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16

醉月 2011. 4. 6. 08:51

강자아가 비파정(琵琶精)을 불태우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가 송이인과 함께 후원인 화원으로 가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과연 자리는 명당이었다.

‘담장의 높이는 수척이나 되었고, 사방은 맑고 그윽했다. 왼쪽에는 두 갈래 금빛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몇 그루 빼어난 소나무가 있었다. 牧丹亭목단정은 玩花樓완화루와 마주했고, 작약 밭은 그네 틀과 이어 있었다. 연꽃 핀 연못 속에 비단잉어가 유유히 노닐고 있으며, 나무향기 가득한 차양 아래 범나비가 이리저리 날고 있다. 바야흐로 작은 동산의 경치는 신선이 사는 蓬萊봉래와 같았고, 하늘이 준 여생을 즐겁게 지키며 저녁경치를 즐길 뿐이었다.’


송이인과 강자아는 후원을 한 바퀴 둘러보자 고민이 사라졌다. 강자아는 여태껏 후원에 와본 적이 없었는데, 한번 둘러보고 말을 꺼냈다. “형님, 이곳 빈터에 五間樓오간루를 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송이인이 물었다. “오간루를 세우다니, 무슨 말인가?”
강자아가 말했다. “이 아우는 형님의 은혜에 대해 갚을 길이 없습니다. 이곳에 만약 누각을 세운다면, 風水풍수에 따라 보건대 서른여섯 명의 玉帶옥대(고귀한 신분의 사람을 의미)찬 귀한 사람이 나오고, 한 되들이 참깨 숫자와 같은 수의 金帶금대를 찬 사람들이 나올 것입니다.” 


송이인이 다시 물었다. “아우는 풍수를 아는가?” 강자아가 대답했다. “이 아우가 풍수는 조금 압니다.”
송이인이 말했다. “아우에게 사실대로 말하겠네. 이곳에 일곱 여덟 차례 누각을 세우려고 하였으나 세우려고 시작만 하면 불타버렸다네. 그래서 나는 이곳에 누각을 세울 마음이 없다네.”
강자아가 말했다. “이 아우가 좋은 날짜를 택일할 것이니, 형님께서는 다만 누각을 짓기만 하십시오. 만약 上樑상량하는 그날 형님께서 목수들을 환대하고 있는 동안, 제가 이곳에서 형님을 대신하여 이곳의 사악한 기운을 누르기만 하면 자연히 아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송이인은 자아의 말을 믿고, 좋은 날을 골라 공사를 일으켜 땅을 파고, 누각을 짓기 시작했다. 상량식을 하는 그날 한밤중 子時자시에 송이인은 앞 건물에서 목수들과 기다리고 있었고, 강자아는 목단정 안에 앉아서 무슨 괴이한 일이 벌어질지 살펴보고 있었다.
과연 얼마 되지 않아 광풍이 크게 일어나며, 돌과 모래가 날고, 흙먼지가 흩날리면서 불빛 속에 요괴들이 보였다. 연기가 휘몰아치는 곳은 시커먼 안개로 뒤덮였고, 불이 일어나는 곳은 붉은빛이 화염처럼 피어올랐다. 얼굴빛은 백흑청황색 등 오색으로 나누어졌고 흉악하고 괴이했다. 요괴는 기다란 이빨이 커다란 입 밖으로 나왔고, 입으로는 안개와 같은 빛을 천만 갈래 토해냈다. 바람이 불어 불기운을 더하자, 만 갈래 황금색 뱀과 같은 불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 같았다.


불이 사방을 두르고 연기가 주변을 가리며 시커멓게 퍼져 나가는데, 겹겹이 안개로 뒤덮였다. 요사스러운 기운과 매운 불길이 하늘을 찌를 듯한데, 이때 흉악한 괴물들이 나타났다.
강자아는 목단정 안에 앉아서 바람과 불 속에서 다섯 개의 정령이 괴상한 짓을 하는 것을 보았다. 강자아는 급히 머리를 풀어헤치고 검을 쥐고, 검을 휘두르면서 꾸짖었다. “이런 몹쓸 요괴들, 지금 없애버리지 않으면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리리오!”


