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17

醉月 2011. 5. 14. 08:49

17장 주왕이 무도하여 채분(蠆盆)이라는 형벌을 만들다

 

   삽화 권미영

 

 

강자아가 三昧眞火삼매진화를 사용하여 요정을 불태우려고 하였다. 이 삼매진화는 여느 보통의 불과는 달라 눈 ․ 코 ․ 입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이 불은 精氣神정기신을 단련하여 三昧삼매를 이루며, 주역 離卦리괘(불을 상징)의 정수를 양성한 것이고, 또 보통의 장작불과 한데로 어우러졌으니 이 요정이 어찌 견딜 수 있으랴!

요정은 화광이 충천하는 가운데 발버둥 치면서 크게 부르짖었다. “강자아, 나는 너와 원한도 없고 원수진 일도 없는데, 어찌하여 삼매진화로 나를 불태우는가?” 주왕은 불 속에서 요정이 하는 말을 듣고 놀라서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배었다. 깜짝 놀란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아가 말했다. “폐하 누대 안으로 들어가소서. 곧 천둥이 올 것입니다.” 자아가 두 손을 펴자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벽력이 한꺼번에 닥쳐오며, 불이 꺼지고 연기가 사라지면서 한 개의 玉石琵琶옥석비파가 나타났다.

 

주왕이 달기에게 말했다. “이 요정이 이제야 진짜 형체가 드러났다.” 이 말을 듣고 있던 달기는 마음이 칼로 도려내는 것 같았고, 그녀의 의지는 기름으로 지지는 것 같았는데, 소리 없는 고통의 신음을 내질렀다. ‘비파정아! 너는 나를 만나고 바로 너의 소굴로 돌아갔으면 될 일이지, 하필 무슨 운명을 점친다고! 오늘 악인을 만나 너의 원형이 불타버렸으니, 내 육신인들 어찌 편안하겠느냐? 내가 강자아를 죽이지 않는다면, 이 필부와 함께 한 하늘아래 살 수 없음을 맹세하노라!’


달기는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주왕에게 아뢰었다. “폐하 좌우에 명을 내려 옥석비파정을 누대위로 가져오도록 하소서. 첩이 옥석비파에 악기 줄을 매어 조만간에 폐하와 더불어 침소에서 즐기고 싶사옵니다. 첩이 강자아를 보건대 재주와 술법을 모두 겸비하였으니, 저 사람을 조정에 두어 황제를 보필하도록 어찌 벼슬을 내리지 않사옵니까?”   


주왕이 말했다. “그대의 말이 몹시 훌륭하도다.”

천자가 어지를 내렸다. “옥석비파를 누대 위로 가져오너라. 강상은 들어라. 짐이 관직을 봉하니 하대부 직에 오르라. 특별히 司天監職사천감직을 맡아 수행하면서 조정에서 시중을 들도록 하라.” 자아는 천자의 은혜에 감사를 올리고 궁궐 정문을 나와 벼슬아치의 사모관대를 갖추고, 친구인 송이인의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 이인은 자리를 마련하고 환대를 하는데, 친구들이 몰려와 축하 잔치를 열었다. 여러 날 술을 마시고 즐기다가 자아는 다시 도성으로 가서 조정의 임무를 수행했다.


한편, 달기는 옥석비파를 적성루 위에 놓아두고, 천지의 영기를 채집하게 하고, 해와 달의 정화를 받도록 하여 5년이 지난 뒤에 옥석비파정 요정 본래의 모습대로 환원시켜 成湯성탕의 은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하였다. 

어느 날 하루, 주왕이 적성루에서 달기와 함께 술을 마시며 잔치를 즐기는데, 술이 얼근하게 취하였다. 달기가 일어나 한바탕 춤과 노래를 하며 주왕과 함께 즐기고 있었다. 이때 그 자리에 참석한 三宮삼궁의 妃嬪비빈들과 六院육원의 궁인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갈채를 보냈다. 그들 가운데 70여명의 궁인들은 갈채를 보내기는커녕 오히려 눈자위에는 눈물 흔적이 있었다.


달기는 그 모습을 보자 춤과 노래를 멈추고, 그들 70여명의 궁인들이 어느 궁의 사람들인지 물었다. 봉어관이 조사를 해보니, 中宮중궁인 강 황후를 모시던 궁인들이었다.  달기가 노해서 말했다. “너희들의 主母주모는 역모를 도모해서 죽음을 받았거늘, 너희들은 도리어 원망을 품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반드시 궁궐의 우환이 될 것이다.” 


