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4

醉月 2012. 2. 9. 08:28

위수에서 문왕이 강자아를 초빙하다

전해져 오는 가사가 있었다.
“강자아가 朝歌조가를 떠나 서기 땅 반계에 숨었는데, 푸른 물이 청산을 둘러 흐르는 것을 기쁘게 바라본다. 黃庭經(內外)황정경(내외) 두 권을 보며 낮을 보내는데, 금 잉어 세 마리 낚으니 얼굴에 웃음을 띤다. 버들숲 속에 꾀꼬리 소리 요란히 들리는데, 시냇물은 졸졸 흘러간다. 하늘 가득한 꽃 같은 이슬이 상서로움을 여는데, 강자아가 문왕을 만나 임금의 수레에 올랐다.”

 

무길이 시냇가로 와서 보니, 자아가 홀로 수양버들 아래 앉아서 낚싯대를 푸른 물결 위에 띄운 채로 노래를 지어 부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무길은 자아의 뒤로 걸어가 천천히 불렀다. “강 어르신!” 자아가 고개를 돌리니 무길이 보였다. 자아가 말했다. “당신은 요 전날 이곳에 왔던 나무꾼이 아닌가?” 무길이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자아가 말했다. “당신은 그날 사람을 죽였지요?”

 

무길이 황망히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했다. “소인은 산중의 무식쟁이이고, 도끼질이나 하는 어리석은 촌부인데, 어찌 어르신의 그 심오함을 알겠나이까? 보는 눈이 범속하여 노인장이 고명하고 달통한 숨은 선비임을 미처 몰랐습니다. 전날 그와 같은 말로서 어르신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노인장께서는 대인이시고, 저희와 같은 소인배가 아니오니 仁慈인자함을 크게 펴시고, 惻隱측은한 마음을 넓게 베푸시어 다만 하잘 것 없는 이 목숨을 구제해 주십시오!

 

사고 일어난 그날 어르신과 이별한 후, 서기성 남문에 도착했는데, 마침 문왕의 수레를 마주치게 되어 나뭇짐을 지고 피하려고 하다가 삐죽하고 날카로운 나뭇짐이 넘어가면서 과연 문을 지키는 왕상을 죽였습니다. 이것 때문에 문왕의 治罪치죄를 받아 목숨으로 보상하게 되었습니다. 소인은 의지할 곳 없는 홀어머니가 시냇가의 귀신이 될까 염려되었습니다. 상대부 산의생 어른이 소인을 위해 문왕께 아뢰어 임시로 귀가하게 하였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뒷일을 완비한 후 곧 다시 돌아가 왕상을 죽게 한 대가를  받아야합니다. 이로써 생각해보니 어미와 자식의 목숨이 옛날처럼 보전할 길이 없습니다. 오늘 특별히 어르신을 찾아뵈었는데, 부디 터럭 같이 하잘 것 없는 생애를 불쌍히 여기시고 구제해 주셔서 온전한 母子모자의 목숨을 얻을 수 있게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그러 하오면 소인은 結草報恩결초보은 한다는 말처럼 평생 잊지 못할 것이오며, 犬馬견마의 노력으로 은혜를 갚을 것이오며, 결단코 어르신의 크나큰 덕을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자아가 대답했다. “운수는 정해져 있어 바꾸기가 어렵다. 당신이 사람을 죽였으니 이치로 보아 마땅히 목숨으로 보상해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자네를 구제할 수 있겠는가?” 무길은 슬피 울며 절을 하면서 간청했다. “어르신께서 은혜를 베푸시면 곤충과 초목에 까지도 자비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저희 모자의 목숨을 구해주신다면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자아는 무길이 이곳에 온 뜻이 경건하고 정성스러우며, 또한 이 사람이 훗날 필시 귀하게 될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리하여 자아가 말했다. “그대는 내가 그대를 구해주기를 원한다면, 그대는 나에게 절을 하고 나를 스승으로 모셔라. 그러면 내가 그대를 구해주겠다.”

 

무길은 말을 듣자마자 곧 절을 하였다. 자아가 말했다. “너는 이미 내 제자가 되었으니, 내가 너를 구해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너는 속히 집으로 돌아가, 너의 침상 앞에 자네 몸집만한 구덩이 하나를 파는데, 깊이는 넉자 깊이로 파게. 그리고 황혼이 되면 그 구덩이 속에서 잠을 자도록 하게. 자네 모친께 부탁하여 자네 머리맡에 등잔불 하나를 켜고, 다리 쪽에도 등잔불 하나를 켜 놓도록 하시게. 쌀이라도 좋고 밥이라도 좋은데, 두 움큼을 자네 몸 위에 뿌리고, 풀을 한 아름 어지럽게 몸 위에 흩어 놓도록 하게. 그렇게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서, 마음대로 시장에 장사하러가도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것일세!” 무길은 스승의 명을 받들고 집으로 돌아가 구덩이를 파고 스승의 말대로 따랐다.

 

이를 읊은 시가 남아있다.

“문왕은 先天數선천수에 밝아 길흉화복의 운명을 꿰뚫었고, 강자아는 재난의 별(災星)들을 진압할 수 있었다. 무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어찌 임금의 조정에 발탁될 수 있었을까? 반계의 시냇가에서 장군과 재상이 나왔고, 주나라 땅에서는 나라를 이끌 인재들이 태어났다. 큰 조화는 원래의 형상으로 정해졌고, 모름지기 운수는 하늘에 합치될 뿐이다.”

