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18

醉月 2011. 6. 20. 09:05

18장 강자아가 주왕에게 간언하고 반계(磻溪)에 은거하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가 鹿臺녹대를 그린 그림을 보고나자 주왕이 물었다. “이 녹대를 완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날이 소요되어야 마칠 수 있겠소?”


강상이 아뢰었다. “이 樓臺누대는 높이가 4장 9척이고, 구슬과 옥으로 누각과 집을 만들고, 푸른 난간에 조각을 한 누각이므로 공사가 아주 거대합니다. 만약 이 녹대를 완공하자면 족히 35년은 걸려야 완성할 수 있사옵니다.”
주왕은 강상의 이 말을 듣고 달기에게 말했다. “부인! 강상이 녹대를 완성하는 데는 35년이 걸린다고 하는구려. 짐이 생각하기로는 光陰광음은 순식간이요,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으니, 나이가 젊을 때 가히 즐겨야 하오.
만약 35년이란 세월이 걸린다면, 인생이 도대체 얼마나 남았는데, 어찌 그토록 오래 살 수 있단 말이오? 이 녹대를 짓는다는 것은 실로 무익하다 할 것이오.”

 

달기가 아뢰었다. “강상은 방외술사로서 늘 지나치게 무고한 말을 하나이다. 어찌 35년 만에 완공된다는 것이 이치에 맞기라도 합니까? 분별없이 도리에 어긋나고 주군을 속인 것이므로 그 죄는 마땅히 炮烙포락의 형벌에 처해야 합니다.”

주왕이 말했다. “부인 그대의 말이 옳도다.  봉어관은 들어라. 짐이 강상을 붙잡아 포락의 형으로 처벌하여 나라의 법을 바로 잡겠노라.”

 

그 말이 끝나자 자아가 대답했다. “신이 폐하께 아뢰옵니다. 녹대를 짓는 공사는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손상하는 것입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이러한 생각을 중단하십시오. 절대로 불가한 일이 옵니다. 지금 사방에서 칼을 든 병사들의 난리가 일어나고 있고, 수해와 한해가 빈발하며, 창고는 비었으며, 민생은 날로 각박합니다. 이때 폐하께서 마음을 국가의 근본에 두어 백성과 더불어 화평의 복을 기르지 않으시고, 날로 주색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고, 어진 사람을 멀리하고 아첨하는 자를 가까이 하므로 국정을 어지럽히며, 충성스런 신하를 살해하고 있사옵니다. 하여 백성이 폐하를 원망하며 하늘이 근심하는 것은 세대를 거듭하도록 경계하는 것인데도, 폐하께서는 전혀 수양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이제 또 알랑거려서 남을 홀리는 여자의 말을 들으시고, 망령되이 토목공사를 일으키어 만민을 해로움에 빠뜨리니, 신은 폐하께서 하시고자 하는 그 종말을 모르겠사옵니다. 신은 폐하께 우연히 눈에 뛰게 되어 벼슬을 받은 은혜를 입었으므로, 부득불 충심으로 속을 터놓고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옵니다. 만약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신다면, 다시 옛날 사치스런 궁궐(瓊宮)을 지어서 나라가 기울었던 고사를 살펴보십시오. 사직의 백성들이 가련할 뿐이며, 오래지 않아 사직이 타인의 소유가 될진대, 신이 어찌 참아 이를 좌시하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사옵니까?” 


주왕이 자아의 말을 듣고는 크게 노하여 욕을 퍼부었다. “이 필부 같은 놈! 어찌 감히 천자를 비방하는가?”
양쪽에 늘어선 관리들에게 명을 내렸다. “이 놈을 끌어내어 시체를 잘게 썰어 육장을 만들도록 하여, 나라의 법을 바로 잡도록 하라?”
여러 관원들이 강자아에게 다가가자 자아는 몸을 빼내어 적성루 아래를 바라보며 누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를 바라보던 주왕은 화가 났다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부인, 당신은 이 필부를 보시오. 끌어내라는 한마디를 듣고 곧 달아났소. 예절과 법도를 전혀 모르는 자요. 어찌 도망갈 생각만 한단 말인가?”

주왕이 봉어관에게 체포하라는 명을 내렸다. 여러 관원들이 강자아를 뒤쫓아 용덕전과 구간전을 지났다. 자아가 구룡교에 막 도착하였는데, 관원들이 급히 쫓아오는 것을 보았다.

 

자아가 그들을 향해 말했다. “奉承官봉승관은 나를 쫓아올 필요가 없소. 한번 죽으면 그만 아니오.” 이어서 구룡교 난간에 의지하여 아래를 힐끗 한번 내려다보며 몸을 내던졌는데, 물결이 일어나며 물보라가 튀었다.
관원들이 급히 다리 위에 올라 살펴보니, 물위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자아가 물을 빌려서 도망가는 水遁法수둔법을 썼다는 사실을 몰랐다. 승봉관이 적성루로 돌아가서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받은 주왕이 말했다. “잘됐군! 그 늙은 필부 같은 놈!”

