鈍銘千字

고사성어_06

醉月 2009. 6. 9. 09:30

含沙射影(함사사영)
  含(머금을 함) 沙(모래 사) 射(활 쏠 사) 影(그림자 영)
 
  동한(東漢)시대 서기 100년경에 허신(許愼)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훼부( 部)에는 전설 중의 괴물을 뜻하는  역(或 ) 이라는 글자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역 이라는 괴물은 자라의 모습인데 다리는 셋 뿐이고, 입김을 쏘아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청대(淸代)의 왕균(王筠)이라는 학자는 이 (或 )  자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일명 사공(射工), 사영(射影), 축영(祝影)이라 한다. 등은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고 머리에는 뿔이 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다.

눈은 없으나 귀는 매우 밝다.
입안에는 활과 같은 것이 가로로 걸쳐 있는데,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숨기운을 화살처럼 뿜는다.

물이나 모래를 머금어 사람에게 쏘는데(含沙射人),

이것을 맞으면 곧 종기가 나게 되며(中卽發瘡),

그림자에 맞은 사람도 병이 나게 된다(中影者亦病). 

含沙射影(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쏘다) 이란  암암리에 사람을 해치는 것 을 비유한 말이다.

이는 떳떳치 못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兵不厭詐(병불염사)
  兵(군사 병) 不(아닐 불) 厭(싫을 염) 詐(속일 사)
 
  한비자(韓非子) 난일(難一)에는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초(楚)나라와 전쟁을 하고자 구범(舅犯)에게 견해를 묻는 대목이 기록되어 있다.
   초나라는 수가 많고 우리는 적으니, 이 일을 성취하려면 어찌해야 되겠는가?
라는 진 문공의 물음에 구범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제가 듣건대, 번다한 예의를 지키는 군자는 충성과 신의를 꺼리지 않지만,

전쟁에 임해서는 속임수를 꺼리지 않는다고 합니다(戰陣之間, 不厭詐僞). 그러니 적을 속이는 술책을 써야 할 것입니다.
  진 문공은 구범의 계책에 따라, 초나라의 가장 약한 우익(右翼)을 선택하였다.
우세한 병력을 집중하여 신속하게 그곳을 공격함과 동시에 주력부대는 후퇴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초나라 군대의 좌익(左翼)을 유인해냈다. 진 문공은 곧 좌우에서 협공하여 초나라 군대를 쳐부술 수 있었다.
  조조(曹操)도 삼국연의(三國演義) 23회에서  兵不厭詐 라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兵不厭詐 는  군불염사(軍不厭詐) 라고도 하는데, 이는  전쟁에서는 모든 방법으로 적군을 속여야 함 을 말한다.

대전(大戰)과 대선(大選)에는  兵不厭詐 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掩耳盜鈴(엄이도령)
  掩(가릴 엄) 耳(귀 이) 盜(훔칠 도) 鈴(방울 령)
 
  여씨춘추(呂氏春秋) 자지(自知)편에는 귀를 막고 종을 훔치던 한 사나이의 비유가 실려 있다.
  춘추시대 말엽, 진(晉)나라에서는 권력을 둘러싼 귀족들의 격렬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마침내 대표적인 신흥 세력이었던 조간자(趙簡子)가 구세력의 핵심인 범길사(范吉射)의 가족을 멸하였는데,

그의 가족중 살아 남은 자들은 모두 진나라를 탈출하였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이미 몰락해 버린 범길사의 집에 들어와서는 대문에 걸려있는 큰 종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 종을 훔쳐가려고 생각했으나 혼자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종을 조각내어 가져가려고 망치로 종을 내리친 순간, 

꽝 하는 큰 소리가 났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소리를 들을까 무서워 얼른 자기의 귀를 틀어 막았다.

그는 자기의 귀를 막으면 자기에게도 안들리고 다른 사람들도 듣지 못하리라 여겼던 것이다.
   掩耳盜鈴(귀 막고 방울 도둑질 하기) 은  掩耳偸鈴(엄이투령)   掩耳盜鐘(엄이도종) 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어리석은 자가 자신의 양심을 속임 을 비유한 말이다.
  
  望梅解渴(망매해갈)
  望(바랄 망) 梅(매화나무 매) 解(풀 해) 渴(목마를 갈)
 
  세설신어(世說新語) 가휼(假譎)편에는 조조(曹操)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위(魏)나라 문제(文帝)의 일화가 실려 있다.
  동한(東漢) 말엽에, 조조는 군대를 통솔하여 장수(張繡)를 정벌하러 나섰다.