주왕에게 아뢰자 주왕이 크게 노하여 어지를 내렸다. “누각 아래로 끌고 가서 모두 金瓜금과로 때려 죽여라!” 달기가 아뢰었다. “폐하, 이 역당들을 반드시 머리를 때려죽일 필요는 없으니, 잠시 冷宮냉궁으로 보내십시오. 첩에게 계책이 하나 있사오니, 궁인들의 큰 폐단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봉어관이 곧 궁녀들을 냉궁으로 압송하였다. 이어서 달기가 주왕에게 아뢰었다. “적성루 아래 24丈장의 원형 구덩이를 만들고, 5장 깊이로 파시옵소서. 폐하께서 도성의 만민들에게 매 한 집마다 뱀 네 마리를 받치도록 명령을 내리시옵소서. 그리고 그 뱀을 모두 이 구덩이에 넣도록 하십시오. 그 말썽을 일으킨 궁녀들을 발가벗겨 구덩이 안으로 처넣어 그 독사들의 먹이가 되게 하시옵소서. 이 형벌을 ‘蠆盆’채분 이라고 하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그대의 기이한 방법은 참으로 궁인들의 큰 폐단을 척결할 수 있을 것이오.” 천자의 명에 따라 각문에 방이 나붙었다.  국법이 삼엄하여 만민이 고통스러웠으나 칙령의 기한대로 龍德殿용덕전으로 와서 뱀을 바쳤다. 백성들이 매일매일 조정으로 들어오는데, 안팎이 없었으며, 법과 기강이 전부 무너졌다. 조정은 실정을 거듭하는데, 하루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었다. 

 

    삽화 권미영

 

 

백성들이 뱀을 공물로 받치는데, 도성 어느 곳에 이런 뱀들이 있으리오. 백성들은 도성 바깥 외현으로 가서 돈을 주고 뱀을 사가지고 와서 관청에 상납하고 있었다.

어느 하루, 상대부 膠鬲교격이 문서방에서 천하 각지에서 올라온 상소문을 보고 있었다. 그때 건물 밖에는 백성들이 두세 줄을 짓거나, 네다섯 명이 한 무리가 되어 손에는 대나무 광주리를 들고 九間大殿구간대전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상대부 교격이 집전관에게 물었다. “저기 백성들이 손에 대나무 광주리를 들고 있는데, 저 광주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집전관이 대답했다. “소인은 모르겠습니다.”

 

상대부는 문서방을 나와 대전으로 갔다. 백성들이 상대부를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교격이 물었다. “당신들이 가지고 온 것은 무슨 물건이오?” 백성들이 대답했다. “천자가 방문을 네 곳 대문에 붙였습니다. 매 호구마다 뱀 네 마리를 받치도록 했습니다. 도성 안 어디에 이 많은 뱀이 있겠습니까? 모두 백리 밖에 까지 가서 사가지고 와서 상납하고 있습니다. 대부께서는 성상께서 이 뱀을 어디에 쓰는지 알고 계시는지요?” 교격이 대답했다. “당신들은 가서 뱀을 받치도록 하시오.”


교격은 문서방으로 들어와 상소문을 보지 않고 있는데, 마침 무성왕 황비호 ․ 비간 ․ 미자 ․ 기자 ․ 양임 ․ 양수 등이 문서방으로 들어오자 상견례를 마쳤다. 교격이 말했다.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 대인 여러분! 천자가 백성들에게 매 호구마다 뱀 네 마리를 상납하라고 명령을 내리셨다는데, 이 뱀을 어디에 쓰는지 아시는지요?”


황비호가 대답했다. “소장이 어제 군사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천자가 가구당 뱀 네 마리를 상납하라’는 방문이 붙었다고 떠들어대는 백성들의 말을 들었습니다. 백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원망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 이곳에 모였으니, 여러 대인들께 묻사온데, 반드시 그 자세한 사정을 알고 싶습니다.”

비간과 기자가 말했다. “우리들도 아는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황비호가 말했다. “여러 대인들이 모르신다면….” 집전관을 불렀다. “내가 분부 하겠는데, 집전관은 천자께서 이 뱀을 무슨 일에 쓰실 것인지 알아보시오. 만약 믿을 만한 사실을 알았다면, 속히 와서 보고해 주시오. 거듭거듭 그대에게 사례하겠소.” 집전관은 명을 받들고 물러갔으며, 여러 대인들도 해산했다. 


