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의 장

봉신연의(封神演義)_28

醉月 2012. 8. 11. 06:40

강자아가 군대를 일으켜 숭후호를 징벌하다

천자 이하 문무백관이 반역한 동해 평령왕을 징벌하기 위해 출발하는 문 태사의 출정식에 참석했다. 출정식이 끝나고 주왕은 문무관원들과 함께 기뻐하면서 대전으로 돌아왔다. 여러 관원이 시립한 가운데 천자가 어지를 전했다. “비중과 우혼을 석방하라.”


그때 微子미자가 반열에서 나와서 아뢰었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태사의 참소를 받아 감옥에서 심문을 받고 있는 자들입니다. 이제 태사가 출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즉시 석방하라고 하시니 역시 불가한 일이옵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비중과 우혼 두 사람은 원래 죄가 없는데, 태사가 상주하여 억울하게 모함을 받은 것을 짐이 어찌 모르겠는가? 皇伯황백은 괜한 논의를 만들어 충성 되고 어진 신하를 모함하지 마시오.”


그 말에 미자는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대전을 내려갔다.
천자는 곧 두 사람을 사면하여 원래의 관직으로 환원하고 황제를 곁에서 모시게 했다. 주왕은 마음이 몹시 기뻤다. 문 태사가 멀리 원정을 떠나니 마음 놓고 방자히 즐기며, 거리낌 하나 없었다.


때는 마침 춘삼월 호시절이라 봄빛이 유난히 아름다웠고 황제의 뜰인 御園어원에는 牧丹목단이 만개하였다. 이를 보고 어지를 내렸다.


“백관들과 함께 御花園어화원으로 가서 목단을 감상하며, 君臣군신이 함께 즐기는 것을 보여 舜순임금의 虞우 조정에서 순임금과 신하 皐陶고도가 노래하고 화답한(唱和) 성대한 일을 본받도록 하겠다.”


백관은 어지를 받고 주왕의 수레를 따라 어화원으로 들어갔다. 바야흐로 ‘천상의 四時사시는 봄이 제일이고, 인간세상의 가장 부유함은 제왕 가다’라고 한다. 어화원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다 볼 수 있을까 마는 대충 다음과 같았다.


“ 蓬萊봉래의 仙境선경을 방불하게 하는데, 천상 신선들의 화원인 仙圃선포와 비슷하구나. 모든 꽃나무들 이곳에 모여 있고, 돌과 아름다운 옥들로 둘러싸여 경치를 꾸몄네. 붉은 복숭아 꽃 ․ 흰 자두 꽃의 향기 날리고, 푸른 버들 파란 넝쿨 가벼이 흔들리네.


金門금문 밖에 몇 그루 君子竹군자죽이요, 玉戶옥호아래 두 줄의 大夫松대부송이라. …(중략)… 황제의 화원은 과연 기이한 경치이고, 황궁 안은 참으로 번화롭구나. 꽃 사이로 나비는 날갯짓하고, 禁院금원이지만 궁원 안으로 벌들이 숨어들었네. 정자 처마에는 자줏빛 제비 날고, 연못가 누각에는 개구리 소리 들리네. 봄새들이 온갖 소리로 노래하는데, 反哺반포하는 까마귀야말로 자애로운 새라네. 바야흐로 황궁의 화원은 수놓은 비단 같으니, 하필 仙家선가를 말해 무엇하리?”    


백관들이 수레를 따라 황궁 화원으로 들어왔고, 모란정에 九龍9룡을 배열하여 잔치자리 마련하고, 문무관원이 차례대로 앉아 높고 낮음에 따라 예를 행했다.


주왕은 御書閣어서각에서 달기와 호희미를 배석시켜 함께 마셨다.

이런 가운데 무성왕 황비호가 미자와 기자에게 말했다.

 

 “잔치에는 좋은 잔치가 없고, 모임에는 좋은 모임이 없습니다. 지금은 병마가 종횡으로 내달리고, 병란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무슨 마음으로 잔치를 즐기며 모란을 감상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천자께서는 改過遷善개과천선하실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혹 변방에서 봉화불이 꺼지고, 흉악한 반역도를 섬멸 제거한다면, 堯舜요순시대 太平聖代태평성대의 복을 함께 누릴 가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천자가 혼미한 가운데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러한 날도 많지 않으며, 곧 근심하는 날들로 바뀌어 그것이 길어질까 두렵사옵니다.”  


