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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베스트셀러

醉月 2010. 1. 1. 13:30
2009 베스트셀러
10개 부문 33개 인기 제품으로 본 ‘소비자 유혹의 비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껌을 씹으면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히던 때가 있었다. 어떤 학생은 ‘불량’하게 보이려고 일부러 껌을 씹었다. 딱, 딱 ‘껌 씹는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껌은 매너 있는 남성이나 센스 있는 여성의 필수품으로 변했다. ‘불량’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변화는 우연히 찾아온 게 아니다. 특정 상품, 바로 ‘자일리톨’이라는 성분이 들어간 껌이 등장하면서 우리의 문화와 인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단순히 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양치질 대용품으로 껌의 용도가 바뀐 것이다. 그 덕에 ‘자일리톨’ 성분이 들어간 껌은 베스트셀러를 넘어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라선 지 오래고, 앞으로도 당분간 롱런할 기세다.

베스트셀러는 이처럼 우리 사회와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소비자학회 회장인 연세대 경영학과 박흥수 교수는 “우리 사회의 문화와 변화를 잘 반영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로 베스트셀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와 변화를 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특정 상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광고를 많이 했다든가, 다량구매가 많았다든가, 소비자 수가 늘었다든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이 개발됐다든가. 물론 이 모든 경우의 수에는 고객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2009년 한 해 동안에는 어떤 제품들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주간동아’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자동차, 가전제품, 정보기술(IT) 기기, 식·음료 및 생필품, 도서, 영화, 연극 및 공연, 호텔, 대중교통, 관광지 등 10개 부문 33개 제품을 대상으로 올해의 ‘베스트셀러 Top 10’을 뽑아봤다.

국내 마케팅 시장이 워낙 ‘등수’에 민감한 탓에 일부 기업과 관계 기관들은 제품 판매량은 고사하고 판매 순위조차 공개하는 것을 꺼려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올 한 해 소비자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은 물론, 우리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신라면’ 곁들여 ‘참이슬’ 한잔 미래 소비자 입맛 읽는다
‘안 팔리면 퇴출’… 편의점 식·음료는 베스트셀러 풍향계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젊은 소비계층은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의 가치 추구가 우선이다. 질과 디자인, 트렌드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야 팔린다는 얘기다. 각 제품군별로 비교할 수 있는 우수 제품도 많아 테스트마켓 기능도 한다. 따라서 편의점 제품 중 베스트셀러는 미래 소비자들의 기호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편의점협회 이덕우 기획관리팀장은 편의점 베스트셀러는 ‘왕중왕’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나라 편의점의 연령별 고객층은 20대 38%, 30대 28.1%, 40대 18.3%. 계층별로는 회사원(52.2%), 학생(31.7%), 주부(6.9%) 순. 따라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소비 기호가 명확한 젊은 층의 ‘간택’을 받아야 해 제조사들도 ‘최강 제품’을 공급한다는 게 협회와 업계의 설명이다.

좁은 공간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편의점에 얼굴을 내미는 제품은 제조사가 자신하는 제품일 수밖에 없다.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제조업체에서 제품 판매 의뢰가 들어오면 전문 마케팅디렉터(MD)의 눈을 통과해야 한다. 상품의 특성, 제품의 질, 주요 소비 타깃 등을 분석해 편의점에서의 판매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는 제품 판매에 따른 가맹점주의 마진도 고려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제품을 들여놓아도 판매가 부진하면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 만에 퇴출되는 ‘잔혹한 시장’이 편의점이다.

그렇다면 ‘편의점 잔혹사’를 이겨내며 깐깐한 소비자들의 낙점을 받은 제품들은 어떤 것일까. ‘주간동아’는 국내 5개 편의점 업체(훼미리마트, GS25,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세븐일레븐)와 함께 올 한 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상품을 뽑았다. 지난 1월1일부터 11월30일(1개 업체는 10월31일)까지 전국 1만4012개 편의점의 판매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뒤 제조사의 확인 작업을 거쳤다.

봉지라면 명불허전 ‘신라면’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신라면’은 5개 편의점 공히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조사기간 중 편의점에서 팔려나간 신라면은 2000만개에 달했다. 1986년 10월 제품 출시 이후 지난 11월 말까지 누적판매 개수가 183억개. 연간 8억개가 팔려나간 셈이다. 봉지만 일렬로 늘어놓으면 에베레스트산(8848m) 1만8000개 높이와 맞먹는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75개국에 수출되거나 현지에서 생산돼 ‘불티나게’ 팔려나간 덕분이다. 이는 초창기 ‘신라면’ 개발자들의 입에 ‘불나는’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맛이 매운맛(통증을 맛이라고 표현하긴 뭣하지만 어쨌든)이라고 판단한 농심은 언제나 즐길 수 있는 매운맛 라면 개발에 나섰다. 연구원들은 하루 20여 차례 시식(평균 3봉지 분량)을 했다. 즐기면서 먹는 게 아니라 물의 양과 온도, 끓이는 시간을 초시계와 비커로 정확히 계산하면서 먹어야 했다. 1년 넘게, 수천 번의 시식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원들은 붉은 고추와 쇠고기가 조화를 이룬 수프, 매운맛에 걸맞은 매끄럽고 쫄깃한 면발, 그리고 독특한 향의 표고버섯으로 뒷맛을 마무리한 신라면을 개발했다.

다음 단계는 제품 이미지메이킹. 당시 안성탕면(120원), 삼양라면(100원)과 차별화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개당 판매가는 200원에 맞췄다. 하지만 제품 포장지가 문제였다. 지금은 붓글씨 매울 ‘신(辛)’이 신라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지만, 봉지에 이 글자를 새겨넣기 위해 법 개정까지 해야 했다. 1986년 당시 라면은 대부분 회사 이름이나 재료를 브랜드명(‘소고기라면’ ‘김치라면’)으로 썼지만, 농심은 발음하기 편하면서 매운맛을 알릴 수 있는 ‘辛라면’으로 결정했다.

당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제품명은 한글로 표기해야 하고, 외래어를 써넣을 경우 한글보다 작아야 했다. 농심은 당국에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며, 결국 이듬해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지금처럼 ‘辛’자를 크게 표기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중화권 등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게 농심 홍보팀 최서윤 대리의 설명이다.

광고도 신라면 ‘본좌 등극’의 일등공신이다. 1986~92년에는 강부자와 구봉서를 모델로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로 매운맛을 해학적으로 표현했고, 1993~99년에는 최수종과 김용만을 등장시켜 “신라면 맛, 세상이 다 압니다”라고 외치며 세계적인 제품임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거, 신라면보다 맛있네” “그거, 신라면이야!”라는 대화를 통해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2007년의 세계 라면 소비량은 979억개.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한국 순이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국민 1인당 75개로 1위에 올랐다.

용기(컵)라면 한국인 식습관 역이용한 ‘육개장 사발면’

‘육개장 사발면’이 ‘본좌’가 된 데는 한국인의 식습관이라는 난제를 기회 삼아 정면 돌파한 것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컵라면의 시작은 1975년(일본은 1971년). 한 업체가 처음 시판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과 품질상의 문제로 곧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1981년 1인당 국민소득이 1700달러에 이르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진전되던 시절, 농심은 컵라면 개발에 본격 나섰다. 컵라면은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장점이지만, 음식을 돌아다니면서 먹지 않는 한국인의 정서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게 사발면이다. 일본 제품과 달리, 상 위에 올려놓고 먹을 수 있는 ‘국 사발’을 모델로 해 용기의 안정감을 높였다. 문제는 90~100℃의 뜨거운 물을 부어 3~4분 안에 복원해야 하는 기술이었다.”

마케팅팀은 연구팀이 개발한 제품(이때까지는 실내에서 먹기 좋은 담백한 맛의 ‘사발면’)으로 대대적인 무료 시식 캠페인을 벌인 뒤 1982년 1월 출하를 시작했다. 하지만 3월 접어들어 판매는 ‘올 스톱’. 당시만 해도 난로를 때는 겨울이 지나면 끓는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난로 위 주전자는 ‘자동’으로 끓는 물을 제공했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컵라면을 먹기 위해 따로 물을 끓이려 하진 않았던 것이다.

고심 끝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전기온수기. 언제든 사발면을 먹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국내 한 온수기 업체와 야외에서 손쉽게 온수를 공급할 수 있는 전기온수기를 개발해 사발면 판매업소에 무상 대여했다. 지금도 한강공원 등 야외에서 ‘은빛 찬란한’ 전기온수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슬슬 사발면이 팔리는가 싶더니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야외에서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고객들이 얼큰한 맛을 찾았던 것이다. 결국 수개월 추가 연구 끝에 1982년 11월 얼큰한 맛의 육개장 사발면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후 물을 붓고 기다리는 3~4분이 지루하지 않도록 뚜껑에 숨은그림찾기, 올림픽 진기록 등을 실었고, 83년부터는 사발면 자동판매기를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육개장 사발면은 컵라면 시장의 60%대를 점유했고, 90년대 후반 PC방이 보급되면서 급성장해 현재는 연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후 컵라면은 주식에서 간식 개념으로 바뀌었으며 큰 사발류(2000년 63.7%→2008년 48.4%)는 줄고 소형 컵류(2000년 11.6%→2008년 30.5%)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차음료 다이어트 트렌드 공략한 ‘옥수수수염차’

광동 옥수수수염차는 2006년 7월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수직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해까지 5억병(340ml 기준)이 팔렸다. 한방에서 이뇨 작용, 부기 제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옥수수수염의 효능과 옥수수 특유의 구수한 맛이 어필하면서 급부상한 것.

“2004년부터 녹차음료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차음료 시장에 주목했다. 이듬해에는 차음료 시장이 녹차음료에서 혼합차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는 현상을 발견하고, 한국인 입맛에 맞는 차를 찾아나섰다.”

광동 유대선 부장의 설명처럼 ‘한방의 과학화’를 모토로 한 광동은 녹차의 떫은맛을 보완하면서 ‘구수한’, 그리고 ‘물과 같은’ 속성의 소재를 찾기 위해 한의학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던 중 옥미수(玉米鬚·옥수수수염)가 눈에 띄었다. 옥미수는 ‘본초도감’ ‘방약합편’ 등에 이뇨 개선과 부기 완화 효능을 갖춘 것으로 소개돼 있는데, 이 효능을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결과는 대성공. 장년층에게는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던 옥수수차의 향수를 자극했고, 다이어트와 ‘S라인’에 열광하는 여성에게는 옥수수수염의 ‘부기 완화’ 효능이 먹혀들었다. 광동은 재빨리 ‘얼굴선이 아름다운’ ‘V라인 얼굴’이라는 카피를 이용해 부기 완화 효능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돌입했다. 마침 드라마 ‘황진이’를 광고에 활용해 여성미의 기준인 ‘고운 얼굴선’을 강조하면서 격전지 차음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발품으로 대박 터뜨린 ‘메로나’

1992년 당시 고가의 과일이던 멜론을 재료로 한 아이스크림 바 ‘메로나’는 출시되자마자 그해 200여 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각종 언론이 선정한 ‘10대 히트 상품’에 선정되면서 수많은 카피 제품이 나왔지만, 지난 17년간 ‘본좌 수성(守成)’에 성공했다.

메로나의 성공은 빙그레 마케팅팀과 연구개발팀의 합작품이었다고 한다. 1991년 어느 날 지방 시장조사를 위해 한 제과점에 들렀던 개발팀은 멜론 맛이 나고 유지방이 높은 아이스 바가 잘 팔리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당시 멜론은 대중적인 과일이 아니었으며, 재료값도 비싸 제품화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했다.

