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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마트 혁명, 그 현장을 가다

醉月 2010. 10. 25. 08:48

① E카의 산실 - 현대모비스

‘바퀴 단 컴퓨터’ 차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로

알아서 가다 서는 자동차, 손톱 만한 칩 하나로 손금 들여다보듯 위치를 알 수 있는 화물, 고속철도 안에서도 책이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손 수첩만 한 태블릿 PC…. 세계적인 ‘스마트 혁명’ 바람이 국내에도 불면서 ‘똑똑한(Smart)’ 정보기술(IT)이 자동차·물류·출판 등 일반 산업을 바꿔 나가고 있다. 이를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임베디드(Embedded) IT 혁신 산업’의 10개 현장을 중앙일보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동 선정했다. 각 산업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또 무엇이 숙제인지 따져보는 10회 시리즈를 준비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산기슭에 자리 잡은 현대모비스 연구소의 실험동 주차장. 여기 오기까지 정문에서부터 외부 방문객에 대한 보안점검이 예사롭지 않았다. 기자의 휴대전화 폰카에 촬영금지용 테이프를 붙이고, 휴대용 저장장치(USB)와 노트북 검사까지 했다. 우선 차체의 중요 부분을 검은색 천으로 가려놓은 개발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무슨 차종인지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고서야 그중 한 승용차의 조수석에 앉을 수 있었다. 운전자는 운전석 옆에 있는 모니터의 버튼을 누르며 “목을 돌리지 않고 모니터 화면만 보면서 깔끔하게 주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니터에 차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이미지 화면이 곧 나타났다. 운전자는 모니터만 보며 핸들을 조작해 주차선을 넘지 않고 차를 주차했다. 최근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를 앞둔 AVM(Around View Monitoring) 시스템이다. 이 연구소 기술전략팀의 이원우 차장은 “AVM은 차량 앞뒤, 그리고 좌우 사이드미러 아래쪽에 주변 180도 각도를 촬영할 수 있는 렌즈를 한 개씩 달아 차량 주변을 모두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일본 닛산의 인피니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에 들어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현대모비스가 처음 개발에 성공했다.

# IT 융합으로 자동차 리더 된다

현대모비스 용인연구소 사람들은 요즘 ‘정보기술(IT) 융합’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IT와 융합된 첨단 부품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석수 부회장은 최근 전장(電裝)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환골탈태하는 중장기 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2015년까지 IT융합 부품의 비중을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 3500억원인 연구개발비를 2015년에 6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연구인력도 1500명에서 2015년까지 2200명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신영철 전무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장부품 비율이 40%에 육박할 만큼 부품산업이 친환경 전자장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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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 부품 정상 업체이면서도 모듈 생산에 치중해 전자제어장치(ECU)로 대표되는 IT부품 개발에 뒤처졌다는 자체 반성론이 일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자동차 전자화와 차량용 전자부품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만 해도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ECU가 8∼10개 정도였으나 2005년에 37개까지 늘어났다. 고급 차량일수록 더 많았다. 2006년에 나온 4세대 렉서스 LS460에는 100개 넘는 ECU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 버튼 하나면 주·정차가 자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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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집중 개발하는 IT 장치는 ▶SCC(차간거리 제어장치) ▶LKAS(차선유지 도움장치) ▶EPB(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등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짧아도 4m까지 유지하도록 해주는 SCC를 개발해 2012년부터 국내 양산차에 도입할 예정이다. 나아가 PCS(전방추돌안전장치)도 연구한다. 독일의 콘티넨탈과 보쉬가 양분한 SCC 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이원우 차장은 “앞차가 급정거했을 때 이를 따라 차가 자동으로 멈추게 하는 시스템까지 개발한다”고 말했다. SCC에서 앞차 간격을 알기 위해 쓰는 레이더 센서에 카메라·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능까지 결합하는 기술이다. 2014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한다는 게 목표다.


LKAS는 SCC와 함께 운전자의 졸음이나 부주의에서 비롯되는 사고를 예방해 준다. 전방 200m까지 거리가 측정되고 근거리에서 64도까지 카메라 센서가 추적한다. 차선 이탈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음을 울려 위험상황을 알리고 핸들에 적당한 힘을 가해 차선을 자동으로 유지시킨다. 해외에서 볼 수 없던 기능도 연구 중이다. EPB는 손발로 제어하는 주·정차용 브레이크를 버튼 하나로 조작하는 것이다. 출발 때는 페달만 밟으면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풀리며, 비탈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는다. 내년 2월 기아자동차 세단 K7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종국적으론 차가 알아서 운전해 주는 전자동 시스템을 목표로 삼았다. 기술전략팀의 김남종 차장은 “도로상의 차량 소통 정보를 실시간 추적해 주는 한국도로공사 ‘ITS(지능형 교통시스템)’와 결합할 경우, 차가 스스로 주행하면서 안전은 물론이고 연료절감 등 환경친화 기능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 자동차 - IT 업계 협력이 필수

지식경제부 등 업계·정부는 IT 융합에 팔을 걷어붙였다. 2008년 11월부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현대자동차 그룹·마이크로소프트가 현대차 경기도 의왕연구소에 차량 IT 혁신센터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0개 회원사를 선정해 19억원의 상용화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했다. 다국어 음성인식 미들웨어 등 우수 결과물은 이르면 내년 신차에 적용된다. 지식경제부의 정만기 정보통신국장은 “국내 자동차 산업은 연관 분야까지 합하면 150만 명의 고용효과를 낸다. IT 융합까지 활발하면 고용효과는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품을 지능화·시스템화하는 핵심 기술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나 자동차-IT 업계 간 자발적 협력이 아직 부족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자동차 원가 중 SW 비중은 2007년 8.8%에서 2012년 15.5%까지 커질 전망이다. 2008년 현재 이 SW의 국산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독일 BMW-인피니언, 일본 도요타-도시바 등 한 국가 내 기업 간 IT 융합 협력체제가 활발히 조성되고 있다.

