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7

醉月 2012. 6. 29. 06:42

문태사가 회군하여 열 가지 방책을 진언하다

무성왕 황비호 원수는 비간이 말없이 대궐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부하인 黃明황명과 周紀주기에게 ‘비간 전하가 어디로 가는지?’ 뒤따라 가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두 장군이 명을 받고 뒤를 쫓았다.

 

비간은 날듯이 말을 몰았는데, 귓가에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뿐이었다. 그렇게 달리기를 약 5리쯤 갔을까, 길옆에서 부인하나가 손에 광주리를 들고 無心菜무심채를 사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비간이 문득 그 말을 듣고 말고삐를 잡아당기면서 물었다. “무엇이 無心菜무심채인가?” 무심채를 팔고 있는 그 부인이 대답했다. “촌부인 제가 팔고 있는 것이 무심채입니다.”

 

비간이 물었다. “사람이 만약 心심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촌부가 말했다. “사람이 만일 無心무심(심장이 없음)이라면 곧 죽습니다.” 그 말을 듣고 비간이 큰 소리를 한번 지르더니 말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가슴가득 뜨거운 피를 땅에다 쏟았다.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어찰이 날아와 몸을 상했는데, 달기가 계교를 내어 어진 신하를 해쳤다. 비간이 목숨을 崑崙곤륜의 술법에 의지하였지만, 목숨의 길흉 조짐이 길 옆에 있었을 줄을 어찌 알았으리오?”

 

채소 팔던 부인은 비간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어찌된 영문인지를 모른 채 황망히 몸을 숨겼다.

 

그때 황명과 주기 두 장수는 말을 타고 북문을 나와 뒤를 쫓았는데, 멀리서 비간이 말 아래서 선혈이 땅에 낭자한 채 의복을 피로 물들이고 얼굴을 하늘로 향하여 눈을 감고 말없이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장수는 이렇게 된 까닭을 알 수 없었다. 강자아가 조가성을 떠날 때 비간에게 편지 한통을 남겼는데, 편지에 들어있는 부적을 불에 태워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면 五臟5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심장을 도려내었지만 말을 타고 북문을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無心菜무심채 파는 부인을 보고, 비간이 그 연유를 묻자, 부인이 ‘사람이 심장이 없으면 곧 죽는다.’라고 말했다. 만약 그 부인이 “사람이 심장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면, 비간은 역시 죽지 않았을 것이다.

 

어찌하였든 간에 비간이 심장을 꺼내주고서도, 녹대를 내려와 말을 타고 달렸으나 피조차 흘리지 않았던 것은 바로 강자아가 남긴 부적을 물에 타서 먹은 곤륜산의 현묘한 술법 때문이었다.

 

황명과 주기 두 장수는 이 광경을 보고, 구간전으로 되돌아와 황비호 원수에게 비간이 이렇게 죽게 된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그 자리에 있던 미자 등 백관들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

 

그때 무리 중에 있던 하대부 한 사람이 매섭게 고함을 질렀다. “혼미한 임금이 이유 없이 제멋대로 숙부를 죽이다니, 기강이 다 무너졌구나! 내가 임금을 직접 알현하겠소!”

 

이 관리는 바로 하대부 夏招하초였다. 스스로 녹대로 가서 천자의 명령도 기다리지 않고 곧장 녹대위로 올라갔다.

 

그때 주왕은 비간의 심장으로 탕약을 끓이는 것을 서서 기다리다가 하초가 녹대위로 올라와 알현을 청하는 것을 보았다.

 

주왕이 나와 하초를 바라보니, 하초가 눈을 치켜뜨고 눈썹을 휘날리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보며 임금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았다.

 

주왕이 말했다. “하초, 어지도 없었거늘 무슨 일로 짐을 보려하느냐?”

 

하초가 대뜸 고함을 질렀다. “임금을 죽이러 특별히 왔소이다!”

 

주왕이 웃으며 말했다. “자고이래로 어디에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법이 있더냐!”
 
하초가 대답했다. “어리석은 임금아! 너 또한 임금을 시해할 수 없다는 이치를 아느냐! 비간은 너 어리석은 임금의 숙부이자, 너의 아비 帝乙제을 임금의 아우이다.

 

지금 요부 달기의 음모를 듣고 비간의 심장을 꺼내어 탕약을 만들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숙부를 시해한 것이 아니냐! 신이 어리석은 임금을 시해하여 成湯성탕의 법도를 다할까 하오!”

 

하초는 녹대위에 걸려있는 飛雲劍비운검을 손에 뽑아들고, 주왕을 죽이려 정면을 향해 공격했다. 그러나 주왕은 문무를 겸비한 재주가 있는 자로 어찌 일개 유생 따위의 공격을 두려워하랴!

