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2

醉月 2011. 11. 26. 08:11

서백후 문왕이 아들 백읍고의 살점을 토해내다

은파패와 뇌개 두 장군은 추격행렬 선두로 말을 몰고 나와 뇌진자가 도대체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겨드랑이 밑에는 날개가 달려 우레와 바람소리가 일었다. 손에는 쇠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눈빛은 금광으로 빛나 번개가 번쩍이는 듯하였고, 얼굴은 푸른 쪽빛이었고 머리카락은 붉은 주사와 같았다.’ 

 

은파패와 뇌개는 호기를 부리며 날카롭게 물었다. “너는 도대체 어떤 놈인데, 감히 길을 가로막느냐?” 뇌진자가 대답했다. “나는 서백후 문왕의 100번째 아들 뇌진자이다. 나의 부왕은 인의를 갖춘 군자이시고, 어진 덕을 갖춘 장부이시며, 임금을 섬김에 충성을 다했고, 부모를 섬김에 효도를 다했다. 벗과 사귐에 신의가 있었고, 신하를 의리로 돌보았고, 백성을 예로 다스렸으며, 천하에는 도로써 처신하였고, 公義공의를 받들고 법을 지켰으며, 신하의 절개를 다했다. 그러나 연고도 없이 유리성에 구금되어, 7년 동안 명령을 지켜 때를 기다렸으며, 조금도 노여움이 없었다.

 

이제 귀향하려 하시는데, 무슨 일로 추격해왔는가? 명령이 왔다 갔다 하니, 이것이 어찌 천자가 할 바이겠는가! 이 때문에 나의 스승님의 법지를 받들어, 하산하여 특별히 나의 부왕이 귀국하시는 것을 영접하면서 우리 부자가 다시 만나게 되었소. 당신들 두 사람은 용기를 뽐내려고 할 필요가 없이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나의 스승님께서 분부하시기를 인간들의 목숨은 결코 상하게 하서는 안 된다고 하셨으니 당신들은 속히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은파패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 추악한 놈아! 어찌 큰 소리를 쳐서 삼군을 미혹시키며 나를 속이려 하느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공격해 왔다. 뇌진자는 손에 쇠몽둥이를 곧추 잡으면서 말했다. “다가올 필요가 없다! 네가 반드시 나와 성패를 겨루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부왕의 말씀과 사부님의 명령을 감히 어길 수 없다. 내가 시험 삼아 당신에게 한번 보여줄 터이니 보기나 하시오.”


뇌진자의 겨드랑이 밑에 있는 날개가 소리를 내면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바람과 우레 소리가 났다. 발은 하늘을 밟고 머리는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서쪽에 산부리 하나가 있는 것을 보고는 쏜살같이 날아가면서 말했다. “내가 이 산부리를 쇠몽둥이로 한번 쳐 보일 터이니 잘 보시오.” 한차례 큰 소리가 울리면서 산부리의 절반이 무너져 내렸다. 뇌진자가 몸을 돌려 땅으로 내려와 두 장군에게 말했다. “당신들 머리가 이 산보다 단단하시오?” 두 장군은 이 흉악하다고할 만한 광경을 보고는 혼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두 장군이 말했다. “뇌진자, 당신의 말에 따라 우리들은 조가로 말머리를 돌리겠소. 당신도 돌아가시오.” 은파패와 뇌개 장군은 그 광경을 보고는 그와 싸워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여겨 부득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싸워서 헛되이 목숨을 잃어보았자 이익 될 것이 없음을 간파하고 병력을 돌려서 돌아갔다. 뇌진자는 다시 산위로 올라와 부왕을 뵈었다. 문왕은 놀라서 멍해졌다. 뇌진자가 말했다. “저는 부왕의 명을 받들어 추격병을 물리쳤습니다. 부왕을 뒤쫓던 은파패와 뇌개 두 장군은 소자가 좋은 말로 타일러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이제 소자가 부왕을 5관에서 벗어나게 하겠습니다.” 문왕이 말했다. “내 몸에 지닌 銅符동부와 令箭영전을 관문에서 맞추어보아야 관을 나갈 수 있을 텐데.”