미자와 기자가 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여러 관리는 한낮까지 마셨고, 백관들은 어서각으로 가서 하사한 술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당가관이 아뢰었다. “문무백관이 폐하의 은혜에 감사해 합니다.” 주왕이 대답했다.


“春光춘광이 아름답고, 꽃과 버들이 향기롭고 아름다운 가운데 마땅히 마시고 즐긴 것인데, 무슨 은혜에 감사한단 말인가? 짐이 잔치에 참석할 것이니 기다리라고 어지를 내려라.”


백관은 천자가 누각에서 내려와 잔치에 참석하겠다는 말을 듣고, 감히 물러나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공손히 시립하여 기다릴 뿐이었다. 


주왕이 친히 이르자 모란정의 상석에 자리 하나를 만들어 뭇 신하들과 함께 마시며 즐겼다. 음악 소리 일제히 연주되고, 군신이 술잔을 바꾸어 돌리며 마시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자 임금이 화촉을 밝히라고 하였다. 생황과 노랫소리 맑게 울리는데, 진실로 기쁨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자리였다.

거의 밤 이경(밤 9시에서 11시)이 될 때까지 군신이 술잔을 기울였는데, 이때 어서각에 있던 달기와 호희미도 술에 잔뜩 취해 천자의 침상에서 잠이 들었다.


거의 한밤 삼경이 되었을 때 달기는 원래 모습인 여우의 元形원형을 드러내어 잡아먹을 사람을 찾았다. 한줄기 스산한 바람이 일어나는데 다음과 같았다.


“꽃이 꺾이고 나무가 쓰러지며 괴이한 일이 벌어지는데, 촛불이 꺼지고 사정없이 불빛이 다 없어졌다. 창과 주렴을 통해 毛骨모골에 섬뜩함이 침범하는데, 요사하고 괴이한 기운이 그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한밤까지 계속된 모란정 잔치자리에 한 바탕 바람이 지나가며 흙먼지를 불러일으키자 잔치자리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뭇 관리들이 놀라며 의아해하는 가운데, 술 시중드는 관리인 侍酒官시주관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妖精요정이 나타났다!”


그때 황비호는 술에 반쯤 취해 있다가 요정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황망히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나와 바라보니, 과연 어떤 물체 하나가 차가운 이슬 가운데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눈은 황금 등불 같고 몸체는 특이하였으며, 긴 꼬리 날카로운 발톱에 몸은 작달막했다. 돌진해 오는 것이 마치 산에 오르는 호랑이 같은데, 얼굴을 돌리니 흡사 물체를 포획하는 스라소니와 같았다. 妖孼요얼이 늘 사람의 氣魄기백을 침범하는데, 괴이한 마귀가 항상 사람의 피와 두개골을 씹었다. 눈동자를 모으고 자세히 그 형상을 관찰해보니, 바로 산중의 한 마리 늙은 여우였다!”   


술좌석에서 벗어난 황비호가 이 늙은 여우 요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수중에 이를 막을 물건 하나 없었다. 순간 손으로 모란정 난간을 잡아당겨 난간 하나를 꺾어서 그 여우를 향해 한차례 휘두르며 공격했다.


그 여우가 날쌔게 피하더니 다시 돌진해 왔다. 황비호가 좌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빨리 북해에서 진상한 金眼神鷹금안신응을 가져오라!”


좌우에서 급히 붉은 새장을 열어 놓았다. 그 신령스런 매인 神鷹신응이 두 눈에서 등불처럼 빛을 내며 여우를 향해 곧장 공격을 퍼부었다.


신응이 쇠갈고리 같은 발톱으로 여우를 한번 할퀴었다. 그 날카로운 발톱에 할퀸 여우는 신음을 내지르더니 곧 인근 太湖태호로 도망가 돌 아래로 뚫고 들어갔다.


