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21세기를 사는 목마른 자들은 힘들여 땅을 파는 대신 시원한 전문점에 앉아 커피와 차(茶)를 마신다. 바야흐로 물보다‘내 몸에 가까운’ 커피와 차. 이번 특집에서는 커피와 차를 주제로 그 트렌드와 종류, 나아가 커피와 차를 제대로 마시는 법까지 살펴보았다. 각각의 특징을 비교해 놓았으니, 무엇을 어떻게 마실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긴다.
향긋 쌉싸름한 맛과 향의 역사, 커피와 차(茶)의 계보학
<여성 vs 남성>, <서구적 vs 전통적>, <젊음 vs 연륜>, <빠름 vs 여유>. 커피와 전통차를 비교할 때 흔히 예로 드는 도식이다. 한데 요즘은 이런 비교가 무색할 만큼 둘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고 있다. 전 연령대로 넓어진 커피 시장, 젊은 감각으로 변신을 꾀하는 전통차 시장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불꽃 튀는 경쟁 속에 변화하고 있는 커피와 전통차의 흐름을 짚어보기로 한다.
대한민국 5천만, 커피에 탐닉하다
시내를 거닐다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숍일 만큼 각종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들어 서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 점심 식사 후에 근처 가게에 모여 커피를 마시는 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도심 속 일상 풍경이 되었다.
커피 시장의 성장 동력은 단연 시간과 공간의 활용에 있다. 먼저 바쁜 직장인들이 테이크아웃을 통해 이동 중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던 점이 주요했다. 또 젊은 대학생, 특히 마땅히 휴식을 취할 곳이 없는 여성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제공했던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여기에 유명 스타를 앞세운 마케팅 전략은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들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한때 ‘된장녀’의 상징이자, 잇아이템(유행에 앞서가는 물건)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던 커피. 이제는 누구나 즐겨 찾는 대표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라는 커피예찬송도 모자라 코피스족(커피 전문점을 자신의 업무 보는 장소로 여기는 사람들)이라는 신인류까지 등장시킬 만큼, 커피는 트렌드를 넘어 일상의 한 축이 되었다.
차(茶),
젊음을 향해 쏘다그동안 전통차 시장의 주요 타깃은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중장년층과 차 마시기를 통해 심신을 수양하는 스님들이었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수요가전 연령층으로 확산되면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갔다.
잠시 주춤하던 전통차(傳統茶)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기존의 격식에서 벗어나 쉽고 편하게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전문가의 손을 거쳐 우려낸 고급차를 선보임으로써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올어바웃차, 오가다, 티맑은, 차오름 등 개성 넘치는 이름표를 달고 론칭한 전통차 전문점들은 철옹성과 같던 커피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커피와 차, 얼마나 알고 있니?>
어디 가서 커피, 차 좀 마신다고 말하려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상식. 원두와 전통차 분류법에 대해 살펴보자. 보너스로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전통차의 기본 메뉴도 정리했으니, 비교해 보고 각자 취향에 따라 결정하시길.
커피 맛의 8할은 원두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덩달아 커피 전문점들도 최상의 원두 품질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북위 25~남위 25도에 위치한 커피벨트(Coffee Belt)에서 생산되는 원두. 그 종류와 특징은 이렇다.
종류 및 특징
아라비카(Arabica) : 에티오피아, 케냐,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산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할 만큼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을뿐더러, 대부분의 고급원두커피는 이 아라비카산이다. 단맛과 신맛이 강한 특징이 있으며, 카페인 함유량은 1% 정도.
로부스터(Robusta) :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태국 등 대부분의 커피 재배권에서 생산된다. 전 세계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인스턴트커피의 원료로 사용된다. 아라비카산에 비해 쓴맛이 강하며, 카페인 함유량이 2~4.5%로 높아서 잠과의 사투를 벌일 때 제격이다.
리베리카(Liberica) : 아프리카 리베리아 지역에서 유래된 종이다.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좋아서 저지대에서 자란다. 시도 때도 없이 꽃이 피니 수확기가 따로 없고, 경제성이 떨어져서 생산량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정도는 알아야 커피를 주문하지
에스프레소 :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로 모든 메뉴의 베이스가 된다.
아메리카노 : 에스프레소와 물을 1:2 비율로 섞은 커피.
카페라떼 : 에스프레소에 데운 우유를 넣어 만든 부드러운 커피.
카푸치노 : 커피와 우유를 반씩 섞고, 우유 거품에 계핏가루나 초콜릿 가루를 뿌린 커피.