 

주왕이 몸을 날렵하게 빼내자 하초는 허공을 찌르고 말았다. 주왕이 크게 노하여 무사들에게 하초를 끌어내라고 명을 내렸다. 무사들이 명을 받들고 하초를 사로잡으러 달려왔다.

 

하초가 고함을 질렀다. “다가오지 말라! 어리석은 임금이 숙부를 살해하였으니, 이 하초가 임금을 시해하는 것이 당연하도다.”

 

무사들이 앞으로 몰려오자 하초는 녹대에서 껑충 뛰어내렸다. 가련하게도 하초는 몸과 뼈가 바스러져 비명에 죽고 말았다. 

 

이 장면을 기리는 시가 남아있다.
“하초의 노기충천한 모습, 단지 不仁불인을 행하는 군왕을 위해서라네. 몸을 아끼지 않고 직간을 했는데, 가련하게도 피와 살이 이미 티끌이 되었구나. 충성된 마음은 천고에 머물러 있고, 붉은 忠膽충담은 응당 만근의 무게라는 것을 알 것이다. 오늘 비록 녹대 아래로 떨어져 죽어도, 꽃다운 이름은 항상 태양처럼 새로울 것이다!”

 

구간전에 대기하고 있던 문무관원들은 하초가 충절을 다해 녹대 아래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북문 밖으로 가서 주왕의 숙부이며 아상인 비간의 시체를 수습했다.

 

비간 전하의 아들인 微子德미자덕이 삼베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백관들에게 조문 사례를 하였다. 그들 중에는 무성왕 황비호 ․ 微子미자 ․ 箕子기자 등도 있었는데, 그저 비통해할 뿐이었다.

 

비간을 관에 넣어 북문 밖에 놓아두고, 갈대 천막을 치고, 장례식 때 쓰는 종이로 만든 깃발인 紙旛지번을 세워서 혼백을 안정시켰다.

 

그때 갑자기 척후병의 보고가 올라왔다. “문태사께서 승전고를 울리면서 조정으로 돌아오십니다.”

 

문무백관은 일제히 말에 올라 십리 밖까지 영접을 나갔다. 군영의 정문인 轅門원문에 이르자 軍政司군정사가 태사에게 보고했다. “백관이 원문에서 영접하고 있습니다.”

 

태사가 영을 내렸다. “백관들께서 잠시 돌아가 오문에서 만나자고 하시오.” 여러 관리들은 서둘러 오문에 이르러 기다렸다.

 

聞太師문태사는 黑麒麟흑기린을 타고 북문으로 들어왔다. 그때 문득 紙旛지번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곧 좌우에게 물었다. “이는 누구의 靈柩영구인가?” 좌우에서 대답했다. “아상 비간의 영구입니다.”

 

그 말에 태사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성에 들어서니 또 鹿臺녹대가 높이 솟아있는데, 그 광경이 우뚝하였다. 오문에 도착하자 백관들이 길 옆에서 영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태사가 흑기린에서 내리며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여러 대인들, 이聞仲문중이 北海북해로 원정 나가 이곳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어 성 안의 경물이 많이 변했군요.”

 

무성왕 황비호가 대답했다. “태사께서는 북해 원정에 계실 때, 천하가 혼란하고 조정의 정치가 황폐하여 거칠고, 제후들이 사방에서 모반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입니다.”

 

태사가 말했다. “해마다 보고를 보았고, 달마다 통지를 받아, 몸은 조정과 전장 터 양쪽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북해는 평정하기 어려웠다오. 天地천지의 은혜와 주상의 권위 덕분에 마침내 북해의 재앙을 멸해버렸다오. 나는 겨드랑이에 두 날개가 없는 것을 한탄하며, 날듯이 도성으로 돌아와 임금을 뵙게 되니 기쁠 뿐이오.”

 

문태사를 뒤따라 여러 관원들이 구간대전에 이르렀다. 태사가 바라보니 임금의 책상에는 먼지가 일어나고, 고요한 것이 처량하기조차 하다.

 

또 동쪽에는 누르스름한 큰 원기둥이 서있었다.

 

태사가 집전관에게 물었다. “누런 큰 기둥이 어찌하여 구간대전에 있는 것이요?” 집전관이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이것은 천자께서 설치한 새로운 刑具형구로서, 이름을 炮烙포락이라고 합니다.”

 

문태사가 다시 물었다. “무엇을 포락이라고 하는가?”

