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14

醉月 2011. 1. 25. 08:53

14장 나타가 연꽃의 화신으로 현신하다

           삽화 권미영

 

金霞금하동자가 동굴 안으로 들어와 太乙태을진인에게 보고했다.

 

“사형 나타가 아득히 둥실둥실 떠서 바람을 따라와 머물 곳을 정하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연고인지를 모르겠습니다.”

 

 

태을진인은 그 말뜻을 바로 알아듣고 얼른 동굴 밖으로 나왔다. 태을진인이 나타에게 분부했다.

 

“이곳은 네가 안식할 곳이 아니다. 너는 진당관으로 돌아가 너의 모친 꿈속에 나타나 부탁하도록 해라. 진당관 40리 밖에 翠屛山취병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산위에는 공터가 있다. 너의 모친에게 그곳에 ‘나타 행궁’ 한 채를 세워달라고 하여라. 네가 그곳에서 3년간 향 연기를 맡으면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진짜 주인을 보좌할 수 있을 것이다. 속히 떠나가거라, 지체하지 말고!”

 

 

나타는 태을진인의 말을 듣고 건원산을 떠나 진당관으로 왔다. 야밤 3경이 되었을 무렵, 나타는 香房향방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님, 이 아이가 바로 나타입니다. 지금 저는 혼백이 깃들 곳이 없습니다. 바라옵건대, 어머님께서 자식이 모진 고통 속에서 죽었음을 유념하시어, 이곳으로부터 40리 떨어진 취병산 위에 저를 위해 행궁 하나를 지어주십시오. 제가 향의 연기를 맡게 되면, 천계에 탁생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는 어머님의 자애로운 덕이 하늘의 연못보다 깊을 것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은 부인이 잠자리에서 깨어보니 꿈이었다. 부인은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흐느꼈다. 남편 이정이 물었다.

 

“부인은 자다 말고 일어나 무엇 때문에 통곡을 하시오?”

 

 

은 부인이 꿈속에서 있었던 일을 한바탕 이야기 했다. 그 말에 이정이 벌컥 화를 냈다.

 

“당신이 나타 그 놈을 위해서 울다니! 그 아이는 우리들에게 해를 많이 끼쳤소. 흔히 말하기를 꿈은 마음에 따라 일어난다고 하는데, 당신이 그 아이를 생각하기 때문이오. 허다한 꿈은 반대로 된다고 하는데, 당신은 더 이상 의혹을 가질 필요가 없소.”

 

은 부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밤에 또 나타가 꿈속에 나타났다. 세 번째 날에도 또 나타났다.

 

 

은 부인이 눈을 감자, 전각 아래서 나타가 바로 얼굴 앞에 서있었다. 그렇게 은부인 꿈속에 나타가 출현한 것이 어느덧 30여일이 지나갔다.

 

 

나타는 생전에 성격이 용맹하였듯이, 죽은 후에도 혼백조차도 용맹했다. 마침내 꿈속에서 어머님에게 말했다.

 

“저는 어머님 당신에게 여러 날을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 아이가 고통스럽게 죽은 것을 헤아리지 않으시고, 또 저를 위해 행궁을 만들어 주지 않으시니, 저는 이 집안을 시끄럽게 하여 불안하게 만들 것입니다.”

 

 

은 부인은 꿈에서 깨어나 남편 이정에게 감히 그 말을 전할 수가 없었다. 은 부인은 몰래 심복을 불러서 銀은 두량을 건네주고, 취병산으로 가서 땅을 파고 공사를 시작하도록 했다. 행궁을 세우고, 나타 神像신상 하나를 만들었다. 10개월 만에 공사가 끝났다.

 

 

나타가 취병산에서 행궁 안에 모셔진 성인으로 顯現현현하였을 때 만민을 감동시켰는데, 천 가지를 청을 하면 천 가지가 영험하였고, 만 가지 청을 하면 만 가지가 응하였다. 이 소문이 퍼져 나가자 나타 행궁을 찾는 사람들은 그 행렬이 넘쳐났고, 그칠 줄을 몰랐다.