주왕은 이 일을 지켜보다가 좌우를 불러서 가래와 호미를 가져와 그 아래를 파보라고 하였다. 이들이 두세 자 깊이쯤 파 내려가자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뼈가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는데, 주왕은 아연해 놀랄 뿐이었다.


이 사실을 보고 주왕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바로 간관들이 상주하면서 말한 것이 아닌가? 요사스런 기운이 궁중에 가득하고, 재앙의 별이 천하를 변화시킨다고 하였는데, 이 일이 과연 사실이구나!’


주왕은 마음이 몹시 불쾌하였다. 백관이 몸을 일으켜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조정을 나서 각기 관사로 돌아갔다,
한편 달기는 술에 취한 후 본 모습인 원형을 들어냈으나 뜻밖에 신응에게 얼굴을 할퀴어 피부에 상처를 입었다. 깜짝 놀라 정신이 들어 어서각으로 돌아왔으나 後悔莫及후회막급할 뿐이었다.


이때 어서각으로 돌아온 주왕과 함께 달기는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밝자 주왕은 달기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 “황후의 얼굴에 어이하여 상처를 입었소?”
달기가 베갯머리에서 돌아누우면서 대답했다. “어젯밤 폐하께서 백관들과 함께 주연을 베푸시는 동안 첩은 어화원을 거닐면서 즐겼습니다. 해당화 밑을 지나는데, 해당화 가지에 긁혀서 이 상처가 난 것입니다.”


주왕이 말했다.


“오늘 이후로 궁중 화원에서 노닐지 마시오. 원래 이곳은 사실 요괴의 기운이 있는 곳이오. 짐이 백관들과 삼경까지 마셨는데, 그때 과연 여우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오. 


마침 무성왕 황비호가 모란정 난간을 하나 부수어 이것으로 여우를 향해 공격하였으나 오히려 물러나지 않았다오. 나중에 북해에서 진상한 금안신응을 풀어놓았다오. 그 신령스런 매가 여우를 공격하여 한번 할퀴자 그 여우는 상처를 입고 도망갔다오. 신응의 발톱에는 아직도 피묻은 털이 남아 있다오.”


주왕은 달기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그 여우와 함께 잠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때 달기는 마음속 깊이 황비호에게 원한을 품었다. ‘내가 너를 해코지한 적이 없는데, 네가 오늘 나를 해쳤으니 네가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가히 피할 곳이 있는지 두고 보자!’


이때부터 달기는 무성왕 황비호를 해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데, 황비호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한편 이때 西岐서기의 姜子牙강자아는 조정에 있다가 어느 날 국경으로부터의 보고를 들었다. 은나라 주왕이 방탕하게 주색에 빠져 간신배와 아첨꾼을 총애하고, 또 동해의 平靈王평령왕이 모반을 하여 문 태사가 정벌하러 갔다는 내용이었다.


또 보고가 있었다. 崇侯虎숭후호가 천자의 성총을 어지럽혀 널리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대신들을 모함하여 해코지하고, 만백성에게 해독을 끼치고, 몰래 비중 ․ 우혼과 통하여 안팎에서 연결되어 조정을 휘어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패를 지어 나쁜 짓을 하며 거리낌 없이 무도한 짓을 하고, 사실을 상주하는 諫官간관들을 억압한다고 하였다.


강자아는 조가의 절박한 상황을 알게 되자 분노가 치밀어 머리털이 갓을 찌를 정도였다. ‘만약 이 도적을 먼저 제거하지 않는다면, 장차 후환이 두려울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강자아는 조정으로 나갔다. 문왕이 물었다. “승상은 어제 국경으로부터의 보고를 받았을 터인데, 朝歌조가에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있다고 합니까?”


강자아가 자리에서 나와 아뢰었다.


“신이 어제 국경으로부터 날아온 보고를 받아보았는데, 주왕이 比干비간의 심장을 도려내어 탕을 만들어 달기의 고질병을 치료하였다 하옵니다.


崇侯虎숭후호가 조정을 문란하게 하고, 대신을 맘대로 부리고, 천자를 미혹시키며 無所不爲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답니다.