강자가가 손을 다시 한 번 휘두르자, 번개 소리가 공중에서 울리며, 다섯 명의 요물들이 황망히 무릎을 꿇으면서 외친다. “높으신 신선님이여. 어린 축생들은 上仙상선께서 왕림하신 것도 몰랐습니다. 바라옵건대 큰 덕을 베푸시어 목숨을 보전케 하여 주십시오!” 
강자아가 꾸짖었다. “이런 몹쓸 요괴들! 여러 차례 누각에 불을 질러 훼손하고도 흉악한 마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죄악이 가득 차서 誅戮주륙을 당해도 마땅하다.”


그가 말을 마치고, 검을 들어 요괴들을 베려고 하자, 요괴들이 애걸했다.
“상선님. 道心도심은 자비를 베풀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합니다. 이 축생들도 득도한 지 여러 해입니다만, 잠시 지고하신 어른을 몰라보고 모독하였으니, 바라옵건대 가련히 여겨 용서하소서. 오늘 하루아침에 죽는다면, 가엾게도 저희가 여러 해 동안 쌓은 공이 흐르는 물처럼 되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땅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애걸복걸하였다.


강자아가 말했다. “너희가 살려고 한다면, 이곳에서 백성을 괴롭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노라. 너희 다섯 축생은 나의 符命부명을 받아 곧바로 西岐山서기산으로 가거라. 그곳에서 오랫동안 진흙을 옮기고 흙을 운반하며 시키는 일을 하여라. 이후 공을 쌓게 되면 자연히 그 正果정과를 얻을 것이니라.”
다섯 요괴는 절을 하고, 곧장 기산으로 갔다. 강자아가 요괴들을 처리한 그날이 바로 상량식을 올리는 길일이었다. 삼경 자시에 목단정 앞에 있는 집에서 송이인이 목수들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때 자아의 처인 마씨도 송이인의 처인 손씨와 함께 후원으로 와서 강자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의 처 마 씨와 송이인의 처 손 씨 등 두 사람은 그때 자아가 허공에 대고 고함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요괴들을 제압하고 분부하는 소리였지만, 마 씨 등의 눈에 요괴들이 보일 리가 없었다. 마 씨가 손 씨에게 말했다. “형님, 저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한번 들어보세요. 저 사람은 아마 일생동안 발전이 없을 거예요. 허튼 소리나 하는 저 사람이 어찌 성공할 날이 있겠어요?”

 

마 씨가 화가 나서 강자아 앞으로 걸어가 자아에게 물었다. “당신은 여기에서 누구와 중얼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당신들, 여인들은 모르오. 내가 막 요괴들을 제압하였소.” 마 씨가 대꾸했다. “허튼 소리를 지껄이더니, 무슨 요괴를 제압했다고!” 자아가 말했다. “당신에게 말해 주어도 모른다오.”

 

마 씨는 정원에서 강자아와 한바탕 말다툼을 했다. 자아가 말했다. “당신에게 무엇을 알게 하리오, 나는 풍수를 볼 줄 알고 陰陽學음양학을 좀 안다오.” 마 씨가 물었다. “당신은 운명을 점칠 수 있습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운명을 점치는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으나 다만 운명 감정소를 낼 장소가 없다오.”

 

한창 말들이 오가는 사이에 송이인이 와서 마 씨와 손 씨가 자아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현제! 방금 천둥소리가 울렸는데, 아우는 무엇을 보았소?” 강자아는 요괴를 제압한 일을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송이인이 감사를 표명하면서 말했다. “현제가 이러한 도술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은 그간의 수행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구려.”


송이인의 처 손 씨가 말했다. “삼촌은 운명을 점칠 수 있으나 점집을 열 장소가 없군요. 어느 곳에 운명감정소를 열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점포 한 칸을 삼촌에게 드려 점집 하나를 여는 것이 좋겠습니다.”
송이인이 말했다. “아우, 어느 정도 크기의 점포가 필요하겠소? 조가 남문은 가장 번화한 곳이니, 하인들에게 점포 한 칸을 치우게 해서 아우가 점집을 열도록 하겠소, 이것이 어찌 어려운 일이겠소?” 

