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단체&요결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醉月 2013. 8. 1. 01:30

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차례

  1. 비어있음-궁극
  2. 영적 공동체
  3. 깨달음
  4. 맡김
  5. 궁극의 사건
  6. 탐욕
  7. 탐욕을 넘어서
  8. 제자다움
  9. 위대한 기적
  10. 가치
  11. 평범성
  12. 수용성
  13. 지식 버리기
  14. 믿음
  15. 약점
  16. 모방
  17. 깨어 있기
  18. 명상
  19. 한가운데에 있기
  20. 자기 이해
  21. 주기
  22. 청순함
  23. 기도
  24. 힘의 오용
  25. 실제
  26. 비교
  27. 판단
  28. 자기 존중
  29. 감사
  30. 죽음
  31. 받아들이기
  32. 부분을 넘어서
  33. 거듭나기
  34. 분노
  35. 자기 기분에 정통하기
  36. 지옥의 문
  37. 천국의 문
  38. 변형
  39. 창조성
  40. 전체
  41. 실패
  42. 근심, 불안
  43. 마음
  44. 욕망
  45. 미룸
  46. 찾고, 구하고,묻다
  47. 희망
  48. 도전
  49. 사랑
  50. 자비
  51. 용기
  52. 회개
  53. 집중
  54. 성
  55. 선신
  56. 지성
  57. 일, 숭배
  58. 오라, 오라, 언제든 오라
  59. 큰 웃음


   * 뒤틀리고 망가진 영혼이 회복의 깊은 숨을 내쉬며

  문 : 이 책은 문과 같다. 들어가 보면서 느껴나가는 문. 우리들 자신을 열고 들어가보 면서 느껴나가는  문 아름답다.섬뜩하리만치.
  삶의 문 : 삶의 도처에 있는 문들. 이 세상 자궁의 문을 열고 나와 제자리로 돌아가기까지 삶의 여정에 놓여지는 문들. 이 책은 우리들 자신의

      삶을 열고 들어가보면서 느껴나가는 문이다. 그러므로 리얼하다. 놀라우리만치.
  부활의 문 : 새로운 체험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문. 자기 자신의 삶임에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해 뒤틀리고 망가진 영혼이, 가슴이, 마침내

     회복의 깊은 숨을 내쉬며 유감없이 빛을 터뜨리는 거기, 아, 거기로 거듭나게 하는 문이다.

그런데 이 섬뜩한 아름다움과 놀라운 사실성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란 말인가?
다름아닌 우리들 삶의 엄청남, 그 역동성이 아닐까?  합장.

 

 흉내내기를 베어버려라.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단칼에 베어라.
 고통이 뼛속까지 사무치겠으나 그 베임으로 
 그대 자신, 그대 진면목이 드러나리라.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뭐냐하면 우리의 미래를 보고 읽는 것,
그러니까 점성술이나 미래 예측이나 별자리 읽기나 손금보기나 주역이나 카드점이나 이런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사람의 무의식을 보고 읽는 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사실 과거를 보고 읽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의 미래는 과거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살기 대문에 운명을 점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어떤 사람의 과거를 깊이 알고 있다면, 그가 붓다가 아닌 한, 그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다. 그는 과거의 일들을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할 터이므로. 가령 그가 과거에 화를 잘내는 사람이었다면 화를 잘내는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성향은 앞으로도 계속 드러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무의식적 존재는 자기 과거를 거듭거듭 되풀이하려 한다. 쳇바퀴 돌듯이. 그는 계속 그자리에서만 맴돌 뿐, 딴 일은 못한다. 그는 새로운 삶의 발걸음을 어길 수 없으며, 아무런 돌파도 감행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러한 술법들이 재주를 부리는 것이다. 만약에 사람들이 좀더 깨어 있고 살아 있다면 그러한 술법들이 재주를 부릴 턱이 없다.   그대는 붓다의 별자리를 읽는다거나 그의 손금을 본다거나 할 수가 도무지 없다. 한 사람의 붓다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완저히 자유롭고 지금 여기에서는 그냥 텅 비어 있으므로 아무것도 읽고 볼 게 없으니까!

   

 1. 비어있음-궁극

 2. 영적 공동체

  <영적 공동체는 전혀 새로운 사회이다. 사막같은 세상에 조그마한 오아시스. 그대의 실낱같은 물줄기가 여러 물줄기들을 만나 조그만 못을 이루고, 거기서 다시 큰 강물로 흘러 바다로 가 닿게 하라. 하나의 상가,영적 공동체는 한 사람의 붓다 주변에 모여드는 제자와 헌신자들의 형제애이다. 붓다라는 꽃에게로 오여드는 꿀벌들의 형제애>
 

영적 공동체 속의 모든 사람은 각자 개인성을 지니지만 개인으로 있지 않는다. 여기선 아무도 자기 중심적이 아니지만 모두가 유일하다. 그는 저의 유일함으로 공동체에 참여한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하든지 모든 사람이 그를 존중한다. 영적 공동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무한히 존중한다.   여기엔 시인도 있고 화가도 있고 저명한 작가도 있다. 그들은 여기서 신발도 만들고 목공일도 하고 뜰로 나가 밭도 일구고 나무도 가꾼다. 한 가지 절대 분명한 것은 그들의 갖가지 일에 조금도 차별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개인성은 무슨 일을 하든 존중 된다. 그들의 일은 무슨 지위나 계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선 모든 사람이 자기 방식 대로 성실히 일할 뿐이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초심자들, 초심자보다는 좀더 나아간 사람들, 그들 여행의 중간쯤에 이른 사람들, 반도 더 간 사람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닥한 사람들, 이런 모든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곳. 가지가지 영적 성장 단계를 죄다 볼 수 있는 곳. 영적 여행길의 굽이굽이 마디마디를 죄다 살펴 볼 수 있는 곳. 그대에게 한없는 용기를 주는 곳. 그대의 기운을 북돋는 곳. 그대는 안다. 막다른 골목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음을. 캄캄한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음을. 이런전 환상과 망상의 덫에 사로잡혀 있음을. 그대는 안다. 자신의 모든 노력이 쇠사슬 같은 거미줄을 뿜어내어 자신을 도리어 칭칭 동여매고 있음을.

 

3. 깨달음

  <혼자만의, 1인용 깨달음이란 없다>

  붓다가 마침내 하늘나라 문 앞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붓다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문을 활짝 열며 붓다를 크게 환영했다. 붓다는 문 앞에 멈춰 뒤돌아서더니 세상을 바라보았다. 세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뇌와 번민 속에서 몸부림치며 하늘나라 은총의 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버둥 거리고 있었다.   문지기가 말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저흰 오래 전부터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붓다가 말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내 어찌 먼저 들어갈 수 있으리? 때가 아닌 것 같소. 저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지 않았는데 내 어찌 먼저 들어가리? 기다리리. 만약 지금 내가 먼저 들어간다면 그건 손은 문 안으로 들어가되 발은 문 밖에 있는 것과 같으리. 기다리리. 손만 들어갈 순 없으니>   붓다는 지금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 붓다는 언제까지나 기다린다. 세상 사람 아무도 섬일 수 없고, 하나의 "모두"로 더불어 어우러질 때까지. 모든 붓다는 기다린다. 혼자 가지 않는다. 다만 약간 앞서 갈 뿐. 그리고 기다린다. 그러므로 혼자만의 깨달음이란 없다. 깨달음은 전혀 1인용일 수 없다.

 

4. 맡김

  <무얼 하든 온몸으로 하라. 통째로 맡겨라>

  크게 깨달은 달마는 제자를 찾았으나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해서 인도를 떠나 중국으로 갔다. 그는 열쇠를 갖고 있었지만 마땅한 전수자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달마는 산 속의 한 동굴에서 9년을 기다렸다. 벽만 바라보며 그는 기다렸다. 그러나 그에게는 엄청난 자기력, 끄는 힘이 일고 있었다. 그의 뜻은 이러했다. <진짜 사람이 와야만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벽 쪽에서 눈을 돌리지 않겠다>  

 

그런 어느 하룻날, 한 사람이 달마의 동굴을 찾아왔다. 그 사람은 달마의 곁에 가 앉았다. 그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그냥 곁에 앉아 기다렸다. 끈기있게 기다렸다. 거기엔 두 침묵뿐이었고, 두 침묵의 만남뿐이었다.   이튿날 아침,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자기 한쪽 팔을 싹둑 잘라 달마에게 내놓으며 외쳤다.   <제쪽으로 돌아보시지 않으면 이번엔 머리통을 자르리다!>   그러자 달마가 즉각 돌아봤다. 그가 마침내 돌아섰다. 9년 동안 그는 아무도 돌아본 적이 없었다.

  <이제야 왔는가?>
 

자기 목숨까지 기꺼이 내놓을 줄 아는 자만이 진짜 제자이다. 그 사람이 싹둑 잘라 내놓은 팔은 무엇인가? "제 쓰임을 모두 당신에게 바칩니다. 저를 쓰십시오" 모두 바칠 테니 쓰라는 것이다. "당신의 수레가 되겠습니다. 당신이 나르고자 하는 것을 나르고, 주고자 하는 것을 전해 주겠습니다" 수레로 쓰라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제 쓰임은 당신 것입니다. 저는 이제 자신의 행위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 사람이 잘라 내놓은 팔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이 진짜로 머리통을 자른다는 게 아니다. 진짜로 그렇다면 그건 대단히 모자라는 짓일 게다. 그 사람은 분명 말했다. <제쪽으로 돌아보시지 않으면 머리통을 자르리다!> 이건 통째로 맡긴다는 뜻이다.

 

5. 궁극의 사건

  <깨달음이란 우연한 사건과 같다. 많은 일을 하고 준비한 자한테만이 우연한 사건은정말로 우연히 일어난다>

   치요노는 수행을 결심하고 이곳 저곳 수도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찾아가는 곳마다, 위대하다는 스승들조차도 죄다 그녀를 거절하는 거였다. 그녀가 너무 예뻐서 수도사들이 정신을 홀려 모든 걸, 신조차 잊게 되까봐서였다.   도무지 방도가 없게 된 그녀는 자신의 그 예쁜 얼굴을 불로 지지고 하여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 스승을 찾아갔다. 그 스승은 치요노가 남잔지 여잔지도 알아보지 못했었다. 그녀는 비로소 제자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치요노는 이미 상당한 준비가 되어 있었고, 탐구도 매우 진지한 것이었다. 그녀는 저 "궁극의 사건"을 체험할 만하였다. 30, 40년을 꾸준히 수행하고 명상해 온 그녀였다.

 

그런 어느 날 밤...   치요노는 우물가로 나가 물을 긷고 있었다. 두레박으로 물통에 가득 물을 퍼담아 갔다. 물통을 막 잡아 들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물 위에 비친 달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물통을 끌어 안고 걸어 가면서도 그녀는 물 위에 비친 보름달에서 잠시도 눈길을 뗄 줄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대나무로 만들어진 물통의 밑바닥이 부서지면서 물통이 깨지고 말았다.   물은 죄다 쏟아져 내렸고, 그렇게 아름답던 달도 사라지고 없었다. 아하, 문득 깨달은 그녀.

 

  이리저리
  물통만 붙들고 있으려 했었지,
  약한 대나무 물통이
  부서질 리 없겠지 하면서.

  한데 갑자기 밑바닥이 빠지네.
  물도 없고
  물 위에 달도 없어라
  텅 빈 내 손.

  깨달음은 우연한 사건과 같다. 그러나 오해 말기를. 그러므로 그걸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아무것도 않는다면 그 우연한 사건이 일어날 턱이 없으니. 많은 일을 하고 준비한 자한테만이 우연한 사건은 정말 우연히 일어난다.

 

6. 탐욕

  <그대 마음의 움직임,탐욕,믿음이 적음을 알면 자연히 탐욕이 변화할 기회를 얻으리니>

  그대 마음의 움직임을,그 탐욕을,그리고 믿음이 적음을 알아 밝히라. 그러면 자연히 탐욕이 변화할 기회를 얻으리니.

 

 7. 탐욕을 넘어서

  <완전한 믿음이 있으면 시간 자체가 필요없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라도 부족하다>

 

  위대한 신비가 나라다가 신을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 성심으로 기도하며 숲속을 지나던 그는 나무 아래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이 말하기를,   <신을 만나거든 꼭 한 가지만 여쭤주십시오. 이 사람은 벌써 삼생 동안이나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얼마나 더 그래야 하는지요? 언제나 해탈할 수 있는지요?>   나라다는 신께 여쭈겠노라고 쾌히 승낙했다.   길을 계속 가던 나라다는 이번엔 나무 아래서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고 있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래서 나라다가 장난삼아 묻기를,   <그대도 신께 여쭙고 싶은 게 있는가?>   젊은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들은 척도 않은 채 계속 춤만 추었다.   며칠 후 나라다가 돌아왔다.   그가 노인에게 말하기를,   <신께 여쭤봤는데 삼생은 더 해야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말을 들은 노인은 버럭 화를 내었다. 염주와 경전을 냅다 집어던지면서 외치기를,   <말도 안 되오. 또 삼생을 더 하라니!>   나라다는 젊은이한데로 갔다. 젊은이는 여전히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나라다가 말하기를,   <젊은인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내가 젊은이에 대해서 신께 여쭈어 봤다네. 그런데 신의 말씀을 해줘야 할지 어떨지 걱정이 앞서네. 그 노인이 화를 내는 걸 보니 말하기가 꺼려지는군!>   젊은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않은 채 춤만 추었다.  

 

나라다가 입을 열기를,   <내가 여쭈었더니 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젊은이는 그가 춤추고 있는 그 나무의 이파리들 만큼이나 많이 태어나야 할 게야 하시더군>   그러자 젊은이는 점점 더 황홀하게 춤추기 시작하는 거였다. 황홀한 춤 속으로 어우러져 들어가면서 젊은이가 말하기를, <그렇게나 빨리요.? 세상엔 수많은 나무들이 있고, 그래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파리들이 있는데... 너무 빠르지 않나요? 다음엔 신을 만나시거든 감사하다고 꼭 좀 전해주세요!>


  바로 그 찰나에 젊은이는 깨달았다.   완전한 믿음이 있으면 시간 자체가 필요없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라도 부족하다. 그 노인은 지금도 세상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터인데, 그러한 마음은 결코 깨닫지 못한다. 그 마음이 곧 지옥이다.

 

8. 제자다움

  <그대 삶의 모든 상황에서 배워 알아라>

  위대한 수피 신비가 하산이 임종을 맞는데 누가 물었다.   <하산, 당신의 스승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하산이 말하기를,   <내 스승은 수도 없이 많지. 그 이름을 대자면 몇 달 몇 해가 걸릴게야. 그렇지만 내 딱 세 스승만 말해 주겠네>   하산은 말을 이었다.   <첫 번째 스승은 도둑이었네. 언젠가 황야에서 길을 잃고 밤늦은 시각에야 겨우 한 마을로 찾아 들어갔었지. 너무 늦은 때여서 집집마다 문이 다 잠겨 있더군. 마을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웬 사람이 담장 밑에 구멍을 파고 있는 걸 발견하였지. 내가 머물 곳을 찾는다니까 그가 말하더군. "오늘밤엔 찾기 어려울 테니 나와 함께 지냅시다. 도둑과 함께 지내도 괜찮다면 말이요" 그러더군>  

 

하산이 말을 계속했다.   <그 사람 대단히 멋진 사람이었어. 난 한 달 동안을 그와 함게 지냈지. 매일 밤마다 그는 내게 말했어. 이제 자신의 일이 다되어간다고. 나더러는 쉬면서 기도나 하라고. 그가 돌아오면 나는 묻곤 했었지. 오늘은 뭘 얻었소? 하고. 그는 말하는 거였어. 오늘밤엔 아무것도. 허나 내일 또 해 볼 참이오. 신의 뜻이라면... 그는 조금도 희망을 저버리는 일이 없었지. 언제나 행복해 보였지>   하산은 게속 말을 이었다.   <그 후로도 나는 여러 해 동안 명상하고 또 명상을 했는데 그토록 애를 써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네.

