주를 감추고, 뱃속에 끝없는 수를 놓은 듯 훌륭함을 숨기고 있어서, 風后 풍우 ․ 力牧역목 ․ 伊尹이윤 ․ 傅說부열 같은 한 시대를 움직인 뛰어난 사람들이나 그 호를 불렀소. 그런데 당신도 이런 호가 있다니, 이름이 실제와 어울리지 않아 웃었을 뿐이오. 내가 보아도 푸른 버드나무에 기대어 낚싯대를 드리우고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데 말이오. 농사를 내팽개치고 밭의 나무 그루를 지켜 토끼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守株待兎’수주대토 격이며, 그저 맑은 물결만 바라보고 있소. 식견조차 고명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찌하여 도호까지 들먹인단 말이오?”

 

무길이 말을 마치고 시냇가로 가서 낚싯대를 들어보니 낚싯줄에 바늘이 하나 붙어 있는데, 바늘 끝이 곧고 구부러지지 않은 것이었다. 나무꾼은 拍掌大笑박장대소하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나무꾼이 자아와 마주하여 머리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지혜는 나이가 많은 것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아무리 많아 100세가 되어도 무모하고 헛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나무꾼이 자아에 물었다. “그런데 노인장의 이 낚싯바늘은 어째서 구부러지지 않았소? 옛말에 ‘향기로운 미끼로 금 거북을 낚는다’라고 하였소. 내가 한 가지 방법을 전해 드리겠소. 이 바늘을 불에 발갛게 달구어 두드려서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고, 그 위에 향기로운 미끼를 달도록 하시오. 낚싯줄 위에다 물에 뜨는 찌를 달면 고기가 와서 삼킬 때 찌가 자동으로 움직일 것인데, 이것으로 물고기가 온 것을 알아챌 수 있소. 이때 낚싯대를 한번 위로 쳐올리면 낚싯바늘이 물고기 볼이나 아가미를 꿰게 되어 비로소 잉어를 얻을 수 있소. 이것이 바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라오. 이렇게 생긴 낚싯바늘로는 3년이 아니라 백 년을 기다려도 고기 한 마리 잡을 수 없을 것이오. 보아하니 노인장은 어리석은 분 같은데, 호는 어찌하여 飛熊비웅이라고 하셨소?”

 

자아가 대답했다. “당신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려. 늙은이가 이곳에서 이름 하여 낚시를 드리우고 있지만, 나의 뜻은 고기 잡는 데 있지 않소. 나는 이곳에서 지금 청운의 꿈을 안고 때를 얻기를 기다리는 것에 불과하나 때가 되면 구름을 걷어내고 떨쳐 일어나 하늘로 뛰어오를 텐데, 어찌 굽은 바늘로 고기를 낚겠소! 이것은 장부가 할 바가 아니오. 나는 차라리 곧은 것 중에서 취할지언정 굽은 것에서는 구하지 않을 것이오. 비단잉어 같은 물고기를 위해서 낚시를 드리운 것이 아니라 왕과 제후를 낚으려 하는 것이라오.”

 

이어서 시를 읊조렸다.
“짧은 낚싯대에 긴 낚싯줄로 磻溪반계를 지키니, 이러한 계책을 누가 알리오? 다만, 당대의 임금을 만나기 위해 낚시질을 하고 있는데, 어찌 나의 뜻이 물속의 물고기에 있으리오!” 무길은 다 듣고 나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 “노인장은 王侯왕후(제왕이나 제후)가 되려고 하시는구먼! 그런데 노인장의 얼굴을 뜯어보니 왕후는커녕 꼭 원숭이 같구려!” 

 

자아의 관상이 원숭이 같다는 무길의 말을 받아 자아도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나의 관상이 왕이나 제후의 상이 아니라고 했는데, 내가 당신의 관상을 보니 좋은 것이 하나도 없구려.” 무길이 대답했다. “내 관상은 그래도 노인장보다야 조금 낫다오. 내가 비록 나무꾼이지만 진정으로 노인장보다야 더 유쾌하게 산다오. 봄이면 복숭아꽃과 살구꽃을 보며, 여름이면 붉은 연꽃을 즐기고, 가을에는 노란 국화를 보고, 겨울에는 매화와 소나무를 감상한다오.”