 

 

사방의 멀고 가까운 사람들이 향을 갖추어 찾아와 분향을 하는데, 분분하게 개미가 모여드는 듯하며, 날마다 성황이었다. 복을 빌고 재앙을 쫓는데, 감응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해와 달이 질주하듯 하고 세월은 화살과 같아서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 반년이 넘었다.

 

 

한편 東伯侯동백후 姜文煥강문환이 아버지 姜桓楚강환초의 원수를 갚기 위해 40만 인마를 출정하고, 遊魂關유혼관에서 竇融두융과 큰 싸움을 치렀는데, 두융이 승리할 수가 없었다.

 

 

이정은 野馬嶺야마령에서 삼군을 조련시키면서 요새를 굳게 지키고 있었다. 어느 날 이정은 군사를 회군시켜 취병산을 지나다가 말위에서 늙은이를 부축하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향을 올리기 위해 가는 행렬을 보았다. 그 행렬이 흡사 개미떼와 같았는데,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이정이 말위에서 물었다.

 

“이 산은 취병산인데, 무엇 때문에 남녀가 분분하게 모여들고 왕래가 잇달아 끊이지 않는가?”

 

 

군정관이 대답했다.

 

“반년 전에 이곳에 신전이 생겨서 그곳에 모셔진 성인이 감응하여 청하는 대로 감응이 있는데, 복을 빌면 복이 오고 재앙을 물리치고자 하면 제거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놀란 사방의 남녀들이 모여들어 향을 올립니다.”

 

 

이정은 무엇이 생각난 듯 군관에게 물었다.

 

“이 곳에 모셔진 신의 이름과 성은 무엇인가?” 군관이 대답했다.

 

“나타 행궁 입니다.”

 

 

이정은 크게 노했다. 이곳에 군사를 주둔시키라고 명을 내렸다.

 

“나는 산위에 올라 가보고 오겠다.”

 

 

이정이 말고삐를 늦추며 산을 오르자 사람들이 길을 열어준다. 이정이 곧 묘당 앞에 이르자 묘당 문에는 편액 하나가 높이 걸려 있다. 편액에는 ‘哪吒行宮’나타행궁 넉자가 쓰여 있다. 묘당 안으로 들어가니 나타 神像신상이 살아있는 듯 보였고, 좌우에는 귀신형상의 판관(鬼判)들이 서있었다.

 

  삽화 권미영

 

이정은 묘당 안의 나타 神像신상을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

“이 축생아! 너는 살아서는 부모를 걱정시키더니, 죽어서는 백성들을 우롱하는구나!”

 

욕을 퍼부은 이정은 六陳鞭육진편 채찍을 들어서 단번에 금으로 칠한 나타 신상을 때려서 박살내었다. 노기가 등등한 이정은 다시 귀판 나찰들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짓밟았다.

 

이어서 불을 놓아 묘당을 불사르라고 명령을 내렸다. 분향하러온 백성들에게 분부했다.

“이것은 신이 아니니, 분향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놀란 사람들은 서둘러 산을 내려갔다. 이정은 말위에 올라서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았다. 이를 소재로 지은 시가 아래와 같이 전해온다.

“총병관 이정이 이때 취병산에 올라, 백성들이 날마다 향을 불사르는 것을 보았다. 채찍을 들고 금으로 만든 나타 신상을 박살내고, 발로는 귀신나찰들을 쓰러뜨리고 짓밟았다. 불로 묘당을 불태우니 화염이 치솟고, 연기는 창공을 찌르며 치솟아 올랐다. 노기가 하늘을 찌르는데, 부자간의 사이가 틀어져 몇 차례 칼을 겨누는 싸움이 오갔다.”

 

이정은 진당관 원수부로 들어와 말에서 내려, 장수와 인마들을 해산시켰다. 이정이 후원으로 들어가 은 부인을 만났다. 이정이 은 부인을 나무랐다.

