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1

醉月 2011. 11. 1. 11:21

21장 문왕이 벼슬을 자랑하다가 다섯 관문을 벗어나다

 

지난 줄거리: 희창이 사면되어 유리성을 출발하자, 많은 사람이 기뻐하면서도 이별을 아쉬워했다. 백관들이 궐문에서 조가성에 도착한 서백후를 맞이했고, 용덕전에서 주왕과 신하들은 연회를 즐기며 희창의 사면을 기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희창은 은혜에 감사하고 조정을 벗어나 사흘 동안 거리를 활보하며 벼슬을 과시했다. 이때 희창이 군사 조련을 끝내고 돌아오던 황비호를 만났다. 황비호는 희창이 어서 빨리 옛 땅으로 돌아갈 것을 권했고, 5관이 가로막아 못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부장인 용환과 오현에게 명하여 조가성 서문을 열고 문왕이 성을 빠져나가도록 했다.

 


문왕이 조가성을 떠나 밤새껏 맹진을 지나고, 황하를 건너서 면지를 지나 臨潼縣임동현을 향해 나아갔다. 조가성 館驛관역의 관리는 문왕이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자, 마음이 바빠져서 급히 비중 대부 집으로 가서 알렸다. 좌우에서 비중에게 아뢰었다. “밖에 역관이 보고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서백후 문왕이 밤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는데,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이 사안이 중대하여 우선 아뢰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비중이 듣고 역관에게 명했다. “역관은 물러가도록 하라.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비중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일이 내 몸 위에 미쳤으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비중은 堂候官당후관에게 “우혼 대부와 상의할 일이 있으니 모셔오라”고 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우혼이 비중의 집에 도착했다.

 

비중이 말했다. “무도한 희창을 현제가 상주하여 황상께서 그를 왕으로 봉하였는데, 이것도 이젠 끝장이오. 황상께서 사흘간 벼슬을 자랑하라고 허락하여 이제 이틀째인데, 희창이 도망을 가 주군의 명을 지키지 않을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소? 필시 이것은 좋은 뜻은 아닌가 하오. 사안이 중대하고, 또 동남 두 곳에서 반란이 일어난 지 여러 해이고, 오늘 또 희창이 달아났으니, 황상께 우환을 생기게 하였습니다. 이 책임을 누가 지겠소? 지금의 사태를 장차 어찌하면 좋겠소?”


우혼이 말했다. “현형께서는 마음을 크게 잡수시고 번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일이니,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조정에 들어가 임금을 뵙고, 장군 두 사람에게 명하여 쫓아가 잡아오게 하여, 임금을 속이고 윗사람을 걱정시킨 죄목을 들어 저잣거리에서 신속히 목을 베어버리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두 사람은 모의를 마치고 조복으로 갈아입고 급히 조정으로 들어갔다.

 

주왕은 마침 적성루에서 노닐고 있는데, 곁에 있던 신하가 아뢰었다. “비중과 우혼이 어지를 기다리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 두 사람 적성루 위로 오르도록 하여라.”  주왕이 물었다. “두 경은 무슨 아뢸 것이 있어 왔는가?” 비중이 아뢰었다. “희창이 폐하의 깊고 넓으신 은혜를 저버리고, 조정의 명을 따르지 않고, 폐하를 속이고 멸시했나이다. 벼슬을 자랑한지 2일 만에 성은에 감사하지도 않고, 王爵왕작을 보고하지도 않은 채 몰래 도망친 것은 필시 나쁜 마음을 품은 것이옵니다. 본거지인 서기로 돌아가 반역의 사단을 일으킬까 두렵사옵니다. 신이 앞에 추천한 것이 이제 죄를 얻게 될까 두렵사옵니다. 신들이 미리 아뢰오니 청하옵건대 폐하의 결정을 기다리옵니다.”

 

주왕이 노하여 말했다. “두 경은 일찍이 희창이 충의로워 초하루와 보름에 향을 사르고 절을 하면서 風和雨順풍화우순과 국태민안을 기원한다고 하여 짐이 희창을 사면하였소. 오늘 일을 망쳤으니, 이 모두가 경들의 경솔함에서 나온 죄가 아니겠소!” 우혼이 아뢰었다. “자고로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고, 얼굴 앞에서는 복종하다가 뒤에서는 배반하는데, 겉을 알아도 안을 알 수 없고, 안을 알아도 내심을 알 수 없으니, 소위 ‘바다가 말라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마음을 모른다’라고 하옵니다. 희창이 이곳에서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것이니, 폐하께서 어지를 내리시어 殷破敗은파패와 雷開뇌개에게 3천 기병으로 쫓아가 잡아오게 하여   도망간 관리를 법으로 다스리시면 될 것이옵니다.”


