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필리핀 팔라완

醉月 2011. 8. 22. 07:19

필리핀 팔라완의 최고 명소로 꼽히는 ‘지하강(Underground River)’ 입구. 노 젓는 배를 타고 석회암 동굴 속을 흘러내리는 강을 거슬러 4.2㎞를 랜턴을 비추며 돌아본다. 지하강은 필리핀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 유산이고,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 최종 후보 28곳 가운데 하나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 동남쪽 바다에 떠 있는 오이처럼 길쭉한 섬, 팔라완. 그곳에서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필리핀에서도 호객이나 구걸이 아닌, 현지 주민들과 정감 어린 대화와 깊은 이해, 혹은 쾌활한 웃음과 서로에 대한 배려 속에서 여행할 수 있음을….

여행 목적지로 필리핀은 대략 두 가지의 상반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화려한 산호와 형형색색의 열대 물고기들이 노니는 투명한 바다라면, 나머지 하나는 입구마다 총을 든 경비원이 지키는 빌딩 숲과 거기서 소외된 빈민들의 비참한 삶이었습니다. 전자가 높은 담장을 쌓고 현지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부유한 외국인 여행자들만이 누리는 폐쇄적인 공간 여행이라면, 후자는 도시 빈민들의 안쓰러운 삶을 애써 외면한 채 치안 불안에 마음 졸이며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라 밖 여행을 자연경관이나 쇼핑만을 위한 것이 아닌 ‘현지 문화와 정서와의 만남’이라고 정의한다면 고백하건대 필리핀은 제대로 여행할 만한 곳이 없다고 봐도 좋다는 게 적지 않은 필리핀 여행에서 얻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팔라완만큼은 달랐습니다. 빼어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한없이 순박했습니다. 마닐라나 세부에서 늘 경계해야 하는 도시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 그리고 과분하다 싶을 정도의 호의와 친절이 그곳엔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허름한 시장이나 빈촌들이 밀집한 부두에서도 사람들은 이방인을 향해 기꺼이 손을 흔들어주고,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누추한 삶 속에서도 아이들의 눈망울은 더없이 맑았습니다. 그런 친절과 배려가 주는 감동이 어찌나 가슴 뭉클하던지요.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에 뒤로 밀리긴 했지만 팔라완의 자연은 참으로 빼어났습니다. 팔라완에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으로, 제주도와 함께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최종 후보 28곳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린 국립공원 ‘지하강(地下江·Underground River)’이 있습니다. 작은 나룻배 앞에 랜턴 하나를 켜고 석회암 동굴 속으로 이어지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커튼형 석순과 촛농이 흘러내린 것 같은 석주를 둘러보는 곳입니다.

여기에다 거대한 만(灣)인 혼다비치의 맑고 투명한 물 위에 떠 있는 불가사리섬이며 뱀섬, 판단섬 등에서 즐기는 남국 바다의 피크닉도 한나절의 평화롭고 낭만적인 일정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여기에다가 그곳 주민들이 ‘올드마켓’이라 부르는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 한복판의 시장과 ‘뉴마켓’이라 부르는 버스터미널 부근의 산호세 시장을 여행목적지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산호세 시장에는 갖가지 해산물과 열대 과일들이 그득했는데, 어른 허벅지만 한 갓 잡은 싱싱한 ‘옐로핀 참치’가 그 자리에서 헐값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단 바나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즈음 한창 제철인 망고도 그득그득 쌓여 있었습니다.

그동안 팔라완이라면 섬 하나를 통째로 사들이거나 임차한 뒤 현지인의 접근을 막고 있는 북쪽 엘니도 지역의 최고급 리조트 몇 곳으로 대표됐지만, 오히려 팔라완의 매력은 그곳에 사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푸에르토 프린세사나 지하강, 혼다만 등에서 더 짙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게 개인만의 취향이 아닌 것임은 여정 내내 함께 동행했던 필리핀관광청 직원 삼손이 증명해줬습니다. 팔라완 사람들이 얼마나 순박하고 때묻지 않았는지, 그곳에서 얼마나 즐거운 여정이 가능한지를 처음 목격했을 때 마닐라 출신인 그조차 ‘놀랐다’고 고백했을 정도니까요.

팔라완의 해변은 바다에서 자라는 맹글로브 나무들로 독특한 풍경을 빚어낸다. 팔라완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 인근의 리조트 ‘마이크로텔’의 프라이빗 해변. 맹글로브가 모래밭에 어찌 저리도 굳건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지 신기하다.