 

그저 수도 없는 분열과 절망만을 맛 볼 따름이었지. 그때마다 난 생각했지. 이따위 것 죄다 집어치워 버리자고. 그러다 도둑이 매일 밤마다 하던 말이 문득 행각이 났다네. 신의 뜻이라면 내일은 일어날 테지 하는>   하산이 잠시 숨을 돌린 다음 입을 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스승은 개였네. 몹시 목이 말라 강가로 갔는데 개 한 마리가 오더군. 그 개도 목이 말랐었지. 개가 목을 축이려고 강물로 얼굴을 가져가다가 문득 강물 위에 비친 개의 모습을 보곤 깜짝 놀라고 말았지. 개는 컹컹 짖어대며 냅다 뒤로 내빼더니 이내 되돌아 오더군. 목이 너무 탔거든. 개는 주저주저 하다가 용기를 내어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지. 그러자 강물 위에 비쳤던 개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지 뭔가.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신의 메시지를 알아챘네. 무릅쓰고 뛰어들라는>   하산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세 번째 스승은 어린 아이였네. 어떤 도시엘 갔는데 웬 어린 아이가 촛불 하나를 들고 가더군. 아이는 사원으로 가고 있었지. 내가 장난삼아 물었지. 얘야, 네가 촛불을 밝혔니? 하고. 아이가 말하더군. 그렇다고. 내가 다시 물었지. 그 초에 불이 밝혀 있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불이 밝혀져 있구나 얘야. 넌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 하고. 아이가 돌연 깔깔거리며 웃더니 촛불을 훅, 불어 끄더군. 그리곤 말하기를, 빛이 어디로 갔는지 보셨겠죠. 어디로 갔죠? 하고 도리어 묻는 거였어. 순간 내 자아는 박살이 나버렸지. 나의 모든 지식이 가루가 되어 버렸어. 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철저하게 깨달았어. 내 모든 지식을 깡그리 내던져 버렸지>


  내겐 스승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배운 바 없다는 걸 뜻하는게 아니다. 그렇다. 나는 모든 존재, 삼라만상을 내 스승으로 삼았다. 나는 구름을, 나무들을 스승으로 삼았다... 삼라만상 모두를. 나는 수많은 스승을 섬겼으므로 차라리 스승이 없었다. 한 사람의 제자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길" 위에 있는 것이다. 제자가 된다는 게 뭔가? 그건 배울 수 있음을, 배우기 시작한다... 서서히 그대는 더불어 있을 줄 알게 되며, 삼라만상 모든 것과 더불어 함께 있을 수 있는 길을 보아 알게 된다.   스승은 그대가 헤엄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수영장이다. 거기서 헤엄치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모든 강물과 바다가 그대의 것이 되리라.

 

9. 위대한 기적

  <어떠한 심령 현상이나 은총 같은 것, 기적 따위에 말려 들지 말라. 그딴 것들을 가지고 자신이 어디만큼 도달 했다는 따위의 못난 판단일랑은 하지 말아라. 그대가 도달해야 할 곳이란 본래 없는 것.그저 평상적이고 즐거우라>

 

임제의 한 제자가 딴 스승의 제자와 얘길 나누고 있었다.   딴 스승의 제자가 말하기를,   <우리 스승님으로 말하자면 온갖 기적을 다 행하신다네. 원하시는 건 못하시는 게 없지. 이 두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 그래 자네 스승께선 어떠시던가? 어떤 기적을 행하시던가?>   임제의 제자가 말하기를,   <우리 스승님께서 행하시는 제일 큰 기적은 아무 기적도 행하시지 않는 거라네>   기적의 힘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 못나고 약해빠진 자나 힘자랑을 하는 거다. 강한 자는 힘자랑 하지 않는 법. 그게 또다른 함정임을 그는 안다. 그건 함정이고, 세상은 그의 앞길을 방해하려 온갖 술책을 다 쓴다.   이게 마지막 함정이다. 그대가 심적 에너지를 피하고 조용히 그 작용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들의 장난에 말려들지 않고 그냥 보낼 수만 있다면, 그때 비로소 그대는 본자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10. 가치

  <자신의 가치를 시험하지 말라. 자신을 상품화 하지 말라. 가장 지고한 삶의 체험은 그대의 행위를 통해서 오는 게 아니라 사랑을 통해서, 명상을 통해서 오는 것>

 

 노자가 제자들과 함께 여행을 하다가 나무꾼들이 나무를 하고 있는 숲을 지나게 되었다. 이상스럽게도 주위의 나무들이 죄다 베어졌는데 딱 한 그루 나무만은 온전하였다. 그 나무는 거대하였고, 수많은 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뻗어 있었다.   노자는 제자들에게 왜 저 나무는 베지 않았는지 나무꾼한데가서 물어보고 오라 하였다. 제자들이 가서 묻자 나무꾼들이 말하기를,  

 

<이 나무는 조금도 쓸모가 없거든요. 온통 옹이가 박혀 있어서 아무짝에도 못 써요. 곧은 가지가 하나도 없잖아요. 땔감으로도 못 써요. 연기가 지독해서 위험하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 벨 필요가 없죠>   제자들이 돌아와 노자에게 들은 바를 말하였다. 노자가 웃으며 말하기를,   <저 나무처럼 있으라. 그대들이 아무 쓸모가 없다면 베여서 남에 집 가구가 될 염려는 없을 게야. 그러나 그대들이 만일 멋지거나 아름답다면 상품화되어 시장에 내다 팔릴 게다. 저 나무처럼 있으라. 조금도 쓸모가 없으리... 그러면 잘 크고 넓어질 수 있으리니. 크고 넓게 자라면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아래 그늘에서 쉴 수 있으리니>


  노자는 보통의 사람들관 전혀 다른 쪽에서 말한다. 맨 밑바닥에 있으라고. 그대가 마치 없는 듯 있으라고. 경쟁하지 말며, 자신의 가치를 내세우지 말라고. 그럴 필요가 도무지 없다고. 쓰임이 없이 그저 노닐라고.
  우리는 사람들을 그들의 쓸모에 따라 판단한다. 그렇다고 쓸모 있는 일을 전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쓸모 있는 일을 하라. 그러나 참되고 지고한 삶의 체험은, 그 황홀경은 쓸모 없음의 행위, 무위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알자. 그건 시적인 것을 통해서, 회화적인 것을 통해서, 사랑과 명상을 통해서 온다. 삶의 크나큰 기쁨은 전혀 상품화 될 수 없는 무엇을 행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샘솟고 넘쳐 흐르는 것.

 

11. 평범성

  <평범한 사람이 바로 이인이다. 별난 사람을 찾지 말라. 제 본래의 길을 가라>

 

  한 선승이 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웬 구도자가 와서 묻기를,   <아저씨, 선사께선 어디 계시지요?>   선승이 웃으며 말하기를,   <저쪽 문 바로 안에 계시지>   구도자가 뜰을 돌아 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거기엔 뜻밖에도 뜰에서 본 그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구도자가 말하기를,   <당신 지금 뭣하는 거요?  냉큼 거기서 내려오지 못하겠소. 천벌을 받을지고!>   선승은 상석에서 내려와 바닥에 가 앉았다. 그리고 말하기를,   <자넨 상석에 앉아 있는 선사를 보긴 틀렸어>   그러나 구도자는 위대한 선사가 저렇게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는 걸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는 발길을 돌렸고, 스승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선승이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펴고 있는데, 딴 종파의 사람이 느닷 없이 튀어나와 말을 가로채고 자랑을 늘어놓는 거였다.   그는 말하기를, 자기네 종파의 창시자는 강 이쪽에 서서 붓한 자루를 쥐고 강 저쪽에서 있는 사람의 손에 들린 종이에 거룩한 이름을 쓸 줄 안다고 하였다. 한참 자랑을 늘어놓더니 그가 물었다.   <한데 선사께선 대체 어떤 기적을 행하실 수 있소이까?>   선승이 선뜻 말하기를,   <딱 하나 있지. 배 고플 때 밥 먹고, 목 마를 때 물 마시는 것>   유일한 기적, 진짜 기적은 참으로 평범하기이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별난 것을 갈구한다. 우리의 자아는 언제나 별나 보이를 원한다. 진짜 기적은 이런 것이다. 자신이 하찮은 사람임을 참으로 아는 것,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있는 거. 조금도 별나 보이기를 원치 않는 것, 없지 않은 듯이 있는 것. 별난 힘이란 전혀 영적인 게 아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적을 행하는 자처럼 못난 사람은 없다.   그대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릴 것이다. "이게 무슨 기적이란 말인가? 배 고플 때 밥 먹고, 졸리울 때 잠자는 게"   그 선승은 진짜를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대는 분명 배가 고픈데 그대의 마음은 말한다. "아니지. 난 단식하고 있으니까" 배가 잔뜩 부른 데도 그대의 마음은 말한다. "더 먹어야지. 맛있으니까"   그러나 저 선승은 말한다. "난 자연을 따른다. 스스로 그러한 것을. 나의 있음이 느끼는 바대로 움직인다. 여기엔 농간하는 마음 쪼가리란 없다"

 

12. 수용성

  <해답 구하기를 딱 멈춰 보라.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라. 풀고,기다리고, 좋은 때를 가져보라>

 

  한 철학자가 선승을 찾아와서 붓다와 명상과 이런저런 것들을 물었다. 헐떡이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승이 말하기를,   <객이 몹시 지쳐 보이는구려. 이 높은 산을 올라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차나 한 잔 하시게>   철학자는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그의 마음은 온갖 의문들로 들끓었다. 이윽고 주전자가 보글보글 소리를 내고 차 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선승은 말하기를,   <기다리시게. 그리 서둘지 마시게. 혹시 아는가? 차 한 잔 마시노라면 객의 의문들이 싹 풀릴지>   순간 철학자는 자신이 완전히 헛걸음한 게 아닌 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냐? 차 한잔 마신다고 붓다에 대한 내 의문이 어떻게 풀릴 수 있단 말야?"   그러나 그는 너무 지쳐 있으니 차나 한 잔 받아 마시고 산을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선승이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기울였다. 찻잔이 가득차고 넘치는데도 선승은 계속 붓는 거였다. 잔 받침대까지 가득 찼다. 한 방울만 더 따르면 마룻바닥으로 넘쳐 흐를 지경이었다. 철학자가 외쳤다.   <그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잔이 넘치고 받침대까지 넘치는게 안 보이십니까?>  

 

선승이 말하기를,   <아항, 객의 모양이 꼭 이렇지. 객의 마음이 꼭 이렇게 의문들로 그득해서 내가 뭘 말해 줘도 들어갈 틈이 없지. 도리어 내가 한 마디라도 해주면 객의 의문들은 넘쳐 흘러 물바다를 이룰 게야. 이 오두막이 객의 의문들로 가득 찰 테지. 돌아가시게. 객의 잔을 싹 비워 가지고 다시 오시게. 우선 객의 속 안에 조금이라도 빈 틈을 내시게>
  이 선승은 그래도 봐줘 가며 하느니, 나한테 오면 어림도 없다. 난 빈 잔도 허락지 않는다. 잔 자체를 박살 내버릴 것이다. 아무리 비워도 잔은 다시 차기 마련이니까. 그대가 아예 있질 않아야 만이 차를 따를 수 있다. 그렇다. 그대가 아예 있질 않으면 차를 따를 필요조차 없다. 아예 있지를 말라. 그러면 모든 존재가 온갖 차원, 온 방향에서 그대의 없음으로 부어질 테니.

 

13. 지식 버리기

  <가짜를 버리고, 자신의 지혜를, 자신의 이해를 일으켜라>

 

  위대한 학자 나로빠가 깨닫기 전의 일이다. 그때 나로빠는 학생수가 만 명이나 되는 큰 대학의 부총장이었다.   그날 나로빠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온통 경전들과 귀한 책들이 가득하였다.   마침 깜빡 잠이 든 나로빠는 어떤 비젼을 보았는데, 전혀 꿈같진 않은 생생한 것이었다. 비젼이었다.   아주 늙고 추하기 짝이 없는 마녀같이 징그러운 노파가 나타났는데, 너무도 추하여서 나로빠는 몸서리를 쳤다. 마녀같은 노파가 기괴한 입으로 말하기를,   <나로빠,뭘 하고 있소?>  

 

 나로빠가 덜덜 떨면서 말했다.   <공부하고 있소>   <철학, 종교, 인식론, 어학, 논리학 또...>   <나로빠, 그걸 죄다 이해하시오?>   <... 그렇소. 모두 이해합니다만>   <낱말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뜻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노파의 눈빛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감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로빠는 자신이 완전히 발가벗겨 지는 걸 느꼈다.   <낱말을 이해한다는 말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귀같은 노파가 춤을 추며 노랠 부르기 시작하였다. 노파의 징그럽게 추한 모습이 점점 변해가더니 아주 아리따운 모습이 나타나는 거였다.   그걸 보고 마로빠는 얼른 생각했다.   "이 여자를 더 행복하게 해줘야지. 더욱 즐겁게" 나로빠는 재빨리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또 그 뜻도 이해합니다>   아리따운 모습으로 변해가던 여인이 돌연 노래를 그치고 춤도 멈추었다. 그러더니 슬프게 울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아리따운 모습은 다시 추하게 일그러져 갔고 마침내는 전보다 훨씬 더 추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나로빠는 당황하여 물었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나로빠, 그대가 거짓말을 안 하는 훌륭한 하자여서 난 행복했는데, 이제 거짓말을 했으니 슬퍼서 그러오. 나나 그대나 아는바이지만, 그대는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지 않던가요>   순간 비젼이 사라져 갔고 나로빠는 꿈을 깨듯 퍼뜩 눈을 떴다.   나로빠는 이미 완전히 변해 있었다. 그는 그 길로 학교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책에 손대지 않았다. 그는 "안"것이다.
  지혜로운 자, 이해하는 자는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향기롭다. 뜻을 이해하는 자는 아름다워지고, 말만 이해하는 자는 추해진다. 추해라, 말들은. 아름다워라, 뜻은.

 

14. 믿음

  <그대가 참으로 믿으면 그 믿음의 질은 어떠한 상황이라도 그대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킨다>

 

  밀라레빠가 티벳으로 스승을 찾아갔을 때, 그가 너무도 겸허하고 순수하며 성실했기 때문에 딴 제자들이 모두 그를 시기하였다. 밀라레빠가 스스의 계승자가 될 것임이 확실 하였으므로 딴 제자들은 그를 죽이려 하였다. 밀라레빠는 아주아주 믿음이 깊었다.   하루는 딴 제자들이 그에게 말했다.   <자네가 정말 스승님을 믿는다면 절벽 위에서 뛰어내려 보지 않겠나?

 

진짜 믿음이 있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게 아닌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을 테니>   절벽 위에 올라선 밀라레빠는 정말 눈 깜짝할 순간에 주저 없이 뛰어내렸다. 구경하고 있던 제자들은 재빨리 절벽 밑으로 달려 내려갔다. 절벽 밑은 아주 깊은 골짜기였다. 어디 뼛조각이라도 없을까 하고 절벽 밑을 살피던 제자들은 화들짝 놀랐다. 거기에 마라레빠가 연꽃좌로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밀라레빠가 눈을 뜨며 말했다.   <그대들 말이 옳군. 믿음이 곧 구원이니>   제자들은 이거야말로 우연한 일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후 어느 날, 한 집에 불이 났다. 제자들은 얼른 밀라레빠에게 말했다.   <자네가 정말 스승님을 사람하고 믿음이 깊다면 저 불속으로 뛰어들 수 있겠지?>   불타는 그 집 안에는 여인과 아이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밀라레빠는 선뜻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길이 엄청난 기세로 타오르고 있었다. 딴 제자들은 밀라레빠가 틀림없이 타죽고 말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밀라레빠는 멀쩡한 모습으로 여인과 아이를 구해 가지고 나오는 것이었다.  또 다른 어느 날, 그들은 여행을 하고 있었다. 강가에 이르렀을 때 딴 제자들이 밀라레빠에게 말했다.   <자넨 배가 없어도 괜찮겠지. 크나큰 믿음이 있으니까. 자넨 물 위로 걸어갈 수 있을거야>   밀라레빠는 서슴 없이 나섰다. 그때 스승은 처음으로 밀라레빠를 보았다.   스승이 말하기를,   <자네 뭐하려는 건가? 그건 불가능하다!>   밀라레빠가 말하기를,   <스승님, 전 스승님의 힘으로 하는 겁니다>   스승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무지하고 우둔한 애가 나의 이름과 힘으로 그걸 할 수 있다면, 내 자신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스승은 내심 굳게 마음을 먹고 강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스승은 곧 물에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아직 깨닫지 못한 스승이라도 깊게 믿기만 한다면 그대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가 있다. 그리고 깨달은 스승이라 해도 그대의 믿음이 얕다면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다. 오직 그대 자신의 믿음에 달려 있다.