 

무성왕 황비호가 앞으로 나서면서 대답했다. “태사, 이 형구는 구리로 만든 것으로 3층의 불구멍이 있습니다. 무릇 사사로움이 없이 충성을 다하고 단심으로 국가를 위하고 천자의 허물을 말하고 천자의 어질지 못하심을 말하며 천자의 불의를 바로잡으려고 하며 조정의 일을 가로막는 諫官간관이 있으면, 곧 이 물건을 숯으로 벌겋게 달굽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두 손을 철사로 묶어 구리기둥을 꼭 껴안도록 한 뒤  지나가게 합니다. 四肢4지가 타들어가며 잿더미로 변하여 대전 앞에서 그 역겨운 냄새를 맡을 수가 없습니다.

 

이 형구가 만들어짐에 따라 충성스런 신하는 숨어버렸고, 현명한 자는 벼슬에서 물러났으며, 유능한 자는 나라를 떠났고, 충성스런 자는 죽음으로 절개를 지키고 있습니다.”   

 

문태사는 이 말을 듣고 노기가 마음속에서 일어났으며, 이마의 세 눈에서는 빛이 교차하였는데, 다만 세 눈 중 급히 그 神目신목 하나를 뜨니 하얀 빛이 한 자 정도 나타났다.  

 

집전관에게 명했다. “종과 북을 울려 임금 뵙기를 청하라!” 그 말에 백관들이 크게 기뻐했다.

 

이때 주왕은 비간의 심장으로 탕약을 만들어 달기의 고질병을 치료하니 일시에 다 나았고, 녹대위에서 정히 달기를 정성껏 위로하고 있었다.

 

當駕官당가관이 아뢰었다. “구간전에서 종과 북이 울렸사옵니다. 문태사께서 조정으로 돌아와, 대전에 올라 뵙기를 청하였사옵니다.”

 

주왕은 이 말을 듣고 묵묵부답이었다. 이어서 어지를 내렸다. “鑾輿난여(천자의 수레)를 타고 대전으로 갈 것이다.”

 

수레를 호위하는 관리들이 천자를 호종하여 구간대전에 오르자, 백관들이 하례를 하였고, 문태사가 나아가 예를 올리며 천자의 만 만세를 외쳤다.

 

주왕이 옥으로 만든 홀(圭)을 들고 敎諭교유했다. “태사가 북해 원정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고, 말안장 위에서 노심초사하면서 계략을 짜느라 틈이 없었는데, 기쁘게도 승전보를 아뢰니, 그 공적이 적지 않소이다.” 

 

문 태사는 주왕이 그의 공적을 치사하는 교유를 듣고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아뢰었다. “하늘의 위엄에 의지하고 폐하의 넓으신 복에 감읍하며 북해의 요괴들을 멸망시켜 제거하고, 역적들을 목 베어 토벌하였는데, 정벌한지 어느덧 15년이나 되었습니다.

 

신은 몸을 바쳐 나라에 보답하여 감히 선왕의 유지에 저버림이 없도록 했나이다. 신이 밖에서 듣자오니 궁 안이 혼탁하고 어지럽고, 각지의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신하의 마음은 근심이 가득하여 몸에 날개를 달고 임금을 뵙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습니다. 오늘 천자의 尊顔존안을 뵙게 되었으니, 그 정황이 사실이옵니까?”

 

주왕이 대답했다. “姜桓楚강환초가 역모를 꾀해 짐을 시해하려 했고, 鄂崇禹악숭우가 악행을 쫓아 반란을 일으켰으므로 모두 사형에 처했소. 그러나 그 아들들이 함부로 잔학한 짓을 하며 국법을 존중치 않고 각 지역을 어지럽히고 관(關:요충지)마다 소동을 일으키니, 몹시 무도한 짓인데, 진실로 통탄스럽소!” 

 

문 태사가 아뢰었다. “강환초가 제위를 찬탈하고, 악숭우가 악행을 저질렀다는데, 누가 가히 증인이 될 수 있나이까?”

 

주왕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태사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다시 아뢰었다. “신이 조정 밖에서 원정하면서 다년간 고전을 했사온데, 폐하께서는 仁政인정을 베푸시지 않고 주색에 빠지셔서 간언하는 신하와 충신의 목을 베었으며, 이제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신이 또 폐하께 아뢰옵나이다. 대전 동쪽에 놓여있는 누런색으로 빛나는 둥근기둥 같은 물건은 무슨 물건입니까?” 
 
주왕이 대답했다. “간언하는 신하들이 악독한 말로 임금을 거역하고, 충성과 정직을 사려고 하였기에 이 형구를 설치하였는데, 이름을 炮烙포락이라고 하오.”

 

태사가 또 아뢰었다. “신이 도성에 들어오니, 높이 푸른 하늘에 솟은 것이 보였는데,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주왕이 답변했다. “짐이 여름이 되면 쉴 곳이 없었소. 이것을 지어서 즐기면서 높고 멀리 바라보는데, 이목을 가리는 것이 없었소. 그 이름을 鹿臺녹대라고 하오.”