“수많은 검토 끝에 가능성을 발견했다. 대량 생산을 통해 당시 중심 가격대이던 200원에 맞출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소비자 조사에서도 멜론 맛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멜론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멜론 맛을 선점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유지방을 6% 이상 함유해 부드러우면서도, 멜론 특유의 향과 쫀득함이 소비자의 혀를 자극해 하루 2~3개씩 사먹는 마니아까지 생겨났다.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단골손님에게만 팔 정도였다. 초록색의 독특한 사각형 모양은 차별을 원하는 젊은 층을 파고들면서 매년 편의점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는 브라질 리베르다데(Liberdade)에서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 지역 레스토랑에 ‘메로나 판매’라는 문구가 써 붙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업계는 올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월드콘’ ‘설레임’ ‘스크류바’ ‘돼지바’ ‘비비빅’ ‘메로나’ ‘부라보콘’ 등이 선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컵커피 최초 컵커피 브랜드 중에서도 젊은 층 선호 …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

젊은 층에서 선호하는 컵커피는 매일유업(이하 매일)의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가 1위를 달리고, 남양유업(이하 남양)의 ‘프렌치카페 시리즈’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1997년 국내 최초 컵커피 브랜드로 탄생한 카페라떼 시리즈는 인스턴트 캔커피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중반에 해외여행자와 어학연수생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함께 커피에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서양식 커피 문화가 도입됐고, 이런 소비자의 기호를 빠르게 포착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매일 박경배 홍보팀장의 설명이다.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매일은 고급 아라비카종 원두와 정통 원두커피 추출법인 드립 방식, 100% 생우유라는 하모니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부드러운 고급 맛’ 커피로 어필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선 ‘대세는 고급 원두커피 음료’라는 트렌드가 형성됐는데, 여기에는 컵에 스트로를 꽂아 길거리에서 마시는 ‘이탈리아 커피 패션’이 여대생들의 동경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슷한 시기 ‘프렌치카페’를 출시한 남양도 ‘카라멜 마끼아또’ 등 9종의 프렌치카페 시리즈를 선보이며 컵커피 시장의 ‘판’을 키웠다. 해발 1500m 이상의 안데스산맥에서 키운 콜롬비아산 고급 원두를 이용해 맛과 향이 풍부하고 메이플 시럽을 첨가해 특유의 감미로움을 살렸다는 게 남양 최경철 부문장의 설명. 여기에 ‘악마의 유혹’이라는 카피와 함께, 원빈 송승헌 강동원 등 최고의 인기 배우를 광고에 등장시켜 여심(女心)을 자극했다.

매일과 남양 처지에선 컵커피 출시 덕에 남는 원유(原乳)를 활용할 수 있는 수요처를 만들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소주 ‘소주는 부드럽고 깨끗하다’ 이미지 덕 톡톡히 본 ‘참眞이슬露’

젊은 층에게도 소주는 ‘진로(眞露)’였다. 1998년 10월 첫선을 보인 ‘참眞이슬露’(이하 ‘참이슬’)는 ‘소주=25도’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3도 소주 시대를 열었으며(세 차례의 리뉴얼 끝에 현재는 20.1도), 지금까지 소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소주는 25도의 독주로 그 이하의 술은 소주라고 부르지 않던 시절, 소비자들이 점차 독한 술을 꺼리게 되리라는 트렌드 변화를 감지한 결단이었다. 이런 변화는 마케팅으로 이어졌다. 맛이 깨끗하고 도수가 낮아 숙취가 덜하고 개운하다는 광고 전략을 쓴 것. 여기에 대나무 숯 효능을 접목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한 과학적 주류 제조공정을 알림으로써, 출시 2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서 전국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06년 8월 출시된 ‘참이슬 fresh’는 20도의 벽을 깨며 19.8도(지금은 19.5도)로 낮아졌다.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자란 3년생 대나무 숯으로 정제해 빚은 천연 알칼리 소주로 알려지면서 출시 2개월 만에 1억병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 소주 사상 최단기간, 최다판매량 신기록. 이후 ‘참이슬’은 10년간 총 140억병을 팔았으니 하루 평균 384만병, 초당 44병이 팔려나간 셈이다.

‘참이슬’의 선전은 소주의 대명사가 된 ‘진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24년 평남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된 진로는 생산지인 ‘진지(眞池)’의 ‘眞’과 소주를 증류할 때 술방울이 이슬(露)처럼 맺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잘 알려진 ‘두꺼비 진로’와 달리 창업 초창기 진로 상표에는 원숭이가 등장하는데, 서북지방에서는 원숭이가 복을 상징하는 영특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6·25전쟁 후 1954년 6월 서울 신길동 시대를 연 뒤에 두꺼비 상표를 달았고, 70년 국내 소주 시장 1위에 오른 이후 39년간 소주 시장을 석권했다.

19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진로는 73년 서독, 77년 일본에 진출했으며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 진로 및 참이슬 브랜드로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5343만 달러.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distilled spirits) 판매량 8년 연속 1위에 랭크됐다.

한편 올해 1~8월 진로의 시장점유율(한국주류산업협회)은 전국 시장 50.1%, 수도권 시장 77.8%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시장은 진로에 이어 △롯데 12.6% △금복주 8.6% △무학 8.1% △대선 7.6% △보해 3.1% △하이트 1.3% 순.

20, 30대가 많이 찾는 편의점에서는 캔맥주가 판매순위 1~4위를 석권했다.

맥주 ‘젊은 맥주’ 한 우물 판 ‘카스’

‘젊은 맥주=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캔맥주는 휴대하기 편해 야외활동을 할 때나 캠퍼스, 편의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젊은 제품’이다.

“4월 초 출시한 ‘카스 2X’와 정통파들이 즐겨 찾는 ‘카스 후레쉬’, 취향에 따라 ‘카스 라이트’ ‘카스 레드’ ‘카스 레몬’ 등 다섯 종류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메가 브랜드’ 전략이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오비맥주 김기화 홍보팀장은 1994년 6월 ‘카스’가 출시된 이후 ‘2030’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으로 꾸준히 인지도가 높아졌고, 최근에는 국내 주류업계에서 처음 시작한 메가 브랜드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쟁사 하이트 제품과 달리 ‘톡(Tok)’ 쏘는 청량감을 강조하는 광고 카피가 젊은 층의 소비심리를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꽃남’ 이민호와 호주 모델 제시카 고메즈가 출연한 ‘카스 2X’ 광고는 주류업계 최초로 뮤직비디오를 활용해 젊은 소비자의 감성을 파고들었고, 이민호와 산다라 박의 사랑이야기를 영상과 음악으로 담아낸 최근 광고 역시 세련된 매력으로 젊은이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밖에 ‘카스 2X 서든어택 대학리그’ 등 젊은 층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젊은 맥주=카스’를 각인시키고 있다. 오비맥주 측은 카스의 브랜드 선호도가 지난 5월 36.1%에서 10월 38%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상승 중이라고 고무돼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하이트맥주가 오비맥주보다 앞선다. 9월까지 하이트맥주는 57.5%, 오비맥주는 42.5%를 기록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40여 년간 독주체제를 구축했지만, 1993년 ‘100% 천연암반수’를 내세운 하이트에 흔들리더니 3년 뒤 결국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카스맥주를 인수해 2강 체제를 갖췄다.

위스키 업소 종업원 집중공략한 마케팅의 승리 ‘스카치블루’

세계적인 수입 위스키가 주류를 이루던 1997년 말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는 국산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출시했다. 이듬해 4000만원(주세 포함)을 벌더니 1999년 27억원, 2002년 1800억원, 2007년 2200억원이라는 경이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힘들었다. 위스키의 주요 소비처인 유흥업소는 도매상과 유흥업소의 관계가 워낙 견고해 뚫을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손님들이 찾게 만들어 업소에서 ‘안 팔면 안 될’ 전략을 구사했다.”

롯데 관계자는 ‘스카치블루’의 성공적인 안착은 품질, 유통, 광고, 판촉 전략을 모두 동원한 종합 마케팅 덕이라고 강조한다.

수입 위스키들이 서구인 입맛에 맞게 제조된 점에 착안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주당’이 많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스카치블루만의 ‘블렌딩’을 찾았지만 이후가 더 문제였다. 제품이 나오고 유흥업소를 찾았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던 것. 위스키 전문업체도 아닌 회사에서 만든 신제품은 먹혀들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던 중 소비자 구매행동 조사결과를 리서치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위스키를 주문할 때 ‘주변 사람들의 권유’(45.1%)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결과를 얻었고, 이를 토대로 유흥업소 종업원이 손님에게 스카치블루를 권하도록 유도했다. 주류 도매업자를 통한 ‘푸시(push)’ 전략보다 종업원이 권해 소비를 유도하는 ‘풀(pull)’ 전략을 시도한 것. 영업사원들은 1인당 대형 유흥업소 5~10개씩을 맡아 청소, 테이블 세팅 작업을 도와주며 종업원들과 신뢰를 쌓았다. 3개월 뒤 유흥업소 직원들의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오피니언 리더들이 즐겨 찾는 시사지와 전문지에 광고를 집중했는데, 제품 소개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자연경관을 내보내 한국인의 정서에 호소했다. ‘스카치블루=스코틀랜드 고급 위스키’를 연상케 한 것. 이후 ‘CEO 클럽’ 등 성공한 비즈니스맨을 광고에 등장시켰고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회를 열어 입소문 마케팅에 박차를 가했다.

신뢰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가짜 위스키 제조를 막을 수 있는 ‘DNA 시스템’도 앞서 도입했다. 겉 라벨을 제거하면 속 라벨에 형광잉크로 스카치블루 로고가 나타나 어두운 술자리에서도 쉽게 정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런 노력으로 2000년 3%이던 ‘스카치블루’의 시장점유율은 2005년 18.7%까지 치솟았고 지금은 17~18%대를 오르내린다.

   

세탁세제 ‘찬물에도 유해균 99.9% 살균’ 크게 어필 … LG ‘테크’

세탁세제는 5개 편의점마다 취급 품목이 달라 순위 산정이 무의미했다. 아무래도 대형 마트가 아니다 보니 전체적으로 용량이 적은 기본형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LG생활건강(이하 LG)의 ‘테크’가 단연 돋보인다. 750g은 물론 2kg, 4kg 제품도 고루 많이 팔렸다. ‘테크’의 장점은 찬물에서도 옷감 손상 없이 살균, 표백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특허를 받은 저온표백 강화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찬물에 빨아도 각종 유해균 99.9% 살균’이라는 포장 및 홍보 문구가 주부들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 깔끔한 이미지의 탤런트 정혜영을 기용한 광고 효과도 컸다. 세탁세제 브랜드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LG ‘슈퍼타이’도 꾸준히 판매됐다. 이 제품은 찬물에 쓸 수 있는 세탁세제의 효시 격이다. 애경의 ‘스파크’, CJ의 ‘비트’도 ‘테크’와 비등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세탁비누에선 무궁화의 ‘표백세탁비누’가 흔들림 없는 강세를 보였다.

치약 ‘건강한 20개 치아를 80세까지’ 비전 제시 … 애경 ‘2080’

외환위기 여파로 치약 시장에서 고가의 미백 제품이 쇠퇴하던 1998년 12월 출시된 애경의 ‘덴탈클리닉 2080’은 효능과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을 취했다.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는 성분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중저가로 낮춘 것. 여기에다 ‘2080’이라는 기발한 비전을 국민건강운동 캠페인으로 확산시켜 인지도를 높였다. 애경 홍보팀 이재이 차장은 “2080은 가장 단기간에 성공한 제품이다. 숫자를 브랜드명으로 정하고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해준다’는 콘셉트를 제시한 게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말한다.

세계치과학회 연구 주제인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보존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애경은 ‘8020’과 함께 70세에 25개의 치아를 유지하자는 ‘7025’를 대상으로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그중 선호도가 높은 ‘8020’을 선택했다. 발음하기나 기억하기에도 ‘8020’이 좋다는 평가였다. 그 후에도 ‘20’의 의미를 ‘20대의 건강한 치아’로 할 것인지, ‘20개의 건강한 치아’로 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소한 듯하지만 특허를 받은 치약의 2개 줄무늬 또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2080’의 영원한 숙적인 LG의 ‘페리오’ 역시 건재를 과시했다. 치석 제거에 효과가 있는 트리클로산 성분을 함유한 ‘클링스치약’은 ‘페리오’ 자매품 중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샴푸 피부처럼 가꾸는 ‘헤어 솔루션’으로 20대 여성 공략 … LG ‘엘라스틴’

“당신의 머리, ‘엘라스틴’에겐 피부입니다.” ‘A는 B’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국어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은유법’이 샴푸 시장에서도 통했다. ‘당신의 머리가 곧 피부’라는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슬로건 덕에 ‘엘라스틴’은 2004년부터 샴푸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샴푸의 요정’이 됐다. 화장품으로 피부를 관리하듯 모발을 관리해준다는 ‘헤어 솔루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섬으로써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 또한 ‘엘라스틴’은 매년 리뉴얼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형 ‘엘라스틴’은 ‘모발생명 에센스’를 함유해 모근을 강화하고 모발에 윤기를 주며 탄력을 유지해 머리카락 끝의 갈라짐을 예방할 수 있다. 이렇듯 차곡차곡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업그레이드 전략으로 ‘엘라스틴’은 올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을 18%까지 끌어올렸다.

출시 초부터 광고 모델로 기용된 톱스타 전지현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생 김민정(23) 씨는 광고 속 전지현의 말 한마디에 7년째 이 제품만 쓰고 있다는 ‘골수팬’이다.

