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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월급쟁이 서바이벌

醉月 2009. 1. 20. 01:14
 2009 월급쟁이 서바이벌, 살아남겠다면 게임의 법칙을 명심하라!
Size up the situation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라
Under haste make waste 서두르면 망친다
Remember where you are 당신의 위치를 명심하라
V
anquish fear and panic 두려움과 공포에 맞서라
Improve yourself 스스로 나아져라
Value your coworker 동료를 존중하라
Act what your boss likes 상사가 좋아할 행동을 하라
Learn basic skills 기본 원칙을 익혀라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에서 당신의 이름이 빠져있다면 맨 먼저 어떤 생각이 들까. 떠나는 동료는 눈앞이 깜깜하겠지만 당신은 속으로 외칠 것이다. “살았다!” 직장 내에서 살벌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서바이벌 게임(Survival Game)과 비슷하다. 실제 서바이벌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총을 많이 쏘는 것도, 다른 사람을 명중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승진은 기대도 안하고 성과급은 포기했다. 목표는 오직 ‘생존’이다.

Size up the situation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라
한국과 세계의 변화·흐름 알고 대비하라

미국의 경기침체는 서울의 구멍가게 주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뉴욕에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멕시코 직장인의 실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만 잘한다고 살아남고, 우리 회사만 잘나간다고 돈 버는 시대가 아니다. 미국의 재채기에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는다고 하지 않는가. 이처럼 국가 간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빠르게 변화한다. 기업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 결국 내 밥그릇을 눈앞에서 뺏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뛰어 넘어 미래를 예측하는 눈이 필요하다. 변화에 발맞춰야 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은 ‘미래 인재의 조건’(21세기북스)이라는 책에서 글로벌한 시각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세계의 변화와 흐름을 전혀 알지 못하는 무지 속에서는 자신의 발전에 분명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것, 창조와 개성을 살린 자신만의 장점을 꾸준히 살리는 길이야말로 남들과 차별화된 블루오션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Under haste make waste 서두르면 망친다
100점 욕심내지 마라… ‘최고’보다 ‘계속 향상’이 효과적

사실 회사생활에서 ‘누가 100점을 맞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회사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업무 성과를 내려는 욕심에 사로잡히기 쉽다. “내가 이만큼 잘하는데, 쫓아내진 않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문제는 모든 과제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만다는 것이다.

‘사표는 전략이다’(플럼북스)의 저자 김진씨는 “100점의 기준은 상사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라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100점이라고 여기는 기준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 봤자 상사의 기준이 당신과 다르면 괜한 헛고생만 한 셈”이라고 말한다. 80~90점만 받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지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김씨는 “회사에서는 최고(Best)를 지향하기보다 더 나은(Better)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여유가 없고 냉정하거나 인간미 없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고 강조한다.

Remember where you are 당신의 위치를 명심하라
지나치면 ‘독’… 잘하려고 상사 업무 넘보다간 ‘눈엣가시’

회사에서 당신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김 과장 없었으면 이번 프로젝트 못 할 뻔 했어.” “역시 박 대리가 아이디어 뱅크라니까!” 이런 칭찬과 거리가 멀다고 우울해 하지 말자. 직원의 가치는 회사의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다르게 평가된다. 단 스스로 ‘개똥’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약’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장 상사가 ‘레드 카드(red card)’를 꺼내기 전에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 상사가 붙잡는 사람이 되기 위해 힘쓰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앞으로 장점으로 살려야 할 무기는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1인 기업의 사장이 아닌 이상 혼자 생각하고 판단 내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마음 터놓고 지내는 선배에게 냉정한 조언을 부탁하거나 커리어 코치를 찾아가 상담해 보는 편이 현명하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나를 알아야 적을 물리칠 수 있듯, 잘못도 알아야 고칠 수 있다.