 

태사는 주왕의 답변을 듣고 마음속으로 몹시 불편하여 곧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四海사해가 황폐하고 제후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켰는데, 폐하께서는 모두 제후들에게 짐을 무겁게 지우기 때문에, 반란의 우환이 생긴 것이라 여겨집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仁政인정을 베풀지 않고, 은택을 내리시지 않으며, 충성스런 간언을 용납하지 않으시며, 간사한 자와 여색을 가까이 하고 어질고 충량한 신하를 멀리하셨습니다.

 

노래 부르고 술 마시는데 빠져 밤낮을 구분하지 않으시고, 토목공사를 널리 벌리시고, 그로써 백성들은 연이은 피로로 인해 반란을 일으켰고, 군인들은 식량이 끊어져 흩어졌습니다.

 

문무관원과 군인과 백성은 군왕의 四肢사지이고, 사지가 순조로우면, 그 몸이 건강하옵니다. 그러나 사지가 순조롭지 못하면 그 몸이 결함이 있게 됩니다.”  

 

문 태사는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조목조목 조정과 정치의 폐단을 아뢰어 나갔다. “임금은 예로서 신하를 대우하고, 신하는 충성으로서 임금을 섬긴다고 하옵니다. 선왕이 계실 때, 사방의 오랑캐가 복종하고 팔방에서 공물을 바쳐 태평성대의 풍성함을 누렸사오며, 황실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복락을 받았음을 생각하소서.

 

이제 폐하께서는 임금의 자리에 계시온데, 만백성에게 잔인한 학정을 펴시고, 제후가 이반하고, 백성은 어지럽고 군인은 원망하고 있사옵니다. 北海북해의 전쟁에서 신은 一片苦心일편고심으로 사악한 적을 무찔렀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德政덕정을 펴지 않으시고, 오로지 荒淫황음에 빠진 수년 이래 조정 기강의 큰 변화를 모르시고 國體국체가 전무하온데, 신이 날로 변방에서 수고한다 한들 마치 썩은 처마에 간고하게 제비집을 짓는 것과 같을 것이옵니다!

 

오직 폐하께서는 이 점을 살피소서. 신이 오늘 조정에 돌아오며, 치국의 방책을 가져왔사오니, 신이 다시 진언할 수 있도록 용납하여주시옵소서. 폐하께 잠시 궁으로 돌아가시기를 청하옵나이다.”  

 

주왕은 대답할 말이 없어 단지 궁궐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문 태사가 대전위에 서서 말했다. “여러 선생, 대부여러분! 댁으로 돌아가지 마시고, 노부와 함께 제 집으로 가서 함께 의논하도록 합시다. 저에게는 방도가 있습니다.”

 

백관이 문 태사의 뒤를 따라 태사부에 도착했다. 태사부 銀安殿은안전에 각각 순서에 따라 앉았다.

 

태사가 물었다. “여러 대부님, 노부가 여러 해 동안 밖에서 북해를 원정하느라 조정에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나 聞仲문중은 선왕께서 돌아가실 때 자식을 부탁하셨던 重任중임을 생각해보면, 감히 그 유언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문 태사의 관저에 모여 있는 여러 신하들에게 문 태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단지 오늘에 이르러 憲章헌장제도가 다 무너지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각자 공론을 말씀하시고, 결코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저도 차분하게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그때 대부 孫容손용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태사께 아룁니다. 조정은 아첨하는 말을 듣고 현인을 멀리하며, 주색을 탐닉하고, 충신을 살해하고 간언하는 자를 가로막고, 변치 않는 도덕을 다 끊어버렸으며, 국정이 태만하고 황폐하여 여러 가지 일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여러 관리들이 일제히 말을 하면 태사께서 알아들으시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분들은 조용히 앉아계시고, 단지 무성왕 황비호 대인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초지종을 문 태사께 말씀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태사의 의향은 어떠하신지 모르겠사옵니다!”

 

문 태사가 듣기를 마치고 말했다. “손대부의 말이 옳도다. 황 대인, 노부가 귀를 씻고 그 상세한 사정을 듣기를 원합니다.” 

 

황비호가 몸을 굽혀 예를 표하고 말했다. “존명에 따라 소장이 부득이 상세히 사실을 진술하겠습니다.


천자가 蘇護소호의 딸을 받아들이고부터 조정이 날로 황폐하고 어지러워 졌습니다. 원래 황후였던 姜강황후께서 눈을 도려내고 손을 불에 지지는 형벌을 받았고, 자식조차 죽이는 등 인륜을 끊었습니다.

