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19

醉月 2011. 8. 12. 05:37

백읍고가 공물을 바치고 아비의 죄를 속죄하다

   삽화 권미영

 

 

지난 줄거리: 장 총병에게 쫓겨난 강자아는 백성을 직접 구하기로 한다. 날이 어두워지자 곤륜산을 향해 절을 올리고 주문을 외운 강자아는 공간을 이동하는 토둔법으로 사람들을 구출한다. 다행히 서기성에 도착한 백성들은 서백후 희창의 큰 아들 백읍고의 명으로 편히 살 수 있게 된다. 한편, 백읍고는 조가에 감금된 아버지(서백후 희창)를 대신해 속죄하기 위해 길을 떠나려는데···.

 


伯邑考백읍고가 朝歌조가로 가서 부친 희창의 죄에 대해 속죄하려고 했다. 상대부 散宜生산의생이 나서서 가지 못하도록 간언했으나 백읍고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백읍고는 내궁으로 들어가 어머니인 太姬태희에게 ‘조가로 가서 아버님의 죄에 대해 속죄하려고 한다’면서 작별인사를 올렸다. 태희가 말했다. “너의 부친이 羑里유리에 감금되어 계시는 지금, 이곳 西岐서기 안팎의 일은 누구에게 맡기려고 하느냐?”


백읍고가 대답했다. “집안일은 동생인 姬發희발에게 맡겼고, 바깥일은 산의생에게, 군무는 南宮适남궁괄에게 맡겼습니다. 소자는 친히 조가로 가서 천자를 알현하고, 공물을 바치는 것을 명목으로 하여 아버지의 죄에 대한 속죄를 청하겠습니다.” 태희는 백읍고가 완강히 고집부리며 가려는 것을 보고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태희가 아들에게 분부했다. “아들아, 이번에 가는 길에 반드시 조심해라!”

 

백읍고가 작별인사를 하고, 전각 앞으로 와서 동생 희발에게 말했다. “아우야, 여러 형제와 화목하게 잘 지내고, 서기의 법규를 바꾸지 마라. 내가 이제 조가로 가면, 길어야 3개월 걸릴 것이고, 짧으면 2개월이면 일을 마치고 돌아올 것이다.”

 

백읍고는 분부를 마치자, 공물로 바칠 보물들을 꾸려서 날을 택하여 출발했다. 희발은 문무 관원들과 98명의 아우와 함께 十里長亭십리장정에서 전별식을 거행했는데, 백읍고는 여러 사람과 술 한 잔을 나누고 조가를 향해 떠나갔다. 줄곧 앞으로 나아가는데, 채찍을 휘두르기도 하고 말고삐를 늦추기도 하면서 붉은 살구꽃 향기가 나는 숲을 지나고, 끝없이 이어진 버들 우거진 옛길을 지났다. 백읍고가 하인과 함께 어느 날 汜水關사수관에 도착했다.관을 지키는 군사가 두 개의 進貢진공 깃발에 西伯侯서백후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았다. 군관이 사수관의 총병인 韓榮한영에게 보고했다. 한영은 관문을 열어 주라고 명령했다. 백읍고가 관문을 지나가는데, 도중에 가로막는 것이라고는 없었다.


5관을 통과하고, 면지현에 도착하였고, 또 黃河황하를 건너고 孟津맹진에 이르렀으며, 조가성으로 들어갔다. 皇華館驛황화관역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역관의 관리에게 물었다. “승상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역승이 대답했다. “태평가에 있습니다.” 다음날 백읍고는 궁궐 정문으로 갔으나 관리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함부로 궐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한 지가 어느덧 5일이 지났고, 백읍고는 흰 상복을 입은 채 상소문을 껴안고 궐문 밖에서 서성이며 서 있었다.  

 

어느 날 대신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다가왔다. 바로 亞相아상 比干비간이었다. 백읍고가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비간이 물었다. “계단 아래서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백읍고가 대답했다. “저는 죄를 범한 신하 희창의 아들인 백읍고 입니다.”  비간이 그 말을 듣자 말안장에서 내려와 손으로 백읍고를 부축하면서 물었다. “현공자는 일어나시오!”


