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회사에서 살아남기’(넥서스BIZ)의 저자 왕홍메이는 사내에서 ‘내편 만들기’를 강조한다. 내 편이 많아야 나서고 싶을 때 멍석을 깔아 줄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왕홍메이는 “평소에 동료를 ‘소 닭 보듯’ 나 몰라라 하거나 ‘내 집 앞 눈만 쓸겠다’는 심보로 생활하면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똑똑한 직장인이라면 평소에 인맥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면서 “시간 날 때마다 주도적으로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우정을 쌓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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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상사에게 보고만 잘해도 점수가 올라간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한 취업경력관리 포털 사이트에서 ‘상사에게 인정받는 직원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직장인 10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58.3%)가 ‘진행되는 일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라고 답했다.
Learn basic skills 기본 원칙을 익혀라
일 잘하고 동료와 잘 지내고… 칼바람에도 끄떡없다
요즘 서점에는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담은 처세서가 넘쳐난다. 그만큼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처세서 가운데 ‘회사라는 동물원에서 살아남기’ ‘직장인 생존철칙 50’ ‘샐러리맨 회사에서 살아남기’ ‘사표는 전략이다’ ‘회사생활 잘하는 기술50’ ‘절대로 안 잘리는 월급쟁이, 죽어도 못 자르는 샐러리맨’ 등 총 6권을 분석해보니 칼바람을 피해가는 공통적인 비법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었다. 회사생활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익히고 실천하라는 뜻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으로 예의를 갖춰라. 지나치게 화려하고 값비싼 옷은 오히려 ‘놀러 온 사람’ 같은 이미지를 준다. △업무에 집중하라. 항상 일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면 상사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라. △시사는 물론 사내 정보에도 관심을 가져라. 단 가십(gossip)은 귀담아 듣되 퍼뜨리지 마라.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라. 항상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신뢰 받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라. △평판을 관리하라. 동료와 돈독한 유대 관계로 나팔수를 만들어라. 다만 해결사로 나서면 손해 볼 일이 생기니 주의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언제든 회사를 나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 하지만 지금 잘하지 않으면 나중도 없다.
| 직장인의 생존지수 체크 리스트 |
다음 질문에 ‘Yes’ ‘No’로 답하시오.
·능력과 실적이 뛰어나면 자연스럽게 승진되고 연봉도 올라갈 것이다.
·직접 하기 어려운 말은 이메일로 전하는 게 편하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회사동료나 인사담당자와 상의한다.
·회사는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정리 해고한다.
·내가 맡은 업무는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회사와 상사는 똑똑하고 유능한 인재를 원한다.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므로 한꺼번에 몰아서 장기간 다녀온다.
·노동법은 부당해고로부터 직원을 보호해 준다.
·직장에서 말하지 못했던 불만사항은 회식 때 꺼내는 게 좋다.
·내가 옳다면 회사는 상사보다 내 편을 들어줄 것이다.
‘Yes’라고 답한 항목은 모두 몇 개입니까?
9개 이상 생존 가능성 10% 이하
평소 회사 방침을 100%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 신뢰를 쌓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적으로 말해야 한다. 또한 ‘형편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다거나 회사 방침상 해당부서가 없어진다’는 설명에 속지 말자. 회사는 ‘블랙리스트’로 찍은 직원들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
3~5개 생존 가능성 50%
스스로 회사 생활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겠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6~8개 생존 가능성 30%
인사고과는 ‘상사가 부하직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상사의 시각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동료와 어울리면 미운털 박히기 십상이다.