 

제후들을 속여 조가로 불러들여 대신들을 죽여서 시체를 소금에 절인 적도 있었으며, 주왕께 간하던 사천감 태사 杜元銑두원선을 망령되이 목을 베어 죽였습니다.


달기의 여우같은 교태에 홀리시어 炮烙포락의 형벌을 만들어 상대부 梅伯매백을 해치웠습니다. 

 

서백후 희창을 유리옥에 7년간 가두었으며, 적성루 내에 蠆盆채분을 설치하여 궁녀들이 참사를 당하였습니다. 酒池肉林주지육림을 만들어 내시들이 재앙을 만났습니다.

 

鹿臺녹대를 짓기 위해 크게 토목공사를 일으켰고, 상대부 趙啓조계가 누대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숭후호를 공사감독으로 임용하자 뇌물이 횡행하여 장정 3명이 있는 집은 2명이, 한명이 있는 집은 1명이 부역에 나아갔고, 돈이 있는 자는 한가로이 집에서 놀았습니다.

 

노역에 지쳐서 죽은 백성을 녹대 밑에 묻었습니다. 상대부 楊任양임이 녹대 공사의 부당함을 간언하다가 양임의 두 눈이 파여졌는데, 지금까지 그 시체가 사라져 종적도 없습니다.

 

일전에 녹대위에 4,50마리의 여우가 신선으로 변신하여 잔치에 참석하였습니다. 마침 아상 比干비간이 이를 간파하자 달기가 원한을 품었습니다. 이제 또 내정에 사사로이 여인하나를 받아들였는데, 그 내력을 모릅니다.”

 

그간의 자초지종 긴 이야기를 하느라 숨이 찬 황비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어어 나갔다. 


“어제 달기가 거짓말로 심장이 아프다며 玲瓏心영롱심으로 탕을 끊여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간을 피박하여 심장을 떼어내게 하여 비간이 비명에 죽었습니다. 아직 그 靈柩영구가 북문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국가가 장차 흥하려하니 吉兆길조가 스스로 나타나고, 국가가 장차 망하려하니 흉조가 자주 출현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망령되고 아첨하는 자를 믿는 것이 마치 끈끈한 아교처럼 착 달라붙게 하고, 충성되고 어진 자를 보기를 마치 원수와 같이 여기며, 참혹한 학정이 특이할 뿐이며, 황음무도한 짓을 꺼려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재주 없는 저희들이 누차 간언의 글을 올려도 마치 낡은 종이 보듯 하며, 심지어 상하간의 사이가 서로 격리되었습니다.


정히 어찌할 방법이 없을 때 마침 태사께서 승리의 소식을 갖고 환국하시니, 사직이 심히 다행이오며, 나아가 만백성이 몹시 다행이옵니다!“

 

황비호가 지난 일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세세히 설명을 마치자  문 태사는 갑자기 사납게 고함을 질렀다.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있었다니! 북해의 전쟁 때문인가 천자께서 기강과 상규를 문란시키기에 이르렀구나.

 

선왕의 뜻을 저버리고, 국사를 그르쳤으니, 실로 노부의 죄로구나!
여러 대부님들 돌아가십시오. 나는 3일 후 대전에 올라 스스로 글로써 진언하겠소.”  

 

문 태사는 여러 관리들을 전송하기 위해 사저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면서 집사인 길립과 여경을 불러 사저 문을 봉하고, 모든 공문서 배달을 불허토록 명했다. 4일후 임금을 뵙기 위해 비로소 문을 열고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길립과 여경은 사저 문을 즉시 닫아걸었다.

 

문 태사는 3일내에 10조목의 진언을 만들고, 제 4일 날 임금을 뵙기 위해 입조하였다. 문무관원들은 이미 문 태사가 대전에 올릴 상소문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이른 아침 문무양반이 모여 백관이 조례를 마쳤다.    

 

조례가 끝나자 주왕이 말했다. “상주할 것이 있으면 나오고, 일이 없으면 조회를 해산하라.” 좌측 반열에 서있던 문 태사가 나아가 신하의 예를 올리며 말했다. “신에게 상주할 상소가 있나이다.”

문 태사가 상소문을 어탁에 펼쳤다. 주왕이 표문을 훑어보니 다음과 같았다.


“태사 신(臣) 聞仲문중이 疏소를 올려 진언하옵니다. 국정에 큰 변화가 있고, 나라의 풍속과 교화에 해로움이 있어 삼가 아뢰옵니다. 음란한 것을 총애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가까이하며, 참혹한 형벌로 治道치도를 거스리고 있는데, 이것은 하늘의 변화보다 크고, 남모르는 근심으로 앞일을 예측할 수가 없사옵니다.  