“당신이 낳은 나타 그 녀석은 나에게 적지 않은 해를 끼쳤는데, 이제 또 그 녀석을 위해 행궁을 만들어 주어 양민들을 현혹하게 하였다오. 당신은 나의 이 벼슬을 못하게 할 작정이오! 지금 권신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하물며 나는 비중, 우혼 등 두 사람과도 줄이 닿지 않고 있소. 만약 누군가가 은나라의 서울인 朝歌조가에 이 일을 전하기라도 하여, 간신들이 내가 사악한 신을 강림하도록 하였다고 참소라도 한다면, 내가 그동안 여러 해 쌓은 공이 헛되게 될 것이오. 이런 일을 도대체 아내가 되는 당신이 저지르다니! 오늘 내가 이미 묘당을 불태워 버렸소. 당신이 만약 다시 그 녀석을 위해 행궁을 지어준다면, 그때는 나 역시 당신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오!”

 

한편 이정이 나타 행궁을 불 지른 날, 나타는 마침 외출하여 행궁에 없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나타는 묘당이 없어졌으나, 아직 화염과 연기는 모두 흩어지지 않은 것을 보았다. 묘당의 귀신 나찰 둘이 눈물을 머금고 나타를 영접했다.

 

나타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귀신 나찰이 대답했다.

“진당관 이정 총병이 갑자기 산으로 올라와 나타의 금 신상을 때려 부수고, 행궁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나타가 말했다.

“나는 당신 이정과는 이제 무관하다. 이미 골육을 부모에게 돌려주었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내 금신을 때려 부수고 나의 행궁을 불사른단 말이오. 하물며 내 몸 하나 머물 곳이 없도록 한단 말이오!”


나타는 마음이 몹시 울적했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그래 스승님이 계시는 건원산에 한번 가보는 것이 좋겠다.”

 

나타는 반년동안 향 연기를 맡아서인지 이미 형태와 소리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시에 높은 산에 올라 곧 건원산 동부에 도착했다.

금하동자가 나타를 이끌어 태을진인을 뵙도록 하였다.

 

태을진인이 말했다. “너는 행궁에서 사람들이 분향하여 올리는 향기를 맡지 않고, 이곳에는 무엇 하러 왔느냐?”


나타는 태을진인 앞에 무릎을 꿇고 앞서 일어난 일을 아뢰었다. “아버님께서 저의 몸을 부수어 버리고, 행궁을 불태워 버렸습니다. 제자는 의지할 곳이 없게 되어 사부님을 찾아뵙게 되었으니, 불쌍한 저를 구해주시기 바라옵나이다.”

 

태을진인이 대답했다.

“이것은 이정의 잘못이다. 나타는 이미 부모의 골육을 돌려주었고 나타는 취병산 위에 있는데, 이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처지이다. 이제 나타로 하여금 분향을 받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신체를 이루게 할 수 있을까?

 

하물며 姜子牙강자아의 하산이 곧 임박 하였다. 좋다 내가 너를 돕기로 한 이상 너를 위해 좋은 일을 해주겠다.“

 

금하동자에게 명령했다. “五蓮池오련지 가운데 연꽃 두 잎을 따고, 연잎 세 개를 따오너라.”

 

금하동자가 급히 가서 연잎과 연꽃을 따와 땅에 놓았다. 연꽃을 연꽃 판에 펼쳐 천지인 三才삼재로 벌려 놓고, 연잎의 줄기를 꺾어 3백 마디로 만들고, 세 개의 연잎을 상중하로 놓아 천지인과 이어지도록 했다.


그런 다음 태을진인이 한 알의 金丹금단을 그 가운데 놓고, 법술인 先天數선천수를 응용하고, 기를 아홉 차례 운용하여 離掛이괘인 용과 坎卦감괘의 호랑이를 나누고는 나타의 혼백을 움켜쥐고, 연꽃 속으로 밀어 넣으며 소리쳤다.