 

머슴아이가 조가 남문에 있는 가게를 하루도 되지 않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해 놓고, 對聯대련 몇 폭을 벽에 붙였다. 좌측에는 “只言玄妙一團理(현묘한 하나의 이치만을 말하며)”라고 쓰여 있었고, 우측에는 “不說尋常半句虛(늘 반마디도 헛된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운명감정소 안쪽에는 또 한 폭의 대련이 붙어있었다. “一張鐵嘴, 識破人間凶與吉(무쇠 같은 입으로는 인간세상의 흉과 길을 꿰뚫어 보며)”, “兩隻怪眼, 善觀世上敗與興(기이한 두 눈으로는 세상의 실패와 흥함을 잘 살핀다)”였다.
운명감정소 상석에는 또 한 폭의 대련이 붙어있다. “袖裡乾坤大(소매 속은 건곤처럼 광대하고) “壺中日月長(호리병 속은 해와 달처럼 장구하다)”이라는 족자가 붙어있다. 

 

강자가아 길일을 택해 운명감정소를 개업했다. 그러나 개업한지 4~5개월이 흘러도 점치러 오는 사람하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劉乾유건이라는 나무꾼 하나가 장작을 한 짐 짊어지고 남문으로 들어왔다. 문득 점치는 집을 보고 유건은 짐을 내려놓고 쉬면서, 벽에 걸려있는 족자의 대련 문구인 “소매 속은 건곤처럼 광대하고(袖裡乾坤大), 호리병 속은 해와 달처럼 장구하다(壺中日月長)”를 읽었다.

 

유건은 원래 조가의 파락호였다. 유건이 운명감정소 안으로 들어오니 강자아가 책상에 엎드려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유건이 책상을 탁 치자, 자아가 깜짝 놀라면서 눈썹과 눈을 비빈다. 자아가 바라보니, 그 사람은 키가 오장이나 되는데, 눈빛이 흉악했다. 

 

강자아가 말했다. “형씨, 점을 쳐 운명을 보려고 하오?” 유건이 말했다. “선생의 성씨는 무엇입니까?”
“성은 강 씨이고, 이름은 尙상이며, 자는 子牙자아이고, 별호는 飛熊비웅이오.”
유건이 말했다. “선생에게 묻습니다. ‘소매 속은 건곤처럼 광대하고, 호리병 속은 해와 달처럼 장구하다’고 하는 이 대련은 무슨 뜻입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소매 속은 건곤처럼 광대하고’는 바로 ‘과거와 미래를 알고, 만상을 망라한다’는 뜻이며, ‘호리병 속은 해와 달처럼 장구하다’고 하는 것은 ‘長生不死장생불사의 도술이 있다’는 것을 말하오.”
유건이 말했다. “선생은 큰 소리를 쳤소. 과거와 미래를 안다고 한 이상, 점을 치면 몹시 정확하리라 생각되는군요. 당신이 나를 점쳐서 맞는다면 20문의 돈을 드릴 것이오. 만약 틀린다면 주먹으로 몇 대 얻어맞고, 이곳에서 점집을 계속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강자아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 몇 개월 동안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파락호 같은 이러한 사람과 마주쳤군.’ 자아가 말했다. “당신은 卦帖괘첩 하나를 뽑으시오.”  유건이 괘첩을 하나 뽑아서 자아에게 넘겨주었다. 자아가 말했다. “이 점괘는 당신이 내 말을 따라야만 비로소 정확할 것이오.” 유건이 말했다. “반드시 당신 말을 따르겠소.” 자아가 말을 이었다. “내가 쪽지 위에 네 마디의 글귀를 써줄 테니 다만 앞으로 가기만 하시오.”

 

         삽화 권미영

 

 

강자아가 쪽지위에다 네 마디의 글귀를 써주었다. “곧장 남쪽으로 가면, 버드나무 그늘아래 노인 한분이 있을 것이오. 나무 값으로 120문을 받고, 네 접시의 안주와 두 잔의 술을 얻어 마실 것이오.”  유건이 쪽지위의 글자를 읽고는 말했다. “이 괘는 맞지 않을 것이오. 내가 땔나무를 판지 이십여 년인데, 누가 나에게 안주와 술을 준다고? 말하자면 당신의 괘가 틀렸다는 것이오.” 강자아가 대답했다. “당신은 가기만 하시오, 반드시 맞을 것이오.”