 

한편, 자아가 다리아래 물에 빠져죽자 네 명의 집전관이 난간을 붙잡고 물을 바라보며 한탄했다. 마침 상대부 楊任양임이 오문을 지나다가 다리 가에서 집전관들이 엎드려서 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양임이 물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집전관이 대답했다. “대인, 하대부 강상이 물에 투신하여 죽었습니다.” 양임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로?” 집전관이 대답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양임은 文書房문서방으로 들어가 상소문을 살펴보았다.  

 

주왕은 달기와 함께 녹대공사 감독관으로 누구를 파견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달기가 아뢰었다. “이 녹대를 짓는 데는 崇侯虎숭후호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겠나이다.”
주왕이 윤허하고 승봉관을 파견하여 숭후호에게 어지를 전하게 했다. 승봉관은 어지를 받들고 구간전을 나와 문서방으로 가서 양임을 만났다.

 

   삽화 권미영

 

양임이 승봉관에게 물었다. “하대부 강상이 무슨 일 때문에 임금을 거역하고,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었는가?”
승봉관이 대답했다. “천자께서 강상에게 녹대를 지으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강상이 천자의 명을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체포하라는 명을 내리자 달아나다가 구룡교에서 물에 뛰어들어 죽었습니다. 지금은 숭후호에게 녹대 공사를 감독하도록 조칙을 내렸습니다.” 

 

양임이 다시 물었다. “녹대란 도대체 무엇인가?” 승봉관이 대답했다. “달기마마가 헌상한 그림이온데, 높이가 4장 9척이고, 구슬과 옥으로 만든 누대라고 합니다. (승봉관은 들은 대로 설명해나갔다.)
이제 숭후호가 공사감독을 맡았습니다. 소인이 보건대 천자의 소행이 모두 하나라 폭군 걸왕의 도라고 여겨지고, 사직이 폐허가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일부러 대인을 뵈러 왔습니다.

 

대인께서는 충성스러운 간언으로 토목공사를 그치게 하고, 만민이 진흙과 흙을 운반하는 고통을 구제하고, 상인이 장사 밑천을 까먹는 재앙을 면하게 하는 것이 대부께서 천하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여겨집니다. 이제 대부께서 상소하여 이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옳다고 사료됩니다.”

양임이 승봉관의 말을 다 듣고 말했다. “당신은 이 조서를 멈추시오. 내가 어전으로가 성상을 뵙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시행하도록 하시오.”
양임이 곧바로 적성루로 가서 어지를 기다렸다. 주왕이 양임을 누대로 올라오게 하고 물었다. “경은 무슨 아뢸 상소라도 있소?”

 

양임이 아뢰었다. “신은 천하를 다스리는 도를 들었습니다. 임금은 밝아야 하고 신하는 곧아야하며, 어떤 말이나 계획도 모두 듣고 받아들여야 하며, 충성스러운 신하를 친히 하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멀리해야 합니다.
바깥 나라와 화합하고 민심에 순응하며, 공적을 상주고 죄를 벌주는 것이 합당하다면 四海사해가 순종하며, 팔방이 그 덕을 앙모할 것입니다. 어진 정치를 백성에게 베풀면 천하가 숭상하여 따를 것이며, 만백성이 생업을 즐길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聖主성주가 해야 하는 것이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后妃후비의 말을 믿으시며, 충성스러운 간언을 듣지 않으시고 녹대를 건축하려고 하시옵니다.
또 폐하께서는 다만 향락을 일삼고 가무와 주연만 즐기시는데, 이것은 한 몸의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만백성의 근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사옵니다.

 

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폐하께서 이러한 즐거움을 누릴 수 없으시고, 오히려 먼저 가까운 곳의 우환이 있을 까 염려 되옵니다. 폐하께서 만약 서둘러 정사를 정비하지 않는다면, 신은 폐하께서 이를 다스릴 수 없을 까 두렵사옵니다.”

 

양임이 다시 몸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는 외부에 세 가지 해로움이 있고, 안으로는 한 가지 해로움이 있사오니, 폐하께서는 신의 말씀을 들어 주소서.
밖에 세 가지 해로움은 첫째 동백후 강문환이 용맹한 군사 백만으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합니다. 그런 까닭에 遊魂關유혼관의 병사들이 편안히 쉬지 못하고, 자주 강문환의 위세에 꺾여 3년 동안 고전하고 있으며, 군비와 군량이 바닥났고, 말먹이도 날로 구하기 어려우니 이것이 첫 번째 해로움입니다. 

둘째는 南伯侯남백후 鄂順악순이온데, 폐하께서 무고하게 그의 부친을 살해했기 때문에 크게 군사를 일으켜 三山關삼산관을 주야로 공격하고 있으므로 鄧九公등구공 역시 여러 해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창고가 비었고, 군인과 백성이 실망하고 있는데, 이것이 두 번째 해로움이옵니다.