한편, 오륙일이 지나자 백성들의 뱀 상납이 완료되었다. 뱀을 거두는 관리가 적성루로 가서 주왕에게 아뢰었다. “도성의 백성들이 뱀 상납하는 일을 모두 마쳤습니다. 말직의 소인이 어지를 기다리옵니다.” 주왕이 달기에게 물었다. “구덩이에 뱀을 모두 집어넣었는데, 그대는 이를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는가?” 달기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어지를 내리시어, 이전에 잠시 不遊宮불유궁에 가두어 놓은 궁녀들을 발가벗겨 포승줄로 결박하고, 구덩이 밑으로 밀어 넣어서 뱀들이 물어뜯게 하시옵소서. 만약 이러한 극형이 없다면, 궁중에서 일어나는 깊은 폐단을 제거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그대가 만든 이 형벌은 진실로 간악한 무리들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법이라 생각되는구려.” 주왕은 봉어관에게 명령했다. “이전에 불유궁에 보낸 궁녀들을 결박한 채로 蠆盆채분(독사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라.” 봉어관이 어지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아 궁녀들을 결박하여 독사구덩이 옆으로 데려왔다. 궁녀들은 구덩이 속의 독사들이 흉악하게 머리를 쳐들고,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보자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72명의 궁녀들이 일제히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그날 교격은 문서방에서 며칠 동안 뱀을 상납하는 일이 무엇 때문인지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한바탕 슬프고도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교격이 막 문서방을 나서는데, 집전관이 황급히 다가와서 보고를 올렸다. “대인께 아룁니다. 전날 천자께서 뱀을 거두어 큰 구덩이 속에 모두 풀어놓고, 오늘 72명의 궁녀들을 발가벗겨서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 뱀들의 먹이로 삼는다고 합니다. 소인이 탐문한 것이 사실이므로 이렇게 와서 보고 드립니다.”  


교격은 이 말을 듣고서 마음이 격앙되고 울분이 솟구쳤다. 바로 궁궐 내정 안으로 들어갔다. 용덕전을 지나고, 분궁루를 통과하여 적성루 앞까지 왔다. 그곳에는 궁녀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등을 결박당한 채 온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으며, 구슬픈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그 처참한 장면을 차마 눈뜨고는 바라볼 수가 없었다. 교격은 자신도 모르게 성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이런 일을  어찌 가히 시행할 수 있단 말인가! 이 교격이 나아가 상소하리라!” 


그때 주왕은 막 독사가 궁녀들을 물어뜯고 잡아먹은 장면을 보며 즐기려고 하는데, 갑자기 대부 교격이 사전 기별도 없이 상소한다고 했다. 주왕은 교격에게 적성루 위로 올라와 엎드리는 것을 허락했다. 주왕이 물었다. “짐이 어지를 내리지도 않았는데, 경은 무엇을 상소하려고 하오?”

 

    삽화 권미영

 

膠鬲교격이 울면서 아뢰었다. “신은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오라, 폐하께서 형벌을 참혹하게 시행함에 따라 백성들은 심한 고통을 받게 되고, 임금과 신하 간에 서로 간격이 생기게 되어 위와 아래가 서로 소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상이 이미 주역에서 말하는 12번째 괘인 否塞비색(否막힐비, 塞막힐색)의 卦象괘상이온데, 바로 하늘과 땅이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옵니다. 오늘 폐하께서 또 이러한 형벌이 아닌 것으로 형벌을 내리시니, 궁녀들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것입니까? 어제 신은 백성들이 독사를 관청에 받치는 것을 보았사온데, 사람마다 모두 원망하는 말 뿐이었습니다. 요즈음 가뭄과 큰 비가 빈발하고 있는데, 하물며 또 독사를 사기위해 도성 백리 밖까지 가야하니 민생이 불안하옵니다.


신은 들었습니다. ‘백성이 가난하면 도적이 되고, 도적이 모이면 변란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한 나라 밖에서는 봉화가 올라오고 있으며, 제후들이 반역을 일으킨 곳이 동남 두 곳이나 되는데, 잠시라도 편안함이 없사옵니다. 백성들은 날로 난리를 생각하고 있으며, 창검과 병사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때 폐하께서는 어진 정치를 펴지 않으시고, 날마다 난폭한 학정을 행하고 있습니다. 아득한 옛날 천지의 시작인 盤古반고로 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형벌을 무엇이라고 하옵니까? 그 어느 때의 군왕이 이러한 형벌을 만들었습니까?” 

