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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이철원
- 정부가 지난해 10월 ‘한식 세계화’를 공식 선포하고 관련 정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내 특급호텔 한식당은 오히려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드라마 ‘대장금’ 등을 통해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휩쓸면서 한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외국인들이 제대로 된 고급 한식을 맛볼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관광호텔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특1급 호텔 18곳 중 메이필드, 롯데(소공동), 워커힐, 르네상스서울 호텔 등 4곳만이 전문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경영수지가 악화되면서 모두 한식당 운영을 포기했다. 강남과 광화문 일대에 자리잡은 20여곳의 특2급 호텔에서도 한식당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특급호텔들은 1990년대 말까지 대부분 직영체제로 한식당을 운영해 왔으나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등 외식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고 한다. 일부 호텔에서 임대형식으로 운영해 오던 한식당조차 최근 들어 문을 닫고 있는 추세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던 코리아나호텔 한식당 ‘아리랑’도 지난해 12월 15일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다. 아리랑의 김치찌개와 비빔밥은 광화문 일대 공직자와 대기업 직원 등으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경영 수지가 악화되어 결국 폐업 결정이 내려졌다. 코리아나호텔의 한 관계자는 “호텔 오픈 당시부터 운영돼온 한식당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아 직원들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최근 들어 호텔 투숙객들도 한식당보다 양식과 중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외국인 여행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과 일본인들은 주로 조식을 호텔에서 해결하는데, “아침 식사로 한식을 찾는 이는 매우 드물다”는 게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호텔들은 양식 뷔페 정도로 조식을 마련하는 게 일반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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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워커힐 호텔
한식당 자리에 이탈리아·프랑스·일식당, 손님 급감해 주류 판매에 의존하는 곳도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의 입지는 좁아지는 대신 이탈리아나 프랑스식 전문식당이 그 자리를 밀고 들어오고 있다.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은 기존 한식당 대신 프랑스식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고 밀레니엄서울힐튼의 경우 한식당이 사라진 자리에 이탈리아식당이 들어섰다. 남북장관급회담 등 국제 행사가 잦은 신라호텔을 대표하는 식당도 중식당 ‘팔선’이다.
관광호텔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특급호텔에서 한식당은 적자가 누적돼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며 “일부 특급호텔에서 명분상 한식당을 계속 운영해 가고 있지만 수익이 목적이라기보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특급호텔의 한식당 중 흑자를 유지하는 곳도 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한식당 ‘온달’은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한식 마케팅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워커힐 측도 고품격 한식당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워커힐호텔의 한 관계자는 “한식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국가적 대책이 절실하다”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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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0월에 열린 ‘맛있는 ! 대한민국 Korea Food Expo 2008’행사의 한정식 부스
- 한식의 위기는 특급호텔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정식 전문식당들도 음식 재료와 인건비 등 원가부담이 큰 데다 내국인의 선호도가 떨어져 경영수지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장원’ ‘두마’ ‘향원정’ 등 서울 시내에서 대표적인 한정식 식당들도 최근 경기 악화로 고객이 5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일부 한정식 식당은 한식이 아닌 주류 판매에 의존해 수익을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유명 한정식 식당 중에서는 아직까지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은 곳은 없지만 직원 수를 줄이거나 원가절감을 위한 긴축경영에 들어간 상태다.