0~2개 생존 가능성 70% 이상
현재 회사에서 승승장구한다고 ‘오버’하지 마라.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동맹군’을 만들어야 한다. 단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아무에게도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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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버텨라!” 2009 월급쟁이 서바이벌
- 동태(한겨울에 잘린 사람)
면창족(일이 줄어 창밖만 보는 사람)
삼초땡(30대 초반 명퇴)
…나는 아닐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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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바뀌어도 경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여전히 주식은 널뛰고, 부동산 시장은 불안하고, 환율은 어떻게 변할지 짐작하기 어렵다. 쉽게 돈 벌기는 물 건너간 요즘 “직(職)테크가 최고의 재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산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월급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눈팔지 않고 회사 일 열심히 하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어 봤자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 기업도산과 구조조정 한파로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가 갈수록 실업급여 지급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재취업이 되지 않아 최장 6개월인 지급 기간을 다 채우는 사례도 늘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 이상인 근로자가 폐업·정리해고 등으로 불가피하게 퇴직한 경우, 정부가 하루 최대 4만원을 최장 6개월간 지급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2007년 같은 달에 비해 30%가 늘어난 248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사이 고용환경이 얼마나 악화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직장인들은 내 밥그릇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업무량이 많다고 불평하거나 상사와 마찰을 일으키는 ‘배부른 소리’는 그만. 30대도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살벌한 이야기가 나의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살아남기 전략을 짜야 한다. 실업 한파로 직격탄을 맞은 실업자들의 애타는 사연과 함께 직장인의 ‘서바이벌(SURVIVAL) 생존법칙’을 안내한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김모(38)씨는 2008년 마지막 날 ‘동태(한겨울에 명예퇴직 당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가 됐다. 잘나가던 자동차 업체들이 몇 달째 주춤하면서 부품 수요도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라 직원도 몇 안되지만 그마저도 최소 인원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던 회사 사정을 잘 알기에 김씨는 말 없이 거리로 나왔다. 그는 담배를 꺼내 물며 “내가 바로 삼팔선에 낀 동태 신세”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삼팔선은 38세 정도면 회사에서 퇴출 압박이 들어온다는 뜻의 은어. 그는 “서른여덟이 되기 하루 전에 명예퇴직을 당했으니 삼팔선에 낀 동태 아니고 무엇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태
구조조정 칼날에 ‘벌벌’… 세태 반영한 신조어 쏟아져, 공식 실업자 작년 75만명→올해 100만명 예상
최근 경기침체로 문닫는 기업이 늘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해 ‘밥줄’이 위태로운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해 ‘동태(한겨울에 명예퇴직 당한 사람)’ ‘생태(타 부서로 옮겨 살아남은 사람)’ ‘면창족(일이 줄어 창밖만 바라보는 사람)’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등 신조어가 생겨났다. 여기에 5~6년 전 유행하던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 다니면 도둑놈)’ ‘사오정(45세쯤 되면 정년퇴직)’ ‘삼팔선(38세에 회사에서 퇴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의 해묵은 용어까지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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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력직 채용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중년 남성. / photo 잡코리아
- 실제로 올해 공식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최근 ‘2009년 노동시장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단국대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는 “2008년 11월 당시 정부추산 75만명이던 실업자 수가 올 상반기에 33% 정도 늘어나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4주간 활발히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취업 상태인 사람을 실업자라고 규정한다. 여기에 취업준비생, 백수, 구직단념자 등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5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와 같은 대량실업사태의 가능성은 적지만 경기 불황의 패닉효과(panic effect)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면서 1999년 이후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과 가계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발생하면 고용문제는 최악의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대
조건 좇아 이직? 까마득한 옛 얘기… 현직에 올인, “구조조정에 미리 대비하자” 자기계발에 나서기도
지난해 증권사에 입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K(28)씨는 “언제든 여기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권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장 이직 기회가 생기지 않겠지만 미리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우선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매일 아침 15분씩 영어회화를 연습하기 위해 전화영어를 신청했다.
“증권사는 워낙 이직이 잦은 곳이지만 대부분 더 높은 연봉을 따라 가는 식이었죠. 요즘처럼 등 떠밀리듯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선배들은 아직 입사한 지 1년도 안된 저에게 이직 준비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올해도 경기가 나아질지 불투명하잖아요. 언제 구조조정 될지 모르니까…. ‘나가라’는 말 듣고 짐 싸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고 하더군요.”
