鈍銘千字

고사성어_05

醉月 2009. 6. 3. 14:35

  匹夫之勇(필부지용)
  匹(필 필) 夫(지아비 부) 之(-의 지) 勇(날쌜 용)
 
  맹자(孟子) 양혜왕하(梁惠王下)편에는 춘추시대 제(齊)나라 선왕(宣王)과 맹자가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꿈꾸는 선왕은 왕도정치를 설명하는 맹자에게 이웃 나라들과 사귀는 방법이 있겠는가를 물었다.

맹자는 인(仁)과 지(智)에 의한 교류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선왕은 맹자의 말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에게는 한 가지 결점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용기를 좋아 한다는 것이요 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맹자는 선왕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왕께서는 작은 용기를 갖지 마십시오. 칼자루을 어루만지며 노려보면서  네가 감히 나를 당해내겠느냐? 라고 하신다면,

이는 필부의 용기입니다(此匹夫之勇). 그것은 겨우 한 사람만을 대적할 수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청컨대 왕께서는 제발 큰 용기를 가지십시오.
   匹夫之勇 이란  사려분별 없이 혈기만 믿고 날뛰는 소인들의 경솔한 용기 를 말한다.

얼마전 고층빌딩에서 돈을 뿌렸던 한 노동자의 행동을 두고  匹夫之勇 이니  호연지기(浩然之氣) 이니 하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匹夫之勇 으로 즉각 반응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은 지금껏 침묵하고 있다.
  
  蒲柳之姿(포류지자)
  蒲(부들 포) 柳(버들 류) 之(-의 지) 姿(맵시 자)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편에는 진(晉)나라 간문제(簡問帝)였던 사마욱(司馬昱)과 유명한 화가인 고개지의 부친이자 후에 상서좌승(尙書左丞)의 관직을 지내게 될 고열(顧悅) 사이의 대화가 실려 있다.
  고열은 간문제와 같은 30대의 나이였지만 머리가 먼저 희어졌다.

간문제가 이를 의아하게 여겨  경은 어찌하여 나보다 먼저 머리가 희어졌는가? 라고 물었다.

고열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임금님은 송백(松柏)과 같아서 설상(雪霜)을 겪으면서도 더욱 무성해지지만,

저는 물버들과 같아 가을이 되면 곧 잎이 지게 되는 것입니다(蒲柳之姿, 望秋而落).
  고열은 사람됨이 성실하고 신의가 있었으며, 지나치게 공무에만 몰두하여 침식(寢食)을 소흘히 하였던 까닭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蒲柳 란  물가에서 자라는 버들 을 가리키며  수양(水楊)   포양(蒲楊) 이라고도 한다. 

蒲柳之姿 는  蒲柳之質(포류지질) 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蒲柳 의 잎이 일찍 떨어지듯  일찍 노쇠(老衰)하는 체질  또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  등을 비유한 말이다. 빈둥거리며 살찌는 사람보다는 아직은 열심히 일하는 고열같은 이들이 많아 정말 다행스럽다.
  
  似而非(사이비)
  似(같을 사) 而(말 이을 이) 非(아닐 비)
 
  맹자(孟子) 진심장하(盡心章下)편에는 스승 맹자(孟子)와 제자인 만장(萬章)의 문답이 기록되어 있다.

만장이  온 고을이 다 그를 향원(鄕原)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가나 향원일 터인데 공자께서 덕(德)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
슨 까닭입니까? 라고 물었다.
  이에 맹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의 싹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망령됨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정의를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말 많은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믿음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보라색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 색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향원(세속에 따라 야합라는 위선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덕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다 라고 하셨다 .
   似而非 란  사시이비(似是而非) 에서 나온 말이며,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似而非 는 큰 해악(害惡)이다. 하지만  似而非 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은 더 큰 해악이다.
  