D 한정식 식당 김모 사장은 “원가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지만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손님이 줄어 직원을 최소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버티는 데까지 버텨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한식은 대표적인 슬로푸드다. 양식과 달리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가 복잡하고 사전 준비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 투입이 많을 수밖에 없다. 중식과 일식 등 외식 식당들이 즉석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때문에 한식당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과중할 수밖에 없고, 불경기를 맞으면 이것이 식당 운영에 치명타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짓수 많은 상차림과 까다로운 조리법, 지역별로 다른 음식문화 등도 한식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D 한정식 식당 김 사장은 “한식은 미리 만들어서 숙성시켜야 하고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투입돼야만 하기 때문에 운영이 쉽지 않다”며 “요즘 한식이 외면당하면서 요리사 지망생들도 한식 전공을 회피하고 있어 젊은 주방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에 도전했던 ‘가온’ ‘낙낙’ , 외국인 호평 불구 3년 만에 결국 휴업
작년 말에는 ‘한식 세계화’를 목표로 내걸고 한식업에 뛰어든 대표적인 업체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정부의 ‘한식 세계화 선포 원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광주요 조태권 회장이 2004년부터 강남에서 운영해온 한식당 ‘가온’과 ‘낙낙(樂樂)’도 지난해 12월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광주요 측은 “일시적 휴업”이라고 말하지만 한식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식 전문 레스토랑인 가온과 낙낙은 정통 한식을 외국인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음식 구성을 고급스럽게 변형해 오픈 당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조태권 회장은 광주요에서 직접 생산한 도자기에 한식을 담고, 와인 대신 한식과 잘 어울리는 전통 소주 ‘화요’를 개발하는 등 독특한 한식 문화 조성에도 정성을 쏟았다. 조 회장은 “식문화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음식을 담는 그릇과 이와 어울리는 술, 그리고 건축물까지 조화를 이루게 마련”이라며 “결국 음식의 발전이 하나의 집약된 문화로 나타난다”고 강조해 왔다.-
- ▲ 삼청동 ‘두레 한정식’코스요리 / 워커힐 호텔 한식당 ‘온달’의 코스 요리
- 가온과 낙낙의 주방장들은 작년 초 중국에서 열린 음식 경연대회에서 만두를 소재로 우승을 이끌어냈고, 우리 음식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지난해 11월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체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식 만찬에서도 고급 한식 요리를 선보여 브라질 고위 인사들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가온과 낙낙은 한식 세계화의 전초 기지라는 기치가 무색할 만큼 내국인들로부터는 관심을 받지 못했고 오픈 3년 만에 결국 폐업 위기에 몰렸다. 가온과 낙낙에서 선보인 10만원 안팎의 한식 코스는 ‘사치’라는 냉담한 인식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가온의 한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은 고급 일식집이나 중식당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용인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만든 한식은 비싸다며 외면해 버리기 일쑤”라며 “이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식문화에 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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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레스토랑 ‘가온’의 주방
세계 식산업 규모 5000조원… 자동차의 5배, 일본은 50년 전부터 세계화 나서 해외시장 공략
2008년 말 현재 전세계 식산업 규모는 5000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자동차와 IT가 차지하고 있는 전세계 산업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식 산업에 대한 체질개선을 하지 않고서는 식산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경제적 부를 따먹기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식산업 육성에 가장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은 196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음식 세계화를 추진해 왔고 세계 각지의 음식을 일본식으로 변형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돈가스, 오므라이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 일본은 김치와 비빔밥 등 우리 전통 음식을 일본식으로 바꿔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 한식의 위기는 국내에서 번창하고 있는 외식업체의 유연한 경쟁력에서도 느껴진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음식들이 오히려 한국식으로 모습을 바꾸고 우리 식탁을 점령해 가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서울 신촌 일대에서 유명 맛집으로 자리잡은 돈가스 식당 ‘신돈갓’의 경우 일본식 돈가스를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형했고 철저하게 예약제를 실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터키가 원조인 케밥이 세계적 음식이 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각국의 입맛에 맞게 유연한 변화를 추구한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내에 진출한 케밥도 고기 원료를 기존 양고기 대신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등 한국식 변형을 가하며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케밥 프렌차이즈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된 케밥은 젊은층이 좋아하는 메뉴이기 때문에 불황에도 불구하고 뷔페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도 한식 세계화를 전담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한식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립농업과학원에 한식세계화연구단이 출범하기도 했다. 위기의 한식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특급호텔도 독창적인 한식 레시피(Recipe) 개발 등 한식 경쟁력 제고에 노력해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워커힐호텔 한식당 ‘온달’이 대표적인 예로, ‘온달’은 아직 전체 고객 중 외국인 비율이 60%를 차지한다. 20년 전통의 ‘온달’이 가진 경쟁력은 메뉴마다 음식 가짓수를 줄이는 등 체계화된 한식 프로그램에 있다는 분석이다. 워커힐호텔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가온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며 “온달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식당으로서 남기 위해 나름의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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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위기] 외국은 어떻게 하나
- 이탈리아
전세계 음식점에 요리사 파견해 지도 나서, 한국·일본 등 32개국에 요리학교도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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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파게티 photo 조선일보 DB
- 이탈리아 음식의 경쟁력은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나온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주민을 통해 미국 현지화에 성공한 이후 아시아로 확산됐다. 그 결과 이탈리아 음식은 이미 전세계인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탈리아가 새로운 음식의 개발 또는 홍보보다 음식 자체의 질적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탈리아 농림부는 자국 요리사가 전세계 음식점을 순회하며 요리를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또 각 음식점에 조사원을 파견해 음식은 물론 주방장의 출신과 이력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정한 인증계획에 따르면 총주방장의 경우 적어도 6개월 이상 공인된 이탈리아 식당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파스타, 쌀, 빵, 올리브기름, 와인 등과 같은 중요 식재료는 세분화된 품질법을 따라야 한다.