두 사람은 궐문 밖에 섰다. 비간이 물었다. “공자는 무슨 일로 이곳에 왔습니까?” 백읍고가 대답했다. “부친께서 천자께 죄를 지었으나 승상의 보호에 힘입어 생명을 온전히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는 진실로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운지라 어리석은 저희 부자형제는 마음에 깊이 새겨 잊기 어렵사옵니다! 7년이 넘는 오랜 시간 부친께서 유리성에 감금 되어있으니 사람의 자식으로서 어찌 편안할 수 있겠습니까? 천자께서 반드시 공무를 중히 여기시고 법을 지킨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어찌 기꺼이 魚肉어육이 되는 고통이라도 달게 감당하지 않겠사옵니까? 백읍고는 산의생과 상의하여 조상들이 내려주신 보물을 천자께 상납하여 아버지를 대신하여 속죄하려고 합니다. 만 번 바라옵건대 승상께서 천지를 여는 인자한 마음으로 저의 아비 희창이 오랫동안 유리에 갇혀 있는 고초를 불쌍히 여기소서. 만약 몸을 사면받아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신다면 진실로 그 은혜는 태산과 같을 것이며, 덕은 깊은 바다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면 서기의 만백성은 승상의 큰 은혜를 생각하며 감격해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비간이 대답했다. “공자가 공물로 바치려고 하는 것이 어떤 보물이오?” 백읍고가 대답했다. “시조인 亶父단보께서 남겨주신 七香車칠향거, 醒酒氈성주전, 흰 얼굴의 白面猿猴백면원후 미녀 10명으로 아버지를 대신하여 속죄하려고 합니다.”

 

비간이 물었다. “칠향거는 얼마나 귀한 것이오?” 백읍고가 대답했다. “칠향거는 軒轅헌원황제께서 蚩尤치우를 북해에서 격파하고 이 수레를 남긴 것으로, 만약 사람이 위에 앉으면 밀고 끌고 할 필요가 없이 동쪽으로 가고자 하면 동으로 가고, 서쪽으로 가고자 하면 서로 가는데, 대대로 전해 오는 보물입니다. 醒酒氈성주전은 만약 술에 취한 사람이 이 털방석에 누우면 바로 술에서 깨어납니다. 흰 얼굴의 白面猿猴백면원후는 비록 가축이지만 3천 小曲소곡을 알고 8백 大曲대곡을 아는데, 능히 연회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며,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이 원숭이의 노랫소리는 난새처럼 맑고 깨끗하며, 유약한 버들처럼 나긋나긋합니다.”

 

비간은 다 듣고 나서 말했다. “이 보배는 비록 묘하기는 하나 지금 천자는 덕을 잃었으므로 또 놀이의 물건을 공물로 바친다면, 바로 폭군 桀王걸왕을 도와 포악하게 만들고, 성총을 미혹시킬 것이니, 도리어 조정에 어지러움을 가중시킬 것이오. 공자가 옥에 갇혀 있는 부친을 위해 仁孝인효를 행하려고 하는 한 점 진심을 어찌하겠소? 이 상소문은 내가 공자를 대신하여 천자께 전달하여, 공자가 온 뜻을 저버리지 않겠소.”

 

 

비간은 적성루로 가서 천자의 어지를 기다렸다.
봉어관이 아뢰었다. “아상 비간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비간을 적성루로 오르게 하라.” 비간이 적성루에 올라 천자를 알현했다. 주왕이 물었다. “짐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경은 무슨 아뢸 것이라도 있소?”
비간이 아뢰었다. “신이 폐하께 아뢰옵니다. 서백후 희창의 아들 백읍고가 공물을 바치고, 아버지를 대신하여 속죄하려고 하옵나이다.”


주왕이 물었다. “백읍고가 공물로 바치려는 것이 무슨 물건이오?” 
비간이 천자께 바칠 공물과 상소문을 올리면서 아뢰었다. “칠향거, 성주전, 백면원후, 미녀 10명으로 서백후를 대신해서 속죄하려고 하옵나이다.” 주왕이 백읍고를 적성루에 오르도록 명했다. 백읍고는 무릎을 꿇고 걸어가 엎드린 채 아뢰었다. “죄지은 신하의 아들 백읍고가 천자를 알현하옵니다.” 주왕이 말했다. “희창은 죄가 크고 임금을 거슬렸는데, 이제 자식이 공물을 바치고 아버지의 죄에 대해 속죄하겠다고 하니, 역시 가히 효도라고 할 수 있구나!”    

 

백읍고가 아뢰었다. “죄지은 신하 희창이 임금의 뜻을 거스르는 죄에 대해 지었는데도, 용서하여 죽음을 면하게 하고 유리성에 잠시 거주토록 하셨으니, 신을 비롯한 온 집안의 사람들은 폐하의 하늘처럼 높고 바다처럼 넓은 큰 은혜에 감격하오며, 땅처럼 두텁고 산처럼 높은 크나큰 덕을 앙모 하옵니다. 이제 신 등이 어리석고 비루함을 헤아리지 않고, 황송하게도 진정을 위로 올려서 아버지를 대신하여 죄를 청하옵니다. 만약 인자함을 베풀어 다시 살게 해주시는 사면을 내려서 귀향하도록 해주신다면, 신의 어미와 자식들은 폐하의 은덕을 골육처럼 중요하게 간직할 것이고, 신 등은 만년 동안이라도 폐하의 호생지덕을 우러러 바라볼 것이옵니다.”