주왕이 그들의 주청을 받아들였다. “속히 은 장군과 뇌 장군 두 장군에게 병력을 주어서 추격토록 하라.” 신무대장군 은파패와 뇌개는 어지를 받고, 무성왕부로 와서 3천 기병을 인계받아 조가성 서문을 출발하여 곧장 희창을 추격하였다. 추격병들은 나르는 구름처럼 번개처럼 뒤를 쫓아 왔다. 한편, 문왕은 겨우 황하를 건너고 면지를 바라보며 큰길을 따라 서서히 가고 있었다. 분장한데다 밤이라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문왕은 가는 것이 느리고, 은과 뇌 장군은 빨리 쫓아왔으므로 어느 틈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문왕이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뒤편에 흙먼지가 자욱이 일어나는 것이 보이고, 멀리서 사람과 말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서야 추격해온다는 것을 알았다. 문왕은 놀라 혼비백산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무성왕이 비록 나를 위했지만, 나는 서두른 탓에 여장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였고, 깊은 밤에 도망을 쳤다. 필시 옆 사람들의 상주를 듣고, 내가 몰래 도망친 것이라 여겨 추격병을 보내 쫓아 온 것이리라. 이번에 붙잡히면 다시는 살아날 방도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앞을 향해 말을 급히 몰아 이 위기를 벗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문왕은 숲을 잃은 나는 새와 같고 그물에서 빠져나온 놀란 고기와 같았는데,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문왕은 마음이 화살처럼 바쁘고, 뜻은 구름처럼 급했는데, 얼굴을 들고 하늘에 고해도 하늘은 말이 없었고, 고개를 숙여 땅에 읍소해도 땅조차 말이 없었다. 단지 채찍질을 더하고 말고삐와 재갈을 늦추어 빨리 달리게 할 뿐, 말이 구름을 탈 수도 없고, 몸에 날개가 생겨날 수도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멀리 임동관을 2십 리 남겨놓은 지점에서 뒤에서는 추격하는 병사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문왕은 실로 위급함에 처해 있었다. 편, 이때 종남산의 雲中子운중자는 옥주동의 碧遊床벽유상에서 元神원신을 운기하면서 離龍이용을 지키고, 坎虎감호받아들이고 있는데, 맹렬히 한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손가락을 꼽으며 길흉을 추산해보고, 길흉을 알았다.


“아! 이런 서백후에게 재액이 가득 차서 목전에 위험을 만나겠구나. 오늘 마땅히 그의 부자가 다시 만날 때이니, 빈도가 옛날 燕山연산에서 한 말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운중자가 소리쳤다. “금하동자는 어디에 있느냐? 너는 후원인 도원에 가서 너의 사형을 모셔오도록 하여라.” 금하동자가 명을 받고, 도원으로 가서 사형을 보고 말했다. “사부님께서 보자고 하십니다.” 雷震子뇌진자가 대답했다. “사제가 앞장서게, 내가 바로 뒤따라 가겠네.” 뇌진자가 운중자를 뵙고 절을 올렸다. “사부님, 무슨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운중자가 말했다. “뇌진자야! 너의 부친께서 어려움을 만났으니, 네가 가서 구원하도록 하여라.” 뇌진자가 물었다. “제자의 아버지는 어떠한 사람입니까?” 운중자가 대답했다. “너의 부친은 서백후 희창이니라. 임동관에서 난을 만났다. 너는 虎兒崖호아애로 가서 兵器병기 하나를 찾아오너라. 그러면 너의 부친을 구원할 수 있도록 너에게 이 병기를 사용하는 법을 비밀리에 전수해주겠다. 오늘이 너희 부자가 다시 만나는 날이니, 지난날 서로 만날 것을 기약했었느니라.”

