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 행위다. 수술은 응급상황에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의학에서 수술이 보편화한 것은 항균화학요법과 마취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술을 통해 인체내부가 외부환경과 만나게 되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사람 몸속으로 침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항균화학요법이 발전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수술결과가 좋을 수가 없었다. 또한 마취제가 없으면 수술시 발생하는 통증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수술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이나 컸다.
알코올이나 마약과 같은 원시적인 마취제를 제외하면 아산화질소, 에테르, 클로로포름 등이 발견되어 수술시 마취제 사용이 보편화한 것은 약 200년 전의 일이었다. 18세기가 끝나기 직전 데이비(Sir Humphry Davy, 1778-1829)가 아산화질소를 이용한 발치(拔齒, 이 뽑기)를 처음 시도하여 논문을 발표했으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국의 치과의사 웰즈(Horace Wells, 1815-1848)는 1844년에 아산화질소를 이용하여 발치를 했으나 당시만 해도 적정용량을 모른 채 사용을 했으므로 성공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계속되는 연구와 노력에 의해 아산화질소는 물론 에테르, 클로로포름 등의 마취효과가 발견되면서 수술법이 발전하게 되었다. 마취제를 이용한 발치가 마취제 발전의 시금석이 된 것은 큰 수술보다 이를 뽑는 수술이 위험도가 낮았으므로 시도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뽑는 수술은 이차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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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무게가 평균 1,300~1,500g으로 몸무게의 약 2.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몸의 산소 소모량과 혈류량의 20%를 차지한다. 몸의 다른 부분에 비해서 무게 대비 10배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뇌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 |
주름잡힌 뇌를 펼치면 표면적이 2,300㎠로 신문지 반장 정도의 작은 면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뇌의 극히 작은 부분, 단 몇 ㎜ 정도라도 손상된다면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버릴 수도 있다. 뇌의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은 마치 식물처럼 사고와 운동을 할 수 없다. 식물인간이라 불리게 되고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마저 의심받게 된다. 이렇게 중요한 뇌는 어떻게 수 많은 정보를 교신하고 있을까? 우리가 아무리 복잡한 정보체계를 상상한다 해도, 수백 억~수천 억 개에 이르는 무수한 신경세포가 거미줄처럼 서로 다른 수천, 수만 개의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교신을 하고 있는 뇌의 복잡성에는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 |
한 개의 신경세포는 수천, 수만 개의 신경세포와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 이러한 정보 교신을 담당하고 있는 주역이 바로 화학물질인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신경전달물질의 발견은 20세기에 이루어진 가장 획기적인 발견 중의 하나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에는 세포질이 서로 전깃줄처럼 연결되어 정보가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에는 항상 일정한 간격(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이러한 간격을 뛰어넘어서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물질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자연스러운 추론이 나오게 되었다. | |
1921년 오토 뢰비(Otto Loewi, 1873~1961) 박사는 미주신경(심장과 장에 분포하고 있는 부교감신경)이 붙어 있는 개구리 심장과 미주신경을 제거한 개구리 심장을 준비하여 각각 링거액에 담그고 링거액이 서로 통하게 연결시켰다. 첫 번째 개구리의 심장에 붙어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하자 심장의 박동이 느려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주신경이 없는 두 번째 개구리의 심장박동도 느려진 것이다.
즉, 오토 뢰비 박사는 첫 번째 개구리의 심장에 붙어 있는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이 신경의 말단에서 어떤 물질이 유리되어 나와 링거액을 통해 신경이 없는 두 번째 개구리 심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신경전달물질의 존재를 처음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 공적으로 그는 1936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이 신경전달물질을 미주신경말단에서 나온다는 의미로 ‘미주신경’물질이라 명명하였다. 그 후 이 물질은 아세틸콜린임이 밝혀졌다. 현재까지 뇌에는 40여 종류가 넘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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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뢰비(Otto Loewi, 1873~1961) | |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이 시냅스(Synapse) 간격을 넘어 수용체(Receptor)에 전달되는 과정 NIH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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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전달물질 (신경호르몬 포함)은 보통 때는 신경섬유 말단부의 조그마한 주머니인 소포체에 저장되어 있다. 신경정보가 전기적 신호로 신경 섬유막을 통해 말단부로 전파되어 오면 이 주머니가 신경세포막과 결합한 후 터져서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격에 유리된다. 유리된 전달물질은 1/20,000㎜ 정도의 짧은 간격을 흘러서 다음 신경세포막에 도달된다. 세포막에 있는 특수한 구조와 결합함으로써 정보가 전달되는 것이다. 이 특수한 구조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물질이라는 의미에서 ‘수용체(receptor)’라고 한다.
수용체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다. 비유하자면 신경전달물질은 일종의 열쇠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열쇠구멍에 해당된다.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열쇠가 수용체라고 하는 열쇠구멍에 맞게 결합함으로써 다음 신경세포막에 있는 대문이 열려 정보가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들은 각자 특유의 수용체 분자하고만 결합하여 특정정보를 전달한다. 정리하자면, 신경정보를 가지고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화학분자와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라고 하는 특수 단백질 분자의 상호결합으로 고도의 정신기능에서부터 행동․감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결정 되는 것이다. | |
유리된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막에 있는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면 시냅스 간격에서 신경세포로 이온이 들어올 수 있는 길, 즉 이온 통로가 열린다. 이온은 원자나 분자가 전기를 띄고 있는 것이다. 양(+) 전기를 띄고 있는 것은 양이온, 음(-)의 전기를 띄고 있는 것은 음이온이라고 한다. 이온 통로가 열리는 방법은 수용체 분자 자신이 이온 통로가 될 수도 있고, 또는 수용체 옆에 있는 이온통로가 활성화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이온 통로가 열리게 되면, 나트륨이온(Na+), 칼슘이온(Ca++)과 같은 양이온, 혹은 염소이온(Cl-)과 같은 음이온이 신경 세포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 |
평상시 신경 세포는 -60㎷에서 -90㎷의 음전하를 띠고 있다. 만일 나트륨, 칼슘 이온 등의 양이온이 들어오면 신경 세포는 양전하를 띠게 되고 신경세포는 흥분 하게 된다. 반대로 염소이온과 같은 음이온이 세포 내로 들어오면 세포는 음전하가 커지게 되어 신경세포의 흥분이 억제된다.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로는 글루탐산, 억제시키는 전달물질로는 GABA(감마 아미노 부티르산)가 대표적이다. 단순하게 보면,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스위치와 같은 역할은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신경전달물질만 가지고는 온전한 스위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유리된다고 하더라도 이와 결합하는 수용체가 적절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신경정보는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가 합쳐져야 온전한 스위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스위치의 비유는 이해를 돕기 위함이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신경전달물질의 종류도 많고 그 각각에 맞는 수용체도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재미있는 점은, 어떤 이유로 전달물질의 유리가 적어지면 수용체 수는 증가하고, 반대로 유리가 너무 많아지면 수용체 수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스위치에 자동 수리 기능까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 뇌의 기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항상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항상성이 깨지면 여러 가지 신경 정신 질환이 발생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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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의 현미경 사진(1만6천배 확대) | |
우리는 흔히 세계를 눈에 보이는 물질세계와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로 나눈다. 그런데 정신세계를 움직이고 조절하는 것도 물질로 이루어진 화학적 신경전달물질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현재는 복잡한 정신세계, 마음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과학적 개념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해 감에 따라 보이지 않는 세계, 추상적인 세계의 일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정의가 과학적으로 상당히 애매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존재를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앞으로 그 존재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며, 인간 활동의 최고 주체이며, 인류문화 창조의 근원이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주체들, 인류에 큰 타격을 주었던 전쟁을 일으켰던 사람들의 신경전달물질 체계가 보통 사람들의 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들의 사상과 행동의 원인을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정신기능, 감정, 운동 및 감각기능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한지 아직도 완전히 모른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이 끊임없이 발견될 것이다. 이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특성을 밝힘으로써 인간 정신세계의 본질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 |
알레르기성 비염은 괴로운 병이다. 들이마시는 공기 중 코 점막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되었을 때 발병하며, 코감기 증상이 나타난다. 투명한 콧물이 수시로, 밑도 끝도 없이 흘러내리고, 수시로 재채기를 하며, 코와 눈이 가렵다. 코감기가 일주일 정도 있으면 회복되는 데 비해 알레르기성 비염은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으니 심난하다. 할 수 없이 주머니 속에 여행용 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콧물을 닦아야 하는데, 데이트라도 할 때 콧물을 닦고 있자면 정말이지 죽고 싶다. 감기는 겨울에만 조심하면 되지만, 이 질환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괴롭히며, 심지어 일년 내내 이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 |
아토피성 피부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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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그리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비염 환자가 많아졌다.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그리고 천식을 '알레르기성 질환'이라 부르는데, 좀 잘사는 나라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이 질환들의 빈도가 크게 늘었다.