 

뇌진자가 대답했다. “부왕께서는 반드시 이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동부를 대조한다면 부왕께서 돌아갈 시간만 지체될 뿐입니다. 지금 사태가 이미 급박하게 되었으니, 뒤에는 또 추격병이 따라올까 두려운데, 결국 끝나지 않은 형국입니다. 소자가 부왕을 등에 업고, 단번에 날아서 5관을 빠져나갈 것이오니 염려 마소서.” 문왕이 말했다. “네 말이 비록 맞기는 하나, 이 말(馬)은 어찌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 뇌진자가 말했다. “부왕께서 5관을 빠져 나가실 일만 생각하시고, 마필의 일은 몹시 사소한 일입니다.” 문왕이 대답했다. “이 말은 나를 따라 7년 동안 환난을 겪었는데, 오늘 일단 이 말을 버리게 되니, 내 마음 어찌 참을 수 있겠느냐?” 뇌진자가 말했다. “일이 이미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찌 이런 일로 마음을 쓰십니까? 군자는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온전히 한다고 합니다.”  


문왕이 앞으로 나아가 손으로 말을 어루만지며 탄식했다. “말 아! 희창이 어질지 않은 것이 아닌데, 너를 버리고 5관을 나간다. 추격병이 다시 이르면 내 목숨조차 구하기가 어렵구나. 내가 이제 너와 이별하면, 네 가고 싶은 데로 가서 좋은 주인을 만나거라.” 문왕이 말을 마치고 눈물을 뿌리며 말과 헤어졌다. 뇌진자가 말했다. “부왕께서는 빨리 서두르소서. 오래 지체할 수 없습니다.” 문왕이 대답했다. “내가 네 등에 업혔으니, 너는 조심하거라.” 문왕이 뇌진자의 등에 엎드려 두 눈을 꼭 감았는데, 귀에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일각이 채 되지 않아 이미 5관을 벗어났고, 金鷄嶺금계령에 도착해 땅으로 날아 내렸다.

 

뇌진자가 말했다. “부왕, 이미 5관을 벗어났습니다!” 문왕은 두 눈을 뜨고, 이미 본토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기뻐하였다. “오늘 내 고향땅을 다시 보게 되었으니, 모두 내 아들의 힘이었구나!” 뇌진자가 말했다. “부왕께서는 앞길을 보중하소서! 소자는 이곳에서 되돌아 가야합니다.” 문왕이 놀라서 물었다. “아이야, 네가 어찌하여 중도에 나를 버린다고 하느냐,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더냐?” 뇌진자가 대답했다. “사부님께서 아버님을 구하여 다섯 관문을 벗어나게 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이제 곧 산속 洞府동부로 돌아가야 하며, 감히 명령을 어길 수 없사오니, 사부님의 말씀을 어긴다면 소자는 죄를 짓게 됩니다.”

 

뇌진자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부왕께서는 먼저 본국인 서기 땅으로 돌아가십시오. 소자는 도술을 더욱 온전하게 배워 머지않아 하산하겠사옵니다. 그때 다시 아버님의 존안을 뵙겠습니다.” 뇌진자는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뿌리며 부친인 문왕과 이별을 고했다. 세상사 온갖 슬픔과 고통이 있다지만, 사별과 생이별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하였다. 뇌진자는 종남산으로 돌아가 사부인 운중자의 명에 따랐다.

 

한편, 문왕은 뇌진자가 훌쩍 떠나고 혼자가 되어 말 한 필도 없이 꼬박 하루를 걸었다. 연세가 높은 문왕으로는 걷기조차 어려웠으며, 저물녘이 되어서야 객점 하나를 발견했다. 문왕은 이곳에 투숙하여 하룻밤을 묵고 가기로 했다. 다음날 길을 떠나려고 하는데, 주머니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객점의 점원이 말했다. “방값과 음식값 등을 어찌 한 푼도 주지 않으십니까?” 문왕이 대답했다. “빈털터리로 이곳에 도착했으니, 잠시 외상으로 적어 두어라. 서기에 도착하는 대로 사람을 시켜서 이자까지 보태어 보내주겠다.”
 