 

만민을 해쳐도 감히 말을 하지 못하며, 또 살육을 행해도 감히 원망조차 못하고, 흉악한 재화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朝歌조가의 살아있는 백성이 하루도 안심하고 살 수 없다고 하며, 탐욕과 잔혹한 것이 끝이 없다고 합니다.


신이 어리석어 감히 청할 수 없으나, 이러한 큰 죄악은 호랑이를 빌어 위세를 떨치며 四海4해의 백성에게 혹독한 고통을 주어 桀걸을 도와 잔악함을 행하는 것이니, 이를 천자의 좌우에 있게 하면 장래에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백성이 물과 불 가운데 즉 재앙 속에 빠져 있는 것과 같으니, 대왕께서 의리를 널리 베푸시어, 만약 신의 어리석은 뜻에 따라 먼저 이 亂臣賊子난신적자를 징벌하여 그 정치를 문란하게 하는 자를 제거한다면 곧 천자의 좌우에 아첨하고 망령된 자를 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면 천자께서 잘못을 뉘우치는 改過遷善개과천선의 기회를 바랄 수 있을 것이며, 또 주공께서도 역시 천자께서 내린 斧鉞부월의 성의를 빌어 행한 것이 헛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왕이 대답했다.


“경의 말이 비록 옳으나 과인은 숭후호와 같은 작위인데, 어찌 독단적으로 정벌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소?”
강자아가 다시 아뢰었다.


“천하의 이로움과 폐단에 대해 모든 사람은 숨김없이 직언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주공께서는 천자가 하사한 白旄黃鉞백모황월이 있으므로 홀로라도 정벌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폭압을 금지하고 간사한 자를 제거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간신적자들은 내외에 파당을 형성하고 백성을 잔학하게 다루며, 흰 것을 검다 하여 충성스럽고 어진 자를 살육하는 등 국가에 큰 악을 저지르는 것을 말합니다.


대왕께서는 인의와 자비의 마음을 발동하셔서 도탄에 빠져있는 백성을 구하소서. 만약 천자께서 악을 고쳐서 선을 좇아 堯舜요순 두 임금의 법을 본받으신다면, 대왕의 이러한 공적은 만년이 가도 썩지 않을 것입니다.”


문왕은 주왕을 권하여 요순 두 임금이 되도록 하겠다고 하는 강자아의 말을 듣자 그 마음이 심히 기뻐서 곧 말했다. “승상께서 군사를 일으킨다면, 누구를 주장으로 삼아 숭후호를 징벌하려고 합니까?”


강자아가 답변했다. “원컨대 신이 대왕을 대신하여 犬馬之勞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문왕은 자아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일까 걱정되어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가서 헤아려 봐야겠다.’


문왕이 말했다. “과인이 승상과 동행하여,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발생할지 모르니 함께 의논하도록 합시다.”


자아가 대답했다. “대왕께서 친히 수레를 몰고 친정하신다면, 천하가 모두 호응할 것입니다.”


 문왕은 백모황월을 꺼내고 군사 10만을 일으켜 길일을 택하여 제사를 드리고 난 뒤, 南宮适남궁괄을 선봉장으로 삼고 辛甲신갑을 부장으로 삼았으며, 四賢八俊4현8준이 그 뒤를 따랐다.


문왕과 강자아는 대포를 쏘아 병사를 출발시키니 길 위에는 父老부로들이 나와 서로 환영하고, 닭과 개조차 놀라지 않았다. 백성은 숭후호를 정벌한다는 소문을 듣고 사람마다 기뻐하고, 즐거워했다.


오색찬란한 각종 깃발을 들고 출진한 보무당당한 10만 군사, 마치 猛虎맹호가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고, 戰馬전마가 울부짖는 것이 蛟龍교룡이 바다를 떠나며 내는 소리와 같았다. 이번에 한번 출진하여 간사한 자를 제거하고 붕당을 해체하여 천하를 안정시키니, 마침 자아가 磻溪반계를 떠나 세운 첫 번째 공로였다.