2002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지난 30년 동안 소위 선진국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2-3배 가량 증가해, 어린애들의 15-20%가 이걸로 고생한단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얼굴 곳곳이 벌개진 아이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대체 알레르기 질환은 왜 점점 늘어나는 걸까? | |
이걸 설명하기 위한 게 바로 '위생가설'이다.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는 잘사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장에 사는 병원균에 덜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몇몇의 과학자(H.H. Smits 등)는 특히 기생충 감염이 알레르기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기생충이 많은 나라들에서는 알레르기 질환이 드물다. 미국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임상기생충학 책임자였던 에릭 오티슨(Eric Ottesen)은 남태평양 산호섬인 마우케(Mauke)의 주민들을 조사했는데, 1973년에는 주민 600명 중 3%만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었던 반면 1992년에는 그 비율이 15%로 증가한 것을 관찰했다. 그 기간 동안 오티슨은 기생충 박멸을 위한 각종 의료 시설을 건립해 치료에 힘썼고, 그 결과 30%가 넘던 기생충 감염률이 5% 이하로 떨어졌단다. 기생충과 알레르기, 이들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 |
알레르기는 항체의 한 종류인 면역글로불린 E가 점막조직에 주로 분포하는 비만세포(mast cell)와 결합함으로써 일어나는 일련의 현상을 말한다. 비만세포에는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기관지를 수축시켜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나게 한다.
항체 하면 병원균을 공격하여 물리치는 이로운 것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항체가 잘못 작용하면 우리 몸에 해로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항체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인데, 이런 현상을 자가면역이라고 하고, 이런 증상으로 일어나는 병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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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세포의 현미경 사진 | |
알레르기 환자들은 면역글로불린 E 항체가 높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기생충 감염시에도 알레르기 때와 비슷하게 혈중 면역글로불린 E 생산이 증가된다. 하지만 이 면역글로불린 E는 알레르기 때의 면역글로불린 E와는 달라서 비만세포에 달라붙어도 히스타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만일 기생충에 의해 만들어진 면역글로불린 E가 비만세포에 다 달라붙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글로불린 E가 붙을 자리가 없어짐으로써 알레르기 증상이 억제되게 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밥솥 안에 상한 밥이 있다. 그 밥을 먹으면 100% 탈이 난다.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배아픈 게 낫다고 생각해 밥을 먹으려 하는데, 기생충들이 밥솥 주위를 철통같이 지키고 앉아 우리는 못 먹게 하고 자기네만 먹어버려 우리가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는 거다. 다른 주장도 있다. 기생충에 대한 항체를 만드느라 우리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덜 만들게 된다는 것. 이건 기생충과 우리가 상한 밥을 나눠먹어서 식중독 증상을 덜 일으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요즘에는 사이토카인(cytokine)을 가지고 이 관계를 설명한다. 사이토카인은 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인데, 인터류킨(interleukin)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IL이라고 표기한다. 발견된 순서대로 번호를 붙이는데, 기생충에 감염되면 그 사이토카인 중 하나인 IL-10이 분비된다. IL-10은 전반적으로 인체의 면역 반응을 억제시킨다. 그래서 우리 몸이 알레르기 항원에 덜 반응할 수 있고, 증상도 완화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상한 밥을 몇 숟갈 떴을 무렵, "그 밥 먹지 마!"라는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만손주혈흡충(Schistosoma mansoni)이라는 기생충에 걸린 사람은 IL-10의 혈중 농도가 아주 높은 대신 피부가 알레르기 항원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근데 이 기생충을 약으로 치료했더니 IL-10 생산이 감소되고, 알레르기 항원에 대한 반응이 증가되었다고 하니, IL-10이 상한 밥을 먹지 말라는 신호인 셈이다. 이밖에 기생충이 자기가 더 잘 살기 위해 숙주 면역을 전반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설-이건 기생충이 평소의 징그러운 모습을 동원해 우리의 식욕을 줄인 것에 비유할 수 있다-도 있는데, 이유야 어떻든 현재 알레르기 질환과 기생충 감염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를 넣고 검색을 해보면 무려 2,000편의 논문이 나올 정도이다. |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알레르기를 없애기 위해 억지로 기생충에 걸려야 하나?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 도쿄대학의 후지타 고이치로 교수는 자신의 장 속에서 촌충을 3년이나 길렀다고 한다. 그는 어시장에서 불결한 생선을 골라먹고 겨우 촌충에 감염됐다고 한다. 알레르기 질환도 완화시킬 수 있고 살도 뺄 수 있는 방법이긴 해도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엽기적인 거 말고 좀 더 건전한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기생충을 먹는 대신 기생충의 추출물을 주사하는 거다. 기생충을 접시에 담아 따뜻한 곳에 놔두면 기생충이 몸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배출하는데, 이걸 기생충의 분비‧배설 항원이라고 부른다. 이건 그냥 단백질이라, 정제만 잘 한다면 몸 안에 투여해도 별 문제는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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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충의 몸 일부(좌)와 촌충의 머리부분(우) | |
한 연구자는 쥐모양선충이라는 기생충의 단백질을 실험 쥐에 투여한 후 천식을 일으키는 물질을 주는 실험을 해 보았다. 일반 쥐가 천식 증상을 보인 것과는 달리, 기생충의 단백질을 투여한 쥐는 천식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생충과 알레르기를 연구하는 부산대 유학선 교수팀도 사자 회충의 단백질을 이용해 천식반응을 억제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그래, 바로 이거다. 기생충을 몸에 키우라고 하면 싫어할 사람이 있어도, 단백질쯤이야 | |
무서운 얘기와 희망적인 얘기를 하나씩 해본다. 알레르기 질환이 항원에 대해 생긴 항체가 자기를 공격하는 질환인 것처럼, 다발성 경화증이나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도 그와 비슷한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한다고 추측된다. 모두 자가면역질환인 셈이다. 항체가 중추신경계를 공격해 감각이상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게 다발성 경화증이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를 항체가 공격함으로써 생기는 질환이 바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이다. 기생충의 감소와 더불어 이런 질환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바로 무서운 소식이다. 그럼 희망적인 얘기는? 요충을 가지고 실험 쥐를 이용해서 실험을 해봤더니, 실험 쥐에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의 발생을 감소시켰단다. 그러니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기생충이 희망이다. 최소한 먼 훗날에는. | |