 

한편, 집으로 돌아온 무길은 만면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모친이 말했다. “얘야, 네가 강 어르신께 간일은 어찌 되었느냐?” 무길이 모친에게 한바탕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모친은 크게 기뻐하면서 가르침에 따라 무길의 침상에 구덩이를 파고 등을 켰다. 자아는 3경이 되자 머리를 풀어헤치고 장검을 손에 들고, 북두성의 보법에 따라 땅을 밟으며, 비결을 꺼내어 읊조리며, 무길에게 나쁜 기운을 없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무길이 강자아를 찾아뵙고, ‘사부’라 부르며 절을 올렸다. 자아가 말했다. “이미 절하고 나를 스승으로 삼았으니, 아침저녁으로 내 가르침을 따르라. 나무하는 일은 너의 장기적인 대책이 아니다. 일찍이 일어나 땔나무해서 시장에 갖다 팔고, 오후 4시경 돌아오면 병법을 강론하겠다. 지금은 주왕이 무도하여 천하의 4백 진의 제후가 반란을 일으켰다.” 무길이 물었다. “스승님, 4백 진의 제후가 반란을 일으켰습니까?”

 

강자아가 천하의 형세를 이야기했다.

“東伯侯동백후 姜文煥강문환이 병력 40만을 거느리고 반기를 들어 遊魂關유혼관에서 크게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또 南伯侯남백후 鄂順악순이 반란을 일으켜 3십만 대군을 이끌고 三山關삼산관을 공격하고 있다. 내가 전날 하늘의 현상을 살펴보니 머지않아 서기에서도 사방에서 병사가 일어나고 난리가 일어날 조짐이었다. 이는 무예를 써야할 때이므로 전심으로 무예를 익혀, 만약 출사해 공을 세울 수 있다면 바로 천자의 신하가 되는데, 어찌 나무하는 것으로 업을 삼겠느냐? 옛말에도 ‘장군과 재상은 원래 씨가 없으니, 사내라면 마땅히 스스로 자기를 강하게 해야 한다.’고 일렀다. 또 말했다. ‘문장과 무예를 배워 이루면, 제왕가와 서로 거래를 할 수 있다.’ 너는 나를 스승으로 모셔 따르도록 하라.”
  
무길은 사부의 말을 듣고 아침저녁으로 주의를 기울였다. 자아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무예를 정심하게 배웠으며, ‘六韜’육도를 깊이 연구했다. 한편 상대부 산의생은 어느 날 무길의 일이 생각났다. 잠시 죄를 사면 받아 집에 돌아가더니 반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산의생은 궁궐로 들어가 문왕을 뵙고 아뢰었다. “무길이 王相왕상을 죽게 했으나 신이 그의 집에 노모를 봉양할 사람이 없음으로 인해 주공께 아뢰어 무길을 석방시켜 돌아가게 했습니다.

 

어미의 관과 생활의 비용을 마련해 놓고 곧 돌아오라고 했는데, 그자가 결국 국법을 멸시했는지 이미 반년이 지났는데도 지은 죄 값을 치루기 위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로 보건대 필시 교활한 백성이옵니다. 대왕께서는 先天數선천수로 운명을 점쳐 그 진실 여부를 검증해 주시옵소서.”

 

문왕이 말했다. “알겠네.” 곧 동전을 손에 들고 길흉여부를 점쳤다. 문왕이 머리를 끄덕이다가 탄식하며 말했다. “무길은 교활한 백성이 아니네. 형벌을 받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만 길이나 되는 깊은 연못에 이미 빠져죽었네. 만약 법으로 논하더라도 역시 싸우다가 살인을 한 것도 아니고 잘못 실수로 인명을 상하게 했으니 죽을죄에 해당되지는 않았네. 그런데 그는 도리어 법이 두려워 죽음을 택했으니 무길은 참으로 억울하고 불쌍하게 되었구나!” 


문왕이 탄식을 한참 했다. 그러다가 임금과 신하가 각기 물러났다. 그러는 사이에도 손가락을 꼽듯이 광음은 화살과 같았으며, 과연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았다. 문왕은 어느 날 하루 문무 대신들과 일없이 한가하게 지내고 있는데, 마침 봄이어서 봄 경치가 빼어났다. 솜 버들 흩날리고, 복숭아꽃 ․ 오얏꽃 다투어 피었는데, 아름다운 봄 풍광이 한창 절정이었다.

 

문왕이 말했다. “석 달 봄날 풍경은 繁華번화하고 만물이 피어나니 가슴 속이 상쾌하구나. 과인은 여러 아들과 경들과 함께 남쪽 교외로 가서 봄놀이를 하며 산수 간을 노니는 기쁨을 즐기고, 꽃을 찾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도다.” 산의생이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지난 날 靈臺영대를 지으실 때, 밤에 꿈속에서 나르는 곰인 飛熊비웅의 조짐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서기에 棟樑동량이 될 인재를 얻고, 주군을 보좌할 현명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하물며 지금 봄빛이 화창하고 꽃과 버들이 고움을 다투는 때입니다. 첫째 남쪽 교외로 대왕께서 행차하시고, 둘째로는 山澤산택에서 현인을 찾아 방문하는 것입니다. 신 등이 뒤를 따르고 남궁괄과 신갑이 수레를 보위하면, 堯舜요순께서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신다(與民同樂)는 뜻이 되옵니다.” 문왕이 크게 기뻐하며 교지를 내렸다.  “내일 아침에 남쪽 교외로 행차해 즐기겠노라.”