그러면 나 또한 시를 한 수 지으리니 들어 보시오.
“땔나무 한 짐 해서 시장에 나가 팔아, 술 한 병 사서 집에 돌아와 母子모자가 즐긴다. 나무하는데서 생계 운영의 즐거움을 알고, 천지가 바뀌고 변하는 것을 집에서 살핀다네.” 나무꾼의 읊조림이 끝나자 자아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말하는 그런 종류의 관상이 아니오. 내가 보건대 당신 얼굴의 기색이 그렇게 좋지 않다오.” 무길이 물었다. “당신이 보기에 내 기색이 어떻게 좋지 않단 말이오?” 자아가 대답했다. “당신의 왼쪽 눈이 푸르고 오른쪽 눈이 붉은 것을 보니, 오늘 서기성에 들어가면 사람을 때려죽일 것이오.” 무길이 듣고 나서 이를 나무라며 말했다. “노인장과 나는 서로 한담하며 농담 삼아 하는 말인데, 어찌하여 악독한 입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시오?”

 

무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땔나무 짐을 지고 곧장 서기성으로 나무 팔러 갔다. 나뭇짐을 지고 막 남문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문왕의 수레와 마주쳤다. 문왕이 재앙과 상서로움의 징조를 점치기 위해 靈臺영대로 가는 길이었다.문무관원들이 뒤따르고 서기성을 나서는데, 양쪽에서 시위하는 御林軍어림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대왕님의 수레이시다. 물렀거라!” 무길이 나뭇짐을 지고 남문으로 들어오는데, 시장 통이 너무 협소하였다.

 

이때 무길이 나뭇짐이 무거워 어깨를 한번 바꾸려고 머리를 숙이고 짐을 추스르다가 삐죽삐죽한 나뭇단이 성문을 지키던 군인 王相왕상을 문에 끼이게 하여 그만 그 자리에서 죽이고 말았다. 양쪽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외쳤다. “나무꾼이 守門軍수문군을 죽였다!” 즉시 나무꾼 무길은 체포되었고, 붙잡힌 채로 문왕에게 보였다. 문왕이 물었다. “이 자는 어떠한 사람인가?” 양쪽에서 아뢰었다. “대왕 폐하! 이 나무꾼이 무슨 이유로 문을 지키는 왕상을 죽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왕이 말 위에서 물었다. “나무꾼은 이름이 무엇이오? 어찌하여 왕상을 죽게 했는가?” 무길이 아뢰었다. “소인은 서기의 양민으로 무길이라고 합니다. 대왕의 수레가 오는 것을 보고 피하려고 하였는데, 도로가 너무 좁고 나뭇짐을 바뀌다가 잘못해서 왕상을 죽게 했나이다.” 문왕이 말했다. “무길이 왕상을 죽게 했으니 이치로 보아 마땅히 목숨으로 보상해야 한다.” 곧 남문 밖에 땅 위에 금을 그어 감옥을 만들고 나무를 세워서 獄吏옥리로 삼았다. 무길을 그곳에 가두어 놓고 문왕은 영대로 갔다.


은나라 주왕 때에는 땅에 금을 긋고 감옥을 만들었는데, 서기에도 이런 관행이 남아 있었다. 동남북에 이어 朝歌조가(은나라 도읍)에도 禁獄금옥이 있었지만, 오직 서기만은 문왕이 하늘의 운수를 점치는 것이 영험하여 이로 인해 禍福화복에는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백성은 감히 도망하여 숨을 수 없었으므로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을 만들었다. 이 속에 가두어도 백성은 감히 도망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간혹 도망하는 자가 생기면 문왕이 선천수로 점을 쳐서 숨은 곳을 알아내어 붙잡아와 갑절의 죗값을 물었다. 이 때문에 사납고 교활한 백성까지도 모두 公法공법을 받들어 지켰다. 이런 이유로 서기에는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을 만드는 것이 그대로 유지됐다.