  季札掛劍(계찰괘검)
  季(끝 계) 札(패 찰) 掛(걸 괘) 劍(칼 검)
 
  사기(史記) 오태백세가(吳太伯世家)에는 오(吳)나라 왕 수몽(壽夢)의 아들인 계찰(季札)의 일화가 실려 있다.
  계찰은 처음 사신으로 떠났을 때 오나라의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서(徐)나라의 군주를 알현하게 되었다.

서나라의 군주는 계찰의 보검(寶劍)이 마음에 들었으나 감히 입 밖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계찰은 속으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지만,
사신의 자격으로 중원(中原)의 각 나라를 돌아다녀야 하였기 때문에 검을 그에게 주지 않았다.

돌아 오는 길에 서나라에 도착해보니 서나라의 군주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이에 계찰은 자신의 보검을 풀어 무덤가의 나무에 걸어놓고 떠났다. 수행원이 그 이유를 묻자 계찰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나는 처음부터 이미 마음속으로 이 칼을 그에게 주려고 결심하였는데, 그가 죽었다고 해서 어찌 나의 뜻을 바꿀 수 있겠는가?
  훗날 계찰은 자신에게 맡겨진 왕위(王位)마저 사양한다.  季札掛劍(季札이 검을 걸어놓다) 이란  신의(信義)를 중히 여김 을 비유한 말이다. 대권(大權)주자 가운데에 계찰 같은 이가 한 사람만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欲速不達(욕속부달)
  欲(하고자 할 욕) 速(빠를 속) 不(아닐 불) 達(다다를 달)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거보( 父)라는 고을의 지방관이 되어 공자를 찾아와서 정치에 관하여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 빨리 하려고 들면 일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돌보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欲速 이란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며, 

欲速不達 이란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말에는  급할수록 천천히 라는 표현이 있고, 영어에는  Haste makes waste. 나  More haste, less speed. 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의 조급한 심리를 경계한 표현들이다.
  얼마전 고속 전철을 달릴 TGV열차가 차고에서 세월을 보내야 할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

총알 같은 TGV를 좀더 일찍 굴려 보려는 성급한 마음에 철길 만드는 일에는 정신을 제대로 쏟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朝三暮四(조삼모사)
  朝(아침 조) 三(석 삼) 暮(저물 모) 四(넉 사)
 
  열자(列子)의 황제(黃帝)편과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는 원숭이를 기르던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기록한 대목이 있다.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원숭이를 너무 사랑하여 원숭이를 기르다 보니 큰 무리를 이루게 되었다.

그는 원숭이들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고 원숭이들도 저공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원숭이를 사육하다 보니 먹이 대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는 원숭이의 먹이를 제한하고자 하였으나 많은 원숭이들이 자기를 따르지 않게 될까봐 두려워서 먼저 그들을 속여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에게 주는 도토리를 아침엔 세 개, 저녁엔 네 개 준다면(若與 朝三而暮四) 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모두 화를 내자, 저공은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면 족하겠느냐? 라고 했다.

이에 원숭이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朝三暮四 란 본시 눈 앞의 차이만을 알뿐 그 결과가 같음을 모르는 것을 비유한 말이나,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이고 농락하다 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民以食爲天(민이식위천)
  民(백성 민) 以(써 이) 食(밥 식) 爲(할 위) 天(하늘 천)
 
  사기(史記) 역생 육가열전( 生 陸賈列傳)에는 한(漢)나라의 역이기( 食其)라는 모사(謀士)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진(秦)나라가 멸망한 후, 한왕(漢王) 유방(劉邦)과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는 천하를 다투고 있었다.

항우는 우세한 병력으로 유방을 공격하였다. 이에 유방은 성고의 동쪽 지역을 항우에게 내주고자 하였다.
  이때 유방의 모사였던 역이기는 식량 창고인 오창(敖倉)이 있는 그 지역을 지킬 것을 주장하며 다음과 말했다. 

저는  천(天)이 천(天)이라는 것을 잘 아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있으나, 천을 천으로 알지 못하는 자는 왕업을 이룰 수 없다.

