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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5000m의 노다지를 캐는 사람들

醉月 2008. 10. 5. 00:37
 해저 5000m의 노다지를 캐는 사람들 
 연간 15억 달러어치 망간단괴 채취 해양자원 富國의 꿈 이룬다!
 
태평양에 南韓 면적 4분의 3 크기 광구 확보…
망간단괴는 망간·니켈·코발트·구리 등을 함유… 2015년 개발 시작
흑갈색 감자 모양의 덩어리
<양광시스템 실해역 실험에 성공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윤치호 박사 팀.>

망간단괴는 망간·니켈·코발트·구리 등을 함유한 지름 1~25cm 크기의 금속덩어리다. 주로 4000~6000m의 深海(심해) 바닥에 분포해 있다. 1873년 영국의 해양조사선 「챌린저」號(호)가 처음 발견했는데, 당시 「흑갈색 감자 모양의 괴상한 덩어리」로 불렸다.
 
  망간단괴는 하와이 동남쪽에 위치한 「클라리온-클리퍼톤 균열대」(C-C) 해역에 집중분포해 있다. 유엔은 深海의 광물자원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선언했다. 유엔해양법 협약에 따라, 광구 등록을 한 나라는 8년 이내에 광구의 절반을 유엔에 반납해야 한다. 유엔은 반납된 광구를 후발국을 위한 몫으로 남겨둔다.
 
  우리나라는 1994년 15만km2 면적의 광구를 등록했다. 「목 좋은 자리」를 탐사했고, 할당받은 광구의 절반인 7.5km2(남한 면적의 4분의 3 크기) 면적에 대해 2002년 개발 승인을 받았다. 태평양 한가운데 금속 덩어리가 널려 있는 「우리 땅」을 확보한 셈이다.
 
 
  한국, 7번째 광구 등록
 

5000m 심해에서 건져 올린 지름 5cm의 망간단괴.

  C-C해역에 광구를 등록한 곳은 「OMCO(미국)」, 「OMA(미국·벨기에 이탈리아)」, 「OMI(미국·일본·캐나다·독일)」, 「KCON(미국·일본·영국·캐나다)」, 「IOM(폴란드·불가리아·체코)」 같은 다국적 컨소시엄과, 프랑스·일본·러시아·중국·독일 등의 나라다. 우리나라는 7번째로 등록했다.
 
  그 지역이 아무리 「노다지」라 할지라도, 망간단괴를 채취하지 못하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 4월25일 경남 거제도 앞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윤치호 박사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揚鑛(양광)시스템」을 처음 가동시켰다. 양광시스템은 5000m 深海에 있는 망간단괴를 수면 위의 채광선까지 운반하는 기술과 장치를 말한다. 대부분의 장비는 윤박사 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삼성중공업이 펌프를 제작했다. 해양실험 현장에서는 수심 약 30m에 빠트린 모조 망간단괴를 수면 위로 올리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5000m 수심에 있는 망간 덩어리를 채취해야 하는데, 30m 수심은 너무 얕은 것 아닐까」 의문이 들었다. 윤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5000m 심해에서 망간단괴를 끌어올릴 때 사용할 시스템 대부분이 투입됐습니다. 지금은 30m 깊이지만, 앞으로 1000m, 2000m 심해에서 실험할 것입니다』
 
실험에 사용된 모조 망간단괴.

펌프는 30m 수심의 바닷물에 인위로 빠트린 모조 망간단괴를 모조리 끌어올렸다. 건져 올린 망간단괴는 저장소에 저장된다.

 
  21세기 新산업의 核心 원료
 
수심 30m 바다 속에 빠뜨린 모조 망간단괴가 올라오는 모습이 유리관에 보인다.