 

유건은 나무를 등에 지고 곧장 남쪽으로 갔다. 과연 버드나무 아래 노인 한 분이 서 있다가 유건을 불렀다. “나무를 이리로 가져오시오!”  유건으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멋진 점이야, 과연 그의 말대로 영험이 있군!” 노인이 물었다. “이 땔감은 얼마인가?” 유건이 대답했다. “100문만 주시오.” 일부러 20문을 깎아서 불렀다. 노인이 찬찬히 살펴보더니, “장작이 좋군! 장작이 잘 말랐고, 다발도 커서 100문이면 적당한 가격이야. 수고스럽지만 나를 대신해 좀 가져다주게”


유건이 땔나무를 지고 집안에 까지 가져다주었는데, 마당에는 낙엽이 떨어져 있었다. 유건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성미여서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깨끗하게 쓸어 놓았다. 그리고 지게를 다시 둘러메고 돈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이 나와서 마당이 깨끗한 것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일꾼들이 부지런히 일했군.”  유건이 말했다. “노인장, 이것은 내가 쓸어 놓은 것입니다.” 노인이 말했다. “젊은이, 오늘 우리 아이가 혼인을 마친 날이오. 그런데 우연히 자네와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났고, 또 좋은 나무를 사게 되었다네.”

 

말을 마친 노인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하인 하나가 네 가지 안주와 술 한 병, 술잔 하나를 받쳐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인이 다가와 말했다. “원외께서 당신에게 술과 안주를 갖다드려 마시도록 하였습니다.”  유건이 탄식하며 말했다. “강선생은 진짜 신선이야! 그러나 내가 이 술을 한잔에 가득 부어 마시고 난 후, 나머지 한잔이 모자란다면 그의 점이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유건은 한잔을 가득 채워 마신 후, 다시 두 번째 잔을 채우는데, 강자아가 말한 대로 조금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유건이 술을 마시고 나자, 노인이 집안에서 나왔다. 유건이 노인에게 감사를 표명했다. 노인이 두 뭉치의 돈을 들고 나와, 먼저 100문을 유건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것은 당신의 나무 값이오.”  또 20문을 유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오늘은 우리 아이에게 경사가 있는 좋은 날이기에 당신에게 위로금을 주는 것이니, 술을 사 마시도록 하시게.”

 

그 말에 유건은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조가성에 신선이 출현하셨구나!” 고함을 지르며, 지게를 지고 곧장 강자아의 운명철학관으로 왔다. 그날 아침에 유건이 자아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한 것을 들었던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그때 자아는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강선생, 유씨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점괘가 만약 맞지 않는다면 당신은 도망가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자아가 말했다. “개의치 마십시오.” 여러 사람들이 한가하게 서서, 유건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유건이 나는 듯이 다가왔다. 자아가 물었다. “점괘가 맞았는가, 맞지 않았는가?”


유건이 큰 소리로 말했다. “강 선생은 진정으로 신선입니다! 점괘가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조가성 안에 이러한 高人고인이 계시다니, 만민에게 복입니다. 모든 사람이 길함을 쫓고 흉함을 피할 수(趨吉避凶)있을 것입니다!” 자아가 말했다. “점이 맞았다면, 사례금을 주시오.” 유건이 대답했다. “20문은 사실 당신을 위해서는 약소하여, 선생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될 것입니다.”


입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돈을 꺼내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자아가 다시 말했다. “점괘가 맞지 않다면 쓸데없는 말을 한 것에 불과하지만, 점괘가 맞는다면 나에게 점친 값을 주어야하오. 어찌하여 말만하고 주지 않는 것이오?” 유건이 대답했다. “120문을 모두 선생에게 주어도 많지 않습니다. 강 선생 서두르지 마시고, 잠시 저를 기다리십시오.”


유건은 철학관 처마 밑에 서 있었는데, 남문 쪽에서 한 사람이 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허리에는 가죽 띠를 묶었고, 몸에는 베옷을 걸치고 걸음걸이가 나는 것 같았다. 유건이 그 사람을 쫓아가 붙들었다. 그 사람이 말했다. “당신은 왜 나를 붙잡는 것이오?” 유건이 대답했다. “별일 아니외다. 당신이 점 한번 보라고 붙잡는 것이오.”  그 사람이 말했다. “나는 긴급한 공문을 처리해야 하기에 빨리 길을 가야하오. 나는 점을 보지 않겠소.” 유건이 말했다. “이 철학관 안에 계시는 분은 운명을 점치는 것이 매우 정확하오. 그에게 점을 한번 쳐보고, 그의 말대로 한번 해보시오. 이것은 나의 호의일 뿐이오.”