카페모카 : 에스프레소에 초콜릿과 우유를 넣어 단맛을 강조한 커피. 커피 입문자(?)가 마시기에 딱!
카라멜 마끼야또 : 에스프레소에 우유와 카라멜 소스를 가미한 커피. 한때 한국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커피로 뽑히기도 했다.
차
(車)만큼 복잡한 차(茶)의 세계차(茶)의 종류는 색에 따라 녹차, 백차, 청차, 홍차, 황차, 흑차로 나뉘고, 또 채엽시기에 따라 명전차, 우전차,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뉜다. 하지만 차를 분류하는 가장 큰 기준은 뭐니 뭐니 해도 발효정도. 발효에 따른 분류를 살펴보자. 물론 입맛은 발효와는 무관하다.
불발효차 : 찻잎을 따서 바로 증기로 찌거나 솥에 덖은 차. 다시 증제차와 덖음차로 나뉘는데, 싱그러운 푸른빛을 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발효차 : 볕이나 실내에서 시들리기와 교반(攪拌, 휘저어 섞음)을 하여 발효한 차. 발효수준은 10~65%. 포종차, 우롱차, 화차, 백차로 나뉜다.
전발효차 : 발효수준 85% 이상의 차. 전 세계 차 소비량의 75%를 차지하는 홍차류(다즐링 홍차, 우바홍차, 기문홍차, 아삼홍차)가 이것이다.
후발효차 : 열처리 후 찻잎에 남은 10% 정도의 효소들이 생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차. 곰팡이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발효시간을 단축하기도 한다. 보이차 외 기타 흑차류, 황차류.
알고 마시는 만큼 건강해 진다
녹차 : 푸른빛이 그대로 나도록 말린 찻잎을 우린 차. 지방분해, 피부노화방지, 치아보호 등에 효과가 있다.
보이차 : 중국 운남성 지방에서 생산된 찻잎으로 만든 차. 당뇨, 콜레스테롤, 고혈압, 심장질환에 좋다.
홍차 : 강한 카페인과 향이 특징인 차. 서양에서는 블랙티라고 부른다. 인플루엔자 예방(양치), 스트레스 해소, 피로 회복을 돕는다.
우롱차 : 녹차의 맑은 향과 홍차의 진한 맛을 모두 가진 차. 다이어트, 아토피 피부염 개선, 정신안정 등에 효과만점이다.
쟈스민차 : 녹차에 쟈스민 꽃향기를 입힌 차. 찻잎이 구슬모양이라 구슬 쟈스민, 진주 쟈스민이라고 불린다. 생리통, 우울증 등으로 고생하시는 분들께 강추!
한방차 : 각종 효능을 담은 차. 인삼차, 오미자차, 생강차, 뽕잎차 등등.
대가에게 차와 커피를 묻다
묘인 스님, “커피도 수행에 도움이 됩니다”
김의정 이사장, “차가 꼭 비싼 것만은 아닙니다”
서울 연화사 총무 묘인 스님은 이라크에서 커피를 처음 만났다. 이탈리아 군인들과 교류하다 ‘진짜 커피’를 알았다. 명원문화재단 김의정 이사장(궁중 다례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은 어린 시절 어머니(명원 김미희 여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차를 접해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차를 연구해 왔다. 두 대가에게 차와 커피의 진면목에 대해 들어본다.
차
·커피와의 인연이 궁금합니다.묘인 스님 사실 2004년 전에는 커피에 대해 거의 몰랐습니다. 잘 마시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군종장교로 2004년에 이라크에 가 커피를 접했습니다. 한국군주둔지 인근에 이탈리아 여단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친구들과 교류를 하게 되면서 ‘에스프레소’를 처음 먹게 되었습니다. 처음 먹었던 에스프레소 커피가 상당히 낯설면서도 독특한 맛으로 느껴졌습니다. 향도 좋았구요. 그때부터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부터는 ‘핸드 드립[HandDrip-드리퍼(Dripper)와 종이 필터를 사용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것]을 통해 다양한 맛을 만날 수 있었고, 그 후에는 홈로스팅(Home Roasting-집에서 직접 커피를 추출하여 마시는 작업의 통칭)도 하게 됐습니다.