해외 이탈리아 음식점 경영자를 위한 교육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 위치한 요리학교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를 통해 정통 이탈리아 음식의 조리법을 교육한다. ICIF는 한국, 일본, 중국, 브라질 등 전세계 32개 국가에 지점을 설립해 이탈리아 음식 문화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45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스시 레시피 세계 전파, “2010년까지 일식 인구를 6억명에서 12억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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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시 photo 조선일보 DB
- 일본은 지난 2006년 전세계 6억명의 일식(日食)인구를 2010년까지 12억명으로 늘린다는 ‘일식인구 배증계획’을 세우고 세계화에 발벗고 나섰다.
1964년 동계올림픽 직후부터 정부 주도의 음식 세계화를 추진해온 일본은 2006년 10월부터 ‘Try Japan’s Good Food(일본의 좋은 음식을 맛보세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최근 미국, 유럽 등지에서 각광받고 있는 일본 음식을 활성화하고 전략적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멕시코, 러시아, 중국, 두바이 등 해외 대사관저에서 일본식 만찬을 제공한다. 식자재 산업의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3년까지 일본 농수산물 수출액을 1조엔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음식은 ‘스시’ 등 주로 날 것을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위생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식당인증제도’를 도입해 일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일본 ‘식문화연구추진회’가 중심이 돼 일본 요리의 레시피를 각국 언어로 작성해 배포하고 있다. 체계적인 요리법을 전수하기 위함이다. 일본 내 전문 요리사를 세계 각 일본 식당에 파견해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일식당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2만4000여개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
해외식당 관리기구 만들고 Q마크 제도 운영, 내년까지 미국에만 전문 식당 3000곳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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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태국식 애피타이저 photo 조선일보 DB
- 태국은 전세계 개발도상국 중 음식 세계화 정책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손꼽힌다. 태국은 2001년 탁신 신나와트라 총리와 솜키드 자투스리피탁 부총리의 주도하에 ‘Global Thai Restaurant Project(글로벌 태국 식당 전략)’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태국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시작한 곳이다.
2004년에는 태국 음식 세계화 프로젝트(Kitchen to the world)를 발표하고 선진국 수준의 태국 음식을 만들기 위해 전문기관을 선정,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태국 식당을 관리하는 기구인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사(GTR)는 음식뿐만 아니라 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GTR는 태국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태국식당의 관리를 책임진다. 정부 주도하에 해외주재 태국 식당 전문 관리자 및 전문 요리사 양성 과정을 통해 우수 인재를 보급하는 창구로서 역할도 한다. 태국상무부수출증진국(DEP)은 전통적인 태국음식을 선보이는 요리사에게 인증서를 제공하고 품질 표준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Q마크 제도도 운영 중이다.
태국은 2010년까지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미국 내에서 1000여개 지역에 태국식 레스토랑 3000개를 설립해 연 20억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식의 위기] / 정부의 노력] “세계 5대 음식으로 키우겠다”
‘한식 세계화’ 선포하고 해외진출 지원·국제세미나 등 추진, 표준 조리법·메뉴 외국어 표기 마련… 한식 전도사도 육성
- FTA(자유무역협정) 등을 통해 무역환경이 급변하면서 각 국가별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있는 음식의 가치에 대해서는 그 인식이 날로 새로워지고 있다. 식문화의 해외진출은 국가의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식자재, 전통소품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을 유도해 21세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례로, 중국에 8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한식당 ‘대장금’은 매월 1000만원 안팎의 순창 고추장을 수입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변화를 인식하고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10월 정부는 식품업계, 농어업인,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한식 세계화 선포식’을 개최하고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천명했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은 크게 5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첫째, 한식 세계화 기반 구축이다. 한식업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필요한 행정적 기반과 한식업체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한 산업적 기반이 포함된다. 행정적 기반으로 한식 세계화 정책의 방향과 전략에 대한 자문기구로 산학관이 연계된 ‘한식 세계화 포럼’을 운영하고 한식업체의 해외진출을 위해 국가별 법, 제도, 상권, 한식에 대한 시장반응 등 주요 정보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표준조리법을 개발과 메뉴명의 외국어 표기안도 마련 중이다.