왕자(王者)는 백성을 천(天)으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천(天)으로 안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방은 역이기의 말에 따라, 곧 전략을 바꾸었다.
   民以食爲天 이라는 말은 한서(漢書) 역이기전( 食其傳)에도 실여 있는데, 이는  백성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 임을 뜻한다.

임금된 자는 백성을 하늘 섬기듯 섬겨야 하고, 백성들의 하늘은 임금이 아니라 곧 식량임을 알아야 한다.
  
  駑馬十駕(노마십가)
  駑(둔할 노) 馬(말 마) 十(열 십) 駕(멍에 가)
 
  순자(荀子) 수신편(修身篇)에는  무릇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하지만,

둔한 말일지라도 열흘 동안 달려 간다면 이를 따를 수 있다(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則亦及之矣). 라는 말이 있다.

또한  반 걸음이라도 쉬지 않으면 절룩거리며 가는 자라도 천리를 갈 수 있고, 흙을 쌓는데도 멈추지 않고 쌓아나가면 언덕이나 산을 이룰 것이다. 라는 말도 있다.
   駑馬 란 걸음이 느린 말을 가리키며, 재능이 없고 무능한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말이 수레를 끌고 다니는 하루 동안의 노정(路程)을  一駕 라 하니,  十駕 란 곧 열흘간의 노정을 말한다.
   駑馬十駕 란  둔한 말이 열흘 동안 수레를 끌고 다니다 라는 뜻이다.

이는 곧 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에 미칠 수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영어의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라는 표현과 비슷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의 능력에 따른 수준별 지도가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과목에서 다소 부진한 학생일지라도  駑馬十駕 하듯 노력한다면 상당히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與虎謀皮(여호모피)
  與(더불 여) 虎(범 호) 謀(꾀할 모) 皮(가죽 피)
 
  태평어람(太平御覽) 권208에는 마치 이솝 우화(寓話)와도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주(周)나라 때, 어떤 사나이가 천금(千金)의 가치가 있는 따뜻한 가죽 이불을 만들고자 하였다.

그는 여우 가죽으로 이불을 만들면 가볍고 따뜻하다는 말을 듣고, 곧장 들판으로 나가 여우들과 이 가죽 문제를 상의하였다(與狐謀其皮).

자신들의 가죽을 빌려달라는 말을 듣자마자 여우들은 깜짝 놀라서 모두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얼마 후, 그는 맛좋은 제물(祭物)을 만들어 귀신의 보살핌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에 그는 곧 양들을 찾아가 이 문제를 상의하며, 그들에게 고기를 요구하였다.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양들은 모두 숲속으로 들어가 숨어 버렸다.
   與狐謀皮 라는 말은 후에  與虎謀皮 로 바뀌었으며,  與虎謀皮 는  호랑이에게 가죽을 요구하다 라는 뜻이다.

여우나 호랑이에게 가죽을 벗어 내라하고, 양에게 고기를 썰어 내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與虎謀皮 란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 을 비유한 말이다.
  
  四知(사지)
  四(넉 사) 知(알 지)
 
  십팔사략(十八史略)의 양진전(楊震傳)에는 후한(後漢) 때의 관리인 양진의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평소 학문을 좋아하여 유학(儒學)에 정통했던 양진은 한 고을의 군수(郡守)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군의 하급 관청인 현(縣)의 현령(縣令)이 몰래 많은 금품을 가지고 와서 그것을 양진에게 건네 주려고 하며 

 지금은 밤이 깊으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라고 하였다. 이에 양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알고 있는데(天知地知子知我知),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오?
  현령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그대로 물러갔다. 훗날 양진은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지만,

환관과 황제의 유모인 왕성의 청탁을 거절했다가 모함을 받게 되자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였다.
   四知 란  天知地知子知我知 를 가리키는 말이며,  세상에는 비밀이 있을 수 없음 을 뜻한다. 

四知 와 비슷한 서양식 표현으로는 영어의  Walls have ears. 라는 속담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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