강자아의 군대가 숭성으로 가는 중간의 여러 府州縣鎭부주현진을 지났는데, 사람마다 동요됨 없이 저마다 맡은 바 일을 즐겨하였고 닭과 개조차 놀라지 않았으며, 길 위에는 많은 늙은이가 나와 환영하였다.


어느 하루, 척후병이 와서 중군에 보고를 올렸다. “군대가 崇城숭성에 도착하였습니다.”


강자아는 막사를 치고 군대를 주둔시키기 위해 깃대를 높이 세워 旗門기문을 드리우게 하고 크게 영채를 세우라고 명령을 내렸다.  한편 숭성의 진영에서도 척후가 서기의 군대가 온 것을 정찰하고 숭성에 가서 보고했다. 이때 숭후호는 숭성에 없었으며, 마침 조가의 조정에 참석하고 있었다.


숭성 내에서 성을 맡고 있던 자는 숭후호의 아들 崇應彪숭응표였는데, 보고를 받고 크게 노해서 서둘러 전각에 올라 장수들이 모이도록 북을 치라고 했다. 여러 장수가 은안전에 올라 서로 인사를 마쳤다.

숭후호의 아들 숭응표가 그 자리에 모인 여러 장수에게 말했다.
“희창이 횡포하게도 본분을 지키지 않고, 여러 해 전에 관을 도망하여 성상께서 여러 차례 병사를 소집해 정벌하려고 하였는데, 문왕 희창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도리어 이처럼 명분 없는 군사를 일으키니 심히 한스러울 뿐이오! 하물며 나나 당신이나 각기 강토를 지켜 추호라도 잘못됨이 없어야 하거늘 이제 스스로 죽으러 왔으니, 내가 어찌 가벼이 용서할 수 있으리오!”


숭응표는 병사를 점고하여 성을 나서겠다고 명령을 내렸다. 명에 따라 대장 黃元濟황원제 ․ 陣繼貞진계정 ․ 梅德매덕 ․ 金成금성 등이 성을 나섰다.


숭응표가 “이번에 반드시 반란의 무리를 사로잡아 조가로 압송하여 법에 따라 처단토록 하라”고 했다.


다음날 강자아는 원수의 장막에서 장수들을 소집하여 명령을 내렸다. 먼저 남궁괄에게 숭성을 향해 제일 앞에서 진을 치라고 하였다. 남궁괄은 명을 받고 본부의 병사를 이끌고 병영을 나와 군사를 배열하여 진을 치고 나서, 숭성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역적 숭후호는 빨리 군대 앞으로 나와 죽음을 받아라!”


막 말이 끝나자 성 안에서 대포 소리가 울리며 성문이 열리는데, 한 무리 병사가 돌진해왔다.


선두의 장수는 飛虎비호대장 황원제였다.


남궁괄이 말했다. “황원제, 너는 나올 필요가 없다. 숭후호를 불러서 나오게 하여 벌을 받도록 하라. 역적을 죽여서 신과 사람의 울분을 풀고, 만사를 모두 평안하게 하고자 하노라.”


이 말에 황원제가 크게 노하여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나는 듯이 덮여왔다. 남궁괄이 칼을 뽑아들고 마주하여 호응했다. 두 말이 둥글게 돌고 두 칼이 어우러져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두 장군이 칼을 휘두르며 일진일퇴를 거듭하는데, 관전하는 사람조차 숨을 죽이며 바짝 긴장케 하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이 3십여 합에 이르자 황원제는 남궁괄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고, 힘이 부쳐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다.  


남궁괄은 서기 땅의 명장인데, 황원제가 어찌 그를 이길 수 있겠는가? 황원제가 패하여 달아나려 하는데, 다시 남궁괄이 칼을 휘두르니 싸움터를 도망칠 수 없었고 남궁괄의 칼에 맞아 말 아래 굴러떨어졌다. 이때 병사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베고, 승전고를 울리면서 진영으로 돌아왔다.


남궁괄이 轅門원문으로 들어와 강자아에게 황원제의 首級수급을 올리며 싸움의 경과를 보고했다. 자아가 크게 기뻐했음은 물론이었다.


숭성에서는 敗殘패잔한 군사들이 돌아와 숭응표에게 보고를 올렸다.