 

15. 약점

  <스승과 함께라면 어느 때 어떤 상황이라도 그대의 눈을 뜨게 하는 데 소용된다. 자신을 방어하지 말라. 불안한 대로, 여린 대로, 있으라. 스승한테 완전히 맡기고, 믿으라>

 

  대단히 엄한 선사가 있어서 제자들은 모두 그를 두려워 하였다. 어느 날 한 제자가 종을 치고 있던 제자가 순간적으로 헛치고 말았는데, 막 절문 앞을 지나가는 어여쁜 처녀를 보고 정신이 아뜩하였던 것이다. 제자는 그 자리에 더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속안에서 잠자고 있던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꿈꾸듯 처녀의 뒤를 쫓으려 하였다.  

 

바로 그 순간, 뒤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스승이 지팡이로 제자의 머리통을 냅다 후려 갈겼다. 어찌나 셌는지 제자는 그 자리에서 꼬꾸라져 죽고 말았다.   선가에는 오랜 전통이 하나 있는데, 어떤 스승한테 제자로 들어 갈 때는 약조를 해야 한다. "이 목숨이 살고 죽음은 오직 스승님께 달려 있습니다" 제자는 이를 서약한다.   이런 전통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 엄한 선사를 비난하였다.

 

자신이 후려 갈겨 제자가 죽었는데도 스승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여전하였다. 누군가 그 죽은 제자에 대해 물으면 도리어 털털거리며 웃는 것이었다 스승은 뭐가 잘못되었노라 얘기 한 마디 한 일이 없었다. 스승에게 있어 제자의 죽음은 하나의 우연한 "일"이었다. 스승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왜?   속 안의 내용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제자는 뭔가를 얻었다. 그의 육신은 꼬꾸라졌지만 안으로 그는 눈을 번쩍 떴던 것이다. 욕망이 뿌리채 뽑히고, 꿈도 순식간에 걷혔으며, 모든 것이 육신과 함께 박살난 것이다.

 

그는 안으로 눈 뜨는 그 순간에 죽은 것이다. 만약에 눈 뜨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대는 깨닫게 될 것이다.   선사는 죽음의 찰나를 너무나 멋지게 이용한 셈이다. 그랬으므로 제자는 눈 뜰 수 있었다. 이 선사야말로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요 스승이 아니냐.


  이 얘기를 읽고 그대는 분명 스승이 제자를 죽인 사건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이 얘기의 핵심이 아니다. 사실 제자는 어떻게든 죽게 되어 있었다. 스스은 그걸 알고 있었다. 얘기 속에는 이런 암시가 들어 있지 않은데, 그렇지 않았다면 스승이 마침 그때 제자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을 까닭이 없었을 것이다. 제자가 종을 치는 일은 아주 일상적이고 날마다 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다. 제자의 죽음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그건 내적 신비여서, 만약에 내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걸 막을 도리는 없었을 것이다. 스승은 그대의 속 안을 꿰뚫어 본다. 스승은 그대의 죽음의 때를 안다. 그러나 그대가 완전히 맡겨야만이 죽음은 아주 뜻깊게 이용될 수가 있다.

 

16. 모방

  <남의 흉내나 내고 있진 않은 지 살펴 보라. 남을 흉내내면 자기 속안의 진짜 씨앗은 살아날 수 없으니. 그대 의식의 칼로 베어라. 흉내내기를.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단칼에 베어라. 고통이 뼛속까지 사무치겠으나 그 베힘으로 그대 자신, 그대 진면목이 드러나리니>

 

  구지 선사는 선문답으로 엄지손가락을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그런데 한 어린 학승이 선사를 흉내내어 누가 물으면 엄지손가락을 번쩍번쩍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구지 선사가 그 얘기를 듣고 가봤더니 마침 녀석이 그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선사는 녀석의 팔목을 꽉 붙들고는 칼을 빼들어 엄지손가락을 싹뚝 잘라버렸다. 어린 학승은 아우성을 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선사가 외쳤다.  

 

<이놈, 게 섰거라!>   학승이 엄칫 서서 뒤돌아 보니 고통의 눈물 사이로 얼핏 스승이 보였는데,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 올려 보이고 있는 거였다. 학승이 저도 모르게 습관대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려는 찰나... 자기 손가락이 없음을 알아챘다. 학승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깨쳤던 것이다.


  스승은 손가락 하나라도 불필요한 행동을 결코 않는다. 구지 선사가 날이면 날마다 온종일 엄지손가락을 일으켜 세우곤 했던 게 아니다. 구지 선사는 선적인 물음에 답할 때만 그리했다. 왜?   그대의 모든 의문, 의혹들은 그대가 조각나 있고 찢겨져 있고 혼란 속에 있고 부조화 속에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 명상이란 무엇인가? 그건 그대를 통합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구지 선사에게 있어 설법이나 강의는 부차적이다. 그에게는 엄지손가락 치켜들기가 진짜 알맹이다.

 

구지 선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이어라! 그러면 모든 의문이 플리리니" 한데 어린 학승이 무턱대고 선사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그 흉내내기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할 엉뚱한 곳으로 데려갔다. 흉내내기란 아무 근거도 없는 망상같은 것이다. 그건 전혀 자기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속안에 자신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남을 흉내내기 시작하면 그 씨앗은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흉내내기는 가차없이 베어야 한다. 여기서 엄지손가락은 바로 베어져야만 하는 흉내내기이다.

 

어린 학승은 아주 호된 맛을 봤을 것이다. 그 고통이 그 존재의 뿌리 밑까지 사무쳤을 것이다.   바로 그 사무치는 순간에 구지 선사는 외쳤다. "게 섰거라!"하고. 그러자 사무치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스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것을 본 제자는 자신도 모르게 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려다가 처음으로 알아챘다. 자신이 곧 몸뚱아리가 아님을 제자는 눈 떠 알았다. 자신은 바로 영혼이며, 몸뚱아리는 한낱 영혼의 집임을.   그대는 속안의 빛이다. 램프가 아니라 불꽃이다.

 

17 . 깨어있기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거든 얼른 멈춰라. 기계적이지 말라. 자아를 따라 움직이지 말라. 차 한 잔 들고 눈 떠라. 의식을 가지고 움직여라>

 

  선가에서 차는 깨침의 상징이다. 차는 그대를 눈 뜨게 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하기 때문이다. 차는 옛부터 명상에 아주 유용한 수단으로 쓰여 왔다. 달마 대사가 중국으로 갔을 때 높고 큰 산인 "태산"에서 명상을 했다. 높고 큰 이 산의 이름 "태"자에서 차 "다"자가 유래하였다.   달마는 참으로 위대한 명상가였다. 그는 날마다 18 시간씩 명상하였는데, 그건 대단히 힘겨운 일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졸음과 싸워야 했고, 눈꺼풀이 얼마나 무거운가를 거듭거듭, 실감해야만 했다. 그래서 달마는 자신의 눈꺼풀을 싹 잘라 내버리기까지 하였다.   아, 아름다워라. 바로 그 눈꺼풀이 차의 씨앗이 되었으니, 내버린 눈꺼풀에서 잎새가 돋아났던 것인데, 달마는 그 잎새를 취해 달여 마시곤 깜짝 놀래었다. 그걸 마시자 오랜 시간 정신이 맑았기 때문이다.

 

18. 명상

  <모든 걸 받들라. "큰"것  "작은"것이 따로 없으니, 모두가 거룩하다>

 

  웬만큼 수행했다는 한 제자가 큰 스승을 찾았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자는 신발을 벗고 그 옆에 우산을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인사를 올리자 스승이 물었다. 어째서 신발 옆에 우산을 놓았느냐고.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 스승이라면 신이나 쿤달리니 현상이나 챠크라가 열리는 것, 머리에서 빛이 번쩍번쩍하는 일같은 것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그대는 아마 생각할 것이다.

 

한데 이 스승은 아주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것을 물었다. 신발과 우산 따위가 영성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러나 이 하찮은 질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제자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스승이 일렀다.   <돌아가서 칠 년 더 공부해라>   <이 조그만 실수 때문에요?>   <실수엔 크고 작은 게 없는 것. 그댄 아직 멀었느니, 그게 전부다>   차별을 두지 말라.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아주아주 영적이니. 받들고 깊이 보라. 모든 게 영적이리니. 받들지 않고 깊이 보지 않으면 모든 게 또한 비영적이리니.   영성은 그대가 부어주는 것. 세상 만물에 주는 그대의 선물. 아무리 하찮은 우산이라 해도 스승이 눈길 한번 주면 무엇 못지 않게 거룩해진다. 명상의 힘은 마력이어서 아주 하찮은 것을 고귀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명상적이어라. 궁극엔 모든 것이 거룩하다.

 

19. 한가운데에 있기

  <가운데에 있으라. 남들의 주장이나 손끝에 좌지우지하지 말고 중심을 잡으라>

 

  붓다 시대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한 매춘부가 붓다의 제자인 거지 승려를 흠모하게 되었다.   마침 장마철이 되어서 승려들은 네 달 동안은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되었다. 그녀는 흠모하는 거지 승려에게 네 달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집에 머물러 줄 것을 간절히 애원하였다. 해서 거지 승려는 말하기를,   <스승님께 여쭙고, 허락하시면 그리 하겠소>   그가 붓다를 뵙고 여쭙자. 승려들이 죄다 일어나 난리를 쳤다.  

 

 <아니 되오. 어떤 여자도 그대의 발끝조차 건드려서는 아니 되오. 붓다께서 말씀하셨소.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라, 또 여자가 가까이 오게 하지도 말라고. 그대의 소행은 분명 법을 어기는 것이오. 하물며 네 달 동안이나 여자와 함께 지내겠다니!>   그런데 붓다가 말하기를,   <어떤 여자도 가까이 하지 말며, 또 여자가 가까이 오게 하지도 말라고 했으되, 그건 그대들이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저 애한테 그법이 이젠 필요가 없느니, 내가 지켜본 바 그는 그대들과는 다르다> 하면서 붓다가 말했다.  

 

<좋다. 그리 하여라>   참으로 엄청난 일이었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자들은 모두 분노했고, 시기했다. 날마다 매춘부의 집에서 뭔 일이 있었다는 숱한 소문들이 쏟아져 나와 들끓었다.   넉 달 뒤 그가 매춘부와 함께 돌아오자, 붓다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인아, 내게 할 말이 있느냐?>   그녀가 말하기를,   <붓다시여, 부디 저를 받아 주시옵소서. 저는 당신의 제자를 유혹하려 했으나 그러질 못하였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전 실패하였답니다. 수많은 남자들을 능히 홀려 냈었습니다만 저이는 그럴 수 없었답니다. 저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게도 크나큰 욕망이 일었습니다. 어찌하면 저이처럼 굳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저이는 늘 저와 함께 지냈죠. 저는 저이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지요. 갖은 방법으로 유혹하였지만 저이는 산처럼 꼼짝도 않았어요. 저이의 마음에 티끌 한 점 끼는 것을 못 봤고, 저이의 눈에 욕망의 먼지 한 점 어리는 것 못 봤어요. 전 저이를 개종시키려 애썼어요. 그러나 도리어 저이가 저를 개종시켰지요. 한 마디 말도 안 했지만요. 저이가 절 여기로 데려온 게 아니랍니다. 제 스스로 온 거죠. 전 처음으로 사람의 존엄함이 뭔지를 알았습니다. 그걸 배우고 싶습니다>   그는 언제나 저의 길을 간다...

 

그러므로 이리저리 허둥대지 않는다. 그는 단지 자기 자신일 뿐이며, 자기 자신 속에 깊이 뿌리박아 한가운데에 있다. 그러므로 흩트림이 없이 어디서나 살 수 있다.   굳이 환경을 바꿀 게 없고, 몸가짐을 바꿀 게 없다. 외적 상황은 내적 상황을 따르는 것. 그러므로 외적 상황을 바꾼들 아무 소용 없는 것. 그건 스스로를 조롱하는 것. 진짜는 의식의 상태를 바꾸는 일이다.

 

20. 자기 이해

  <그대가 남들한테서 보는 그것이 곧 그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다. 그대의 판단은 기실 그대 자신에게서 억제되고 거부된 그것의 그림자이다>

 

  두 승려가 강을 건너고 있었다. 웬 젊고 아리따운 여인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망연히 서 있는 거였다. 그녀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무서워서 그런다 하였다.   그래서 한 승려가 그녀를 안고 강을 건너갔다. 그걸 보고 다른 승려는 격노했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속으론 분노의 불길이 세차게 일었다. 금기가 아니던가! 승려라면 감히 여자에게 손대선 아니 되는데, 그건 고사하고 가슴에 안고 가다니.  

 

강을 건너 얼마나 갔을까. 절에 도착하여 문 안으로 들어서자 노한 승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봐, 아까 그 일을 스승님께 고해야겠어. 그건 금기란 말야! 고해야겠어>   말을 듣고 첫 번째 승려가 말했다.   <무슨 얘긴가? 뭐가 금기란 말인가?>   두 번째 승려가 말했다.   <어허, 자네 잊었나? 젊고 예쁜 여자를 안고 강을 건너지 않았어!>   첫 번째 승려가 웃으며 말했다.   <아항, 그랬지. 근데 강을 건넌 다음 그녀를 내려놓지 않았나. 여기서 십리는 될 걸 아마. 자넨 여기까지 그녀를 안고 왔군 그래?>

 

21. 주기

  <때가 왔다. 구두쇠 노릇을 집어치우고 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그대가 갖고 있는 최고의 것을 주는 때, 열리는 때, 열려서 그대의 다함 없는 사랑과 자비로 베풀 때가. 마침내 때가 왔다>

 

  막달라 마리아. 그녀야말로 예수의 참된 제자이다. 막달라 마리아의 진정함은 무량하다.   어느 날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를 찾아가 아주아주 값비싼 향수로 예수의 발을 씻어주려 하였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유다가 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선생님. 이 여자의 행동을 막아야 합니다. 이건 낭비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닙니다! 보아하니 값이 무척 비싼 향수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는 마당에... 그 비싼 향수로 발을 씻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겠습니까?>   유다의 말이 참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예수는 뭐라 하던가?   <가난은 언제나 있는 것. 유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거든 그땐 그대가 얼마든지 사람들을 보살펴 줄 수 있으리. 그대는 이 여인의 속 마음을 알지 못하네. 그녀가 향수를 붓도록 놔두게. 비싼 것이든 아니든 상관 없으니. 이 여인의 가슴에선 거룩한 힘이 일고 있지. 이건 기도라네... 그녀의 거룩한 기도를 방해하지 말게>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가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예수는 향수를 본 게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본 것이다.

 

22. 청순함

  <가슴은 바위와도 얘기할 수 있으니... 절대 사랑만이 그 신비를 알리. 가슴으로부터 미쳐라>

 

  앗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정말 정신병원에 수용될 만한 사람이다. 그는 나무들과 풀꽃들과 얘기한다. 편도나무에게, "자매여, 안녕!" 하고 말한다. 그가 여기에 있었다면 필경 붙잡혀 갔을 것이다. 편도나무에게, "자매여, 신의 찬가를 불러주리" 했을 태니까. 뿐만 아니라 그는 편도나무의 노래를 듣는다. 아 미쳐버렸구나, 가엾은 프란체스코여!   그는 강과 물고기들과도 얘기한다. 물고기들이 자신의 말에 대답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그는 돌들과 바위들과도 얘기한다.   미치지 않았다면 그럴 수 있겠는가?   그는 미쳤다. 그대는 성 프란체스코처럼 미치고 싶지 않은가? 편도나무의 노래를 들을 줄 알고, 나무와 풀꽃들을 형제 자매로 느낄 줄 알며, 바위와 얘기할 줄 알고, 만물의 어디에나 신이 깃들어 있음을 볼 줄 아는...   지고한 사랑의 가슴이어야 하느니, 절대 사랑만이 그 신비를 풀어주리. 아 미쳐라. 가슴으로부터 미쳐라.