신은 들었사옵니다. 堯요임금께서 천명을 받은 뒤 천하를 자신의 몸 걱정하듯이 하였지, 임금의 자리를 즐거움으로 삼지 않으셨다 하셨습니다. 고로 亂臣난신을 벌주어 쫓아내고, 현명하고 성스러운 신하를 힘써 구하였는데, 이들이 舜순 ․ 禹우 ․ 稷직 ․ 契설 그리고 咎繇구요 등이옵니다.


많은 성인이 덕으로 보필하고 현명한 자들이 직책으로 보좌하여, 교화가 크게 행해지고, 천하가 화합하여 만민이 모두 仁義인의 속에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누렸었사옵니다. 


각자가 그 마땅함을 얻었고 행실이 禮度예도에 맞았으며, 넉넉하게 中道중도를 지켰으므로, 곧 ‘왕이 된 자라고 하여도 반드시 한 세대 이후에야 어진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하였나이다.


요임금께서는 70년간 임금 자리에 계시다가 虞舜우순에게 제위를 넘겨 선양하였나이다. 요임금이 崩御붕어하시자 천하는 요임금의 자식인 丹朱단주에게 돌아가지 않고 舜순에게 돌아갔나이다.


순임금은 가히 피할 수 없음을 아시고, 곧 천자의 자리에 즉위하였나이다. 순임금은 禹우를 재상으로 삼으셔서 舜순이 요임금을 보좌하였듯이 그 통괄업무를 잇게 하였으니, 이로써 순임금은 옷소매를 늘어뜨리고 팔짱을 낀 채 無爲무위로써 천하를 다스렸사옵니다. 그 당시에 악곡이 만들어졌는데, 盡美盡善진미진선하여 더할 수 없이 훌륭하였나이다. 지금 폐하께서는 帝位제위를 계승하셨으니 마땅히 인의를 행하시고, 은택을 널리 베푸시고, 군인과 백성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며, 文武문무관원을 예로 대하고 공경하여야 하옵니다. 하늘의 순리를 따르고 땅과 화합을 이루어야 곧 사직이 안정되며 백성이 저마다 생업을 즐기게 될 것이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폐하께서는 음란과 주색을 가까이하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와 친하며, 恩愛은애를 잊으시고 강 황후의 손을 불에 지지고 눈알을 도려내었사오며, 자식을 죽여 후사를 끊어 스스로 그 후계를 단절시켰사옵니까?


이것은 옛날 無道무도한 임금이 행한 것으로 스스로 멸망의 화를 자초한 것이옵니다. 신이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전날의 잘못을 통렬하게 고치시고, 인의를 행하여 일으키시고, 소인을 멀리하시고, 군자를 가까이하시옵소서.
그리하오면 사직이 안전하고 만민이 복종하며 천심이 본받아 순종하고 나라에 신령이 복을 내리며 바람과 비가 순조로워 천하는 태평성세의 복을 누리게 될 것이옵니다.


신은 폐하께 죄를 짓는 것을 무릅쓰고 다음 열 가지의 대책을 진언하옵니다.


첫째로 鹿臺녹대를 허물어서 백성을 편안하게 할 것.


둘째로 炮烙포락의 형벌을 폐하고, 간언하는 신하(諫官)에게 충성을 다하게 할 것. 


셋째로 蠆盆채분을 메워 궁 안의 우환을 안정시킬 것.


넷째로 酒池肉林주지육림을 제거하고 제후들의 비방을 막을 것.


다섯째로 妲己달기를 貶謫폄적하고, 따로 正宮정궁을 세워 스스로 미혹됨을 없앨 것.


여섯째로 費仲비중 ․ 尤渾우혼의 목을 베고, 인심을 즐겁게 하고, 불초한 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할 것.


일곱째로 창고를 열어 기근에 허덕이는 백성을 구휼할 것.


여덟째로 사신을 파견하여 동남지역을 무마하여 복종시킬 것.


아홉째로 강호에 은거하고 있는 현자를 찾아가 천하의 미혹된 것을 풀어줄 것. 

열째로 언로를 크게 열어 천하로 하여금 언로가 막히는 폐단이 없도록 할 것.” 


문 태사는 임금의 책상 옆에 서서 먹을 갈아 붓털에 먹을 묻혀 붓을 주왕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폐하께서 비준하셔서 시행해주시옵기를 청하옵나이다.”


주왕이 열 가지 진언한 조목을 보니 첫째가 녹대를 허무는 것이었다. 주왕이 말했다. “녹대를 공사하느라 들어간 비용이 헤아릴 수 없었고, 공사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았소. 지금 일단 허문다면 가히 애석할 뿐이오. 이것은 다시 의논합시다.