☞◆ECU(Electronic Control Unit, 전자제어장치)=센서를 통해 차량 안팎의 상황을 파악해 주행 중 부딪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해주는 부품. 점화시기 등 엔진의 핵심 기능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IT 발달과 더불어 차량의 전 부분을 통제하기에 이르렀다.

◆ITS(Intelligence Transportation System, 지능형 교통시스템)=전자·정보·통신·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한 교통 시스템. 차량 간 또는 도로 주변의 통신 기지국 간 정보교환을 통해 교통 흐름이나 사고 유무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 나아가 차량의 자동운행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
 
② E로지스틱스의 선두 주자 - 인천공항공사

화물에 무선 인식 ‘꼬리표’… 이동정보, 스마트폰에 곧바로

세계 2위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는 RFID(전파인식) 기술의 상용화는 물론 물류 정보와 스마트폰의 융합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화물을 탑재한 용기를 하역하는 모습. [중앙포토]
지난 17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내 화물터미널. 아시아나항공 하역장에 쌓인 화물마다 세관 직원들이 무선 전파인식(RFID) 태그를 붙이고 있었다. 이 화물들이 지게차에 실려 보세창고를 빠져나오자 출입문 양쪽에 달린 RFID 인식기가 바로 화물 목록을 알아내 공항정보통신센터(AICC)로 보냈다. 이 센터에서 운영하는 항공물류정보시스템(AIRCIS)에 이들 정보가 올라오면, 수입업자는 자신의 화물이 보세창고를 빠져나온 걸 사무실 PC에서 즉각 알 수 있다. 화물을 나르는 트럭 기사도 휴대전화로 이런 정보를 곧바로 통보받고 보세창고 하역장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운전기사가 대기실에서 화물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RFID는 꽤 먼 거리에서도 무선으로 많은 정보를 동시에 인식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라벨지와 사뭇 다르다. 라벨지에는 바코드만 담겨 있어 물품마다 PC에 연결된 리더기를 가깝게 갖다 대야 했지만, RFID는 멀리에서 무선리더기로 여러 태그 정보를 3∼4초 동안 단번에 인식할 수 있다. 그만큼 작업속도가 빠르고 정확하다.

인천국제공항은 홍콩 첵랍콕 공항에 이어 물동량 세계 2위의 항공물류 핵심기지다. 연간 250만t의 막대한 물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려면 정보기술(IT), 특히 ‘임베디드(Embedded) IT’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강명대 과장은 “RFID를 부착하는 물량이 많아지면 칩 제작 단가가 떨어져 조만간 바코드 정도의 비용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RFID 리더기를 겸하는 휴대전화기가 개발돼 RFID 대중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식경제부와 SK텔레콤 컨소시엄은 최근 휴대전화기에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칩을 꽂으면 모바일 RFID 리더기가 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예 RFID 리더기가 내장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나왔다. 기존의 RFID 리더기는 크기와 무게가 아령만 해 들고 다니기 불편했다. RFID 리더기를 개발한 유라클의 정우석 모바일사업팀장은 “150만원 수준의 고가 RFID 리더기를 80만∼90만원대의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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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SK텔레콤 컨소시엄의 RFID 리더기 프로젝트는 인천공항공사의 AIRCIS와 연동하는 테스트를 하는 단계다. AIRCIS는 항공물류 정보를 통합해 인천공항을 아시아 물류의 허브로 키우자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종전엔 수출 화주가 거래 물류회사의 일정을 파악하고, 물류회사도 항공사에 개별적으로 일정을 알아봐야 했다. 또 물류 사이트마다 형식이 달라 이들을 통합하는 일이 마치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어려웠다. AIRCIS가 도입된 뒤로는 웬만한 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물류·항공 업계를 통해 항공기 이·착륙 일정을 확인하고 예약하는 건 물론 화물이 어디에 와 있는지 추적할 수 있다. 국토해양부 AIRCIS운영팀의 강석태 과장은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60개 국내외 항공사가 AIRCIS에 연계돼 수출입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 홍콩·싱가포르 공항에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인천공항 것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고 전했다.



물류 정보를 한눈에 보게 되면 기업경영의 예측성도 커진다. 수출 기업의 경우 운송 중인 물량이 수입업자에게 넘어갈 때까지 회계상 재고로 처리하면서 제대로 수령이 됐는지 거듭 확인했다. 아시아나IDT의 최성우 과장은 “AIRCIS 도입으로 기업경영의 부실 발생 위험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RCIS는 모바일로 현장과도 연결된다. SK텔레콤 네이트의 독립된 모바일 주소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난 1일부터 무료 서비스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스마트폰으로 AIRCIS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 AIRCIS가 확산되면 손수 물품을 운반하는 현장 인력까지 휴대전화로 물동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5월 국내 물류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모바일AIRCIS를 1000명이 쓸 경우 현장 업무 시간이 한 시간 단축되고, 연간 66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물류정보시스템(AIRCIS:AIR Cargo Information System)=항공운송업체 등 물류업체에 개별적으로 산재한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시스템. 항공물류의 예약과 추적은 물론 운항 일정·통관 정보 등이 들어 있다. 2007년 국토해양부가 구축해 인천공항공사가 위탁운영 중이다.
③ E컬처 개척자 - 한국출판콘텐츠

손안의 태블릿PC, 종이책 2000년 역사를 바꾸다

문학과지성사·해냄·푸른숲·창작과비평·문학동네·김영사…. 지난 16일 서울 서교동의 한국출판콘텐츠(e-kpc)라는 회사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 내로라 하는 출판사 이름이 빼곡히 적힌 대형 화이트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들 출판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e-kpc는 e북(전자책)을 만들고 유통하는 일을 대행한다. 지난해 7월 49개 출판사가 1000만원씩 내서 초기 자본금을 만들고, 최근 1000만원씩 더 내 증자를 했다. 정남수 콘텐츠운영팀장은 “초기 49개사 말고도 e-kpc와 제휴하려는 출판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총 제휴업체는 60여 곳으로, 120여 개 출판사와 추가로 협상 중이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전자책의 제작·유통 과정은 이렇다. 출판사가 작가의 원고를 받아 종이책을 만들면서 인쇄용 디지털 파일(‘쿽’이나 ‘인디자인’ 파일)을 만든다. e-kpc는 제휴한 출판사들로부터 이 파일들을 건네받아 전자책용 e퍼브(Pub) 파일이나 PDF(인쇄물 형태의 텍스트) 파일로 다시 만든다. e-kpc는 여기에 디지털저작권관리 솔루션을 결합해 유통업체에 보내면 최종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종이책을 편집하고 교정을 보는 기존 출판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서울 서교동 한국출판콘텐츠(e-kpc) 사무실에서 협력 업체인 한국유컨텐츠기술 직원들이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e-kpc가 만든 전자책을 애플 태플릿PC인 아이패드로 보는 모습. [최승식 기자]