 

세 번째 해로움은 聞太師문태사가 北海북해의 큰 적을 치기위해 멀리 원정나간 지 10여년입니다. 이제 바로 되돌아올 수 없고, 승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길흉조차도 가늠할 수 없사옵니다. 폐하께서는 무슨 연고로 아첨하는 말을 믿으시고, 바른 선비들을 살육하시는 것이옵니까? 알랑거려 남을 홀리는 말을 따르시고, 정직한 말은 불문에 부치시고 계시옵니다. 소인들이 날로 임금 앞에 모여들고, 군자는 날마다 멀리 물러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궁궐에는 안팎의 구분이 없게 되었고, 환관들에 의해 깊은 궁궐까지도 문란하게 되었다고 하옵니다.”

양임은 여기서 숨을 한번 고르고 다시 아뢰기 시작했다. “세 가지 해로움에 놀라고 걱정하고 있는데, 팔방에서 난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바른 말하는 관리를 용납하지 않으시고, 충성을 가로막고 있사옵니다. 지금 까닭 없이 일을 조작하여 토목공사를 널리 일으키고 있사옵니다. 그리하여 사직을 안정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종묘도 반석처럼 튼튼히 할 수 없사옵니다. 신은 朝歌조가 백성들이 이러한 塗炭도탄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사옵니다.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속히 녹대공사를 그치시고, 백성들이 본업인 생업을 즐거이 할 수 있도록 하신다면, 대체로 만에 하나라도 가히 구제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심이 한꺼번에 이반하고, 만민이 어지럽게 난리를 일으킬 것이옵니다. 옛말에도 ‘백성이 난을 일으키면 나라가 망하고, 나라가 망하면 군주도 망한다’고 했사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6백 년 동안 중화와 오랑캐를 안정시킨 은나라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에 의해 무너질까 애석할 뿐이옵니다!”

 

    삽화 권미영

 

 

 

주왕은 양임의 간언을 듣고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필부 같은 자가 있나! 붓이나 잡는 서생인 주제에 어찌 감히 무지하게도 직설로써 임금을 핍박하는가?” 봉어관에게 명했다. “이 필부의 두 눈을 도려내어라! 옛날의 세운 공을 생각해서 이번 한번은 용서를 한다.” 


이 말에 양임이 다시 아뢰었다. “신이 비록 두 눈이 도려내지는 벌을 받더라도 사양하지 않겠사오나, 다만 천하의 체후들이 신의 눈이 도려내지는 고통을 참지 못할까 두려울 따름입니다.” 봉어관이 양임을 누대 아래로 끌어내렸다. 곧 비명소리가 들리는 속에 양임의 두 눈알이 도려내어졌으며, 봉어관이 양임의 두 눈을 천자에게 바치기 위해 누대위로 올라왔다. 


한편 양임의 忠義충의는 실로 주왕을 위한 것이었으며, 비록 두 눈이 도려내어졌으나 충심은 조금도 없어지지 않았다. 양임의 한 줄기 원망의 기운이 곧바로 靑峰山청봉산 紫陽洞자양동 淸虛道德眞君청허도덕진군 면전으로 솟구쳤다.

 

진군은 일찍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황건역사에게 명을 내렸다. “양임을 구해서 산으로 돌아오라.” 황건역사는 명을 받들고 궁궐인 적성루 아래에 이르렀다. 세 차례 神風신풍이 이는가 싶더니 기이한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다. 그때 적성루 아래에 흙먼지가 일어나고 또 모래가 날리는데, 한 차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양임의 몸뚱이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 와중에 주왕은 모래와 흙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누각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되지 않아 바람과 모래가 잠잠해지자, 신하들이 주왕에게 아뢰었다. “폐하, 양임의 몸이 바람에 날려가고 보이지 않사옵니다.” 주왕이 탄식했다. “지난번 짐이 태자의 목을 벨 때에도 태자가 바람에 날려 사라지더니,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는구나. 설마 무슨 일이야 있으랴.” 주왕이 달기에게 일렀다. “鹿臺녹대의 공사는 이미 崇侯虎숭후호에게 조서를 내렸다. 양임이 짐에게 간언하다가 스스로 그 화를 불러왔다. 서둘러 숭후호를 불러들여라!” 시어관이 조칙을 독촉하러 갔다.

 

한편 양임의 몸은 황건역사에 의해 자양동으로 빼돌려졌고, 역사가 진군에게 돌아가 보고를 올리고 도덕진군의 法旨법지를 기다렸다. 도덕진군이 동부에서 나와 白雲童子백운동자를 불러 명을 내렸다. “호로병 속에 仙丹선단 두 알을 꺼내어 양임의 눈 속에 집어넣어라.”  그때 도덕진군이 先天眞氣선천진기를 모아서 양임의 얼굴을 향해 불어 넣고는 소리쳤다. “양임은 어서 일어나지 않고 무엇을 하는가!”