 

23. 기도

  <남들의 사랑과 기도에 간섭하지 말라. 자신은 사랑하고 기도하는 법을 안다는 바보같은 생각일랑 버려라. 남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기도하든 그들한테는 적절한 것임을 알아 존중하라>

 

  모세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기도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기도 소리가 웬지 이상스러워서 모세는 걸ㅇ을 엄추었다. 기도가 영 엉터리인 건 물론 신을 모독하는 짓거리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사람은 중얼거리고 있었다.   <신이여, 제발 당신 곁에 가까이 가게 해주옵시오. 그렇게만 해주시면 꼭 맹세하지만 당신의 몸을 깨끗이 닦아 드리겠습니다. 더럽다면요. 그리고 전 훌륭한 구두장이 이니까 당신께 꼭 맞는 구두를 만들어 드릴께요. 아무도 당신을 보살피지 않잖아요,

 

주여... 제가 당신을 보살피겠어요. 당신이 병이라도 나신다면 제가 돌보고 병원으로 모시겠어요. 그리고 또 전 훌륭한 요리솜씨를 갖고 있거던요>   모세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만! 그런 엉터리 기도일랑 그만 둬! 그댄 지금 뭐라 하는가? 신께 이가 들끓는다는 건가? 신의 옷이 더럽다면 그걸 빨아 드리겠다구? 도대체 누구한테서 그런 엉터리 기도를 배웠는가?>   그 사람이 말하기를,   <그런 거 배운 적 없어요. 전 가난한 무식쟁이죠 제가 기도하는 법을 모른다는 것쯤은 저도 알아요. 제 나름대로 하는 거예요...

 

제가 아는 것이라곤 이런 것뿐이죠. 제겐 이가 아주 많이 들끓어서 신께서도 분명 이 땜에 속상하실 거라 믿어요. 또 제가 먹는 음식이 아주 형편 없는 거라서 때때로 배가 몹시 아프죠. 신께서도 분명 그러실 거예요. 이건 진짜 제 체험이고, 제가 아는 거라곤 그런 거뿐예요. 전 제가 아는 대로 기도할 뿐예요. 그러나 당신이 정말 올바른 기도를 아신다면 제발 제게도 좀 가르쳐 주세요>   모세는 기꺼이 그 사람에게 올바른 기도를 가르쳐 주었다. 그 사람은 넙죽 절하며 깊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그를 보내고 나서 모세는 아주 즐거웠다.

 

모세는 대단히 뜻깊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그러나 신께서는 매우 분노하였다. 신이 말하기를,   <사람들을 내게 가까이 데려 오도록 내 그대를 거기로 보냈거늘, 그대는 도리어 내 가장 사랑하는 한 사람을 잃었구나. 그대가 그에게 가르쳐 준 그 올바른 기도란 전혀 기도가 아니다. 기도란 법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하는 것. 사랑 자체가 곧 법이니, 딴 법이 있을 수 없는 거>   사랑이 있으므로 은총이 일어나는 것. 사랑이 있으므로 진리가 일어나는 것. 그대가 진리를 알 때 진리는 곧 자유이다. 딴 자유는 없다.

 

24. 힘의 오용

  <작은 힘이라도 쓸 때 남들을, 모든 만물을 받들고 사랑함에 조금도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된다. 그대의 보잘 것 없는 머리로 남들의 삶을 간섭하고 방해해서는 아니 된다. 그대가 참으로 힘이 있다면 남들에게 농간 부리지 말고 창조적으로 쓰라>

 

  라마크리슈나에게 비베타난다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런데 라마크리슈나 아쉬람에는 아주 단순하고 순진한 깔루라는 자가 있어서, 대단히 지적이고 논리적인 지베카난다는 늘 그를 지분거렸다. 깔루는 아쉬람 안에 자기 방을 갖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돌멩이 하나로도 신이 될 수 있는데, 깔루는 자신의 조그만 방에 삼백 개나 되는 돌벵이 신을 모셔두고 있었다. 비베카난다는 깔루에게 늘 말하곤 하였다.  

 

<그 돌멩이 신들일랑 몽땅 갠지스강에 내다 버려라. 그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신은 그대 안에 있다>   그러노라면 깔루는 말하는 것이었다.   <난 이 돌들을 사랑해. 아름답잖어. 갠지스강이 그것들을 내게 보내준 거야. 한데 그걸 갖다 버리라구? 그럴 순 없어>   그런 하룻날 비베카난다에게 첫 깨침이 일어났다. 강력한 힘이 몰아쳤다. 비베카난다는 문득 그 힘을 써서 깔루의 마음을 움직여 보겠다는 장난기어린 생각을 하였다.   "깔루여, 이제 그대의 돌멩이 신들을 몽땅 갠지스강에 내다 버려라"   라마크리슈나는 이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다 알고 있었으나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였다. 깔루가 큰 꾸러미를 안고 방에서 나왔다. 그 안엔 그의 돌멩이 신들이 모두 들어 있을 것이었다. 라마크리슈나가 깔루를 불러 세웠다.   <기다려라. 어딜 가려느냐?>   깔루가 말하기를,   <지금 막,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알아챘어요. 그래서 이 돌멩이 신들을 몽땅 내다 버릴려고 해요>   라마크리슈나는 깔루를 세워 놓고 비베카난다를 물렀다. 라마크리슈나는 크게 노하여 말했다.   <비베카난다, 이런 못된 방법으로 힘을 쓰다니!>   그러면서 깔루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방으로 돌아가 그대의 신들을 다시 제자리에 모셔 놓으라. 신들을 내다 버리겠다는 건 깔루 그대의 뜻이 전혀 아니니. 그건 비베카난다의 생각이고, 그의 농간일 뿐이다>   라마크리슈나는 분노하여 비베카난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그대의 열쇠는 내가 갖고 있겠다. 그대는 이제 다시는 깨치지 못할 것이고, 힘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대가 죽기 사흘 전데 이 열쇠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베카난다는 정말 다시는 깨칠 수 없었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 라마크리슈나가 세상을 떠날 때 비베카난다는 애원하였다.   <스승님, 제발 제 열쇠를 돌려 주십시오>   그러나 라마크리슈나는 말하기를,   <아니 된다. 그대는 위험한 자, 그런 힘이 못된 방법으로 쓰여서는 아니 된다. 기다려라. 그대는 아직 멀었으니. 구하고 명상하라>   비베카난다는 죽기 꼭 사흘 전에 새로운 깨침을 얻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알아챘다.

 

25. 실제

  <그대 자신 속의 신성에 매혹되어 사로잡히지 말라. 그저 경건한 길을 가라>

 

  두 사람이 어두운 밤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 사나운 짐승들이 우글우글하고 숲이 우거진 데다 사방이 캄캄하니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한 사람은 철학자였고, 또 한 사람은 신비가였다. 한 사람은 의심이 많았고, 또 한 사람은 신심이 깊었다.   돌연 폭풍이 몰아치면서 천둥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번갯불이 번쩍하였다.   번갯불이 번쩍하는 순간, 철학자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신비가는 제 갈 길을 살폈다. 그대는 지금 이 얘기 속의 숲보다 훨씬 더 빽빽이 우거진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그리고 훨씬 더 캄캄한 속에서. 그러나 이따금 번갯불이 번쩍 하는데, 그 순간을 놓치지 말라.   한 사람의 장자, 한 사람의 붓다는 번갯불이다. 나는 번갯불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장자, 한 사람의 붓다, 나를 보지는 말라. 번갯불이 번쩍하는 그 순간, 길을 보라. 그때 나를 보면 길을 놓칠 터인데... 빛은 순간적으로만 번쩍인다. 아주 드문 그 순간, 영원이 시간을 관통하는 그 순간은 번개와 같다. 그러나 그 번갯불을 본다면, 장자를, 붓다를 본다면, 그 아름답고 황홀하며 매혹적인 모습과 얼굴과 눈을 본다면, 그땐 이미 길을 놓치리니.   길을 보라... 길을 가라.

 

26. 비교

  <높고 낮음, 우월함 저열함이 따로 없느니, 모두가 마땅하다>

 

  아주 당당한 무사가 선사를 찾았다. 천하에 유명한 그 무사는 선사를 본 순간, 선사의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본 순간, 돌연 열등감에 휩싸였다.   무사가 선사에게 말하기를,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소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게 좋았었소이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웬지 모를 열등감이 엄습하는군요. 일찍이 가져 본 적이 없는 느낌이오. 수없이 죽음을 만났지만 두려움이라곤 알지 못하였는데, 이 놀라움이 웬 것이란 말입니까?>   선사가 말하기를,   <기다리시오.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거든 내 말해 주겠소>   선사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그칠 새가 없었다. 무사는 기다리다가 지쳐서 못내 안절부절하였다.

 

날이 어두워져서야 겨우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첬다. 무사가 얼른 물었다.   <자, 이제 말씀해 주시겠소이까?>   선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밖으로 나갑시다>   마침 보름날이었다. 산등성이 위로 둥근 보름달 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선사가 말했다.   <이 나무들 좀 보시게. 한 나무는 하늘로 쭉 뻗어 올랐고, 다른 한 나무는 키가 아주 작지. 이 나무들은 수십 년을 내 창문 옆에서 살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소. 키 작은 나무가 키 큰 나무한테, 난 왜 그대 앞에 서면 열등감을 느끼지? 하고 입도 벙긋한 적이 없소. 자, 이 나무는 작고 이 나무는 크지. 난 이 나무들한테서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소. 왜 그런가?>   무사가 답하기를,   <이것들은 비교할 줄 모르지 않소이까>   선사가 말하기를,   <오호, 내게 물을 것도 없겠네 그려. 해답을 알고 있으니>


  비교하지 않으면 우월하고 저열한 모든 게 사라진다. 그럴 때 그대는 단지 있을 뿐. 조그만 풀 뿌리든 키 큰 나무든 그저 있을 뿐. 풀잎 하나도 큰 별처럼 절대로 있는 것. 뻐꾸기 울음소리도 붓다의 말씀처럼 절대로 있는 것.   그대, 세상 만물을 보라. 모든 게 절대로 있고, 모두가 마땅하다.

 

27. 판단

  <판단은 틀지워진 마음 상태에서 나오는 것. 마음은 늘 판단하려 한다.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위험스럽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용기있고 배짱 있으라. 성장을 멈추지 말라. 순간순간을 살며 흘러라>

 

  노자. 아주 오래 산 사람. 노자 시대의 일이다.   한 마을에 노인이 살았는데, 무척 가난하였다. 한데 노인에게는 멋진 백마 한 마리가 있어서 왕들까지도 그를 탐하였다. 왕들은 엄청난 값을 주고 그 말을 사려하였지만 그때마다 노인은 말하기를,   <이 말은 내겐 말이 아니랍니다. 사람이지요. 사람을 어찌 돈으로 사겠다 하시는지요?>   노인은 가난했지만 결코 말을 팔지 않았다.  

 

어느 날 아침 노인은 자신의 말이 마굿간에 없음을 발견하였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은 참 어리석소! 언젠간 말을 도둑맞을 줄 알았다니깐. 일찌감치 비싼 값에 팔아 치웠어야 하는 건데. 쯧쯧 이런 원통할 노릇이 다 있나>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저 말이 마굿간에 없다는 것뿐인데. 그뿐, 그대들이 하는 얘기는 모수 판단에 지나지 않어. 말이 아굿간에 없는 게 원통할 일인지 복 받을 일인지 누가 아는가?>   마을 사람들이 죄다 노인을 비웃었다. 사람들은 노인이 좀 덜된 사람이라 여기던 터였다.  

 

말이 없어진 지 보름이 되던 날 밤, 홀연히 말이 돌아왔다. 말은 도둑맞은 게 아니라 야산 어디론가 뛰쳐나갔다가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여남은 마리의 말을 거느리고 온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 양반이 옳았군오. 불행이 아니라 복이었구려. 복!>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거 또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저 말이 돌아왔다는 거라니깐. 복 받을 일인지 아니지 누가 알리? 내 딱 한 마디만 허지. 전체를 어찌 판단할 수 있으리?>   사람들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속으로 저마다 노인이 뭘 모른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멋진 말이 열두 필이나 갑자기 생긴 것을...   노인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이 야생마들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그런 지 일주일 되던 날 아들이 그만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 양반이 옳았어요. 참 불행이었네요. 노인네의 유일한 희망인 외아들이 다리를 못 쓰게 됐으니. 쯧쯧 걱정일세 걱정>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그대들은 온통 판단으로 꽁꽁 뭉쳐들 있군 그려. 또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저 내 아들 다리가 부러졌다는 거라니깐. 그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가 알리? 삶이 찢어지고 조각나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리>   노인의 외아들이 다리를 분지른 지 몇 주가 지나자 갑자기 나라에 전쟁이 터져서 모든 젊은이들이 군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리가 부러진 노인의 아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온 나라가 들끓고 아우성이었다.

 

전쟁에 크게 패하여서 거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돌아오지 못하였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하기를,   <노인 양반이 옳았군요. 참 다행이었네요. 비록 아드님이 절름 발이가 되긴 했어도 곁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예요. 딴 집아들들은 죄다 전쟁터로 끌려갔어요>   그러자 노인이 말하기를,   <또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는군 그래. 누가 알리. 그대들의 아들들이 강제로 끌려갔고 내 아들은 끌려가지 않았을 뿐이라니깐. 그게 다행인지 불행인진 하늘만이 아오>
  판단하지 말라 판단하면 전체와 하나되지 못하리니. 부분에 집착하여 섣불리 결론을 내리리니. 일단 판단하면 성장하지 못하리니. 판단은 틀지워진 마음에서 나오는 것. 마음은 늘 판단하려 한다.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위험스럽고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여행엔 끈이 없는 법. 한 길이 ㄱ나면 또다른 길이 있고, 한 문이 닫히면 또다른 문이 열리느니. 그대가 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언제나 더 높은 봉우리가 또 나타난다. 신에게 가는 길은 끝 없는 여행. 용기있고 재짱 있으라. 목적지 걱정일랑 아예 하질 말고 여행  자체를 즐기라. 안심하고 순간순간을 살며 즐기라. 온몸으로 걸으라.

 

28. 자기 존중

  <그대는 오직 그대일 뿐. 고로 편하여라. 오직 있는 그대로 그대이어라>

 

  한 왕이 뜰로 나갔다가 꽃과 나무들이 조다 시들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해서 물어보니 떡갈나무는 자신이 소나무처럼 키가 클 수 없기 때문에 죽어간다는 것이었고, 소나무는 자신이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을 수 없기 깨문에 시들어간다는 것이었으며, 포도나무는 장미나무처럼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에 그런다는 것이었다.   그때 왕은 맘껏 싱싱한 꽃을 피우고 있는 한 풀꽃을 발견하였다.  

 

왕이 묻자 풀꽃이 말하기를,   <왕께서 절 심으실 대 맘껏 편히 잘 자라라 하시면서 심으셨기 대문이죠. 그러니까 전 저 자신일 뿐리 수 있ㅉ. 다만 제 맘껏 살 뿐이예요>   그대는 오직 있는 그대로의 그대일 따름!   무었 때문에 그대가 붓다가 되어야만 하는가? 만약 신이 또 한 사람의 붓다를 원했다면 한 둘이 아니라 숱한 붓다를 능히 만들어 냈을 것이다. 신은 또 하나의 붓다, 또 하나의 그리스도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신은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들어 내었다.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오직 그대들이기를 선택 받았다. 그대들은 붓다도 그리스도도 크리슈나도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그들의 일은 끝났다. 그들의 향기는 할 바를 다했다. 이제 그대들 한 사람 한 삶의 일이 있고, 그대들의 향기가 세상을 진동시킬 따름.   자기 자신을 보라. 그대는 오직 그대일 뿐. 있는 그대로 맘껏 즐기고 꽃피라.

 

29. 감사

  <그대의 가슴이 감사로 가득 넘치면 아무리 굳게 닫힌 문이라도 열리느니>

 

  아주 소수의 여자들만이 선의 궁극에 도달했는데, 그 중 한 보살이 여행할 때였다.   날이 어둑어둑하여서 한 마을로 들어선 그녀는 밤을 지낼 곳을 구하여 이집 저집을 찾았다. 그러나 집집마다 죄다 문을 쾅쾅 닫아버리는 것이었다. 그 마을은 오랜 불교 전통을 지녔었지만 어느 한 집도 이 보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리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동네 밖으로 내몰았다.  

 

매섭게 추운 밤이었다. 늙은 보살은 잠자리는커녕 밥 한 술 얻어먹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야산의 한 벚나무 밑에다 겨우 몸을 개댈 곳을 만들었다. 그러나 너무도 추웠기 때문에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들짐승들이 어둠 속을 설치고 다녔다.   깜빡 졸던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너무나 추웠기 때문이었다. 아, 그때 그녀는 보았다. 봄날의 밤하늘에 고고한 달빛을 받으며 벚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못내 아름다움에 겨워 그녀는 벌떡 일어나 마을 쪽을 향해 큰 절을 하였다.