점원이 화를 내면서 말했다. “이곳은 다른 곳과 같지 않습니다. 우리 이곳 서기에서는 야비하게 사람을 속이지 않습니다. 서백후 전하께서는 인과 의로써 만백성을 교화하시어, 길가는 사람들이 길을 양보하며,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도 않으며, 밤에 개 짖는 소리조차 없어서 백성이 편안하게 살며 생업을 즐깁니다. 맑기로는 堯요임금 때와 같이 맑고, 밝기로는 舜순임금이 다스릴 때와 같습니다. 어서 돈을 꺼내어 계산을 분명하게 하시고 가십시오. 만일 자꾸 질질 끈다면, 당신을 서기로 데려가 상대부 산의생 나리께 보일 겁니다. 그때는 후회해도 늦을 거예요.”

 

문왕이 대답했다. “내가 절대로 신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이때 객점 주인이 나오다가 이를 보고 물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소란스러우냐?” 점원이 문왕을 가리키며 밥값을 주지 않는다며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객점 주인은 문왕이 비록 나이가 많았으나 정신이나 외모가 비범함을 알아보고 물었다. “당신은 서기 땅으로 가서 무슨 일을 하려고 합니까? 여비도 한 푼 없이 말입니다. 나는 당신을 모르는데, 어떻게 밥값을 외상으로 기록하겠습니까? 사실대로만 분명히 말해주시면 외상으로 적어 놓고 보내드리겠습니다.” 문왕이 말했다. “객점 주인 양반,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서백후 희창이외다. 유리성에 7년 동안 구금되어 있다가 성은을 입고 사면을 받아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중도에 나의 아들 뇌진자가 나타나 나를 구출하여 다섯 관문을 벗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주머니가 비었습니다. 임시로 수일간만 당신이 외상으로 적어놓으면, 내가 서기에 도착했다가 바로 관리를 보내어 갚도록 하여 손해가 없도록 하겠소.”     

 

객점 주인은 이 사람이 서백후라는 것을 듣고는 황망히 몸을 굽혀 절을 하면서 외쳤다. “대왕 전하! 소인의 눈이 어두워 전하를 영접하지 못한 죄를 지었나이다! 대왕께서 안으로 드시기를 다시 청하오며, 술과 음식으로 대접하고 나서 백성인 소인이 직접 대왕을 모시고 귀국하겠나이다.” 문왕이 물었다. “주인장의 성함은 무엇이오?” 객점 주인이 대답했다. “소인은 성이 申신이며, 이름은 傑걸, 신걸 이오며 5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문왕이 크게 기뻐하며 신걸에게 물었다. “그대 집에 말이 있는가? 말 한 필을 나에게 빌려주어 타고 가게 하면 서기에 도착하기를 기다려 반드시 후사하겠네.” 신걸이 대답했다. “저희는 모두 가난한 집이온데, 어찌 말이 있겠습니까? 집에는 단지 밀가루를 빻는 나귀가 있는데, 안장과 고삐를 수습하면 대왕께서 잠시 길을 가시는 데 쓰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소인이 직접 모시고 따르겠나이다.”


문왕은 이 말에 크게 기뻐하면서 금계령을 떠나 수양산을 지났다. 새벽에 길을 떠나 밤에는 잠자리에 드는 식으로 길을 잡았다. 때는 깊은 가을 날씨여서 가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 오동잎이 바람에 나부끼며, 단풍나무숲은 비취색이고, 경치와 경물은 볼만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추위에 떠는 새와 슬픈 바람, 귀뚜라미 소리는 슬픈 것을! 하물며 서백후 희창은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치를 보게 되자 마음속이 어찌 편안하겠는가? 속히 서기 땅에 도착하여 어머니와 자식, 부부가 다시 만나 근심 어린 마음을 위로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한편, 문왕의 모친인 太姜태강이 궁중에서 아들 서백후를 생각하고 있는데, 홀연히 세 줄기의 바람이 지나가면서 이내 바람 속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태강이 시녀에게 명하여 향을 불사르라고 하고, 동전을 들고 先天數선천수를 풀었다. 운수를 헤아려 보니 서백후가 이미 서기 땅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강은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백관들과 여러 자식에게 전령을 보내 서기로 가서 서백후를 영접케 하였다. 문무백관과 여러 공자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고, 사람마다 크게 기뻐하였다. 서기 땅의 백성은 양을 끌고 술을 지고, 집집이 향을 불사르니 향 연기가 길을 덮었다. 문무백관과 공자들은 각각 모두 붉은색의 吉服길복을 입었다. 이때 살붙이 골육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용과 호랑이가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다.