“나타가 사람의 형상을 이루지 못하면,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리랴!”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리면서 한 사람이 연꽃 속에서 뛰쳐나왔다. 얼굴은 분을 바른 듯 하고 입술은 붉은 주사를 칠한 듯 하며 눈은 精光정광을 발산했다. 신장은 1척 6척 키의 사내로 이것이 나타의 연꽃 화신이며, 바로 연꽃으로 다시 환생한 것이었다. 나타는 사부 태을진인을 보고 땅에 엎드려 절했다.

 

  삽화 권미영

 

 

태을진인이 말했다.

“이정이 진흙으로 만든 너의 神像신상을 훼손한 일은 실로 마음이 아프다.”

 

나타가 대답했다.

“사부님께서 위에 계시지만, 이 원수를 결단코 가만둘 수 없습니다.”

 

진인이 말했다.

“너는 나를 따라 桃園도원 속으로 들어오너라.”

 

태을진인이 나타에게 火尖槍화첨창을 건네주었는데, 금세 화첨창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나타는 바로 하산하여 원수를 갚으려 했다.

 

진인이 분부했다.

“나타야, 너의 창법은 매우 훌륭하다. 너에게 발로 밟아 움직이며 공중을 날으는 脚踏風火二輪각답풍화이륜 수레를 주겠다. 그리고 다시 靈符영부비결을 내려주노라.”

 

진인은 또 豹皮囊표피낭 자루를 건네주었는데, 자루 속에는 건곤권과 혼천릉 그리고 금벽돌인 金磚금전 하나가 들어있었다. 진인이 “너는 진당관에 한번 다녀오너라.”한다.

 

나타는 머리를 조아리며 사부에게 감사의 절을 올렸다. 그리고 나타는 바로 풍화이륜에 올라 양발로 밟고 공중을 날아가는데, 손에는 화첨창을 들고 곧장 진당관으로 갔다.

 

나타의 이 모습을 읊은 시가 전해져 내려온다.

“두 송이 연꽃이 현신한 몸, 靈珠子영주자의 이세(二世)가 티끌 세상에 출생했다. 손에는 자주색 불꽃이 일어나는 뱀 모양의 화첨창을 잡고, 발에는 금색 연기 나는 풍화이륜을 밟고 공중을 이동한다. …”

 

나타는 진당관에 도착하자 바로 관내로 들어가 원수부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크게 소리쳤다.

“이정은 빨리 나와 나를 보라!”

 

군정관이 관청 안으로 들어와 이정에게 보고했다.

“밖에 세 번째 공자가 왔습니다. 발에는 풍화이륜을 밟고, 손에는 화첨창을 들고는 주군의 이름을 감히 부르고 있습니다. 무슨 연고인지를 모르겠사온데, 주군께서 결정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정이 군정관을 꾸짖으며 말했다.

“무슨 허황된 말을 하느냐!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어찌 이치에 합당하단 말이냐!”

 

말을 막 끝내는데, 또 한 사람이 들어와 보고했다.

“주군! 주군께서 서둘러 나가지 않으시면, 곧 안으로 돌진할 것입니다!”

 

이정이 크게 노했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급히 畵戟화극을 들고 청총마에 올라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나타가 풍화이륜을 타고 손에는 화첨창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전에 비해 크게 달랐다.

 

이정이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너 이 축생 같은 놈아! 너는 살아서는 이상한 짓거리를 하더니만 죽고 난 후는 귀신으로 생환하여 또 이곳에 와서 나를 괴롭히느냐!”

 

나타가 말했다.

“이정! 나는 뼈와 살을 이미 당신에게 돌려주었으므로 나와 당신은 더 이상 상관할 바가 없다. 그런데도 당신은 어찌하여 취병산에 올라와 나의 金像금상을 채찍질하고, 나의 행궁을 불살라버렸느냐? 오늘 당신을 붙잡아 그 원한을 갚으려고 하노라.”