“광고에서 전지현이 차분한 목소리도 ‘엘라스틴~’이라고 하잖아요. 샴푸를 고를 때마다 그 목소리가 생각나는 거예요. 제가 엘라스틴을 쓴다고 전지현이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웃음)”

생리대 말 그대로 좋은 느낌, ‘순면감촉 커버’로 대박 … 유한킴벌리 ‘좋은느낌’

생리대는 여성에게 화장품보다 더 민감한 제품일지 모른다. 그만큼 제품의 질에 까다롭게 반응하고, 소비 성향도 여간 신중하지 않다.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여성을 배려하는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흡수력과 착용감을 높이는 것은 기본. 이 제품을 쓰는 여성의 심리적 안정감도 배려했다. 국내 최초로 ‘순면감촉 커버’를 사용, 부드러움을 원하는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엔 패드에 2048개의 소프트 홀 커버를 넣어 순간흡수력을 높인 ‘좋은느낌 순수’를 출시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좋은느낌’의 ‘여성 우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생리대만 생산하는 전용공장을 세우고 있는 것. 유한킴벌리 PR팀 김영일 대리는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충주공장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여성 위생용품 전용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생리대 시장은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화이트’가 선도하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LG유니참 ‘바디피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대형 마트에선 뭐가 잘 팔렸을까?
커피믹스… 봉지라면… 과일… 돼지고기…


편의점에서는 주로 20~30대 회사원, 학생들의 소비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면, 다양한 제품을 다량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대형 마트는 편의점과는 이용 연령대나 계층이 확연히 다르다. 편의점에선 주부들의 구매 비중이 가장 낮지만 마트에서는 가장 높다. 연령대에서도 40대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다. 당연히 소비패턴도 다르다.
대표 마트인 삼성 홈플러스를 취재한 결과, 취급 품목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라면, 주류, 생필품 등에서는 편의점과 홈플러스의 베스트셀러가 비슷했다. 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봉지라면은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농심 ‘신라면’이고, 컵라면도 편의점에서 1위를 차지한 농심 ‘육개장 사발면’이 가장 많이 팔렸다. 소주도 진로의 ‘참眞이슬露’와 ‘참이슬 fresh’가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3위는 편의점에선 ‘처음처럼’이었지만, 홈플러스에선 ‘시원소주’였다. 맥주의 경우, 편의점에선 캔 제품이 많이 팔린 데 비해 홈플러스에서는 병 제품의 판매량이 더 많았다. 홈플러스 판매 1위는 ‘하이트’ 500ml병, 편의점 판매 1위는 ‘카스 후레쉬’ 355ml 캔.
그렇다면 대형 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뭘까. 이마트, GS마트, 롯데마트 3개 대형 마트의 2009년 품목별 매출 자료에 따르면, 이마트에선 커피믹스가 가장 많이 팔렸다. 2위는 봉지라면, 3위는 전년도 1위인 쌀 20kg이었다. LCD TV, 프리미엄 냉장고, 화장지, 일반우유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롯데마트에선 국산 과일이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양곡, 돼지고기, 라면 순. GS마트에선 돼지고기 매출이 가장 높았다. 쌀 20kg, TV, 한우 등이 뒤를 이었으며 커피믹스가 5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이 본 2009 소비패턴 변화와 특징 | 편의점 히트상품
다양한 PB상품 웬만한 것 다 구비


1989년 세븐일레븐 올림픽선수촌점이 처음 오픈하면서 시작된 국내 편의점의 역사는 이제 약관(弱冠)을 지나고 있다. 늦은 밤, 술과 담배가 떨어져도 걱정 없는 세상이 도래하자 주당(酒黨)들은 만세를 불렀고, 자취생들은 편의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려 발품을 팔았다. 전국의 편의점은 20년 만에 1만4000여 개로 늘었고, 웬만한 동네에선 업체별 편의점 간판을 골고루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편의점도 예외는 아니었다. ‘24시간 영업하는 친절하고 깨끗한 편의점’만으론 고객 만족에 한계가 있었다. 편의점의 주 고객층이 20, 30대(66.1%)인 점을 감안한다면 편의점 업체들은 고객의 욕구충족을 위해 부단히 머리를 굴려야 했다.
“젊은 고객들은 반응이 즉각적이다. 편의점 판매를 시작한 지 겨우 며칠 만에 철수하는 제품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수요에 맞게 독자개발 브랜드 상품, 즉 PB(Private Brand)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주변 여건을 고려해 매장 상품의 종류에도 변화를 줘야 했다.”
GS25 김일용 홈보팀장의 말처럼 편의점은 유명 치킨·외식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PB상품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주택가 주변 매장에는 채소와 조미료, 두부 같은 가정용품을, 사무실 주변 매장에는 필기구와 공책 같은 사무용품을 집중 배치하는 변화를 줬다. PB상품은 치킨버거, 훈제치킨, 티슈, 아이스크림 등 그 종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춘 편의점과의 제휴는 제조사에게도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액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
그렇다면 올해의 편의점 양상은 어떨까.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자사 취급상품 3000여 종 가운데 올해 매출 ‘Top 10’은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롯데 레쓰비, 츄파춥스, 진로 참이슬, 참치김치천냥김밥 등 모두 식·음료가 차지했다. 지난해 한 달에 8만여 개가 나가던 도시락은 올해 월 70만개씩 팔려나갔다. 바이더웨이의 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상승했고, GS25도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등 먹을거리 판매가 27.1% 증가했다. 업체들은 이를 두고 지난해 외환위기로 인한 올 상반기 경기불황 여파가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한다.
‘편의점표’ 커피의 판매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GS25의 원두커피는 지난해보다 100% 이상 판매가 증가했으며, 바이더웨이에선 여름철에만 판매한 얼음컵 아이스커피 3종이 배 이상 판매됐다. 이는 일반 커피 전문매장에 비해 가격이 싸고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 등과 함께 간편식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 열풍’도 눈에 띈다. 올해 훼미리마트의 막걸리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145% 급증했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TV·냉장고·세탁기는 큰 게 좋아!”
생활가전 대형화 추세 … 에어컨·청소기·밥솥은 기능형 인기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가전제품만큼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것도 없다. TV가 없다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어떻게 재빨리 알 수 있을까. 냉장고가 없다면 세상은 썩어가는 음식물 천지로 변할 것이다. 푹푹 찌는 한여름 밤, 에어컨 없는 잠자리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매일 밤 빨래방망이를 두들겨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스 불에 밥을 안치면 태워먹기 십상이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온 가전제품의 시장 규모는 5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거대한 시장을 삼성전자(이하 삼성)와 LG전자(이하 LG)라는 두 거대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 ‘주간동아’가 가전업체, 시장통계 조사업체, 대형 판매업체의 도움을 받아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전기밥솥 등 6개 주요 가전제품별로 1월1일부터 10월31까지 가장 많이 팔린 모델 10개를 뽑아본 결과도 마찬가지. 전기밥솥을 뺀 5개 제품군을 삼성과 LG의 모델들이 석권했다. 인기 모델들도 용량만 차이 날 뿐 거의 비슷했다. 따라서 제품별 순위를 매기는 게 큰 의미가 없는 만큼, 삼성과 LG에서 올 한 해 가장 많이 판매한 Top10 가운데 ‘최고 히트모델’을 선정, 소개하고자 한다.

전기밥솥 시장도 쿠쿠와 부방, 두 회사가 양분한 상태. 하지만 시장점유율 면에서 쿠쿠가 절대적으로 앞선다는 점을 고려해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을 선정했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 삼성 파브 LED 2. LG 엑스캔버스 LCD

TV

삼성 파브 LED 46인치 LG가 LCD에서 강세였다면, 삼성은 LED에 승부를 걸었다. 3월 출시한 파브 LED TV는 초고화질, 초슬림 디자인, 에코 절전 등을 표방했다. LED TV는 LED가 제공하는 풍부한 색의 스펙트럼과 섬세한 빛 조정으로 70~90%에 머물던 색 표현력을 90~130%까지 끌어올려 자연광 수준의 화질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ED 하이퍼 리얼 엔진’ ‘크리스털 블랙 패널’ ‘내추럴 화면 모드’ 등 삼성의 독자적인 화질 기술이 반영됐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인, 특히 29.9mm에 불과한 두께다. 손가락 굵기 정도라고 해서 ‘핑거 슬림’ 디자인이라고 불린다. 무게도 가벼워졌다. 40인치가 14kg 정도라 와이어 하나로도 액자처럼 손쉽게 벽에 걸 수 있다. LED의 또 다른 장점은 냉음극형광램프(CCFL)에 함유된 수은이나 납 등 유해물질이 없다는 것. TV 프레임 제작에 쓰이는 유독성 스프레이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소비전력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LCD TV의 절반 수준이라 친환경 TV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삼성 LCD TV 중에서는 파브 40인치(B530)가 가장 많이 팔렸다.

LG 엑스캔버스 LCD 42인치(LH40YD) 3월 출시된 이 제품은 빠르고 역동적인 화면에서도 잔상이 없어 인기다. 240Hz 라이브스캔 기술을 사용해 기존 영상과 현재 영상이 겹치면서 생기는 잔상의 원인을 없앴다. 이는 백라이트 스캐닝을 통해 1초에 60장인 방송신호를 받아 1초에 240장의 영상을 구현해내는 기술이다. 스포츠, 영화 등 빠른 영상을 기존의 120Hz LCD TV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4만5000대를 팔았다. 3월 출시 당시에는 LG TV 모델 중 비중이 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3%에 달한다.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를 직접 TV에 연결해 다양한 파일 형식의 영화와 UCC 등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간단한 리모컨 조작으로 화질을 설정하는 ‘화질마법사’ 기능도 갖췄다. 섬세하고 선명한 자연색을 구현하는 컬러 디캔팅 기술, 그리고 초소형 센서가 주변의 조명변화를 감지해 화면 밝기를 자동 조절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고 시력을 보호하는 아이큐 그린 기술도 적용됐다.

Top10

LG 엑스캔버스 LCD 42인치(LH40YD)·32인치(LH20D)·42인치(LH30D), 엑스캔버스 루나 LCD 32인치(LG31D), 엑스캔버스 선샤인 LCD 32인치(LG51D)·42인치(LG50FD)
삼성 파브 LED 46인치, 파브 보르도 LCD 32인치(A330)·40인치(A550), 파브 LCD 40인치(B530)

   

1. 삼성 지펠 2. LG 디오스 3. LG 트롬 4. 삼성 하우젠

냉장고

LG 디오스 766ℓ(R-T778CHAG) 냉장고 구입 희망자의 선호도 조사에서 견고함과 청소 편의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모델. ‘아트 디오스’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모은 ‘꽃의 화가’ 하상림의 아트플라워 작품을 화이트컬러의 전면 패널에 활용함으로써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여기에 미니핸들을 적용해 가구 느낌을 살리면서도 냉장고 문을 여닫을 때 손목에 힘이 덜 들게 했다. 글라스 홈바는 냉장고 패널 전면에 이어져 디자인 완성도는 물론, 충격에 강하면서도 때가 잘 타지 않는다. 외부 디자인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했다. 육류와 채소를 최적 온도에 보관할 수 있도록 ‘신선 맞춤실’도 마련돼 있다. 대용량 냉장고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용량도 국내 최대인 766ℓ로 크게 늘렸다. 그러면서도 리니어 컴프레서를 적용해 소비전력이 월평균 39.8kW에 그친다는 게 최대 강점.