 

   내 잠자리를 거절한
   친절한 사람들아,
   덕분에 이 고고한 달빛
   벚꽃 아래서 날 찾았네.

 

그녀는 자신의 잠자리를 거절한 사람들한테 크게 감사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필경 어느 집 지붕 밑에서 잠들었을 것이고, 또 그랬더라면 꽃피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저 활짝 핀 벚꽃과, 고고한 달빛과의 속삭임, 고요한 밤, 완전한 침묵의 밤을.   삶은 무한한 것. 매 순간이 삶의 선물인 것. 매 순간 신이 오는 것을, 거절하지 말라.

 

30. 죽음

  <자기 속 안에서, 결코 죽지 않는 불멸의 것을 찾으라. 이제는 죽어 사라지는 것일랑 놓아 보낼 때>

 

  붓다의 기적은 예수의 것과는 아주 다르다.   한 여인이 붓다를 찾았다. 아들이 죽어 비통함에 젖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과부였으므로 자식을 또 가질 수도 없는 처지였다. 온통 사랑과 헌신으로 돌보던 외아들을 잃은 것이었다.   그런데 붓다는 뭐라 했는가? 붓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를, <여인아, 마을로 내려가 단 한 사람도 사람이 죽은 일 없는 집의 씨알 한 줌 얻어오라>  

 

여인은 쏜살같이 마을로 달려가 온 마을을 뒤졌다. 그러나 집집마다 말하는 것이었다.   <씨알이라면 얼마든지 줄 순 있소만, 원 그런 집이 어데 있단 말요. 우리집만 해도 벌써 여러 사람이 죽었으니>   어느 집 하나 사람 안 죽은 집이 없었다. 하지만 여인은 단념 할 수 없었다.   <꼭 있을 거야... 누가 알까? 어딘가에 분명 사람 죽은 일 없는 집이 있을 거야>   여인은 온종일 마을을 샅샅이 뒤지며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런 집이 있을 리 없었다. 날은 어두워졌고, 지칠대로 지쳐 있을 때 돌연 큰 깨침이 번쩍 하고 여인의 머리를 때렸다.   "아, 죽임이란 삶의 짝이로다. 죽음은 받드시 있는 것. 그건 나만의 일이 아니로다"   여인은 붓다에게로 달려갔다.  

 

붓다가 물었다.   <여인아, 씨알이 있더냐?>   여인은 살포시 웃으며 무릎을 접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죽지 않는 것을 알고 싶습니다. 이젠 아들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설혹 아들을 다시 갖는다 하더라도 또다시 죽겠지요. 가르침을 주십시오. 결코 죽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31. 받아들이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까닭 없이 누려라>

 

  대단히 유명한 선승이 살고 있는 어느 마을에서 한 처녀가 임신을 하여 부모에게 발각 되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사내가 누구냐고 윽박질렀고, 결국 딸은 아버지의 무서운 매를 피하기 위해 마을의 그 유명한 선승이 바로 애아버지라 말하였다.   아버지는 딸을 더는 윽박지르지 않았다. 때가 되어 마침내 아기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곧장 아기를 싸안고 선승을 찾아갔다.  

 

<스님의 아이요>   아버지는 다짜고짜 아기를 내놓으며 비웃었다.   듣고만 있던 선승이 간단히,   <호, 그런가?>   하면서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날부터 선승은 누더기 도포자락에 아기를 감싸 안고 정성껏 돌보았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웃집들을 돌며 아기에게 젖을 얻어 먹였다. 그러자 제자들은 난리였다. 대부분의 제자들이 스승을 욕하며 그곳을 떠나버렸다. 선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아기와 떨어져 있던 애어머니는 괴로워서 더는 참을 수 가 없게 되었다. 그녀는 마침내 진짜 애아버지 이름을 실토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진실을 알게 된 그녀의 아버지는 곧장 선승을 찾아가 무릎을 끓고 크게 용서를 구하였다.   듣고만 있던 선승이 간단히,   <호, 그런가?>   하면서 아기를 돌려 주었다.


  받아들이기. 무조건 받아들이기. 삶은 거울과 같은 것. 좋고 나쁜 게 따로 없다. 삶은 모두가 거룩한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럴 때 욕망이, 긴장이, 불만이 사라진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까닭 없이 즐겁고 삶을 통째로 누리게 된다. 거기에 영원이 있다.

 

32. 부분을 넘어서

  <그대는 전체의 부분이며, 전체 속에 있다. 부분에 집착하여 전체가 되는 걸 막지 말라>

 

  예수가 군중 앞에서 얘길 하고 있는데 누가 말하기를,   <예수, 당신 어머니께서 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지금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소. 당신을 보고 싶다 하시오>   예수 말하기를,   <내 어머니는 아니 계시니라>   예수가 어릴 적이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큰 날이어서 예수의 가족은 사원엘 가야 했는데 예수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예수의 부모는 아들을 찾아 보았다. 온갖 근심걱정 끝에 저녁 무렵에서야 겨우 그들은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어린 예수가 노학자들과 함께 앉아서 애길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예수의 아버지 요셉이 달려가 말했다. <예수야,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어머니 아버지가 온종일 네 걱정을 얼마나 했다구>   예수가 말했다.   <제 걱정일랑 마십시오. 전 아버지 일을 하고 있었어요>   요셉이 말했다.   <내가 네 아버지 아니냐... 여기서 네가 하는 일이 무엇이더냐? 내가 아버지 아니냐!>   예수가 말했다.   <제 아버지는 하늘 나라에 계십니다. 당신은 제 아버지가 아니예요>


  아이는 어머니의 몸을 떠나야 한다.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야 한다. 육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떠나야 한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태어날 때, 과거를 완전히 깨고 벗어날 때 비로소 처음 그는 자기 자신이 되어 스스로 있게 된다. 아이는 어머니 아버지 가족의 일부였다가 이제 전체가 된다.

 

33.거듭나기

  <자신이 절대로 옳다고 믿어지는 여하한 상황이라도 자신의 확신을 초월하는 어떤 가능성이 항상 있는 것. 과거의 체험을 벗어나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뛰어들라>

 

  붓다는 크게 깨달은 뒤 우선 가족들한테 돌아갔다. 가족들은 붓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붓다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아내 야소다라는 단단히 화가 나 있엇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날 홀연히 남편이 사라졌던 것이었다. 간다는 얘기 한 마디 없이... 그녀의 상처는 깊고 아픈 것이었다. 남편이 자신을 떠났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건 사실 아무 문제도 안 되었다. 그녀는 남편을 매우 사랑했었다. 남편이 내적 탐구를 위해 산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면 기꺼이 보내줄 수 이는 만큼 사랑했었다.   문제는 남편이 자신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떠난 데 있었다. 남편이 자신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건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그녀는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남편이 자신에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는 것은 그녀에게 아픈 상처를 입혔다. "어째서 남편이 날 믿지 않았을까?" 남편이 떠난 뒤 그녀는 이런 생각 때문에 쓰리고 아파서 고통스러웠었다.  

 

남편이 돌아오자 그녀는 분노했다. 돌아온 남편에게 격분한 그녀가 외쳤다.   <왜 제게 애기하지 않았습니까? 얘길 했어도 전 당신을 가로막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 당신을 잘 알지요. 아주 잘 알지요. 우린 여러 해를 함께 살았어요. 제가 당신 일을 방해라도 했던가요.? 전 당신을 깊이 사랑했어요. 제 사랑은 무한했어요... 제가 당신의 공부에 장애가 되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왜 말 한마디 없이 떠나셨어요?>  

 

그녀는 묻고 또 물었다. 그녀는 분노를 좀체 가라앉힐 수 없었다. 이윽고 그녀가 아들을 불렀다. 붓다는 아들이 태어난 지 꼭 한 달만에 떠났었다. 그 아들이 벌써 열두 살이 되어 있었다.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가 어디 계셔요? 어느 분이 아버지세요?>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다.   <라훌, 이 분이 아버님이시다. 아버지는 비겁하게 도망쳤었지.   바로 이분이 널 낳으셨다. 어서 네 재산을 달라고 하거라!>  

 

그녀는 비웃고 있엇다. 붓다는 이제 거지였기 때문이었다. 그에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그러자 붓다는 어떻게 했는가? 그는 아들을 제자로 삼았다.   그는 라훌에게 동냥 바가지를 주며 말했다.   <내가 돌아온 것은 이 때문이다. 나는 찾았느니, 그대도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야소다라, 이제 그대도 그만 화를 그치시오. 이젠 아무 소용 없는 일. 사내 때문에 화낼 일이 없을 것이오. 나는 죽어 거듭났느니. 그대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하오. 허나 그대를 떠난 그 사내는 이미 세상에 있지 아니하오. 나를 다시 보시오!>   야소다라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녀는 보았고... 알았다. 그녀의 분노는 어느 새 씻은 듯이 걷혀져 있었다. 그녀는 붓다의 발 밑에 무릎 끓었다.

 

34. 분노

  <분노가 일 때 그걸 엉뚱한데 풀거나 억제하지 말라. 분노란 긍정적인 쪽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아름다운 현상이다>

 

  학승이 스승을 찾아 말하기를,   <스승님, 제겐 참 처치곤란한 못된 성질이 하나 있는데 어찌해야 할지요?>   스승이 말하기를,   <거 재미있는 소릴세. 어디 한번 뵈다오>   학승이 말하기를,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뵈드릴 수가 없군요>   스승이 말하기를,   <그럼 그게 있을 때 와서 뵈다오>   학승이 다시 말하기를,   <그게 생겨나 있게 되더라도 아마 못 뵈어 드릴 겁니다. 아주 뜻밖에 생겨났다가는 제가 달려오기도 전에 금새 없어져 버릴테니까요>   스승이 다시 말하기를,   <그런 거라면 그대의 것이 아니잖은가. 정말 그대 것이라면 언제라도 내게 뵈줄 수 있어야지. 그건 그대가 세상에 나올 때 가지고 나온 게 아니야. 밖에서 주워온 거지 한즉, 그놈이 또 생겨나거들랑 멀찌감치 달아날 때까지 지팡이로 네 머리통을 막 쳐라 쳐>


  앞으로 화가 나거던 한 일곱 바퀴쯤 집 주위를 뺑뺑 돈 다음 나무 밑에 가만히 앉아 그게 어디로 가는가 보라. 분노는 일종의 심적 구도다... 그러므로 그걸 억제한다거나 억누른다거나 남한테 토해내지 말라. 좀 달래버거나, 아니면 베개같은 것을 집어 던지거나, 막 쳐보라. 긴장이 풀릴 때까지. 분노는 일어나는 것. 분노는 아름다운 것. 구름과 구름이 부딪쳐 일어나는 번개 같은 것.

 

35. 자기 기분에 정통하기

  <행이든 불행이든 모두 스쳐가는 것. 자신의 기분을 알아 거기에 희생되지 않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자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는 한 왕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크게 좌절하였다. 게다가 이웃나라의, 자신보다 힘이 더 센 왕이 쳐들어 오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왕은 두려웠다. 죽음이, 패배가, 절망이, 늙음이 두렵고 무서웠다.   그래서 왕은 현자들을 불러 물었다.   <까닭은 모르겠으나 어떤 반지를 하나 꼭 찾아야만 되겠소... 그걸로 말하자면 내가 불행할 때 날 즐겁게 해 줄 것이오.

 

또 내가 행복할 때 그걸 보기만 하면 저절로 날 슬프게 할 것이오>   왕은 하나의 열쇠를 구하는 것이었다. 두 개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행복의 문과 불행의 문을 모두 열 수 있는 열쇠를. 왕이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는 자기 기분에 정통하길 원하는 것이다. 자기 기분의 진짜 주인이 되어, 더는 자기 기분에 희생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현자들은 이 문제를 가지고 머리를 있는 대로 다 짜봤지만 아무런 결론도 얻을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은 한 수피 신비가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수피는 자기손가락에 끼어 있던 반지 하나를 빼주며 말하였다.  

 

<꼭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게 있소. 이걸 왕에게 주되, 왕이 모든 걸 다 잃고 혼란과 고통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때에 이 반지 밑을 보라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반지의 메시지를 놓칠 것이오>   왕은 수피의 말을 수락하고 반지를 받았다.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이웃나라가 침략을 개시하여 물밀듯이 쳐들어 왔다. 왕은 목숨만이라도 건지기 위해 왕궁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적들이 뒤쫓아 왔다. 말들의 비명소리가 처절하게 들렸다. 왕은 자신의 말도 이미 죽었으리라 하고 그냥 뛰어 달아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그를 몰아넣고 있었다. 완전 포위된 왕은 막다른 골목에 갇혀버린 것이었다.   그때 왕은 불현듯 반지를 떠올렸다. 반지의 뚜껑을 열고 보석 밑을 살펴 보았다. 거기엔 이런 글귀가 박혀 있었다.   "이것 역시 스쳐가리라"

 

36. 지옥의 문

  <매 순간순간 그대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 그대에게 의식이 없으면 곧 지옥을 선택하는 것. 선택은 오직 그대한테 달렸다>

 

  매 순간순간 그대는 천국과 지옥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 그대에게 의식이 없으면 곧 지옥을 선택하는 것. 고로 선택은 오직 그대한테 달렸다.

 

37. 천국의 문

  <그대에게 의식이 있으면 이미 천국을 선택한 것. 눈 뜨고, 깨어 있고, 의식 있으라! 그건 오직 그대한테 달렸다>

 

  한 무사가 고명한 선사를 찾았다. 탁월한 무사인 그가 묻기를, <지옥이 있소이까? 천국이 있소이까?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문은 어디 있소이까?>   그는 탁월한 무사였지만 단순하였다. 무사들은 단순하다. 마음을 읽을 줄 모른다. 무사들은 딱 두 가지 밖에 모른다. 생과 사 밖에 모른다. 그는 그밖에 어떤 가르침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정말로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그렇다면, 그 문을 알아서, 지옥을 피해 천국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정말로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선사가 말하기를   <그댄 누군고?>   무사가 답하기를,   <무사요. 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대장이오. 왕께서도 날 존경하시오>   선사는 껄껄 웃으며,   <그대가 무사라구? 거지 새끼 같은 걸!>   무사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그는 선사를 찾은 목적을 까맣게 잊고 순식간에 칼을 빼들어 선사를 치려 하였다.   선사가 다시 껄껄 웃으며,   <고놈이 바로 지옥의 문일세. 이 칼과, 이 분노와, 이 자만이 바로 지옥의 문을 열지. 안 그런가?>   무사는 돌연 깨달았다. 살기가 씻은 듯이 걷히면서 칼이 칼집으로 도로 꽃혔다.   선사가 다시 말하기를,   <아하, 바로 여기에 천국의 문이 있지. 안 그런가?>


  천국도 지옥도 그대 속 안에 있는 것. 그대가 의식 없이 습관적일 때 지옥의 문이 열리고, 깨어 있어 의식 있을 때 천국의 문이 열린다.   마음이 곧 천국이요 지옥이되, 밖에서 찾지를 마라. 천국과 지옥은 인생의 끝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으니 매 순간순간 문은 열린다... 순간순간마다 그대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지 않느냐.

 

38. 변형

  <세상의 모둔 번뇌일랑은 그대 가슴 속으로 받아들이고 세상에 은총을 부어라. 즉각 뜻이 이루어지리니, 지금 당장 해보라>

 

  자비 길은 바로 여기 있다. 주의 깊게 귀 기울여 숨 쉬는 것. 숨을 들이마시되,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마시라. 세상의 모든 어둠, 부정, 악을. 가슴으로 마시라.   그리고 그대의 모든 기쁨, 은총, 축복을 다해 숨을 내쉬라. 내쉬되, 그대 자신을 세상 속으로 부어라. 이것이 바로 자비의 길이다. 번뇌일랑은 가져가고 은총을 주는 것.   그러면 놀라운 일이 있으리니, 그대가 세상의 모든 번뇌를 끌어안는 순간 세상엔 고통이 사라질 것이다. 가슴은 곧 변화시키는 힘. 고통을 마시고 은총으로 변화시켜... 아 가슴은 고통을 마시고 은총을 낳는다.   그대의 가슴이 일단 한 번만이라도 이같은 힘을 일으킬 수 있다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해보라. 이처럼 간단하고 실제적인 길이 어디 있는가.   지금 당장 해보라.