K씨는 “1~2년 전만 해도 신입사원들의 잦은 이직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지 않았느냐”면서 “요즘은 ‘신입이 1년도 못 버틴다’는 말이 무색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자르지만 않는다면 현재 직장에 ‘올인’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직을 위한 최선의 준비는 여기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각오해야 하지만 잘하면 쫓아내기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30대
IMF 학번 “겨우 취직했는데 벌써 명퇴 대상…”, “안 잘리려면 아파트 사라는 건설회사도 있어”
“졸업을 1년 앞두고 IMF 사태를 맞았습니다. 만날 술 마시고 데모해도 졸업만 하면 취직하는 선배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위기를 못 느꼈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까 ‘서울대 나와도 취직 못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더군요. 정말 어렵게 입사했습니다. 그저 월급 꼬박꼬박 받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게 목표였죠. 지금은 또다시 IMF를 맞은 느낌입니다.”
H그룹 부사장의 직속 비서로 일하던 김은영(가명·34)씨는 지난 연말 회사에서 짐을 쌌다. 지난해 초부터 나돌기 시작하던 구조조정설(說)이 현실이 되면서 김씨의 상사가 회사를 떠났기 때문. 회사에서는 비서인 그의 거취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며칠은 버텨보려고 했다”면서 “회사에서는 일을 주지 않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날이 늘어나면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스스로 사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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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급여 수급 설명회에서 실업자들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photo 연합뉴스
- “친구들 결혼하고 애 낳을 때 ‘골드미스’라는 소리 들으면서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어요. 비서도 전문직이라는 자신감에 일만 열심히 했죠. 그래 봤자 이 모양 이 꼴인데…. 얼마 전에 연말이라고 친구들끼리 모였는데 다들 ‘우리는 저주 받은 IMF세대’라는 얘기만 계속 했어요. 건설회사 다니는 친구는 회사에서 ‘구조조정 피하려면 아파트를 사라’고 압력을 넣는대요. 은행 다니는 친구는 30대도 명퇴 대상자라면서 벌벌 떨더라고요.”
40·50대
구조조정 피하려 지방근무, 돌아오니 결국 해고 통지, 반토막 펀드로 속앓이… 불경기에 창업하기도 힘들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의 인사팀에 근무하던 이용수(가명·47)씨는 몇 달 전 회사에서 ‘노란봉투’를 받았다. 책상 위에 얌전히 놓인 해고통지서를 받아 들고 간담이 서늘했다는 이씨. 이미 2006년 연말에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소문을 듣고 지방근무를 자청했던 터라 서운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지방에서 일하다 오면 구조조정 얘기가 쑥 들어갈 것”이라는 상사의 약속은 거짓말이었다.
“지방으로 이사 가자는 말에 아내와 아이들이 무척 싫어하더군요. 결국 저 혼자 지방에 내려가 홀아비 노릇을 했죠. 서울에 있을 때도 아내와 자주 다퉜는데 만날 전화로 돈 얘기만 하니까 싸우는 날이 더 많아졌어요. 지방 내려간 지 1년 만인가. 아내와 이혼하고 제 명의 아파트까지 넘겨줬습니다. 이제 정말 남은 게 없네요.”
이씨는 “지금 이 나이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거듭 물었다. 그는 “판판이 깨져나가는 펀드를 보면 잠이 안 온다”면서 “용역업체 들어가서 청소라도 해야 하는데 그놈의 체면이 뭔지 속만 썩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는 “이미 명퇴한 친구들한테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느냐고 물어보니까 대답이 가관이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친구 녀석들한테 소주 한잔 하자고 불렀더니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창업은 꿈도 꾸지 마라, 명퇴 하고 택시 모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12시간씩 일해도 하루 2만원 번다’고 겁을 주더군요. 그러면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이혼 했으니 처자식 먹여 살릴 걱정 없어 좋겠다고 부럽다는 겁니다. 속이 참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