두 번째 및 세 번째 포락과 채분의 형벌은 폐지하기를 비준하오.


다섯 번째 蘇后소후(달기)를 폐하라고 하는데, 달기는 덕성이 조용하고 정숙하며 덕을 잃은 적이 없소. 어찌 황후를 폐하란 말이오? 다시 논의하시오.” 


주왕은 문 태사가 진언한 열 가지 조목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시행 여부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였다.


“여섯 번째 중대부 우혼과 비중은 두 사람은 본디 공이 있지만 죄는 없는데, 어떻게 참언하고 아첨한다고 하여 어찌 죽이기까지 하란 말이오? 녹대를 허물고, 달기를 폐하고, 비중과 우혼을 죽이는 것 등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준하니 시행하시오.”


태사가 아뢰었다. “녹대를 세우느라 백성과 재물을 많이 손상하였으므로 이를 허물어 천하 백성의 숨은 원한을 해소하셔야 합니다. 강 황후께서 폐하께 간하다가 참형을 당하셨다니, 귀신조차 노하고 원망하며 억울한 혼은 호소할 길이 없습니다. 바라옵건대 속히 소후(달기)를 견책하시어 구천에 계시는 죽은 귀신이라도 기쁘고 편안하게 하소서. 


또한, 속히 우혼과 비중의 목을 베어 조정의 기강을 청정하게 하시고, 나라 안에 아첨이 없게 하여, 聖心성심이 미혹되고 어지러운 걱정을 없게 하시면 조정의 정사가 맑음을 기약하지 않아도 저절로 깨끗해질 것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 속히 시행하여 주시옵소서!” 


주왕은 어찌할 방법이 없는 듯 선 채로 말했다. “태사가 상주한 것 중, 짐이 일곱 가지는 비준하였소. 이 세 가지 안건은 시간을 좀 더 두고 다시 결정하겠소.”

문 태사가 아뢰었다. “폐하께서는 이 세 가지 일을 적은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마소서. 이 세 가지 일은 어지러움을 다스리는 근원과 관계가 되오니 폐하께서는 잘 살피도록 하시고,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마소서.”
  
이때 중대부 비중이 당면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줄지어 있던 반열을 나와 대전으로 올랐다.

문 태사는 비중을 알아보지 못했으므로 물었다. “이 관원은 누구인가?”
비중이 대답했다. “卑職비직에 있는 비중입니다.” 문 태사가 말했다. “선생이 비중이구려. 선생은 무슨 할 말이 있어 대전에 올랐소.”

 

비중이 대답했다. “태사께서는 비록 지위가 지극히 높은 신하이나 국법에 따르지 않고, 붓을 들어 임금을 피박하여 상주문을 비준하고 시행하라 하시니 예가 아닙니다. 상소로 황후를 탄핵함은 신하의 도리가 아닙니다.

 

또 무고한 신하를 죽이도록 하시는 것도 법이 아닙니다. 태사께서 임금을 멸시하고 자신의 몸을 내세움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능욕하는 것이며, 대전에서 함부로 행동하는 것도 신하된 자의 예를 크게 잃은 것이오니 크게 불경스럽다 할 것입니다.”

 

태사가 듣더니 두 눈 사이에 있는 神目신목을 부릅뜨고 긴 구레나룻 수염을 곤두세우며 외쳤다. “비중, 네 이놈 교묘한 말로 군주를 미혹시키더니, 나까지 화를 돋우어 죽이려 하느냐?”

 

말을 마치고 한주먹 날리자 비중이 궁전 붉은 섬돌 아래에 쓰러지는데, 비중의 얼굴에 온통 검푸른 멍투성이였다. 이때 우혼이 노기를 띤 얼굴을 하고 화가 나서 대전에 오르며 말했다. “태사께서 대전에서 대신을 때려서 넘어뜨렸으니, 이것은 비중을 때린 것이 아니라 폐하를 때린 것이옵니다!”

 

태사가 물었다. “당신은 무엇하는 관리요?” 우혼이 대답했다. “내가 바로 우혼입니다.” 태사가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우혼 너였구나! 두 놈의 도적 같은 신하가 안팎에서 세도를 부리더니 이제 서로 감싸기조차 하는구나!”

 

태사가 앞으로 달려가 한 손바닥으로 갈기니 우혼이 벌렁 나자빠져 붉은 섬돌 근처로 나뒹굴었다. 태사가 좌우를 불렀다. “비중, 우혼  두 사람을 오문으로 끌어내어 참수하라!”

 

조정에 있던 무사들도 이 두 사람을 가장 골치 아파했는데, 문 태사가 노발대발하는 소리를 듣고 이들을 오문으로 밀어냈다.  