김의정 이사장 어머니께서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통 차문화를 연구하셨습니다. 그전에도 물론 한국의 전통차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어머니의 모습들을 보면서 저 또한 자연스럽게 차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1995년 명원문화재단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한국의 전통 차문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종류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의정 이사장 차는 여러 기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발효정도에 따라 불 발효차(녹차), 반 발효차(적당히 발효시킨 차), 발효차, 후 발효차(녹차를 만든 후다시 발효가 된 차, 보이차)로 나뉩니다. 또 찻잎을 딴 시기에 따라 우전차(곡우 전),세작(곡우에서 입하 사이), 중작(세작보다 조금 늦은 시기), 대작(중차보다 더 자란 차, 끝물차라고도 함)이 있습니다. 형태에 따라서는 잎차와 말차(가루차), 단차(시루에 쪄서 절구에 넣고 찧은 다음 고체화시킨 것 )등이 있습니다.
묘인 스님 일반적으로 커피는 머신을 통해 내린 것을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에 물은 탄 것이 아메리카노, 우유를 탄 것이 카페라떼, 카페라떼에 거품을낸 것을 카푸치노라고 합니다.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를 우유 거품에 넣은 것을 말합니다. 또 더치커피는 차가운 물에 천천히 내린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카페인이 적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여름에 차갑게 먹기 좋습니다.
차, 색과 향, 맛 골고루 갖춰
차와 커피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묘인 스님 달콤한 향입니다. 맛도 맛이지만 향이 제일입니다. 커피의 향이 가미됐을 때 더 맛이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잔에 남아 있는 향도 좋습니다.
김의정 이사장 차에는 고유의 색과 향, 맛이 있습니다. 우러나오는 차의 고유한 빛깔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차에는 또 쓴맛, 떫은 맛, 단맛, 신맛, 짠맛 등 5개의 맛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차의 향기는 자연의 싱그러움을 갖추고 있으며, 청결하고 순수한 향기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계절별로 여러 종류의 차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봄에는 우전, 세작, 여름에는 냉녹차, 가을에는 반 발효차, 겨울에는 홍차와 발효차를 드시면 좋습니다.
두 가지 모두 수행에 도움이 됩니까?
김의정 이사장 불교에서 차는 수행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다선일여(茶禪一如)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차와 수행은 둘이 아닙니다. 수행이나 명상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차와 함께 공부를 한다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차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마시기 때문에 도반들과 같이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묘인 스님 요즘은 선방에서도 커피를 즐겨 마십니다. 연화사도 작년 하안거부터 커피 대중공양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지방의 어느 사찰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machine)을 구비해 스님들이 함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커피는 선방에서도 대중화된 식품입니다. 커피에는 각성 효과를 일으키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수행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둘 다 우리 몸에 좋은 것입니까?
묘인 스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습니다. 적당한 양의 커피는 괜찮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커피는 다이어트, 집중력과 지적능력 향상, 입 냄새 예방, 암과 동맥경화 억제, 각종 질병 예방효과 등이 있습니다.
김의정 이사장 옛 사람들은 차의 덕을 아홉 가지로 밝혔습니다. 머리를 맑게 하고, 귀와 눈을 밝게 하고,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시키며, 술을 깨게 하 고,잠을 적게 하고, 갈증을 멈춰주고, 피로를 풀어주고, 추위나 더위를 막아줍니다. 차를 마실 때 주의할 점들도 있습니다. 빈속에는 차를 삼가고, 너무 뜨거운 차는 마시지 말며, 짙은 차도 멀리하며, 너무 긴 시간 동안 차를 우려내지 말고, 한번 마실 때 3번 이상 우려내지 않는 것이 그것입니다.
커피, 5잔 이상은 건강에 해로워
각각을 마실 때 적당량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의정 이사장 저는 보통 아침에 2잔, 점심 3잔, 저녁 3잔에 손님들과 함께 마시는 것을 포함해 10잔 정도를 마십니다.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에 하루 10잔에서 20잔 정도가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차를 다루는 순서를 말씀드리자면 먼저 물을 끓이고, 끓인 물로 찻주전자와 찻잔을 예열하고, 차를 적당량 넣은 찻주전자에 알맞게 식힌 물을 붓고, 알맞은 시간동안 우려내 찻잔에 따르고, 차의 색과 향, 맛을 음미한 뒤 다구를 잘 정리하면 됩니다.
묘인 스님 커피는 하루 최대 5잔까지는 괜찮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실 때는 보통 1인당 10g 정도의 양이 좋습니다. 베토벤이 매일 아침 커피 64개를 로스팅해서 먹었다고 하는데, 그 양이 10g 정도 됩니다. 저의 경우 1인분 15g, 2인분 22g, 3인분 30g 정도를 사용합니다. 물 온도는80~90도가 적당하고 우려내는 시간은 2분 정도가 좋습니다.