 

주왕이 대답했다. “궁녀들이 나쁜 짓을 일삼는데도, 그를 제거할 방법이 없어서 그치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형벌을 만들었는데, 이름 하여 蠆盆채분이라고 한다.”

 

교격이 다시 아뢰었다. “사람의 四肢사지는 가죽과 살로 되어있습니다. 비록 귀하고 천하고의 차이가 있으나 모두 일체이옵니다. 이제 독사 구덩이 속으로 집어넣으면, 독사가 살을 물어뜯고 씹을 것인데, 그 극심한 고통이 심장에 까지 미칠 것입니다.

 

폐하께서 이를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어찌 차마 즐거울 수가 있겠습니까? 하물며 궁녀들은 모두 여자로서 아침저녁으로 궁중에서 폐하를 좌우에서 모시었으며, 단순히 사역함에 불과하였는데, 무슨 크나 큰 나쁜 짓을 했다고, 이러한 참혹한 형벌을 받는 것이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궁녀들을 불쌍히 여겨 용서해주신다면, 진실로 황상의 호탕한 은혜이오며, 하늘의 호생지덕(好生之德)과 일체를 이룬다고 하겠사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경이 아뢰는 것이 일리가 있다. 단지, 팔꿈치와 겨드랑이의 우환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어찌 가벼운 형벌로 이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하물며 시녀와 환관이 꾸미는 음모는 위험하고 독한데,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저들은 경각심을 갖지 못할 것이오.”

교격이 흥분하여 사납게 아뢰었다. “옛말에 ‘임금은 신하의 으뜸이 되는 머리(元首)이고, 신하는 임금의 팔과 다리’이옵니다. 또 이르기를 ‘진실로 총명하여야 하는 것이 임금의 왕후(元后)이며, 왕후야말로 백성의 부모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폐하께서는 잔인한 마음으로 덕을 잃었고, 신하의 말을 듣지 않으며, 망령되게 난폭한 학정을 저지르면서도, 허물을 고칠 생각이 없사옵니다.

 

천하의 제후들로 하여금 원망을 품게 하였으며, 東伯侯동백후가 죄 없이 죽임을 당하였고, 南伯侯남백후가 무고한 죄로 조가에서 죽었습니다. 그리고 실정을 간언하는 관리들은 炮烙포락의 형벌을 받았습니다. 이제 또 궁녀들이 무고하게 독사 구덩이에 처넣는 채분의 형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단지 깊은 궁궐에서 오락을 즐길 줄만 알고, 참언을 믿고 아첨하는 말만 들으며, 음란에 빠져 술에 취해서 있다면 진실로 위중한 질병이 가슴에 있는 것이니, 어느 때 발병할지 모르겠습니다.


진실로 악성종기가 이미 썩어 문드러졌으니, 생명도 역시 이를 따를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반성이란 하지 않으시고, 다만 육욕에 빠져 절제하지 않고 법도를 어지럽힐 줄만 알고, 국가를 반석과 같이 안정위에 올려놓는 것은 어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애석하게도 앞서 가신 왕들이 근검절약하고 하늘을 공경하여 백성을 두려워하였기에, 마침내 사직을 태평하게 보전하였고 사방의 오랑캐를 복종케 하였습니다.

 

폐하께서 당장 사악한 것을 고쳐 선을 따르시고, 현명한 사람을 친하게 대하고 여색을 멀리하시며, 아첨을 물리치시고 충심으로 나아가시면 종사를 가히 보전할 수 있고, 국가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할 것인데, 그러면 살아있는 백성들도 심히 다행이라 생각되옵니다. 신 등은 아침저녁으로 마음을 태우면서 폐하께서 昏暗혼암에 빠져드는 것과 백성들의 민심이 떠나고 임금의 덕이 떠나는 것을 참을 수 없사오며, 재앙이 생겨나는 것을 헤아릴 수 없는데, 소위 이럴진대 종묘사직조차 폐하의 소유가 아닌 것으로 될 것이옵니다.