 

주왕은 백읍고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아비의 원통함을 진정하는 것이 지극히 간곡한 것을 보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충신효자의 진정한 언행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감동한 주왕은 백읍고에게 몸을 일으키라고 했다. 백읍고는 은혜에 감사하고 난간 밖에 섰다.

 

그때 달기는 주렴 안에 있다가 백읍고의 자태가 준수하고, 눈과 눈썹이 빼어났고, 붉은 입술과 하얀 치아에 말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을 보았다. 달기가 주렴을 걷으라고 명을 내렸다. 좌우의 궁인들이 주렴을 높이 말라 올리고 금 갈고리를 걸쳐놓았다. 천자는 달기가 나오는 것을 보자 말했다. “부인, 지금 서백후의 아들 백읍고가 공물을 바치고 아비를 대신해 속죄하려고 하는데, 그 실제의 상황이 불쌍하다 여길만하오.”

 

달기가 아뢰었다. “첩이 듣기로는 서기의 백읍고는 거문고를 잘 연주한다는데, 진실로 세상에는 짝할 사람이 없어 인간 세상에는 드물다고 합니다.” 주왕이 물었다. “그대가 어찌 그것을 아시오?” 달기가 대답했다. “첩은 비록 아녀자이오나 어려서 깊은 규중에서 부모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백읍고가 음률에 널리 통달하였고, 거문고를 타는 솜씨는 더욱 정밀하여 大雅대아의 遺音유음을 깊이 깨우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폐하께서 백읍고에게 한 곡조 연주하게 하신다면 곧 그 깊고 얕음을 아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주왕은 술과 여색을 밝히는 무리이고 오래도록 요사한 것에 미혹되어있었으므로 그 말을 한번 듣자 바로 백읍고에게 명을 내려 달기와 대면하도록 했다. 백읍고가 달기에게 절을 올리고 예절을 갖추었다. 달기가 말했다. “백읍고, 그대는 거문고를 잘 연주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시험 삼아 한 곡조 연주해 보는 것이 어떠한가?” 백읍고가 대답했다. “마마께 아뢰옵니다. 신이 듣기로는 부모가 질병에 있으면 그 자식 된 자는 감히 옷을 느슨히 하거나 음식을 편히 먹을 수 없다고 하옵니다. 이제 죄에 대해 지은 신의 아비는 7년 동안 구금되어 고초가 이만저만 아닌데, 신이 어찌 차마 그 아비를 멸시하고 스스로 기뻐하며 거문고를 연주할 수 있겠사옵니까! 하물며 신의 마음은 찢어지듯 슬픈데, 어찌 악기를 연주하여 성총을 욕보이겠습니까?” 


주왕이 말했다. “백읍고, 그대가 이러한 처지를 당하였으니, 한 곡조 연주하여라. 만약 그 연주가 희기하다면 너희 부자를 사면하여 귀국케 하겠다.” 백읍고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은혜에 감사했다. 주왕이 거문고 하나를 가져오라고 어지를 내렸다. 백읍고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거문고를 무릎 위에 놓았다. 이어서 열 손가락을 뾰족하게 세우며 거문고 줄을 튕기며 한 곡조 연주를 시작했다. 곡조 이름은 ‘風入松’풍입송이었다.


“수양버들 하느작하느작 새벽바람이 희롱하는데, 복사꽃 꽃봉오리 반쯤 터져 붉은 해를 비추네. 꽃다운 풀은 끝없이 이어져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데, 마차에 몸을 맡겨 가고자 하는 대로 놓아둔다네.”

 

백읍고의 거문고 연주가 끝에 이르니, 그 소리의 여운이 그윽하여 진실로 옥을 두드리고 구슬이 울리는 것 같았으며, 온갖 산의 골짜기에 소나무 파도가 이는 듯 맑고 빼어났다. 그 소리는 세속적인 생각들을 홀연히 털어내어 상쾌하게 만들었으며, 황홀하여 신선세계인 瑤池요지 봉황의 궁궐에 있는 듯했다. 소위 “이 곡은 응당 천상에만 있는데, 인간 세상에는 능히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으리오!”라고 할 만한 연주였다.