 

39. 창조성

  <자신한테든 남한테든 미친 짓, 부정적인 짓, 파괴적인 짓을 그만 두라. 그런 짓들은 밥먹듯 쉬운 일이었으니, 조그만 어린애도 할 수 있는 것. 이제는 전혀 다른 속 안의 것을 찾으라. 용기를 갖고 힘을 내라. 그리하여 속 안의 창조력을 일으켜라>

 

  미치광이 살인자가 있었다. 그는 딱 천 명만 죽이기로 맹세한 텨였다. 세상이, 미쳐버린 자신을 전혀 치료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래서 딱 천 명만 죽여버리기로 했던 것이었다. 미치광이 살인자는 한 사람 한 사람 죽일 때마다 손가락 하나씩을 잘라 꿰어서 목에 둘렀다. 염주처럼. 그 염주는 천 개의 손가락으로 만들어질 것이었다. 이쯤되자 사람들은 그를 "손가락 염주를 두른 사나이"라 불렀다.  

 

이제 미치광이 살인자는 구백구십구 명을 죽인 터였다. 한 사람만 더 죽이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미치광이 살인자가 어디에 나타났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담박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여져서 근처에 사람의 그림자조차 얼씬하지 않았으므로 살인자는 마지막 한 사람을 좀체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럴 즈음 붓다가 마침 어느 숲 쪽으로 지나려는데 사람들이 앞을 가로 막으며 말하기를,   <붓다시여, 그쪽으로 가지 마십시오. 미치광이 살인자가 숨어 있습니다. "손가락 염주를 두른 사나이가!" 놈은 전혀 생각이 없는 단순한 살인자예요.

 

당신이 붓다라고는 상상도 못할 놈이예요. 그쪽으로 가시지 말고 딴 길로 가세요>   그러자 붓다가 말하기를,   <내가 가지 아니하면 딴 사람이 갈 게 아니겠는가. 그도 사람이고, 날 필요로 하고 있다. 한번 해봐야겠다. 그 자가 날 죽일지, 내가 그를 죽일지>   붓다는 발걸음을 옮겼다. 끝까지 그의 뒤를 따르겠노라 맹세했던 가까운 제자들조차도 그의 뒤에서 점점 발걸음이 느려지더니 뒤쳐져가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붓다가 미치광이 살인자가 있는 언덕 쪽으로 오를 즈음에는 한 사람도 뒤따르는 자가 없이 혼자가 되어 있었다.   제자들이라곤 꽁무니도 보이질 않았다.   한편 언덕 위에서 이를 내려다보고 있던 미치광이 살인자는 도리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는 애들처럼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 다있나 하면서 차라리 아름다움을 느꼈고, 동정심이 일었다. 미치광이 살인자는 생각하였다.   "이 사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모양이군. 안다면 이쪽으로 올 리가 없지"   그는 또 생각하였다.   "그래. 이런 사람을 죽이는 건 옳지 못해. 그냥 보내줘야겠어.

 

딴 사람을 찾자"   해서 미치광이 살인자는 외쳤다.   <어이, 돌아가라! 거기서 그만 돌아가란 말이다! 한 발짝도 더 오지 마라. 난 미치광이 살인자, "손가락 염주를 두른 사나이다" 자 보라. 구백구십구 개의 손가락으로 엮은 염주를. 이젠 딱 한 개의 손가락만 더 있으면 되. 내 어머니라도 여기에 오면 난 아마 죽일 게다. 내 뜻을 이루기 위해선. 더 가까이 오지 마라. 난 대단히 위험하니까. 난 종교 따위도 안 믿는다... 넌 아마 훌륭한 수도승일 것 같은데 난 그딴 거 모른다. 네 손가락도 물론 좋겠지. 거기서 한 발짝도 더 오지 마라. 죽여버릴 테니까>  

 

그러나 붓다는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미치광이 살인자가 다시 생각하기를, 이 자가 귀머거리인가 미쳤는가 하였다.   해서 그가 다시 외쳤다.   <정지! 움직이지 마라!>   붓다가 말을 했다.   <난 이미 오래 전에 정지했네. 난 지금 움직이고 있지 않아. "손가락염주를 두른 사나이" 그대가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내겐 아무 목적도 없다네... 아무 동기도 없는데 무슨 움직일 일이 있는가? 그대가 움직이고 있지. 그러므로 그대여 정지하라!>   미치광이 살인자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넌 참 머저리 아니면 미친 놈이구나, 그딴 건 난 모른다!>  

 

붓다가 바싹 다가갔다.   <그대한테 이제 딱 한 개의 손가락이 필요하다는 걸 내 안다. 네. 자, 내 것을 가져라. 그리하여 그대의 뜻을 이루라. 기꺼이 내주리. 자, 내 손가락을 자르고, 내 목을 쳐라. 그리하면 나도 내 뜻을 이루리. 이거야말로 내 몸이 참으로 쓰여질 마지막 기회인즉>   미치광이 살인자가 말했다.   <세상에서 미친 사람은 나밖에 없다. 잔꾀 부리지 마라. 지금 당장이라도 널 죽일 수도 있으니깐>  

 

붓다가 말을 했다.   <날 죽이기 전에 한 가지 조건이 있네. 죽을 사람의 원이네.   이 나무의 가지를 하나 잘라 보라>   미치광이 살인자는 칼을 빼들고 커다란 나뭇가지를 하나 내리쳤다.   그러자 붓다가 말을 했다.   <한 가지 더 있네. 그 나뭇가지를 나무에 도로 붙이게>   미치광이 살인자가 말하기를,   <넌 완전히 미쳤구나. 이걸 자를 순 있어도 어떻게 도로 붙일 수 있겠어>   붓다가 웃으며 말하기를,   <그댄 파괴할 줄만 알지, 만들 줄은 모르는군... 파괴란 애들도 할 수 있는 것, 거기엔 용기가 필요 없지. 이 나뭇가지 쯤이야 어린 꼬마라도 자를 수 있지. 그러나 이걸 도로 붙이려면 스승이 있어야 한다네. 나뭇가지 하나 도로 붙이지 못하면서 사람의 머리 정신에 대해 뭘 안단 말인가? 뭘?>  

 

순간, 미치광이 살인자는 눈을 꽉 감고 외쳤다.   <부디 절 이끌어 주시오!>
  미치는 에너지나 깨닫는 에너지나 똑같은 것이다. 에너지가 흐르는 방향만이 다를 뿐, 똑같은 에너지이다. 창조적 에너지나 파괴적 에너지나 똑같은 것이다. 에너지의 쓰임이 다를 뿐, 똑같은 에너지이다.

 

40. 전체

  <자신을 보되 전체를 보라. 마음은 가위와 같은 것. 자르고 가른다. 그러나 사랑은 바늘과 같아서 하나되게 하느니, 가슴을 사랑 쪽으로 열라. 그리하면 그대 전체가 되리니>

 

  왕이 큰 수피 신비가를 찾았다. 왕은 수피에게 하나의 선물을 가졌왔는데. 황금에 보석들이 박힌 대단히 아름답고 값진 가위였다. 왕은 그걸 선물로 주었다.   수피는 선물을 받고 살펴보고는 돌로 왕에게 되돌려 주면서 말하기를,   <페하, 참으로 고마우신 선물입니다만 그리고 대단히 아름다운 선물입니다만 제겐 전혀 소용이 없는 것이군요. 차라리 제게 바늘 하나 주시는 것이 나을 것이옵니다. 제겐 가위가 오무지 쓸 데가 없지오. 바늘이라면 몰라도요>   왕이 말하기를,   <알 수 없구려. 바늘이 필요하다면 가위도 역시 필요할 터인데>   수피가 말하기를,   <가위란 자르는 데 쓰이는 것이니 제겐 필요치 않지요. 그러나 바늘은 하나되게 하므로 제겐 꼭 필요하지요. 제 가르침이 꼭 바늘과 같은 것이지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하나되게 하는 것. 그건 사랑에 있지요. 그러므로 제게 필요한 건 바늘이지요. 바늘 하나면 족하답니다>

 

41. 실패

  <그대 혼자 자기 고집대로 하면 전체와 분리되어 실패하리니, 성공은 신 속에 더불어 있는 것>

  내 속안의 너에게 말한다.
  왜 그다지도 수선스러운지?
  우린 알지, 새들과 짐승들과 개미들을
  사랑하는 한 영혼이 있음을-
  어머니 자궁 속에서
  너에게 빛을 주셨을
  하나의 영혼을.
  이제 천하의 고아가 되어
  떠도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아닐까? 사실
  넌 자기 자신을 외면하고
  혼자 암흑 속으로 들어갔으니.
  거기서 얽히고설켜
  알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으니.
  네가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수상쩍은 까닭이 바로 그것 아닌가.

 

그대는 아는가? 그대가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도 그 핵심을 못 보는가? 그대는 아마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한 적이 전혀 없다고. 그러나 설혹 그대가 달리 한다 하더라도 또 실패할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아마 생각할 것이다. 아직 완숙하지 못해서라고. 그러나 가령 그대가 숙달된다 하더라도 또 실패할 것이다. "세상이 날 거부하는가" 혹은 "아 난 사람들의 질투에 희생되누나" 하고. 그대는 자시의 실패 원인을 계속 찾고 있으나 실패의 진짜 배경을 결코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인도의 신비가 까비르는, 실패란 그대가 신을 잃었음을 뜻한다고 말한다. 그게 바로 실패의 근본 원인이다. 신 속에 더불어 있음, 거기에 성공이 있다. 신 속에 더불어 있음. 그대가 비롯하여 되돌아가는 우주 혼, 도를 앎.

 

42. 근심, 불안

  <분열하여 사사로운 목적을 갖게 되면 조악한 긴장이 생겨나서 의식이 좁아지고 닫힌다. 그저 내주어라. 내 맡기라>

 

  한 할머니가 버스를 탔는데 내내 불안에 떨며 운전사에게 이번엔 차가 어디서 서느냐고 줄기차게 묻는 것이었다.   이를 보다못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이 말을 했다.   <할머니, 맘 놓으세요. 염려하지 마시라니까요. 차장이 정거장 마다 안내를 해주잖아요. 정 걱정되신다면 차장을 불러 얘길 해 놓지요 뭐. 어디서 내리실 거라고 얘길 해두면 차장이 알아서 해줄 테니까요. 맘 놓으세요>   옆자리 승객이 차장을 부르자 할머니가 말을 했다.   <꼭 좀 잊지 마시우. 게서 꼭 내려야 되니께. 아주 화급한 일로 가는 길이란 말이우>  

 

차장이 대답했다.   <예예, 알았습니다. 할머니, 할머니께서 말씀 안 하셔도 제가 직접 와서 말씀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암요. 근데 어디서 내리 실거죠?>   할머니는 진땀을 다 흘리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며 말하기를,   <오오 고맙기도 해라. 꼭 좀 그렇게 해주. 난 버스 종점에서 꼭 내려야 되니께>

 

  긴장하면 그대의 의식은 점점 더 쭈그러든다. 그리하여 닫혀 버리고 만다. 그러한 긴장과 불안 속에서는 점점 더 기억하기가 어려워진다. 에고는 긴장을 낳고, 불안의 길을 덜덜거리며 걷는다.   긴장하지 말라. 불안해 하지 말라. 휴식하고 긴장을 푸는 순간 그대는 안다. 목적지를 향해 자신이 벌써 달려가고 있고, 다가가고 있음을. 여기에 바로 깨침의 비밀이 있다. 그건 깊은 휴식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니까.

 

43. 마음

  <슬픔과 기쁨, 부정과 긍정, 천국과 지옥이 있고 없음은 오직 자신의 책임이다. 이 책임을 알고 받아들일 때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하니,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네>


  웬 여행자가 우연찮게 낙원으로 들어갔다. 이 낙원에는 소운성취 나무들이 있어서 나무 밑에 앉아 뭘 원하기만 하면 즉각 성취되었다. 그러니까 여긴선 뭐든지 원하기만 하면 성취할 수 있었다.   여행자는 매우 지친 터라 한 나무 밑에서 금새 잠들어 버렸다.  얼마 후 잠에서 깨어나자 무척 배고 고픈 것을 알았고, 그래서 중얼거렸다.   "배가 아주 고픈데. 어디 뭐 좀 먹을 게 없을까"  

 

그러자 머리 위에서 뭐가 뚝 떨어졌는데, 보니까 글쎄 기막힌 먹을거리엿다.   무척 배를 골았던 그는 그게 어디서 어떻게 생긴 건지엔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배가 고프면 철학도 못한다. 얼른 집어서 실컷 배불리 먹은 후에야 그는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아 배가 불렀다. 그러자 다른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뭘 좀 마셔야겠는데..."   낙원에서는 금지하는 게 없었다. 그가 중얼거리기가 무섭게 아주 고급의 술병이 어디선가 뚝 떨어졌다.   그는 나무 그늘 아래서 살랑이는 바람을 받으며 유유자적 술병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뭘까? 내가 지금 꿈꾸는 건가 아니면 도깨비 장난에 놀아나는 건가?"   그러자 도깨비들이 나타났는데, 소름 끼치도록 험상ㄱ은 꼴을 하고 있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질겁을 하며 생각하기를,   <아이쿠 이젠 죽었구나...>   그러자 그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대의 마음이 바로 소원성취 나무이다. 뭘 원하면 조만간 이루어지는데, 종종 자신이 원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근원과 통할 수 없을 때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자신의 생각 하나하나가 바로 자신과 자신의 삶을 형성시키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대의 생각 하나하나가 지옥을, 천국을 낳고, 슬픔을, 기쁨을 낳고, 부정을, 긍정을 낳는다.   여기선 누구나 다 마술사. 그들은 그물을 짜서 자기 주변에 마술으 세계를 꾸며 놓는다. 그리고 거기에 갇힌다. 거미처럼.   거기서 몸부림치는 것은 바로 그대 자신. 그러나 이를 일단 이해하게 되면 모든 게 변화하기 시작하니, 오로지 그대한테 달린 일이다.   그럴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느니, 이젠 도무지 뭘 만들 필요가 없다. 휴식. 마음의 휴식. 명상.

 

44. 욕망

  <이제는 행복을 위하여 자기 바깥에서 차즈는 일일랑 그만 둘 때. 안을 볼 때>

 

  한 왕이 아침에 산책하러 궁 밖으로 나왔다가 거지를 만났다.   왕이 거지에게 묻기를,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었인가?>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하기를,   <내 원을 다 들어 줄 것처럼 말씀 하시네 그려>   왕이 정색을 하며 말하기를,   <어허 다 들어 주고말고. 그게 뭐지? 말해 보게>   거지가 말하기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지 그러슈>   그 거지는 보통 거지가 아니었다.

 

그는 전생에 왕의 스승이었었다. 전생에 스승은 왕에게 말한 바 있었다. 내생에서 다시 만나 그대를 꼭 깨유쳐 주겠노라고. 이 생에선 실패했지만 내생에선 꼭 그러리라고. 그러나 생이 바뀌면서 왕은 그걸 새까맣게 잊은 것이었다. 기실 누가 과거의 생을 기억하겠는가?   왕이 재차 말하기를,   <그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지. 내가 바로 옹이란 말일세. 왕인 내가 그대의 원을 들어주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거지가 말하기를,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 동냥그룻이 보이시죠? 여기다 뭘 채워 주시렵니까?>   왕이 선뜻,   <그야 어렵지 않지>   하면서 신하를 한 사람 불러 명하기를,   <이 동냥그릇에 돈을 가득 담아줘라>   신하가 재빨리 약간의 돈을 가져와서 동냥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그릇에 담기자마자 돈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신하는 다시 돈을 갖고와서 그릇에 담았고, 담기자마자 돈은 또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일이 계속되었다.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거지의 동냥그릇은 즉각 비워졌다. 왕궁이 온통 난리였다.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왕의 위신까지 흔들거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내 재산을 모두 잃느다 해도 좋다. 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그런나 저 거지에게만은 절대 승복할 수 없다>   급기야는 다이아몬드와 진주 등 갖가지 보석들이 날라졌고, 왕궁의 보물창고들이 바닥을 드러내기 사작하였다. 그런데도 거지의 동냥그릇은 여전히 텅비어 있는 것이었다. 동냥그릇에 들어 가기만 하면 모든 게 즉각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너무나 황망한둣 잠잠하였다. 왕이 조용히 나서더니 거지 앞에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내가 졌소이다. 딱 한 가지만 묻겠소. 그대가 이겼소. 떠나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해 주시오. 이 동냥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오?>   거지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이건 사람의 마음으로 만든 거라오. 무슨 딴 비밀이 있는 게 아니오... 그냥 사람의 욕망으로 만든 거라오>


  욕망을 살펴보라. 그 메카니즘이 어떤가? 우선 욕망에는 흥분이, 전율이, 모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극을 준다.   바야흐로 욕망이 채워지면 또다시 무의미해지고 공허해져서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욕망의 징검다리를 밟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끝끝내 거지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45. 미룸

  <미래에의 만족을 뒤쫓는다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가. 지금 여기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한 게 없으니, 미루지 말라>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로 가는 길에 디오게네스를 먼났다.   한겨울의 아침 나절이었다. 바람이 찼다. 디오게네스는 강둑의 모래 위에 비스듬히 누워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영혼은 세속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어떤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알렉산더는 그의 모습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경외스런 어투로 말을 건넸다.  