좋은 차와 커피의 조건이 있습니까?
묘인 스님 커피도 다른 식품들과 마찬가지로 신선함이 제일 중요합니다. 소문난 요리집에 가 봐도 식재료는 늘 오너나 주방장이 체크합니다.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탁월한 바리스타라 하더라도 원재료 본래의 향과 맛을 찾아내야 합니다. 신선한 원두에 커피별 특성을 살린 로스팅과 추출법에 따른 바른 분쇄, 그리고 설탕과 프림을 첨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김의정 이사장 차는 어디서 생산돼, 언제 재배를 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차를 우려낼 때 물의 온도는 70도 정도가 좋습니다. 물은 100도 정도로 끓여낸 뒤 알맞게 식힌 뒤 우려내면 좋습니다.
커피, 재료의 신선함이 중요
차, 생산지와 재배시기 등 확인해야
차(茶)와 커피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의정 이사장 최근 제방에서도 스님들이 커피를 즐겨 드시는 것으로 압니다. 이러다가 부처님께 커피 공양을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차나 커피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습니다. 다만 커피는 건강을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은 꼭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묘인 스님 차는 불교수행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차가 고급화되면서 커피에 눈을 돌리는 대중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차나 커피는 이름이나 명성으로 마시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제대로 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고 또 그것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나 커피도 식품입니다. 제대로 알고 사고팔아야 할 것입니다.
차는 지나치게 비싸다고 합니다.
김의정 이사장 예전에 어려웠던 시절에 사람들은 차를 마시면 ‘춥고 배고픈데 무슨 차냐’고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여러 고급차와 비싼 다구들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값싸고 맛있는 차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또 요즘에는 좋은 다구들이 많이 나와 개인이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습니다. 오히려 커피보다 더 대중화 될 수 있습니다.
커피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묘인 스님 요즘 커피 값을 보면 적게는 몇 천원, 많게는 1만 몇 천원씩 합니다. 그런데 정작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몇 십 원에 불과합니다. 생산자들에게 땀 흘린 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조은선택’은 공정무역을 통해 우간다와 네팔, 페루, 동티모르 등에서 생산된 커피를 직접 판매해 수익금을 국제구호사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수행이 가장 중요하지만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나중에 네팔에서커피농장을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현지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혹 수익이 생긴다면 현지인들의 건강이나 복지, 교육에 보탬이 되는 일에 사용하고자 합니다.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소통의 차문화_ 박동춘
6천 년 전부터 시작된 차문화
신농씨(神農氏)가 차를 발견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약초를 실험하다가 중독된 그를 살려 낸 것이 차였다. 춘추전국 시대 이후의 훈고학서 『이아(爾雅)』에는 차의 이명(異名)인 가(檟)를 고도(苦荼)라 하였다. 고도는 쓴 나물로, 채소의 일종으로 이용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 절강성 하모도 유적지에서 발굴된 차나무 뿌리로도 확인되었다. 하모도 지역의 한 농부가 배수로를 건설하던 중 우물터를 발견하였다. 그 우물터를 파내려가다 말뚝을 발견하게 되면서 대대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다. 2004년 하모도 유적지에서 부엌일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에서차나무 뿌리가 발굴되었다. 이것은 이미 6,000년 전부터 쌀을 먹었던 지역에서는 차를 음식으로 이용했음을 확인한 셈이다. 차가 파·촉(巴·蜀) 지역에서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었다는 종래의 주장은 고고학적인 발굴로 인해 확실한 자료를 갖게 되었다.
염제(炎帝)의 『식경(食經)』에는 “차를 오래 마시면 힘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도가의 진인(眞人)은 이러한 차의 약리작용을 합리적으로 이용하여 스스로 몸과 마음을 함양하였다. 성인이 되는 길은 오래 사는 것이다. 그들의 견해로는 성인다움과 도의 일치를 증명하는 길을 불로장생이라고 여긴 것이다. 좌망(坐忘)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하고 통찰력을 확대하는 그들의 수련법에서는, 좌망으로 이끌어 주는 매개물을 차라고 여겼다. 다시 말해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몸의 기를 활양시키는 차의 약리적 효능이 양생에 적극 이용된 것이다. 한편 산림에 은둔해 살면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도가의 생활 방식은 후대에 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상향이었다. 그들이 차와 함께 생강이나 약재를 넣어 끓인 방법은 차의 약리작용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달마의 눈썹이 차나무로 자라다
이러한 도가의 음다법(飮茶法)을 참선 수행에 적극 활용한 것은 달마선이 나온 이후이다. 선종의 종조인 달마(?~528?)는 달마선을 창안했는데, 그의 좌선 수행법에 가장 큰 장애는 수마(睡魔)였다. 달마가 참선하던 중,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눈썹을 잘라 던진 것이 차나무가 되었다는 일화는 달마선과 차의 불가피한 연관성을 드러낸 것이다.