 

주왕이 듣기를 마치고 마음속에서 큰 기쁨을 느끼고 달기에게 말했다. “진실로 그대가 들은 바가 헛된 것이 아닌데, 백읍고의 이 곡은 가히 盡善盡美진선진미하다고 할 만하오.” 달기가 아뢰었다. “백읍고의 거문고 연주는 천하가 모두 아는 바이오나, 지금 그 사람을 직접 만나보니 소문이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옵니다.”

천자가 크게 기뻐하면서 어지를 내려 적성루에 주연을 베풀도록 하였다. 이때 달기는 몰래 눈을 힐끔거리며 백읍고를 살펴보았는데, 얼굴은 보름달과 같았고, 자태는 준수하여 범속을 넘어섰다. 그 풍모와 정은 은은하여 바라보는 사람을 동요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달기가 젊고 준수한 백읍고의 용모와 주왕의 용모를 비교하여 보는데, 주왕의 용모는 크게 흐리멍덩한 듯하여 사람을 동요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주왕이 비록 제왕의 관상이나 지금의 모습이 어쩐지 색욕에 곯아 이지러져 형용이 말라 비틀어졌다고나 할까!  


예로부터 가인은 소년을 사랑했다. 그러나 달기는 요괴가 아니던가? 달기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장차 백읍고를 이곳에 머물게 하여 거문고를 전수하게 해서 그 기회를 틈타 한번 유혹하면, 아마도 난새와 봉황처럼 짝을 이루어 함께 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그는 나이가 젊으니, 그렇게 하면 내게 이로운 것이 더 많을 것이니, 이 늙은 몸뚱어리에만 구구하게 연연하겠는가?” 

 

달기는 백읍고를 머물게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즉시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서백후 부자를 귀국하게 하여, 폐하의 호탕한 은혜를 견고하게 하셔야 하옵니다. 다만, 백읍고의 거문고 타는 솜씨가 천하의 제일이니, 이제 사면하여 귀국도록 하면, 조가성에는 마침내 거문고 소리가 끊어지고 말 것이니, 몹시 안타까울 뿐입니다.”

 

주왕이 물었다.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달기가 아뢰었다. “첩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사온 대, 이로써 두 가지 일을 온전히 할 수 있사옵니다.” 주왕이 물었다. “그대는 어떤 묘책이 있기에 두 가지를 온전히 할 수 있단 말인가?”
달기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백읍고를 이곳에 머물게 하시어, 첩에게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토록 하십시오. 곧 첩이 거문고를 배워 숙련된다면 아침저녁으로 폐하를 모시고 한가로운 때의 즐거움을 돕겠나이다. 첫째는 서백후 부자가 폐하께서 사면해 주신 은혜에 감격할 것이고, 두 번째는 조가성에 거문고의 가락이 끊이지 않을 것이니, 이리하면 두 가지를 온전히 보전할 수 있사옵니다.”  

 

주왕이 달기의 말을 듣고 손으로 달기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현명하고도 사랑스럽도다! 참으로 총명하고 현명하여 단번에 두 가지를 온전히 하는 방법을 얻었도다.” 이어서 주왕이 어지를 전했다. “백읍고는 이 누각에 머물러 거문고를 전수하라.” 달기는 자신도 모르게 기뻐했다. “내가 오늘 주왕에게 술을 잔뜩 먹여 취하게 하여 곤히 잠들게 한 다음, 나는 백읍고와 마음껏 수작하리라. 어찌 뜻을 이루지 못할까 근심하랴?” 서둘러 어지를 내려 술자리를 만들었다.


한편, 주왕은 이것을 달기의 호의라고 여겼는데, 어찌 달기의 속마음에 풍속을 해치고 세속의 법도를 어그러지게 하며, 크게 예의의 틀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을 알기나 했을까?

 

달기는 손에 금잔을 받들어 주왕에게 권하면서 말했다. “폐하께 이 축수의 술을 올리나이다!” 주왕은 달기를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여기며, 다만 즐겁게 마시기만 하다가 어느새 술에 취했다. 달기는 좌우에서 황제를 모시는 궁인들에게 명령을 내려, 주왕을 부축하여 잠자리인 龍榻용탑에 오르게 하여 편안히 잠들게 했다. 그러 고 나서 백읍고에게 거문고 연주법을 전수하게 했다. 궁인들이 두 개의 거문고를 가져와 하나는 달기에게 주고, 또 하나는 백읍고에게 주어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하게 했다.