이집트란 나라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지만, 아무튼 먼 조상들이 세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관광수입을 올리는가? 또 하나 부러운 건 피라미드 안에 들어있는 미라였다. 그 미라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야깃거리는 한둘이 아닌데, 3탄까지 만들어진 영화 '미이라'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미이라'는 잘못된 표기이며, '미라'가 표준이다). | |
"서선생, 미라가 발견됐는데, 혹시 기생충 검사 가능해?" 우리 조상들도 미라나 만들지, 하는 아쉬움에 잠겨 있던 난 다른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님의 전화에 화들짝 놀랐다. "우리나라에도 미라가 있어?" 하지만 있었다. | |
2001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어느 양반 가문 묘역의 이장 도중 5세 정도로 추정되는 어린이의 미라가 발견된 것. 방사성 탄소(14C)를 이용해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미라는 4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1991년 알프스 빙하에서 발견된 '아이스맨'이나 페루처럼 건조한 기후 덕에 만들어지는 미라들과 달리 우리나라의 미라는 16-17세기 양반들에게 사용됐던 '회격묘'라는 독특한 묘 덕분에 만들어졌다. 회격묘는 이중으로 된 관 바깥에 회를 넣어 굳힌 것으로, 회의 두께가 워낙 두꺼워 도굴도 어려울뿐더러 벌레와 습기를 비롯한 그 어떤 것도 침투가 불가능하다. 회격묘에 묻혔다고 해서 다 미라가 되는 건 아니지만,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 미라가 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으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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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된 회격묘. 두꺼운 회가 관을 싸고 있다. | |
연대가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그 양주 어린이의 미라는 이집트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집트 미라가 내부 장기를 들어낸 인공미라인 반면 이건 몸 안의 구조물들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자연미라였으니까. 미라에 대한 내시경이 시행되었을 때, 간과 폐 등의 장기가 보이는 것에 모두가 감탄했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대변이 발견되었을 때였다. 내시경을 할 때 몸 안에 물을 넣는 탓에 대변이 황금색으로 빛나 보였는데, 내가 기생충학을 전공하는지라 같이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그 대변과 더불어 대장의 일부를 잘라 검사실로 가져간 뒤 현미경으로 관찰해 봤다. '다섯 살인데 기생충이 있겠어?'라는 생각은 2초도 안되어 오류임이 밝혀졌다. 현미경에는 회충과 편충, 그리고 간디스토마의 알이 우글우글거렸다. 흙을 통해 감염이 가능한 회충과 편충이야 그렇다 쳐도, 민물고기 회를 먹어야 걸리는 간디스토마 알의 존재는 그 당시에는 다섯 살짜리 양반집 자제도 민물회를 먹었다는 걸 말해 준다. 그 밖에도 미라에서는 결핵과 간염의 증거가 발견되었는데, 5년 남짓한 생애 치고는 참 고생 많이 했다 싶다. | |
하동 미라에서 발견된 참굴큰입흡충의 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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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경남 하동에서 나이든 여인의 미라가 발견되었다. 조선시대 사대부 부인의 것이었는데, 보존상태는 양주 것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대변 안에는 요코가와흡충알 등과 더불어 매우 획기적인 알이 들어 있었다. 바로 참굴큰입흡충(Gymnophalloides seoi)의 알. 참굴큰입흡충은 그 이름처럼 굴을 매개로 전파되는 기생충으로, 1993년 췌장염으로 서울 모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대변에서 이 기생충의 알이 발견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참굴큰입흡충은 새의 기생충으로 알려졌지 사람에서 나온 적은 없었으니, 세계 최초의 인체 감염 사례인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굴을 날로 먹기를 좋아하는데도 비교적 최근에 인체감염이 발견된 이유는 전남 신안군이라는 특수한 지역의 굴에서만 이 기생충이 발견되기 때문이었다. | |
실제로 이 기생충에 걸린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그쪽 지역에 살거나 그곳에 놀러가서 굴을 먹은 경험이 있었다. 그러니, 신안에서 멀리 떨어진 하동 땅의 미라에서 이 기생충의 알이 나온 것은 나 같은 기생충학자에게 놀라운 소견이었다. 혹시나 싶어 하동 근처의 굴을 100여개 잡아다 검사를 해봤을 때 참굴큰입흡충은 없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였다. 이 여인이 신안 앞바다에 가서 굴을 먹었거나, 400년 전에는 하동 지방의 굴에도 참굴큰입흡충이 있었거나. 나를 비롯한 미라 팀이 후자의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이유는 그 당시엔 교통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데다 여성이 그 멀리까지 여행을 했다는 게 시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만일 하동 근처에서 미라가 또다시 출토되고, 그 미라도 참굴큰입흡충에 감염되어 있다면 자신있게 "후자일 확률이 높다"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 |
2007년에는 강릉 지방에서 미라가 발견되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과 싸웠던 최씨 성을 가진 장군의 묘인데, 그때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턱 근처에 골절의 흔적이 뚜렷이 보였다. 장군의 일생에 대한 문서가 같이 발견되었기에 그가 1622년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그의 출생연도가 1561년이니 61살까지 산 셈이다.
이 미라의 특이한 점은 내부 장기가 거의 완벽하게 보존이 되어 있었다는 것. CT를 찍어보니 공기의 통로인 기관(trachea)은 물론이고 폐로 들어가는 기관지까지 식별이 가능했다. 심지어 대동맥까지 관찰이 가능했으니, 그야말로 완벽하게 보존이 된 거다. 이 미라에서 편충알과 회충알이 나왔다는 건 이제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꽤 높은 지위에 올랐던 장군의 키가 150센티를 갓 넘었다는 건 나로서는 의외였다. 당시 우리 선조들의 키가 워낙 작아 그 정도면 큰 키였을 수도 있고, 장군을 뽑을 때 키를 별로 따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진실이 뭐든 간에 미라 한 구가 말해주는 건 이렇듯 많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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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지방에서 발견된 최장군 미라 | |
과거를 알아 가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조선시대의 기생충 감염상도 그 중 하나, 비교적 귀하게 살았을 양반집 사람들이 죄다 기생충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은 그 시절 사람들 대부분이 몸에 기생충 몇 마리씩은 넣고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조상들은 회충을 몸에 넣고도 아름다운 시를 읊고, 편충에 걸린 채 칼싸움을 했구나! 이렇게 과거 유적에서 기생충을 조사함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삶을 알고자 하는 학문을 고기생충학(paleoparasitology)이라 하며, 외국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주목할 만한 결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페루의 미라에서 광절열두조충(Diphyllobothrium latum)의 알이 발견되었는데, 그 미라는 대략 1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었다. 광절열두조충은 연어를 날로 먹어서 걸리니, 그 시대 사람들은 연어를 날로 먹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사시대 수렵인이 농경인보다 기생충에 덜 걸려 있었다는 것도 그들이 얻은 흥미로운 결과다.