시가 남아 있어 이를 증명하였다.
“만백성들이 기뻐하며 서기성을 나오고, 서백후의 귀환을 영접하기 위해 아홉 개의 큰길을 지난다. 유리성에 7년 동안 구금되어 이제 기한이 찼으며, 금계령에서 뇌진자의 한바탕 싸움에서 추격을 따돌렸다. 이로부터 성인의 다스림으로 요순시대를 필적할 만하였고, 지금 靈臺영대를 세워 제왕의 기틀을 다졌다. 자고로 현명하고 어진 신하가 周代주대에 흥성하였는데, 신하가 충성스럽고 임금을 도와 바야흐로 평화로울 뿐이었다.”   

 

한편, 문왕은 申傑신걸과 동행하여 서기산에 이르러 아득히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옛날과 다름없는 고향 동산을 보게 되자, 문왕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참담한 마음이 일어났다. “옛날 商상나라에 조회하러 가서 이처럼 어려움을 만났는데, 뜻하지 않게 오늘 돌아오게 되었다. 어느새 7년의 세월이구나! 푸른 산은 옛날과 같은데 사람은 옛사람이 아니로구나!”

 

문왕이 탄식하고 있는 그때 두 개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며, 대포 소리를 울리면서 한 무리의 人馬인마가 빽빽이 몰려오고 있었다. 정체 모를 인마의 출현에 깜짝 놀란 문왕은 채 진정이 되기 전에 앞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은 추격군이 아니라 좌측에는 대장군 남궁괄이었고, 우측에는 상대부 산의생이었다. 그들은 四賢八俊4현8준과 三十六傑36걸이라 부르는 辛甲신갑 ․ 辛免신면 ․ 太顚태전 ․ 閎夭굉요 ․ 祈公기공 ․ 尹公윤공 등을 이끌고 길에 엎드렸다.


둘째 아들 姬發희발이 앞으로 나와 나귀 앞에서 절하면서 아뢰었다. “부왕께서 이국에 갇혀 계신지 세월이 한참 흘렀지만, 사람의 자식 된 몸으로 우환을 나누어 대신할 수 없었사오니, 진실로 천지간의 죄인입니다. 부왕께서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시기를 비옵나이다. 오늘 다시 부왕의 자비로운 얼굴을 뵙게 되오니 소자의 기쁨을 이길 수 없사옵니다!”