# 밝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필리핀 서쪽끝 섬 팔라완. 마닐라공항을 출발한 세부퍼시픽 항공의 비행기는 불과 30여분 만에 팔라완 섬 상공 위로 진입했다. 팔라완은 길다. 긴 쪽의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보다 더 긴 600㎞. 하지만 섬의 폭은 좁아서 가장 넓은 곳이라도 40㎞에 불과하다. 그러니 그 섬의 어느 곳에 있더라도 바다와 직선거리로 20㎞ 이상 멀지 않다. 기다란 오이와도 같은 형상을 한 팔라완에 딸린 섬만 무려 1700여개. 그 섬의 중심에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있다. 푸에르토는 스페인어로 ‘항구(포트·port)를, 프린세사는 공주(프린세스·princess)를 뜻한다. 짐작하다시피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푸에르토 프린세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면 팔라완 섬의 북쪽은 거의 평야에 가깝다. 납작한 땅은 팬케이크처럼 보이고, 그 위로 열대지방 특유의 순백의 뭉게구름이 피어난 모습이 마치 팬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올린 것 같다. 포말이 부서지는 해안과 자그마한 섬마다 마치 녹색잉크를 갓 떨어뜨린 듯 환한 진초록으로 빛난다. 아마도 얕은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형형색색의 산호가 그런 빛을 만들어내는 것이리라. 그곳 어디에나 건물을 짓고 파라솔을 꽂으면 환상적인 리조트가 될 듯했다.

팔라완이 우리에게 알려지기로는 북쪽의 ‘엘니도’가 먼저다. 엘니도에는 섬 하나를 하나의 리조트로 가꿔놓은 호화로운 리조트가 몇 곳 있다. 호되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풍광과 낭만적인 정취로 신혼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바닥이 훤히 비치는 맑은 물과 산호, 그래서 ‘팔라완’하면 ‘엘니도’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엘니도는 팔라완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에게 마라도가 제주도의 극히 일부분인 것처럼….

팔라완 중부 쪽으로 내려가면 해발 1600m를 넘나드는 산들이 마치 굵직한 힘줄처럼 펼쳐진다. 산봉우리마다, 골짜기마다 구름이 걸려 있다. 그 산줄기가 낮아지는 남쪽, 술루해를 끼고 있는 자그마한 곶에 푸에르토 프린세사가 있다. 공항은 거의 도심 한복판에 있다. 국내선만 취항하는 공항이니 규모는 작다. 승객들은 활주로 쪽으로 걸어들어가서 비행기를 타거나 내려야 한다. 비행기의 탑승구와 연결하는 트랩도 공항 직원 두어명이 손수 끌고 다닌다.

도시는 생각보다 제법 규모가 크긴 하지만 번잡스럽지 않았다. 택시는 한 대도 없고, 오토바이 옆에 탈 것을 붙인 트라이시클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마닐라나 세부에 비해 교통사정도 훨씬 더 여유 있고,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밝다. 필리핀의 다른 도시에서 흔히 마주치는 뒷골목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도 없다.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쉽게 웃었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유쾌하게 포즈를 취했다. 이곳은 높은 담을 쌓아놓은 호화로운 리조트의 여정이 아닌, 현지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유쾌한 여행이 가능한 도시인 것이다. 빈부격차가 큰 필리핀의 여행 목적지 중에는 없으리라 믿었던….


# 석회암 동굴 속 지하강을 따라 가는 길

팔라완의 관광명소를 말하자면 단연 ‘지하강(Underground River)’을 가장 앞줄에 세워야 한다. 지하강은 팔라완에 있는 국립공원 두 곳 중 한 곳이기도 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하며,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최종 후보지 28곳 중의 한 곳이다. ‘지하강’이라니 ‘땅 밑을 흐르는 강’이려니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상은 석회암 동굴 속으로 흘러내리는 강을 말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하강’이라기보다는 ‘동굴강’이란 이름이 더 적합해 보인다.

석회암 동굴이야 우리도 있긴 하지만, 동굴의 크기와 강물의 길이에서 차이가 크다. 그리고 동굴에서 나온 강물이 곧바로 바다와 합류한다는 점도 색다르다. 배를 타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하듯 뱃머리에서 랜턴을 비추며 어두운 동굴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재미가 제법이다.

지하강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동북쪽으로 75㎞ 남짓 떨어져 있다. 한진중공업에서 건설했다는, 남쪽 해안을 따라가는 유일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산악지대를 넘어 건너편 남중국해 쪽에 있다.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도로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 2시간쯤 걸린다.

