鈍銘千字

고사성어_02

醉月 2009. 5. 23. 11:33

  스스로 하도록 도와주는 것,   조장(助長)
  助(도울 조) 長(길 장)
 
   孟子 <공손추公孫丑>상편에는 공손추와 맹자의 문답이 실려 있다.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 를 설명하고 나서,

순리(順理)와 의기(義氣)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송(宋)나라의 한 농부의 조급한 행동을 예로 들었다.

그 농부는 자기가 심은 곡식 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그 싹들은 뽑아 올렸으나,
그 싹들은 모두 말라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리해서라도 잘 되게 하려고 했던 농부의 행동은 오히려 무익(無益)의 정도를 넘어서 해악(害惡)이 되었던 것이다.
   助長 이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도와서 성장시키다 라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쓸데없는 일을 해서 일을 모두 망쳐버리다 라는 부정적 의미가 훨씬 강하다.
  싹과 같은 우리의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과외 학원을 전전하며 뿌리가 흔들리도록  助長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맹자는 아이들을 가르침에  마음을 망령되이 갖지 말며(心勿忘), 무리하여 잘 되게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勿助長也) 고 우리 어른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어린이날 하루 만이라도 마음껏 놀도록 아이들을  助長 해 보았으면.

  용의 눈물, 여기에서 그치다,   도룡지기(屠龍之技)
  屠(잡을 도) 龍(용 룡) 之(갈 지) 技(재주 기)
 
   장자莊子 <열어구편列禦寇篇>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실려있다.
  장자는  주팽만은 용을 죽이는 방법을 지리익에게서 배우는데, 천금이나 되는 가산(家産)을 탕진하고 삼 년만에야 그 재주를 이루었지만 그것을 써먹을 곳이 없었다(朱 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成技, 而無所用其巧). 성인은 필연적인 일에 임할 때에도 필연으로 여기지 않으므로 마음속에 다툼이 없지만 범속한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마음속에 다툼이 많다. 라고 말하며,

소인들은 사소로운 일에 얽매여 대도(大道)를 이룰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屠龍之技 란, 곧 많은 돈과 세월을 투자하여 배웠으나 세상에서 써먹을 데가 없는 재주를 말한다.

본시  龍 이란 상상 속의 동물일뿐이니, 주팽만이 고생 끝에 배운 기술은 결국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는 것이다.
   九龍 이다  二龍 이다 해서 먼저 승천(昇天)하려고 다투는 용들이 유독 많은 것도 요즈음 들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들은 모두 승천하는 기술과 용 잡는 기술을 연마하는데 온 정신을 쏟고 있다. 주팽만의  屠龍之技 가 진가를 발휘하여,

용의 눈물이 그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우 뒤엔 호랑이가 있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狐(여우 호) 假(빌릴 가) 虎(범 호)  威(위엄 위)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는 기원전 4세기 초, 중국의 전국시대 초나라의 선왕(宣王)이 위(魏)나라 출신의 신하인 강을(江乙)에게 북방 강대국들이 초나라 재상(宰相) 소해휼(昭奚恤)을 두려워 하는 이유를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강을은  여우와 호랑이의 고사 를 인용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즉, 짐승들이 두려워 한 것은 여우가 아니라 그의 뒤에 있던 호랑이였다는 것이다.

이는 북방의 여러 나라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 재상 소해휼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선왕의 강병(强兵)임을 비유한 것이었다.
  이렇듯  狐假虎威 란  아무 실력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의 권세나 배경을 빌어 위세 부리는 사람 을 비유한 말이다. 

狐假虎威 를 일러 영어로는  an ass in the lion's skin(사자의 탈을 쓴 나귀) 이라고 하였던가.

하지만 죽은 사자의 탈을 쓴 나귀보다는 살아있는 호랑이를 꼬여 뭇 짐승들을 속인 여우쪽이 훨씬 교활하고 가증스럽다.

여우 같은 사람과 여우의 잔꾀에 속아 넘어간 눈먼 호랑이 때문에 지금 우리 사회는 전에 없이 뒤숭숭한 것이다.
  
  할머니를 모시는 손자의 효심,   烏鳥私情(오조사정)
  烏(까마귀 오) 鳥(새 조) 私(사사 사) 情(뜻 정)
 
  진(晋)나라 사람 이밀(李密)이 쓴 <진정표陳情表>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실려있다.

이 글은 조모 유씨의 병세가 위독하여 이밀이 부득이 관직을 사양하게 됨을 황제께 고하는 글이다.
   저는 조모가 안계셨더라면 오늘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며, 조모께서는 제가 없으면 여생을 마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금년 44세이고, 조모 유씨는 96세이니, 제가 폐하게 충성을 다할 날은 길고 조모 유씨에게 은혜를 보답할 날은 짧습니다.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 까지만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烏鳥私情, 願乞終養).


  이밀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하씨가 개가하자,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으며,

효심이 두터워서 할머니의 병 간호를 하고자 황제가 내린 관직을 물리쳤다.
 烏鳥私情 이란 까마귀가 자라면 그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듯 그처럼  부모를 모시는 지극한 효심 을 이르는 말이다.

옛부터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를 읽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고, 이밀의 <陳情表>를 읽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라고 하였다.

손자의 카네이션 한 송이가 돋보이는 특별한 어버이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 두드리며 골프는 치지만,   鼓腹擊壤(고복격양)
  鼓(두드릴 고) 腹(배 복) 擊(부딪칠 격) 壤(흙 양)
 
   십팔사략十八史略 에는 요(堯)임금이 즉위한 지 50년이 지난 어느 날 민심을 파악하고자 천한 옷을 입고 시내를 돌았을 때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요임금은 거리에서 아이들이 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조금 후에는, 한 노인이 무언가를 먹으면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鼓腹),  격양  놀이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노인은  해가 뜨면 들에 밭을 갈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네.

샘을 파서 물을 마시고 농사지어 먹고 사니,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리오.
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치가 잘 되어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한 요 임금은 흐뭇한 마음으로 궁으로 돌아 왔다.    鼓腹 은  부른 배를 두드리다 라는 뜻이다.  壤 은 본시 나무로 만든 신발모양의 놀이 도구이며,

30-40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것을 서로 맞치는 놀이를  격양擊壤 이라 했다. 따라서  鼓腹擊壤 은  부른 두드리며 양 치기 놀이를 하는 것 인
데, 이는 곧  太平聖代(태평성대) 를 상징한다.
  하지만 그저 잘 먹고 골프 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태평성대일 수는 없다. 

 鼓腹擊壤 은 진정 마음까지 편안한 시대에라야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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