문왕은 여러 문무백관과 세자들을 보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로서도 오늘 처연함을 이길 수가 없구려. 내게는 이미 집이 없었으면서도 집이 있었고, 나라가 없었으면서도 나라가 있었으며, 신하가 없었으면서도 신하가 있었으며, 자식이 없었으면서도 자식이 있었소. 몸은 7년 동안 유리성에 갇혀 있었음에 늙어 죽는 것을 스스로 달게 여길 수 있었소. 오늘 다행히 하늘의 해를 보고 그대들과 더불어 다시 모여 앉게 되었는데, 이것이 도리어 처량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상대부 산의생이 아뢰었다. “옛날 成湯성탕께서도 역시 夏臺하대에 갇히셨다가 어느 날 환국하시어 천하를 다스리셨습니다. 오늘 주군께서 귀국하셨으니, 더욱 德政덕정을 펴시고 민생을 잘 기르고 돌보시어 때를 기다려 움직인다면, 어찌 금일의 유리성의 감옥이 옛날의 하대가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문왕이 대답했다. “대부의 그 말이 어찌 짐을 위하는 말이겠소? 또한, 신하로서 윗사람을 모시는 도리가 아니오. 나는 죽을죄를 지었으나 성은을 입어 갇혀 있었을 뿐 죽임을 당하지 않았소. 비록 7년간 갇혀 있었으나 마침 천자의 호탕하게 넓으신 은혜를 입게 되었으니, 그 무엇으로도 이를 보답할 수 없을 것이오. 이제 내가 사면을 받아 귀국하게 되었을 때 다시 상을 내리시어 문왕이라는 작위를 더해 주었고, 黃鉞황월과 白旄백모를 하사하시어 정벌에 전념케 하였는데, 이것은 특별한 은혜가 아니란 말인가? 마땅히 신하의 충절을 다하여 나라에 헌신하여야 하오. 이 생명 다하도록 결코 두 마음을 감히 일으켜서는 안 되는데, 어찌 하대에 갇히신 成湯성탕과 비교를 한단 말이오? 대부의 갑작스러운 이런 말을 어찌 내가 바라는 바이겠소? 앞으로는 삼가 다시 입에 담지 마시오.”

 

이 말에 여러 신하가 기꺼이 받아들였다. 둘째 아들 희발이 앞으로 다가가 아뢰었다. “부왕께서는 옷을 갈아입으시고, 수레에 오르소서.” 문왕이 그 말에 따라 왕의 복장으로 갈아입고 수레에 올랐다. 그간 동행해온 신걸에게 함께 서기성으로 가자고 했다. 거리에는 가득 메운 인파로 환호성이 넘쳤고, 생황을 연주했으며, 집집이 향을 불사르고, 문에는 아름다운 비단과 종이로 꾸몄다. 문왕은 수레에 단정히 앉아 있었고, 양쪽의 집사관들은 행렬을 이루어 깃발들이 해를 가렸다.


단지 뭇 백성이 큰 소리로 외쳐대는 소리만 보였다. “7년간 멀리 떨어져 계셔서 대왕의 얼굴을 뵙지 못했는데, 오늘 대왕께서 귀국하셨습니다. 그동안 대왕의 존안을 친히 뵙고 싶어 했었는데, 만백성이 우러러 뵙게 되니, 어리석은 백성은 기쁘고 안심이 되옵니다.”

 

문왕은 여러 신하도 이러하다는 뜻을 듣고 수레에서 소요마로 바꾸어 탔다. 만백성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오늘 서기에 주군께서 돌아오셨다!” 사람마다 마음을 기울여 기뻐했다. 문왕은 소룡산 입구를 나오자 양편으로 문무백관과 98명의 아들이 보였는데, 장자인 백읍고만 보이지 않았다. 큰아들이 육장으로 담가져 젓갈이 된 고통과 유리옥에서 아들의 살코기를 먹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 생각나자 부지불식간에 가슴속에 큰 고통이 밀려오면서 비 오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문왕은 옷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노래를 지어 불렀다.
“신하의 충절을 다하기 위해 어지를 받들고 商상나라에 조회하러 갔는데 임금께 직간하여 기강을 바로잡으려고 했다. 아첨하는 신하의 모함에 빠져 유리성에 갇혔는데 하늘이 내리신 재앙을 감히 원망하지 않았다. 효성스런 백읍고는 아비 죄에 대해 속죄하려 했으나 거문고 소리 속에 충성 되고 선량한 아들이 억울하게 죽었다네. 아들의 살을 먹으니 그 고통이 골수에 미치었는데 성은을 입어 문왕의 지위에 이르렀다네. 벼슬을 자랑하다가 곤경에서 빠져나와 돌아오는 길에 뇌진자를 만나 목숨을 건져 다행히 내 강토로 돌아왔다네. 오늘 서기 땅으로 돌아와 어미와 자식이 함께 모였는데 오직 큰아들 백읍고만 보이지 않으니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하구나!”