지하강으로 가는 보트는 사방비치 끝의 부두에서 탄다. 사방(Sabang)이란 이름은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곳을 뜻하는 현지어. 이곳은 그야말로 평화로운 해변이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절경은 없지만, 앞에는 흰 모래가 가득 펼쳐진 바다인데다 뒤로는 높은 산과 침식된 석회암 봉우리가 펼쳐져 있다. 그만그만한 오두막 수준의 방갈로를 비롯해 제법 운치 있게 가꿔놓은 리조트들이 곳곳에 있다. 낮이면 해변으로 나가 바람결을 느끼거나 피도소리를 듣고, 밤에는 별빛을 보는 호젓한 여정을 즐기기에는 그야말로 딱인 곳이다. 몸과 마음을 그저 편안하게 내버려 두는 여정에 이만한 곳이 없지 싶었다. 게다가 팔라완의 최대 명소인 지하강이 코앞에 있지 않은가.

사방비치에서 탄 배가 닿는 곳은 원숭이가 내려오고, 도마뱀이 어슬렁거리는 열대우림 지역. 아예 사방해변에서 배를 타지 않고 산자락의 낮은 목을 넘어 이곳까지 당도하는 정글트레킹 코스도 있다. 트레킹은 2시간30분 남짓 걸린다는데, 자욱한 안개 같은 습기로 가득한 열대우림의 깊은 숲을 따라 걷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배에서 내려 3분 정도만 걸어가면 지하강의 동굴 입구다. 관광객들에게는 입구지만, 강의 입장에서 본다면 강물이 깊은 동굴을 흐르다가 밖으로 나와 바다와 합류하는 하류다. 지하강 투어는 여기에서 배를 갈아타고 하류에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지하강의 동굴 길이는 8.2㎞ 남짓. 관광객들은 이중에서 절반 정도인 4.2㎞ 정도를 돌아보게 된다. 관광객들이 타는 배는 대략 6∼8명이 타는 작은 것이다. 노를 젓는 이가 가이드를 겸하며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광객들을 가득 태우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데도 힘겨운 기색이 전혀 없다. 맨 앞에 앉은 관광객은 배터리와 연결된 랜턴을 들고 노젓는 이의 안내대로 이곳저곳을 비추며 전진한다. 폭이 10m쯤 되는 너른 동굴 안쪽에는 커튼형 석순들로 가득하다. 석회암에 물에 녹으면서 기기묘묘한 형상과 색채를 보여준다. 어떤 것은 녹아 있는 거대한 초를 닮았고, 또 어떤 것은 커다란 버섯모양을 하고 있다. 성당모양을 한 것도, 성모나 예수 형상을 한 것도 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현지여행사의 투어프로그램을 통해 지하강을 찾는다. 공항이나 시내 중심가 여행사들이 관광객을 위한 지하강 투어를 예약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가격은 점심식사를 포함해서 1500페소. 지하강 투어와 사방 해변에서의 한적한 해수욕도 겸할 수 있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어촌마을 ‘바랑가이 만다라갓’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 야자잎과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곧 쓰러질 듯한 허름한 집에서 살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행복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자 이들은 서로 자신들을 찍어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 섬에서의 완전한 하루, 혹은 시장 사람들 만나기

팔라완 중부에서 내세우는 또 하나의 명소가 ‘혼다만(灣)’이다. 팔라완 섬의 서남쪽 바다에 접해 있는 거대한 만인데, 마치 장판처럼 잔잔한 바다를 안고 있다. ‘혼다’란 이름만 보면 얼핏 일본식 지명일 것 같지만 실은 스페인어 지명이다. 스페인식으로는 ‘온두’라고 읽는다는데 미국식으로 발음하면서 ‘혼다’로 바뀌었다고 했다. 스페인어로 ‘온두’란 ‘깊은 바다와 평안한 항구’를 뜻한단다.

혼다만에는 모두 13개의 크고 작은 섬이 떠 있다. 바다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맹글로브 숲지대와 설탕 같은 백사장과 울긋불긋한 열대어를 품고 있는 곳이다. 이들 섬을 배로 돌며 낚시와 스노클링 등을 하는 투어프로그램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호핑투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투어는 보통 스타피시(불가사리)섬과 스네이크(뱀)섬 그리고 판단섬 등의 3곳 섬을 순서대로 돌아본다. 역시 시내와 호텔 등에서 예약해 투어를 이용하는데 점심식사를 포함해 1인당 1100페소(약 2만7000원).