백읍고가 아뢰었다. “법을 어긴 신하의 자식이 마마께 아뢰옵니다. 이 거문고에는 內外五形내외오형과 六律육율 五音오음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왼손은 용의 눈이고, 오른손은 봉황의 눈으로, 宮商角徵羽궁상각치우 오음에 의거합니다. 또한 八法팔법이 있는데, 문지르고 뜯고 뽑아내고 가르고 삐치고 밀어 올리고 깎고 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六忌육기와 七不彈칠불탄이 있습니다.”

 

달기가 물었다. “무엇을 여섯 가지 꺼리는 것(六忌)이라고 하는가?” 백읍고가 대답했다. “슬플 때, 통곡할 때, 온 마음을 쏟을 때, 분노할 때, 정욕을 품었을 때, 놀라울 때는 피해야 합니다.” 달기가 또 물었다. “일곱 가지 거문고를 타지 말아야 할(七不彈)때가 언제인가?” 백읍고가 아뢰었다. “풍우가 휘몰아칠 때, 크게 슬픔에 젖어 있을 때, 의관이 바르지 못할 때, 술에 취하여 성질이 사나울 때, 향기가 없고 외설적일 때, 음을 모르고 속될 때, 불결하여 더러울 때를 말하며, 이러한 때를 만나면 거문고를 타지 않습니다.

 

이 거문고는 아득한 태곳적부터 전해 오는 것으로 즐거우면서도 우아하여 여러 음악과는 크게 다릅니다. 거문고에는 81개의 大調대조가 있고, 51小調소조와 36가지의 음이 있습니다. 시가 남아 있어 이를 증명합니다. ‘그 소리가 화평하여 마음과 눈을 맑게 하는데, 세상에는 거문고 소리를 천상의 곡조라고 한다. 千古천고의 성인의 마음을 다 드러내어, 석 자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에 다 부여했다.’” 

 

말을 마친 백읍고가 거문고를 타기 시작하자 그 소리가 맑고 깨끗하여 그 묘함을 말로 나타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달기는 원래 거문고를 배우겠다는 것이 아니었고, 실로 백읍고의 용모를 탐하기 위해서였다. 백읍고를 꼬드겨 정욕을 채우려고 했으니, 어찌 거문고 배우는 데에 마음을 둘 수 있었겠는가? 

 

     삽화 권미영

 


달기는 다만 백읍고를 유혹하려는 마음만이 가득하였으니 얼굴은 복숭아꽃처럼 교태롭고 농염한 자태를 드러냈으니 풍류 국색이라 할 만하였다. 추파를 던지며 애교가 넘치는 애정의 눈길을 보냈으며, 붉은 입술을 열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소곤소곤 대는 말을 토해내고 있었다. 


백읍고를 유혹하기 위해 백읍고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백읍고는 성인의 아들이고, 아버지가 감금 되는 재앙을 당하고 있고, 자식으로서의 도리인 효도를 다하려고 하지 아니하였던가? 그래서 산 넘고 물을 건너는 수고를 사양하지 않고, 조가로 와서 공물을 바치고 아버지의 죄를 속죄하려고 하였으며, 부자가 함께 사면받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어찌 이런 음란한 일에 마음인들 두었겠는가? 비록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하고 있지만, 마음은 철석과 같고, 뜻은 굳기가 굳은 강철과 같으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방관자와 같이 보았으며, 오직 마음은 하나같이 거문고를 전수하는 데 있을 뿐이었다.


달기가 온갖 교태를 부리며 두세 차례 백읍고를 유혹하였으나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달기가 이윽고 말을 꺼냈다. “이 거문고를 짧은 시간에 타는 법을 깨우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로구나.” 달기가 좌우에 분부를 내렸다. “술상을 마련하여라.” 달기는 곁에 자리를 마련하여 앉도록 명했는데, 백읍고에게 잔치에 시중들게 하였다.


백읍고는 정신이 아득하여 혼이 몸에 붙어 있지 않은 듯했는데, 바로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백읍고는 법을 어긴 신하의 자식인데, 마마께서 저희에게 죽음 내리지 않고 은혜를 베풀었으며, 재생의 길을 열어 주었는데, 그 성덕이 진실로 산과 같고 바다와 같아 감격할 뿐입니다. 마마께서는 萬乘만승의 지존이시 오며, 세상 사람들의 국모인데, 백읍고가 어찌 감히 곁에 앉겠습니까? 신은 만 번 죽어도 마땅하옵니다!”

 

말을 마친 백읍고는 땅에 엎드린 채 감히 머리를 들지도 않았다. 달기가 말했다. “백읍고의 말이 틀렸다! 만약 신하로 논한다면, 과연 곁에 앉을 수 없다. 그런데 거문고를 가르치는 것을 말하면, 곧 스승과 제자의 도리인데, 곁에 앉아도 무방하리라.”