 

문왕이 노래를 지어 부르고 나서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고통스러워 내가 죽을 것 같구나!” 그러고 나서 소요마에서 굴러 떨어졌는데, 얼굴이 백지장처럼 되었다. 당황한 세자와 문무백관들이 급히 부축해 일으켜 품에 안고 속히 차탕을 몇 모금 마시게 했다. 문왕의 목구멍 속에서 차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다가 한 덩이 고깃덩어리를 토해냈다. 그 살코기로 된 떡이 땅 위에서 한번 구르더니, 네 개의 다리가 생기고, 두 개의 귀가 생기더니 서쪽을 바라보고 달려갔다. 연달아 세 번 살코기 떡을 토해내자 모두 세 마리의 토끼가 되어 달아났다.

 

신하들이 왕을 부축하여 일으켜 수레에 태우고 서기 성으로 갔다. 궐문을 통하여 대전에 닿았다. 공자 희발이 문왕을 부축해 후궁으로 들어가 탕약을 달였다. 하루가 되지 않아 문왕의 병은 다 나았다. 그날 대전에 올라 문무백관들의 축하인사가 끝나자 문왕은 상대부 산의생을 들라고 하였다. 산의생이 절을 하며 땅에 엎드렸다.

 

문왕이 말했다. “과인이 천자를 배알한 뒤 7년간의 재액을 만났는데, 뜻밖에 장자 백읍고가 과인 때문에 도륙을 당했으니, 이것은 다 하늘의 운명이었네. 성은을 입고 특별히 사면받아 귀국하게 되었는데, 문왕이란 지위를 더해 주었는가 하면 3일간 벼슬을 자랑하도록 허락하셨다네. 鎭國武成王진국무성왕이 큰 덕을 베풀어 관문을 통과하는 비표인 銅符동부를 내어주어 내가 5관을 탈출하도록 해주셨다네. 그러니 뜻밖에 은, 뇌 두 장군이 천자의 어지를 받고 추격해 와 과인이 힘과 기운이 다해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네.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천만다행으로 아들인 뇌진자가 나타났다네. 옛날에 내가 상나라로 조회에 참석하러 가던 도중에 연산에서 거둔 아이인데, 길에서 만난 연기 도사 雲中子운중자가 데려갔었지. 어느새 7년이나 흘렀더군. 추격병이 긴급히 쫓아오는데, 뇌진자가 구출해주어 5관을 벗어날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산의생이 대답했다. “5관에 장졸과 관리들이 파수를 보고 있었을 텐데, 어찌 5관을 탈출할 수 있었사옵니까?” 문왕이 말했다. “뇌진자의 모양을 말하자면, 처음 본 과인도 몹시 놀랐다네. 7년 만에 본 것이 얼굴은 청남색이었고, 머리털은 붉은 주사와 같았으며, 옆구리에는 날개 두 개가 돋아있었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그 세력이 바람과 번개의 형상이었다네. 한 자루 쇠몽둥이를 쓰는데, 그 위세는 큰 곰과 같았다네. 뇌진자가 쇠몽둥이로 산꼭대기를 한번 때리자 산꼭대기가 무너져 내렸다네. 그래서 은파패, 뇌개 두 장군이 감히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물러갔다네.


뇌진자가 돌아와 과인을 등에 업고 날아서 5관을 넘는데, 반시진도 되지 않아 곧 금계령에 도착했다네. 그리고 나와 이별을 고하고 종남산으로 돌아갔다네. 과인이 차마 떠날 수 없어 하자 뇌진자가 말했다네. “스승의 명령을 감히 어길 수 없으며, 저는 멀지 않아 하산하여 다시 부왕을 뵙게 될 것입니다.” 그 후 과인이 홀로 하루를 걸어서 신걸의 객점에까지 왔으며, 신걸이 나귀를 몰아 과인을 호송하여 줄곧 보살폈다네. 관리에게 명하여 신걸에게 큰 상을 내리고, 신걸이 돌아가도록 하시오.”    