  양광시스템 실험은 거제 앞바다의 「바지선」(동력장치가 없는 거룻배)에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대전의 연구소에서 육지 실험만 해온 터라, 첫 현장 실험을 앞두고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 쓸 모조 망간단괴를 바다 속으로 던졌다. 모조 망간단괴는 크기와 비중을 실제 망간단괴와 비슷하게 맞춘 것이다. 불그스름하고 촉감이 까칠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박정기 박사의 얘기다.
 
  『새로운 산업이 창출됨에 따라 금속자원은 그 활용도가 커집니다. 자동차 산업은 휘발유와 전기를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개발 중입니다. 망간단괴에 들어 있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의 금속은 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입니다. 이런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망간단괴의 가치는 더 뛰어 오를 겁니다』
 
  이 유용한 광물 덩어리가 왜 5000m 심해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일까? 망간단괴는 암석 파편이나 상어 이빨 등에 바닷물 속의 금속원자들이 부착되면서 생긴다. 동심원상으로 나이테를 그리며 서서히 성장한다. 100만 년에 수mm 정도씩 커진다고 한다.
 
  박정기 박사의 설명이다.
 
  『망간단괴가 성장하는 것은 박테리아들이 망간 물질의 침전을 촉진시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저 퇴적물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底棲生物(저서생물)의 경우, 먹이를 먹는 과정에서 퇴적물을 흩어 놓고, 유기물을 배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퇴적물 속의 금속원소들이 망간단괴로 공급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연간 15억 달러 수입대체 효과
 
해저면에서 집광기가 망간단괴를 모으면 펌프로 망간단괴를 끌어 올린다. 단괴가 유연관을 타고 올라와 분리장치를 통해 해수와 분리돼 저장된다.

  망간단괴가 집중분포하고 있는 하와이 C-C해역에서 발견되는 망간단괴 한 개(지름 1~25cm)에는 망간 25.4%, 니켈 1.28%, 구리 1.02%, 코발트 0.24%가 함유돼 있다. 망간은 철강산업의 원료로, 구리는 통신 및 전력 산업에 쓰인다. 니켈은 화학플랜트 및 정유시설에, 코발트는 항공기 엔진 및 의료기기산업 등에 사용된다.
 
  이 금속들은 일부 국가들에 의해 독점 생산되고 있다. 망간 생산량의 약 97%를 러시아·南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 7개국이 생산한다. 니켈은 생산량의 약 75%를 러시아·캐나다·호주 등 5개국이 생산한다. 코발트는 생산량의 약 94%를 자이레·잠비아를 포함한 8개국에서 생산한다. 이 금속들은 2003년에 금속수급 불균형으로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C-C해역에서 채광할 수 있는 망간단괴의 양은 약 3억t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매년 300만t씩 100년을 이용할 수 있는 양으로, 연간 15억 달러의 금속광물 수입대체 효과(2004년 기준)를 기대할 수 있다.
 
양광시스템을 개발한 한국지질연구원 윤치호 박사.

  윤치호 박사는 『육상 금속자원의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후 1시50분경. 본격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망간단괴와 바닷물을 함께 빨아올릴 펌프, 긴 관들이 차례로 바다 속으로 투입됐다. 실험 중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잠수부가 다이빙을 했다.
 
  약 15분 후, 「좌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분리장치」가 모조 망간단괴를 토해냈다. 성공이다. 5000m 심해에 깔려 있는 망간단괴를 채취하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채광은 망간단괴를 모으는 「集鑛(집광)」, 모은 망간단괴를 수면 위로 올리는 「揚鑛(양광)」 단계로 나눈다.
 
  채취된 단괴는 제련소로 보내져 각각의 금속으로 분리된다.
 
 
  無人잠수정 「해미래」
 
5000m 심해를 탐사할 無人잠수정「해미래」.

  한국해양연구원은 최근 6000m 심해를 탐사할 수 있는 無人잠수정 「해미래」를 개발했다.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다. 全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한 「해미래」는 해저자원 탐사와 해저환경 모니터링에 이용된다.
 