아이패드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는 미국 잡지 ‘와이어드’의 표지 사진.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트로 인기를 끈다.
이날 e-kpc 사무실 한쪽의 작은 방에서는 7명이 종이책을 일일이 들여다보면서 인쇄용 파일을 전자책 파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한국유컨텐츠기술이라는 외주업체에서 파견된 직원이었다. 이들은 각자 두세 대의 데스크톱 앞에서 종이책·전자책 제작용 파일을 번갈아 보면서 빠진 페이지나 오타가 없는지, 삽화를 넣기에 좋은 위치는 어디인지 등을 살피고 있었다. 정 팀장은 “종이책에는 사진이나 그림이 들어가고 페이지별로 어느 정도 완결성이 있지만, 전자책에서는 단말기의 특성에 따라 편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방엔 여러 대의 보안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사이버 저작권 관리가 중요해 원고가 무단 방출되는 걸 막으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제작하는 전자책은 하루에 네댓 권이다. 제휴 출판사에서 확보한 원고가 5000여 권이고, 이 중 3000여 권을 이미 전자책으로 만들었다. 이 가운데 1000여 권은 유통업체에 넘겨져 시판 중이다. 독자는 네오럭스의 ‘누트’나 아이리버의 ‘스토리’ 같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리디북스’를 통해 이들 전자책을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국내에도 고성능 스마트폰과 전자책 단말기가 잇따라 선보이면서 판매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업·공공기관의 웹사이트나 예스24·인터파크 등 인터넷서점 등과도 공급 협상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또 국내 국공립 대학이나 중·고교 전자도서관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교포나 지한파 외국인들에게 전자책을 공급하기 위해 해외 도서관에 콘텐트를 보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책의 내용을 음성으로 전해주는 오디오북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태블릿PC에 거는 기대=e-kpc의 당면 관심사는 태블릿PC다. 전자책 단말기에 적합한 모바일PC라 보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KT가 7인치 태블릿PC ‘아이덴티티 탭’을 국내에 선보였고, 삼성전자가 SK텔레콤 등을 통해 역시 비슷한 크기의 ‘갤럭시 탭’을 다음 달 출시한다. 10인치 크기의 애플 아이패드도 연내에 국내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올해 50만 대 넘는 태블릿PC가 국내에서 팔리고 내년에는 연간 100만 대 이상의 시장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 정도 증가속도라면 전자책 시장은 유망하다고 봅니다.” 엄일용 e-kpc 사업팀장의 얘기다.

태블릿PC는 기존의 전자책 형태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종전의 전자책은 종이책을 그대로 PC로 옮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멀티미디어 쌍방향 전자책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관한 책을 태블릿PC용 전자책으로 만든다고 하자. 전자책을 읽다가 오바마의 사진을 누르면 오바마가 연설을 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그의 목소리와 제스처를 볼 수 있다. 교육용 도서는 쓰임새가 더욱 다양해진다. 영어 교재를 전자책으로 만들 경우 책 속의 강사가 하는 말을 따라 하면서 영어 문장을 익히고, 게임을 통해 단어를 외울 수도 있다. 엄 팀장은 “태블릿PC로 인해 수천 년 동안 종이에 갇혀 있던 책 콘텐트가 영상과 접목되면서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e-kpc는 전자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출판사들이 앞다퉈 전자책 시장에 뛰어드는 건 이처럼 종이책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정보나 휴대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 독자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자연스레 출판 관행이 변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종이책을 팔 만큼 팔고 난 뒤에 전자책을 만들어 인터넷서점을 통해 소량씩 팔았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은 아예 전자책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하는 일이 늘고 있다. 심지어 전자책을 먼저 내놓은 출판사도 나타났다. 박범신의 소설 『은교』는 지난 4월 전자책과 종이책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독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출판사 마음산책에서 나온 『30대 도쿄』는 전자책이 먼저 출간된 경우다.

☞◆PDF(Portable Document Format)= 미국 어도비 시스템에서 개발한 파일 형식이다. 컴퓨터의 기종이나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문서 편집이나 출력이 가능하고, 텍스트나 그래픽·이미지의 삽입이 자유롭다. PDF 파일을 볼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이 아크로뱃 리더다.

◆e퍼브(Electronic Publication)=전자책 국제표준을 정하는 국제디지털출판포럼(IDP)이 제정한 새로운 전자책 포맷.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형식에 맞게 글자 조정이 가능하다.

 
④ E머니 강자 - 하나SK카드

휴대폰 하나로 결제·쿠폰·멤버십까지 … ‘지갑 없는 세상’연다

하나SK카드 경영지원팀의 박민희씨가 모바일 신용카드 가맹점인 홈플러스 서울 강동점에서 ‘터치1’카드로 결제를 해 보이고 있다. [하나SK카드 제공]
토요일인 2일 오후 1시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서울 천호동 강동점. 주말이어선지 계산대마다 줄이 꽤 길었다. 손님들 손엔 현금이나 신용카드뿐 아니라 각종 쿠폰이나 포인트 적립을 위한 멤버십카드가 들려 있었다. 개중에는 계산원이 결제를 진행하는 동안 부랴부랴 전단지 쿠폰을 오리느라 부산을 떠는 사람, 멤버십카드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아 낭패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도 보였다. 이남희(41)씨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두툼한 여성용 손지갑을 꺼내는 대신 내민 건 스마트폰이었다. 이를 계산대 위 동글이(금융 IC칩 리더기)에 갖다 대자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쇼핑대금 결제가 이뤄졌다. 여성 계산원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총 구매액 10만3500원 중 모바일 쿠폰과 휴대전화 포인트를 사용해 총 1만3100원 할인을 받으셨네요.” 대금 결제와 할인서비스가 한꺼번에 처리된 것이다.