삼성 지펠 740ℓ(SRT746ZWJME) 170만원대가 넘는 고가임에도 1월 출시 후 3개월 만에 3만대 이상 팔렸을 만큼 돌풍을 일으켰다. 지펠 모든 모델에 적용된 독립냉각 방식이라 냉각 효과가 뛰어나다. 내부 습도를 평균 77%로 유지하는 수분 케어 기술이 사용돼 식품, 채소 등을 신선하고 촉촉한 상태로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특히 핸들을 도어 안쪽으로 숨기는 방식(히든 핸들)이 적용돼 미니멀리즘 가전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 냉장고 전면에 툭 튀어나온 봉 핸들 대신 문 사이에 손을 넣어 열기 때문에 가구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관리하기에 편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Top10

LG 디오스 766ℓ(R-T778CHAG)·752ℓ(R-T757SHLW)·754ℓ(R-T756PHLW)·766ℓ(R-T777SHLW)
삼성 지펠 740ℓ(SRT746ZWJME)·682ℓ(SRT686YWQE)·722ℓ(SRT746VFHM)·726ℓ(SRT746YWJM)·736ℓ(SRT746XWMM)·746ℓ(SRT756VUHH)

세탁기

LG 트롬 17㎏(F3714WC) LG는 2006년 세계 최초로 15kg 용량의 드럼세탁기를 출시했으며, 이후 15kg 세탁기가 대세를 이뤘다. 지난해 판매된 트롬 4대 중 1대가 15kg 모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LG는 지난 2월 세계 최대인 17kg 드럼세탁기를 내놓았다. 도어 크기도 가로를 43cm로 늘린 ‘스퀘어 도어’를 적용했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먼저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은 점도 고려됐다. 세탁기 내부의 센서가 세제 농도를 감지해 세탁시간과 헹굼 횟수를 자동 조절하는 ‘안심 케어’ 시스템 기능도 갖췄다. 그만큼 빨래가 깔끔하게 돼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현대인의 바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빨래 양에 따라 세탁시간이 조절되는 ‘스피드 워시’ 기능도 있다. 최소 29분 이내에 세탁, 헹굼, 탈수까지 가능한 것.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물질인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알러지 케어’ 기능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삼성 하우젠 버블 17㎏(WW-PA177UW) 삼성 하우젠 버블 세탁기의 가장 큰 특징은 ‘버블 세탁방식’이다. 삼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버블엔진은 세탁 시작 후 2분 만에 세제를 완전히 용해시켜 고운 거품 형태로 가득 차오르게 만든다. 이 거품은 기존 세제보다 표면적이 넓어 빨랫감에 깊고 빠르게 침투한다. 물에 세제가 녹아 옷에 스며드는 기존 방식보다 시간을 훨씬 단축시키면서 깊숙한 곳의 때까지 모두 빼준다. 버블은 금방 스며들고 물과 공기에 의해 바로 꺼지기 때문에 헹굼 시간을 줄여도 깨끗이 헹궈진다. 청정 헹굼 기능은 헹굼 물의 탁도를 수돗물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세탁과 헹굼 시간을 기존 드럼세탁기의 절반 수준인 59분대로 줄였다. 올해 출시된 17kg 하우젠 버블은 기존 주력 모델 15kg보다 통의 크기가 15% 정도 더 커졌다. 수건 115장 분량의 세탁물을 한 번에 세탁할 수 있다. 드럼 앞부분과 뒷부분에 철제 볼(ball)이 든 링이 있어 빨랫감이 한쪽으로 쏠렸을 때 반대쪽으로 움직여 드럼의 균형을 유지해주며, 진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고속 탈수 때도 소음과 진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Top10

LG 트롬 17㎏(F3714WC)·12㎏(F1226WC7, F3226WP5), 15㎏(F1501WC, F1558WC)
삼성 하우젠 버블 17㎏(WW-PA177UW)·15㎏(SEW-HFW176TW)·12㎏(SEW-HMR146RUW, SEW-HMR147RUH, SEW-HMW144UW)

   

1. LG 휘센 2. 삼성 하우젠

에어컨

LG 휘센 F-C151W(BHWHW) LG는 지난해부터 ‘에어컨디셔너’에 새로운 생활 가치와 감성을 부가한 ‘라이크 컨디셔너’ 개념을 도입했다. 올해 선보인 2세대 라이프 컨디셔너는 사람을 배려한 기술과 실내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다.

휘센 F-C151W는 올여름 가장 많이 팔린 경제형 2in1 모델이다. 휘센 에어컨 고유의 냉방 방식인 ‘다이나믹 3D 입체냉방’을 채택했다. 윗면(전면)과 양옆에서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2면 토출 입체 냉방 방식인 것. 이 방식은 전면에서만 바람이 나오는 냉각 방식보다 빠르게 골고루 냉방이 가능해 소비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갖는다.

또한 디자인에는 하상림의 작품이 활용돼 집 안의 어떤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린다. 이 제품은 사계절 공기청정이 가능하도록 ‘녹차 헤파’ 필터와 ‘백금 엔자임 탈취’ 필터를 장착함으로써 냄새와 미세먼지는 물론, 진드기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의 제거 기능도 강화됐다.

삼성 하우젠 AF-V25(HDJ3) ‘피겨의 여왕’ 김연아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고 디자인된 제품이다. 김연아의 뛰어난 유연성이 돋보이는 ‘스파이럴’ 자세를 본뜬 인버터 스파이럴 모델은 에어컨 위쪽 상단에서부터 하단까지 S곡선을 그리는 패턴으로 포인트 컬러와 LED 조명을 배치했다.

스핀 모델은 김연아의 독특한 변형 스핀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특히 전면 슬라이딩 패널 위쪽은 얼음 위를 수놓은 스케이트 날처럼 원이 겹겹이 둘러싸인 패턴으로 꾸며졌다.

이 제품에는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여러 기능이 적용됐다. ‘아열대 쾌적 냉방’ 기능은 냉방뿐 아니라 습도, 공기청정 수준도 자동으로 조절해준다.

특히 전면 패널에 달린 정밀한 적외선 센서를 통한 ‘쿨 아이(Cool eye)’ 기능은 체감 냉방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 기능은 실내공간을 6개 구역으로 나눠 2m 이내 근거리에서 열원이 감지됐을 때는 강풍, 그 이상 원거리에는 강력한 터보 냉방을 내보내 냉방 효율을 높였다. 일반 제품보다 냉방 속도는 2배, 전기료는 60%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Top10

LG 휘센 F-C151K(BHWHW), S-CO61(BAHW, BBW, BCW, BEW)
삼성 하우젠 AF-F25(HDJ3), AR-N6(A, B, Y), AR-P6(N)

1. 삼성 스텔스 트윈챔버 2. LG 슈퍼 싸이킹 3. 쿠쿠 샤이닝 블랙

청소기

LG 슈퍼 싸이킹(VK8801FHAY) 사용 편리성과 위생성을 크게 강화했다. 세계 최초의 자동 먼지압축 기술과 머그컵 형태의 초간편 먼지통은 뭉친 먼지를 쉽게 버릴 수 있도록 해 먼지날림이나 머리카락 엉킴 등 청소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침구청소 전용 ‘침구팍팍’ 흡입구와 고성능 3중 헤파필터(활성탄 팩 적용)는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는 한편, 높은 탈취 능력도 갖췄다. 침구팍팍 흡입구는 침구류에 있는 미세먼지와 진드기를 효과적으로 제거, 알레르기나 아토피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영국 알레르기협회로부터 ‘알레르기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독일에서는 ‘미세먼지 배출로부터 안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인증받았다.

삼성 스텔스 트윈챔버(VC-BI930) 이름 그대로 소음이 58dB로 국내 최저 수준이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TV를 보면서도 청소할 수 있다. 삼성 고유의 저소음 설계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자인도 독특하다. 먼지통 뚜껑은 화산 분출구 모양이다. 빨아들인 먼지와 공기를 분리하는 기능도 향상됐다. 사용 초기의 높은 흡인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청소기 내부의 필터가 먼지로 막히지 않도록 설계됐다. 미세먼지 집진, 탈취, 항균, 제균에 도움을 주는 헤파 13필터, 활성탄 필터, 제올라이트, 은나노 코팅의 허니컴 4중 필터가 채용됐다.

Top10

LG 슈퍼 싸이킹(VK8801FHAY), 동글이(V-C412T, V-C460T) 싸이킹(V-C661J, V-C698J, V-C713JN)
삼성 스텔스 트윈챔버(VC-BI930), 센(VC-PW622), 먼지따로(VC-PW624)
일렉트로룩스 라이트2 청소기(Z1671)

밥솥

쿠쿠 샤이닝 블랙(CRP-HNXG1010FB) 독특한 디자인과 차별화된 기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세척이 편리하다. 쿠쿠의 특허기술인 업그레이된 분리형 커버는 탈착이 훨씬 편리한 압력 패킹을 적용해 쉽게 세척할 수 있다. 자동 스팀세척과 밥물 고임방지 배수로, 소프트 스팀 캡, 논스톱 스팀 배출 등 ‘토털 청결 시스템’이 밥솥 구석구석까지 청결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련된 곡선 디자인도 눈에 띈다. LED 타입의 디스플레이에는 다음 진행 버튼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터 광터치 방식이 적용돼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내솥은 동 위에 황금을 입혀 열전도율을 높인 황금동 재질. 열전도율이 높으면 화력이 그대로 밥알에 전달돼 밥이 잘될 뿐 아니라 뛰어난 밥맛을 유지할 수 있다.

Top10

쿠쿠 샤이닝블랙(CRP-HNXG1010FB), 쿠쿠(CR-0632G, CRP-G1020MP, CRP-HD1060SI, CRPHFG0610FI, CRPHLXG1011FV)
부방 리홈(LJ-MD062R, LJP-SC108L), 쿠첸(WHAVF1077G, WJ0301C)

 

톡! 톡! … 풀터치 휴대전화가 대세
노트북은 ‘차가운 기계’에서 패션 소품으로 진화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중전화 박스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일상이었다. 사무실 책상에는 큼지막한 데스크톱 PC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그 옆에는 전자파 차단용 선인장이 놓여 있었다. 해외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외국에 가서 사면 비싸다는 말에 필름부터 몇 통 챙기고, 아끼느라 한 컷 한 컷 신경 써서 찍었다. 다녀오면 인화를 하기 위해 사진관을 찾고, 단체사진은 사람 수대로 찾느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했다.

격세지감. 이제 공중전화는 골동품처럼 귀한 존재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도시라도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 덕분이다. 또 PC 모니터는 날렵해지고,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의 등장은 사무실 풍경을 확 바꿔놓았다. 디지털 카메라가 순식간에 보급되면서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모바일 기기는 이처럼 우리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5조4000억원 규모의 가전시장에서 모바일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이 시장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분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만 니콘과 캐논 등 세계적인 업체가 강세를 보이지만, 대중성에서는 국내 업체에 밀린다.

앞서 살펴본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기업과 시장통계조사업체, 대형 판매업체의 도움을 받아 휴대전화와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대표적인 모바일 IT기기 3개 제품별로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가장 많이 팔린 모델 Top 10을 뽑았다. 그중 각사 ‘최고 히트모델’을 선정해 소개한다.

1. 삼성 ‘연아의 햅틱’ 2. LG 쿠키폰

휴대전화

삼성 연아의 햅틱(SCH-W770, SPH-W7700) ‘피겨 여왕’ 김연아가 삼성 휴대전화 애니콜 모델로 광고한 첫 제품이다. 풀터치 스크린폰인 이 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블로그처럼 편집이 가능한 ‘마이 다이어리’ 기능. 스케줄 관리를 위한 투데이,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장, 맛집·영화 등 유용한 정보를 기록하는 기록장 세 파트로 구성돼 언제 어디서나 일상을 기록할 수 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콤팩트한 크기는 그립감을 높여준다. 휴대전화와 얼굴 사이의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터치 잠금·해제가 되는 근접센서 기술이 적용됐다. 카메라는 300만 화소. 오토포커스, 셀프 촬영, 지상파 DMB, SOS 기능 등이 있다. 연말까지 100만대 판매를 돌파할 전망.

LG 쿠키폰(SU910) 3월 출시된 LG 3세대(3G) 풀터치 스크린폰이다. ‘풀터치폰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건 일종의 기획상품. 출시가격이 59만원으로 기존 풀터치폰들보다 7만~20만원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두께 10.9mm로 국내 풀터치폰 중 가장 얇다. 대기화면은 ‘위젯(Widget) UI’와 ‘헬로우(Hello) UI’로 구성돼 좌우 터치로 전환된다. 위젯 UI로는 자주 사용하는 기능 바로가기 아이콘을 설정하고, 헬로우 UI로는 자주 연락하는 사람을 아이콘으로 설정해 손쉽게 통화나 문자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움직임과 방향을 자동 인지하는 3차원 가속센서가 있어 전화기를 가볍게 흔들면 아이콘을 자동 정렬해주고, 인터넷이나 사진을 볼 때 가로, 세로로 돌리면 그에 따라 화면이 회전한다. 김태희가 TV 광고에서 쿠키폰으로 즐기던 요리게임 ‘쿠킹마마’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이처럼 해외에서도 인기를 모아 LG가 내놓은 휴대전화 중 1000만대를 돌파한 5번째 휴대전화가 됐다.