신이 어찌 차마 깊은 말을 하겠사옵니까?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조상들로부터 내려오는 종묘를 천하에서 귀한 것으로 삼으시고, 망령되이 여자의 말을 듣지 아니하시고 충신의 간언을 폐하지 않으신다면, 만백성들의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삽화 권미영

 

 

 

교격의 일장 설파에 주왕이 크게 노했다. “이런 필부 같은 놈이 있나! 무지하게도 어찌 감히 임금을 모욕하고 비방하는가? 그 죄가 용서되지 아니하는구나!”


주왕은 좌우에 명령을 내렸다. “즉시 이 필부를 발가벗겨 독사구덩이인 채분 속으로 던져 넣고, 나라의 법도를 바로 잡으라!”

 

좌우에 시립해 있던 관원들이 막 교격을 끌어내려고 하자 교격이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이 무도한 어리석은 임금아! 간언하는 신하를 죽이려 하다니, 이 나라가 맞이할 크나 큰 환난에 대해서, 成湯성탕이 세운 수백 년 역사의 천하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 가는 것을 나는 차마 볼 수 없구나. 비록 내가 죽으나 나는 눈을 편히 감을 수 없으며, 하물며 나의 벼슬이 간언을 하는 諫官간관인데, 어찌 독사구덩이 속 채분에 들어가겠는가!” 

 

손가락으로 주왕을 가르치면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어리석은 임금아! 이렇게 포악함을 맘대로 휘두르다니, 종래는 西伯侯서백후 희창의 말대로 되겠구나!”

교격 대부는 말을 마치고 적성루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난간에 부딪치며 떨어지는데, 뇌수가 흘러내리며 비명에 죽었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붉은 간담과 충성스런 마음은 나라를 근심하였는데, 대부 교격은 스스로 적성루에서 뛰어내려 자결했다. 하늘의 운수가 成湯성탕의 은나라를 멸망시킨다는 것을 일찍이 알았는지, 애석하게도 목숨을 바쳐 핏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이때 교격이 적성루에서 뛰어내려 분골쇄신하는 것을 지켜보던 주왕이 다시 정신을 차리자 크게 노했다. 바로 어지를 전했다. “궁녀들을 채분으로 처넣어라. 교격도 함께 채분 속으로 처넣어 독사가 뜯어먹도록 하라!”

 

가련한 궁녀 72명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며 부르짖었다. “하늘이시여 땅이시여! 저희들은 비행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러한 참혹한 형벌을 만났습니다. 달기 이 비천한 것아! 우리들은 살아서는 너의 살을 씹지는 못할 것이나 죽은 후에는 반드시 너의 음흉한 혼백이라도 씹을 것이다!”

 

주왕은 궁녀들이 독사 구덩이 채분에 떨어지는 것과 굶주린 독사가 궁녀들의 몸을 휘감아 피부와 살갗을 씹어 삼키며, 궁녀의 뱃속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기가 말을 이었다. “만약 이러한 형벌이 없다면, 어찌 궁중의 큰 우환을 제거하겠나이까?” 주왕은 손으로 달기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대가 이러한 기이한 형벌을 만든 것을 보니, 묘하여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구나!” 주왕과 달기가 주고받는 이러한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궁인들은 가슴이 쓰라리고 간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있었다.
“채분의 독사들 사납기도 사나운데, 궁녀들 재앙을 만나 독사구덩이 속으로 빠졌다. 단번에 혼백은 천리 밖으로 날아갔는데, 가련하게도 참혹한 죽음은 기름 가마에 삶는 것보다 더하구나.” 

 

한편, 주왕은 궁녀들을 채분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형벌이 아름다운 것이라 여겼다. 이때 달기가 또 주왕에게 아뢰었다. “폐하께서 다시 어지를 전 하시옵소서. 채분 왼쪽에 연못 하나를 파도록 하고, 오른쪽에는 늪(沼)을 하나 파도록 하십시오.

 

연못 가운데 술지게미로 쌓은 언덕을 만들어 산으로 삼고, 우측에는 술로 연못을 만드십시오. 술지게미 언덕 산위에 나뭇가지를 가득 꼽고, 고기를 썰어서 조각을 만들어 나뭇가지위에 걸어 놓으십시오. 그것을 ‘肉林’육림(고기의 숲)이라 부릅니다.

