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방미인’ 팔선주와 팔목주
늙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불로초는 없다. 그런데 불로초에 대한 기대, 적어도 더디 늙게 해주는 약재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불로초라고 여겨지는 약재들이 술을 만나면 불로주가 되고, 신선주가 된다. 불로주는 주방문이 다양하여 ‘바로 이것’이라고 말하기 곤란하지만, 신선주는 일관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선주에는 약재가 들어가 있고, 그 약재가 신선 대접을 받는다. 약재가 일곱 개 들어가면 칠선주, 여덟 개 들어가면 팔선주가 된다.
팔선주는 전라북도 부안군 내변산에서 전해오는 술이다. 내변산 안에 있는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의 노적마을 주변에는 코끼리바위, 뿔바위, 양수암, 삼례봉이 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선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신선들이 백금과 황금으로 된 바둑알로 금바둑을 두다가, 8마리 말을 타고 팔마실에 내려와 팔선주를 마시고 돌아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팔마실은 코끼리바위 모퉁이께에 있는데 지금은 주민이 살고 있지 않다.
팔선주는 8가지 약재가 들어가 있다. 마가목, 음정목, 노나무, 오가피는 줄기나 가지를 잘라서 쓰고 석창포, 위령선, 창출, 우슬은 뿌리를 캐서 쓴다. 이 약재들은 내변산에서 자생하던 것들인데, 약재는 잘 말렸다가 가마솥에 물과 함께 넣어 달이고 술을 빚을 때 물 대신 사용한다.
팔선주 빚는 재료는 멥쌀, 누룩, 약재 달인 물이다. 멥쌀 고두밥을 지어 식힌 뒤 누룩과 섞는다. 민가에서 팔선주 빚는 것을 보니, 멥쌀 10㎏에 누룩은 4㎏을 넣고 있었다. 쓰디쓴 약재 달인 물을 사용해 누룩이 많이 들어간다. 잘 비벼진 고두밥과 누룩을 항아리에 담고, 약재 달인 물을 부으면 술빚기는 끝난다. 15일쯤 지나면 발효가 끝나는데 그때 맑게 뜬 청주를 떠서 마신다. 술은 진한 갈색을 띠고, 맛은 쓰고 약재 향도 강하다. 팔선주는 관광 상품으로 부안군청에서 상품화하려고 검토해본 적이 있지만, 딱히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상품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팔선주가 생겨났을까? 아마도 8에 대한 숫자적인 믿음이 팔선주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늘은 원으로 상징되고, 땅은 사방으로 상징된다. 사방이 세분화된 팔방은 우리를 둘러싼 완전한 전체로 이해된다. 사주팔자 안에 인간의 과거와 미래가 모두 담겨 있고, 관동팔경 안에 그 지역 명소가 담겼다고 여기는 것은 완결체로서 8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8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술로 전남 장성 지방에서 구전되고 있는 팔목주가 있다. 팔목주를 담아 식초를 만든다는 변동해씨를 만났더니, 팔목주는 귀신도 취해서 재미있게 놀다가는 술이라고 귀곡주라고 부른단다. 팔목주는 8가지 나무가 들어가는데 마가목을 비롯해 접골목(말오줌나무), 노나무(개오동나무), 오가피, 주엽나무, 구룡목(귀룽나무), 엄나무(음나무), 사시나무(백양나무) 등이다. 이 중 일부가 빠지고 구기자, 화살나무(참빗나무), 순비기나무(풍나무)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팔선주와 팔목주에 들어가는 약재가 겹쳐 있고, 전승지역인 부안과 장성이 인접이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술로 여겨진다. 지리산 일대에서도 오가피, 엄나무, 마가목, 구룡목, 산뽕나무는 오약목이라고 하여 이를 달인 물로 약을 짓기도 했는데, 술을 담기도 했다.
이들 나무들은 한방에서 저마다 중요한 약재로 사용된다. 특히 오가피, 구룡목, 접골목, 노나무 등은 간을 다스리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몸에 술이 들어갔을 때, 그 술을 분해하기 위해서 간 활동이 왕성해진다. 이틀은 쉬고 삼일에 한 번씩 술을 마시라는 것도 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하라는 충고이다. 술과 간이 밀접한 사이라, 간에 좋은 약재를 술에 넣는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의료시설이 드물고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집주변이나 마당에 약재가 되는 풀이나 나무를 심었다. 팔목주나 팔선주에 들어가는 약재들 또한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마을 가까이에 심었던 약재들이다. 그 약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공하고, 섭취했던 방법의 하나가 약술인 팔선주와 팔목주였다.