 

<선생...>   알렉산더는 난생 처음으로 "선생"이란 말을 쓴 것이었다.   <선생, 난 당신한테 단번에 감동하였소이다. 그래서 당신을 위해 뭔가 해드려야 겠소이다. 뭘 해드리면 좋겠소?>   디오게네스가 말하기를,   <아 조금만 옆으로 비켜 서주셨으면 합니다. 햇빛을 가리고 계시니. 그뿐입니다>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내가 세상에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신에게 청할 것이요. 이번엔 알렉산더가 아니라 디오게네스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하기를,   <누가 감히 대왕의 길을 막겠습니까? 대왕께선 지금 어디로 가시지요? 여러 달 동안 군대가 이동하는 걸 보았습니다... 대왕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무슨 일로 가십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세계를 정복하러 인도로 가는 길이오>   디오게네스가 묻기를,   <그런 다음에 뭘 하시렵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그야 편히 쉬어야지요>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하기를,   <대왕께선 참 어리석소이다! 난 지금 쉬고 있질 않습니까. 난 세계를 정복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성조차 못 느끼지만 지금 아주 편안히 쉬고 있소이다. 대왕께서 정말 편히 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왜 그리 못하십니까? 편히 쉬기 전에 먼저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고 누가 그럽디까? 대왕께 말해 두지만 지금 당장 편히 쉬지 못하신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오. 대왕께선 결코 세계를 정복하지 못하실 겁니다... 대왕께선 여행 중에 죽게 될 것이오.

 

그리고 딴 많은 사람들도>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그 충고를 마음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길을 멈출 순 없었다. 그는 정말 여행 중에 목숨을 잃었다. 길에서 죽은 것이다.   그 후 이상한 얘기가 전해 내려 왔는데, 디오게네스도 알렉산더가 죽던 그날 똑같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신에게로 가는 길에 강을 건너다가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등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몇 발짝 뒤에 디오게네스가 보였다. 아 아름다운 사람. 알렉산더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창피를 무릎쓰고 외쳤다.   <이거 또 만나게 되었구려. 황제와 거지가 말요>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그렇군요. 한데 당신은 뭔가 오해하고 있소. 누가 거지고 누가 황제인지 모르는 것 같소. 나는 삶을 완전히 살고 누렸으므로 신을 만나게 될 것이오. 그러나 당신은 신을 만나지 못할 것이오. 당신은 나조차도 볼 줄 모르지 않소. 당신은 내 눈조차 들여다 볼 줄 모르오. 당신으 삶은 완전히 헛된 것이었소>

 

46. 찾고, 구하고, 묻다

  <심상치 않은 상태에 있구나! 어느 순간 참으로 사랑하고, 기뻐 웃고, 살아 있게 될지도 모르네. 뜻밖에 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네>

  시인 타고르의 아름다운 한 이야기.
 

나는 수많은 생에서 신을 찾았다. 마침내 나는 신을 보았는데... 아득히 먼 곳에 신이 있어서... 나는 신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내가 가까이 가면 신은 또 그만큼 더 멀어져 갔다. 얼마나 그랬을까. 마침내 나는 한 문 앞에 이르렀다. 그 문에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신이 사는 집"   나는 난생 처음으로 전율되어 중심이 흔들리고 떨렸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돌연 빛이 번쩍하고 터졌다. 아 그때 나는 보았다...   만약에 내가 문을 두드릴 때 신이 문을 열어 준다면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러면 분명 모든 게 다 끝장 난다. 나의 여행, 순례, 모험, 철학, 시. 아 모든 게 다 끝장 난다! 그건 자살일 것이다!   나는 재빨리 신발을 벗어 들었다... 계단을 도로 내려갈 때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그리곤 다리야 나 살려라 하며 내닫기 시작했다. 나는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수없이 긴 세월을 달리고 또 달리곤 하였다.   나는 지금 신이 있는 곳을 알면서도 여전히 신을 찾고 있다. 신이 있는 곳을 피해 다니면서 신을 찾고 있다. 신이 없는 곳으로만. 아 나는 신의 집을 피해 다녀야 한다... 날 죽일 테니까. 나는 아주 잘 안다. 어쩌다 그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 날이면 모든 게 끝장이라는 것을.

 

47. 희망

  <희망의 덫에 걸려 들지 말라. 자신의 밖에서 구원의 손이 뻗칠 거라는 생각에 붙들리지 말라. 누구도 그대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리니, 속안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사냥꾼이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산속을 헤매면서 사람을 찾았으나 그림자도 만날 수가 없었다. 사냥꾼은 점점 겁이 났다. 사흘 내내 아무것도 못 먹은 채 사나운 들짐승들에 대한 공포로 줄곧 시달려야만 했다. 잠도 잘 수가 없었다. 지칠대로 지친 사냥꾼은 한 나무 밑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기로 했다. 그런데 와락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무서운 뱀과 사자 들이 득시글거릴 것이었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 사냥꾼은 드디어 나무 밑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하였다. 너무나 기뻤다. 그는 단숨에 달려가 그 사람을 얼싸안았다.   <하 정말 반갑소!>   그 사람도 사냥꾼을 얼싸안으며 기뻐 날뛰었다. 한참을 날뛰며 기뻐한 후 두 사람은 서로 물었다.   <근데 왜 이리 좋아하시오?>   첫 번째 사람이 말하기를,   <길을 잃었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찾아 얼마나 헤맸다구요>   두 번째 사람이 말하기를,   <허 나도 길을 잃었는데. 그래서 사람을 엄마나 찾아 헤맸다구>

 

48. 도전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기쁨과 행복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고난, 즉 처둥 번개와 슬픔을 통해서도 성숙해 질 수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얘기이다. 신이 이 세상에서 살았던 시절이므로.   어느 날 웬 사람이 신을 찾아왔다. 초로의 농부였다. 그가 말하기를,   <봅시다. 당신이 정말 신이라면, 그래서 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내 꼭 한 마디 할 게 있고. 당신은 신일지는 모르지만 농부는 아니오. 농사 짓는 일을 조금도 모르잖소. 꼭 알아야 할 게 있단 말이오>   신이 묻기를,   <그대 뭘 말하려는가?>  

 

농부가 말을 잇기를,   <내게 딱 일 년만 주시오. 딱 일 년만 모든 게 날 따르도록 해주시오. 그리고 지켜 보시오. 가난이 싹 걷힐 테니까>   신은 농부의 뜻대로 그에게 일 년을 주었다. 물론 농부는 최선의 것을 청했다. 농사 짓기에 최선의 일 년을. 비바람도 없고, 천둥 번개도 없고, 날씨가 고른.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되어갔다. 농부는 즐거웠다. 곡식이 아주 잘 자랐다. 햇빛을 원하면 그냥 햇빛 좋은 날이 왔고, 비를 원하면 그냥 비 뿌리는 날이 왔다. 모든 게 좋은 일 년이었다. 자동적으로 잘 되어갔다.   곡식이 한껏 자라게 되었다.

 

농부는 다시 신을 찾아가 말했다.   <봅시다. 한 십 년만 농사가 이렇게 잘 되기만 한다면 사람들이 일을 안 해도 양식이 충분할 거요>   이윽고 곡식을 거두어들일 때가 되었다. 그런데 죄다 껍데기만 있을 뿐, 알맹이는 한 알도 없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농부는 다시 신을 찾아가 물었다.   <이게 어찌된 겁니까? 뭐가 잘못된 겁니까?>   신이 말하기를,   <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란이, 갈등이 없었기 때문. 방해되고 좋지 않은 건 죄다 피했기 때문. 그래서 껍떼기만 있을 뿐,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약간의 수고는 해야 하질 않겠느냐. 약간의 고난이, 천둥 번개 비바람이 있어야 하질 않겠느냐. 그래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영글지 않겠느냐>

 

49. 사랑

  <사랑을 그냥 묻어 두거나 계산하지 말라. 아까워하지 말라. 그러면 모두 잃을 것이니. 사랑을 꽃피워 함께 나누라.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

 

  한 왕이 세 아들을 두었는데, 셋 중에서 후계자를 선택해야만 되었다. 한데 참 곤란한 것이 세 아들 다 아주 영리하고 용맹스러워서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세 쌍동이였기 때문에 서로 닮았고 나이도 똑같았으니 뽀족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은 위대한 현자를 찾아가 물었다. 성자는 한 가지 묘안을 내놓았다.   돌아온 왕은 세 아들을 불렀다. 왕은 세 아들에게 각각 꽃씨를 한 줌씩 주며 말하기를, 자신은 이제 곧 순례의 길을 떠날 것이라 하였다.   <몇 해 걸리리라. 한 두 해나 어쩌면 몇 해 더. 이건 너희들을 시험하는 것이니까 잘 알아 둬라.

 

내가 돌아오거든 이 꽃씨들을 내게 도로 내놓아야 한다. 가장 잘 보관했다가 내놓는 사람이 후계자가 될 것이다>   왕은 길을 떠났다.   첫 번째 아들이 생각하기를,   <이 꽃씨들을 어떻게 할까?>   그는 단단한 금고 속에다 꽃씨를 숨겨 놓았다. 아버지가 돌아오면 그대로 되돌려 주기 위해서.   두 번째 아들이 생각하기를,   <첫째처럼 금고 속에 숨겨 놓으면 꽃씨들이 죽을 테지. 죽은 꽃씨는 꽃씨가 아니야>   그래서 그는 장터로 나가 꽃씨를 팔아 돈을 마련했다.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다시 장터로 가서 이 돈으로 새 꽃씨를 사다 드려야지. 더 좋은 것으로>   세 번째 아들은 뜰로 나가 빈틈 없이 꽃씨를 뿌려 놓았다.   삼 년 후 아버지가 돌아왔다.   첫 번째 아들이 금고에서 꽃씨를 꺼내왔다. 꽃씨들이 모두 죽어 있었다.   왕이 말하기를,   <이게 뭐냐! 내가 너에게 준 꽃씨가 이거더냐? 그 ㄲ씨들은 꽃을 피워 좋은 향기를 뿜을 수가 있었다. 근데 이것들은 죽어서 고약한 냄새만 풍기지 않으냐. 이건 내 꽃씨가 아니다!>  

 

아들은 분명 아버지께서 주신 그 꽃씨라고 주장하였다. 왕이 외쳤다.   <넌 유물론자구나!>   두 번째 아들은 재빨리 장터로 달려가 새 꽃씨들을 사가지고 와서 아버지 앞에서 내밀었다. 왕이 말하기를,   <근데 이건 다르지 않느냐. 네 생각이 첫째보단 좀 낫다만 아직 얼었다. 넌 심리학적이구나!>   왕은 세 번째 아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두려움과 함께.   <그래 넌 어찌했느냐!>   세 번째 아들은 아버지를 뜰로 모시고 나갔다. 뜰에는 온통 수많은 꽃들로 흐드러져 있었다. 아들이 입을 열기를,   <아버지께서 주신 꽃씨들이 바로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꽃들이 다  한껏  피어나면 씨앗을 모아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저 간직하고 축재하는 자는 삶을 이해할 수 없다. 타산적인 마음은 진짜 삶을 놓친다. 창조하는 마음만이 삶을 이해할 수 있다. 꽃은 아름답다. 꽃의 아름다움은 간직되어지는 게 아니다. 그건 신을 표현한다. 신은 간직되어질 수 없다. 그건 사랑을 나타낸다. 사랑은 간지되어지는 게 아니다.   사랑은 꽃과 같다. 사랑이 꽃피면 너도 나도 그 향기를 맡는다. 함께 나눈다. 그건 주는 것. 그대가 줄수록 사랑은 더 커진다. 더욱 커져서 사랑의 무한한 원천이 된다.

 

50. 자비

  <자비는 동정으로 가득차, 조이고 짜내는 가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건 아주 깊고 넓은 사랑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기꺼운 것이다>

 

  예수가 어느 날 채찍을 들고 예루살렘의 큰 사원으로 갔다.   예수의 손에 채찍이 들렸다는 사실. 이는 바로 붓다의 이 말씀과 통한다.   "열린 손은 독약도 다룰 수 있다"   그렇다. 예수는 기꺼이 채찍도 다룰 수 있다. 채찍 따위가 예수를 압도할 순 없다. 그는 언제나 깨어 있으므로.   예루살렘의 큰 사원은 도둑들의 소굴이 되어 있었다. 교활한 도둑질과 약탈이 자행되고 있었다.

 

사원 안에는 환전상들이 판을 치며 온 나라를 좀먹고 있었다.   예수는 사원 안으로 들어가 환전상들이 벌려 놓은 판을 죄다 뒤집어 엎어버렸다. 돈들이 쏟아지며 흩어지고 난리가 일어나자 환전상들은 사원 밖으로 피해 달아났다. 그들은 수가 많았고 예수는 혼자였지만, 맹렬히 타오르는 예수의 불길이 무서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에너지일까? 평화와 영광의 상징인 예수한테서 대체 이게 뭔가?   크리스챤들한테는 참 곤란한 에너지이지만, 이는 붓다의 말씀과 통한다.   열린 손은 독약도 다룰 수 있다.   순진무구한 사람은 전혀 해되지 않는다.   이건 예수의 자비이고 사랑이다. 그의 채찍은 자비의, 사랑의 채찍이다.

 

51. 용기

  <일단 신을 찾아 길을 떠나면 되돌아 갈 수 없으니, 크나큰 용기를 일으키라>

 

  예수가 어느 날 이른 아침 물가에 이르렀다. 한 어부가 그물을 던지고 있었다. 예수는 어부의 어깨 위에 가만히 손을 놓았다. 어부가 예수를 바라보았다. 침묵 속에서 예수와 어부는 통했다. 예수는 그저 어부의 눈을 바라보기만 하였다. 어부는 곧장 사랑에 젖었고, 뭔가 일어났다.   <물고기를 잡으며 얼마나 인생을 헛되이 했느냐? 나를 따르라. 신을 낚는 길을 보여주리>   어부는 상당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그물을 내던지고 예수를 따랐다.   그들이 도시 외곽에 다다랐을 때 한 사람이 헐떡이며 뒤쫓아 왔다.

 

그가 어부를 붙잡고 말하기를,   <자네 지금 어딜 가는가? 미쳤는가? 얼른 집에 가자! 병석에 누워계시던 자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네. 그래서 우리가 장례 준비를 하고 있단 말일세>   어부는 처음으로 예수에게 물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셧답니다. 사흘만 집에 돌아갔다 오게 해주십시오. 아들로서 제 의무를 다 하게 해주십시오>   예수가 말을 했다.   <걱정하지 마라. 거기엔 죽은 사람들이 아주 많이 있으니. 그리들이 자네 아버지를 돌봐 줄 것이다. 그들이 장례를 잘 치뤄 줄 것이다. 그대 날 따르라>

 

52. 회개

  <회개는 아주 심원한 일을 일으킨다. 온몸의 세포 하나 하나에서 눈물 흘리게 한다. 아! 아름다운 변화>

  위대한 수피 알힐라이 만소르.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지만 만소르는 갈갈이 찢겨 죽었다. 만소르는 십자가에 못 박힌 다음 먼저 다리를 잘렸다. 그래도 그는 살아 있었다. 다음엔 팔이 잘렸다. 다시 혀가 잘렸고, 양쪽 눈이 패였다. 그래도 그는 살아 있었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몸통을 찢겼다.   그의 죄목은 오직 하나였다. 그가,   "나는 진리요, 신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만소르에게 돌을 던지며 조롱하였다.   만소르는 웃었다. 발목을 잘려 피가 넘쳐 흐르자 그는 양손으로 피를 받았다... 구경하고 있던 한 사람이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만소르가 말하기를,   <어찌 물로 손을 씻을 수 있으리? 피로써 저지른 죄는 오직 피로써만이 닦을 수 있느니. 피로써 내 손을 닦고 기도하리니>   사람들이 손을 자르려 하자 만소르는 말하기를,   <잠깐만, 내 기도가 끝난 다음 자르라. 손이 없으면 기도하기가 어려우니>   만소르는 하늘을 우러르며 신에게 말했다.  