현지인들은 망설임 없이 팔라완 중부지역의 명소로 지하강과 혼다만을 꼽지만 여행의 목적이 ‘그 지역의 문화, 혹은 삶과 마주치는 것’이라고 믿는 여행자라면 다른 일정을 다 뒤로 돌리더라도 현지인들이 신시장(뉴마켓)이라고 부르는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산호세마켓’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의 산호세 시장은 다양한 품목을 팔고 있지만 특히 해산물시장과 과일시장이 성하다. 어른 허벅지보다 훨씬 더 굵은 덩치의 옐로핀 참치에다 팔뚝만 한 도미를 비롯해 이름 모를 갖가지 물고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현지인을 상대하는 시장이니 가격은 놀랄 만큼 저렴하다. 냉동한 것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비싸다는 참치 한 마리(25㎏)가 고작 10만원 남짓. 갈치도 1㎏에 70페소(1750원)란다. 과일시장도 마찬가지. 이즈음이 한창인 망고가 1㎏에 25페소(625원)다. 그러나 산호세마켓을 추천하는 것은 이런 싼 물가 때문이 아니라, 이를 다 드러내고 웃는 상인들의 친절 때문이다. 관광객들을 어찌나 호의로 대하는지 가슴이 다 뭉클할 정도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는 또 하나의 시장이 있는데, 구시장(올드마켓)이라 부르는 ‘발렝케시장’이다. 우리로 치자면 남대문시장 골목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곳의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혼돈’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좁디 좁은 골목에 걸어놓은 옷가지와 가방, 신발을 헤치고 마치 미로 속을 걷듯 전진해야 한다. 갖가지 모양의 쌀과 야채, 과일 등을 펼쳐놓은 난전도 있다. 이곳에서도 역시 관광객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어디서나 호의적인 인사와 미소를 받을 수 있다.

모험적인 여행자를 위해 조심스럽게 한 곳 더 덧붙이자면 올드마켓에서 걸어서 당도할 수 있는 북쪽의 칼예 바조 어항(漁港)의 어촌인 ‘바랑가이 만다라갓’을 꼽을 수 있다. 늪지에 집을 세운 빈촌 중의 빈촌인데, 남루하지만 눈이 호수처럼 맑은 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뛰놀고 있고, 더위를 피해 집 밖에 의자를 놓고 앉아 있는 현지 주민들도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만일 카메라를 메고 여기를 찾았다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청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잠깐 동안 머물더라도 이곳에서 ‘필리핀 친구’ 하나 사귀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겠다.



팔라완은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공항이 관문이다.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은 없고, 일단 마닐라까지 가서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마닐라 공항에서 푸에르토 프린세사 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저비용 항공사인 세부퍼시픽은 인천공항에서 마닐라까지 매일 2편, 부산 김해공항에서 마닐라까지는 주 4회 운항한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7시30분에 출발하는 첫 비행기를 타면 마닐라를 거쳐 당일로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 들어갈 수 있다.

마닐라에서 푸에르토 프린세사까지 이어지는 국내선은 매일 3편씩 운항하고 있다. 마닐라 니노이아키노공항 3터미널에서 바로 국내선으로 갈아탈 수 있어 편리하다. 나올 때도 마찬가지로 당일로 연결된다. 세부퍼시픽은 저비용항공사이니만큼 항공료도 저렴하다. 수시로 항공료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지금 8월1일부터 9월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마닐라행 편도 티켓 가격을 23일까지 최저 9만8000원부터 팔고 있다. 항공티켓과 별도로 징수하는 유류할증료도 국적기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마닐라까지 왕복 유류할증료로 124달러(13만5000원)를 받는데, 세부퍼시픽의 유류할증료는 왕복 3만6000원에 불과하다.

푸에르토 프린세사에는 자그마한 펜션이나 여관 외에 관광객이 묵을 만한 호텔은 4곳밖에 없다. 그만큼 개발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5성급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라지만 그것도 오는 2016년이나 돼야 문을 연다. 호텔 4곳 중에서는 망글로브 나무가 자라는 독특한 해변을 끼고 있는 마이크로텔이 손꼽힌다. 시내에서 좀 멀고, 조식이 리조트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허술한 것이 흠이라면 흠. 성수기 정상요금은 20만원. 하지만 호텔 예약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하면 10만원선이면 숙박할 수 있다. 호젓한 휴양을 원한다면 아예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첫손 꼽히는 투어명소인 지하강이 있는 사방비치 쪽으로 가는 편이 더 낫겠다. 사방비치에는 코앞에 해변을 두고 있는 제법 규모 있고 고급스러운 리조트인 ‘쉐리단리조트’가 있다. 제법 너른 수영장을 갖고 있으며 고급스러운 스파도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는 그보다는 규모가 적긴 하지만 전원 분위기가 풍기는 코티지식 리조트 ‘달루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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