 

나타가 화첨창을 힘주어 쥐더니 이정의 정면을 향해 찔러왔다. 이정도 화극으로 맞받으며 응수했다. 풍화륜 수레와 청총마 말이 빙빙 돌며, 화극과 화첨창이 맞부딪쳤다.

 

나타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15합이나 연달아 이정을 향해 돌진하자 이정은 당황하여 손과 발이 크게 흔들렸다. 곧 힘이 빠지고 근육이 풀렸으며,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정은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동남쪽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 나타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

“이정! 이번에 당신을 용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당신을 죽이지 않으면, 결단코 헛되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타는 이정의 뒤를 쫓아 얼마 되지 않아 따라잡을 수 있었다. 나타의 풍화이륜은 빨랐고, 이정의 말은 느렸다. 이정은 당황하더니 말에서 뛰어내렸다. 바로 몸을 감추는 土遁法토둔법을 빌려 몸을 감추었다.

 

나타가 웃으면서 말했다.

“五行오행의 도술은 도가에서는 평범한 것이다. 설마 토둔법을 써서 몸을 감추었다고, 내가 당신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말을 마치고 발을 풍화이륜에 올리자, 풍화이륜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바람과 불소리가 들리고 나르는 구름 속에서 번개를 제압하는 듯 앞을 향해 빠르게 추격하기 시작한다.

 

추격당하던 이정이 가만히 헤아려본다.

“이번에 달아나다가 붙잡히면, 나타의 창에 찔려서 죽을 것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이정은 나타가 바짝 가까이 추격해오자 바로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맑은 물 가득한 연못에 뜬 밝은 달, 푸른 버들 둑 언덕에 핀 복숭아꽃. 유달리 색다른 청아한 맛,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몇 조각 떠도는 안개구름”

 

이정이 바라보니, 어떤 道童도동 하나가 머리에는 두건을 쓰고, 큰소매의 도포를 입고, 삼으로 짠 신발에 명주 끈을 허리에 두르고 있었다. 다가오는 도동은 바로 九宮山구궁산 白鶴洞백학동 普賢眞人보현진인 제자인 木吒목타였다.

 

목타가 물었다.

“아버님, 소자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정은 이 도동이 바로 둘째 아들 목타인 것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놓였다. 그때 나타는 풍화이륜을 타고 이정을 뒤쫓다가 이정이 어떤 도동 하나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았다.

 

    삽화 권미영

 

나타가 풍화륜에서 내렸다. 목타가 앞으로 나서며 대갈일성 했다.
"멈추어라! 너 이 못된 놈 간덩이가 부었구나! 자식이 부모를 죽이려 하는 것은 불효막심한 것으로 인륜을 어지럽히는 짓이다. 어서 빨리 돌아가거라. 너를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나타가 대답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 이길래, 큰소리를 치느냐?”


목타가 대꾸했다.
“너는 형인 나조차도 모른단 말인가! 내가 바로 목타이다.”


나타가 그가 둘째형 목타라는 것을 알고는 서둘러 응답했다.
“둘째형은 상세한 내막을 모를 것이오.”


나타는 취병산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상세히 한바탕 설명해 주었다.
“일이 이러한데, 이정이 잘못된 것이오, 아니면 내가 잘못된 것이오.”


목타가 큰소리로 꾸짖었다.
“허황된 소리! 천하에 잘못된 부모는 없다!”


나타가 다시 말했다.
“나는 배를 가르고 창자를 끄집어내었으며, 이미 골육을 이정에게 돌려주었소. 나는 그와는 이제 상관이 없는데, 이제 와서 아직 무슨 부모의 정이 있겠소!”


목타가 크게 노했다.
“이 배은망덕한 놈아!”


목타가 수중의 검으로 나타를 향해 찔러 들어왔다. 나타가 화첨창으로 막으면서 말했다.

“목타, 나는 그대와 원수진 일이 없으니, 물러서 있어라. 내가 이정을 붙잡아서 원수를 갚는 것을 지켜보도록 하라.”