 

한편, 무길은 3일간이나 갇혀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무길이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의지할 곳 없는 어머님께서는 마을 어귀에서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시겠지? 하물며 내가 감옥에 갇히는 재앙에 빠진 것도 모르시겠지?” 모친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무길은 목을 놓아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길 가던 행인들이 무길의 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때 대부 산의생이 남문을 나서다가 갑자기 무길의 비통한 통곡소리를 듣고는 무길에게 물었다. “너는 일전에 왕상을 죽게 한 자이다.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보상하는 것이 常理상리인데, 어찌하여 큰 소리로 운단 말이냐?”

 

무길이 고하였다. “소인이 불행하게도 억울한 일을 만나 실수로 왕상을 죽게 했습니다. 이치상으로 마땅히 목숨을 보상해야 하는데, 어찌 원망이 있겠습니까? 다만, 소인에게는 70여 세의 어머니가 계십니다. 소인에게는 형제도 없고 처자식도 없으며 노모 홀로 계십니다. 늙으신 어머님께서 개천가에서 굶어 죽어 시신이 아무렇게나 버려질 것을 생각하니 슬픈 마음이 일어났을 뿐입니다. 자식을 키워도 무익하고, 자식이 먼저 죽고 어머니가 늦게 죽은 것을 생각하니 절통하여 그 괴로움을 감히 말로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소인이 부득이하여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이 난관을 피해 나갈 방도를 모르겠으며, 또 대부님께 무례를 범하고 있사오나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상대부 산의생은 무길의 말을 듣고 나서 한참 동안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무길이 왕상을 죽게 한 것이 싸우다가 사람의 목숨을 살상한 것도 아니고, 단지 땔나무를 지고 가다가 실수로 사람의 목숨을 다치게 한 것이라 하였으니 스스로 죄업을 보상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 하겠다.” 산의생이 말했다. “무길은 울지 마라. 내가 임금께 상소를 올려 너를 집에 돌아가게 해 보겠다. 네 모친의 의복과 棺木관목을 마련하고, 모친이 사용할 땔나무와 식량을 준비해 드리고 나서 네가 가을이 되어 다시 돌아오면 국법에 따라 처벌하겠다.”

 

무길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부의 큰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다음날 산의생이 편전에 나아가 문왕을 알현하고 조례를 마친 뒤 아뢰었다. “신이 대왕께 아뢰옵니다. 전날 무길이라는 자가 왕상의 목숨을 상하게 해 남문에 갇혔습니다. 신이 남문을 지나다가 홀연 무길의 통곡소리를 듣고 그 연유를 물었습니다. 무길의 말이 늙은 어머님이 70여 세인데 자식이라고는 무길 혼자이고 형제도 없고 처자식도 없어서 그 모친은 아무 희망도 없게 되었다합니다.


무길이 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되어 감옥으로부터 풀려나올 수 없으므로 모친이 필시 시냇가에 나뒹구는 귀신이 될까 염려되어 큰 소리로 울었답니다. 신이 생각건대 왕상의 목숨은 원래 서로 싸우다가 그리 된 것도 아니고 실수로 목숨을 상하게 한 것입니다. 하물며 무길의 어미는 과부로 홀몸이며, 그 자식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무길을 석방해 귀가시켰다가 관목棺木과 의복을 마련하는 등 어미를 봉양할 준비를 다 마치고 나면 다시 돌아와 왕상의 목숨 값을 갚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은 대왕께서 결정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문왕은 산의생의 말을 듣고는 즉시 시행하라고 했다. “무길을 석방시켜 귀가시켜라.”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 있다.
“문왕이 靈臺영대에서 재앙과 상서로움의 조짐을 점치기 위해 서기성을 나서는데, 무길이 나뭇짐으로 인해 왕상을 죽게 하는 禍根화근을 불러왔다. 왕상이 무길의 나뭇짐 아래서 죽게 되니, 비로소 80세의 강자아에게 좋은 운수가 오게 되었다!”


한편, 감옥을 나온 무길은 집안을 생각하자 마음은 더욱 처량했다. 나는 듯이 달려 집으로 돌아오니 모친이 마을 어귀에 기대어 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 모친이 서둘러 물었다. “얘야! 너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어서 며칠 만에야 돌아왔느냐? 집에 있는 어미는 새벽이 될 때까지 불안해 잠도 자지 못했다. 또 네가 깊은 산 외진 골짜기에서 호랑이나 승냥이한테 당하지나 않았는지 걱정했단다. 마음을 졸이며 불안해 잠도 자지 못하고 먹는 것도 잊었단다. 오늘 너를 보니 내 마음이 이제야 놓이는구나! 그래 너는 어찌해 오늘에서야 돌아왔느냐?”