 

백읍고는 달기의 말을 듣고 암암리에 이를 갈았다. ‘이 천한 것이 나를 불충하고 부덕하고, 불효하고 불인하고, 예의가 없고, 지혜가 없고 불량한 무리로 만들고 있구나. 생각해보면 나의 시조 后稷후직은 요임금의 신하였으며, 관직은 司農사농의 직을 맡았으며, 그 후 수 십 세를 전하여 왔는데, 여러 대에 걸쳐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忠良충량이었다. 오늘 내가 아버지를 위해 은나라에 입조하였다가 잘못하여 함정에 빠졌다. 달기가 사특한 음행으로서 나라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풍속의 교화를 해치며, 그 악행이 적지 않음을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나 백읍고는 차라리 만 번 칼에 베어 죽음을 당하더라도 어찌 姬희씨 가문의 절개를 무너뜨리겠는가? 다음에 구천에 가서 무슨 얼굴로 시조들을 뵐 수 있겠는가?’

 

달기는 백읍고가 꿇어 엎드린 채 말이 없고, 또 백읍고가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자 더는 펴볼 만한 계책이 없었다. 그러나 달기의 마음속에는 사악한 생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나에게는 오히려 너를 恩愛은애하려는 마음을 품었는데, 너는 어찌 조금도 돌아보지도 않는단 말인가? 좋다. 나는 다시 한 가지 방법으로 너를 유혹하리라. 그러면 설마 백읍고 너의 사람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달기는 궁인들에게 술자리를 거두라고 명하고, 백읍고에게 몸을 일으키라고 하면서 말했다. “경은 이미 굳세게 고집하여 술을 마시지 않으니, 아까처럼 다시 마음을 다해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하여라.” 백읍고는 명을 받들어 거문고를 전수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달기가 갑자기 말했다. “나는 위에 있고, 그대가 아래에 있으니, 떨어진 거리가 멀어서 현을 누르는데 잘못이 크니, 몹시 불편하구나. 어찌하면 단번에 능숙하게 될 수 있겠는가? 나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우리 둘이 서로 가까이 있으면, 현을 누르고 전수를 받는데 편리하니 그대는 어떠한가?”


백읍고가 대답했다. “오래 연습하면 자연히 정통하게 될 것이니, 마마께서는 성급히 이루려고 하지 마옵소서.” 달기가 말했다. “그런 말이 아니다. 오늘 저녁에 능숙하게 익히지 못하면, 내일 주상께서 나에게 물을 것인데, 내가 장차 무슨 말로 대답할 수 있겠느냐? 심히 불편하구나. 그대가 윗자리로 옮겨오고, 내가 그대의 품 안에 앉고, 그대는 나의 양손을 잡고 이 현을 튕긴다면 일각도 되지 않아 익숙하게 될 것인데, 어찌하여 수고로이 시간을 끌려고 한단 말인가?”


이 말에 백읍고는 놀라서 魂혼이 만 리를 떠돌고, 魄백이 구천 하늘에 흩어지는 듯했다. 백읍고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 일에 이미 큰 운수는 정해졌으니, 이 그물망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 같으며, 결국은 맑고 깨끗한 귀신이 될 것이다. 부친이 자식에게 가르쳐 준 도리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다만 충언으로 직간할 수밖에 없으며, 죽더라도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구나.’

 

   삽화 권미영

 

 

백읍고가 정색을 하고 아뢰었다. “마마의 말씀은 신으로 하여금 만세토록 개나 돼지와 같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지요! 사관이 역사에 기록할 때 마마를 어떤 황후라고 하겠습니까! 마마께서는 바로 만민의 국모이시고, 천하 제후의 공물과 하례를 받아 황후로서 지존의 부귀를 누리고, 육궁 대궐의 권세를 장악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오늘 거문고 배우는 일로 해서 존귀함을 무너뜨리는 것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이는 심히 어린이의 장난이라 할 수 있는데, 어찌 체통을 지켰다고 하겠습니까? 만약 이 일이 밖으로라도 한번 소문이 나면, 비록 마마께서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하다 하더라도 천하 만세가 또한 어찌 믿으려 하겠습니까? 마마께서는 한때의 성급함으로 인해 지존에 욕됨이 되도록 하지 마소서.”


백읍고의 말에 달기는 부끄러워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귀까지 붉어졌으며, 더 대꾸할 말이 없었다. 즉시 백읍고에게 잠시 물러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백읍고는 누각을 내려와 관역으로 되돌아갔다.