또한 직급에 따라 간부답게, 부장답게, 사원답게 행동해야 한다. ‘~답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급에서 꼭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욕심은 금물. 아무리 잘나가는 대리라도 과장의 업무를 넘보면 오히려 눈엣가시가 되고 만다. 주어진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고 조직의 성과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Vanquish fear and panic 두려움과 공포에 맞서라
위기가 기회… 아이디어 공모 도전 등 적극 나서라

지난해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3.5%다. 바꿔 말하면 100명 중 3~4명만 회사를 떠난다는 뜻이다. 확률로만 보면 생존자 그룹에 들어가는 편이 훨씬 쉽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자리를 잃을까 봐 무조건 움츠리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물이 절반 채워진 컵을 보고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아쉬워하기보다 “반이나 남았다”면서 나머지를 채우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조직을 축소하거나 통폐합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로 나가는 기업도 있다.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모두가 위기라고 생각할 때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에서는 조직이 개편되면서 새로운 부서가 생기고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기회는 생겼을 때 잡아야 한다. 특히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논문을 공모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공모전 입상을 통해 회사 전체에 ‘아이디어 뱅크’ ‘꼭 필요한 인재’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다.

Improve yourself 스스로 나아져라
지각·불평·딴짓은 퇴출 1순위… 생활태도부터 고쳐라

최근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 944명을 대상으로 “새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입니까?”라는 설문 조사(복수응답)를 벌인 결과 ‘외국어 실력 향상’(56.8%)이 1위로 꼽혔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가장 많은 직장인이 바랐던 ‘연봉 상승’은 10명 중 2명(21.2%)만 희망사항으로 꼽아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연봉 인상의 꿈은 접고 자기계발에 힘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은 그럴 듯한 자격증이나 어학점수보다 평소의 생활태도가 인사고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 K(37)씨는 “인원감축을 위해 부서장들에게 사원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결과를 보니 공통적인 퇴출 대상 1순위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실한 생활태도로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면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일부터 제대로 하라”고 조언했다.

출근 시간을 제멋대로 어기고, 업무시간에는 인터넷쇼핑이나 은행 업무에 한눈 파는 사원, 시도 때도 없이 회사에 대해 불평하면서 ‘회사 때려치우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원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씨는 “한마디로 부서장에게 찍히는 행동을 삼가라”면서 “마이너스가 될 만한 행동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Value your coworker 동료를 존중하라
내 일만 하고 경조사 외면? 위기 때 내 편은 없다

사내에서 ‘완벽주의자’라고 소문난 김 과장은 남들보다 두 배로 일하고, 휴일은 자진 반납했다. ‘남보다 잘나야 성공한다’고 굳게 믿었던 그는 회식이나 동료의 경조사는 뒤로 한 채 업무에만 매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팀에 근무하는 선배가 김 과장을 불렀다. 승진 소식을 기대하며 따라간 그는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그는 화가 났다. 회사에 충성하고 업무 성과도 좋은 사람을 왜 내쫓는단 말인가.

대개 직장인들은 ‘업무 성과’라는 함정에 빠져 자기 일에만 갇혀 지내기 쉽다. 특히 칭찬에 인색하고 동료를 존중하지 않으면 사적인 모임에서 ‘열외’ 취급을 받게 된다.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그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사내 정보를 접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문제다.

‘샐러리맨 회사에서 살아남기’(넥서스BIZ)의 저자 왕홍메이는 사내에서 ‘내편 만들기’를 강조한다. 내 편이 많아야 나서고 싶을 때 멍석을 깔아 줄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왕홍메이는 “평소에 동료를 ‘소 닭 보듯’ 나 몰라라 하거나 ‘내 집 앞 눈만 쓸겠다’는 심보로 생활하면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똑똑한 직장인이라면 평소에 인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시간 날 때마다 주도적으로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우정을 쌓으라”고 말했다.