좀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고기생충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안타까운 건 우리나라의 미라가 조선시대 것에 국한된다는 사실. 알프스에서 발견된 '아이스맨'이 5천년 전의 것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가장 오래된 미라라 봤자 대전에서 발견된, 세종 때 미라가 고작이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너무 좌절할 건 없다. 고기생충학이라고 해서 미라만 가지고 연구해야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미라가 없어도 고분의 흙 등 다른 샘플을 통해 얼마든지 연구가 가능하니까. 경주 지방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유적에서는 편충알이 나오기도 했고, 4천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패총에서는 간디스토마의 알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렇긴 해도 진실을 말하는 데 있어서 미라만큼 좋은 자료는 없기에, 오늘도 나는 미라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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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복잡한 정신을 분자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인간의 사고, 의식과 행동, 감정을 뇌 속 화학물질의 작용으로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의 연구 결과 뇌에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 2차‧3차 전달자들, 각종 기능 단백질을 비롯한 많은 활성물질이 발견되었다. 그 중에서도 신경전달물질과 그 수용체들이 가장 중요한 두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 |
정신분열병, 우울병, 신경증, 파킨슨병, 무도병, 간질,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수면장애 등과 같은 중요한 신경정신계 질환이 특정 신경전달물질계(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기능 과다 및 감소로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이 유리되어 나오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망가지면 수용체는 정상이나 수용체와 결합하는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이 없기 때문에 도파민이 매개하는 운동기능이 상실된다. 이러면 무하마드 알리와 교황 바오로 2세가 앓았던 파킨슨병이 생긴다. 반대로 도파민 수용체가 과도한 활동을 하면 영화 ‘뷰티풀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 1928~ ) 박사와, 영화‘샤인’의 주인공인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 1947~ )이 앓았던 정신분열병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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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시상식장에 선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 왼쪽) | |
우리는 정신분열병, 우울병등과 같은 신경정신 질환을 수치스러운 질병으로 생각하고 약물치료를 적절히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장질환, 간질환, 신장질환, 고혈압을 약물로 치료하듯이 신경정신질환은 뇌에 오는 뇌 질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당부분 약물로 치료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처방되는 약 중 우울증 치료제가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개 약 중 3~4개가 정신질환 즉, 뇌질환 치료제라는 사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
도파민 운반체사진. 정상인(좌)과 필로폰 중독자(우)의 차이를 볼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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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현재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필로폰, 코카인, LSD 같은 환각제, 몰핀 같은 마약, 술, 담배, 인터넷 중독 등도 복측 피개부(VTA)에 있는 도파민 신경전달물질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됨으로써 환각, 행동과 사고의 장애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에 빠지면 중독 때와 마찬가지로 복측 피개부의 도파민의 과도한 활성이 나타난다. 즉, 사랑에 빠지면 중독 때와 비슷하게 눈이 멀어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매력이 없어지는 것 같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지기 전에 상대방을 자세히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 |
우리 뇌의 맨 위 맨 앞에 있는 전전두엽에는 사람의 기분과 감정 그리고 폭력성을 제어하는 세로토닌계가 있다. 이 세로토닌계가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인 어떤 이유로 기능장애가 나타나면 하부 뇌에서 표출되는 감정과 폭력성을 잘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최근 이러한 세로토닌계의 장애가 있어서 제어할 수 없는 폭력성이 나타나 연쇄살인을 일으킬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 |
또, 최근 영국과 호주의 과학자들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세로토닌이 메뚜기들의 잠자던 공격성을 깨운다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메뚜기들은 평소 단독생활을 하며 순하다. 그러던 메뚜기들이 가뭄으로 먹이가 줄어드는 등 특정상황하에서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3배로 늘어나 무리를 이루어 논밭을 폐허로 만들 정도의 맹렬한 공격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앞으로 뇌과학이 보다 발전한다면 사전에 뇌의 장애로 폭력성을 나타내는 경우를 미리 알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적절하게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사회 범죄를 예방하고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뇌과학은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있는 인간과학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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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의 메뚜기떼 | |
신경전달물질을 유리하는 신경 섬유의 말단부에는 수용체가 있다. 흥분전도를 위해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 말단에서 유리되어 나오면 일부는 다음 신경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여 흥분을 전달한다. 그런데 신경전달물질의 일부는 유리되어 나온 자기의 신경 세포말단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한다. 신경전달물질의 방출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기 위해서이다. 신경전달물질이 많이 유리되어 나오면 유리되어 나온 자기 신경섬유 말단에 있는 수용체에 거꾸로 결합하여 유리를 억제하게 되며, 적게 유리되어 나오면 이 수용체가 억제되어 신경전달물질의 유리량이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거꾸로 작용하여 기능을 조절하는 것을 되먹이기(feedback)라 하며, 이 수용체를 자동 조절하는 수용체라는 의미에서 자가 수용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뇌하수체 호르몬(성장호르몬, 성호르몬 등)이 말초혈액 내로 많이 유리되어 나오면 이 호르몬이 거꾸로 뇌하수체에 있는 수용체에 작용하여 호르몬의 유리량을 억제하게 된다. 반면 유리량이 적어지면 거꾸로 뇌하수체 수용체에 작용하여 유리량을 증가시킨다. 그 결과 생체는 항상 일정한 호르몬 양을 유지하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되먹이기(feedback) 현상이다. | |
이 자가수용체는 신경전달물질 유리량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그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며, 대부분의 신경계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드물게 자가수용체가 없는 신경계도 있다. 전두연합령은 사고, 판단, 창조와 같은 인간만이 가진 고도의 지적 활동을 총괄하는 뇌 부위이다. 이 전두연합령은 주로 ‘A10’ 이라고 이름 붙은 도파민 신경섬유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도파민 신경섬유 말단에는 자가수용체가 없다. 따라서 되먹이기(feedback)가 작용하지 않아 유리가 증가하여도 억제는 일어나지 않고 정보는 계속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 A10 도파민 신경계가 활성화되면 도파민 유리가 계속되어 정보전달이 더욱 원활해지고 끝없이 이루어져 창조와 인간정신 창출이 무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창조는 창조를 낳게 되어, 머리를 쓰면 쓸수록 좋아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A10 도파민 신경계는 창조의 본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신경계의 발달 여부가 그 사회의 문화척도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10 도파민 신경계의 기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노력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지 확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신경계는 앞에서 말했듯이 기능의 과다를 막는 장치인 자가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적절히 쓰면 쓸수록 발달된다는 사실이다. 전두연합령으로 올라가는 A10 신경계의 기능 강화는 천재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하부 뇌를 자극하는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생각보다 사려 깊고 창조적인 생각을 갖도록 인내를 가지고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 | |
