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는 역사의 섬이다.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제사를 지낸 선사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숱한 역사가 이곳에서 펼쳐졌다. 강화도의 유구한 역사를 찾아가는 길이 강화 나들길이다. 이 가운데 2구간은 염하를 따라 간다. 염하는 강화도와 뭍을 나누는 물길. 폭이 가장 넓은 곳도 1,5km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의 조류는 예전부터 악명이 높다. 염하의 물살 중에서 가장 빠르다는 손돌목의 유속은 시속 8노트. 사람만한 바위가 물살에 쓸려 다닐 정도로 빠른 속도다. 그 드센 물살이 있어 고려가 강화도를 대몽항쟁의 심으로 삼았던 것이다. | |
역사의 길목을 지키고 선 빠른 물살
염하는 또 한양과 삼남(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였다. 육로보다 수로가 발달했던 시절, 삼남에서 걷은 조세는 모두 이 물길을 따라 한양으로 올라갔다. 염하는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조운선의 운송로이자 조선의 수도인 한양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조선의 조정이 오백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다른 나라의 배가 염하를 드나들지 못하게 지켰던 것도 이 때문.
염하의 드라마틱한 존재감은 조선 말기에 빛을 발한다. 이곳에서 통상개방을 요구하는 서구 열강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1866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 함대, 1871년 신미양요 때는 미국 함대, 1875년 운요호사건 때는 일본 함대에 맛서 조선 수군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전투를 벌였다. 당시 초지진과 광성보, 덕진진을 지키던 조선 수군의 용맹스런 기개는 미국 장교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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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 혹은 서정적인 더리미 포구의 낡은 배들
강화 나들길 2구간의 출발점은 강화역사관이다. 강화역사관은 강화대교 곁의 갑곶돈대 입구에 있다. 강화 들길은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강화역사관에서 초지진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는 강화 나들길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이어진다. 이 길은 본래 강화외성 자리다. 강화 외성은 염하를 지키기 위해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축조한 성곽이다. 바다와 접한 곳은 석축, 섬 내부는 흙으로 쌓은 반석성, 반토성이다. | |
더리미 포구 선창의 갯벌에 낡은 어선이 서 있다. 이 배는 언제 고기잡이에 나섰는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낡았다.
갈매기들만 제집인양 둘러앉아 쉬고 있다.
외성 곁의 해안도로를 따라 질주하는 차량의 굉음이 성가시다. 염하를 따라서는 철조망이 쳐져있다. 철조만 너머에는 저인망 어선 몇 척이 물살에 몸을 맡긴 채 쉬고 있다. 강화역사관에서 1.5km쯤 내려오면 더리미 포구다. 이곳은 장어마을로 유명세를 타는 곳. 강화의 이름난 장어집은 이곳에 몰려 있다. 포구는 거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갯벌 위에 올려놓은 낡은 어선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강화 나들길은 더리미포구를 지나면서 찻길과 바짝 붙어 간다. 이 길은 용진진을 거쳐 용당돈대를 지날 때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자전거와 함께 이용한다. 자전거를 타고 쓩~ 지나는 사람들이 내심 부러워진다. 용당돈대의 언덕을 내려서자마자 서둘러 해안길을 따른다. 찻길에서 멀어지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갈대가 웃자란 길은 화도돈대를 거쳐 오두돈대까지 이어진다.
오두돈대는 아늑하다. 광성보나 초지진처럼 유명세를 타지 않아서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만큼 평범하다. 이곳은 또 그늘이 좋다. 강화 나들길에 그늘이 거의 없던 터라 오두돈대를 감싼 숲이 한없이 고맙다. 고작해야 100m 내외의 오르막이지만 잠시나마 초여름 햇살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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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와 붓꽃, 민들레가 반기는 길
강화 나들길은 오두돈대를 지나면서 잠시 찻길과 만났다가 다시 해안선을 따라 간다. 염하를 향해 옹벽을 친 것 같은 길에는 사람 키 높이를 넘는 갈대가 웃자라 있다. 지난해 묵은 갈대가 아직까지 허리를 꼿꼿하게 편 채 섰고, 그 사이로 초록빛 새순이 힘차게 올라오고 있다. 가끔 붓꽃이나 뒤늦게 피어난 민들레도 반긴다.