 

다음날 남궁괄은 5백여 명의 장졸을 거느리고 남쪽 교외로 나가 왕과 귀족들의 사냥터인 圍場위장을 둘러쌌다. 여러 무사들이 문왕을 호위해 성을 나와 남쪽 교외에 이르렀다. 봄빛 봄경치가 참으로 절정이었다. “온화한 바람이 가볍게 불어오니,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복숭아꽃 붉어 불과 같고, 부드러운 버들가지는 금실처럼 드리웠다. 새싹은 막 돋아나고, 백가지 풀은 이미 푸릇푸릇했다. 꽃과 풀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고, 교태로운 꽃은 하늘하늘 봄바람에 다투는 듯했다. 수풀 속에서 우는 새소리 청량하고, 수목 밖에는 봄 안개가 연무에 싸인 것 같았다. 

 

황금색 꾀꼬리 ․ 두견새 울음소리를 듣고 봄이 돌아온 것을 알았고, 행락객들 두루 봄을 찾아 즐긴다. 솜 버들 날리고 꽃이 바람에 떨어지며, 넘실넘실 물결에 배 저어 돌아가는데, 강물위에 물결이 일어난다. 몇몇 목동이 소 등에 올라타고 젓대를 불고, 밭일하는 사람들 호미질에 손놀림이 빠르며, 뽕잎 따는 사람들 뽕 담은 광주리를 지고 가고, 찻잎 따는 사람들 노래를 마치며 찻잎을 광주리에 담는다.

 

푸르고, 붉고 참으로 봄빛은 농염해 富貴부귀롭게 느껴질 뿐이다. 꽃동산 하나 버들동산 하나, 꽃과 버들이 예쁨을 서로 다툰다. 무한한 봄빛 아무리 보아도 다함이 없고, 시냇가 봄 물위에는 원앙이 서로 희롱하고 있다. 사람마다 봄 석 달을 탐해 잊지 못하고, 봄 풍광에 미련을 두어 마음이 흔들린다. 권하노니 그대여 석 달 봄 경치를 놓치지 마라. 봄날 짧은 한마디의 시간은 같은 값의 황금이라 할 만하구나!” 

 

문왕은 문무관원들과 함께 교외로 나가 삼춘의 봄 경치를 누렸다. 어느 산에 이르렀는데, 사냥터인 圍場위장이 보이고 그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문왕이 얼핏 보니 많은 장수가 갑옷을 입고, 긴 창과 구리로 만든 작살 등을 들었으며, 누런 매와 사냥개가 함께 어우러져 그 웅장한 위용이 가관이었다. 문왕이 이런 광경을 보고 급히 물었다. “상대부, 이곳은 사냥터인데, 어찌하여 이 산에 사냥터를 설치하였는가?” 산의생이 말 위에서 몸을 굽히며 대답했습니다. “오늘 대왕께서 봄 행락을 하시며 봄빛을 함께 즐기고 계십니다.남궁 장군이 이미 이곳에 사냥터를 설치했습니다. 주공께서 사냥 행차 하시기를 기다려 마음을 활짝 열고, 한 번의 행락이 헛되지 않게 하여 군신이 함께 즐기려 함인 줄로 아옵니다.”

 

문왕이 그 말을 듣고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대부의 말이 틀렸네! 옛날 伏羲복희황제는 새나 짐승고기를 먹지 않아 至聖지성이라 칭하셨네. 당시 재상으로 風后풍후라는 분이 계셨는데, 복희 황제께 날고기를 바쳤다네. 복희 황제께서 말씀하셨네. ‘이 생고기는 모두 온갖 짐승의 고기인데, 우리 사람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그 고기를 먹고, 목마르다고 해서 그 피를 마셔서 이것으로서 滋養자양의 도로 삼고 있다오. 우리의 삶을 부지하고자 잔인하게 저들을 죽이는 것이니 어찌 차마 이러한 마음을 갖는지 모르겠소. 짐은 이제 새와 짐승의 고기를 먹지 않고 차라리 백 가지 풀들의 열매인 곡식을 먹겠소. 각기 생명을 온전히 하여 하늘과 조화하여 길러져 상함도 없고 해함도 없다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소?’ 복희께서는 넓고 거친 세상에 거처하시면서 백 가지 곡식의 풍부함이 없었는데도 오히려 날짐승 등의 생식을 아니하셨소. 하물며 지금은 오곡으로 양생을 할 수 있으며, 살찌고 달콤한 것이 입을 즐겁게 하고 있지 않은가?