 

참으로 선가묘술은 현묘하여 다 죽은 양임이 기사회생했다. 단지 양임의 눈구멍에서는 두 개의 손이 길게 자라나왔으며, 그 손바닥에는 두 개의 눈동자가 생겨난 것이 보였다. 이 눈으로는 위로는 하늘(天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볼 수 있고, 아래로는 땅속 地穴지혈을 살펴볼 수 있으며, 중간으로는 인간세상의 만사를 알 수 있었다.

 

양임이 일어나 잠깐 동안 자기의 눈이 기형으로 변한 것을 살피다가 도인 한분이 동부 앞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양임이 물었다. “도장이시여! 이곳은 저승의 경계가 아닙니까?” 도덕진군이 대답했다. “저승이 아니고, 이곳은 청봉산 자양동이라네. 빈도가 바로 연기도사 淸虛道德眞君청허도덕진군일세. 자네는 진실로 충성스러운 신하로서 주왕에게 직간하여 만백성을 구제하려다가 오히려 두 눈이 도려내지는 재앙을 만나게 되었소. 하여 빈도는 그대를 가엾게 여겨 목숨을 살리기 위해 산으로 오르도록 제도했다네. 나중에 서주의 周王주왕을 보필하여 그 바른 도를 이루도록 하시오.”        


양임은 다 듣고 나서 절을 하며 사례했다. “제자는 진군께서 구원해 주신 은덕을 입어 다시 환생하게 되었으며, 다시 인간세상을 보게 되었으니, 이 은덕을 어찌 감히 잊을 수 있겠사옵니까! 진군께서는 저를 저버리지 마시고, 원컨대 스승으로 받들도록 하여주십시오.”

 

양임은 청봉산에서 거주하게 되었으며, 나중에 하산하여 강자아를 도와 공을 이루게 된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있다. “양임 대부가 직간한 것은 범죄로서 형벌을 받는 것이 이치에 맞지도 않는데, 두 눈이 도려내어지고 심장이 상하여 차마 들을 수조차 없었다. 도덕진군의 묘술이 아니었다면, 어찌 능히 두 눈으로 하늘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필 수 있었을까?”

 

한편 양임이 청봉산에 머물며 편안히 지내고 있는데, 주왕은 숭후호에게 조칙을 내려 鹿臺녹대 공사를 감독하게 하였다. 이 녹대공사는 그 공사규모가 어마어마하여 공사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으며, 소요 인부 또한 한이 없었다. 나무와 진흙, 벽돌, 기와 등을 옮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그 노역의 고통을 가히 말로 표현 할 수없었다. 

 

각 주부현(州府縣)의 군민들이 세 명의 장정 중  두 명이 뽑혔고, 홀로 사는 장정도 부역에 동원되었다. 돈이 있는 자들은 돈으로 인부를 사서 대신하였고, 돈이 없는 자들은 노동에 지쳐 죽는 자가 속출하였다. 만백성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밤낮으로 불안하였다. 남녀백성들은 원성이 높아갔고, 가가호호 문을 닫아걸었으며, 사방으로 도망치는 자들도 생겨났다.

 

원래 간악했던 숭후호는 세력을 믿고 마음대로 백성들을 학대하였는데, 가련하게도 노역에 힘들어 죽는 젊은이나 늙은이를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들 죽은 자들을 모두 녹대 밑에 채워 넣어 묻어 버렸다.

 

       삽화 권미영

 

  

숭후호가 녹대공사 감독을 맡아 무자비하게 공사를 진행시키자 힘든 노역 때문에 은나라 서울 朝歌조가는 마치 변란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고, 조가를 떠나 도망가는 백성들이 이어졌다.

 

한편, 강자아는 주왕의 형벌을 피해 구룡교에서 뛰어내려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물에서 몸을 둔갑하여 도망치는 水遁法수둔법을 빌려 친구 송이인의 장원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아내 마 씨가 영접했다. “대부께서 오늘 집에 돌아온 것을 축하드립니다.” 강자아가 대답했다. “나는 이제부터 더 이상 벼슬살이를 하지 않겠소.” 마 씨가 크게 놀랐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강자아가 말했다. “천자가 달기의 말을 듣고, 녹대공사를 일으켜 나를 공사 감독으로 명했소. 나는 만민이 재앙을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상소를 올렸소. 천자는 나의 상소를 따르기는커녕 내가 직간했다고 하여 크게 화를 내시고 오히려 나를 파직하여 전원으로 돌아가게 하였소. 내가 생각해보니 주왕은 나의 주인이 아닌 것 같소. 부인, 당신은 나와 함께 西岐서기로 가서 때를 지키며 천명을 기다립시다. 나도 어느 날 때가 오고 운이 이르면 관직에 다시 나아가 고관대작이 되어, 신하로서는 제일이 될 것이오. 내 가슴속에 간직한 진실한 학문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오.”