이씨의 휴대전화에 담긴 건 하나SK카드의 모바일 신용카드 ‘터치1’이다. 이 카드회사가 지난 6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 출시에 맞춰 SK텔레콤 가입자를 상대로 내놓은 상품이다. 대금 결제만 가능하던 기존의 모바일카드와 달리 쿠폰 제공과 포인트 적립, 멤버십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췄다. SK텔레콤의 T멤버십 기능도 있어 SK주유소·홈플러스·패밀리마트 등 주요 모바일 가맹점에서는 3%의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나SK카드의 윤원영 상무는 “모바일 신용카드(이하 ‘모바일카드’) 3종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20만 명을 확보했다. 터치1은 출시 두 달 만에 10만 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모바일카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모바일카드는 휴대전화가 신용카드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휴대전화에 금융 USIM칩을 탑재해 플라스틱 신용카드(이하 ‘플라스틱카드’)처럼 쓸 수 있다. 금융·통신·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정보기술(IT) 융합 상품이다.

모바일카드는 휴대·사용이 편리하다. 결제시간도 짧다. 이남희씨는 “온갖 쿠폰과 카드로 꽉 찬 지갑 대신 휴대전화 하나 달랑 넣고 나오면 된다”고 했다. 유통업체도 이득이다. 홈플러스 강동점의 제의권 고객서비스섹션장은 “결제시간이 짧아 손님과 계산원 모두 좋아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점포 이용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이에 맞는 쿠폰과 이벤트 정보를 제공하는 표적 마케팅이 가능하다.

#결제 순간 동시다발적 정보 공유

이씨만 해도 홈플러스 방문 전에 휴대전화로 신선식품 3% 할인 쿠폰을 발급받았다. 구매 패턴에 맞춘 이벤트 안내 메시지도 받았다. 쇼핑을 끝낸 그가 동글이에 휴대전화를 갖다 대고 비밀번호를 눌러 결제를 마치는 데까진 5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하나SK카드와 제휴사인 SK텔레콤·홈플러스의 해당 서버에선 다양하고 복잡한 전자 결제·서비스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나SK카드 서버에선 쿠폰 할인과 모바일 결제 고객 3% 추가 할인이 자동 진행됐다. 홈플러스 서버에선 이씨의 멤버십 포인트 적립이, SK텔레콤에선 T멤버십 적립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모인 귀중한 고객정보를 세 회사가 허투루 흘려 보낼 리 없다. 결제가 마무리되는 즉시 구매액과 구매 품목에 맞는 쿠폰, 이벤트 공지를 휴대전화 팝업으로 제공한다. 전체 결제 내역을 담은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은 물론이다.

#카드·통신업계 경쟁 불붙어

하나SK카드는 애초 금융-통신 간 융합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강태 사장은 설립 초기부터 “카드와 통신이 연계된 상품에 주력하겠다. 모바일 결제 사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3월 ‘터치7’을 시작으로 ‘터치S’ ‘터치1’ 등 SK텔레콤 가입자 상대의 모바일카드를 잇따라 내놓았다.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은 방대한 예비 고객 데이터다. SK텔레콤 가입자 2400여만 명, 멤버십이 연계된 OK캐시백 가입자만 2000여만 명에 이른다. KTB투자증권의 송재경 기업분석팀장은 “하나SK카드 출범으로 모바일카드의 주도권이 카드사업자 독주 체제에서 카드-통신 협조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안의 PC’라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는 것도 순풍에 해당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4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이통 시장의 16~17%에 이른다. 금융감독원의 최재환 정보화전략실장은 “스마트폰 열풍이 전자금융 서비스 전반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현재 모바일카드 결제를 포함한 모바일 은행·증권 거래 건수는 8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보다 121배 급증했다.

#플라스틱 카드 사용 습관이 걸림돌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카드와 일반 3G 휴대전화를 통한 서비스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제나 쿠폰·멤버십 서비스는 양쪽 다 된다. 하지만 여러 회사 모바일카드를 한 단말기에 내려받아 자유로이 쓰는 ‘전자지갑(Smart Wallet)’ 서비스나, 위치기반서비스(LBS)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그 인근 점포에서 쓸 만한 쿠폰을 발송하는 일은 스마트폰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카드의 차세대 서비스는 ‘스마트 지불(Smart payment)’ 시장이다. 모바일카드와 전자지갑, 각종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집약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모바일 커머스’ 확산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갑 없이 스마트폰 한 대로 ‘똑똑한’ 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바야흐로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카드의 미래가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오랜 플라스틱카드 사용 습관과 동글이 보급 부족이 큰 걸림돌이다. 하나SK카드가 모바일카드 대중화를 위해 가맹점을 늘리고 할인 혜택을 추가하는 등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것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다.