 

과인이 경들과 함께 踏靑行樂답청행락하면서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데, 과인 등의 즐거움을 빙자하여 고라니와 사슴을 쫓으며, 강함과 승부를 비교하고, 장수를 수렵대회에 부르다니, 禽獸금수가 무슨 죄가 있어 이처럼 살육되는 참화를 당한단 말인가! 따뜻한 봄이 갓 열리는 이때를 당하여 바야흐로 만물이 생육하는 시절에 이러한 살벌한 정치를 행하다니, 이는 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오. 고인들은 막 태어난 생명을 제거하지 않는데, 이는 천지가 삶을 지향하는 어짐(仁)과 일체가 되는 것이오. 과인과 경들이 어찌 이러한 어질지 못한 일을 답습한단 말이오? 속히 남궁괄에게 명하여 사냥터인 圍場위장을 철거하시오!” 여러 장수에게 교지를 내렸다.


문왕이 말했다. “과인과 경들은 말위에 올라 기쁘게 마시면서 즐깁시다.” 멀리 바라보니 젊은 남녀들이 분주히 왔다갔다면서 푸른 풀이 돋아나는 언덕길을 밟고, 풀싸움 꽃싸움하며, 혹은 술을 가지고 시냇가에서 즐기고, 혹은 노래를 부르며 푸른 들을 거닐고 있었다. 임금과 신하가 말위에서 기쁨에 벅차 감탄하며 말했다. “이때가 바로 임금이 바르고 신하가 어지니, 선비와 백성이 유쾌할 뿐이다.” 산의생이 말위에서 등을 쭉 펴며 대답했다. “주공이시여! 서기 땅 지리의 아름다움이 요임금이 다스리던 그때와 같습니다.”

 

임금과 신하가 정히 왔다 갔다 하면서 즐기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무리의 어부들이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옛날에 成湯성탕이 하나라 폭군 桀걸을 정벌할 때를 생각하니
 열한 번의 정벌이 葛갈 땅에서 시작되었다네.
 당당하고 정대하여 하늘과 사람에게 감응하였고
 義旗의기를 한번 드니 백성들이 편안해졌다네.
 지금 그로부터 6백여 년이 지나자
 축복의 그물과 은혜의 물결이 장차 멈추려 한다네.
 고기를 메달아 숲을 이루고 술로 연못을 만드니
 鹿臺녹대를 짓느라 흘린 피가 천자(千尺)나 쌓였다네.
 紂王주왕은 안으로는 색에 빠졌고 밖으로는 사냥에 탐닉하는데
 학정을 비난하는 신음소리 四海사해에 넘친다네.        
 나는 본래 滄海창해에서 온 나그네인데
 귀를 씻고 亡國망국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네.
 낮에는 큰 파도를 쫓아 내 노래를 널리 실어 보내고
 밤에는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외로이 낚시 드리웠다네.
 외로운 낚시질에 천지의 넓음을 알지 못하나
 흰머리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며 천지와 더불어 늙어간다네.” 

 

문왕은 어부의 노래를 다 듣고 나서 산의생에게 말했다. “이 노래는 그 여운이 맑고 기이한데, 그 노래로 보건대 반드시 큰 현인이 이곳에 숨어있을 것일세.” 문왕이 신갑에게 명령을 내렸다. “노래를 지은 그 현인을 과인에게 데려오도록 하시오.” 명령을 받은 신갑은 말을 한번 박차면서 앞을 향해 나가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중에 현인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오셔서 우리의 대왕을 뵙기를 청하옵니다!” 그 말에 어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저희들은 모두 일없는 한가로운 閑人한인이옵니다.”

 

辛甲신갑이 물었다. “당신들은 어찌하여 모두 賢人현인이란 말이오?” 어부들이 대답했다. “저희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와 고기를 잡는데, 이 좋은 시절이 돌아와 아무 일이 없으니, 그러므로 우리들은 모두 한가로운 閑人한인입니다.”

 

閑人한인은 중국어 발음이 시엔런(xian ren)이고, 賢人현인 또한 시엔런(xian ren)으로 발음이 같아서 야기된 일이었다. 잠시 후 문왕의 말이 도착했다. 신갑이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이들은 모두 고기 잡는 어부 이지, 현인이 아니옵니다.” 문왕이 말했다. “과인이 노래를 들어보니, 가락이 절도가 있고 맑고 기이한데, 이 가운데는 반드시 큰 현인이 있도다.” 어부들이 대답했다. “이 노래는 저희들이 지은 것이 아닙니다. 이곳에서35리 떨어진 곳에 磻溪반계라는 곳이 있고, 시내에는 노인 한 분이 계시는데, 항시 이 노래를 부르기에 저희들 귀에 듣는 것이 익숙해져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실로 저희들이 지은 노래가 아니옵니다.”

 

문왕이 어부들에게 돌아가라고 하자 어부들은 절을 하며 가버렸다. 문왕이 말위에서 노래 중의 가사인 ‘귀를 씻고 망국의 소리를 듣지 않네.’ 라고 한 의미를 생각했다. 곁에 있던 대부 산의생이 등을 구부리며 말했다. “ ‘귀를 씻고 망국의 소리를 듣지 않네’가 무슨 뜻입니까 ?” 문왕이 말했다. “대부는 모르시는가?” 산의생이 대답했다. “신은 어리석어 깊은 뜻을 모르겠나이다.” 