오두돈대에서 2km를 걸으면 광성보다. 강화도의 5진7보53돈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이곳은 염하에서 물목이 가장 좁은 곳이기도 하다. 건너편 덕포진까지는 불과 500m 거리다. 염하를 향해 툭 불거져 나온 이곳은 자연히 천혜의 요새이다. 신미양요 때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화력에서 절대열세였던 조선 수군은 미국 함대와의 전투에서 어재연 장군을 비롯한 대부분이 전사했다. 미군도 3명 숨졌다. 광성보에 세워진 안내판에 있는 사진이 그날의 치열한 전투를 말해준다.
광성보는 손돌목돈대와 용두돈대, 광성돈대 등 크고 작은 유적지가 많다. 당연히 관광객도 많이 몰린다. 광성보 유적지로 난 길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시원한 숲그늘과 반듯하게 다듬은 길이 걷기 좋다. 특히, 염하를 향해 설치한 포대진지를 지나면 오롯한 오솔길이 반긴다. 갑자기 인적이 뚝 끊기면서 깊은 숲에 든 것처럼 호젓해진다. 이 오솔길은 다시 찻길과 만날 때까지 300m쯤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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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나들길 2구간의 중간쯤에 자리한 오두돈대는 호젓하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돈대 하나를 혼자서 독차지하는 기분이다.
오르고 내려가는 짧은 숲길도 휴식을 부른다.
치열한 역사의 현장, 그곳에서 다시 평화를 꿈꾸다
광성보를 지나 찻길과 만나는 시간은 아주 짧다. 곧바로 염하를 따라 나들길이 이어진다. 1km쯤 뻗은 길은 작은 언덕을 넘어간다. 황토밭과 외딴집을 지나 몇 걸음만 더 보태면 덕진진이다. 나들길은 여기까지다. 덕진진~초지진은 아직 길이 닦여 있지 않다.
덕진진에서 염하의 빠른 물살을 바라보노라면 물살에 쓸린 바위들이 서로 부딪치며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조운선을 타고 한양으로 향하던 뱃사람들의 우렁찬 뱃노래 같기도 하고, 침략의 발톱을 세우고 밀물져 오는 서구 열강의 함정에서 품어대는 함포소리 같기도 하다. 아니, 목숨은 이미 하늘에 맡기고 맨몸으로라도 맛서 싸우던 조선 수군의 결의에 찬 외마디 함성처럼 들린다. 하늘은 또 무심히 푸르른 날에 오늘을 사는 후손들에게 일갈하는 조상들의 거친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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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강화도로 드는 길은 두 갈래. 서울에서는 48번 국도를 따라 강화대교를 건너는 게 첫 길이다. 인천에서는 356번 지방도를 따라 초지대교를 건넌다. 강화 나들길 2구간은 강화역사관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초지진에서 시작하면 이정표가 반대로 되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덕진진이나 광성보 등 유적지 앞에서 1번과 53번 버스를 이용하면 강화역사관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버스는 3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별미 강화 나들길 2구간에 있는 더리미 포구는 전국에서 손꼽는 장어구이마을이다. 염하에서 잡은 민물장어로 몸보신할 수 있다. 나들길 걷기를 끝낸 후 찾는 게 좋다. 강화에서 인삼막걸리와 밴댕이회도 놓치면 서운하다. 김포에서 초지대교 건너기 전에 있는 대명포구는 저렴한 값에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 나들길 중간에 벤치와 정자, 쉼터가 있어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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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좋은 시기 : 봄~초여름, 가을
주소 :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선원면, 불은면 (지도보기) 총 소요시간 : 약 4시간
문의 : 강화시설관리공단(032-930-7000 · www.ghss.or.kr)
강화 나들길 2구간은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이라 그늘이 거의 없다. 햇살이 뜨거울 때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을 이용해 걸어야 힘이 덜 든다. 모자는 필수다. 해안으로 난 길은 갈대가 우거져 반바지나 슬리퍼 차림은 금물이다. 걷다 지치면 해안순환버스를 타고 강화역사관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염하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입장권은 일괄권을 구입하는 게 경제적이다. | |
- 등잔 밑이 어둡다, 하늘공원 아래 둘레길 | 오마이뉴스 20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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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김산환
- 여행과 캠핑의 달인으로 통한다. 잡지사와 신문사에서 17년간 여행레저 전문기자로 근무하면서 ‘잘 노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도서출판 ‘꿈의 지도’를 설립, 여행과 캠핑을 테마로 한 여행서를 펴내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캠핑폐인], [캠핑여행의 첫걸음 Canadian Rocky], [오토캠핑 바이블], [걷는 것이 쉬는 것이다], [라틴홀릭], [나는 알래스카를 여행한다], [1박2일 주말이 즐겁다], [배낭 하나에 담아온 여행], [낯선 세상 속으로 행복한 여행 떠나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