◆모바일 커머스(mobile commerce)=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상거래. 각종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집약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와 구매 패턴에 기반한 맞춤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스마트폰으로 상품 바코드를 스캔해 총 구매가격과 할인가격, 인근 매장과의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다. 실제 거실 사진에 가상의 가구 이미지를 덧대 보는 등의 증강현실 서비스도 속속 나온다. KTB증권 측은 "국내 모바일 커머스 시장 규모는 300조원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⑤ E에너지=지능형 전력망

SK텔레콤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시범 사업
전자제품별 전력소모량 체크 … ‘낭비 NO’ 똑똑한 전기 서비스

#장면1. 지난달 16일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20여 분 달려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동성동의 한 2층 농가. 햇빛에 반짝이는 태양광 전지패널이 옥상에 널찍하게 깔려 있었다. 집 안에는 각종 전자제품의 전기 소모량을 실시간 볼 수 있는 ‘스마트 소켓(똑똑한 전기코드)’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국책 프로젝트’ 시범가구의 하나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동성동의 한 농가 옥상. 집주인인 이동일 동성동장이 태양광 전지패널 앞에서 휴대용 정보단말기로 여러가지 시연을 해 보이고 있다.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고, 정보단말기로 집 안의 전자기기를 원격 조작한다. [SK텔레콤 제공]
집주인인 이동일(56) 동성동장은 손바닥만 한 공책 크기의 모바일 단말기 ‘홈디스플레이(IHD)’를 시연해 보였다. 화면에 손가락을 터치하면서 집 안의 전자제품 전력 소모량을 체크해 보더니 아무도 없는 방에 켜진 선풍기와 전등을 원격으로 껐다. 그는 집 외벽에 붙어 있던 ‘스마트 미터(계량기)’를 가리키며 “냉장고 등 몇몇 가전제품이 작동 중인데도 전력 소모량을 알려주는 눈금이 마이너스(-)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태양광 발전량이 집 안에서 쓰는 전력보다 많으면 계측기 눈금이 거꾸로 돌아가게 돼 있다는 것. 옥상에 설치한 3㎾(한 달 평균 30~60㎾h) 발전 규모의 태양광 패널 14개가 한낮의 햇빛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집 안에서 쓰고 남은 것은 인근 전력회사에 판다.

SK텔레콤이 제주도의 김녕·동북·월정리 세 곳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국책 프로젝트’의 시범주택 현장이다. 이 사업을 수행하는 윤석중 SK텔레콤 미주사업본부장은 “지난 5월부터 세 지역의 총 1000여 시범가구에 ‘똑똑한 전기’를 서비스하고, 태양광 발전기·가전제품은 물론 전기자동차까지 시험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시범가구가 되겠다는 신청이 몰리는 바람에 제비뽑기를 할 정도였다.

정부는 올해를 ‘스마트그리드 서비스 원년’으로 선언하고, 4개 민간 컨소시엄과 제주 실증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제주방송·일진전기가 참여하는 SK텔레콤 컨소시엄 이외에 KT·LG전자·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등 모두 4개 컨소기업이다. 지식경제부의 김재섭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장은 “2030년까지 스마트그리드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산 2조여원 등 모두 27조원을 투자해 사업을 일으키면 5만여 개의 일자리와 74조원 규모의 관련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1970년대 이후 미국이 인터넷으로 세계 사이버 시장을 그물처럼 연결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세계 처음으로 전국적인 지능형 전력망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글로벌 ‘E(임베디드IT)-에너지’ 시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IT 입혀 ‘똑똑한 전기’로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쓰는 데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IHD와 같은 정보단말기로 전력 소모량을 확인한 뒤 쓸데없이 돌아가는 전자제품을 끌 수 있다. 또 전기요금을 시간대별로 차등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집 안의 전자제품이 스스로 꺼지거나 충전되도록 한다. 나아가 가정에서 태양광 패널 등 발전설비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 뒤 쓰고 남으면 전력회사에 파는 과정을 IT로 자동 제어·관리한다.



전력회사도 소비자의 전기 사용 패턴을 1년 365일 한눈에 파악해 발전·송전 부문의 비효율을 줄인다. 전력산업과 일상생활에 IT를 입혀서 ‘똑똑한 전기’를 생산·유통·소비시키는 것이다.

#장면2. 제주공항 인근의 SK텔레콤 제주지사 3층의 ‘네트워크운영센터(NOC)’. 전기를 똑똑하게 만들고 이를 하루 24시간 원격 관리해 준다. 이곳의 중대형 컴퓨터와 첨단 통신제어시스템, 대형 액정모니터가 시범가구들의 전력 소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갑자기 전력 소모가 급증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이는 시범주택이 나오자 직원이 집주인에게 연락하면서 원격으로 그 원인을 찾고 있었다. 시범가구들의 전력 소모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려는 것이다. 곽승현 SK텔레콤 매니저는 “가정마다 전력 시스템의 문제점을 따져보고, 어떤 시간대에 전기를 쓰는 것이 좋은지 자문한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시범가구들을 보면 일반 가정보다 전기를 덜 쓴다. 집 안 전기 소모량보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 거꾸로 한국전력에 전기를 팔아 돈을 받는 가구도 있다.

전력을 친환경 신성장엔진으로

#장면3. 제주공항에서 1131번 도로를 타고 남쪽 한라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가 나온다. 건물 입구엔 넉 대의 전기자동차와 충전설비가 있다. 도심형 저속 전기차인 CT&T ‘e-존(ZONE)’ 두 대와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을 개조한 전기차 두 대다. 전기차의 엔진인 배터리는 SK에너지가 개발하고, 전력제어시스템은 SK텔레콤이 운영한다. SK에너지의 안규찬 스마트그리드팀 부장이 충전설비의 액정화면에 인증카드를 대자 이용자와 전기차 정보가 떴다. 전기코드처럼 생긴 집 안의 전력케이블을 충전설비에서 꺼내 전기차에 연결하자 계기판의 충전 눈금이 돌아갔다. 그는 “이달부터 김녕리 등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충전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차를 운영한다. 밤에 충전 플러그를 꽂아 놓으면 100㎞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똑똑한 전기는 친환경 녹색산업에도 부응한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30년 전국에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할 경우 원유 약 3억 배럴(47조원어치)을 덜 수입하고, 발전소 건설비용 3조2000억원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억여t 줄일 수 있다. 똑똑한 전기는 전력회사뿐 아니라 전자·자동차·화학 등 관련 업계에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올해 897억 달러에서 2014년 171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홈디스플레이(IHD·In Home Display)=가정 내 전자기기들의 전력 소모량을 원격 점검·조작하는 개인정보단말기. 가전제품의 실시간 전력 사용은 물론 전기자동차의 충전 상황과 태양광 발전량, 전기요금 고지서 등이 표시된다.
 