Top10

삼성 연아의 햅틱(SCH-W770, SPH-W7700), 심플 · 슬림폴더폰(SCH-C330), 에나멜폰(SCH-S510), 고아라폰(SCH-W270), 미니멀2폰(SCH-W460), 내비게이션폰(SCH-W720), 햅틱팝(SCH-W750)
LG 쿠키폰(SU910), 아이스크림폰(LH5000)

1. 삼성 미니노트북 센스 2. LG 엑스노트 아이스크림

노트북

삼성 미니노트북 센스(N310-KA16M) 3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삼성 구주포럼’에서 처음 공개된 제품이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가 디자인해 주목을 받았다. IT 제품의 차가운 느낌을 배제하고 개성 있는 색상과 편안한 촉감의 소재를 사용해 핸드백, 지갑 같은 패션 소품으로 느끼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10.1인치 LCD의 작은 사이즈에 무게도 1.23kg(기본 배터리 장착 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본 배터리는 최대 5시간, 고용량 배터리는 최대 1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무선 랜을 기본으로 내장했으며 3G 인터넷 통신 서비스 모듈을 손쉽게 장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160GB HDD와 1GB 메모리, 블루투스 2.0, 130만 화소 웹캠, 3개의 USB 포트를 내장해 사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인기몰이의 요인으로 꼽힌다.

LG 미니노트북 엑스노트 아이스크림(X120-L) 부팅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다. 핵심은 ‘스마트 온(Smart on)’ 기능. 노트북 키패드 좌측 상단의 ‘스마트’ 버튼을 누르면 윈도 부팅을 하지 않고도 웹 검색은 물론 온라인 게임, 음악 감상, 채팅 등을 즐길 수 있다. 화면이 뜨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7초. 사용 편의성도 키웠다. 데스크톱 PC와 케이블을 연결해 간편하게 파일을 복사하거나 광학디스크드라이브(ODD)를 공유할 수도 있다. ‘스마트 링크 기능’과 ‘스마트 리커버리 기능’이 이런 작업을 도와준다. 키보드가 작아 오타가 많았던 기존 미니노트북 사용자를 위해 ‘시프트(Shift)’ 키를 넓히고, 터치패드도 10% 정도 키웠다. 책 한 권 무게인 1.26kg. 하드디스크 160GB에 화면은 10.1인치로 ‘6셀 배터리’를 사용해 충전 없이 영화 2편을 볼 수 있다. 히트상품인 LG 아이스크림폰과 비슷해 ‘아이스크림 넷북’으로 붙여진 이름 덕분에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Top10

삼성 미니노트북 센스(N310-KA16M), 넷북 센스(NC10-KC100), 센스(NC10-KA1, R410-BA210, R470-AS22, R509-BA21, R510-BS21A, R522-AS21)
LG 미니노트북 엑스노트 아이스크림(X120-L.C76LK), 엑스노트(R510-L.A230K)

   

디지털 카메라

삼성 블루미러(ST550) 듀얼 LCD 카메라인 이 제품은 카메라 앞면에 LCD 스크린을 장착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지털 카메라 사용자들이 가장 바라던 기능이었기 때문. LCD 스크린은 단순히 ‘셀프 샷’에만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애니메이션’ 기능까지 갖췄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카운트다운이 표시되는 등 다양한 활용법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켰다는 평가다.

Top10

삼성 블루미러(ST550), 블루(ES55, i8, NV100HD, PL50, ST50, WB500)
캐논 익서스(110IS, 870IS)
니콘 쿨픽스(S220)

전문가들이 본 2009 소비패턴 변화와 특징 | 가전제품
반걸음 앞선 제품, 소비자 지갑 열었네


2009년 내수 소매가전 시장(1~10월)은 전년 동기(2008년 1~10월) 대비 판매금액 기준으로 0.7% 줄어든 10조원(38개 대표 품목)을 기록했으나 판매수량 면에서는 0.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냉장고, 세탁기 등을 포함한 대형 생활가전 제품군(群)이 전년 동기 판매금액 대비 5.7%가 하락했으나, LCD TV가 이끈 영상·음향가전 제품군이 0.8%, 노트북이 포진한 IT 제품군이 0.4% 성장세를 연출한 결과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 몇 가지 흥미로운 경향을 보였다. 첫 번째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장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규모의 경제로 형성된 판매가격 하락,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선제적인 제품 개발력 등에 영향을 받아 지갑을 연 소비자가 많았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LCD TV의 대형화와 LED TV 판매 증가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경향은 생활패턴 변화와 개인성향이 강해지면서 개인휴대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가 꾸준히 늘었다는 점이다. DMB 시청이 가능한 포터블 TV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금액 기준 43%, 판매수량 기준 22% 성장했다. 이와 연관된 헤드폰의 경우 판매금액, 수량 기준 모두 34%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헤드폰은 포터블 TV 및 MP3 제품을 통한 학습기능 활용에 필요할 뿐 아니라 근래에 미취학 아동 및 성인에게까지 판매된 휴대용 게임기에 필요한 제품이기도 하다.
아울러 넷북(미니노트북)의 등장으로 지원군을 얻은 노트북PC는 2008년과는 달리 2009년에는 졸업· 입학 성수기 이후에도 브랜드 및 조립 데스크PC에 주도권을 잃지 않은 형국이다. 이런 면에서 2009년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노트북PC로 확실히 돌아선 의미심장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 번째로, 소비자들이 소형가전 부문에서 DIY형 및 웰빙(Well-being)형 제품에 대해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DIY형 제품의 대표주자인 헤어드라이어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금액 기준 15.2%, 판매수량 기준 13% 성장했는데 이는 불경기에 소비자의 자가 연출 선호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며, 외산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적극적인 시장 개척과도 연관이 있다.
이 밖에 전기주전자는 대형 유통사의 판매촉진 정책을 통해 소비자가 손쉽게 현장에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제품인 동시에 소비자의 커피전문점 방문을 줄일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믹서기를 사용해 즉석에서 신선한 주스를 만들어 먹거나 여름철 빙수, 겨울철 김장에 활용한다.
2010년 상반기에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지금껏 고려하던 전통적인 요소 이외에 더 많은 요소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얇아지고(Slim), 작아지고(Small), 이동성이 용이(Mobility)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에는 기존의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유통업체들의 진화된 판매 전략에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민 GfK코리아 Account Management 부장 kevin.kang@gfk.com

무한질주 ‘쏘나타’, 난공불락 ‘아반떼’
현대·기아차 10위권 내 8개 차종 진입 기염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 현대 ‘제네시스’ 2. 기아 ‘모닝’ 3. 현대 ‘YF쏘나타’ 4. 르노삼성 ‘SM5’ 5. 현대 ‘아반떼’ 6. 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

성인 남녀에게 “아파트를 빼고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꼽아보라”고 하면 아마 절반쯤은 “자동차”라고 답하지 않을까. 특히 남성에게 자동차는 나이와 상관없는 ‘절대 로망’이다. 성공의 아이콘, 자부심의 상징, 연애의 필요충분 도구다. 당연히 자동차는 지출 우선순위 가장 위쪽에 자리한다. 이젠 여성도 자동차 소비 주체로 당당히 올라섰다. ‘로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여가, 레저 활동에 적극적인 여성에게 자동차는 필수품. 2008년 한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1670만대에 달한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자동차 수요는 경기불황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자동차업계는 올 한 해에도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였다. 5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 인기 차종의 새 모델 출시, 여기에다 내년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겹쳐 내수 판매는 지난해보다 호조를 보였다.

베스트 모델은 ‘YF 쏘나타 2.0’

한국의 양궁 선수들이나 쇼트트랙 선수들이 올림픽 금·은·동메달을 휩쓸고 시상대 위에서 3개의 태극기가 나부끼는 모습을 바라볼 때의 느낌. 아마 현대·기아차가 요즘 그런 기분일 듯하다. 구름 위를 걷는 ‘묘한’ 기분.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차종 1~4위가 현대·기아차 모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는 10위권 안에 무려 8개의 차종을 진입시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2009년 자동차 ‘왕중왕’은 단연 ‘쏘나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자료(1월1일~10월31일 기준)에 따르면, ‘NF쏘나타’는 8만2109대(배기량 모델별 총합), 9월 출시된 ‘YF쏘나타’는 2만7423대 팔려나가 총 10만9532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트 모델은 2.0으로 10만9324대가 팔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NF 2.4 모델과 YF 2.4 모델의 판매실적은 각각 187대, 21대에 그쳤다.

쏘나타는 한때 ‘소(牛)나 타는 차’ 취급을 받았다. 쏘나타는 1985년 10월 출시된 ‘소나타’와 핏줄이 같다. 현대차의 2000cc급 승용차의 대표 격이던 ‘스텔라’의 최고급 모델로 출시됐다. 그러나 당시 중형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대우의 ‘로얄’ 시리즈에 밀렸고, 결국 2년 만에 단종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후 현대차는 이름부터 ‘쏘나타’로 바꾸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국내 중형차 최초로 앞바퀴 굴림방식을 채택하고 유선형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 실내공간을 재배치하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그 결과 1990년대 초부터 인기 차종으로 급부상했으며, 그 상승세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쏘나타Ⅰ, Ⅱ, Ⅲ, EF쏘나타를 이은 5세대 ‘NF쏘나타’는 지난해 12만3208대가 팔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에 올랐다. 올 들어선 판매가 다소 주춤했지만, 그 뒤를 이은 ‘YF쏘나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러’의 위용을 다시금 확인했다.

쏘나타가 이처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이유는 뭘까.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노하우와 오랜 기간 쌓인 브랜드 파워가 어우러져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신뢰가 다시 제품 혁신 의지를 불러일으켜 업그레이된 기술과 시스템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면에서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차량 관리도 쉽게 할 수 있도록 ‘YF쏘나타’에 ‘큐비스’(CUbiS·Car Ubiquitous System)를 도입한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큐비스’는 차량 곳곳의 시스템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수집해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주유소 등에서는 무선으로 서버와 연동해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유비쿼터스 시스템. ‘내 차가 스스로 고장을 감지해 알려주고, 엔진오일이나 소모품들의 교환 시기도 알아서 체크해주면 좋겠다’는 운전자들의 바람을 현실화한 것이다.

‘아반떼’ HD 시리즈도 ‘쏘나타’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렸다. 10월까지 9만1570대(베스트 모델 1.6은 8만7826대)가 팔려나가,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실적 8만7579대를 뛰어넘었다. 기아의 경차 ‘모닝’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10월까지 8만4900대가 팔려 월평균 8000대라는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의 신장세를 보인 것. 그랜저 TG도 꾸준한 판매세(6만4732대)를 이어갔으며, 기아의 ‘포르테’ 또한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판매대수(4만3072대)가 늘었다.

각각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의 경쟁자인 르노삼성의 ‘SM3’ ‘SM5’ ‘SM7’ 역시 고군분투했다. SM 시리즈는 모두 9만6360대가 팔려 ‘현대 3형제’와 어느 정도 경쟁구도를 유지했다. 지난 9월 자동차 전문 리서치회사 ‘마케팅 인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선 고객만족도 면에서 ‘쏘나타’ ‘그랜저’ 등을 따돌리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의 틈바구니에서 힘겨워하는 GM대우는 ‘라세티’ 프리미어의 선전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지난해엔 2200여 대 판매에 그쳤으나 올해는 3만4423대를 팔았다. 승용차 전체로는 10월까지 95만8854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82만4647대)보다 16.2% 증가했다.

전문가들이 본 2009 소비패턴 변화와 특징 | 자동차
친환경·고연비 깐깐하게 따지고 고르고


올해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는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 시행, 다양한 신차 출시 등 시장 변수가 많아 뚜렷한 패턴 변화 스타일을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올해 자동차 브랜드들은 친환경, 고연비, 소형화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가격, 품질, 애프터서비스만 보지 않고 외부 디자인, 안전장치 등까지 꼼꼼히 살펴본 뒤 차종을 선택했다.
먼저 어느 해보다 경·소형차의 선전(善戰)이 돋보였다. 기아의 모닝은 배기량이 적은데도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고, 깜찍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강조하면서 주부 등 여성을 집중 공략했다. 그 전략이 주효해 올해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신형 마티즈도 파격적인 디자인과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모닝의 아성에 도전했다.
준·중형차로 불리지만 사실상 소형차 범주에 드는 현대 아반떼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고객 충성도로 이어졌다. 동급 차량 중 가장 약세인 것으로 분류된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는 최신 기종으로 디자인과 편의장치 등 여러 인센티브가 가미되면서 GM대우의 간판 모델로 입지를 다졌다.
중형차의 판매 실적도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르노삼성의 SM5는 내년 초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는데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품질 및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10여 년간 중형차를 대표하는 모델로 입지를 확고히 한 현대 쏘나타도 명성에 걸맞은 판매 실적을 보여줬다. 신형인 YF쏘나타는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역동적인 디자인과 탄탄한 품질로 선풍적 인기를 얻어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 내년 초 르노삼성의 신형 SM5가 출시되면 치열한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차도 관심을 모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현대의 제네시스는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고가임에도 주목할 만한 판매실적을 올렸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사업가 등 프리미엄층을 계속 생성하면서 덩달아 그랜저 TG 판매상승 효과까지 낳았다. 내년에 출시될 다양한 국산 신차와 수입차들이 이런 구도의 내수 시장에 어떠한 판도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pskim@daelim.ac.kr

올 자동차 내수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내수 판매는 약 16% 증가했다. 승용차 차급별로 보면 소형차 판매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SUV, 대형, 중형 순으로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내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심리도 급속히 회복됐고, 중형급 이상의 신차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중대형 차량의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보유 기간은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차량 유지 관리를 위한 서비스 체계도 체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량 구입 시 할부 이용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할부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점과 무관치 않다.
내년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올해보다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소비심리가 개선될 뿐 아니라, 다양한 신차들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후차량 세제지원 제도의 종료,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수요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도 적지 않다. 차급별로 보면 소비심리 개선과 신차 출시 등의 영향으로 준중형 및 중형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도요타의 국내 진출 등의 영향으로 수입차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류기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 kcryu@hyundai.com

‘엄마를 부탁해’… 남자도 울었다
‘1Q84’ ‘도가니’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 건재 과시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009년 여름 동아일보 신입기자 선발 필기시험의 작문 주제는 ‘엄마’였다. 시험 감독관이 고사장 칠판에 ‘엄마’라고 쓰자 응시자들은 한순간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지만 곧바로 답안지에 글을 써내려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엄마’란 가장 가깝고도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할 말도 많다. 하지만 저마다 엄마에게서 받은 것만 기억할 뿐, 평소 엄마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엄마는 여자로서 어떻게 살아왔을까’ ‘자식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을까’…. 누구나 한 번쯤 빠져들었을 궁금증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들은 어느 순간 안식처로서 ‘엄마’의 존재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책은 바로 이런 욕구를 해소해주는 ‘대체재’다.