 

Act what your boss likes 상사가 좋아할 행동을 하라
승승장구엔 다 이유가… 그들을 벤치마킹 하라

상사가 아끼고 사랑하는 직원은 누구일까? 사내에서 승승장구하며 인정 받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구조조정이나 인원감축 때마다 어김없이 살아남은 선배를 따라 하라는 뜻이다.

22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임원으로 승진한 40명을 대상으로 성공 요인을 분석한 최광돈씨는 ‘회사생활 잘하는 기술 50’(더난출판)을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임원까지 올라간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어진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서 “자신의 생각과 회사에서 추진하는 일이 서로 반대되더라도 처음에는 자신의 주장을 어필하되 결론에 이르러서는 조직의 입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상사에게 후배나 동생 같은 편안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면서 “상사와 의사소통 기회를 갖고 싶다면 수시로 보고하면서 그의 업무 스타일을 익혀 나가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상사에게 보고만 잘해도 점수가 올라간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한 취업경력관리 포털 사이트에서 ‘상사에게 인정받는 직원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직장인 10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58.3%)가 ‘진행되는 일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라고 답했다.

 

Learn basic skills 기본 원칙을 익혀라

일 잘하고 동료와 잘 지내고… 칼바람에도 끄떡없다

요즘 서점에는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담은 처세서가 넘쳐난다. 그만큼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처세서 가운데 ‘회사라는 동물원에서 살아남기’ ‘직장인 생존철칙 50’ ‘샐러리맨 회사에서 살아남기’ ‘사표는 전략이다’ ‘회사생활 잘하는 기술50’ ‘절대로 안 잘리는 월급쟁이, 죽어도 못 자르는 샐러리맨’ 등 총 6권을 분석해보니 칼바람을 피해가는 공통적인 비법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회사생활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익히고 실천하라는 뜻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으로 예의를 갖춰라. 지나치게 화려하고 값비싼 옷은 오히려 ‘놀러 온 사람’ 같은 이미지를 준다. △업무에 집중하라. 항상 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면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 △시사는 물론 사내 정보에도 관심을 가져라. 단 가십(gossip)은 귀담아 듣되 퍼뜨리지 마라.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라. 항상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신뢰 받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라. △평판을 관리하라. 동료와 돈독한 유대 관계로 나팔수를 만들어라. 다만 해결사로 나서면 손해 볼 일이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언제든 회사를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 하지만 지금 잘하지 않으면 나중도 없다.

| 직장인의 생존지수 체크 리스트 |

다음 질문에 ‘Yes’ ‘No’로 답하시오.

·능력과 실적이 뛰어나면 자연스럽게 승진되고 연봉도 올라갈 것이다.
·직접 하기 어려운 말은 이메일로 전하는 게 편하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회사동료나 인사담당자와 상의한다.
·회사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정리 해고한다.
·내가 맡은 업무는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회사와 상사는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를 원한다.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므로 한꺼번에 몰아서 장기간 다녀온다.
·노동법은 부당해고로부터 직원을 보호해 준다.
·직장에서 말하지 못했던 불만사항은 회식 때 꺼내는 게 좋다.
·내가 옳다면 회사는 상사보다 내 편을 들어줄 것이다.

‘Yes’라고 답한 항목은 모두 몇 개입니까?

9개 이상 생존 가능성 10% 이하
평소 회사 방침을 100%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 신뢰를 쌓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적으로 말해야 한다. 또한 ‘형편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다거나 회사 방침상 해당부서가 없어진다’는 설명에 속지 말자. 회사는 ‘블랙리스트’로 찍은 직원들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

3~5개 생존 가능성 50%
스스로 회사 생활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겠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6~8개 생존 가능성 30%
인사고과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상사의 시각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동료와 어울리면 미운털 박히기 십상이다.

0~2개 생존 가능성 70% 이상

현재 회사에서 승승장구한다고 ‘오버’하지 마라.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동맹군’을 만들어야 한다. 단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아무에게도 존경받지 못한다.