정신분열증을 겪은 존 내쉬. 천재수학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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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너무 무리하게 이 신경계를 사용하면 망가진다는 사실을 알고, 적절히 쓰는 것이 좋다. 전두연합령에서의 도파민의 과잉 활동은 창조를 촉진할 수도 있으나 어떤 원인으로 균형이 깨져 기능 장애가 나타나면 정신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신분열병의 원인은 전두연합령에서의 기능 장애로 하부로 내려가는 도파민 계의 과잉활동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여겨지고 있다. 정신분열병에서는 상황에 맞지 않고 비합리적이며 제어되지 않는 사고의 비약과 환청, 환시 등 환각이 자주 나타난다. 천재와 광인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앞으로 뇌의 두 주역인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특성에 관한 연구가 과학의 첨단 연구가 될 것이며, 이 두 주역의 정체 해명으로 인간정신의 해명, 나아가 생명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거보를 내딛게 될 것이다. | |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의사가 걱정 말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하는 순간 약사는 “식사 후에 한 알씩 드세요”라고 했다. 그래서 약을 호주머니에 잘 넣어 두었지만 식사를 하고 물을 마실 때 깜빡 잊고 약을 먹지 않았다. 잠시 후 “아차, 약을 안 먹었군!”하며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지만 막상 약을 먹으려니 물을 찾을 수가 없다. 가까운 가게라도 가려면 100미터는 족히 걸어가야 하고, 오로지 약을 먹기 위해 생수 한 병을 구입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약을 안 먹을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함께 있던 친구가 “그냥 삼키면 되잖아”라고 했다. | |
약을 먹을 때 물을 함께 마시는 것은 약이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위로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해서다. 입으로 섭취하는 약은 일반적으로 위에 도달하면 위액에 의해 녹으면서 작은 입자로 분해된다. 그리고 소장(작은창자)에서 벽을 통해 흡수된 다음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기능을 함으로써 인체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주어 치료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 알약을 입에 물고 오래 있다 보면 침에 의해 약이 녹으면서 쓴맛과 같은 특정한 맛을 느낄 수도있고, 캡슐에 싸인 약은 입에 오래 머물다 보면 캡슐이 열리면서 약 알갱이가 쏟아져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입안에서 사용해야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약은 얼른 삼키는 것이 좋다. 입을 통과해 간 알약이 물과 함께 있으면 음식이 내려갈 때보다 훨씬 빨리 위에 도달한다. 즉 입을 지나 위로 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다. 입과 위 사이에 식도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식도는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하길래 이렇게 빠른 시간에 음식물을 지나 보낸다는 이야기일까? | |
입은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 위한 음식을 받아들이는 곳이고, 코는 몸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를 얻기 위해 공기를 받아들이는 곳이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식도를 통해 위로 들어가고, 코로 들어온 공기는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간다. 그런데 코와 입으로 들어가는 길이 서로 통한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히는 경우 숨을 쉬기가 곤란해진다. 이 때 산소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코를 막고 숨을 참는 경우에도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할 때 코와 입으로 동시에 공기를 받아들이게 된다. 코 속에는 코털과 같이 공기 속에 포함된 먼지 등을 거르기 위한 장치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입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에 산소가 부족하면 즉시 이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입에서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시급히 산소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으면 코를 대신하여 입이 일을 한다.
콧물이 심하게 흐르는 경우에는 코와 입이 통하는지를 직접 시험할 수도 있다. 코를 풀기 위해 손수건이나 휴지를 코 밑에 자꾸 대다 보면 피부가 자극을 받아서 헐게 되는 경우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 때 코를 풀기 싫다고 코를 들이마시면 콧물이 몸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폐는 액체와 맞지 않는 장기이므로 폐에 액체가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렇다면 들이마신 콧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약간은 지저분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위에서 목구멍까지 역류한 물질을 “엑”하며 끌어올려 뱉어내듯이 콧물을 “흐으윽”하며 들이마신 후 “엑”하며 입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면 코로 들이마신 콧물을 입으로 빼낼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코와 입이 통하는 증거가 된다. | |
비강, 인두, 후두덮개, 후두, 식도의 위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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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와 입이 통하는 장소는 기도의 맨 위쪽에 있는 후두덮개(후두개) 바로 윗부분이다. 코와 후두 사이에 위치한 인두는 흔히 호흡계통에 속하는 기관이며, 코인두, 입인두, 후두인두 등 세 곳으로 나뉘어진다. 입인두와 후두인두는 음식물과 공기가 함께 지나가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위로 가지 않고 후두를 통해 폐로 가면 곧바로 호흡과정에 문제가 생겨 숨쉬기 곤란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후두 입구에는 음식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기능을 하는 후두덮개가 존재한다. 음식을 먹거나 물을 마실 때 목구멍을 통과하는 순간 캑캑거리며 기침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후두덮개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즉, 후두덮개가 음식이 후두 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주어야 하지만, 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음식이 후두 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반사작용에 의해 음식을 쫓아내게 되는데, 이 현상이 바로 기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흔히 “사래 들렸다”는 것이 바로 이 경우를 가리킨다. | |
식도는 지름 2cm, 길이 25cm 정도의 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인두아래쪽 끝에서 시작된다. 주된 기능은 입구로 들어온 음식물을 위로 보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다. 식도 표면세포는 아주 두터운 층으로 되어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 자극에 잘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실수로 입에 뜨거운 음식을 넣은 경우 뱉어내야 바람직하지만 순간적으로 놀란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뱉어내기보다 삼켜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입은 뜨거운 감각을 잘 느끼지만 식도나 위에서는 뜨거운 것에 대한 감각을 거의 느끼지 못하므로 입안의 음식물을 삼키면 응급처치(?)가 된다는 것쯤은 경험으로 몸에 습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경우 식도는 입에서부터 식지 않고 넘어온 뜨거운 음식에 대한 자극을 고스란히 이어받게 된다. 그러므로 식도 상피세포는 두터워야 한다. 혹시나 뜨거운 국을 먹을 때와 같이 뜨거운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경우 음식을 뱉어내고 난 후에도 입 천장 등에서 세포가 떨어져 나오는 경험을 하신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 |
뜨거운 자극은 식도의 상피세포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빨리 떨어져 나가게 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식도의 상피세포는 두텁게 되어 있어야 뜨거운 자극 등에 의해 일부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나머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피부에 손상이 생겼을 때 시간이 지나면 원상회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식도와 같이 몸 속에 존재하는 상피세포도 계속해서 바깥쪽으로 자라나고, 수명을 다 하면 탈락된다. 식도는 뜨거운 자극뿐 아니라 마찰, 차가움, 화학물질 등에도 잘 견뎌야 하므로 상피세포는 두터울 수밖에 없다.