⑥ E팩토리=대규모 제조

양 손에 스마트폰·계측기 … 3시간 걸리던 설비점검 1시간에 ‘뚝딱’

#장면1. 지난 5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길이 600m, 폭 400m의 제2 CGL(Continuous Galvanizing Line·연속아연도금라인) 공장으로 들어서자 귀가 멍할 정도의 소음이 엄습했다. 자동차용 고급 강판을 하루 24시간 뽑아내는 이곳에서 만난 도금부 소속 김도현(42) 수퍼바이저는 한 손에는 스마트폰 ‘갤럭시S’를, 다른 손에는 ‘크래들(Cradle)’이라는 계측기를 들고 있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4고로에서 최철희 팀장(왼쪽)·이재홍 차장이 스마트폰·크래들을 활용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설비에 붙어있는 전파인식(RFID) 태그와 연동, 정비사항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 제공]
그를 따라 공장 내 철제 계단을 올라가자 강판을 일정한 길이로 잘라내는 절단기가 눈에 들어왔다. ‘웅~웅’ 소리를 내는 절단기 앞에서 갤럭시S 메인 화면의 ‘설비 점검’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곧바로 화면 맨 위에 ‘점검 메뉴’가 뜨고 여기서 ‘Route Download(점검 경로 내려받기)’라는 곳을 터치하자 점검 계획이 나타났다. 그는 “하루에 50∼70가지 항목을 점검하는데, 각 항목을 차례로 누르면 과거의 점검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스마트폰에 절단기 점검 내용을 입력해 나갔다. 절단기 온도가 적정한지 체크하는 과정이 이색적이었다.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된 크래들을 절단기의 전자태그칩에 가까이 가져가자 온도가 자동 입력됐다. 김씨는 “수작업으로 하루 세 시간 정도 걸리던 점검 시간이 한 시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안전과 효율=포스코에선 스마트폰과 크래들을 활용한 ‘스마트워크’가 업무 시스템의 기본이 됐다. 2005년 도입한 ‘개인휴대단말기(PDA) 시스템’을 진화시킨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만 해도 직원들은 다른 회사처럼 통신기능이 없는 손바닥만 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들고 다녔다. 현장에서 데이터를 입력하고 사무실로 가져와 이 수치를 컴퓨터에 다시 입력해야 했다. 포스코는 3월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운용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SK텔레콤의 3G(3세대) 이동통신망에 연결되는 갤럭시S를 8월 중순 경북 포항제철소에, 지난달 초 광양제철소에 지급했다. 두 제철소 1만6500여 명의 임직원 모두 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이 업무 혁신은 ▶작업자 안전과 점검 시간 단축을 도모하고 ▶부서 간 중복 업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크래들을 이용하면서 직원들은 장비의 고장 여부나 과거 이력을 현장에서 확인해 이를 메인컴퓨터에 바로 전송할 수 있다. 또 크래들을 각 장비에 붙어 있는 전파인식(RFID) 태그에 가까이에 갖다 대면 장비의 상태를 알려주는 데이터가 자동 입력되도록 했다. 크래들은 이들 입력 정보를 블루투스(무선통신) 기능으로 스마트폰에 전송하고, 작업자는 이를 다시 3G 통신망으로 메인 컴퓨터에 보낸다. 최철희 스마트웍스팀장은 “온도 측정과 기기 식별 등 간단한 기능 위주로 크래들에 탑재했는데, 앞으로 가스·진동 감지 같은 점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기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직원들은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직접 정비 신청을 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 13만5000건, 광양제철소에 11만5000건 등 총 25만 건의 점검사항을 이런 시스템으로 가능하도록 바꿔놨다.

#장면2. 광양제철소 부지 중앙에 위치한 중앙관제소. 건물 4층에 들어서자 직원 40여 명이 20여 대의 모니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모니터에서는 쇳물이 나오는 고로 등 공장 주요 작업장의 모습이 비춰졌다. 통합모니터링센터(IMC)로 불리는 이곳엔 또 하나의 정보기술(IT) 융합 노력으로서 포스코가 자랑하는 ‘설비상태 해석 시스템’ 서버가 있다. 이재홍 스마트웍스팀 차장은 “사람으로 치면 진단이나 수술을 받았는지, 처방대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는지를 쉽사리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PC·넷북·스마트폰 등 포스코의 사내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이런 설비 정보를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다.



◆포스코3.0 시대=포스코의 스마트워크 시스템 구축은 지난해 3월 정준양 회장 취임 후 ‘포스코3.0’을 선언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그는 “스마트폰을 도입하는 등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진정한 도약이 가능하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SK텔레콤과 정보통신 계열사 포스코ICT와 함께 크래들을 활용한 설비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포스코 3.0은 시간·공간·조직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사무 분야에선 지시·보고·회의·출장 등을 위한 공간 이동을 줄여 21%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박문수 정보서비스그룹장은 “시간으로 환산하면 직원 한 명이 하루 1시간7분을 절약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기술발전 단계에서 ‘1.0’이 철강 생산에 주력하는 것이라면, ‘2.0’은 에너지 등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단계, ‘3.0’은 IT를 접목한 고유 기술의 보유 단계”라고 설명했다. 3.0 시대를 여는 핵심을 스마트워크를 통한 업무 방식 변화로 본 것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것 이외에도 설비기기에 부착된 RFID 태그를 생산 제품에도 붙여 입·출고를 자동 검수할 계획이다. 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화물차의 위치를 추적하는 ‘실시간 구내 운송 차량 관제체제’를 구축해 공차(空車) 비율을 48%에서 38%로 줄일 방침이다.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이런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철강 제품 생산량 기준으론 세계 4위지만 IT를 활용한 생산·운영 방식 면에서는 최대 생산업체인 아르셀로미탈 등을 제치고 가장 앞섰다고 평가받았다. 지식경제부 이승우 철강산업과장은 “철강·유연탄 같은 원재료 수급에까지 스마트워크 시스템이 도입되면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크래들(Cradle)=포스코가 상반기에 자체 개발한 설비점검용 도구. 무선 전파인식(RFID) 태그 리더기와 정밀 온도계, 플래시 기능 등이 내장됐다.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전파인식)=생산~판매 전 과정을 초소형칩(IC칩)에 담아 무선 원격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


기획·제조·고객관리까지 … IT융합 세계 최고 수준
전문가가 본 포스코


제철소와 같은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들은 단위 기계(설비), 단위 공정, 공정 간 연계와 통합, 그리고 팩토리와 전체 공정 등의 순서로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확산시키고 있다. 수치제어(numeric controls)와 자동화를 넘어 생산과 관련한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면서 공정을 최적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것 같다. 이 회사가 해온 IT융합 노력은 단위 작업이나 설비의 자동화를 넘어 단위 공정 내의 통합으로까지 발전했다.