오른쪽 늪(沼)에는 술을 가득 붓도록 하십시오. 이것을 ‘酒海’주해(술의 바다)라고 부릅니다. 천자는 부유하여 사해를 소유하고 있으니, 원래는 응당 무궁한 부귀를 누려야 합니다. 하여 육림(肉林)과 주해(酒海)는 천자의 존귀함이 아니라면, 망령되이 함부로 향유할 수 없사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그대가 만든 특이한 이 奇觀기관은 진실로 감상할 가치가 있구나. 기이한 생각과 묘한 발상이 아니면 이러한 것이 불가능할 것이로다.” 천자의 어지가 한번 내려지자 지시한대로 만들어졌다.

여러 날이 걸려서 술의 연못인 주지(酒池)와 고기의 숲인 육림(肉林)이 완성되었다. 주왕이 잔치를 베풀어 달기와 더불어 주지육림(酒池肉林)을 감상했다.      

 

주왕이 막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는데, 달기가 아뢰었다. “음악소리도 번거로워 싫고, 노래 부르는 것도 평범한 것이니, 폐하께서 어지를 내리소서. 궁녀와 환관이 서로 넘어뜨리는 싸움을 붙여 승리하는 자는 연못 가운데 술을 상으로 주고, 패하는 자는 아무 쓸데가 없는 노비로서 폐하를 모시는 것이 천자를 욕보이는 것이니, 金瓜금과로 머리를 쳐서 죽여 술지게미 속에 놓아두십시오.”

 

달기가 주왕에게 아뢰고 나자 주왕은 들은 대로 따르지 않는 것이 없었다. 천자의 어지가 내려졌다. “궁녀와 환관은 서로 넘어뜨리는 싸움을 벌여라.” 애석하게도 달기 이 요괴가 궁중에 있었으므로 무슨 짓이던 하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 궁녀와 환관이 재앙을 만나 애꿎은 목숨을 잃었다.

 

     삽화 권미영

 

 

   

달기가 무엇 때문에 넘어뜨리기 싸움에서 패한 궁녀들을 때려 죽여서 술지게미 속에 넣어 두도록 했을까? 달기는 밤 2~3경에 꼬리가 아홉인 여우로 둔갑하여 술지게미 속에 넣어둔 궁녀들의 시체를 먹었는데, 궁녀들의 피를 먹고 그녀의 요사한 기운을 키웠으며, 이 사악한 기운으로 주왕을 더욱 미혹시키고 있었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있다. “고기를 매달아 숲을 이루고 술로는 연못을 만들었는데, 주왕은 무도하기가 고대의 극악무도한 ‘궁기’(窮奇)와 같은 부류였다. 독사구덩이 채분 형벌의 원한은 하늘을 찔렀고, 포락의 형벌을 당한 혼백은 화염을 맴돌았다. 문무관원들은 사직을 부양할 마음이 없어졌고, 군인과 백성들은 궁전을 파괴할 뜻이 생겼다. 장차 어느 때에 나라의 명이 다 할 것인가? 戊午무오년간 甲子갑자일이 바로 그날이로다.”

 

한편, 주왕은 달기의 말에 따라 주지육림을 만들어 즐기면서도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는데, 조정의 기강은 정돈되지 못하였고 마음대로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루는 달기가 갑자기 강자아 때문에 죽은 옥석비파정의 원한이 떠올라, 강자아를 해치울 계략을 세웠다. 바로 그림 하나를 만들었다.

 

그날 적성루에서 주왕과 함께 주연을 즐기는데, 술이 반쯤 거나하게 취하자 달기가 아뢰었다. “첩에게는 그림 하나가 있사온데, 폐하께 올려 한번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짐이 볼 수 있도록 가져오너라.” 달기가 궁녀들에게 명하여 그림을 걸게 했다. 주왕이 물었다. “이 그림은 새도 아니고, 기어 다니는 짐승도 아니며, 산수경치도 아니고, 인물그림도 아니로군.”

 

그림위에는 樓臺누대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높이는 4장 9척, 전각은 우뚝 솟아 높았으며, 瓊玉경옥으로 만든 누대였다. 瑪瑙마노 섬돌에 난간이고, 밝은 구슬로  대들보와 기둥을 장식했으며, 밤에도 광채를 띠고 상서로운 빛깔을 드러내는데, 그 이름을 ‘鹿臺’녹대라고 하였다.

달기가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성인 중에 지존이시며, 존귀하기로는 천자이며, 부유하기로는 사해를 소유하였습니다. 만약 이 누대를 조성하지 않으면, 장관을 볼 수가 없을 것이옵니다. 이 누대는 진실로 곤륜산에서 살고 있는 신선 서왕모의 정원인 瑤池요지에 있는 옥으로 만든 궁궐과 같사오며, 선경의 蓬萊봉래와 같사옵니다.