 

        삽화 권미영

 

 

 

유건이 길가는 나그네를 붙잡고 점을 쳐보라고 강권하자 그 사람이 말했다. “형씨는 정말 웃기는구려! 나는 점을 치지 않겠소, 점을 치고 안치고는 내 자유요.” 그 말에 크게 화가 난 유건이 다시 물었다. “당신 점을 치겠소, 치지 않겠소?”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점을 치지 않겠소.” 유건이 말했다. “당신이 점을 치지 않기로 한 이상 나와 함께 물속으로 뛰어들어 목숨을 같이 합시다!”


유건이 나그네를 붙잡아 끌고 하천을 향해 뛰어갔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말했다. “유 씨에게 걸려들었으니, 점을 한번 쳐볼 수밖에 없겠군!” 나그네가 말했다. “나는 아무 일도 없는데, 무엇을 점친단 말이오?” 그 말에 유건이 대답했다. “만약 점이 틀리다면 내가 당신 대신 돈을 내드리겠소. 만약 점괘가 맞는다면 당신은 나에게 술을 사시오.”


그 사람은 유건이 흉포하게 몰아세우자 어찌할 수 없었던지 강자아의 철학관으로 들어왔다. 그 사람은 공무로 출장을 가는 관리로 긴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운명 감정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다. “괘를 봅시다”하면서 괘를 하나 뽑아서 자아에게 건네주었다.


자아가 물었다. “이 점괘를 무슨 용도로 쓰려고 하시오?” 그 사람이 대답했다. “地稅지세를 독촉하려고 합니다.”
자아가 말했다. “점괘를 적은 종이를 당신에게 줄 터이니 가지고 가서 증험해 보시오. 이 괘를 간방(艮方 : 동북방)에서 만났으니, 지세는 물을 필요도 없이 받을 것이오. 당신이 조금만 기다리면, 모두 103정(錠)의 돈을 받을 것이오.”

 

그 사람은 괘첩을 받고나서 물었다. “선생, 점 한번 보는데 얼마입니까?”  유건이 대답했다. “이 점은 보통 점치는 것과는 다르오, 점을 한번 보는데 5전이오.” “당신은 점치는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당신이 가격을 정합니까?” 유건이 말했다. “점이 틀리면 돈을 돌려주겠소. 5전에 점을 한번 본다면 당신을 위해서도 역시 좋을 것이오.” 그 사람은 공무 처리에 마음이 급하고, 일을 그르칠까 염려되어 은자 5전을 건네주고 그곳을 떠났다.


유건이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아에게 사과하자 자아가 말했다. “그대가 잘 돌보아주어서 감사하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지세를 받으러 간 그 사람이 어떻게 될지 그 결과를 궁금히 여기면서 자아의 철학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쯤 지나자 지세를 받으러 간 그 사람이 지세를 받아서 돌아오면서 자아의 철학관 앞에 도착하여 말했다. “강 선생님은 진짜로 신선이 출현하신 분입니다! 과연 103정의 지세를 받았습니다. 정말로 점 한번 치는데 5전 대가가 헛된 것이 아니었소!”

 

강자아는 이때부터 조가성에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군인과 백성들이 몰려와 점을 쳤는데, 그때마다 5전씩을 냈다. 자아가 점을 쳐서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하자 아내인 마씨도 그때서야 기뻐서 어쩔 줄 몰랐고, 친구인 송이인도 마음이 흡족하였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화살처럼 흘러가고, 해와 달은 베틀의 북처럼 왔다가 갔다가 하는데,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 자아의 명성은 원근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점치러 오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졌다.