 

뇌진자는 사부의 명을 받고 동부를 떠나 곧장 호아애로 갔다. 동서로 여러 곳을 기웃거리며 살폈으나 어느 곳에서도 무슨 물건도 찾아낼 수 없었다. 또 떤 것을 병장기라고 하는 지도 몰랐다. 진자는 그 자리에서 깊이 생각했다. ‘내가 미처 준비를 못했다. 병기라고 하면 창 ․ 칼․ 검 ․ 방패 ․ 채찍 ․ 도끼 ․ 쇠몽둥이 등이라고 들었는데, 사부님께서는 병기라고만 하셨으니,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구나. 다시 동부로 돌아가 자세히 여쭈어야 하겠다.’

 

뇌진자가 막 몸을 돌리려고 하는데, 한 가닥 기이한 향기가 코를 엄습해오며, 곧장 간담 속까지 뚫고 어오는데 어느 곳에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 앞 쪽에는 계곡 하나가 뻗어 있는데, 산간 계곡에 쏟아지는 물소리가 은은한 우렛소리처럼 들렸다. 뇌진자가 살펴보니, 그 경치가 참으로 기이했다. 치가 있고 그윽하였으며, 등나무 줄기가 회나무와 백양나무를 둘렀고, 대나무가 절벽에 꽂혀있듯이 자라고, 여우와 토끼가 베틀의 북처럼 왔다 갔다 하며, 사슴과 학이 다투어 울고, 은은한 푸른 풀 사이에 영지가 보이며, 매실이 푸른 가지에 열려 있는데, 산중의 기이한 경치를 다 볼 수가 없었다. 그 경치 속에서 뜻밖에 푸른 잎 아래 붉은 은행 2개가 눈에 띄었다. 뇌진자는 내심 기뻐하면서 높고 낮고 험준함을 돌아보지 않고 칡넝쿨을 잡고 기어 올라가 마침내 이 2개의 붉은 은행 알을 따서 손에 넣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향기가 코를 진동시켜 甘露감로가 마음에 스며드는 듯했으며,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다.

 

뇌진자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 이 두 알의 붉은 은행 알 중 하나는 내가 먹고, 하나는 남겨서 스승님께 드려야지. ’뇌진자가 막 하나를 먹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향긋하고 달콤한지, 기이한 맛 이었다! 다만 입에 물고 있어야겠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이것을 한입 깨물었다. ‘이런! 이왕에 깨졌으니, 먹을 수밖에 없겠군!’ 은행 알을 먹고 나서 다시 병기를 찾는데, 자신도 모르게 왼쪽 겨드랑이 밑에 한줄기 소리가 들리면서 날개가 길게 자라 나와 땅에 까지 닿았다. 뇌진자는 놀라서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뇌진자가 ‘이런 경우가 있냐!’며 서둘러 두 손으로 날개를 꽉 잡았으나 날개가 계속 빠져나왔으며, 오른쪽을 막지 못하자 또 한쪽 날개가 나왔다.


뇌진자는 당황하고 부주의하여, 놀라서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원래 양쪽에서 날개가 길게 나온 것은 차치하고라도 얼굴까지도 변했다. 코가 높이 솟았고, 얼굴색은 쪽빛 같았으며, 머리카락은 붉은 주사와 같고, 눈동자는 툭 튀어나와 돌출하였으며, 이빨은 옆으로 생겨나 입술 밖으로 튀어나왔고, 키도 2장이나 되었다. 뇌진자는 얼떨떨하여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때 금하동자가 면전에 다가와 불렀다. “사형, 사부님께서 부르십니다.” 뇌진자가 말했다. “사제, 자네 나를 보게나. 내가 이렇게 변해버렸다.”

 

금하동자가 물었다. “사형, 어떻게 된 것이오?” 뇌진자가 대답했다. “사부님께서 나로 하여금 호아애로 가서 병기 하나를 찾아와서 나의 아버님을 구하라고 하셨다. 한참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고, 다만 은행 알 두 개를 발견하여 내가 먹었다. 은행 알을 먹자마자 매우 이상하게 변했는데, 푸른 머리에 붉은 머리털, 위아래로 툭 튀어나온 이빨, 양쪽 겨드랑이에 길게 두 날개가 생겨났다네. 이런 모습을 하고 어떻게 사부님을 뵈러 갈 수 있겠는가?” 금하동자가 대답했다. “빨리 갑시다. 사부님께서 사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뇌진자가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며, 스스로 생각해도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고, 두 날개를 땅에 늘어뜨렸는데, 싸움에서 패한 닭과 같은 형상이었다. 가까스로 옥주동 앞에 도착했다.