음식물을 잘 통과시키기 위해서 식도에는 점액을 분비하는 점액샘이 발달되어 있다. 점액샘에서 분비된 점액은 상피 표면에서 음식물이 잘 이동해갈 수 있도록 윤활작용을 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은 식도벽에 달라붙지 않고, 순탄하게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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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텁게 발달된 식도의 상피 세포 | |
입에서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해 잘게 부서진 음식물이 목구멍을 통과해 가려면 삼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질긴 음식과 같이 쉽게 목구멍을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음식물을 삼켜야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삼키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삼키는 과정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강도와 재질이 삼키기 쉽게 가공되어야 한다. 입에서 일어나는 소화는 삼키는 과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 |
식도의 단면(왼쪽 위. 오른쪽 아래는 기관의 단면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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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는 과정은 음식물의 위치에 따라 구강기, 인두기, 식도기, 위로 들어가는 시기 등 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구강기는 음식물을 입안 뒤쪽으로 밀어 넣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삼키는 과정 중 유일하게 자신이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인두기는 후두덮개(후두개)가 후두를 막아서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지 않도록 한 후 삼킴 반사(swallowing reflex)에 의해 음식물이 인두를 거쳐 식도로 들어가게 한다. 식도기는 식도에 존재하는 근육의 운동에 의해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 보내며, 식도아래 조임근이 열리면 음식물은 위로 들어간다. 음식물의 종류, 물리화학적 성질에 따라 삼키는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9초면 입에서부터 인두와 식도를 지나 위로 들어가는 과정이 끝난다. | |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1-2초만에 물이 위에 다다를 수 있고, 마른 떡을 삼키는 경우와 같이 식도를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은 음식은 삼키는 과정에서 음식물이 얼른 내려가지 않고 목구멍을 답답하게 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는 위에 도달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물을 마시면 답답한 느낌이 해소되면서 음식물이 위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된다. | |
구토는 위로 들어간 음식물이 입으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구토는 아주 기분나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일단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위액과 섞이게 된다. 위액에는 강한 산성을 띤 염산과 소화를 담당하는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위벽처럼 위액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세포는 그렇지 않지만 식도 세포는 위액에 포함된 채로 역류한 염산 등에 의해 손상을 입기가 쉽다. 그러므로 구토를 하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일단 위로 들어간 음식물은 절대로 식도로 올라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구토와 같은 심하고 특징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도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식도를 역류해 올라오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식도의 두 번째 중요한 기능이 바로 위 내용물의 역류를 방지하는 것이다. 식도의 위쪽 1/3의 근육층은 골격근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래 1/3은 민무늬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의 1/3은 이 두 가지 근육층이 혼합되어 있다. 식도의 위와 아래 끝부분에는 돌림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 조임근의 기능을 한다. 식도 아래 끝에 위치한 조임근은 음식물이 식도에서 빠져나가 위로 들어가는 경우에는 열리지만 평상시에는 수축되어 있어서 위 내용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 |
식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은 식도염이다. 식도염은 식도에 염증이 생기는 현상이다. 염증(inflammation)이란 물리화학적 자극에 의하여 사람의 세포가 빨갛게 되거나, 열이 나고, 붓고, 통증이 있고, 기능이 상실되는 현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를 가리킨다. 식도에 염증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위액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위액에는 염산뿐 아니라 소화효소가 들어 있으나 식도는 염산과 소화효소에 대한 저항력을 거의 지니지 못하므로 위액이 역류되면 상피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이러한 외부자극에 의한 염증이 발생하게 된다. | |
식도염 등의 감염을 일으키는 캔디다(Candida)진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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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과 위궤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목적으로 위 내시경 검사가 널리 행해지고 있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하다 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위나 식도에 염증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꽤 많이 발견된다. 염증이 있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음을 뜻하지만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의사들이 굳이 치료를 권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쓰린 통증과 같이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식도염을 해결하기 위해 약을 투여할 수도 있다. 위액이 역류하여 발생하는 식도염을 역류성 식도염이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은 식도 아래쪽에 위치한 조임근이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다. 치료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서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다. 역류성 식도염 다음으로 식도염의 흔한 원인은 감염에 의한 것이다. 세균 감염에 의한 식도염은 흔치 않지만, 대상포진 바이러스나 캔디다(Candida) 진균 등이 식도에 감염되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그 병원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하면 된다 | |
여성은 평균적으로 51.5세가 되면 폐경(menopause)에 이른다. 폐경이란 매달 하던 생리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이 말은 곧 난소에서 더 이상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전만 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폐경에 도달할 때까지 살지 못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75-80세가 된 지금, 많은 나라의 여성들은 인생의 30% 가량을 폐경 상태에서, 극히 미량의 에스트로겐만을 가지고 지내야 하게 됐다. 폐경 상태를 폐경기라고도 하고 갱년기라고도 한다. | |
골다공증에 걸린 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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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2차 성징을 발현시키고 생리를 유발하는 것 이외에도 에스트로겐은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근육양을 줄이고 지방을 연소시키며, 자궁내막의 성장을 촉진하고 혈액응고에도 관여한다. 최근에는 에스트로겐이 여성의 정신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폐경이 되어 에스트로겐이 없어지면 많은 여성들이 안면홍조증을 비롯해서 식은땀, 불면, 심계항진, 우울증, 식욕감퇴, 손과 발에 바늘로 찌르는 느낌 등의 증상에 시달린다. 또한 에스트로겐은 뼈의 흡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지라, 골다공증의 위험성이 증가한다.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을 시행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
폐경 이후 여성들이 겪는 증상은 에스트로겐을 투여해 주면 거의 대부분 없어진다. 골밀도 감소를 막아줘 골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도 호르몬 대체요법으로 인한 커다란 이익이다. 심지어 대장암도 감소시킨다니, 정말 유익한 치료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폐경은 자연적인 노화현상이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는 게 그 하나고, 두 번째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적했듯이 호르몬 대체요법이 심혈관계 질환과 유방암의 확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노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해도 그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론이 가능할 듯한데, 문제는 두 번째다. 과연 호르몬 대체요법이 심혈관계 질환과 유방암을 증가시킬까? 유방암에 대해서는 증가시킨다는 문헌들이 더 많다. 에스트로겐만 쓰면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있는지라 대부분의 대체요법이 프로게스틴이라는 호르몬을 같이 투여해 자궁내막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이 경우 유방암의 확률이 증가된단다. 어느 정도나? 한 논문에 의하면 50-64세 여성을 놓고 봤을 때 2년 이상 호르몬 대체요법을 쓰면 세배 가량 유방암이 증가했다고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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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 겔을 사용하는 여성 | |
즉, 대체요법을 쓰지 않은 집단에선 1000명당 3명이 유방암에 걸린 데 반해 대체요법을 쓴 집단에선 약 1000명당 9명이 유방암에 걸렸다. 그럼 심혈관계 질환은? 여기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결과가 많아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렵지만, 최근에는 대체요법이 정맥의 혈전을 더 생기게 함으로써 뇌졸중의 확률을 약간이나마 증가시킨다는 쪽이 우세하다. 그러니, 안면홍조증 등 폐경으로 인한 증상이 있을 경우 제한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하라는 게 미국 국립보건원의 권고다. | |
그렇긴 해도 폐경 여성에서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럼 남성은 어떨까? 여성에서 에스트로겐이 중요한 호르몬이듯, 남성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바로 고환에서 만드는 테스토스테론이다. 태아 때 남성이 되도록 하고, 사춘기에서 2차 성징을 유도하며, 정자를 만들고 성욕을 유발시키는 건 다 이 호르몬이 하는 일이다. 다들 짐작하다시피 남성은 폐경처럼 호르몬 분비가 갑자기 중단되는 일은 없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40대 이후부터 1년에 평균 1.2%씩 감소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 호르몬의 감소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 |
테스토스테론의 결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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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베르너(Werner AA)라는 사람은 50대 남성에서 신경과민, 우울증, 기억력 감퇴, 쉽게 피로해짐, 불면증,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이를 '남성 갱년기(male climacte rium)'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일부 남성에서만 일어나므로 잘못 붙여진 용어라는 게 입증되었다.