행군 도중 날씨가 너무 더워 병사들은 지치고 심한 갈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마실 물을 찾지 못해 진군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조는 한참 생각하다가 묘책이 떠올랐는지 병사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외쳤다.
 조금나 더 가면 앞에 큰 매화나무 숲이 있다(前有大梅林). 열매도 많이 달려 있는데, 그 맛은 달고도 새콤하다.

이제 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可以解渴).   병사들은 매화가 있다는 말에 입안에 곧 침이 돌았다.

모두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전진하였는데, 얼마가지 않아 물이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望梅解渴(매실을 생각하며 갈증을 풀다) 은  望梅止渴(망매지갈)   梅林解渴(매림해갈) 이라고도 한다.

이는  공상으로 잠시 동안의 평안과 위안을 얻는 것 을 비유한 말이다.

이제 매실(梅實) 같은  개혁 이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各自爲政(각자위정)
  各(각각 각) 自(스스로 자) 爲(할 위) 政(정사 정)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2년조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송(宋)나라와 정(鄭)나라가 전투를 하게 되었다.

송나라의 대장인 화원(華元)은 장병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하여 특별히 양고기를 지급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마부인 양짐(羊斟)이라는 사람에게만 주지 않았다. 양짐은 이 일로 화원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다음 날 접전이 시작되자, 화원은 마차 위에서 양짐에게 마차를 오른쪽으로 돌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양짐은 반대 방향으로 마차를 몰았다.  어디로 가는 거냐? 라는 화원의 호령에 양짐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어제의 양고기는 당신의 뜻이고, 오늘의 이 일은 나의 생각이오(疇昔之羊子爲政, 今日之事我爲政).
  결국 화원은 곧 정나라 군사들에게 생포되었고, 대장이 없어진 송나라 군대는 정나라에게 크게 패하였다.
   各自爲政 이란  각자가 자기의 주장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 을 비유한 말이며,

동시에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의 조화와 협력을 교훈으로 제시하고 있다.
  
  
  門前雀羅(문전작라)
  門(문 문) 前(앞 전) 雀(참새 작) 羅(새그물 라)
 
  사기(史記) 급정열전(汲鄭列傳)에는 한(漢)나라 때의 현신(賢臣)인 급암(汲 )과 정당시(鄭當時)의 일화가 실려 있는데,

사마천(司馬遷)은 이 편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 두었다.
   급암이나 정당시 같은 어진 이들도 세력이 있으면 빈객(賓客)이 10배로 늘어나고, 세력이 없어 지면 빈객들은 흩어져 같다.

그러니 보통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규(下 ) 사람 적공(翟公)에게 이러한 일이 있었다.

적공이 처음 정위(廷尉)라는 관직에 오르자 빈객들이 그의 집에 가득하였다.

그러나 그가 관직에서 물러나자 찾아 오는 빈객들이 없어 대문에다 참새 잡는 그물을 쳐도 될 지경이 되었다(門外可設雀羅).

후에 적공이 다시 관직에 오르게 되자 빈객들이 또다시 밀려 들었다.
   門前雀羅 란  문 앞의 참새 그물 이라는 뜻으로  門可雀羅(문가작라) 라고도 한다.

이는  문밖에 새그물을 쳐도 될 만큼 찾아 오던 이들의 발길이 끊어짐 을 비유한 말이다.

부(富)와 권세(權勢)를 누리며  문전성시(門前成市) 를 바라보다가 몰락한 두 전직 대통령에게는 훨씬 더 큰 참새 그물이 필요할 것이다.
  
  
  壽則多辱(수즉다욕)
  壽(목숨 수) 則(곧 즉) 多(많을 다) 辱(욕되게 할 욕)
 
  장자(莊子) 천지(天地)편에는 요(堯) 임금이 화(華)라는 고장을 여행했을 때의 일이 실려 있다.
  요 임금이 화(華)라는 고장에 이르자 그곳의 관원이 다음가 같이 말했다.  아, 성인(聖人)이시군요. 성인께서 장수하시도록 축복해주소서.  이에 요 임금은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다시 그 관원이  부자가 되시도록 해주소서. 라고 말하자,

요임금은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관원은 다시  많은 아들을 두소서. 라고 말했다.

요임금은 이 말에도  그것도 사양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관원이 사양하는 이유를 묻자, 요임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들이 많아지면 걱정이 많아지고, 부자가 되면 귀찮은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된 일이 많아집니다(壽則多辱).