마 씨가 대답했다. “당신은 선비집안 출신도 아니고, 강호에 떠도는 하나의 술사에 불과한데, 하늘의 도움으로 하대부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천자의 덕을 입음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이제 당신에게 녹대를 건설하는 것을 맡겼는데, 이것은 당신을 돌보아 준 것입니다. 공사를 감독하게 하였으니 녹봉도 매우 많을 것인데, 당신은 아무 것도 관여치 않겠다며 천자를 뿌리치고 돌아왔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높은 벼슬이라고 상소를 올려 간언을 합니까? 당신은 역시 복이 없고, 다만 일개 강호의 술사나 될 운명 같군요!”

 

자아가 대답했다. “부인, 당신은 안심하시오. 이 정도의 관직이라면 내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재주와 학문을 펼칠 수도 없으며, 내 평생 간직한 뜻을 이루기도 어렵다오. 당신은 행장을 수습하여 나와 함께 서기로 갑시다. 머지않아 나는 일품 관직에 나아가 公卿공경 반열에 오를 것이니, 당신 또한 일품 부인을 제수 받아 몸에는 아름다운 패옥을 차고, 머리에는 구슬로 된 관을 쓰고서 서기에서 영화를 누릴 것이오. 그러면 내가 관직에 한번 나가는 것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오. 

 

마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아, 당신이 하는 말은 때를 잃은 말입니다. 현재 주어진 관직조차 지켜낼 복이 없는데, 빈주먹 빈손으로 어디 가서 무엇을 찾는단 말입니까? 이것은 당신의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길이 없는 곳으로 달아나는 것과 같고,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구하는 것과 같은데, 오히려 일품 관직을 바란단 말입니까? 천자께서 당신에게 녹대공사를 감독하라고 명한 것은 명백히 당신을 돌보아 준 것입니다. 당신이 상소한 행위가 무슨 청백리라도 된 줄 압니까? 지금 많은 크고 작은 벼슬아치들은 모두 때를 따를 뿐입니다.”

 

자아가 대답했다. “당신 여인네들은 남자의 원대한 뜻을 모르오. 하늘의 운수는 정해져 있으며, 다만 조금 빠르고 늦음에 기약이 있어 각자가 스스로 주관이 있다오. 당신이 나와 함께 서기로 간다면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오. 어느 날 때가 오면 부귀영화가 적지 않을 것이오.”

 

그 말에 마 씨가 대답했다. “강자아, 나는 당신과 부부인연으로 맺어졌으나 다만 이와 같은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나는 이곳 조가에서 성장하였으니, 결단코 타향인 외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오. 지금부터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일을 하겠소. 다시는 다른 말을 하지 맙시다!” 자아가 말했다. “부인의 말이 틀렸소. 암탉이 어찌 수탉을 쫓지 않으며, 부부가 어찌 떨어져 사는 이치가 있을 수 있겠소!”


마 씨가 말했다. “나는 원래 조가에서 태어난 여자인데, 어찌 고향을 떠나 타향으로 가서 살 수 있단 말입니까? 자아, 당신은 이러한 사실에 따라 休書휴서(이혼장)한 장 써서 나에게 주시고, 각자가 살길을 찾도록 합시다. 나는 결단코 당신을 따라 가지 않을 것이오.”  자아가 다시 말했다. “당신은 나를 따라 가면 장래에 좋을 것이오! 어느 날, 몸이 영화롭게 되어 무한한 부귀를 누릴 것이오.”


마 씨가 대답했다. “나의 운명은 다만 이와 같을 뿐이며, 큰 복분을 받을 수 없는 것 같소. 당신은 혼자 가서 일품 고관이 되어 현달하시고, 나는 이곳에 남아 곤궁함을 받도록 하겠소. 그리고 당신이 다시 맞아들이는 아내는 복이 있는 부인이었으면 합니다.” 자아가 말했다. “당신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오!” 마 씨가 대답했다. “이것은 나의 운수가 박복함 때문이지, 결단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오!”

 

자아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당신은 나를 우습게 보는구려! 당신은 이미 나에게 시집와서 나의 처가 되었는데, 어찌 나를 따라 가지 않는단 말이오? 반드시 당신과 함께 동행 해야겠소!” 마 씨가 발끈 화를 냈다. “강자아! 당신이 좋다면 곧 당신이 좋아하는 대로 끝을 맺도록 합시다! 만약 당신이 싫어한다면 나는 부모형제에게 알리고, 당신과 함께 조가로 들어가 천자를 알현하여, 이것을 명백하게 한번 따집시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는 부인 마씨를 설득하여 조가를 떠나 서기로 함께 가자고 하였으나 마씨는 막무가내로 이혼을 하자고 하였다. 부부가 한창 싸우고 있는데, 친구 송이인과 처인 손씨가 함께 와서 자아에게 권했다.