또한 여성의 폐경기에 해당하는 용어인 '남성 폐경(male meno pause)'란 용어도 남성에서는 생식력의 중단이 없으며, 남성 호르몬의 감소도 개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적합한 용어는 아니었다. 더 중요한 것이 남성 갱년기 증상과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서 위에서 언급된 갱년기 증상들은 테스토스테론의 감소에 의한 게 아니란 말이다. | |
그러니 나이든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시행해야 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그 동안 테스토스테론 투여는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의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태어날 때 X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소위 클라인펠터(Klinefelter syndrome, ) 증후군 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테스토스테론 생성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나이든 사람들에게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을 처방하는 건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그런 추세로 갈 것 같다. 과연 테스토스테론은 필요한 것일까?
세계적인 병원인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은 60세 이상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자 57명을 구해 테스토스테론 혹은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2년간 투여했고, 31명에게는 가짜약(플라시보)을 줬다. 호르몬의 효과는 근육량과 산소요구량, 체지방 지수 등 신체적 능력, 인슐린에 대한 혈당강하 정도, 삶의 질 등을 가지고 판단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호르몬을 투여한 집단에서는 혈중 호르몬 농도가 분명히 상승했지만, 신체적 능력, 인슐린 반응성, 삶의 질 등에서 그다지 이득을 주지 못했다." 이 결과는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는데, NEJM은 전 세계 의학 학술지 중 인용빈도가 가장 높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비뇨기과 의사들이 쓴 ‘남성과학’이란 책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이 호르몬(테스토스테론 제제)은 다양한 노화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회춘호르몬으로까지 인식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빈약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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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 약병 | |
물론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으로 효과를 봤다는 문헌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나이든 남성의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줄 약제가 나오려면 연구가 더 필요한 것 같다. 50세가 몇 년 남지 않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앞으로 7년 안에는 되겠지!" | |
두뇌와 교육은 뗄 수 없는 깊은 관계가 있다. 교육이 학습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곳은 사람의 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환경을 보면, 아이들의 뇌 발달의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교육이 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brain based learning)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 |
많은 학부모들이 아기가 출생하기 전 뱃속에 있을 때부터 조기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남보다 더 먼저 일찍, 더 많이 공부하면 더 공부를 잘해서 높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즉, 선행 교육, 양적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런 강제적인 교육 방법은 좋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뇌는 모든 뇌 부위가 다 성숙되어 회로가 치밀하게 잘 만들어 진 어른의 뇌와 다르다. 아이들의 뇌의 시냅스 회로는 마치 가느다란 전선과 같다. 가느다란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 보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시냅스 회로가 아직 가는데도 과도한 조기 교육을 시키게 되면 뇌에 불이 일어난다. 각종 신경 정신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아이는 “감정과 본능이 없는 인간”이 아니라 “감정과 본능이 가장 예민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감정과 본능을 억누르는 교육 방식으로는 청소년 비행 등 부작용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지성과 창조력은 정서와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감정과 정서의 충족이 없는 편중교육, 단시간에 효과를 내는 암기교육, 아이의 특성이나 적성의 고려 없이 일률적인 인간을 만들어 내는 두뇌 평준화 교육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이들의 뇌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참고하여 진정으로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 |
① 뇌는 적절자극에 발달하나 과잉, 장기간 자극에 손상 받는다. 뇌는 휴식과 수면이 필수이다. ② 뇌는 끊임없이 창조 된다. 죽은 신경세포는 살릴 수 없으나 시냅스는 새로 만들어진다. ③ 뇌는 평생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 ④ 지성(학습 등), 창의력은 정서(감정)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⑤ 특정한 뇌 기능은 특정한 시기(기간)에 효율적으로 더 잘 습득된다. ⑥ 환경 요인(스트레스와 풍족한 환경)은 뇌 발달과 기능(이성과 감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 |
출생 시 태아의 뇌는 성인 뇌의 25% 정도인 350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뇌가 생후 3년 만에 1000g 정도로 성장하며 이후 10세 정도까지 빠르게 자라다가 사춘기가 지나면서 성인 뇌 무게인 1300~1500g에 도달하게 된다.
머리가 좋다 나쁘다는 대뇌피질의 각 영역이 어떻게 얼마나 잘 발달 했는가로 판별이 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 할 수 있는 것도 이 대뇌피질이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발달했기 때문이다. 대뇌피질은 꼬불꼬불한 고랑처럼 홈이 파여 있고, 표면에 굵직하게 나 있는 몇몇 홈을 기준으로 앞쪽은 전두엽, 뒤쪽은 후두엽, 양옆은 측두엽, 위쪽은 두정엽으로 영역을 구분한다. 전두엽은 가장 넓게 차지하고 있는 부위로 사고와 언어에 대한 일을 관장한다. 두정엽은 신체를 움직이는 일과 입체 공간적 인식기능을 담당한다. 측두엽은 언어적 능력과 청각에 관련된 일을 한다. 후두엽은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시각적인 정보를 담당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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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은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 등으로 구분된다. | |
연령별 두뇌의 발달. 붉은 빛이 도는 부분이 발달하고 있는 곳이다. 유아시절은 두뇌 앞부분이, 나이가 들수록 뒤 부분이 발달하는 것을 보여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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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는 20세경까지 서서히 발달 하나, 좌우 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 발달로 볼 때 앞의 전두엽부터 뒤의 후두엽 쪽으로 이동하면서 발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상사고와 언어기능의 연령별 성장률을 관찰한 그림에서 보면, 만 3세에서 6세경의 아동은 앞쪽의 뇌량의 성장률이 60~80%에 달한다. 그러나 언어기능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 6세에서 7세경의 아동에서는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인 칼로좀 이스무스(callosal isthmus)에서 85%이상의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인다. 만 7세에서 11세경의 아동에서도 80%이상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만 11세에서 15세경의 아동에서도 20~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여전히 측두엽 부위의 뇌 발달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언어기능의 정확한 조율은 비교적 늦은 아동기 (만 6~15세경)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Thompson 등, Nature, 404 :190-193) | |
신경세포의 회로는 만 3세까지 일생을 통해서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또, 다른 시기와는 달리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루는 부분, 즉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골고루 발달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다양한 영역의 정보를 왕성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뇌발달의 기초가 된다. 즉, 어느 한 부분의 뇌가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뇌가 골고루 왕성하게 발달하므로,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학습은 좋지 않다. 예를 들어서 독서만 많이 시킨다든지, 언어교육을 무리하게 시킨다든지, 카드학습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등의 일방적이고 편중된 학습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감학습을 통해 두뇌를 골고루 자극할 때 뇌 발달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잠깐 스치듯이 지나가는 정보는 신경회로를 만들긴 하지만, 곧 없어지고 만다.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어야 신경회로가 튼튼하고 치밀하게 자리를 잡는다. 특히 이 시기에는 감정의 뇌가 일생 중에서 가장 빠르게 그리고 예민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사랑의 결핍은 후일 정신 및 정서 장애로 연결되는 경향이 많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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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유아기에는 감성, 정서 발달이 중요하다. | |