 

목타가 소리를 질렀다.

“이런 못된 놈! 감히 대역무도한 일을 저지르려 하다니!” 검을 치켜들며 공격했다.

 

나타가 응수했다.

“이것은 이미 운수가 결정 난 것이니, 삶을 죽음으로 대신하리라.”

 

나타가 화첨창을 힘주어 쥐고 목타의 정면을 향해 공격하자 형제인 나타와 목타가 뒤엉켜 한바탕 싸움이 붙었다. 나타는 옆에 서있는 이정이 달아날까 두려워 창으로 목타의 검을 받아내며, 손으로 금벽돌인 金磚금전을 들고 허공을 갈랐다. 목타가 금전을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벽돌에 등을 맞아 땅바닥에 넘어졌다.

 

그때 나타가 풍화륜에 올라 이정을 낚아채려고 하는데, 그 순간 이정이 몸을 빼내 달아났다. 나타가 소리쳤다.

“당신이 海島해도에 이를지라도 당신을 쫓아가 당신의 머리를 베어 와서 나의 원한을 씻을 것이다!”


이정이 앞을 향해 나는 듯 달아나는데, 실로 숲을 잃어버린 새처럼, 구멍 뚫린 그물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고기처럼 허둥대며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달아났다.

 

앞을 향해 몇 시각을 달아나더니, 이정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스스로 탄식했다.
“그래, 끝장이구나! 나 이정이 전생에 무슨 업보를 저질렀는지 모르겠으나 仙道선도도 못 이루고, 또 이러한 원한과 허물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 자결하여 자식으로부터 치욕을 당하는 것을 면하겠다.”


이정이 자결하려고 하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 장군 절대로 자결하지 마시오, 빈도가 왔소이다!”


그 도인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노래 불렀다.

“들녘에 맑은 바람이 버들을 스치고, 연못 위엔 꽃이 떠다닌다. 묻노니, 어느 곳에서 편안히 사는가? 흰 구름 깊은 곳을 내 집으로 삼는다.”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五龍山오룡산 雲霄洞운소동 文殊廣法天尊문수광법천존이었는데, 손에는 拂塵불진을 들고 다가왔다.


이정이 광법천존에게 말했다.

“老師노사께서 보잘 것 없는 이 장수의 목숨을 구해주소서!”


광법천존이 말했다.

“당신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시오. 내가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겠소.”


얼마 되지 않아 나타가 용맹스럽고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풍화륜을 타고 화첨창을 들고 뒤쫓아 왔다.

 

나타는 산비탈에 한 도인이 서있고, 이정이 보이지 않자 물었다.

“이 길에 어떤 장수하나가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광법천존이 대답했다.
“방금 이 장군이 나의 운소동 안으로 들어갔다네. 그대는 무엇 때문에 그에 대해 묻는가?”


나타가 말했다.
“도사님, 그는 저의 원수입니다. 도사님께서 그를 동굴 밖으로 내보내 주십시오. 도사님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만약 이정을 달아나게 한다면, 도사님은 이정을 대신해서 세 번 창으로 찔려서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광법천존이 대답했다.
“너는 도대체 누구이냐? 이런 흉악한 놈, 나조차 세 번 창을 찔러 살육하겠다는 것이냐?”


나타는 이 도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다시 소리쳤다.
“저는 건원산 금광동 태을진인 제자 나타입니다. 도사는 저를 얕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광법천존이 말했다.
“나는 일찍이 태을진인의 제자 중에 나타라고 부르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너는 다른 곳에서는 마음대로 날뛰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겠지만, 내가 있는 이곳에서는 함부로 날뛰지 못한다. 만약 네가 방자하게 군다면, 붙잡아서 桃園도원 속에 집어넣어 3년간 매달아 놓고, 곤장 2백대를 칠 것이니라.”