FMS(유연생산시스템)나 CIM(컴퓨터 통합생산) 등이 그것이다. 포스코의 ‘E팩토리’ 구축 노력은 단위 공정 간 연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획·설계-제조 공정-고객 관리의 전 과정, 즉 가치사슬 전반을 통합하는 것이다. 특히 고객과 제품 생애의 관리를 생산공정과 연계해 글로벌 경쟁력을 도출한다.

E팩토리의 진화된 모습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의 혁신으로 기업의 모바일 가치를 극대화하는 ‘엔터프라이즈 모빌리티(enterprise mobility)’다. 기업의 스마트워크 도입 등과 관련한 이른바 ‘엔터프라이즈 3.0’이다. 특히 기업들이 스마트폰과 무선 전파인식(RFID) 등을 활용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공정을 통제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포스코의 모바일 E팩토리 구축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막강한 생산능력에 맞설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⑦ E헬스=원격 의료

서울서 두바이 화상 연결 … 현지 환자 실시간 내시경 진단

서울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화상 회의실. 이곳 의사 둘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삼성메디컬센터에 파견된 의사와 현지 여성환자 소화기질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화면 왼쪽에 이 여성의 내시경 사진을 띄워놓고, 두바이 쪽에 이것저것 질문하며 진단을 해 나갔다. 음성과 동영상 정보는 3초 정도의 시차로 서울~중동을 오갔지만 대화에 큰 불편은 없었다. 진료에 필요한 X선 사진이나 내시경 화상을 다양한 각도로 올릴 수 있어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었다. 통신망이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해 소통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서울 강남 삼성서울병원의 최봉준 교수(가운데)와 단현경 교수(오른쪽)가 화면을 통해 중동 두바이에 있는 환자를 현지 김형진 교수와 함께 협진(協診)하고 있다. 원격 화상회의 시스템 등 정보기술(IT)은 ‘스마트 의료’의 엔진 노릇을 톡톡히 한다. [삼성의료원 제공]
정보기술(IT)의 도움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스마트 의료환경이 무르익고 있다. 아무리 먼 곳의 환자라도 간단한 화상회의 장치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원격진료가 가능해졌다. 국내 의료법상 원격진료는 아직 적법 의료행위로 충분히 대접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격진료 인프라는 미래를 대비해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원격의료에서 앞선 축에 드는 삼성서울병원에 가 보면 ‘임베디드 IT’ 기기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1층 로비 등 30곳에는 스마트폰에 접속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Wi-Fi·근거리 무선랜) 중계기를 설치했다. 조만간 36곳에 더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달 초에는 5000여 명 전 임직원에게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를 나눠줬다. 병원 곳곳에서 흰 가운 의사들이 스마트폰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진료를 받는 ‘유비쿼터스(U)-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첫 단추에 해당한다. 우선 유·무선이 통합돼 자리를 비워도 스마트폰으로 곧바로 연결된다.

삼성서울병원은 SK텔레콤과 함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용과 내부직원용 크게 두 가지다. 환자용은 병원 이용안내 앱이 중심이 된다. 가령 ▶진료예약 ▶건강검진 예약 ▶약처방 조회 ▶약물정보 등 환자가 자주 맞닥뜨리는 예약과 조회 기능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다. 또 암 환자가 몸을 스스로 추스르는 요령과 치료 일정 등이 담긴 암환자 내비게이션용 수첩을 개발하고 있다. 최연호(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위치정보를 제공한 외래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환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기능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경우 주변 커피숍이나 산책로 등을 알려준다.

내부직원용 앱에는 환자의 체온과 맥박 등 생체 신호는 물론 주사 및 투약내용, 투약시간, 환자와 관련된 의무기록, 환자정보, 과거 병력 등이 들어간다. 의사와 간호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환자의 전자차트를 훑어볼 수 있다. 이 앱은 다음 달부터 현장에서 활용된다.

삼성서울병원 모바일 병원 시스템을 총괄하는 박승우 정보전략팀장은 “자체 랜 망으로 소규모 모바일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은 있었지만, 무선망으로 전체적인 모바일 병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료원의 곽연식(의료정보학과) 교수는 “자택 치료를 하는 만성질환자의 몸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는 임베디드 센서 등이 병원 시스템과 연결되면 혈당수치나 혈압이 정상수치를 벗어날 경우 담당 의사의 스마트폰에 관련 정보가 들어온다. 환자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U헬스케어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사소한 일로 병원을 찾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의사들은 그만큼 위급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달 1일부터는 경남 창원의 삼성병원과 전자의무기록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창원 삼성병원을 다니던 환자가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기려면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초음파 사진 등을 스스로 옮겨야 했지만, 앞으로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앞으로 서울 강북삼성병원과도 영상기록을 공유할 계획이다.