한편, 조가성 남문 밖에는 황제 軒轅헌원의 무덤 중에 玉石옥석 琵琶精비파정인 요정이 있었다. 이 비파정 요정이 무덤을 나와 조가성으로 와서 구중궁궐 속의 妲己달기를 만났으며, 궁궐에서 밤마다 궁녀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御花園어화원 太湖태호의 바위 아래는 궁녀들의 백골이 땅속으로부터 드러났다. 이 비파정 요정이 이를 둘러보고 궁궐을 나와 헌원 황제의 무덤 속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요사스런 빛을 타고 막 남문을 지나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며 떠들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파정가 요사한 빛을 거두어들이고 살펴보니, 강자아가 점을 치고 있었다. 비파정 요정이 말했다. “내가 자아한테 점을 쳐보겠다. 자아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겠다.”

비파정이 한번 둔갑해 부인으로 변신했다. 몸에는 상복을 입고, 허리를 살랑거리면서 말했다. “여러 군자님들, 저를 위해 양보 좀 해주세요. 이 신첩이 먼저 점을 한번 보도록 말입니다.” 줄을 서서 순번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양쪽으로 비켜섰다.

 

그때 점을 치고 있던 자아는 부인 하나가 이상한 모양을 한 채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아는 눈을 딱 고정시켜 살펴보고서야 이 부인이 요정인 것을 알아보았다. 자아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런 고얀 것! 나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구나. 오늘 이 요정을 제거하지 않으면, 어느 때를 기다리겠는가!”

자아가 말했다. “점치러 오신 군자 여러분, ‘남녀 간에는 손을 주고받으면서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되는 것’이라 하였으니, 먼저 이 부인이 점을 치고 난 후에 순서에 따라 점을 치도록 합시다.” 여러 사람들이 일제히 말했다. “좋습니다. 우리들은 이 부인이 먼저 점을 치도록 양보하겠소.” 비파정 요정이 철학관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가 말했다. “부인 오른쪽 손을 한번 보여 주시오.” 비파정이 대답했다. “선생은 운명을 점친다고 하던데, 관상도 볼 줄 아십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먼저 관상을 보고, 나중에 운명을 점칩니다.” 요정은 속으로 비웃으면서 오른손을 자아에게 건네주었다.


자아가 요정의 손목 맥문을 꽉 움켜쥐고, 아랫배 단전 가운데 있는 선천원기를 火眼金睛화안금정으로 운행하여 요정의 요사한 빛을 단단히 차단하였다. 이어서 자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요정을 똑바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부인으로 변신한 요정이 말했다. “선생은 관상은 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녀자인데, 어찌하여 저의 손을 꽉 거머쥐고 계십니까? 빨리 손을 놓으십시오! 주위에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아와 요정 사이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그 기상천외한 사실을 몰랐으므로 일제히 크게 소리쳤다. “강자아 선생, 당신은 연세도 많은데, 어떻게 이러한 일을 저지른단 말이오! 당신이 기실 이 젊은 부인의 자색을 탐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속이고 있소. 밝은 天子천자의 세상에서 어떻게 이러한 무지한 짓을 저지르다니, 실로 가증스러울 뿐이오!”  

 

자아가 대답했다. “손님 여러분, 이 여자는 사람이 아니고, 요정이라오.” 그 말에 사람들이 자아를 꾸짖었다. “이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명명백백한 여자인데, 어찌 요정이라고 말을 하시오?”


철학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밖에서 둘러싸고 보면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자아는 가만히 생각했다. ‘만약 이 여자를 놓아주어서 이 妖精요정이 떠나가 버리고 나면, 나의 결백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가 이미 여기에 있으니 마땅히 이 요괴를 제거하고, 내 이름을 드러내야겠다.’

 

생각이 여기에 미쳤으나 손에는 아무런 물건이 없었다. 다만 책상위에는 자주색 벼루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손으로 벼룻돌을 거머쥐고 요정의 정수리를 향해 내려치니, 요정의 머리가 깨어지면서 뇌수가 뿜어져 나왔고 솟구치는 피가 온몸을 붉게 물들였다.