“무조건 버텨라!” 2009 월급쟁이 서바이벌
동태(한겨울에 잘린 사람)
면창족(일이 줄어 창밖만 보는 사람)
삼초땡(30대 초반 명퇴)
…나는 아닐 거라고?
해가 바뀌어도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여전히 주식은 널뛰고, 부동산 시장은 불안하고, 환율은 어떻게 변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쉽게 돈 벌기는 물 건너간 요즘 “직(職)테크가 최고의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산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월급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눈팔지 않고 회사 일 열심히 하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어 봤자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 기업도산과 구조조정 한파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가 갈수록 실업급여 지급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재취업이 되지 않아 최장 6개월인 지급 기간을 다 채우는 사례도 늘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 이상인 근로자가 폐업·정리해고 등으로 불가피하게 퇴직한 경우, 정부가 하루 최대 4만원을 최장 6개월간 지급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2007년 같은 달에 비해 30%가 늘어난 248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고용환경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직장인들은 내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업무량이 많다고 불평하거나 상사와 마찰을 일으키는 ‘배부른 소리’는 그만. 30대도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살벌한 이야기가 나의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살아남기 전략을 짜야 한다. 실업 한파로 직격탄을 맞은 실업자들의 애타는 사연과 함께 직장인의 ‘서바이벌(SURVIVAL) 생존법칙’을 안내한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김모(38)씨는 2008년 마지막 날 ‘동태(한겨울에 명예퇴직 당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가 됐다. 잘나가던 자동차 업체들이 몇 달째 주춤하면서 부품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라 직원도 몇 안되지만 그마저도 최소 인원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던 회사 사정을 잘 알기에 김씨는 말 없이 거리로 나왔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며 “내가 바로 삼팔선에 낀 동태 신세”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삼팔선은 38세 정도면 회사에서 퇴출 압박이 들어온다는 뜻의 은어. 그는 “서른여덟이 되기 하루 전에 명예퇴직을 당했으니 삼팔선에 낀 동태 아니고 무엇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태
구조조정 칼날에 ‘벌벌’… 세태 반영한 신조어 쏟아져, 공식 실업자 작년 75만명→올해 100만명 예상

최근 경기침체로 문닫는 기업이 늘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해 ‘밥줄’이 위태로운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동태(한겨울에 명예퇴직 당한 사람)’ ‘생태(타 부서로 옮겨 살아남은 사람)’ ‘면창족(일이 줄어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등 신조어가 생겨났다. 여기에 5~6년 전 유행하던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 다니면 도둑놈)’ ‘사오정(45세쯤 되면 정년퇴직)’ ‘삼팔선(38세에 회사에서 퇴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의 해묵은 용어까지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 경력직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중년 남성. / photo 잡코리아
실제로 올해 공식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최근 ‘2009년 노동시장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단국대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는 “2008년 11월 당시 정부추산 75만명이던 실업자 수가 올 상반기에 33% 정도 늘어나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4주간 활발히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취업 상태인 사람을 실업자라고 규정한다. 여기에 취업준비생, 백수, 구직단념자 등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5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와 같은 대량실업사태의 가능성은 적지만 경기 불황의 패닉효과(panic effect)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1999년 이후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면 고용문제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대
조건 좇아 이직? 까마득한 옛 얘기… 현직에 올인, “구조조정에 미리 대비하자” 자기계발에 나서기도

지난해 증권사에 입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K(28)씨는 “언제든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장 이직 기회가 생기지 않겠지만 미리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우선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매일 아침 15분씩 영어회화를 연습하기 위해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증권사는 워낙 이직이 잦은 곳이지만 대부분 더 높은 연봉을 따라 가는 식이었죠. 요즘처럼 등 떠밀리듯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선배들은 아직 입사한 지 1년도 안된 저에게 이직 준비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올해도 경기가 나아질지 불투명하잖아요. 언제 구조조정 될지 모르니까…. ‘나가라’는 말 듣고 짐 싸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고 하더군요.”