 

한편, 달기는 노여움에 치를 떨었다. “이 필부 같은 놈, 사람을 이렇게 경멸하다니! ‘나는 본래 마음을 명월에 기탁했는데, 명월이 도랑을 비출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는 말처럼 도리어 한바탕 모욕만 당했다. 어쨌든 네놈의 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수어서 나의 원한을 갚도록 하리라!”

 

달기는 주왕을 모시고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주왕이 달기에 물었다. “밤새 백읍고에게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받았는데, 거문고를 능숙하게 익혔소?” 달기는 베갯머리에서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백읍고의 잘못을 들추어내어 헐뜯었다. “신첩이 폐하께 아뢰나이다. 지난밤에 백읍고가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해줄 마음은 없었고, 도리어 불량한 생각을 품고서 신첩을 희롱했나이다. 그 정도가 심하여 신하로서 예의가 아니었는데, 신첩이 부득불 아뢸 수밖에 없나이다.”

 

주왕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했다. “저 필부 같은 놈이 어찌 감히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즉시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식사를 하고 어지를 전했다. “백읍고를 들라고 하라.”

 

백읍고가 관역에 있다가 어명을 듣고 곧 적성루로 와서 어지를 기다렸다. 주왕이 명했다. “적성루 위로 오르라.” 백읍고가 누대로 올라가 땅바닥에서 절을 하자 주왕이 말했다. “어제 거문고 타는 법을 전수하면서 무엇 때문에 마음을 다해 전수하지 않고, 도리어 시간을 지체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에 대해 말해보아라?” 백읍고가 아뢰었다. “거문고 타는 것을 배우는 일은 마음을 견고하게 하고 뜻을 정성스럽게 해야 비로소 정통할 수 있습니다.”

 

달기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거문고를 가르치는 방법은 별다른 것이 아니고, 만약 자세하고 분명하며 조리있게 가르쳤다면, 어찌 숙달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다만, 그대가 전수하는 것이 불명하고, 강론하는 것이 흐리멍덩하니 어찌 그 음률의 오묘함에 이를 수 있겠는가?”

 

주왕은 달기의 말을 듣고, 간밤의 일이 명료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므로 백읍고에게 명령을 내렸다. “다시 한 곡조 켜서 짐이 친히 들어보도록 하라. 어떠한지 보겠다.” 백읍고가 명을 받고 땅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생각해본다. “거문고 연주 속에 諷諫풍간의 뜻을 담아야겠다.”

 

이어서 주왕을 탄식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 점 충심이 푸른 하늘에 이르게 하여, 임금의 수명이 영원히 무강하기를 기원하네. 바람이 조화롭고 비가 순하니 지금의 복이요, 천하(山河)를 하나로 통일하여 나라의 복록이 장구하리다.”  

 

주왕이 조용히 들어보니 거문고 내의 소리가 모두 충심애국의 뜻이 담겨 있으며, 결코 조금도 비방하는 말이 없었다. 그러니 장차 백읍고에게 어떻게 벌을 줄 수 있겠는가? 달기는 주왕이 백읍고에게 벌을 줄 마음이 없는 보자 다른 꼬투리를 들춰내어 말했다. “백읍고가 일전에 진상한 흰 얼굴의 원숭이(白面猿猴)가 노래를 잘한다 하였습니다. 폐하께서는 원숭이의 노래를 한번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나이까?” 주왕이 말했다. “간밤에 거문고 가르치는 데에 실수가 있어 연습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오늘은 백읍고에게 명하여 진상했던 흰 얼굴의 원숭이를 누대로 데려와 한 곡조 시험해보는 것이 어떠한가?”


백읍고가 어지를 받들고 관역으로가 원숭이를 데려와 적성루에 진상했다. 붉은 조롱을 열고 원숭이를 내놓았다. 백읍고는 박자를 두드리는 檀板단판을 흰 원숭이에게 건네주었다.

 

     삽화 권미영

흰 원숭이는 박자판을 가볍게 두드리며 구성지게 목청을 뽑는데, 그 소리가 생황처럼 누대에 가득 맑고 깨끗하게 퍼졌다. 소리를 높이면 봉황의 울음과 같았고, 소리를 낮추면 난새의 울음처럼 아름다웠다. 근심 있는 사람이 들으면 눈썹이 펴졌고, 즐거운 사람이 들으면 손바닥을 쳤으며, 우는 사람이 들으면 눈물을 그쳤으며, 사리에 밝은 사람이 들어도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