 

폐하께서 아침저녁으로 녹대에서 잔치를 열면, 仙人仙女선인선녀가 하강할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진짜 신선들과 더불어 노닌다면, 해마다 수명을 더하고, 복록은 무궁할 것이옵니다. 폐하는 첩과 더불어 복덕을 즐기고, 인간의 부귀를 영원히 누리시옵소서.”

주왕이 대답했다. “이 누대는 짓는 공정이 너무나 큰데, 누구에게 짓는 것을 감독하게 할까?” 달기가 아뢰었다. “이 공사 감독은 반드시 재주가 정교하여야 하고, 총명하여 예지가 있고 음양학을 깊이 알아야 하며, 오행의 상생상극의 이치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첩이 보건대, 하대부인 姜尙강상(자아)이 아니면 불가합니다.”

 

주왕이 달기의 말을 듣고 바로 어지를 내렸다. “하대부 강상을 들게 하라.” 주왕의 사신이 比干비간의 공무소로 와서 강상에게 어지를 내리자 비간이 황망히 어지를 받았다. 사신이 어지를 전했다. “하대부 강상은 어지를 받으라.”

강상은 서둘러 어지를 받고, 은혜에 감사하며 말했다. “사신 대인, 먼저 궁궐 정문으로 가시면, 제가 곧 뒤 따라 가겠습니다.” 사신이 먼저 그 자리를 떠났다.

 

강자아는 몰래 점을 한번 쳐보고 오늘의 위험을 알았다. 자아가 비간에게  감사의 말을 올렸다. “강상은 대인의 큰 은덕과 아침저녁으로 가르침의 은혜를 입었는데, 오늘 서로 이별하면 장래를 기약할 수 없습니다. 그간 입은 그 은혜와 덕을 어느 때에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간이 대답했다. “선생은 무슨 연고로 이런 말을 하시오?” 자아가 대답했다. “제가 운수를 점쳐 보았는데, 오늘은 좋지 않으며, 해로움은 있으되 이로움이 없고, 흉함이 있되 길함은 없습니다.”

 

비간이 말했다. “선생은 諫官간관도 아니고, 또 벼슬에 오래 있지도 않았으며, 임금을 대면하여 순종하는 것을 옳다고 여긴다면 무슨 피해가 있을까요?”

자아가 대답했다. “제가 써놓은 서찰 한통이 있는데, 글방의 벼룻집 밑에 놓아두었습니다. 다만 승상의 신변에 큰 어려움이 생겨서 물어볼 곳이 없을 때, 그 서찰을 펴보시면 위험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소인은 승상의 은혜에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한번 이별하면, 어느 날에 다시 높으신 얼굴을 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아가 이별을 고하자 비간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선생에게 과연 재앙이 있다면, 내가 조정에 들어가 임금을 알현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시오. 선생에게 아무런 해가 없음을 보증하겠소.”

자아가 대답했다. “운수는 이미 이와 같으니, 공연히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도리어 그 일을 번거롭게 할 뿐입니다.”

 

자아는 비간과 작별하고 승상부를 나서 말에 올라 궁궐정문으로 갔다. 곧장 적성루로 가서 어지를 기다렸다. 봉어관이 적성루에 오르도록 어지를 전하자 자아는 주왕에게 하례를 올렸다.

주왕이 말했다. “경은 짐을 대신하여 鹿臺녹대를 건축하여 주시오. 성공을 이루는 날에 복록과 관직을 더해 주겠소. 짐이 결코 식언하지 않을 것이오. 설계도는 여기에 있으니, 이 그림처럼 만들어 주시오.”  

 

자아가 그림을 한번 보니 높이가 4장 9척이나 되었다. 위로는 瓊玉경옥으로 지붕을 이었고, 전각은 겹처마를 하였으며, 마노로 섬돌과 난간을 만들었고, 보석으로 대들보와 기둥을 장식했다.

그림을 살펴본 자아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 조가는 내가 오래 머물 곳이 아니로구나. 말로써 어리석은 임금을 깨닫도록 해보고 싶으나 어리석은 임금이 반드시 듣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노기를 터트릴 것이다. 내가 이제 이곳을 벗어나 몸을 숨긴다면 어찌 옳지 않겠는가?”

장차 강자아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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