수행력을 통해 얻어진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집중력은 제다를 치밀하게 할 수 있는 수행의 힘이다. 『동다송』에 ‘당나라 각림사의 승려 지숭(志崇)이만든 경뢰소(驚雷笑)와 훤초대(萱草帶), 자용향(紫茸香)’과 ‘부 대사가 몽정산에 암자를 짓고 손수 차를 재배해 길상화와 성양화’를 만들었다는 전언은 제다의 주도 세력이 승려였음을 나타낸다. 더구나 육우(陸羽, 733~804)의 『다경(茶經)』 저술의 배경은 선종이다. 묘희사 승려인 묘연은 제다법과 이론에 해박한 식견을 가진 수행 승려로 육우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인물이다. 육우가 만든 차는 종래의 제다법과 차원을 달리해 차에 소금을 넣고 끓이는 획기적인 탕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는 차문화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인데 이것은 선종 사찰의 음다법, 특히 교연에게 영향 받은 것을 집대성한 결과였다.
9세기 구법승들에 의해 전해진 우리의 차문화
한국에서 차의 애호층이 확대된 것은 9세기 이후이다. 신라의 도당(渡唐) 구법승들은 강서지역의 마조와 서당의 문하에서 수행했던 까닭에 수행 중 차를 마시는 것이 생활화되었다. 이들은 수행 중 익숙해진 차를 귀국하는 길에 들여왔다. 선덕여왕 때부터 차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왕실과 문인들이 차를 애호한 것은 9세기 수행승들이 차를 들여온 이후이다. 이들은 차를 선진 고급문화라고 인식해 선호했던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점차 차의 효능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로 인해 차는 귀족문화의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차의 진수를 즐기려는 소박하고 검소한 다풍이 유행하여, 문예의 정신을 함의하며 탈속한 경지를 드러낸 소박한 차를 즐기려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문인들의 아름다운 시회에 등장한 차는 이들을 순수한 이상세계로 이끌어 주는 매개물이었다. 이들은 차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상호간의 소통과 신뢰를 구축하는 유익한 매개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차를 마시는 가치는 동일하다. 하지만 각자 차를 통해 얻으려는 목적은 다르다.
초의 선사(1786~1866)가 재현한 초의차는 19세기 경화사족들의 아름다운 벗이 되었다. 이들은 초의차를 통해 차의 진수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우리의차가 중국보다 우수하다는 자긍심을 가졌다. 차가 자신을 정화해 줄 것이라는 이들의 여망은 초의차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곤란을 겪었던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유배 시절 의지했던 것은 오직차와 시였다. 차는 그의 답답한 심사를 풀어주는 안식처였고, 소통의 창구였다. 추사는 차를 가장 신뢰하는 벗이라 여겼다.
차문화의 현대적 계승 방법
차의 현대적 응용은 소통의 창구로서의 차, 자신을 정화하는 차로 거듭 발전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해결할 문제는 진실한 차를 만드는 일이다. 신뢰받는 차는 다농(茶農)의 양심과 진정성에 달렸다. 순수한 차는 천천히 신뢰를 받는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것이 간단하고 편리해 접근성이 용의해야 한다. 아울러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차를 접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결국 이것은 현대인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거듭 변화하는 것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요즘 항간의 커피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혹자는 이런 현상을 두고 브랜드 커피가 주는 상품의 신뢰성 및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것을 공유하는 연대 의식이 주는 안도감, 또는 소속감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문화공간으로서의 커피 전문점은 고급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더구나 커피에 대한 열광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사회 현상이라고 한다. 커피와 차는 ‘마실 거리’라는 동질성을 지녔다. 차가 주는 효용성은 문예정신까지 함의했던 소통의 대 광장이었다. 이러한 가치를 지닌 차를 어떻게 현대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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