이 세가지는 덕을 기르기 위한 것이 못됩니다.
그래서 저는 사양하는 것입니다.
   壽則多辱 이란 나이 먹고 오래 살면 그만큼 좋지 않은 일도 많이 겪게 된다는 말이다.

얼마전 치매 노인을 택시 회사에 방치한 일이 보도되었다. 곱게 늙는 것은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다.
  
  
  歸馬放牛(귀마방우)
  歸(돌려 보낼 귀) 馬(말 마) 放(놓을 방) 牛(소 우)
 
  상서(尙書) 무성(武成)편은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상(商)나라의 주임금을 쳐부수고 나라를 잘 다스리게 된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임금은 아침에 주(周)나라로부터 출발하여 상(商)나라를 치러 갔었다.

그 네쨋달 초사흗날 왕은 상나라로부터 와서 풍(豊)에 이르러 무력(武力)을 거두고 문교(文敎)를 닦아,

말은 화산의 남쪽 기슭으로 돌려 보내고 소는 도림의 들에 풀어놓아(歸馬于華山之陽, 放牛于桃林之野),

천하에 다시 쓰지 않을 것을 보이었다.
   歸馬 는 군용(軍用)으로 쓰던 말을 산으로 돌려보내어 놓아 주었음을 뜻한다.
 歸馬放牛 란 곧 전쟁에 사용할 말과 소를 숲이나 들로 돌려 보내어 다시 쟁기나 수레를 끌게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이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음 을 말한다.
  어떤 학자는 남북이 통일되면, 남북한 군사력의 70%정도가 감소되리라고 하였다.

그때가 되면 정말 탱크와 장갑차는 논밭을 갈고, 군함은 원양 어업에 닻을 올리며,

전투기는 총알 택시처럼 한라에서 백두까지 날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紙上兵談(지상병담)
  紙(종이 지) 上(위 상) 兵(군사 병) 談(말씀 담)
 
  사기(史記) 염파 인상여열전(廉頗藺相如列傳)에는 허울좋은 한 장군의 이야기가실려 있다.

전국(戰國)시대 조(趙)나라에 조사(趙奢)와 염파(廉頗)라는 명장이 있었는데, 이들은 진(秦)나라의 침공을 수차례 격퇴하였다.

당시 진나라의 대장이었던 백기(白起)는 염파의 지략(智略)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조나라에 거짓 정보를 흘렸다.

조나라 왕은 결국 염파를 대신하여 조사의 아들인 조괄(趙括)을 장군으로 임명하였다.
  조괄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병법을 공부하였지만 실전(實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장군의 직에 임용되지 않기를 원하였으나 조나라 왕은 끝내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여 전투에 내보냈다.
  진나라 장군 백기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나라 군대를 유인하여 공격하였다.

이 전투에서 조괄은 진나라 군사의 화살에 죽고 수십만의 조나라 군사들은 항복했다가 모두 생매장 당하였다.
   紙上兵談(Mere paper talk) 이란  실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공론(空論) 을 비유한 말이며, 

탁상공론(卓上空論:an armchair argument) 이라는 말과 같은 표현이다.
  
  肝膽楚越(간담초월)
  肝(간 간) 膽(쓸개 담) 楚(나라이름 초) 越(나라이름 월)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는  중니가 말하길 뜻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간과 쓸개도 초나라와 월나라 같으며(肝膽楚越也),

뜻이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물도 모두 하나이다 라는 대목이 있다.

또한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유협(劉 )이 지은 문심조룡(文心雕龍) 비흥(比興)편에는  물체가 비록 멀리 떨어져 있다 할지라도 합치고 보면 간과 쓸개처럼 가까운 사이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간담(肝膽) 이란 본시 관계가 매우 가까운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 숙진편( 眞篇)에서는  肝膽胡越(간담호월) 이라 하였는데,  肝膽楚越 과 같은 표현이다.

이는  간과 쓸개의 거리가 초나라와 월나라의 관계처럼 멀다 라는 뜻이며, 

비록 거리상으로는 서로 가까이 있지만 마치 매우 멀리 있는 것 같이 보이는 경우 를 비유한 것이다.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도 입장에 따라서는 멀어 질 수도 있고, 또 서로 다른 관계가 있는 것일지라도 형편에 따라서는 가까워질 수 있다.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크고 작은 용(龍)들은 서로  肝膽 처럼 가깝기도 하고  楚越 처럼 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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