산의생이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주군의 덕이 천하를 관통하고, 어지심을 사방에 베푸니, 천하를 삼분하여 그 중 둘이 周주로 돌아오고, 만민이 그 편안하고 강녕함을 받고 있으며, 백성마다 우러러보지 않음이 없습니다. 자고로 ‘근심을 이기는 자는 스스로 백 가지 복을 낳고, 근심을 만드는 자는 스스로 백 가지 재앙을 생기게 한다’고 합니다. 주군께서 이제 서토로 돌아오신 것은 진실로 용이 큰 바다로 돌아가고, 호랑이가 다시 깊은 산으로 들어간 것과 같으며, 스스로 마땅히 시기를 틈타 움직일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물며 천하는 이미 4백 제후가 반기를 들었고, 주왕이 무도함을 마구 행하여 처를 살해하고, 炮烙포락의 형벌과 蠆盆채분의 형벌을 만들었으며, 대신을 절여 죽이고, 선왕의 전례를 폐하고, 酒池肉林주지육림을 만들고, 중궁을 살해하고, 달기의 참언을 듣고 백성을 내팽개치고, 죄인을 친애하고, 간언을 거절하고 충신을 죽이며, 주색에 깊이 빠져 있나이다.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선을 행할 수가 없다고 하며, 주왕이 오직 주색과 황음무도함에 빠져 개전의 정이 없사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조가는 멀지 않아 타인의 손에 넘어가고 말 것입니다.”

 

산의생이 말이 막 마치는데, 대전 서쪽에서 한 사람이 큰소리로 아뢰었다. “오늘 대왕께서 이미 옛 강토로 돌아오셨으니, 마땅히 공자가 육신을 절이게 되는 육장을 당해 살해된 이 원수를 갚아야 하옵니다! 하물며 서기에는 강한 병사 40만에 장수가 60여 명이 있으니, 당장 5관을 치고 들어가 조가성을 포위하고, 비중과 달기를 저자에서 목을 베고, 혼미한 임금을 폐위하여 따로 밝은 군주를 세움으로써 천하의 분노를 씻어야 하옵니다!”

 

문왕이 듣고 불쾌한 듯이 말했다. “과인은 두 경을 충의 지사로 여겨 서토의 안녕을 맡겼다네. 오늘 불충의 말을 하니, 이는 스스로 용서받지 못할 처지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감히 원한을 갚고 원수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일세! 천자는 만국의 우두머리이시고, 비록 허물이 있어도 신하가 감히 말을 할 수 없는데, 오히려 감히 임금의 허물을 바로잡겠다는 것인가? 아비가 실수가 있다 해도 자식은 역시 말할 수 없는데, 하물며 아비의 실수를 바로잡겠다고?”


문왕은 격앙된 듯이 말을 이어 나갔다. “임금이 신하에게 죽으라고 하면, 감히 죽지 않을 수 없듯이 부모가 자식더러 죽으라 하면 감히 죽지 않을 수 없다네. 신하가 되어서 먼저 충효를 으뜸으로 하여야 하는데, 감히 임금의 뜻을 거스를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임금에 직간하였기 때문에 유리옥에 갇히게 되었고, 비록 7년간의 곤고함이 있었지만, 이는 나의 허물 때문인데 어떻게 감히 임금을 원망하며 자신의 몸에 선을 돌리겠는가? 옛말에 ‘군자는 어려움을 봐도 피하지 않으며, 오직 천명만 따를 뿐이다’라고 했다.

 

이제 나는 황상의 은혜로 문왕의 작위를 받고 서토로 영예롭게 돌아오게 되었음을 감사하고, 과인은 조만간 마땅히 지금을 축하하며, 팔방이 무기를 버리고 평화를 찾기를 원하오. 만민이 평안하고 풍성하여 각기 생업을 즐기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신하된 자의 도리일 것이오. 두 경은 절대로 의리와 인륜을 거슬러 만세에 웃음거리를 남기지 마시오. 어찌 어진 군자의 말이라 하겠소!”

 

남궁괄이 말했다. “백읍고 공자께서 공물을 바치고, 아비를 대신하여 속죄하셨는데, 이것이 역모의 죄가 아닌데도 어떻게 시체를 절이기까지 하는 참변을 당해야 합니까? 진정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고로 무도함을 응당 토벌함으로써 천하를 바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역시 만민의 마음입니다.”