 

자아는 요정이 죽었는데도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요정의 맥문을 잡고 힘을 주어 꽉 조였다. 이 때문에 요정은 둔갑할 수가 없었다. 철학관 문 앞에서 두 줄로 서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늙은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해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점치는 늙은이가 사람을 죽였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자아의 철학관을 첩첩히 둘러쌌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고 있는데,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길을 헤치며 다가오는 행렬이 있었다. 아상 比干비간이었다. 말을 타고 도착한 비간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소란을 피우고 있는가?”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말했다. “높으신 나으리께서 오셨는데, 강상을 끌어내어 나으리에게 보이도록 합시다!” 비간이 말고삐를 당겨 말을 멈추게 하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무리들 중에 내심으로 의분을 느끼던 사람 하나가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으며 진정했다. “높으신 나으리. 이곳에 운명을 점치는 사람으로 강상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방금 여자 한 사람이 운명을 점치러 왔습니다. 강상은 여자의 자색이 빼어남을 보고 음심이 동했습니다. 그 여자는 정결하여 복종하지 않았는데, 강상은 돌연 흉악한 마음이 일어나서 벼룻돌을 집어 들고 여자의 정수리를 때려서 죽였습니다. 가련하게도 여자는 피가 튀어 온몸을 붉게 적시고,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했습니다.”  

 

비간은 여러 사람들의 말을 듣고 크게 노해서 좌우의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자를 붙잡아 오라!” 자아는 한 손으로 요정을 잡아끌고 아상 비간의 말 앞까지 와서 무릎을 꿇었다.

 

비간이 물었다. “내가 보건대 당신은 백발이 성성한 늙은이인데, 국법을 알만 한 사람이 어찌 밝은 하늘아래서 여자를 속여 나쁜 짓을 저지른단 말이오? 선량한 부인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벼룻돌로 때려서 죽인단 말이오! 사람의 목숨은 하늘이 관장하고 있는데, 어찌 악당을 용납하겠소! 죄를 명백하게 심문하여 국법을 바로잡도록 하겠소.”

 

자아가 대답했다. “나으리께서 이 자리에 계시니, 강상이 고해바치는 보고를 들으시고 부디 밝게 살펴 주십시오. 강상은 어려서부터 글을 읽어 예의범절을 지킬 줄 아는데, 어찌 감히 국법을 어기겠습니까? 다만 이 여자는 사람이 아니며, 요정입니다. 요즈음 요사한 기운이 궁중을 꿰뚫고 있고, 재앙의 별들이 천하를 두루 비추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소인은 이미 황성인 조가성에 있고, 지금 황제 폐하의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하여 요사한 것을 제거하고 괴이한 것을 없애버리며, 마귀를 몰아내고 사악을 물리치는 것이 바로 백성 된 자로서 그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여자는 진실로 요괴이온 대, 나으리께서는 세밀히 살피시어 하잘 것 없는 백성이 살 방도를 얻도록 해주십시오.”

 

이때 곁에 서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면서 아뢰었다. “높으신 나으리. 이러한 술사들은 유창한 입과 교묘한 말로 교활함을 덮어 감추고 있으며, 나으리를 미혹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보았듯이 여인을 희롱하다가 복종하지 않자 흉악한 마음을 드러내어 때려서 죽였습니다. 나으리께서 만약 술사의 말을 듣는다면 가련하게 죽은 여자는 원통함을 품을 것이며, 백성들은 마치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는 것과 같은 꼴이 될 것입니다.”

 

삽화 권미영

 


아상 비간은 여러 사람들에게 사실을 분명히 밝히기가 어렵고, 또 강자아가 죽은 부인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으므로 비간이 물었다. “여보시오, 강상. 부인은 이미 죽었는데, 무엇 때문에 손을 놓지 않으시오! 이것은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자아가 대답했다. “소인이 만약 그녀의 손을 놓아서, 요정이 달아나고 나면 무엇으로서 증거를 삼겠습니까?” 비간이 이 말을 듣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분부했다. “이곳에서 시비를 분명히 가릴 수 없습니다. 내가 천자께 상주하여 청백을 가릴 때까지 기다려 주시오.”


사람들이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자아는 요정을 끌고 궁궐 정문까지 왔다. 비간이 摘星樓적성루에 도착해서 어명을 기다렸다. 은나라 紂王주왕이 비간을 들라고 했다. 비간이 안으로 들어와 엎드리면서 예를 올렸다.