운중자는 뇌진자가 오는 것을 보고는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기이하구나! 기이하구나!” 손으로 뇌진자를 가르치며 詩를 지었다. “두 알의 仙杏선행이 천하를 안정시키고, 쇠몽둥이(金棍)하나가 건곤을 정했다. … 현묘한 眞仙진선의 비결을 비밀리에 전수받았고, 연마한 금강체는 결코 어리석지 않았다.” 운중자는 시를 짓고 나자 뇌진자에게 명했다. “나를 따라 동부 안으로 오너라.” 뇌진자는 사부를 따라 도원 가운데로 들어갔다. 운중자가 쇠몽둥이 하나를 뇌진자에게 전해 주며 위아래로 날았다. 빙빙 도는 것이 비바람소리 같았고,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용과 뱀의 형세인가 하면, 몸을 돌리는 것이 사나운 호랑이가 머리를 흔드는 것 같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교룡이 바다를 나오는 것 같다. 그 들려오는 소리가 높고 크며, 섬광이 번쩍이는데, 공중에서 한 무더기 비단을 펼쳐 움직이는 듯, 좌우로 온갖 꽃송이들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운중자는 동굴 속에서 뇌진자에게 쇠몽둥이 쓰는 방법을 정성을 다해 전해주고 나서, 그의 두 날개 중 왼쪽에는 ‘風’풍자를, 오른쪽에는 ‘雷’뇌자를 쓰서 붙이고, 한차례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뇌진자가 날아올라 공중으로 오르는데, 다리는 하늘을 오르고 머리는 땅을 내려다보고 두 날개를 펄럭이는데, 공중에는 바람과 우렛소리가 가득했다. 뇌진자가 땅으로 내려와 몸을 바로 하여 운중자에게 절을 하며 고개를 숙여 감사의 말을 아뢰었다. “사부님께서 현묘한 도술을 제자에게 전해 주시어 부친의 재난을 구할 수 있도록 해주시니, 이 은혜는 말할 수 없이 크나큰 것이옵니다.”

 

운중자가 말했다. “너는 속히 임동관으로 가서 너의 부친인 서백후 희창을 구하라. 빨리 출발해서 속히 돌아오너라. 너는 부친을 구출하여 다섯 관문 넘어서까지 만 모셔다 드려라. 너의 부친과 함께 서기 땅으로 가서는 안 된다. 또한, 네가 주왕의 군사와 장수를 상하게 해서도 안 된다. 성공한 후 곧장 종남산으로 돌아오면, 다시 너에게 도술을 전해 줄 것이다. 나중에 너의 형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 있을 것이다.” 운중자는 당부의 말을 마치자 뇌진자에게 지금 출발하라고 한다. 뇌진자가 동부를 나와 두 날개로 날기 시작하는데, 순식간에 임동관에 도착했다.

 

산등성이 하나가 보이자 뇌진자는 날아 내리기 시작했으며, 산등성이 위에 서서 잠시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뇌진자는 혼자 생각했다. “아! 내가 또 실수했군. 사부님께서 서백후가 어떤 모습을 하신 분인지를 물어보지 않았으니, 내가 어찌 아버님을 알아 볼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절벽 부근에 한 사람이 다가오는데, 푸른색으로 분장하고 전립을 쓰고, 검은색에 표시가 있는 옷을 입고, 백마를 타고 나는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뇌진자가 “이 분이 혹시 나의 부친이 아닐까?” 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산 아래 계시는 분은 서백후 희창 어르신이 아니십니까?” 문왕은 누군가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말의 고삐를 늦추고 고개를 들며 살펴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단지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문왕이 탄식하며 말했다. “내 목숨도 이제 끝장이로구나! 어찌하여 사람소리는 들려오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가? 이는 반드시 귀신이 희롱하는 것이리라.”