삼성의료원의 임효근 기획조정처장은 “이런 시스템이 전국으로 퍼지면 MRI 영상 등을 원격지에서 판독해주는 서비스가 활성화할 전망”이라 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병원 부지 옆에 ‘삼성국제진료센터’를 2015년 신축할 계획이다. 이 센터에는 외국인 전용 진료시설과 비뇨기과·안과·성형외과·피부과·건강검진센터·골관절센터 등이 들어선다. 첨단 의료 서비스 인프라를 갖춰 ‘스마트 병원’의 위상을 갖게 된다. 입원 병실에는 ‘미디어 월(Wall)’이라 불리는 스마트TV를 설치해 의료진이 회진할 때 환자 본인의 차트·검사영상·검사수치 등이 화면에 뜬다. 이를 환자와 함께 보며 설명하는 화상 시스템을 전 병실에 구축한다. 교수가 외출이나 출장 등으로 회진하기 힘들면 원격 화상TV 시스템으로 전환해 화상 회진이 가능하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헬스케어=보건의료 산업에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사용자가 휴대용 도구 등을 이용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서나’라는 뜻으로 시간·공간 제약 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는 개념.
 
⑧ E러닝=원격 교육

E러닝 선두주자 ‘크레듀’
졸리는 직무교육은 끝 … ‘모바일 연수원’서 게임하듯 즐긴다

크레듀 직원 이새롬 씨가 KT의 미디어 태블릿 ‘아이덴티티탭’으로 ‘크레듀 모바일 러닝’ 애플리케이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제공=크레듀]

지난 12, 13일 이틀간 경기도 용인의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는 ‘2010 삼성 HR 콘퍼런스’가 열렸다. 삼성의 국내외 관계사 인사담당 임직원 1400여 명이 모여 인적자원(HR) 관리의 새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행사장 밖에는 기업 직무교육 관련 업체들의 홍보 부스가 마련됐다. e러닝 전문업체 크레듀도 그중 하나였다. 스마트폰, e북 단말기, 미디어 태블릿 등 디지털 모바일 기기에 내려받아 쓸 수 있는 ‘크레듀 모바일 러닝’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언제 어디서나 맞춤학습=제품 설명을 맡은 노성우 마케팅팀장 앞엔 갤럭시S 스마트폰과 ‘갤럭시탭’ 미디어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 두 기기에 저장된 모바일 러닝 앱을 구동해 봤다. 삼성 로고가 선명한 초기 화면이 나타났다. “구성과 교육내용, 디자인까지 고객 회사의 기호에 맞춰 앱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공부하고 질문도 던질 수 있는 ‘맞춤형 모바일 연수원’이라는 이야기다. 이어 ‘마이 데스크(my desk)’ 화면으로 이동했다. 개인별 수강 내역, 과목별 진도와 취득 점수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PC로 학습하던 내용을 모바일 기기로 이어 공부할 수도 있다. 외국어 말하기 시험인 ‘OPIc’을 앱상에서 신청·결제하는 과정도 시연했다. 관람객들은 위치기반서비스(LBS)를 활용해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시험장을 찾는 방식에 흥미를 보였다. 곁에 두었던 MBA 학습 교재 표지의 QR코드(2차원 바코드)에 두 기기를 가까이 댔다. 스캔이 이뤄지는 동시에 기기들 화면에 해당 교재에 대한 학습 동영상이 떴다. 탄성을 내는 관람객도 있었다. 이들은 일방적 동영상 강의 중심의 e러닝이 양방향·융합·개인화를 특징으로 하는 ‘스마트 러닝’ 시대로 전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었다. 배경에는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이 자리 잡고 있다.

 ◆CD롬, 동영상 넘어 앱으로=삼성 계열 e러닝 업체인 크레듀는 국내 직무교육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640억원 매출의 90%를 이 분야에서 거뒀다. 산업계는 사회 각 영역 중 변화 흡수가 가장 빠르다. 필요한 교육의 종류와 내용이 중·고교에 비할 바 없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정보통신기술(ICT) 활용이 필수다. 또 직장인들은 출퇴근 때 외엔 공부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만큼 바쁘다. 크레듀가 일찌감치 모바일 기기를 통한 스마트 러닝 분야에 공을 들인 이유다. 크레듀의 배재근 대표는 “인터넷 접속 통로가 PC에서 스마트 모바일 기기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임직원의 15%를 ICT 연구인력으로 채워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듀 외에도 앱 형태의 e러닝 솔루션을 내놓은 회사가 꽤 있다. 하지만 PC에서 보는 동영상 강좌를 재구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 회사 모바일러닝 앱을 개발한 임기석 팀장은 “흔히 스마트 러닝을 e러닝의 보완 서비스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 조만간 스마트러닝에 딱 들어맞는 교육 콘텐트가 대거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BS를 활용해 학습자의 현재 위치가 공항이면 이에 알맞은 회화 학습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 이미지 위에 가상 정보를 얹어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굴착기 등 중장비 조작법을 익힐 수도 있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한 강사와 학습자 간 직접 소통도 가능하다.

 ◆롤플레잉 게임 뺨치는 재미=크레듀의 첨단 교육 솔루션 중에는 ‘크레듀 매니지먼트 게임(CMG)’이라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도 있다. 1~10명으로 구성된 한 팀이 역할을 나눠 각각의 결정 사항을 자신의 PC에 입력하면 매출·순익 등 구체적인 결과로 도출된다. 팀 내 역할에 대한 평가는 물론, 다른 팀과의 비교·경쟁도 가능하다. 이 게임을 개발한 김미정 팀장은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모 그룹 신입사원 교육에 이 프로그램을 적용했는데 참가자의 97%가 ‘롤 플레잉 게임처럼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원격 참여가 가능하다. 배재근 대표는 “머지않아 어학 말하기 시험도 사람이 직접 듣고 채점하는 것이 아니라, 음성 인식 프로그램으로 평가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러닝(Smart learning)=스마트폰, 미디어 태블릿, e북 단말기 등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학습 콘텐트와 솔루션을 통칭한다. 인터넷 접속은 물론 위치기반서비스·증강현실 등 다양한 기술 적용이 가능한 스마트 기기의 장점을 활용해 기존 e러닝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디어 태블릿(Media tablet)=애플 아이패드, 삼성 갤럭시탭처럼 대개 7~12인치의 컬러 화면을 제공하는 태블릿 형태의 디지털 기기. PC 운영체제(OS)가 아닌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등 별도의 모바일 OS를 기반으로 한다. 스마트폰과 동일한 OS를 쓰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공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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