 

문왕이 말했다. “이 구절은 堯요임금이 舜순임금을 방문한 고사라네. 옛날 요임금은 덕이 있었으나 不肖불초한 아들을 낳으셨다네. 나중에 요 임금은 백성들이 실망할까 두려워 몰래 행장을 꾸미고 제위를 물려줄 인물을 찾아 나섰다네. 어느 날 궁벽한 깊은 산속 마을에 이르렀다가 어떤 사람이 계곡 물가에서 작은 표주박 하나를 물속에서 돌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오. 요임금이 ‘공은 어찌하여 이 표주박을 물속에서 돌리고 있으시오?’라고 물었다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세상의 인심을 간파하고, 名利명리를 버리고, 집을 떠났습니다. 처자도 버렸고, 愛慾애욕과 是非시비의 문을 떠났으며, 紅塵홍진의 길을 버리고, 깊은 숲속으로 피해 들어와, 소금국에 채소만 먹고, 숲속의 샘물로 즐거움을 삼으며, 하늘이 준 수명을 마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일 따름이오.’ 

 

요임금은 그 사람의 말을 다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이 사람이야말로 이 세상이 안중에도 없고, 부귀영화에서 벗어났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계와도 멀리 벗어났으니, 진실로 人傑인걸이구나! 하며 찬탄하셨네. 요임금이 임금 자리를 응당 그에게 양위하려고 하셨다네. 요임금이 말했다. ‘현자이시여!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과인이 바로 요임금이오. 지금 보니 大賢대현께서는 德덕을 구비하고 계시므로, 천자의 자리를 그대에게 양위하려고 하는데 어떻소?’ 요임금의 말을 다들은 그 사람은 작은 표주박을 집어 들고, 발로 한번 밟아서 박살을 내더니, 양손으로 귀를 가리고, 시냇가로 뛰어가더니 귀를 씻었다고 하네.

 

그 사람이 막 귀를 씻고 있는데, 그때 한 사람이 소를 몰고 와서 물을 먹이려고 하였다. 소를 몰고 온 사람이 말했다. ‘거기 계시는 군자시여! 나는 소에게 물을 먹이러 왔다오.’ 그 사람은 말없이 귀를 씻고 있을 뿐이었다. 소를 몰고 온 사람이 다시 말했다. ‘그 귀가 얼마나 더럽기에, 귀를 씻기만 한단 말이오.” 귀를 다 씻고 난 그 사람이 입을 열고 대답했다. “지금 막 요임금이 나에게 양위한다는 말을 듣고, 내 두 귀가 더러워졌기 때문에 한바탕 물에 두 귀를 씻었다오. 소의 물을 이곳에서 먹이는 것은 잘못인가 하오.’

 

소에게 물을 먹이려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이곳보다 상류로 소를 몰고 가서 물을 먹였다. 그 사람이 ‘무슨 일로 상류로 올라갔소?’ 묻자, 소를 끌고 온 사람이 ‘당신이 귀를 씻어 물이 더러워졌기 때문에 어떻게 다시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이겠는가?’ 당시의 고결한 선비들은 이와 같았다고 하오. 이 얘기가 바로 ‘귀를 씻고 망국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라는 구절이라네.”


여러 신하들은 말위에서 문왕이 하는 조상들의 興廢흥폐와 그들이 남긴 발자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군신 간에 말위에서 술잔을 돌려 함께 즐거움을 누리며, 백성들과 같이 기뻐하였다. 복숭아꽃 붉고 오얏꽃 희며, 오리 푸르고 거위 누르며, 꾀꼬리 꾀꼴꾀꼴 울고 제비 남남 우는데, 봄바람 불어와도 상춘객 취하는 것 을 관여하지 않으며, 홀로 삼춘의 봄경치가 새로울 뿐이었다. 임금과 신하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무꾼 하나가 노래를 부르면서 다가왔다.

 

나무꾼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다음과 같이 울려 퍼졌다.

“봉황이 부족한 것도 아니요 기린이 없음도 아닌데,
 아! 다만, 治世치세가 너무나 더럽구나.
 용이 일어나니 구름이 일어나고 호랑이가 움직이니 바람이 이는데,
 세상 사람들은 늦어 애석하지만 賢人현인의 발자취를 찾는다.
 

 그대는 莘野신야에서 밭을 갈던 농부를 보지 못했는가?
 마음으로 堯舜요순의 도를 즐기면서 쟁기와 호미를 잡았던 것을.
 成湯성탕의 세 번 초빙이 없었더라면,
 가슴에 經綸경륜을 품고 左徒좌도의 도를 배웠을 것이라네.
 

 또 傅巖子부암자를 보지 못했는가?
 쓸쓸히 도롱이와 삿갓을 쓰고 추위와 고초를 감내했던 것을.
 當年당년에 高宗고종의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장맛비에 몸을 마치도록 벽돌공사장에 숨어 지냈을 것을.
 고래로 賢達현달했던 사람은 치욕을 겪고서 영화롭게 되었으니,
 어찌 일부러 우리만 물가에서 생을 마치겠는가?
 

 목동이 피리 비껴들고 맑은 낮에 노래하는데,
 천천히 쟁기 얹은 소 몰아 흰 구름 아래 밭을 간다네.    
 王侯왕후의 부귀도 석양아래 있으니
 하늘을 우러러 웃으며 明君명군을 기다린다네.” 