 

원래 뇌진자는 얼굴이 쪽빛인데다가 몸까지 물빛이었으므로 산의 색깔과 서로 섞이게 되자 문왕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뇌진자는 문왕이 말을 멈추는 것을 보고는 말없이 다가갔다. 다시 뇌진자가 소리쳤다. “당신이 서백후 희창 전하가 아니신지요?” 그 말에 문왕이 고개를 드니 갑자기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쪽빛이고, 머리카락은 주사처럼 붉었고, 큰 입에 툭 튀어나온 이빨을 하였다. 눈은 구리 방울 같은데 눈에서는 빛이 번쩍이었다.

 

문왕은 그 흉측한 모습에 깜짝 놀라서 혼이 달아날 정도였다. 문왕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만약 귀신이라면, 필시 사람의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인데, 내가 이미 여기에 이르렀으니 피할 수도 없다. 그가 이미 나를 불렀으니, 나는 또 산 위에 올라가 그가 나를 어찌하는지 한번 보자.” 문왕이 말을 몰라 산으로 올라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 어떤 뛰어난 분이 길래 내가 희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단 말이요?” 뇌진자가 그 말을 듣고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 “부왕! 소자가 늦게 와서 부왕께서 놀라셨나 봅니다. 소자의 불효한 죄를 용서하소서.”

 

문왕이 말했다. “그대는 뭔가를 잘못 알고 계신가 하오. 나 희창은 그대와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 어찌하여 나를 아버지라고 부른단 말이오?” 뇌진자가 말했다. “소자는 바로 燕山연산에서 아버님이 거두어 주신 뇌진자입니다.” 문왕이 말했다. “아들아, 너는 어찌하여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단 말이냐? 그때 너는 종남산의 운중자가 너를 데리고 종남산으로 갔는데, 벌써 올해로 7년째이다. 그런데 내가 어찌하여 이곳에 왔단 말이냐?” 뇌진자가 말했다. “소자는 스승님 운중자의 법지를 받들어 하산했습니다. 추격병을 물리치고 아버님께서 5관을 빠져나가도록 돕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문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매우 놀라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도망치고 있는 관리로서 이미 스스로 조정에 죄를 지었다. 그런데 이 아이의 얼굴을 보니 선량한 아이는 아닌 것 같다. 만약 추격병을 물리치기 위해 장수와 병사들을 모두 죽여 버릴 것인데, 그러면 내가 죄악을 더하게 될 것이 아닌가? 내가 이 아이를 잘 설득하여 그의 흉포함을 그치게 하리라.”

 

문왕이 말했다. “뇌진자야, 너는 천자인 주왕의 장수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왕명을 받들고 온 것이다. 내가 도망친 것은 왕명을 따르지 않은 것이고, 주왕을 버리고 서쪽 서기 땅으로 돌아가는 것도 내가 현재 주왕의 큰 은혜를 저버린 것이다. 네가 만약 조정의 명을 받은 관리를 상하게 한다면, 너는 아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아비를 해치는 것이다.” 뇌진자가 대답했다. “저의 사부님께서도 소자에게 분부하셨습니다. 저에게 장수의 목숨을 다치게 하지 말고, 단지 아버님을 구출하여 5관을 탈출시키라고 하였습니다. 소자는 그들에게 돌아가도록 권하겠습니다.”


말을 막 끝내는데, 저 멀리 추격병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깃발을 펄럭이며, 징과 북을 일제히 울리고, 함성이 그치지 않았다. 한바탕 일어나는 자욱한 흙먼지가 해를 가렸다. 이를 지켜보던 뇌진자는 곧 겨드랑이 밑의 두 날개를 펼쳐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쇠막대기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이에 문왕은 깜짝 놀라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편, 뇌진자는 추격병의 면전에 까지 날아가서 땅바닥에 내렸는데, 손에는 쇠막대기를 꽉 잡고 큰 소리로 외쳤다. “ 더는 다가오지 마라!” 추격병이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얼굴이 쪽빛이고, 머리털은 주사처럼 붉었으며, 큰 입에 툭 튀어나온 모습이 보였다. 군졸들은 이 사실을 은파패와 뇌개 장군에게 보고했다. “장군, 앞에 흉악한 악신 하나가 길을 막고 있는데, 그 흉포한 형세가 사납기 짝이 없습니다.” 은파패와 뇌개 장군은 큰 소리로 군졸들을 물러가라고 했다. 이어서 두 장군이 말을 몰고 앞으로 나아가자 뇌진자와 딱 맞닥트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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