나타는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화첨창을 한번 쭉 펼치며 광법천존을 향해 찔렀다. 광법천존은 몸을 빼내어 동굴 안으로 달아났다. 나타도 풍화륜에 올라 광법천존의 뒤를 쫓았다.

 

삽화 권미영

 

 

 

나타가 두 사람이 서있는 것을 보고 차가운 미소를 한번 보내며
“설마 이번에도 사람을 골탕 먹이지는 않을 테지!”

풍화륜에 올라 언덕 위로 올라왔다.


도인이 물었다.
“거기 오는 자는 나타가 아닌가?” 나타가 대답했다.
“내가 나타입니다. 당신 도인께서는 왜 이정을 당신 뒤에 서 있도록 해서 숨기고 계십니까?”
도인이 재차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이정을 추격하였는가?” 나타는 도인에게 취병산에서 있었던 일을 한바탕 이야기했다.


 

도인이 말했다.
“너는 이미 오룡산에서 그를 더 이상 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또 다시 그를 쫓는다면 이것은 네가 신용이 없다는 것이다.”
나타가 대답했다.
“당신 도인께서는 우리들 일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오늘 이정을 반드시 붙잡아 저의 한을 설욕하겠습니다!”
도인이 말했다. “네가 나의 말을 듣지 않겠단 말이지....” 도인은 이정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정은 나타와 한바탕 싸워 혼내주도록 하라.”

 

나타와의 싸움에서 혼이 난 경험이 있는 이정이 말했다.
“사부님, 저 축생 같은 놈이 힘이 얼마나 센지 저로서는 그와 상대할 수 없습니다.”
도인이 일어나더니 이정을 호되게 꾸짖으며 척추부위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말했다.
“너는 그와 대적할 수 있도다. 내가 이곳에 있으니 염려할 것 없느니라.” 


이정은 화극을 들고 찔러오고 나타는 화첨창을 들고 응수해왔다. 父子부자가 산위에서 싸움을 한지 어느덧 5 ․ 60합이 되었다. 나타는 이번 싸움에서 이정의 맹렬한 공격을 받고 온 얼굴에 땀이 흘러내리고, 전신에 생 땀이 나는 것 같았다.


나타는 이정의 화극을 막아내기 어려워지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정은 본래 나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저 도인이 호되게 한번 꾸짖고 등을 한번 쳤는데, 그 가운데 필시 무슨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내가 허점을 보였다가 먼저 창으로 도인을 찔러죽이고 나서 다시 이정을 사로잡아야  하겠다.”


나타는 몸을 솟구쳐 싸움 장 밖으로 뛰어나와서 창으로 도인을 찔렀다. 도인이 입을 한번 벌리자 한 송이 흰 연꽃이 뿜어져 나와 화첨창의 공격을 막았다. 도인이 말했다.
“이정, 너도 막아라.”
이정은 도인의 말을 듣고 급히 화첨창을 가로막았다.


도인이 나타를 꾸짖었다.
“이런 고얀 놈! 너의 부자끼리 싸울 뿐인데, 나와는 원수진 일도 없거늘 너는 어찌하여 나를 창으로 찌른단 말이냐? 나의 흰 연꽃이 창을 막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네놈의 암산에 꼼짝없이 당하였을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짓이냐?”


나타가 대답했다.
“먼저 번에는 이정이 나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인께서 그더러 나와 싸우라고 하고, 도인은 어찌하여 그를 호되게 야단치고, 그자의 등을 두들겼소? 이것은 분명 당신이 농간을 부려 내가 이정을 이기지 못하게 한 것이오. 그래서 내가 창으로 당신을 찔러서 그 분함을 씻으려고 하였소.”  
도인이 말했다.
“이 어리석은 놈, 감히 나를 찔러!” 이 말에 크게 화가 치밀어 나타가 다시 창을 쭉 펴면서 도인의 머리를 향해 찔러왔다. 도인은 껑충 뛰어 옆으로 비켜서더니 소매 속에서 무엇인가 꺼내어 위로 들어 올렸다. 갑자기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나고 자색안개가 둥글게 드리우더니 한 물체가 떨어져 내려오면서 나타를 玲瓏塔영롱탑 속에 딱 가두어 버렸다.