2009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이 바로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 ‘엄마를 부탁해’다. 작가 신경숙 씨는 2007년 겨울부터 6개월여 간 ‘창작과비평’에 연재, 큰 호응을 얻은 ‘엄마를 부탁해’에 에필로그를 덧붙여 지난해 11월 세상에 내놨다. 어느 날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쳐 실종된 엄마의 흔적을 자식들이 추적하는 과정에서 엄마의 인생 역정과 가족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느낀다는 것이 주요 내용. 세밀한 문체와 묘사로 엄마의 상처와 슬픔, 그리고 소박한 희망을 표현해 출판계에선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소설’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주간동아’가 대형 서점 2곳(교보, 영풍)과 도서 판매량이 많은 인터넷 도서구매 사이트 2곳(YES24, 인터파크 도서)에 지난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매출실적 집계를 의뢰해 분석한 결과 ‘엄마를 부탁해’가 소설, 비소설 부문(여행서, 아동·교육 관련 서적, 잡지 등은 제외)을 통틀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중 ‘엄마를 부탁해’의 판매량은 30만7154권. 인터파크 도서는 12월9일 공식적으로 ‘엄마를 부탁해’를 올해의 베스트셀러로 발표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1편(12만5471권)과 공지영의 ‘도가니’(8만2852권)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7만8954권)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1’(7만7585권), ‘신 2’(4만8317권) 등 유럽권 저자의 소설도 꾸준한 판매세를 기록했다. 김진명(‘천년의 금서’·5만3891권), 황석영(‘개밥바라기별’·4만765권) 등 ‘영원한’ 베스트셀러 작가들 역시 올 한 해 건재를 과시했다.

비소설 부문에선 국제난민운동가로 활약한 한비야 씨의 독주가 두드러진다. 8년간 맡아온 국제 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구호팀장을 그만두면서 쓴 ‘그건, 사랑이었네’가 15만7848부 팔려 1위에 올랐다. 인기그룹 빅뱅 멤버 5명이 가수로 도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학생들과 젊은 층에 크게 어필했다.

전문가들이 본 2009 소비패턴 변화와 특징 | 도서
힘든 현실 이겨내는 ‘용서와 사랑’


2009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다. 불과 한 해 전까지 부와 성공의 비밀을 찾아 헤매던 독자들은 차가운 경제적 현실 앞에서 절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치고 경제적 성공은커녕 생존조차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올 한 해 책을 통해 잠시 현실을 잊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독자들이 찾아낸 안식처였다. 불과 10여 개월 만에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최단기 100만 부 판매 신화를 새로 썼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많은 사람이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만난 감동을 앞다퉈 고백했다. 남자들도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울었다고 했고, 소설가 박완서는 “증손자 볼 나이에도 지치거나 상처받아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엄마를 찾아 훌쩍인다”고 했다. 외환위기 즈음에 생겨난 ‘아버지 신드롬’과 짝을 이루는 불황기의 ‘엄마 신드롬’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2009년의 베스트셀러를 조금 더 살펴보면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일련의 베스트셀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그림자나 다름없다. 경쟁에 낙오되고 승자독식 사회에 지친 개인들의 모습이 베스트셀러에 반영되고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나 ‘1Q84’ 같은 소설의 배경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연상시키는 디스토피아다.
아귀다툼에 지친 독자는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적 세계를 그리워하거나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기대고자 한다. 미국에서 600만부가 팔린 블록버스터 ‘오두막’이나 한국의 대표 저자 중 한 사람인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등이 내세우는 가치도 결국 용서와 사랑이다. 조금 더 즉자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독자라면 ‘긍정의 한줄’같이 매일의 지침을 적은 책을 통해 지치고 괴로운 순간에 힘을 얻고자 했다. 2009년에는 특히 심각한 위기에 처한 20대를 향해 주파수를 맞춘 책이 여럿 선보였다. 실업과 비정규직 세대로 전락한 오늘의 20대가 처한 현실을 고발한 데 이어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 다수 출간됐다. 그간 ‘바람의 딸’로 전사적 이미지를 보여준 한비야 역시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젊은 세대를 토닥인다.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역시 대학에 들어간 큰딸에게 건네는 편지글 형식으로 구체적 독자를 지정하고 있다. 빅뱅의 에세이 ‘세상에 너를 소리쳐!’도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힘찬 응원가다.
2009년은 애도가 끊이지 않은 한 해였다. 장영희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출간돼 많은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끊임없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단 한순간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그의 모습이 독자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왔다. 순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출간된 책들도 눈길을 끈 한 해였다.
또한 브랜드를 지닌 작가만이 선택받은 한 해였다. 신경숙, 공지영, 베르나르 베르베르, 무라카미 하루키, 황석영, 한비야 등은 모두 검증받은 저자다. 이런 구매패턴은 원작소설 특수(特需) 현상으로도 이어졌다. ‘더 리더’ ‘브레이킹 던’ ‘눈먼 자들의 도시’ 등 영상으로 선보인 원작소설이 독자의 신뢰를 받아 인기를 누리는 현상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제 한파로 2000년대 내내 성장세를 선보이던 경제·경영서는 주춤했다. 그 틈에서 과거와 달리 농업적 근면성을 강조한 ‘일본전산 이야기’ 같은 경제·경영서가 호응을 얻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bangku87@naver.com

1천만명 흥행 쓰나미 덮친 ‘해운대’
연극 ‘로미오 & 줄리엣…’ 색다른 재미, 뮤지컬에선 ‘오페라의 유령’ ‘2009 점프’ 인기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1. 2009 흥행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 1131만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 흥행순위 4위에 오른 ‘해운대’. 3. 83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가대표’.

쓰나미(지진 해일)를 소재로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해운대’가 2009년 최고 흥행작의 자리를 굳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집계한 2009년 영화 흥행실적 자료(1월1일~10월31일)에 따르면,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가 1131만1981명의 관객을 동원해 국내외 영화를 망라한 전체 흥행 순위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역대 한국 영화로는 ‘괴물’(1301만명), ‘왕의 남자’(1230만명), ‘태극기를 휘날리며’(1174만명)에 이어 흥행 순위 4위에 해당하는 기록. 더욱이 7월22일 개봉 후 단 3개월 만에 달성한 수치다. 또 한 편의 흥행작인 ‘국가대표’는 7월29일 개봉해 836만980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해운대’의 벽에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윤 감독은 동남아 쓰나미 참사가 벌어진 2004년 부산에 살면서 ‘쓰나미가 해운대에 몰려오면 어떤 상황이 빚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상식적으로 제기될 만한 의문에서부터 영화 소재의 실마리를 풀어간 것. ‘해운대’의 성공은 이처럼 쓰나미에 막연한 궁금증을 갖고 있던 일반 대중의 심리를 교묘히 자극한 데 힘입은 바 크다.

‘해운대’의 흥행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기획과 제작, 개봉 과정에서 숱한 어려움과 악재를 이겨낸 결과라는 점 때문이다. 윤 감독이 2004년 제작을 결심하고 투자처를 찾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년여. 과연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이겨내기까지 그처럼 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1. ‘코믹쇼 로미오 & 줄리엣 시즌2’의 주인공 8인, 2. 뮤지컬 ‘그리스’. 3. ‘샤우팅’. 4. ‘클레오파트라’.

막상 투자를 받고 나서도 첩첩산중. 무엇보다 정해진 제작비 안에서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쓰나미급 파도의 컴퓨터그래픽을 외국 블록버스터 영화에 견줄 만큼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은 너무나 컸다. 이뿐 아니라 기존 블록버스터의 공식화한 플롯에 변화를 줘 관객이 식상하지 않게끔 해야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메인 인물을 설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실제로 세 커플을 추려내는 작업에만 1년여가 걸렸다는 후문이다. 개봉 직후엔 동영상이 유출되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9년 영화 흥행 Top10을 되짚어보면 전체적으로 국내 영화가 강세를 보였다. 10위 내 작품 중 7개가 국내 영화다. 전형적인 비인기 종목으로 단 5명뿐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애환을 그린 ‘국가대표’를 비롯, ‘7급 공무원’ ‘쌍화점’ 등이 3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추격자’로 충무로 흥행배우의 입지를 다진 김윤석이 주연한 ‘거북이 달린다’도 예상외로 선전해 300만 관객 대열에 합류했다.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마더’ 또한 297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국가대표’ ‘7급 공무원’ 등 국내영화 강세

외화에선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732만명), ‘터미네이터 : 미래 전쟁의 시작’(449만명),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295만명) 등이 한국 영화 틈바구니 속에서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 구체적인 관객 수가 집계되는 영화와 달리, 연극이나 뮤지컬 관객 수는 온라인 티켓 구매 사이트의 예매율 집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화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수시로 쏟아져나오고, 공연 기간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상영하는 중·소극장의 현장 판매율이 전혀 노출되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 문화체육관광부나 사단법인 한국영화협회, 한국뮤지컬협회에도 연극이나 뮤지컬 관객 수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

‘주간동아’는 이를 고려해 접속자 수가 많은 ‘티켓링크’ ‘맥스티켓’ ‘클릭서비스’ ‘인터파크’ 등 4대 공연 포털 사이트에 올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예매건수 집계현황을 요청했다. 이에 ‘티켓링크’는 예매건수와 순위, ‘맥스티켓’은 순위만 집계된 자료를 보내왔다. 반면 ‘인터파크’와 ‘클릭서비스’는 ‘대외비’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올 한 해 상영된 연극과 뮤지컬 가운데 관객이 가장 많이 찾은 ‘베스트10’을 꼽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쉬운 대로 ‘티켓링크’ ‘맥스티켓’의 예매건수 집계현황을 참고로 올 한 해 주요 작품을 살펴보자.

연극 부문에선 ‘코믹쇼 로미오 · 줄리엣 시즌2’(이하 ‘로미오 · 줄리엣…’)가 단연 돋보였다. 실제 동원 관객 수와 차이는 있겠지만, 티켓링크에선 10개월간 예매건수 1위였고 맥스티켓에서도 연극 전체 예매실적 2위에 올랐다.

‘로미오 · 줄리엣…’은 새로운 공연 방식을 시도해 연극계에서도 호평받은 작품이다. 관객이 직접 주인공을 선택하는 것부터 색다르다. 원작의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을 연기자가 각각 4명씩 총 8명이 등장한다. 관객들은 이들 중 로미오와 줄리엣 역의 연기자를 한 명씩 선정하고, 이들이 연극을 풀어나가도록 한다. 관객이 어떤 연기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도 달라진다.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16가지 이야기 중 1가지를 관객들이 선택하는 셈. 더욱이 중·후반부엔 관객들이 2차 투표를 해 다시 2명을 뽑는다. 관객들은 자신이 선택한 배우들이 연기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극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 작품 제작사인 애드벤치의 박경훈 대표는 “배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관객참여형이다 보니 입소문이 많이 났다”며 “관객들이 원작을 우리 현실에 맞게 바꾸면서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10분이라는 시간 안에 많은 얘기를 풀어내야 하다 보니 배우들의 배역 소화력이 높다. 박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관객들은 연극을 보면서 배우들의 연습 과정도 유추해볼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첫 공연을 시작한 ‘로미오 · 줄리엣…’은 이례적으로 1년3개월째 연장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에 따르면 1회에 12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하는데, 한 달에 33~35회 공연을 치른다. 지금까지 6만명 넘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는 얘기. 내년에도 연장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한편 뮤지컬 부문에선 ‘오페라의 유령’ ‘아이러브유’ ‘2009 점프’ ‘그리스’ ‘클레오파트라’ ‘샤우팅’ 등이 사이트 예매순위 상위권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음악의 천재 팬텀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라울 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특히 연일 매진을 기록하면서 고공 순항 중이다. 극중 팬텀이 직접 누리꾼에게 뮤지컬 뒷이야기를 전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관객들을 끌고 있다.

