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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연구용 쇄빙선 아라온호

醉月 2009. 1. 20. 12:02
'거대과학' 한국의 힘] 빙하야 비켜라 '과학 한국' 나가신다
 
극지 연구용  쇄빙선 아라온호
남·북극의 두꺼운 얼음 깨부수며 우리나라 기지에 물자 보급하는 세계 최고의 '떠다니는 연구실' 2003년부터 개발,
올 6월 시운전
 

▲ "얼음 깨려고 뾰족합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에서 건조 중인 아라온의 빙하를 깨는 선수 부분.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부산항에 자리 잡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이자 동양 최초로 멤브레인형(화물창이 구(球)가 아닌 박스형) LNG운반선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서 또 하나의 한국 최초가 탄생하고 있다. 극지연구소의 쇄빙연구선 '아라온(ARAON)'호다.

국토해양부가 2003년부터 1040억원을 들여 개발한 아라온호는 올 6월 시운전을 거쳐 내년부터 남·북극의 두꺼운 얼음을 헤치며 우리나라 기지에 물자를 보급하고 극지 연구를 하게 된다. 얼음으로 덮인 바다 위에 길이 111m의 거대한 '떠다니는 연구실'이 등장하는 것이다.

얼음에 올라타 짓눌러 깨

아라온은 바다를 뜻하는 우리말인 '아라'와 전부나 모두를 나타내는 '온'을 붙여 만든 이름으로 전 세계 바다를 누비라는 뜻이 담겨 있다. 현재 전체 공정의 80%가량이 끝난 상태로 연구 장비 장착 등 막바지 내부 공사가 한창이다.

"상선은 화물 적재 공간을 늘리기 위해 배 앞쪽 아래 부분이 앞으로 둥글게 튀어나와 있죠. 하지만 쇄빙선은 얼음을 깨야 하기 때문에 뾰족합니다."

한진중공업 정복환 수석설계원이 가리킨 아라온호의 선체 앞부분은 당장이라도 얼음을 향해 돌격할 듯 날이 서 있다. 정 수석설계원은 "상선은 앞쪽 철판 두께가 14㎜에 불과하지만 아라온호는 얼음과 부딪히는 충격을 이기기 위해 39.5㎜나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얼음에 돌격하는 것은 아니다. 밀어치기가 버거우면 뱃머리를 얼음판에 올려 그 무게로 짓눌러 깨기도 한다. 이는 정교한 무게중심 이동기술 덕분이다. 아라온호 바닥에는 물탱크가 여러 개 연결돼 있다. 앞쪽 물탱크의 물을 뒤로 보내면 뱃머리가 가벼워져 들리게 된다. 일단 뱃머리가 얼음 위에 올라가면 배꼬리로 보낸 물을 다시 앞으로 보내 얼음을 짓눌러 깰 수 있다.

쇄빙선은 자칫 얼음에 갇힐 수도 있다. 이때는 선체를 좌우로 흔들어 빠져나올 수 있다. 배 바닥에서 좌우 한쪽으로 강한 압력으로 공기를 내뿜는다. 그러면 물탱크의 물이 그 반대 방향으로 옮겨가 배가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같은 방법으로 반대 쪽으로 선체를 기울일 수 있다. 쇄빙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뒤 수평을 되찾을 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쇄빙선은 상선과 달리 전기모터로 추진된다. 바다에서 연구를 할 때는 소음이 없어야 하는 데다 출력 조절이 자유로워 선체 위치를 미세하게 조정하기 쉽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특수선 시장 개척에 도움

쇄빙연구선은 에너지 개발과 신항로 개척 그리고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모두 도움이 된다. 최근 남극세종기지 해역에서 우리나라가 300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에 해당하는 메탄하이드레이트층이 발견됐다. 남·북극은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의 보고다. 세계 각국이 40여 척의 쇄빙연구선을 운용하는 주요 목적도 여기에 있다. 아라온의 연구결과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산업체에 제공될 예정이다.

아라온은 북극 항로 개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북극의 얼음이 점점 녹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시베리아지역을 개방해 북극 항로가 해운 거리를 40%가량 줄일 신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남상헌 극지연구소 쇄빙연구선사업단장은 "외국 쇄빙선은 하루 임차료가 8000만원이나 하지만 원하는 때 원하는 지역을 가지 못했다"며 "아라온은 독자적인 남·북극 자원 확보와 북극 항로 개척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 항로가 개척되면 일반 상선에도 쇄빙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아라온 건조에서 축적한 쇄빙 기술이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복환 수석설계원은 "아라온에는 상선과 해군함 건조 등에 사용된 가장 앞선 조선기술을 적용했다"며 "쇄빙기능 상선을 건조할 때 큰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목적선 건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영도조선소의 아라온 옆에는 비슷한 크기의 선박이 건조되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김재현 과장은 "유전에서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잠수작업 지원선"이라며 "크기는 작아도 대당 1억달러 이상 하는 고부가가치선"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아라온 건조에서 축적한 기술로 외국의 노후 쇄빙선을 대체할 새로운 쇄빙선이나 잠수지원선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특수선 건조시장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아라온의 설계도 삼성중공업·STX·한국해사기술 등 국내 기업이 맡았다.

연구용으로는 세계 최고

아라온은 6950t급으로 외국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 하지만 60여 종의 최첨단 장비를 갖춰 연구능력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캐나다가 북극 기지를 제공하는 대신 아라온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 바닥에는 음파로 해저 지형과 지질구조를 파악해 자원을 찾아내는 센서들이 달려 있다. 해류의 움직임이나 어군의 이동 상황을 3차원으로 파악하는 센서도 있다.
배 위에는 대기를 분석하는 장비들이 있으며, 바다에 그물이나 수집 봉을 내려 극지의 해양 생물과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수온, 염분 변화를 파악할 수도 있다. 해양연구원이 개발한 해저 6000m 탐사 잠수정 '해미래'와 5t 화물을 나를 수 있는 헬리콥터도 갖춰 하늘과 심해까지 아우를 계획이다.

 

▲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건조중인 우리나라 첫 국적 쇄빙선 아라온호. 올해 6월 시운전을 거쳐 내년 남극와 북극 빙하지대에 투입돼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김용우 기자

▲ 2005년 9월 실시된 쇄빙선 모형 실험, 수조에 얼음을 넣어놓고 쇄빙 능력을 시험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이영완 기자

▲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활동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아라온호는 60여종의 첨단 과학장비를 갖추고 최장 70일 연속 운항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이영완 기자

▲ 2008년 1월쯤 남극에서 우리 연구진이 러시아와 호주의 쇄빙선에 올라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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