무길이 울면서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 그간 있었던 일을 말했다. “어머님, 이 자식이 불행하게도 전날 남문에 나무 팔러 갔다가 문왕의 수레와 만났습니다. 제가 나뭇짐을 지고 수레를 피하려하다가 삐죽삐죽한 나뭇짐이 문지기 군인인 왕상을 대문에 끼이게 해 죽게 했습니다. 그래서 문왕께서 저를 감옥에 가뒀습니다. 제가 어머님께서 집에서 기다릴 것을 생각하고, 또 이러한 소식을 전하지도 못하고, 친척도 없으며 홀홀 단신인데다가 봉양할 사람도 없고, 반드시 개울가의 귀신이 되실 것을 생각하니 그 애통함에 목을 놓아 울었습니다. 다행히 상대부 산의생께서 문왕에게 아뢰어 저를 석방해 귀가하게 했습니다. 어머님의 의복과 관목, 식량 등을 마련하고 모든 것이 준비되면 저는 다시 돌아가 왕상의 목숨을 보상해야합니다. 어머님, 당신을 봉양할 수 없으니 이 자식이 아무 소용이 없다 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 어머니도 아들의 말을 듣자 그만 혼이 달아나는 듯 정신이 아득했다. 무길을 부둥켜안고 슬프게 우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구슬방울처럼 흘러내렸다. 이어서 하늘을 보며 탄식해 말했다. “내 아들은 그간 반평생을 충실하고 도탑게 살았고, 남을 속이거나 망령된 점이 없었으며, 어미에게 효도하고 분수를 잘 지켰는데, 오늘 무슨 일로 천지에 죄를 지어 이러한 재앙에 빠지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얘야, 네가 이런 지경에 처했는데, 어미가 어찌 살 수가 있겠느냐!”


이때 무길이 지난 일 한 가지를 말했다. “전날 제가 나뭇짐을 지고 반계에 갔는데, 노인 한 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낚시줄에 바늘 하나를 비끄러매고 그곳에서 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소자가 그 노인에게 물었습니다. ‘어찌해 낚시 바늘을 구부리지도 않고 향기로운 미끼를 끼지도 않고 고기를 낚으려 합니까?’ 그 노인이 말하기를 ‘차라리 곧은 것 중에서 취할지언정, 굽은 것 중에서는 구하지 않겠소. 비단 잉어를 잡기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왕과 제후를 낚을 뿐이오.’ 했습니다.


소자가 비웃으며 ‘노인장은 왕이나 제후가 되려고 생각하시는데, 당신의 관상은 왕이나 제후의 몰골이 아니라 마치 원숭이 같구려!’했습니다. 그 노인은 저를 찬찬히 살펴보더니 ‘내가 보기에 너의 관상은 좋지 않구나.’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내가 어째서 좋지 않단 말이오?’ 그 노인이 말했습니다. ‘왼쪽 눈이 푸르고, 오른 쪽 눈이 붉으니 오늘 반드시 사람을 죽일 것이다.’ 그런데 그날 확실히 왕상을 죽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날 그 노인의 악독한 주둥이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모친이 무길에게 물었다. “그 노인은 성씨와 이름이 무엇이라 하더냐?” 무길이 대답했다. “그 노인의 성은 姜강씨이고, 자는 子牙자아, 도호는 飛熊비웅이라 했습니다. 그 노인이 도호를 말하자 소자가 비웃었습니다. 그러자 그 노인이 그 같은 재수 없는 말을 했던 것입니다.” 모친이 말했다. “그 노인이 관상을 잘 보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先見之明선견지명이 있을 것이다? 얘야, 그 노인을 다시 찾아가서 너를 구해달라고 사정해라. 그 노인은 필시 숨어사는 高人고인일 것이다.” 무길은 어머니의 명을 듣고, 짐을 챙겨 강자아를 만나기 위해 반계로 갔다. 무길이 자아를 만나 살아날 방도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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