 

문왕이 문무관원들과 말위에서 노래가사가 몹시 기이하다고 느끼고 이 가운데 필시 큰 현인이 있을 것이리라 생각했다. 장군 신갑에게 명을 내려 현자를 청해서 오라고 하였다. 명을 받은 신갑이 말을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 한 무리의 나무꾼을 보자 물었다. “당신들 중에 賢者현자가 있으십니까? 우리 대왕과 상견토록 나오시오.” 나무꾼들이 나뭇짐을 내려놓으며 함께 말했다. “저희들 중에는 현자가 없습니다.”

 

곧 문왕의 말이 이르자 신갑이 아뢰었다. “이들 중에는 賢士현사가 없사옵니다.” 문왕이 말했다. “노래와 운율이 맑고 기이한데, 그들 중에 어찌 현사가 없단 말인가?” 나무꾼 중에 한사람이 말했다. “이 노래는 저희들이 지은 것이 아닙니다. 앞쪽으로 십리를 가면 磻溪반계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노인 한분이 계시며 아침저녁으로 강가에 낚시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저희 백성들은 나무를 해서 돌아올 때 반계에서 잠시 쉬곤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이 가사를 들었습니다. 그 노래가 귀에 익숙하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흥얼흥얼 나오게 되었습니다. 대왕님의 어가가 왕림한 것을 모른 채, 미리 길을 피하지 못하였사온데, 저희 백성들의 죄이옵니다.”


문왕이 말했다. “이미 현사가 없다고 하니, 너희들은 잠시 물러가거라.” 나무꾼들은 그 자리를 물러갔다. 문왕은 말위에서 사념에 잠겼다. 다시 길을 가면서 문무백관들과 함께 술잔을 권하니 흥이 다할 줄을 몰랐다. 봄빛이 밝고 고우며, 꽃과 버들은 향기로우며 예뻤고, 붉은 것과 초록이 뒤섞여 점점이 봄빛으로 단장했다.  

 

문왕의 행렬이 앞을 향해 나가고 있는데, 땔나무를 한 짐 지고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봄물은 유유히 흐르고 봄풀은 기이한데, 황금고기(金魚)는 때를 만나지 못하고 반계에 숨어있다네. 세상 사람들은 높은 현자의 뜻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만 개울가의 늙은 낚시꾼으로 여기고 있다네.”


문왕은 노랫소리를 듣고 감탄하며 말했다. “기이하도다!  저 가사를 들어보니 필시 큰 현인이 있으리라.” 산의생이 말위에서 보니, 저쪽에 나뭇짐을 지고 있는 사람이 마치 교활한 백성인 武吉무길과 같았다. 산의생이 말했다. “주공이시여, 방금 노래를 지어 부른 자는 이전에 왕상을 때려죽인 무길과 같사옵니다.” 문왕이 말했다. “대부가 틀렸도다! 무길은 이미 만 길이나 되는 깊은 연못에 빠져 죽은 것으로 지난번 先天數선천수 점괘로 나왔는데, 어찌 무길이 아직 이곳에 살아 있는 것이 이치에 닿는단 말이오?”

 

산의생이 본 것이 사실이었다. 辛免신면에게 명을 내렸다. “그대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시오.” 신면이 말을 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무길은 문왕의 수레가 다가온 것을 보았으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나뭇짐을 내려놓고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신면이 살펴보니 과연 무길이었다. 신면이 돌아와 문왕에게 아뢰었다. “과연 무길 이었사옵니다.” 문왕이 신면의 말을 듣고 얼굴이 온통 붉어지면서 무길을 보고 호통을 쳤다. “이런 필부 같은 놈이, 감히 과인을 속이는 것이 지나치구나!”

 

문왕이 상대부 산의생에게 말했다. “대부, 이러한 교활하고 거슬리는 백성은 모름지기 사실대로 조사를 해야 하오. 인명을 살상하고, 몸을 숨겼다가 자진해서 찾아들었으니, 살인 등 죄 값을 주어야 하오. 지금 무길이 도망하여 몸을 숨긴 것을 몰랐으니, 선천수 점괘가 결국 착오가 있게 되었다. 어떻게 이를 세상에 전한단 말인가?” 무길이 울면서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는 아뢰었다. “무길은 公法공법을 받들어 지키는 백성으로 감히 미치광이 같이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사옵니다.”

 

왕상을 죽게 한 무길이 다시 붙잡혀 왔다. 문왕 앞에서 그간의 사정을 하소연했다. “소인이 사람을 죽인 것은 고의가 아니오라 실수이옵니다. 이곳에 삼리 떨어진 반계라는 곳에 노인 한 분이 계셔서 소인이 살 방도를 물어 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동해 許州허주 사람이오며, 성씨는 姜강씨이고 이름은 尙상이며, 자는 子牙자아, 도호는 飛熊비웅입니다. 소인더러 자신을 스승으로 모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인에게 살 방도를 알려주었습니다.

 

‘집에 돌아가 구덩이 하나를 파고 그 속에서 잠을 자되, 풀로 몸 위를 덮고 머리맡과 다리 뒤쪽에 등잔을 하나씩 켠 뒤에, 풀 위에는 쌀 한 움큼을 뿌리고 나서 아침까지 자고나면, 계속 나무를 할 수 있고, 더 이상 방해받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임금이시여! 땅강아지와 개미조차도 삶을 탐하는데, 어찌 사람으로서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겠나이까?” 