 

<당신은 절 속일 수 없습니다. 전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서 당신을 봅니다. 살인자로 나타나셨고 적으로 나타나셨어도 절속일 순 없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오셔도 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제 속안에 계신 당신을 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미친듯이 돌을 집어 던지며 그를 조롱하였다. 만소르는 웃고 있었다. 웃고만 있던 만소르가 돌연 울기 시작하였다.  

 

아, 그의 친구이자 제자인 시블리가 장미 한 송이를 그에게 던졌던 것이다.   사람들이 괴이쩍어 다시 까닭을 물었다. 왜 우느냐고.   만소르가 말하기를,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저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지만, 저 시블리는 안다. 신에게 용서를 구하기가 어려울 것임을>   훗날 누가 시블리에게 그때 왜 장미꽃을 던져느냐고 묻자 시블리는 말했다.   <난 군중들이 무서웠소. 내가 아무것도 던짖 않으면 군중들이 날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소. 난 만소르가 참으로 순진무구한 사람임을 알기 때문이오.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던지지 않을 순 없었소. 난 겁장이었소. 그래서 꽃이 제격이라 생각했소. 만소르는 나의 두려움과 겁 많음을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이오>  

 

만소르의 눈물은 시블리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 후 시블리는 십여 년 동안을 거지처럼 떠돌며 가슴 에이는 고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나머지 인생 동안 끊임없이 회개하였다. 이렇게 말하면서.   <내가 만소르를 죽였다. 적어도 나만은 그를 이해했었고, 그래서 그를 구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군중들한테 동조했다. 아 나는 그에게 꽃을 던졌다!>
  그대가 책임을 알기만 한다면 회개는 아주 심원한 일을 일으킨다. 그럴 때 자그마한 것일지라도 그대의 뿌리로 깊숙이 파고들어가, 두 눈에서만이 아니라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서 눈물 흘리게 한다. 아, 아름다운 변화.

 

53. 집중

  <전체적으로 행함이 곧 완전히 자유로운 행위이다. 전체적이면 자유로울 것이다>

 

  탄트라의 창시자 사라하. 그는 뿌나 근처의 비다르바에서 태어났다. 그는 마하팔라 왕실에서 학식 높은 한 브라만의 아들이었다. 왕은 자기 딸을 사라하에게 주려 했지만, 사라하는 입산하여 수도승이 되었다. 그는 불승 스리 키르티의 제자가 되었다.   스리 키르티는 먼저 사라하에게 모든 학식을 다 버리라고 하였다. 세월이 흘러 사라하는 상당한 명상가가 되었다. 그런 어느날 명상 중에 사라하는 어떤 비젼을 보게 되었다. 장터에 한 여자가 보였는데 자신의 진짜 스승이 되리라는 거였다. 스리 키르티는 자신을 길로 인도하였으나, 진짜 가르침은 그녀에게서 받는다는 것이었다. 사라하는 스리 키르티에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제 과거 인연을 깨끗이 닦아 주셨습니다. 이제 나머지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키르티는 사라하를 축복하였다. 사라하는 길을 떠나 비젼 속의 장터를 찾았다. 그리고 그 여인을 찾기 시작했다. 그 여인은 화살을 만드는 여인이었다. 낮은 계급의 여인이었다.   왕실의 학식 높은 브라만이었던 사라하가 천한 신분의 화살 만드는 여인을 찾아간다! 여기엔 큰 상징이 들어 있다.   그녀는 젊고 생생하였고 빛났다. 화살을 다듬는 일에 온통 몰입해 있었다. 그녀를 본 순간 사라하는 비상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사라하는 그녀를 주의 깊게 살펴 보았다. 이윽고 화살이 다되자 여인은 화살을 들어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보이지 않는 마음 속의 과녁을 겨냥하는 것이었다.   여인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사라하에게 뭔가 일어났다.   그건 영적 메시지였다. 보이지 않는 과녁을 겨냥하는 그녀의 행위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쳐 있지 않았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음. 가운뎃길. 그것에 대해 수많은 얘기를 듣고, 읽고, 숙고하고, 논의를 했어지만 처음으로 사라하는 직접 눈으로 본 것이었다.

 

여인은 "행위"에 완전히, 전체적으로 몰입해 있었다. 그건 메시지였다. "전체적으로 행함이 곧 완전히 자유로운 행위이다.  전체적이면 자유로울 것이다"   그 여인의 아름다움, 광휘는 전체적인 몰입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사라하는 처음으로 명상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그걸 느낄 수 있었고, 맛볼 수 있었다.   사라하는 그 화살 만드는 여인의 인도 아래 탄트리카가 되었다. 스승과 제자. 그것은 영적 사랑의 관계이다. 사라하는 마침내 영혼의 동반자를 발견한 것이었다. 사라하와 그녀는 크고 깊은 사랑을 맺었다.   사라하는 그제야 처음으로 모든 경전과 지식을 내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명상조차도 내던질 수 있었다. 노래가, 춤이 그냥 그에게 명상이 되었다. 그의 삶은 이제 축복 그 자체가 되었다.   사라하와 여인은 화장터로 가서 함께 살았다. 찬양하면서. 오직 죽음만이 있는 곳에서 찬양하면서. 찬양이란 무조건적이다.

 

54. 성

  <섹스는 출발점이지 끝이 아니다>

 

  사랑하는 남녀는 깊은 성적 오르가즘에 들어가면서 서로 녹아 융합한다. 그때 여자는 이미 여자가 아니고, 남자는 이미 남자가 아니다. 그들은 음양의 싸이클을 이루며 서로 만나 융합해 들어 가면서 자신을 잊는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다.   오르가즘은 그대의 몸이 물체로 느껴지지 않는 상태. 거기서 몸은 에너지로 진동한다. 깊은 속으로부터 진동이 울려나온다.  

 

그래서 무드라(mudra)라 부른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주고, 에너지가 되어 진동할 때, 몸이라는 벽이 허물어져 기화될 때, 오직 에너지로 있어서 진동할 때, 거기에 남자와 여자는 없다. 그대는 없다. 그래서 사랑은 죽음과 같다. 그래서 깊디깊은 사랑으로만이 무드라, 오르가즘에 들어갈 수 있다. 죽음의 속으로. 그대가 생각하는 그대, 그대의 몸, 물질적 이미지는 죽는다. 그대의 몸은 죽어 에너지로 화한다. 그래서 남녀가 하나되어 진동하기 시작할 때, 그들의 가슴과 몸은 절묘한 조하를 일으킨다. 거기엔 하나만이 있다.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 하나의 조화로운 에너지 운동.   섹스는 출발점이지 끝이 아니다.

 

55. 헌신

  <지고한 경지에서는 그대가 사랑의 길을 가든 명상의 길을 가든 절정의 경지에서는 여성적이 된다>

 

  위대한 신비의 여인 메라는 실제로 열정적인 헌신자였다. 그녀의 신에 대한 사랑은 엄청난 것이었다.   메라는 왕비였다. 왕비인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길거리로 뛰쳐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실에서는 그녀와 연을 끊고 독살하려 하였다. 왕실을 욕되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왕비가 길거리에서 춤을 추자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그녀는 신에 취하여 사리를 벗어 던졌다. 그녀의 얼굴과 손이 드러났다.

 

사람들 앞에 드러내서는 안 되는 맨살을. 왕실에서는 난리였다.   그런데 그녀의 노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녀의 노래는 가슴 깊은 곳에서 저절로 울려나오는 소리였다.   메라는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제 남편이라는 걸 믿지 못하겠어요. 제 남편은 크리슈나예요. 당신은 그저 대리인을 뿐이예요>   왕은 크게 분노했다. 왕은 그녀를 쫓아내 버렸다. 메라는 크리슈나의 성지인 마투라로 갔다. 거기엔 크리슈나를 모시는 가장 큰 사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원의 사제장은 죽을 때까지 어떤 여자도 보거나 만나지 않으리라 맹세한 터였다.

 

30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여자도 사원엘 들어와 머물 수가 없었다.   사원에 도착한 메라는 문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문지기들은 넋이 나갔고, 그저 황홀하였으므로 그녀를 막을 엄두를 아예 못 내었다. 그녀는 쉽게 사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따.   사원 안에서는 사제장이 마침 예배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메라를 본 순간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치 않을 수 없었다.   아찔하였다. 사제장이 외쳤다.   <썩 물러가라! 어서 썩! 그대는 어떤 여자도 여기에 들어올 수 없다는 걸 모르는가?>   메라는 웃었다. 그리고 말하기를,   <내가 알기로는, 크리슈나 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다 여자예요. 당신도 그렇지요. 삼십 년 동안이나 크리슈나를 모셨으면서도 아직도 자신이 남자라고 생각한단 말예요?>   사제장은 눈이 번쩍 띄였다.
  지고한 경지에서는, 그대가 사랑의 길을 가든 명상의 길을 가든, 절정의 경지에서는, 여성적이 된다.

 

56. 지성

  <사물이 없는 곳이 아니라, 있는 곳을 보라. 어둠 속일지라도. 속안을 보라>

 

  어느 날 저녁, 라비아가 자신의 오두막집 앞 길가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발견하였다 사람들이 몰려갔다 라비아는 가난한 할머니였다   <무슨 일이세요? 뭘 찾으시죠?>   라비아가 말하기를,   <바늘을 잃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라비아를 도와 바늘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후 한 사람이 물었다   <라비아 할머니 날이 저물어 곧 어두워질 거예요 이렇게 넓은 데서 조그마한 바늘 하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요 그걸 어디다 떨어뜨리셨는지 혹 모르세오?>   라비아가 말하기를,   <엉, 집안에서 떨어뜨렸어>  

 

사람들이 어이없는 듯 외쳤다   <이런, 그럼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예요? 집안에다 떨어뜨린 걸 왜 여기서 찾는단 말예요?>   라비아가 말하기를,   <여기가 밝기 때문이지 집안은 어두워>   한 사람이 물었다   <이런, 아무리 밝아도 그렇지, 여기서 잃은 적도 없는 바늘을 어떻게 찾는단 말예요? 집안에다 불을 밝히고 찾으면 되잖아요>   라비아가 웃으며 말하기를,   <아주 똑똑한 양반들이구먼. 작은 일에는 말이지. 근데 그대들 내적 삶에서는 어떻던가? 죄다 바깥에서만 찾지 않던가. 그대들이 찾는 그것들이란 안에서 잃어버린 게 아니던가 머리를 바로 쓰게들! 왜 바깥에서 은총을 찾는가? 거기서들 잃어버렸는가?>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멍청히 서 있었고, 라비아는 슬며시 집안으로 사라졌다.

 

57. 일, 숭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 자신의 일에 성심껏 임하여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서 긴장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려, 믿고, 자신의 행위가 기도가 되게 하라. 결과에 집착하지 말며>

 

  한 스승이 제자 한 사람과 함께 여행을 하였다. 제자는 낙타를 맡아 돌보기로 하였다. 날이 어두워졌고, 지친 두 사람은 사막에 텐트를 치고 쉬기로 하였다. 제자는 낙타를 묶어 잘 돌볼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칫 방심하여 낙타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리곤 그저 신에게 기도만 하엿다 "알라여, 낙타를 돌봐 주소서" 그리고는 지쳐 그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낙타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도둑을 맞든 낙타가 딴 데로 갔든, 어쨌든 낙타가 보이질 않았다.   스승이 물었다.   <얘야, 낙타가 어디 갔느냐?>   제자가 말했다.   <글쎄요, 저도 모르겠네요. 전 그냥 알라 신께 맡겼거던요. 낙타를 좀 돌봐 주십사 하고요. 그리곤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들었어요.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책임질 일도 아니죠. 전 알라 신께 맡겼거던요. 스승님께서도 알라 신을 믿으라고 가르치셨잖아요. 그래서 전 그저 믿었을 따름이예요>   스승이 말했다.   <알라 신을 믿되, 우선 낙타를 잘 묶어 둬야 했지 않느냐.  알라신껜 그대완 달리 손이 없질 않느냐>

 

58. 오라, 오라, 언제든 오라

  <그대가 어떤 상황에 있어도, 그리고 그대가 어떤 사람이라도 괜찮다. 스승은 늘 넉넉하다>

  위대한 수피 시인 루미의 시 한 수. 가슴으로 읽자.

 

  오라, 오라, 그대가 누구든
  방랑자든 숭배자든 철학자든
  상관 없으니.
  우리는 절망에 빠진 카라반이 아니니.
  오라,
  그대가 수천만 번
  맹세를 깼다 하더라도
  오라, 오라, 언제든 오라.

 

스승은 집주인과 같다. 진짜 스승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는다. 그럴 수 없다. 진짜 스승은. 여행에 지친 그대가 쨍쨍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시원한 나무 밑으로 가 쉬려는데 나무가 거절한다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나무는 언제든 쉴 곳과, 그늘과, 열매와, 꽃과, 향기를 줄 준비가 되어 있다. 오라, 오라, 언제든 오라.

 

59. 큰 웃음

  <큰 웃음은 크게 변화시키는 힘이다. 그대가 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죽음을 부활시킬 수 있다>

 

  세 신비가가 있었다.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그냥 "세 사람의 웃는 대가들"이라 불렀다.   세 사람은 늘 웃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늘 이곳 저곳 떠돌며 아무 데나 서서 가가대소하곤 하였다.   그들은 참으로 멋진 사람들이었고, 웃음소리가 크고 명랑하였으며 매혹적이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감응력이 아주 컸다. 시장바닥에서 그들이 가가대소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온통 웃음바다가 되곤 하였다.   세 사람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슬픈 사람, 화난 사람, 게걸스런 사람, 질투많은 사람 할 것 없이 죄다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어느 날 한 마을에서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죽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수근거리기를,   <이젠 안 될걸. 문제가 생길거야. 친구가 죽었으니 얼마나 슬플까>   그런데 나머지 두 사람은 도리어 춤추고 웃으며 친구의 죽음을 축복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다시 수근거리기를,   <이건 너무하잖아. 멋대로군. 사람이 죽었는데 웃으며 춤추다니>   그러자 두 사람이 말하기를,   <뭘 모르고들 있군. 우리 세 사람은 우리들 셋 중 누가 먼저 죽을까 하고 늘 생각하고 있었소. 이제 먼저 죽은 저 친구가 마침내 이겼으니, 우리들은 질 밖에. 우린 늘 저 친구와 웃으며 지내왔소. 마지막으로 우리가 저 친구에게 줄 수 있는게 웃음 밖에 뭐 있겠소? 우린 웃어야 하오. 즐거워야 하오. 축복해야 하오>   두 사람이 말을 잇기를,   <일생을 웃으며 산 사람한테 우리가 할 수 있는 인사는 웃음 밖에 없소. 만일 우리가 웃지 않는다면 그는 분명 웃으며 생각할거요. "이런 바보같은 놈들! 기어코 속임수에 말려 들었군" 하고. 우린 그가 죽었다고는 조금도 생각지 않소.

 

어떻게 웃음이 죽는단 말이오?>   어쨌거나 사람이 죽었으므로 장례를 치루어야겠기에 사람들이 말했다.   <절차에 따라 우선 그를 목욕부터 시킵시다>   그러자 두 친구가 말하기를,   <아니오. 우리 친구가 말했고. 어떤 의례도 준비하지 말며, 옷도 벗기지 말고, 목욕도 시키지 말라고. 장작더미 위에 그냥 놓으라고>   그런데 갑자기 굉장한 일이 벌어졌다. 불타는 장작더미 위에 올려 놓자, 죽은 친구가 마지막 재주를 부리는데, 옷 속에 얼마나 많은 불꽃을 숨겨 놓았는지 뻥뻥 터지면서 하늘 가득 찬란한 불꽃을 수놓기 시작하는 거였다. 온 동네가 웃음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두 친구가 춤을 추기 시작하였고, 이내 온 마을 사람들이 몸을 흔들어 대기 시작하였다. 아, 그건 죽음이 아니었다. 부활 새로운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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