주왕은 흰 얼굴 원숭이의 노랫소리를 듣고 마음의 감정이 뒤섞였으며, 달기는 이를 듣고 마음이 술에 취한 듯하였고, 궁인들도 듣고 세상에 드문 소리라고 하였다. 원숭이가 부르는 노랫소리에 달기는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산란하여 술에 취한 듯 바보라도 된듯하여 자기의 형체를 추스를 수가 없었으므로 자기 본래의 원형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흰 얼굴 원숭이는 바로 천 년 동안 도를 닦은 원숭이로, 咽喉인후의 12마디에 횡골이 하나도 없이 수련하였기에 이렇게 노래를 잘 할 수 있었다. 火眼金睛화안금정을 수련하였기에 인간과 요괴를 잘 구별하였다. 달기의 원래 형체가 나타나자 흰 원숭이는 위쪽에 여우 한마리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여우가 바로 달기라는 것을 몰랐다. 흰 원숭이가 비록 득도한 영물이라고 하나 종래는 축생에 불과하였다.

 

이 원숭이는 박자판인 단판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아홉 마리 용이 그려져 있는 연회상을 넘어 재빠르게 달기의 원형인 여우의 얼굴을 향해 공격했다. 달기가 뒤로 날쌔게 피했는데, 주왕이 이를 보고 주먹을 내지르자 흰 얼굴의 원숭이는 땅에 꼬꾸라지며 죽어버렸다.

 

여러 궁인들이 달기를 부축하여 일으키자, 달기가 말했다. “백읍고가 원숭이를 진상하여 암암리에 암살하려 했는데, 만약 폐하께서 구해주신 은혜가 아니었다면, 신첩의 생명은 끝났을 것이 오이다!” 주왕이 크게 화가 나서 좌우를 향해 소리쳤다. “백읍고를 끌어내어 蠆盆채분 속에 집어넣어라!” 양쪽의 시어관이 백읍고를 끌어내자, 백읍고가 억울하다고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주왕은 백읍고가 억울하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백읍고를 잠시 석방하라고 했다. 주왕이 물었다. “너 이 필부 같은 놈! 흰 원숭이로 암살을 꾀하는 것을 여러 눈으로 보았는데, 어찌 강변을 하느냐? 억울하다고 하는데 무엇이 억울하단 말인가?”

 

백읍고가 울면서 아뢰었다. “원숭이는 산중의 짐승으로서, 비록 사람의 말을 알아듣도록 수련했지만 야성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숭이는 과일을 좋아하며, 불에 익힌 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금 살펴보건대 폐하의 연회상에는 백가지 과일이 가득하므로 원숭이가 마음속으로 과일을 취하려는 급한 마음에 박자판인 단판을 집어던지고 술좌석으로 돌진한 것이옵니다.

 

또한 원숭이 손에는 조그마한 칼도 없었는데, 어찌 능히 암살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신 백읍고는 대대로 폐하의 큰 은혜를 입었는데, 어찌 감히 경솔한 짓을 하겠사옵니까? 원컨대  폐하께는 이 정황을 살펴주시옵소서. 그러면 신이 비록 사지가 찢어지는 형벌을 당한다고 해도, 죽어서라도 눈을 감을 것이옵니다.”

 

주왕이 백읍고의 말을 다 듣고 마음속으로 한참 생각하다가 노여움을 기쁨으로 바꾸어 말했다. “황후! 백읍고의 말이 옳도다. 원숭이는 산속의 동물로 종래 야수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오. 하물며 칼도 없이 어찌 살상을 할 수 있겠소?”

 

바로 백읍고를 사면하자 백읍고가 주왕의 은혜에 감사했다. 달기가 말했다. “이미 백읍고에게 죄가 없다고 사면하였으니, 다시 거문고로 기이한 곡조를 연주하게 하소서. 거문고 곡조에 충성되고 선량한 마음이 들어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삐닥하고 위험한 내포가 들어 있다면 결단코 용서치 않겠소.”

 

주왕이 말했다. “왕후의 말이 참으로 옳도다.” 백읍고는 달기의 주청을 듣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번엔 그 올가미에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보잘 것 없는 육신이나마 직간을 하리다. 만 번의 칼날 아래 죽더라도 이를 史冊사책에 남겨진다면, 또한 우리 姬氏희씨 가문이 대대로 충성과 선량함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 되리라.’


백읍고가 명령을 받고 바닥에 앉아 거문고를 무릎위에 놓고 한 곡조를 연주했다. 가사는 이러하였다.
“밝은 군주가 되어 덕을 베풀고 어짐을 행하여야 하네, 차마 하지 못할 마음으로 무거운 세금과 번다한 형벌을 시행한 것을 듣지 못하였다. 치솟는 연기의 炮烙포락 형벌에 근골은 부수어지고, 蠆盆채분의 참상이여 폐부가 놀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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