 

주왕이 물었다. “짐은 특별히 내릴 御旨어지가 없는데, 경은 보고할 것이라도 있소?” 비간이 아뢰었다. “신이 남문을 지나는데, 술사 한 명이 운명을 점치고 있었습니다. 여자 하나가 점을 치러 왔는데, 술사는 그 여자가 요정이며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서 벼룻돌로 때려서 죽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불복하면서 술사가 여자의 자색을 탐해서 여자를 욕보이려다가 복종하지 않자 흉악한 마음을 드러내어 여자를 때려 죽였다고 합니다. 신은 술사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기는 하나 백성들의 말 또한 눈으로 직접 보았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신은 폐하께 아뢰어 어지에 따라 이 사건을 처결할 까 하옵니다.”


妲己달기가 전각 뒤편에서 비간이 이 일을 상주하는 것을 듣고, 몰래 신음을 내질렀다. “비파정 아우, 너는 바로 너의 소굴로 돌아갔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하필 무슨 운명을 점치다가 이런 일을 당하다니? 오늘 나쁜 사람을 만나 맞아 죽었으니, 나는 너를 위해 이 원수를 반드시 갚아줄 것이다!”


달기가 앞으로 나와 주왕에게 아뢰었다. “소첩은 폐하께 아상이 상주하는 것을 들었사온데,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기가 참으로 어렵사옵니다. 주상께서는 어지를 내려 술사가 여자를 끌고 적성루 아래까지 오도록 하시옵소서. 소첩이 그때 한번 보기만 하면 곧 그 진위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주왕이 분부를 내렸다. “그대 황비의 말이 옳도다. 술사에게 명을 내려 죽은 여자를 끌고 적성루에 와서 대령토록 하라.” 어지가 한번 내려지자 자아는 요정을 끌고 적성루로 왔다. 자아가 계단 밑에 엎드리는데, 오른손으로 요정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주왕이 아홉 구비의 조각 난간 밖에 서서 물었다. “계단 밑에 엎드려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자아가 대답했다. “어린 백성은 동해의 許州허주 사람입니다. 성은 姜강씨이고 이름은 尙상입니다. 어려서 이름난 스승을 찾아서 비밀리에 음양학을 전수받았사온데, 妖精요정과 妖魅요매에 대해 잘 알고 있사옵니다. 강상은 도성 남문에서 사람의 운명을 점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뜻밖에 요사한 것이 괴이한 짓거리를 하고, 어리석은 백성을 미혹하게 하였습니다. 강상은 하늘의 천기를 간파하고, 요정을 없애버리려고 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었사옵니다. 강상은 한편으로는 황제 폐하께서 만민에 베푸신 은혜에 감동했고, 또 한편으로는 스승님께서 비술을 전수해준 덕에 보답하려 했을 뿐입니다.”


주왕이 물었다. “짐이 보기에 이 여자는 분명히 사람의 형상이며, 요사한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요정이라는 것이 드러날 수 있을까?” 자아가 아뢰었다. “폐하께서 만약 요정의 형체를 드러내고자 한다면, 장작더미를 가져오게 하여 이 요정을 불태운다면 원래의 참 모습이 자연 드러날 것입니다.”


천자가 어지를 전달했다. “장작더미를 적성루 아래에 가져오너라.” 자아는 요정의 머리위에 符印부인을 사용하여 요정의 원형에 고정시켜 놓고는 꽉 잡고 있던 요정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여자의 옷을 풀어헤치고 가슴에는 符籍부적을, 등에는 符印부인을 붙여서 요정의 사지를 눌러놓고 장작더미 위로 끌어 올리고는 밑에서 불을 질렀다.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고, 바람이 불어오자 화염이 치솟는다. 시뻘건 화염 속에서 자아가 요정을 두 시각이나 태웠으나 요정의 온몸은 조금도 불에 타지 않았다. 주왕이 아상 비간에게 물었다. “짐이 두 시각이나 매운 불꽃이 넘실대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요정의 몸이 불에 타서 조금도 문드러지지 않으니, 정말 요정이 아닌가!” 비간이 아뢰었다. “이 일로 본다면 강상은 역시 기인입니다. 다만 이 요정이 종래 어떤 물건이 이렇게 둔갑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왕이 말했다. “경이 강상에게 물어보시오. 이 요정은 과연 어떤 물건의  정령이 모여 이루어진 것인지를!” 비간이 적성루 누대를 내려가 자아에게 물었다. 자아가 대답했다. “이 요정의 참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이것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자아는 장차 三昧眞火삼매진화를 사용하여 이 요정을 불태우려고 하는데, 요정의 목숨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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