 

산의생이 말 위에서 몸을 굽혀 예를 가추면서 慶賀경하의 말씀을 올렸다. “대왕께 경하 드리옵니다! 무길이 지금 말하는 이 사람은 도호가 飛熊비웅인데, 정히 靈臺영대에서 꿈에 나타난 조짐과 상응하옵니다. 옛날 商상나라 高宗고종이 꿈속에서 나르는 곰인 飛熊비웅을 보고 傅說부열을 얻었습니다. 오늘 대왕께서는 비웅의 꿈을 꾸고 응당 子牙자아(강태공)를 얻었습니다. 오늘 대왕께서는 봄 행락을 나오셨다가 정히 현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바라옵건대, 대왕께서는 무길에게 무죄로 사면하시고, 무길에게 먼저 숲속으로 가게 하여 賢士현사를 청하여 상견토록 하시옵소서.” 

 

무길이 머리를 조아리고 나서 나는 듯이 숲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문왕과 신하들도 숲 앞에 도착하여 감히 현사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화살이 닿을 거리까지 이르러 문왕이 말에서 내려 산의생과 함께 걸어서 숲속으로 들어갔다. 무길이 서둘러 숲 속으로 들어왔으나 사부가 보이지 않자 마음이 몹시 당황하였다. 그때 문왕이 숲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산의생이 물었다. “현사가 계시는가?”  무길이 대답했다. “방금 이곳에 계셨는데, 지금은 보이질 않습니다.” 문왕이 물었다. “현사께서 다른 곳에 머무를 만한 곳이 있는가?” 무길이 대답했다. “앞쪽에 초가집 한 채가 있습니다.” 무길이 문왕의 수레를 인도하여 문 앞에 이르자, 문왕이 손으로 문을 어루만지며, 오히려 황망한듯했다.

 

초가집 안에서 어린 동자 하나가 문을 여는데, 문왕이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물었다. “스승께서 계시는가?” 동자가 말했다.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道友도우와 함께 놀러 가셨습니다.” 문왕이 물었다. “언제 돌아오느냐?” 동자가 대답했다.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바로 오기도 하고, 하루 이틀 지나기도 하고, 삼일이나 오일 만에 돌아오기도 합니다. 산수를 만나거나 혹 스승과 친구를 만나면, 현묘한 도를 담론하느라 따로 정해진 기한이 없습니다.”

 

 

산의생이 곁에서 말했다. “신이 주공께 아뢰옵니다. 무릇 賢傑현걸을 구하여 초빙하는 데는 그 예에 합당한 경건함과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찾아오신 뜻이 아직 정성스럽지 못하여 마땅히 멀리 피하신 줄로 아옵니다. 옛날 상고의 神農신농께서 常桑상상에게, 軒轅헌원께서 老彭노팽에게, 黃帝황제께서 風后풍후에게, 成湯성탕께서 伊尹이윤에게 각각 절을 하고 모르지기 목욕재계를 하여, 좋은 날을 택해 초빙하여 맞이하는 것이 현인을 공경하는 예일 것이옵니다. 주공께서도 잠시 어가를 돌리시기를 청하옵니다.”

 

문왕이 말했다. “대부의 말이 옳도다.” 무길에는 문왕의 수레를 따라 入朝입조하도록 명령했다. 문왕의 수레가 반계에 이르자 그 경치가 드물고 기이하며, 수풀과 나무가 그윽하고 넓었다. 문왕이 이를 보고 시를 지었다.

 

“산하를 분할하는 원대한 계략을 펴는데, 큰 현인의 포부는 가히 함께 도모할 만하구나! 이곳까지 와서 낚시 드리운 늙은이를 보지 못하였는데, 천하 사람들의 근심거리가 어느 날에야 거치겠는가?”

 

문왕은 반계 시냇가 푸른 버들아래 낚시꾼 강태공이 늘 앉는 돌 좌석이 비어있고, 낚싯대가 물위에 떠다니는데, 강자아가 보이지 않자 마음속이 몹시 우울할 뿐이었다. 다시 시를 한 수 읊었다.
 
“현인을 구하기 위해 멀리 시냇가 까지 왔는데, 현인은 보이지 않고 홀로 떠있는 낚시 바늘만 보이는구나. 긴 대나무 하나에 푸른 낚싯줄이 푸른 버들아래 드리워 있고, 강물에 붉은 태양만 가득하고 물은 하염없이 흘러가누나!”

 

문왕이 서운해 하며 차마 떠나지 못하는데, 산의생이 다시 권하자, 문왕은 문무관원들과 함께 조정으로 돌아왔다. 저물 때 쯤 서기성으로 들어와 대궐 앞에 도착했다. 문왕이 어지를 내렸다.

 

문왕이 어지를 내렸다. “백관들은 모두 관사로 돌아가지 말고 궁전에서 사흘간 묵으면서 재계한 뒤, 다시 함께 가서 큰 현인을 청해서 맞이하도록 하라.” 그때 백관들 중에서 대장군 남궁괄이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반계에서 낚시하는 늙은이가 혹 허명일 수도 있는데, 대왕께서는 그 진실을 모르시면서 예를 갖추어 맞이했다가 만일 그 말이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라면 공연히 주군의 한 조각 진실한 정성을 낭비하는 것이고, 또 어리석은 자에게 웃음거리가 될까 염려되옵니다. 