할아버지에서부터 아버지, 어머니, 삼촌 등 범상치 않은 가족과 주변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다룬 ‘2009 점프’는 서울을 비롯, 부산 등 지방 공연에서도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전문가들이 본 2009 소비패턴 변화와 특징 | 한국 영화
즐겁지만 경박하지 않은 코미디 전성시대


2009년 한국 영화계는 ‘과속 스캔들’로 흥행의 물꼬를 텄다. 흥미로운 것은 ‘과속 스캔들’이 여러모로 한국 영화계 변모의 방향을 암시했다는 사실이다. 변모는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웰 메이드 상업영화의 등장을 들 수 있다. ‘과속 스캔들’은 과속 3대의 이야기를 가족 중심의 코미디로 만들어낸 작품이다.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은 혼전 임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족의 재결합이라는 전통적 주제의식으로 녹여낸 데서 비롯됐다.
한국에서 코미디는 늘 우세종이기는 했지만, 1990년대 이후 몇몇 조폭 시리즈물로 대표되는 코미디물은 경박함과 천박함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과속 스캔들’은 세대갈등을 코미디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것을 신선하게 재구성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볍지만 진지하고, 즐겁지만 경박하지 않은 코미디는 2009년 흥행 영화의 공통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는 그런 점에서 변화를 직감하게 한 영화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1000만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왕의 남자’ ‘괴물’ 등으로 이어져왔다. 역사적 사실이나 한국의 사회적 현실을 다루는 진지한 ‘정극’이 1000만 영화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운대’는 지금까지의 1000만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지녔다. 첫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타일인 재난영화를 표방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들의 비루한 욕망이나 정치적 갈등을 다룬 비극이 아니라 재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애를 그린 영화라는 것이다. 특히 스타일이나 주제에 있어 ‘해운대’는 한국적 차별성이 아니라 장르적 보편성을 추구했다. 여기에 재난영화라는 보편적 문법을 윤제균 식 ‘코미디’로 녹여냈다는 점도 독특하다.
이러한 면은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에서도 발견된다. ‘미녀는 괴로워’로 흥행 감각을 입증한 바 있는 김 감독은 ‘국가대표’를 통해 한국형 장르영화와 웰 메이드 상업영화의 표본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사회의 주변부를 전전하는 ‘루저’들을 소환해서 국가대표로 바꾸는 이야기는 음악과 CG, 배우들의 연기로 매끈한 작품을 만들어낸 솜씨와 비견된다. 2009년 흥행순위 Top 10에 합류한 ‘거북이 달린다’와 ‘7급 공무원’ 역시 웰 메이드 상업영화의 계보에 포함될 수 있다.
2009년 한국 영화 시장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신기술 환대’다. 2000년대 이후 자리잡은 이 현상은 주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소비가 SF 및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랜스포머’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는 현재의 시각적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진보했는지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들은 모두 이야기나 서사의 측면에서는 허약하나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처럼 세계의 다른 어떤 곳보다 한국에서 영화의 시각적 신기술이 환대받는다는 것은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9년 한국 영화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신인 감독들의 활약과 독립 영화의 선전이다. ‘과속 스캔들’을 비롯해 ‘킹콩을 들다’ ‘애자’와 같은 작품은 모두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꼼꼼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웰 메이드 상업영화, 한국형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잇는 이러한 ‘입봉작’은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가 더 힘들어진 만큼 경쟁 끝에 선보인 작품의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워낭소리’에서 시작된 독립영화에 대한 열풍이 ‘똥파리’ ‘낮술’ ‘반두비’ 같은 작품에 대한 관심과 지지로 이어진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영화 관객의 층위가 다양화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취향과 소비 패턴이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패턴을 지닌 관객의 출현은 다양한 작품의 생산을 가능케 한다. 이는 다양한 변화가 있었던 2009년 한국 영화계가 기대감으로 2010년을 기다릴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국문학 박사 noxkang@hanmail.net

서울↔광주 고속버스 하루 평균 7000명 실어날랐다
서울 시내버스 152번, 지하철 강남역·광화문역 이용객 최다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전국을 오가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은 고속버스와 기차다. 도로와 철로가 혈관이라면 대중교통수단은 이들을 순환하는 피 같은 존재다. 하루에도 수많은 고속버스와 기차가 혈액처럼 국토를 타고 흐른다. 마찬가지로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은 시내버스와 지하철로 살아 숨쉰다. 그렇다면 이들 대중교통수단별 노선이나 역 가운데 올 한 해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고속버스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KOBUS), 서울 시내버스는 서울시, 지하철은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에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서울 시내버스는 11월27일까지) 구간별 또는 역별 이용객 현황을 의뢰해 교통수단별 이용객 수 ‘베스트10’을 뽑았다. 다만 기차노선 운행현황을 관리하는 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으로 한동안 업무가 마비되면서 집계가 어렵다고 밝혀와 조사에서 제외했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 승차장에서 승객들이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고속버스 서울↔광주 노선 212만명 이용

우리나라에 고속버스가 등장한 것은 정확히 40년 전이다. 1969년 4월12일 한진고속이 고속버스 20대로 서울-인천 간 운행을 시작한 것이 처음이다. 지금은 8개 고속버스업체가 전국 145개 노선을 짧게는 5분에서 길게는 20분 간격으로 오간다.

KOBUS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많은 노선은 서울-광주였다. 1월1일~10월31일 이용객은 211만9830명. 하루 평균 7000명이 이용한 셈이다. 금호고속과 중앙고속 2개 업체에서 주중에는 하루 140회, 주말에는 191회 운행한 결과다.

서울-광주 노선에 고속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것은 1973년 11월15일로, 호남고속도로 개통시점과 같다. 당시 운행 소요시간은 4시간10분. 그러던 것이 2002년 천안-논산 간 민자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3시간50분으로 20분 단축됐다. 소요시간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편도 2차선씩, 왕복 4차선으로 개통된 호남고속도로가 아직 확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용객이 많은 노선은 서울-전주로 137만2000여 명이 이용했다. 호남지역의 대표 도시인 광주와 전주가 1, 2위를 차지한 것. 올해 조사기간 중 이용객 수 베스트10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각각 8, 9위에 오른 부산과 대구를 제외하면 영남지역 도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KOBUS 관계자는 “예전에는 울산, 포항 등 영남 일부 도시에도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KTX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KTX 호남선은 이제 막 공사를 시작한 단계다.

서울 시내버스 화계사-삼막사사거리 노선 1318만5563명 이용

서울 시내버스 체계는 2004년 7월1일자로 완전히 바뀌었다. 간선버스는 파란색, 지선버스는 초록색, 광역버스는 빨간색, 순환버스는 노란색으로 통일되고, 거리비례 요금제가 도입됐다. 같은 날부터 서울시내 일부 구간에서는 버스중앙차선제가 시행됐다.

5년여가 지난 요즘, 서울 곳곳에서 버스중앙차선 공사가 한창이다. 그간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버스 소통이 이전보다 훨씬 빨라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다는 판단에 따라 구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강남역은 서울 290개 지하철역 중 이용객 수가 가장 많다.

시내버스 체계도 어느 정도 안정기에 돌입했다. 현재 서울시내 노선은 간선 114개, 지선 239개, 광역 17개, 순환 6개 등 모두 376개. 같은 노선이라도 A와 B가 다르고 공휴일만 운행하는 노선도 있어 집계방법에 따라 노선 수가 달라지지만, 큰 차이는 없다.

이들 노선 가운데 올 한 해 가장 많은 시민이 이용한 노선은 152번이다. 강북구 수유동 화계사에서 출발해 경기도 안양시 삼막사사거리를 되돌아오는 긴 노선이다. 1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이용객이 1318만5563명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까닭은 이 노선이 경유하는 정류장에 있다.

화계사가 기점인 152번 버스는 수유동 일대 중·고교와 길음뉴타운을 거쳐 길음역, 성신여대입구역, 보문역 등 강북의 주요 지하철역을 여럿 경유한다. 이어 동대문과 종로5가, 을지로, 명동, 서울역, 숙대입구역, 삼각지, 용산 등 서울 중심가를 관통한 뒤 한강대교를 건너 노량진역, 장승배기역, 신대방삼거리역, 신림역을 지난다. 그 후 서울시계를 넘어 안양시 석수동 삼막사사거리에서 멈춘다. 정류장이 128개나 되는 장거리 버스 노선으로, 서울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을 잇는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 시간 직장인은 물론, 평일 오후나 주말에도 강북과 강남에서 시내 중심가로 들어갈 때 이용하는 승객이 많다. 여기에 주요 지하철역 환승객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주요 대학을 지나는 버스는 방학에, 출퇴근 승객이 많은 노선은 평일 오후나 주말에 승객이 30~40% 줄어드는데, 이 경우 이용객 상위 노선에 랭크되기가 어렵다”고 했다. 152번 버스는 일주일 내내 일정 수준 이상의 승객이 꾸준히 이용한다는 이야기다.

152번 노선 운영업체인 동아운수는 이 노선에 57대의 버스를 투입해 평일에는 3~8분(출퇴근 시간 3~4분, 그 외 7~8분), 주말에는 5~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첫차는 화계사에서 새벽 4시에 출발한다. 종점인 삼막사사거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시간. 막차는 밤 10시20분에 출발해 다음 날 새벽 2시를 넘어서야 기점으로 돌아온다.

152번 노선에 투입된 버스 모델은 현대 일반버스와 대우 원스텝버스(계단이 하나 있는 모델로 ‘중저상 버스’라고도 불린다). 삼막사사거리 버스 종점 부근의 언덕 경사가 심해 저상버스를 투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이 구간을 운행하는 노후차량은 대우 원스텝버스로 교체 중이라고 한다.

서울 지하철 하루 600만 이용, 강남역 단연 1위

출퇴근은 물론, 업무 또는 약속장소에 가기 위한 수단으로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 지하철이다. 서울시내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600만명에 달한다. 서울시내 지하철 노선 중 1~4호선(117개역)은 서울메트로, 5~8호선(148개역)은 서울도시철도공사, 9호선(25개역)은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운영한다. 9호선은 지난 7월 개통해 아직 다른 노선보다 이용객 수가 많지 않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1~8호선 265개역 중 이용객 수(수송인원)가 가장 많은 역은 하루 평균 12만7511명으로 집계된 강남역이다. 9만명대를 기록한 잠실역, 신림역, 삼성역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모두 2호선 노선으로, 서울메트로에서 관리하는 역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관리하는 5~8호선 역 가운데는 광화문역이 4만459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호선 화곡역, 까치산역, 오목교역 등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의 편안한 하룻밤
객실당 투숙객 1위 신라, 내국인 수 1위는 하얏트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1 서울신라호텔. 2 그랜드하얏트서울. 3 롯데호텔서울 객실. 4 5 그랜드하얏트서울 파리스 그릴.

올 한 해 국내 호텔업계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다. 국내외 경기침체에 이은 전 세계적인 신종플루 대유행은 여행업계를 잔뜩 위축시켰다. 환율상승으로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늘어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 이재길 사무처장은 “국내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부대시설 매출은 뚝 떨어졌지만, 다행히 원화가치 하락에 힘입어 가까운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 객실영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간동아’가 국내 주요 호텔(특1급)을 대상으로 올해 1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의 숙박인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월과 12월 숙박인 수를 합하면 증가폭은 더 커질 전망. 그렇다면 올해 국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 호텔은 어디일까.