둘째, 한식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규명해 상품성을 높이고자 한다.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한식의 우수성을 과학적 연구를 통해 입증하고 이를 학술지, 국제 세미나 등에 홍보해 한식의 부가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셋째, 한식 전문 조리사와 경영인을 ‘한식 전도사’로 육성하고자 한다. 한식 전문 조리 교육기관을 지정해 조리 및 서비스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한식당 경영인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전문 경영, 식문화 교육을 실시하여 한식당이 단지 음식만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넷째, 국내 한식당의 해외진출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외식시장은 인구 대비 음식점 수가 과다하고 경쟁이 치열하여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요한 때다.
끝으로, 우리 식문화를 널리 알려 한식에 대한 수요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한식이 단순한 먹을 거리가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한식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음식과 함께 홍보할 것이다. 또한 한식당이 ‘작은 한국’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한식당 시설 디자인을 한국식 스타일로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한류를 직접 느끼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테마 별 한식 체험행사도 늘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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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위기 / 무엇이 문제인가] "맛은 좋은데 냄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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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의 음식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 한식에 대한 호기심은 상당하다. 가끔 TV와 신문 등 대중매체를 통해 이런 호기심을 느낄 수 있는 사례가 소개되곤 한다. 그러나 냉정한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모습은 한류 열풍이 불었던 중국, 일본 등 일부 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몇 안 되는 도시에 국한된 얘기일 수 있다. 지구촌 시대에 일본, 중국, 미국만을 상대로 거래하며 경쟁할 수는 없다. 제각기 문화가 다른 국제 사회에서 한식의 우수성을 인정 받으려면 우리 음식의 단점을 보완하고 현지 문화에 잘 접목시켜 나가야 한다.
한식은 향이 너무 강해 처음 한식을 접한 외국인들에게 역효과를 내곤 한다. 맛과 영양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할 장벽 중 하나다. 각종 장점을 지닌 발효식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시장에서 상품성을 갖기 어려운 한계로 지적 받아온 부분이다. 한식이 세계적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고추장 등 장류와 김치 등 발효 식품은 과학적 관리가 필요하다. 저장과 동시에 적정한 온도에서 숙성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장기간 보관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식재료 관련 문제들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한국 ‘국적’의 식재료는 외국 현지에서 구입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아 이를 유통해 주거나 대체재를 활용하는 조리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일부 찌개류의 경우 식재료와 소스의 사용이 겹치거나 채소가 다양하게 사용되지 않는 레시피가 있다는 점 등이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특히 해외에서 식재료 문제는 고스란히 고비용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농수산물 재배에서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통일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아직 태부족인 상태다. 우리는 외국인을 위한 전용 요리책 하나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영어 등 외국어로 표기된 일부 요리책이 있긴 하지만 외국에서 실현 불가능한 조리법이 담겨 있거나 전통방식에 의존한 음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음식 조리 장면을 통해 한식을 접한다”고 말하는 외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한편에선 궁중음식같이 조리법이 까다로운 음식의 홍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중성’보다 ‘한국성’을 강조해 생긴 결과다. 일련의 문제들은 정부와 식산업 종사자들이 함께 고민할 부분이다.
식산업 육성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한식 세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경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외국인마저 관심의 끈을 놓아 버릴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관련 협회를 한두 개 만들어 놓고 탁상공론만 하거나 대외적으로 홍보 효과가 없는 음식 행사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진행해 놓고는 임무를 다한 듯 그 다음부터 안일함에 빠지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가 철저하게 시장성을 조사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음식 세계화 운동도 필요하다. 음식 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음식에 대한 안일함을 버리고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해서 ‘건강한 한식’을 전세계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식은 발효 식품을 위주로 만들어 장점이 많은 음식이다. 물론 19세기 전통 한식과 맥이 끊겼다 이어진 지금의 한식은 사뭇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선별해 전통성을 입혀 대표 한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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