 

신의 어리석은 견해로는 주군께서는 이처럼 마음 쓰실 필요 없이, 신이 내일 혼자 가서 청해 올 때까지 기다리시옵소서. 만약 재주가 그 이름과 합당하다면, 주공께서 다시 예를 갖추어 맞이해도 늦지 않을 것이 옵니다. 만약 헛된 명성이라면, 꾸짖고 등용치 않으면 되는 것이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주공께서 목욕재계하고 3일을 보낸 후 다시 초빙하려고 하십니까?”  

 

옆에 있던 산의생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남궁 장군, 이 일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오! 지금 천하는 어지러워져 가고, 四海4해는 솥에 물이 끓듯이 시끄러운데, 현인군자들은 속속 깊은 산중으로 숨어들고 있소. 지금 비웅의 징조에 감응하여 하늘에서 卦象괘상을 드리우듯이 특별히 우리 왕실의 기초를 돕도록 큰 현인을 내려주신 것은 바로 서기의 복과 은택이오. 이러한 때에 당연히 옛사람들이 현인을 구하던 것을 배워야지, 절차가 번거롭다고 이를 무시하고, 어찌 요즘에 현인을 구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꾀를 써서 구한단 말이오? 장군은 여러 신하들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일체 이와 같은 말을 하지 마시오!”

 

문왕이 산의생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말했다. “대부의 말씀이 정히 과인의 뜻과 합당하도다.” 이에 백관들은 모두 궁정에서 사흘간 묵은 후에야 강자아를 초빙했다. 후세 사람들이 이 장면을 시로 남겼다. “서기성 안에 북소리 요란하고 즐겁게 울리는데, 문왕은 현인 강태공을 초빙했다네. 周주나라는 이로부터 皇室황실로서 기초가 굳어져, 36대 800년의 기틀이 다져졌다네.”

 

문왕은 산의생의 말에 따라 재계하며 3일을 보냈다. 나흘째 되는 날 문왕은 정성을 다하여 목욕하고 의관을 정제했다. 문왕은 수레에 단정히 앉아 현인을 초빙하는 예를 갖추었다. 문왕이 군마의 행렬을 이루어 전진하는데, 강자아를 맞이하러 반계를 향해 나아갔다. 강자아의 제자 무길을 武德將軍무덕장군으로 봉했다. 생황소리가 길을 가득 메우면서 마침내 서기성을 나섰다. 왕의 행렬과 음악소리에 깜짝 놀란 백성들이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애의 손을 잡고, 현인을 맞이하러 가는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    

 

그 장면은 다음과 같았다. “다섯 가지 색깔을 한 깃발이 펄럭이고, 창과 방패 소리 요란하고, 생황소리가 도로를 가득 메웠는데, 마치 鶴학과 鸞난새가 우는 듯하다. 또 북소리 둥둥 울리는데, 우렛소리가 굴러가는 것 같았다. 짝을 이룬 말(馬)과 사람들도 기쁨이 넘쳤고, 갑옷을 입은 병사들도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었다. 문관은 동쪽에 큰 소매의 넓은 도포를 입었고, 무관은 서쪽에 갑옷을 입고 있었다. 毛公遂모공수, 周公旦주공단, 召公奭소공석, 畢公榮필공영 등 四賢4현이 문왕을 보좌했다. 伯達백달, 伯适백괄, 叔夜숙야, 叔夏숙하 등 八俊8준이 뒤따랐다. 서기성내에는 자욱한 향기가 거리를 매웠고, 성 밖에는 상서로운 빛깔이 모여 瑞氣서기를 이루었다. 

 

성스러운 주군이 서기 땅에 강림하니, 이에 맞추어 다섯 마리 五鳳5봉이 岐山기산에서 울었다. 만백성은 일제히 태평성대를 누리고, 우주에서 주나라 8백년이 평화로웠다. 날으는 곰인 飛熊비웅의 어진 조짐이 나타나 장차 周室주실을 흥하게 하려고 하는데, 이에 감응한 문왕이 큰 현인 강자아를 초빙해서 얻었다.”

 

문왕이 문무관원들을 이끌고 성곽을 나와, 곧장 반계로 향했다. 35리를 가자 이른 시각에 반계의 숲 아래 도착했다.문왕이 어지를 내렸다. “병사들은 잠시 숲 밖에서 주둔하고, 賢士현사가 놀라지 않도록 시끄럽게 하지 말지어다.” 문왕이 말에서 내려 대부 산의생과 함께 걸어서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저쪽 시냇가에 앉아있는 강자아의 등이 보였다. 문왕이 소리 없이 조용히 걸어서 강자아가 있는 곳에 이르러, 자아의 뒤에 섰다.

 

강자아는 문왕의 수레가 왕림한 것을 알고 노래를 지어 불렀다.
 “서풍이 일어나니 흰 구름이 나는데, 세월이 이미 저물었으니 장차 어찌 하리오? 다섯 마리 五鳳5봉이 우니 참 주인이 나타나는데, 곧은 낚시 바늘 드리운 나의 뜻을 알아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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