문 태사는 노기가 충천하였고, 주왕도 이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주왕이 비록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비중, 우혼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나서더니 스스로 모욕을 당했구나.” 문 태사가 다시 주왕에게 형의 집행을 허락해달라고 주청하였다. 

 

주왕이 어떻게 두 사람을 죽일 수 있으랴. 주왕이 말했다. “태사가 올린 상소, 모두 다 옳소. 이 세 가지 일도 짐이 모두 허락하리다. 그러나 짐이 다시 한 번 숙고하여 시행하겠소. 법대로 따져 그 정황이 죄에 합당해야 저들도 역시 원망이 없을 것이오.”

 

문 태사는 주왕이 재삼 자신의 뜻을 굽히고 무척 조심스럽고 삼가는 안색인 것을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비록 나라를 위해 직간하고 충성을 다한다지만, 임금으로 하여금 신하를 두려워하게 하고 있으니, 나는 먼저 임금을 기만하는 죄를 범하고 있구나.’

 

태사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신은 단지 사방을 평정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며 제후가 복종하기를 원하는 것이 신하의 바람일 뿐이니, 감히 다른 바람이 있겠나이까?”

 

주왕이 어지를 내렸다. “비중, 우혼 두 사람을 사법에 보내어 심문토록 하라. 일곱 가지 진언은 즉시 시행하고, 세 가지는 다시 의논한 뒤에 시행토록 하라.” 주왕이 회궁 하고 백관들도 각기 흩어졌다.  

 

무릇 천하가 흥하려면 좋은 일이 생기고, 천하가 망하려면 화근이 내리는 법이다. 태사가 막 상소를 올리고 있을 때, 뜻밖에 동해의 平靈王평령왕이 반역을 하였다. 飛報비보가 조가로 날아들어, 먼저 무성왕 황비호 저택에 이르렀다. 황비호가 소식을 듣고 탄식했다. “군사가 사방에서 들고 일어나니 팔방이 편안치 않는데, 이제 평령왕이 또 반역을 하였다니 어느 때나 천하가 편안하게 되리!”  

 

황원수가 사람을 보내 문 태사에게 소식을 전했다. 반역 소식을 들은 문 태사가 황비호 저택으로 왔다. 황 원수가 태사를 영접하고 자리를 나누어 앉았다.

 

문 태사가 말했다. “황 원수, 동해 평령왕이 모반했다는데, 장군과 함께 의논하러 왔습니다. 평정을 위해 노부가 갈까요, 아니면 원수가 가겠소.”


황비호가 대답했다. “누가 가든지 간에 태사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태사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황 장군, 당신이 조정을 맡으십시오. 노부가 20만 병력을 이끌고 동해로 가서 반란을 평정한 뒤, 되돌아와 다시 정사를 논의토록 합시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문 태사는 조정에서 알현을 마치고 나서 出師表출사표를 올렸다. 주왕이 출사표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평령왕이 또 반역을 하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소?”

 

문 태사가 아뢰었다. “신의 붉은 마음,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고 있으니 신이 부득불 가지 않을 수 없나이다. 이제 황비호가 남아 나라를 지킬 것이고, 신은 동해로 가 반란을 평정하겠나이다. 원컨대 폐하께서 아침저녁으로 사직을 중히 여기소서. 처리하지 못한 세 가지 건은 신이 돌아온 뒤 다시 재의토록 하겠사옵니다.”

 

주왕은 문 태사의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뻤다. 사실 문 태사가 곁에 있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면전에서 훼방을 놓지 않게 되었으므로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주왕이 서둘러 교지를 내렸다. “黃旄황모와 白鉞백월을 꺼내고, 문 태사의 출정을 위해 송별연을 베풀도록 하라.”


주왕이 조가성을 나와 문 태사의 출정식 송별연에 참석하자 문 태사가 주왕을 영접했다. 

 

주왕이 문 태사에게 술을 따르도록 명하자, 술을 받은 문 태사가 몸을  돌려 황비호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장군이 이 술을 들고 계십시오. 노부가 한 말씀 하겠습니다. 조정의 기강을 맡을 사람이 없으니 전적으로 장군에게 의뢰합니다. 이제 심히 불공평한 일이 생기면 예를 갖추어 직간할 것이며, 입을 다물고 침묵만 지킨다면 신하가 임금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란 것을 명심하시오.”

 

문 태사가 다시 몸을 돌려 주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이곳을 떠나면 달리 근심될 일은 없으나, 원컨대 폐하께서 충고의 말을 들으시고 사직을 중히 여기소서. 신이 이번에 가면 길면 1년, 짧으면 반년 안에 돌아오겠나이다.” 문 태사는 술잔을 비우고 대포 소리를 울리며 병사를 일으켜 동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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