총 숙박인 수로는 롯데호텔서울이 26만801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중 외국인은 24만2341명. 반면 내국인은 2만5669명으로 10%를 채 넘지 못했다. 롯데호텔서울의 객실 수는 1124개로 국내 호텔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다. 다만 2004년부터 시작한 호텔 신관과 본관 리노베이션이 지난 10월에 끝난 까닭에 조사 대상 기간에는 300실을 제외한 824실에서만 고객을 받았다. 그래도 국내 호텔 중에서 가장 많은 객실 수다. 숙박인 수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객실 수가 많다고 이처럼 많은 투숙객을 유치할 수는 없는 법. 롯데호텔서울은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신관 로비를 1층에서 14층으로 옮겼다. 고객이 체크인 또는 체크아웃을 할 때 더욱 여유롭고 쾌적한 환경과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본관은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4군데가 참여해 각기 다른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설계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한 프로젝트다. 덕분에 이용 고객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 대표 호텔로 떠오른 95년 전통의 ‘웨스틴조선’, 밀레니엄서울힐튼 바 오크룸(왼쪽부터).

일본과 중국 관광객 늘어 전년비 30% 증가

롯데호텔서울은 하드웨어 부문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에서도 대대적인 이노베이션을 단행했다. 미슐랭 3스타 셰프(주방장) 레스토랑을 유치하고, 세계적 셰프 피에르 가니에르의 이름을 내건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을 지난 10월 신관 35층에 오픈시켰다. 또 여성고객만을 위한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9월 여성 전용 층인 ‘레이디스 플로어’를 열었다. 이곳은 외국인 여성고객은 물론 국내 여성 사이에 ‘파자마 파티’의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객실당 숙박인 수로는 서울신라호텔이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서울신라호텔 객실은 459개. 올해 10월31일까지 외국인 15만3665명, 내국인 4만705명 등 총 19만4370명이 이용해 객실당 평균 423.5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호텔은 우리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건물 디자인 및 인테리어 덕분에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로 꼽힌다. LHW(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 멤버인 신라호텔은 그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세계 각국의 수반과 명사들이 자주 이용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행사도 많이 치렀다. 미국의 ‘자가트(Zagat)’지, ‘트래블 앤드 레저(Travel · Leisure)’와 같은 세계적인 매체로부터 한국의 1위 호텔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신라호텔은 내국인도 많이 찾는 호텔이다. 내국인 투숙인 수로는 2위다. 이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다. 서울신라호텔은 미식가를 위한 다양한 음식 메뉴와 쇼핑, 스파 등 차별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서머패키지 등 특별 이벤트 기간에만 찾던 고객들이 주말 휴식을 즐기기 위해 찾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올 한 해 내국인 투숙인이 가장 많이 이용한 호텔은 그랜드하얏트서울이다. 전체 투숙인 18만9300명 중 내국인은 6만4700명으로, 전체 투숙인 대비 35%에 육박했다. 그랜드하얏트호텔이 자리한 곳은 서울 남산 중턱.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주변 환경과 한강을 바로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이 이 호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주중에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 호텔로, 주말에는 휴양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호텔로 변신해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한 패키지 상품도 개발한 덕분에 최근 10년간 내국인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패키지 상품은 봄과 가을에 선보이는 ‘남산愛패키지’다. 온 가족이 호텔에서 하루를 묵으면서 남산으로 소풍을 갈 수 있도록 ‘점심세트’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여름에는 야외수영장, 겨울에는 아이스링크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계절 패키지 상품도 인기다.

이 밖에 총 숙박인 수 또는 객실당 숙박인 수로 웨스틴조선, 그랜드앰배서더서울, 서울프라자, 코엑스인터컨티넨탈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밀레니엄서울힐튼, 그랜드힐튼서울 등이 10위권에 포함됐다. 현재 국내에 특1급 호텔은 57개이고, 모든 등급을 다 포함하면 610개의 호텔이 있다.

 

맑고 청아한 동화寺 풍경소리
성산일출봉 올라서면 가슴이 시원 … 에버랜드엔 500만명 다녀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1 높이 30m에 이르는 ‘약사대불’로 유명한 대구 동화사. 2 제주도 성산일출봉은 2007년 6월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3 경기도 용인 삼성에버랜드가 야간 개장과 함께 선보인 불꽃축제.

5억5300만명.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1월1일부터 9월30일(1~3분기)까지 국내 관광지를 다녀간 방문객 수를 집계한 결과다. 이 가운데 1억8700만명은 유료 관광지, 3억4000만명은 무료 관광지 방문객이다. 나머지 2600만명은 숙박시설 방문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0만명 정도 줄었다. 경기침체 여파로 올해 일시적으로 감소한 측면이 있지만,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이후 국내 관광지 방문객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다면 올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어디일까.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집계가 비교적 잘 되는 유료 관광지 932곳 가운데 지난 1~3분기 방문객 수가 가장 많았던 관광지 ‘Top 10’ 집계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했다. 관광지의 특성을 고려해 ‘문화 관광지’ ‘자연 및 생태환경 관광지’ ‘관광장소 및 시설’ 세 부문으로 나눴다. 그 결과 문화 관광지 중에는 대구 동화사, 자연 및 생태환경 관광지 중에는 제주 성산일출봉의 방문객 수가 가장 많았다. 관광장소 및 시설에서는 삼성에버랜드가 1위.

지난해까지 10위권 안에 들지 못하던 관광지들의 진입도 눈에 띈다. 문화 관광지 중에는 불국사와 지리산 쌍계사, 자연 및 생태환경 관광지 중에는 회산백련지와 소양댐이 10위권에 진입했다. 관광장소 및 시설에는 문경새재도립공원과 땅끝관광지가 새로 포함됐다.

동화사

지난해 중국 국가여유국(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격) 주최로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에서 열린 제5회 동아시아 국제관광박람회에서 아시아 10대 관광명소로 뽑힌 천년 고찰이다.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대구시내와 가까워 업무차 대구를 방문한 국내외 관공서 관계자들에게도 필수 관광코스. 사회복지기관 수용 아동이나 성인들도 자주 방문하고 있으며 군인, 경찰, 교도소 모범수감자들까지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 심신을 가다듬는 정신교육을 받기 위해 찾는다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템플스테이는 지난해 3000명이 이용했으며, 올해 이용자도 3분기까지 2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동화사 관계자는 이처럼 방문객이 많은 이유를 편리한 교통에서 찾았다. 대구공항이나 동대구역, 고속도로 IC에서 30~40분이면 사찰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관광업체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두고 동화사에 내·외국인 관광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체험관과 수련원을 갖춘 ‘국제관광 선원(禪院)’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동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높이 30m에 이르는 석불 ‘약사대불(藥師大佛)’, 일명 통일대불이다. 1992년에 세워진 이 불상은 중생의 병을 고치는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인근의 팔공산 갓바위는 불자는 물론 일반인도 많이 찾는 명소. 한 사람당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내려오면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복을 빌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동화사로 이어진다.

성산일출봉

2007년 6월27일은 제주도에 역사적인 날이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날이기 때문이다. 한라산,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성산일출봉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알려져 방문객이 급증한 것. 이에 따라 제주도는 외국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해설사를 늘리는 한편, 성산일출봉을 포함해 세계자연유산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제주도 동쪽 성산반도 끝머리에 있는 이 화산의 높이는 182m. 중기 홍적세 때 화산이 분출돼 커다란 사발 모양의 평평한 분화구가 섬 전체에 걸쳐 있다. 2.64km2의 넓은 분화구 안에는 풀밭이 펼쳐져 있어 커다란 원형 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그 주변으로 99개의 바위 봉우리가 빙 둘러서 있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성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성산’이다. 여기에 해돋이가 유명해 ‘일출봉’이 붙었다. 성산일출제가 열리는 매년 12월31일~1월1일에는 이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광경은 제주도 명승지인 이른바 ‘영주(瀛州) 10경’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에버랜드

올해 신종플루 여파는 놀이공원도 피해가지 못했다. 초·중·고교생들의 수학여행이 줄어들고, 예약돼 있던 단체행사도 많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에버랜드의 방문객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한다. 에버랜드는 올해도 새로운 콘텐츠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고객을 유혹했다. 3월 문을 연 ‘백호(白虎)사파리’는 학생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4월 야간 개장과 함께 선보인 멀티미디어 쇼 ‘드림 오브 라시언(Dream of Laciun)’은 에버랜드 엔터테인먼트가 가진 33년간의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 서치라이트, 레이저, 불꽃놀이 등이 다양한 특수효과와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여름 젊은 여성과 연인들은 ‘캐리비안베이 레이블 뮤직 파티’에 몰려들었다. 인디밴드 릴레이 콘서트는 한여름 밤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최근에는 200만개의 전구로 장식한 테마거리 ‘크리스마스 애비뉴’를 오픈했다. 이곳에선 매일 밤 10대의 스노 머신이 하늘에 인공눈을 뿌리고,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도 열린다.

에버랜드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테마 놀이공원으로, 면적은 약 100만㎡(30만평). 1974년 4월 국내 최초의 가족공원인 용인자연농원으로 문을 열었으며, 77년 경기도 국민관광지로 선정됐다. 96년 3월 지금의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넷心’ 사로잡은 박근혜·유시민
외환위기 여파로 ‘원할머니보쌈’ ‘교촌치킨’ 클릭 늘어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연예인 홈페이지 1위 서태지.

정치인 박근혜의 인기는 올해도 여전했다. 올 한 해 이슈의 중심에서 비껴나 조용한 행보를 펼쳤는데도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와 소통하길 원했다. 현직 정치인으로선 시간당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다. 직설화법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전여옥 의원이 박근혜 의원의 뒤를 이었다. ‘골수팬’이 많은 유 전 장관은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최근 국민참여당 창당 등으로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이는 ‘주간동아’가 웹사이트 평가기관 랭키닷컴과 함께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하루 평균 SV(Session Visits·1시간을 1세션으로 삼아 하루 최대 24회 홈페이지 방문을 기록할 수 있는 측정 방식) 값을 구해 순위를 분석한 결과다. SV는 사용자가 여러 번 같은 사이트를 방문해도 1시간에 1회만 인식하기 때문에 개인의 접속 조작을 막고 이용자의 충성도와 형평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는 정치인을 포함해 프로야구단, 비만클리닉 등 모두 14개 분야에 걸쳐 진행됐다.

홈페이지 시간당 접속률(SV)이 가장 높았던 정치인 박근혜(오른쪽)와 유시민.

마이크로블로그(microblog 또는 miniblog)의 파워도 대단했다. 마이크로블로그는 블로거가 올린 한두 문장 분량의 정보를 관심 있는 개인에게 실시간 전달하는 새로운 통신 방식. ‘블로그+메신저’ 형태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마이크로블로그 붐은 ‘국민 요정’ 김연아가 지난 5월 첫 트위팅(twitting)을 하면서 시작됐다. 김연아의 ‘트위터(twitter)’ 가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위터의 6월 방문자 수가 5월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트위터는 지난해 미국 대선과 지난 6월25일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세상에 알렸다. 국내에선 NHN의 ‘미투데이(me2day)’가 순항 중이다. 1~11월 SV 평균값이 8만4598을 기록하며 트위터를 제치고 가장 충성도 높은 마이크로블로그로 자리매김했다.

대학 중에는 한국방송통신대가 단연 1위였고 부산대, 성균관대, 서울대가 뒤를 이었다. 부산대 김형진 홍보팀장은 “‘만능 자게(자유게시판)’라고 불릴 정도로 홈페이지가 학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잡았고, 7만여 명의 동문에게 발송하는 대학 소식지도 접속자 수 증가에 한몫한 듯하다. 연구시설 등 교육환경이 올해 대폭 바뀌면서 이를 벤치마킹하고자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대학 관계자도 많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고정 팬군단 거느린 서태지 … 종교 사이트는 갓피플닷컴이 독보적

종교와 관련해서는 ‘갓피플닷컴’이 독보적이었다. “1999년 기독교 도서용품 전문 사이트로 출발해 2000년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쇼핑몰과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받기 등 다양한 기능을 보완한 점이 적중했다”는 게 이 회사 김희동 과장의 설명이다.

연예인 홈페이지 중에는 고정 팬군단을 거느린 서태지가 여전히 1위를 고수했으며 애프터스쿨 유이, 포미닛 현아,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카라 한승연이 뭉친 걸그룹 드림팀 ‘포 투모로우(4Tomorrow)’가 누리꾼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의외의 결과도 있었다. 운세 사이트 중 1위를 차지한 ‘김사주’ 운영자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많이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그럴까요?”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가 “심심풀이로 볼 수 있는 해몽 자료도 있고, 25년간 사주풀이를 ‘업(業)’으로 삼았으니 입소문이 나면서 약도나 전화번호를 알려고 찾는 것 같다”고 대답하자 “그런가 보다. 홈페이지가 오프라인의 보조수단이 된 듯하다”며 놀라워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생활이 팍팍했던 누리꾼들은 ‘원할머니보쌈’ ‘교촌치킨’ ‘비비큐’를 클릭하며 창업을 꿈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