도인이 두 손으로 영롱탑 위를 한번 두드리자 탑 속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불길 속에 갇힌 나타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쳤다. 도인이 탑 밖에 서서 물었다. “나타야, 너는 아버지를 인정하느냐?” 나타는 연달아 아버지를 인정한다고 응답했다. 도인이 말했다.
“네가 이정을 아버지라고 인정한 이상, 나도 너를 용서해주겠다.”
도인은 영롱탑을 서둘러 거두었다.


나타가 눈을 뜨고 온 몸 아래위를 살펴보았으나 불에 탄 흔적은 없었다.  나타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런 이상한 일이 있나! 이 도인이야말로 진짜 기묘한 사람이군!”
“나타야, 네가 이미 이정을 부친으로 인정한 이상, 너는 그분에게 절을 올려라.”한다.
나타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도인이 또 그 이상한 탑을 사용할 수도 있는지라 나타는 어쩔 수 없이 울분을 억누르고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그러나 나타의 얼굴에는 불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도인이 또 한마디 했다.
“너는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느니라.” 나타가 싫다는 듯 응답을 하지 않자 도인이 말했다. “나타야, 네가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으면 여전히 불복한 것이니라. 재차 영롱탑으로 너를 불태워야하겠다!” 
그 말에 나타는 당황하여 얼른 크게 소리쳤다.
“아버지, 소자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나타는 입으로만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뿐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불복하였으며, 다만 몰래 이를 갈고 있었다.


도인이 이정을 불러서 말했다.
“이정, 그대도 앉으라, 내가 이 금탑을 은밀히 그대에게 주겠다. 만약 나타가 불복한다면, 그대는 이 금탑을 사용하여 나타를 불태워 버리도록 하게.”
나타는 옆에 있으면서 어찌할 수 없어 마음속으로 괴로울 뿐이었다.


도인이 다시 말을 꺼냈다.
“나타야, 너의 부자는 이로부터 화목하게 지내도록 하여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너희 부자는 한 조정의 신하가 되어, 명군을 보필하고, 그 正果정과를 성취할 것이니라. 더 이상 다시는 지난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나타야, 너는 이제 돌아가거라.”
나타는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건원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남아있던 이정은 도인 앞에 무릎을 꿇고 물었다.
“도인께서는 널리 道德도덕을 베푸시어 제자의 위험한 액운을 해결하였습니다. 청하옵건대 도인의 존함은 어떻게 되시며, 어느 명산, 어느 仙府선부에 계시는지요?”


도인이 대답했다.
“빈도는 靈鷲山영취산 元覺洞원각동 燃燈道人연등도인이라하네. 그대는 수련성취하지 못하고 인간의 부귀를 누리고 있다네. 이제 은나라 주왕이 덕을 잃어, 천하가 크게 혼란스러우니. 그대는 관리노릇을 그만두고 명산 중에 은거하여 잠시 명리를 잊도록 하시게. 주나라 무왕이 군사를 일으키거든 그대는 다시 세상에 나와 공업을 이루도록 하시게.” 


이정은 땅바닥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바로 진당관으로 돌아가 종적을 감추었다.
연등도인은 사실 태을진인이 초청해서 나타의 성품을 연마시키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며, 부자간의 정리를 회복하도록 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아들  즉 이정과 그 아들인 금타 ․ 목타 ․ 나타 등이며, 나중에 이들은 육신으로 성인을 이루었고, 이정은 托塔天王탁탑천왕이 되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두고 시를 읊었다.
“황금으로 玲瓏塔영롱탑을 만들었는데, 만 가닥 터럭 같은 빛이 구중하늘을 뚫는다. 燃燈道人연등도인이 법력을 펼치지 않았으면, 부자간에 다시 상종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