K씨는 “1~2년 전만 해도 신입사원들의 잦은 이직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지 않았느냐”면서 “요즘은 ‘신입이 1년도 못 버틴다’는 말이 무색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자르지만 않는다면 현재 직장에 ‘올인’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직을 위한 최선의 준비는 여기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각오해야 하지만 잘하면 쫓아내기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30대
IMF 학번 “겨우 취직했는데 벌써 명퇴 대상…”, “안 잘리려면 아파트 사라는 건설회사도 있어”

“졸업을 1년 앞두고 IMF 사태를 맞았습니다. 만날 술 마시고 데모해도 졸업만 하면 취직하는 선배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위기를 못 느꼈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까 ‘서울대 나와도 취직 못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더군요. 정말 어렵게 입사했습니다. 그저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목표였죠. 지금은 또다시 IMF를 맞은 느낌입니다.”

H그룹 부사장의 직속 비서로 일하던 김은영(가명·34)씨는 지난 연말 회사에서 짐을 쌌다. 지난해 초부터 나돌기 시작하던 구조조정설(說)이 현실이 되면서 김씨의 상사가 회사를 떠났기 때문. 회사에서는 비서인 그의 거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며칠은 버텨보려고 했다”면서 “회사에서는 일을 주지 않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날이 늘어나면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사표를 썼다.

▲ 실업급여 수급 설명회에서 실업자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photo 연합뉴스
“친구들 결혼하고 애 낳을 때 ‘골드미스’라는 소리 들으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어요. 비서도 전문직이라는 자신감에 일만 열심히 했죠. 그래 봤자 이 모양 이 꼴인데…. 얼마 전에 연말이라고 친구들끼리 모였는데 다들 ‘우리는 저주 받은 IMF세대’라는 얘기만 계속 했어요. 건설회사 다니는 친구는 회사에서 ‘구조조정 피하려면 아파트를 사라’고 압력을 넣는대요. 은행 다니는 친구는 30대도 명퇴 대상자라면서 벌벌 떨더라고요.”

40·50대
구조조정 피하려 지방근무, 돌아오니 결국 해고 통지, 반토막 펀드로 속앓이… 불경기에 창업하기도 힘들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의 인사팀에 근무하던 이용수(가명·47)씨는 몇 달 전 회사에서 ‘노란봉투’를 받았다. 책상 위에 얌전히 놓인 해고통지서를 받아 들고 간담이 서늘했다는 이씨. 이미 2006년 연말에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소문을 듣고 지방근무를 자청했던 터라 서운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지방에서 일하다 오면 구조조정 얘기가 쑥 들어갈 것”이라는 상사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지방으로 이사 가자는 말에 아내와 아이들이 무척 싫어하더군요. 결국 저 혼자 지방에 내려가 홀아비 노릇을 했죠. 서울에 있을 때도 아내와 자주 다퉜는데 만날 전화로 돈 얘기만 하니까 싸우는 날이 더 많아졌어요. 지방 내려간 지 1년 만인가. 아내와 이혼하고 제 명의 아파트까지 넘겨줬습니다. 이제 정말 남은 게 없네요.”

이씨는 “지금 이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물었다. 그는 “판판이 깨져나가는 펀드를 보면 잠이 안 온다”면서 “용역업체 들어가서 청소라도 해야 하는데 그놈의 체면이 뭔지 속만 썩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는 “이미 명퇴한 친구들한테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대답이 가관이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친구 녀석들한테 소주 한잔 하자고 불렀더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창업은 꿈도 꾸지 마라, 명퇴 하고 택시 모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12시간씩 일해도 하루 2만원 번다’고 겁을 주더군요.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이혼 했으니 처자식 먹여 살릴 걱정 없어 좋겠다고 부럽다는 겁니다. 속이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