“현제, 당시 이 혼인은 내가 주선한 것이오. 제수씨가 이미 그대와 함께 가지 않겠다고 하니, 이혼장을 써서 주시오. 현제는 특출한 남자이니 어찌 훌륭한 배필이 없겠소? 하필이면 힘들게 제수씨에게 연연할 필요가 있겠소? 흔히 ‘마음이 떠나면 뜻이 머물기 어렵다’라고 하오. 억지로 부부인연을 유지한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오.”

 

자아가 말했다. “형님과 형수님이 이곳에 계시지만, 마씨는 나를 따라 함께하면서 조금도 내 입장을 수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차마 아내를 떠나지 못하는데, 그녀는 도리어 나를 떠나려는 마음이 있습니다. 형님께서 분부하시니, 나는 바로 이혼장을 써서 그녀에게 주겠습니다.”

 

자아가 이혼장을 써서 손에 들고 말했다. “부인! 이혼장은 내 수중에 있소만, 부부는 함께 살아야 하는 법이요. 당신이 이 이혼장을 접수하면 다시 함께 살고 싶어도 불가능한 것이오.”  마씨는 손을 뻗어 이혼장을 받아들고 조금도 연연해하는 마음이 없었다. 자아가 탄식했다. “푸른 대나무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뱀과 누런 벌의 꽁무니의 침이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지만, 가장 지독한 것은 그대의 마음이로군!”

 

마씨는 짐을 수습하여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니 자아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친구 송이인과 형수에게 작별을 고했다. “강상이 형과 형수님께 보살핌과 이끄심을 받았는데, 오늘과 같은 이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송이인이 술상을 마련하여 자아에게 전별식을 베풀었고, 술을 다 마시자 멀리 까지 전송해주며 물었다. “현제는 어디로 가려고 하오?” 자아가 대답했다. “이 아우는 西岐서기로 가서 사업을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이인이 말했다. “만약 현제가 뜻을 이루었을 때 소식 한번주면 나 또한 안심할 것이오.”

 

두 사람은 눈물을 뿌리면서 이별했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송이인이 자아의 먼 여정을 송별하는데, 두 사람이 헤어짐에 마음은 고적할 뿐이었다. 단지 金蘭금란의 사귐은 恩義은의가 무거운데, 몇 번이나 머리를 긁으며 마음속으로 망설였던가.”


자아는 송이인의 송가장을 떠나 孟津맹진으로 가는 길을 잡았다. 황하를 지나고 곧 바로 澠池縣민지현을 지나 臨潼關임동관에 이르렀다. 그때 조가성에서 도망 나온 7~8백여명의 백성들이 보였다. 아버지가 앞에서 이끌고 자식은 울며, 형제가 서로 슬퍼하고, 부부가 눈물을 흘리는데, 남녀의 비통한 슬픈 울음이 분분히 길을 가득 메웠다.
자아가 이를 보고 물었다. “당신들은 조가의 백성들인가?”그들 중에 강자아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으며, 사람들이 소리쳤다. “강 나으리! 우리들은 조가의 백성입니다. 주왕이 鹿臺녹대를 세우기 위해 崇侯虎숭후호를 감독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 천벌을 받을 간신 놈이 장정 셋 중 두 명을 부역에 징발하고 혼자 사는 장정까지 부역에 동원했습니다. 돈이 있는 자는 부역인부를 대신사서 집에서 한가로움을 즐기지만, 동원된 인부들 중 힘들어 죽는 자가 수만이나 되며, 그 시체를 녹대 밑에 묻어버리는데, 밤낮으로 쉴 수조차 없습니다. 우리들은 이러한 고초를 견딜 수가 없어서 도망하여 5關관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總兵총병 장 나으리가 우리들이 관문을 통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곳에서 붙잡혀 조가로 되돌아가면 비명에 죽을 것입니다. 때문에 상심하여 통곡하고 있습니다.”

 

자아가 말했다. “당신들은 이럴 필요가 없네. 내가 가서 장 총병을 만나 당신들을 대신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관을 빠져 나갈 수 있도록 하겠으니 잠시 기다리시오.” 백성들이 감사를 표시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나으리의 하늘같은 은혜이며, 널리 甘露감로를 베푸시니, 죽은 목숨에서 다시 삶을 찾은 것과 같습니다!”

 

자아는 행랑을 백성들에게 맡기고 혼자 장 총병의 관부로 갔다. 관부의 사람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자아가 대답했다. “수고스럽겠지만, 商都상도 하대부 강상이 총병을 만나러 왔다고 통보하시오.” 문지기가 상부로 보고했다. “아뢰옵니다. 상도의 하대부 강상이 찾아왔습니다.” 총병 張鳳장봉이 생각에 잠겼다. “하대부 강상이 찾아왔는데, 그는 문관이고 나는 무관이다. 그는 조정과 가까이에 있고, 나는 관문을 지키고 있는데, 아마도 그에게 무슨 번거로운 일이 있는 것 같구나.”  