  「해미래」를 개발한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박사는 『앞으로 「해미래」를 이용해 정밀 지형지도 작성, 지질분석, 심해자원 탐사, 심해생태계 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해미래」의 역할은 무궁무진합니다.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는 바다 속 환경이 단서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해미래」가 해양을 모니터링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심해 광물자원 탐사와 채취, 해저 화산대 주변과 열수 분출구 주변에 서식하는 심해생물의 생태계 조사에 활용됩니다.
 
「해미래」를 만든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박사.

  이를 통해 해저 미생물과 극한 생물로부터 新물질을 추출해 해양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인류의 차세대 대체연료로 부각되는 해저 메탄수화물 탐사, 해저 광케이블을 매설하거나 해저에 해양관측기지를 건설하는 수중작업에 쓰입니다』
 
  「해미래」와 같은 「수중로봇」은 1953년 처음 실험기종이 만들어졌고, 1960년대에 실용화됐다.
 
  美 공군기가 잘못 떨어뜨린 수소폭탄을 찾아냈고, 아일랜드 근처에 침몰한 有人(유인)잠수정에서 2명의 승무원을 구출한 것이 수중로봇이었다. 수중로봇은 1986년 폭발한 우주비행선 챌린저號를 바다 속에서 찾아냈고, 1987년 수심 4500m에서 南아프리카 항공기의 블랙박스를 건져냈다. 타이타닉號가 침몰 후 7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수중로봇의 功(공)이었다.
 
 
  세계는 지금 채광기술 개발 경쟁 중
 
  망간단괴를 제련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하루 200kg를 처리할 수 있는 제련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각국의 망간단괴 채취기술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은 1980년대 활발한 연구개발로 채광기술 분야의 최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1997년 수심 2200m 바다에서 집광기 실험을 했고, 집광·양광 시스템에 많은 진전을 이뤘다. 독일과 인도는 해저 모래 채광시스템을 공동개발해, 2000년 수심 500m 해역에서 채취에 성공했다.
 
  중국은 1990년부터 채광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어, 유연관 280m 규모의 호수 채광 시험에 성공했다. 2007년 東중국해의 수심 1000m에서 집광기, 유연관, 버퍼, 펌핑시스템의 통합채광시험을 목표로 연구 중이다.
 
 
  『5000t 대형 母船 절실』
 
  심해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5000t급 대형 母船(모선)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온누리」號(1422t)로서는 역부족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윤치호 박사의 말이다.
 
  『해저 5000m에서 사용될 양광시스템을 이동시킬 경우, 양광관의 무게만 780t에 이릅니다. 유연관·버퍼·펌프를 포함하면 1000t 이상입니다. 일본은 심해 5000m 실험을 위해 2만t이 넘는 半잠수식 플랫폼을 선택했고, 미국은 5만500t급의 母船을 사용했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판묵 박사가 추가설명을 했다.
 
  『「해미래」는 온누리號를 母船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온누리號를 이용해 「해미래」를 운용하는 데는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온누리號에는 「자동위치확보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습니다. 「해미래」는 며칠씩 해저에 체류하면서 탐사작업을 할 텐데, 장시간 탐사를 위해서는 반드시 DPS가 장착된 지원 母船이 필요합니다.
 
  둘째, 온누리號는 갑판 공간이 작아서 「해미래」를 탑재하면 갑판 공간이 거의 찹니다. 다른 계측장비를 이용한 탐사를 병행하기 어렵죠.
 
  일본의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에는 잠수정마다 전용 母船이 있습니다. 심해용 잠수정은 4500t 이상의 대형 해양조사선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5000t급 대형 해양조사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해양지질자원연구원은 이번 30m 양광시스템 실험을 계기로 1000m 양광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2010년 개발 완료할 예정이고, 2015년경 5000m 실험을 거쳐 곧바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박정기 박사는 『우리나라는 심해저 개발의 변방에서 중심국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대한민국이 심해저 개발로 國富(국부)를 창출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