팔선주는 전라북도 부안군 내변산에서 전해오는 술이다. 내변산 안에 있는 부안군 상서면 청림리의 노적마을 주변에는 코끼리바위, 뿔바위, 양수암, 삼례봉이 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선대가 있는데, 그곳에서 신선들이 백금과 황금으로 된 바둑알로 금바둑을 두다가, 8마리 말을 타고 팔마실에 내려와 팔선주를 마시고 돌아갔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팔마실은 코끼리바위 모퉁이께에 있는데 지금은 주민이 살고 있지 않다.
팔목주 식초를 만들고 있는 변동해씨가 노나무에 둘러싸인 장독대를 둘러보고 있다.
팔선주는 8가지 약재가 들어가 있다. 마가목, 음정목, 노나무, 오가피는 줄기나 가지를 잘라서 쓰고 석창포, 위령선, 창출, 우슬은 뿌리를 캐서 쓴다. 이 약재들은 내변산에서 자생하던 것들인데, 약재는 잘 말렸다가 가마솥에 물과 함께 넣어 달이고 술을 빚을 때 물 대신 사용한다.
팔선주 빚는 재료는 멥쌀, 누룩, 약재 달인 물이다. 멥쌀 고두밥을 지어 식힌 뒤 누룩과 섞는다. 민가에서 팔선주 빚는 것을 보니, 멥쌀 10㎏에 누룩은 4㎏을 넣고 있었다. 쓰디쓴 약재 달인 물을 사용해 누룩이 많이 들어간다. 잘 비벼진 고두밥과 누룩을 항아리에 담고, 약재 달인 물을 부으면 술빚기는 끝난다. 15일쯤 지나면 발효가 끝나는데 그때 맑게 뜬 청주를 떠서 마신다. 술은 진한 갈색을 띠고, 맛은 쓰고 약재 향도 강하다. 팔선주는 관광 상품으로 부안군청에서 상품화하려고 검토해본 적이 있지만, 딱히 사업자가 나서지 않아 상품화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팔선주가 생겨났을까? 아마도 8에 대한 숫자적인 믿음이 팔선주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늘은 원으로 상징되고, 땅은 사방으로 상징된다. 사방이 세분화된 팔방은 우리를 둘러싼 완전한 전체로 이해된다. 사주팔자 안에 인간의 과거와 미래가 모두 담겨 있고, 관동팔경 안에 그 지역 명소가 담겼다고 여기는 것은 완결체로서 8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8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는 또 하나의 술로 전남 장성 지방에서 구전되고 있는 팔목주가 있다. 팔목주를 담아 식초를 만든다는 변동해씨를 만났더니, 팔목주는 귀신도 취해서 재미있게 놀다가는 술이라고 귀곡주라고 부른단다. 팔목주는 8가지 나무가 들어가는데 마가목을 비롯해 접골목(말오줌나무), 노나무(개오동나무), 오가피, 주엽나무, 구룡목(귀룽나무), 엄나무(음나무), 사시나무(백양나무) 등이다. 이 중 일부가 빠지고 구기자, 화살나무(참빗나무), 순비기나무(풍나무)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팔선주와 팔목주에 들어가는 약재가 겹쳐 있고, 전승지역인 부안과 장성이 인접이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술로 여겨진다. 지리산 일대에서도 오가피, 엄나무, 마가목, 구룡목, 산뽕나무는 오약목이라고 하여 이를 달인 물로 약을 짓기도 했는데, 술을 담기도 했다.
이들 나무들은 한방에서 저마다 중요한 약재로 사용된다. 특히 오가피, 구룡목, 접골목, 노나무 등은 간을 다스리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 몸에 술이 들어갔을 때, 그 술을 분해하기 위해서 간 활동이 왕성해진다. 이틀은 쉬고 삼일에 한 번씩 술을 마시라는 것도 간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하라는 충고이다. 술과 간이 밀접한 사이라, 간에 좋은 약재를 술에 넣는다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의료시설이 드물고 의약품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집주변이나 마당에 약재가 되는 풀이나 나무를 심었다. 팔목주나 팔선주에 들어가는 약재들 또한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마을 가까이에 심었던 약재들이다. 그 약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공하고, 섭취했던 방법의 하나가 약술인 팔선주와 팔목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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