장봉은 급히 좌우에 명을 내려 들어오라고 하였다. 자아는 관복을 입지 않고 道服도복을 입었는데, 곧장 안으로 들어와 장봉과 마주했다. 장봉은 자아가 도복을 입고 오자 앉은 채로 물었다. “그대는 누구십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나는 하대부 강상입니다.” 장봉이 다시 물었다. “대부는 어찌하여 도복을 입고 오셨습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소직이 이곳에 온 것은 별다른 일 때문이 아니라, 오직 백성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입니다. 천자가 현명하지 못하여 妲己달기의 말을 듣고, 鹿臺녹대를 건축하기 위해 토목공사를 크게 벌리면서 숭후호를 공사감독으로 임명했습니다.

 

그가 만민을 학대하고, 뇌물을 탐내고, 백성의 재력을 마구 낭비할 줄이야 어찌 예상이나 하였겠습니까? 하물며 사방의 병사들은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하늘이 경계를 보여 홍수와 가뭄이 고르지 못하고, 백성은 살 방도가 없습니다. 천하가 실망하고, 백성들은 재앙을 만났으니, 가련하게도 모진 부역에 힘들어 죽은 軍民군민들을 녹대 아래에 파묻고 있습니다.

 

간신들이 천자를 미혹시키고, 여우같은 여자 달기가 교태를 부려 聖聰성총을 교묘히 막고서 소인더러 녹대공사를 감독하라고 명했습니다. 제가 어찌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그르치며, 백성에게 해를 끼치고 재물을 손상하는 일을 하겠습니까? 때문에 직간을 하였습니다.

 

천자께서는 듣지 않으시고, 도리어 나에게 형벌을 가하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본래 한번 죽어서라도 천자께 작록을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 강상 아직 천수가 다하지 않아, 은혜를 입고 사면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가 장 총병을 만나러 온 이유를 계속 설명해 나갔다.
“그래서 귀향하는 길에 귀하가 다스리는 지역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많은 백성을 만나게 되었는데, 남녀노소가 서로 잡고 이끌고 부축하면서 고통에 울부짖는 것을 보고 몹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만약 이들을 붙잡아 돌려보내면, 炮烙포락과 蠆盆채분의 참혹한 형벌에 처해 사지와 몸이 잘리고 뼈와 혼이 분쇄되어 흩어질 것입니다. 가련하게도 백성이 무고하게 죽으면, 원망에 찬 영혼들이 억울한 죄를 뒤집어쓸 것입니다.


오늘 이 강상이 보건대, 마음이 실로 애석할 뿐입니다. 고로 부끄러움을 마다치 않고, 귀하의 얼굴을 찾아뵈었습니다. 간곡히 부탁하건대, 백성이 관문을 나가도록 허락하여 주신다면, 죽음으로부터 삶을 얻는 것이므로, 이것은 장군의 하늘같이 높고 바다같이 넓은 은혜이자 실로 하늘의 好生호생의 덕입니다.” 

 

장봉은 듣고 나서 크게 노했다. “당신은 강호의 술사로서 하루아침에 부귀하게 되었는데도, 임금의 은혜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반대로 교묘한 말로 나를 미혹시키고 있소. 하물며 도망한 백성은 불충한 무리인데, 만약 그대의 말을 듣는다면, 나 역시 또한 불의에 빠질 것이오. 나는 명을 받아 관문을 관장하고 있으니, 마땅히 신하의 충절을 다해야 하오. 도망한 백성은 법을 무시하였으니 마땅히 체포하여 조가로 호송하여야 하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관문을 지나지 못하게 하면, 저들은 자연히 돌아갈 것이니 나는 이미 한줄기 살길을 보존하여 준 것이오. 만약 국법을 논한다면, 그대조차도 아울러 조정으로 압송하여 나라의 법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오. 나와 처음 만났으니 잠시 용서해 주는 것이오.”

 

좌우 사람들에게 “강상을 내쫓으라!”라고 하자 사람들이 호령하며 강자아를 밖으로 끌어내었다. 밖으로 내쫓기는 자아는 얼굴에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백성은 자아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강 나리, 장 총병께서 우리가 관문을 나가도록 허락하였습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장 총병이 나조차도 체포하여 조가로 압송하려고 했소.” 백성이 이 말을 듣자 일제히 비명을 내질렀다. 칠팔백명의 백성이 울부짖으며 통곡하는데, 슬픈 울음소리가 들판을 가득 채웠다.

자아는 차마 볼 수 없어서 말했다. “당신들은 슬피 울 필요가 없소, 내가 당신들이 五關오관을 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소.” 까닭을 모르는 백성은 이 말이 그들을 위로하는 말인 것으로 알고 물었다. “나리도 나가지 못하시면서 어떻게 저희를 구해주신단 말입니까?”  무리 가운데 자아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애걸했다. “나리께서 만약 저희들을 구원해주신다면, 이것은 재생의 은덕일 따름입니다!”


자아가 말했다. “당신들이 오관을 나가려고 하는 자들은 황혼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내가 당신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하면, 당신들은 눈을 감으시오. 만약 귓가에 바람 소리가 들려도 눈을 떠서는 안 됩니다. 만약 눈을 떠서 넘어져 머리를 다쳐도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백성이 그 말에 동의했다.