 

“황원제가 이미 남궁괄에게 패하여 참수되어 그 首級수급이 원문에 매달려 걸려있습니다.” 


숭응표가 보고를 듣고 나더니 책상을 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희창, 저런 역적놈! 이제 반역 신하가 되어 다시 조정의 명을 받은 命官명관을 죽이니, 네놈의 죄는 큰 산과 같다. 만약 이 도적을 베어 황원제의 원수를 갚지 않으면, 맹세코 회군하지 않으리라!” 


숭응표가 명을 내렸다.

 

 “내일은 전군을 이끌고 성을 나가 희창과 雌雄자웅을 한번 겨루리라!”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막 솟아오른 태양이 동쪽에서 올라오는데, 대포 소리가 세 번 울리고 성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물밀 듯이 큰 세력을 이루며 서기 진영을 향해 쇄도해 왔다.


숭성의 군대는 돌진하면서 외쳤다.


“희창과 강상은 원문으로 나와 대답하라.”

 

서기의 척후병이 중군에 들어와 보고했다.

 

 “숭응표가 입에 담지 못할 불손한 말을 하고 있는데, 승상께서는 군령을 내려 주십시오.”


강자아는 문왕께 보고하여 친히 군진에 이르러 숭성의 군사들과 만나도록 청하였다. 문왕이 말을 타고 四賢4현이 수레를 보위하고 八俊8준이 군대를 따랐다. 주나라 진영 안에서 포성이 울리며 깃발이 나부꼈다.

숭응표가 바라보니 진영 맞은편 깃발 사이로 홀연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양쪽에는 여러 장수가 늘어서 벌려있는데, 한 쌍의 기러기 날개 모양으로 나뉘어 있었다.  


숭응표가 이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는데, 이 장면을 읊은 시가 남아 있다.


“魚尾金冠어미금관을 쓰고 학창의를 입었는데, 비단주름이 乾坤건곤처럼 두 개로 맺었다. 雌雄자웅보검을 손에 들고, 八卦仙衣팔괘선의로 받쳐 입었다. 원시천존 玉虛宮옥허궁 문하에서 지리와 천문에 통달했다. 은빛 수염 및 백발에 정기가 더욱 맑았는데, 마치 신선이 진중에 임한 듯하다.”


강자아가 군진 앞에 말을 멈추고 말했다. “숭성의 守城將수성장은 나를 보아라.”


그 말에 숭응표가 앞으로 달려 나와 자아를 보고 물었다. “네 놈들은 도대체 누구 이길래, 감히 우리 경계를 침범했느냐?”

숭응표의 물음에 강자아가 말했다.


“나는 바로 문왕 휘하의 수상 강자아이다. 너의 父子부자는 죄악을 지은 것이 깊은 바다와 같고, 악독한 것을 쌓은 것이 산악과 같다.


백성의 재물을 탐한 것은 배고픈 호랑이와 같고, 사람을 참혹하게 상해한 것이 마치 이리와 같으며, 천자를 미혹시켜 충성심을 잃었고, 충성스럽고 어진 신하를 해쳐 손상을 입혔도다.


넓은 천하에서 비록 삼척동자라 할지라도 너희 부자의 살(肉)을 생것으로 씹어 먹지 못해 한스러워한다! 오늘 문왕께서 仁義인의의 군사를 일으켜 너희 숭 땅에서 잔학함과 포악함을 제거하고 악당을 멸절시켜 사람과 귀신을 편하게 하시려고 하는데, 천자께서 符節부절과 黃鉞황월을 하사하여 정벌하게 하신 그 뜻을 저버리지 않겠노라.”
숭응표는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강상을 꾸짖었다.


“네놈은 반계의 쓸모없는 늙은이에 불과한데, 감히 큰소리를 치느냐!” 그리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가 나를 위해 저 역적을 사로잡겠소?”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군 하나가 말을 타고 적진 앞으로 나왔다. 바로 문왕으로 말 위에서 크게 소리쳤다.
“숭응표, 어린놈이 흉악하구나, 과인이 왔도다!”