 

문왕이 말했다. “경은 일시의 견해만을 고집하는데, 그것은 바로 내 아들이 스스로 죽음을 초래한 것이었다네. 내가 길을 떠날 때 여러 자식과 문무백관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네. 짐이 하늘의 운수를 점쳐보니 7년 재난을 거쳐야 하므로 갑자기 문안하러 와서는 일절 안 된다고 하였으며, 7년의 재난이 다한 뒤에 자연히 영예롭게 돌아올 것이라 했다네. 그런데 백읍고는 아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교만을 믿고 충효의 절개만을 고집하여 임기응변할 줄을 몰랐다네. 또한, 준비도 없이 나아가고 물러설 때와 스스로 덕이 적고 재주가 용렬함이나 성정이 편벽됨 등을 몰랐으며, 하늘의 때를 따르지 않아 이러한 육신을 절임당하는 화를 만난 것이라네.

 

과인은 이제 공의를 받들고 법을 준수하여 망령된 행동이나 패덕한 행위를 하지 않으며, 신하의 절개를 다할 것이네. 천자께서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마구 하시고, 천하의 제후들이 저마다 공론이 있다 해도 말이오. 그런데 하필 두 경이 반란의 우두머리가 되어 스스로 강폭함을 가지고 멸망에 앞장서겠다는 것이오? 옛말에도 ‘오륜 가운데, 오직 임금과 어버이의 은혜가 가장 중하고, 백가지 행동의 근본이며, 忠孝義충효의를 가지는 것이 으뜸이다’라고 하였소. 과인이 이미 귀국하였으니 마땅히 풍속교화를 우선으로 삼고, 백성이 풍족하게 살도록 힘쓰면 백성이 평안과 강녕함을 누리게 되고, 과인과 경들도 함께 태평을 누릴 수 있을 것이오.

 

귀로는 병장기의 소리를 듣지 않고, 눈으로는 정벌하는 일을 보지 않고, 몸으로는 말을 타는 노고를 받지 않으며, 마음으로는 승패의 염려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며, 다만 삼군이 몸에 갑옷을 입는 고통이 없기를 바라며, 백성이 깜짝 놀라는 재앙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복이며, 또한 즐거움이오. 또한, 하필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상하게 하여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나서 공을 이루었다고 하겠소?” 남궁괄과 산의생이 문왕의 가르침을 듣고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했다.


문왕이 말했다. “과인이 서기성 정남쪽에 靈臺영대라고 부르는 누대를 하나 세우려고 하오. 과인은 토목공사는 제후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상하게 할까 염려된다오. 그러나 이 영대를 세우면 재앙과 상서로운 조짐에 응할 것으로 생각한다네.”

 

산의생이 아뢰었다. “대왕께서 이 영대를 세우는 것은 재앙과 상서로운 조짐에 대응하기 위해서이고, 서토의 백성들을 위한 것이며, 유희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닌데, 어찌 백성을 수고롭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또한, 주군께서는 인애하셔서 그 공덕이 곤충과 초목에게 까지 마치고, 만백성은 그 은혜를 입지 않음이 없습니다. 만약 대왕께서 포고를 내붙이면, 만민이 기꺼이 복종할 것입니다. 만약 대왕께서 백성들의 힘을 가볍게 쓰지 않고, 은자 일전씩 지급하여 백성에게 편한대로 맡겨두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하고, 강제로 하지 않으면 이것 또한 일을 함에 해가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이것은 서토의 백성들에게 생길 재앙과 상서로운 조짐에 응하는 것이므로 백성들이 어찌 즐거워하지 않겠습니까?”

 

문왕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대부의 그 말이 과인의 뜻과 합치되도다.” 각 성문마다 방문을 붙여 이 사실을 게시하였다.

'무예의 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신연의(封神演義)_24  (0) 2012.02.09
봉신연의(封神演義)_23  (0) 2011.12.30
봉신연의(封神演義)_21  (0) 2011.11.01
봉신연의(封神演義)_20  (0) 2011.09.27
봉신연의(封神演義)_19  (0) 201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