 

자아는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 초경이 되자 곤륜산을 바라보며 절을 올리고 입으로 몇 마디 주문을 중얼거리자 무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때 자아는 공간을 이동하는 법술인 土遁法토둔법을 써서 백성을 구출하였다. 백성의 귀에 들리는 것은 쉭쉭거리는 바람 소리뿐인데, 얼마 되지 않아 4백여 리의 여정인 臨潼關임동관 ․ 潼關동관 ․ 穿雲關천운관 ․ 界牌關계패관 ․ 汜水關사수관을 벗어나 金鷄嶺금계령에 도착했다.


자아가 토둔법을 거두어들이자 백성은 땅에 내렸다. 자아가 말했다. “그대들은 이제 눈을 뜨게!” 백성이 눈을 뜨자 자아가 말했다. “이곳이 바로 사수관 밖 금계령이니, 바로 서기지방이네. 그대들은 이제 마음대로 가시게!”
백성은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나리, 하늘이 감로를 내리듯이, 널리 많은 목숨을 구하였으니 이 은혜와 이 덕을 어느 날에야 갚을 수 있겠습니까!” 백성은 인사를 올리고 떠났다.  

 

한편, 자아가 磻溪반계로 가서 자취를 감추었는데,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 있다.
“朝歌조가를 버리고 북적대는 시장으로부터 멀리 벗어났는데, 몸을 감추는 토둔법을 사용하여 고통스러운 백성을 구원하였다. 한가로이 渭水위수에 거처하면서 대나무 낚시를 드리웠는데, 다만 때를 기다리면서 인연이 닿기를 기다렸다. 武吉무길이 맞이한 재앙을 道도로 인도하였고, 飛熊비웅(강자아의 子)은 장래의 주군이 현인을 찾는 것을 기다렸다. 80세에 비로소 현명한 聖王성왕을 만나, 바야흐로 주나라 팔백년을 세웠다.”  

 

한편, 백성은 날이 밝아오자 과연 그곳이 西岐서기 경내임을 알았다. 금계령을 통과하니 바로 首陽山수양산이었다. 연산을 지나고, 다시 백류촌을 지나니 눈앞에 서기산이 나타났다. 70리를 더 가자 西岐城서기성에 도착했다. 도망 온 백성이 성으로 들어가 경물을 살펴보니 물자가 풍부하고 백성의 생활은 풍요로웠으며, 길가는 사람들이 서로 길을 양보하고, 늙은이와 젊은이가 서로 속이지 아니하며, 시장의 사람들은 겸손하고 화평한 것이 진실로 요순시대의 태평성대와 같았는데, 조가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백성은 이곳에 오게 된 경위를 적은 서류를 작성하여 상대부 관부에 제출하였다. 상대부 散宜生산의생이 문서를 접수하였고, 다음날 서백 희창의 큰 아들인 伯邑考백읍고가 명을 내렸다. “조가에서 백성이 도망한 것은 주왕이 실정을 했기 때문에 우리의 경내로 귀부해 왔습니다. 아내가 없는 자에게는 은전을 주어 아내를 맞게 하시오. 또 백성에게 돈을 주어 집을 세내어 편히 살게 하시오. 홀아비 ․ 과부 ․ 고아 ․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三濟倉삼제창에 가서 서명을 하고, 식량을 받아가도록 하시오.” 산의생이 백읍고의 명령을 집행했다.

 

이때 백읍고가 말했다. “아버님께서 羑里유리에 강금 된 지 칠년인데, 이 자식이 조가로 가서 부친을 대신해 속죄해야겠는데, 경들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산의생이 대답했다. “공자께 아룁니다. 주공(서백후 희창)께서 이별할 때 말씀하셨습니다. ‘칠년의 액운이 만기가 되면, 재난은 끝나고 자연히 귀국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하여 경솔하게 주공께서 하신 말씀을 어겨서는 아니 되옵니다. 만약 공자께서 마음이 불안하신다면, 사졸 한명을 사신으로 보내어 안부를 물으시면 이것 역시 자식의 도리를 잃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하필이면 몸소 말을 타고 가시어 몸을 위험한 곳에 맡기시려고 하십니까?” 

 

백읍고가 탄식했다. “父王부왕께서 어려움에 처해 7년 동안 四顧無親사고무친 타향에서 구금되어 있으십니다. 사람의 자식이 된 자로 어찌 차마 이럴 수 있겠습니까? 소위 나라를 세우고 기업을 일으키는 것이 한갓 헛된 궤변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들 99명의 자식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나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세 가지 보물을 휴대해서 조가로 가서 공물로 받치고, 부친을 대신해 속죄할까 합니다.”
그리고 나서 산의생의 만류에도 백읍고가 조가를 향해 떠났는데, 앞날의 길흉은 예측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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