숭응표는 문왕의 말이 다가온 것을 보고 노기가 더욱 충천하여 손가락으로 문왕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희창! 네놈은 조정에 죄를 지은 것은 생각지도 않고 인의를 내세워 도리어 우리의 경계를 침범했느냐!”


문왕이 말했다.

 

 “너의 아비 숭후호와 자식인 너는 죄악으로 가득 찼으니 내가 말할 필요도 없다 하겠구나. 단지 네가 빨리 말에서 내려 항복하면 서기로 압송해 가서, 단을 만들어 하늘에 고하고 너희 부자의 흉악함을 제거하려 한다. 그리하여 숭성의 어진 백성이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겠다.”


숭응표가 대갈 일성했다.


“누가 나를 위해 저 반적을 사로잡겠소?”


한 장군이 이에 응하면서 나오는데, 陣繼貞진계정이었다. 강자아 진영에서는 辛甲신갑장군이 말을 몰아 도끼를 휘두르며 고함을 질렀다.


“진계정, 거기 서라! 우리 진영에 다리 하나 들여놓는 것을 용납지 않으리라!”


두 말이 서로 교차하고 창과 도끼가 부딪치는 등 그곳에서 한바탕 싸움이 계속되었다. 두 장군이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20합을 싸웠다. 숭응표는 진계정이 신갑을 상대하여 싸울 수 없게 되자 金成금성과 梅德매덕에게 명하여 돕도록 했다.


강자아는 상대편 진영에서 여러 장수가 가세하는 것을 보고, 毛公遂모공수 ․ 周公旦주공단 ․ 召公奭소공석 ․ 呂公望여공망 ․ 辛免신면 ․ 南宮适남궁괄 등 여섯 장수를 일제히 출진시켜 일거에 돌격하도록 하였다. 


숭응표는 많은 인마가 대적해 오는 것을 보고 스스로 말을 휘몰아 거듭 둘러싸인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살벌하고 참혹한 싸움의 기운이 들판에 가득하고, 근심인양 안개가 분분히 내리는 가운데 함성은 끊이지 않으며 북소리와 뿔 나팔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졌다.


혼전이 한참 되다가 여공망이 창을 휘둘러 매덕을 찔러 말 아래로 떨어뜨렸고, 신면이 도끼를 금성을 향해 날렸다. 


숭성 병사는 대패하여 숭성으로 퇴각했다. 자아도 징을 울려 퇴각하게 하자 여러 장수가 승리의 북소리를 울리며 진영으로 되돌아왔다.


싸움에서 패하여 도망간 숭응표는 숭성으로 들어가 사대문을 꼭 걸어 잠그고, 전각에 모여 여러 장군과 싸움에서 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계책을 상의하였다.


숭성의 여러 장수가 머리를 맞대었으나 서기의 병사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보고 세력으로 당할 수 없음은 물론 가히 전개할 만한 계책이나 펼 수 있는 대책조차 없었다.  


한편 강자아는 승리를 하고 회군한 후 다시 숭성을 공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에 문왕이 말했다.


“崇家숭가 부자가 악행을 저질렀지 여러 백성은 무슨 관계가 있겠소.


이제 승상이 숭성을 공격하려고 하는데, 성이 공략되면 玉石옥석이 구분되지 않아 모두가 불탈 것이므로 무고하게 억울함을 당하는 백성이 가련할 뿐이오.


하물며 과인이 이곳에 온 것은 백성을 구하기 위함인데, 어찌 도리어 不仁불인을 더하겠는가? 절대로 불가하오!”
강자아는 문왕이 仁義인의를 중히 여기는 것을 보고 감히 뜻을 거스를 수 없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주공의 덕은 堯舜요순임금과 같은데, 어떻게 하면 일시에 숭성을 얻을 수 있을까! 다만 몰래 편지 한 장을 써서 남궁괄로 하여금 曺州조주로 가서 崇黑虎숭흑호를 만나게 하면, 숭성을 가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남궁괄로 하여금 편지를 가지고 조주로 가도록 하였다. 자아는 군대의 행동을 잠시 중지하고 기회를 기다리며, 단지 회신을 기다렸다. 앞으로 숭후호의 목숨이 어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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