전두엽은 인간의 종합적인 사고와 창의력, 판단력, 주의 집중력, 감정의 뇌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일 뿐만 아니라 인간성, 도덕성, 종교성 등 최고의 기능을 담당한다. 이 시기는 전두엽이 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1학년에 배우는 내용을 암기 위주로 선행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새롭고 자유로운 창의적 지식, 한 가지의 정답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지식을 가르쳐 주는 것이 전두엽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시기에 예절교육과 인성교육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성장한 후에도 예의 바르고 인간성 좋은 아이가 될 수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맞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전두엽 발달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의 관계 및 인간성이 계속 성숙되어 고상한 품격을 갖추게 된다. | |
2, 3세경에 세 단어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접미사, 조사 등 문법적인 형태소의 사용이 시작되며 언어는 사고, 인지기능과 상호작용하면서 같이, 그리고 서서히 발달 한다. 창의적 상상의 발달이 4~5세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는 보고로 볼 때 모국어에 의한 활발한 사고의 발달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어와 사고 발달에 도움이 된다. | |
초등학교 시절의 독서가 평생 국어 실력을 좌우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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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두엽은 언어기능,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곳으로, 측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에 외국어 교육을 비롯한 말하기·듣기·읽기·쓰기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공간 입체적인 사고 기능, 즉 수학·물리학적 사고를 담당하는 두정엽도 이때 빨리 발달한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측면도 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 뇌 발달에 맞춰본다면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이 이 시기에 가장 빠른 속도로 발달하므로 만 6세 이후에 본격적으로 한글 학습을 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무 빨리 한글교육을 시키게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이미 배운 내용을 학습하기 때문에 국어교육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는 언어기능의 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어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시절에 세계명작들을 재미있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많이 읽고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의 경험과 실력이 평생 국어 실력을 좌우한다. | |
글로벌 시대를 맞아 영어 잘하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영어 조기 교육의 붐이 일고 있다, 부지런한 엄마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를 들려주면서 자극을 준다. 대부분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뇌 발달에 맞춰보면 별로 교육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이중 언어 환경이 잘 구비되어 있는 경우, 즉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밖에서는 영어를 쓰는 외국에 사는 아이라면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쉽게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시냅스 회로가 발달되어 있지 않고 이중 언어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을 때 두 개 언어를 동시에 강제적으로 많이 주면 상호 경쟁하기 때문에 두 개 언어 모두 효과적으로 잘 받아들일 수 없다. 모국어 보다 외국어를 너무 강제로 시키면 모국어까지도 발달이 지연될 수 있다. 즉, 한국에서 사는 아이는 학원이나 비디오 등으로 잠깐 영어를 배운 뒤에 대부분 생활 속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영어를 이해하고 말할 때 한국어로 번역하여 이해하게 되고 한국어를 영어로 작문한 다음에 영어로 말하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비효율적이다. 설사 아이가 잘 따라 한다고 해도 뇌에서 동기유발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별 재미가 없고, 그러다 보면 아이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여 평생 영어를 싫어할 수도 있게 된다.
뇌 학자들은 너무 일찍 마구잡이로 시키는 것보다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언어는 단순한 단어의 연결이 아니라 사물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인지 기능과 감정이 같이 들어가 있어야 참다운 언어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인지기능과 감정이 같이 발달하는 시기에 언어교육이 이루어져야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 언어교육을 시킬 때는 다양한 내용의 자극을 주면서 재미있게 학습하는 방법이 좋다. 똑같은 내용을 강제로 단순 반복· 암기 교육을 시키면 뇌에 있는 일부의 회로만이 자극을 받아 발달한다. 따라서 특정 내용을 암기하는 당장의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편협하고 감정이 메마른 지식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 있다. | |
이 시기에는 시각 기능이 발달해서 자신의 주위를 훑어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차이를 선명하게 알게 되며 자신의 외모에 큰 관심을 갖게 된다.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연예인이나 스포츠맨들에 빠져 열광하는 것도 시각기능이 발달한 이 시기의 뇌 발달 특징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잘 나타나는 이런 특징들을 나무라고 못하게 하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고 다른 것의 중요성도 알도록 해 주는 것이 자기 발전을 위한 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 |
위는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텔레비전 광고에 위와 간에 사용하는 약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선을 그었을 때 위는 오른쪽 아래로 쳐진 모양을 하고 있고, 간은 왼쪽 위로 향한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상식으로 알고 계신다. 일반적으로 “배가 아프다” 또는 “속이 아프다”고 하는 경우 위에 이상이 생긴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것은 위가 탈이 잘 생기는 장기이기도 하고, 소화를 담당하다 보니 이상이 생기면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인체가 쉽게 이상을 감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화만 잘 이루어지면 위에 생긴 이상을 잘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으므로 조기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 |
위가 담당하는 일은 아래와 같다.
첫째, 기계적인 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물리적으로 박살낸다. 기계적인 운동이란 위가 움직이면서 음식물을 깨부수는 운동을 가리키며
연동운동이라고도 한다.
둘째, 산과 소화효소를 분비하여 음식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한다.
셋째, 짧은 시간이지만 음식물을 저장한다. 그러므로 고기덩어리와 같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면 식욕이 덜 생기며,
소화가 잘 되는 야채의 경우 일찍 배가 고파진다.
넷째, 내인인자(intrinsic factor)를 생성하며 비타민 B12가 잘 흡수되도록 한다. 등이다 | |
위. 사진 가운데의 J자 모양 주머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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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화면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위는 위아래로 관이 연결된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로 쳐진 듯한 모양은 J형을 이루고 있다. 식도에서 위로 연결되는 부분을 들문(cardia), 위에서 작은 창자로 연결되는 부분을 날문(pylorus)이라 하며, 들문을 지나는 수평선보다 몸 위쪽에 위치한 부분을 위바닥(fundus), 들문을 지나는 수평선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위바닥 반대편을 위몸통(body)이라 한다. 위바닥이 윗쪽에 위치한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여기서 바닥이란 위의 입구를 기준으로 할 때 반대편 쪽에 위치한 부분을 의미한다. 위로 들어온 음식물은 위에서 분비되는 분비물과 혼합되면 액체 속에 건더기가 들어있는 모양이 된다. 이를 미즙(chyme)이라 하며, 이 상태로 날문을 통과하여 작은창자로 들어가면 위에서 못다한 소화를 함과 동시에 소장(작은창자)벽을 통해 소화된 영양소가 인체로 흡수된다. | |
날문에는 날문조임근이 존재하여 미즙의 흐름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므로 미즙의 흐름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미즙은 위에서 분비된 염산과 혼합되어 있으므로 강산성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부식성을 지니므로 식도로 올라오게 되면 불쾌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위에서 음식이 충분히 소화되기 전에 계속해서 음식을 섭취한다 해도 날문조임근의 기능은 변하지 않으므로 위에는 음식을 축적된다. 비어 있는 위는 음식물이 들어 있을 때보다 수축하여 위점막에 세로로 주름이 잡히게 되며, 이를 위주름(rugae)이라 한다. 위에 음식물이 차게 되면 위의 부피가 늘어나면서 위주름도 거의 사라져 주름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1500ml 정도라 하는 위의 용량은 위가 최대로 팽창되었을 때의 부피를 가리킨다. 한국인의 경우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에는 이보다 15% 정도 용량이 더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에 차 있던 음식이 작은창자로 빠져나가면 부피가 줄어들게 되면서 위주름이 다시 나타난다. 위의 신축성이 뛰어난 경우에는 한번에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위를 너무 많이 채우는 것은 위의 기능에 무리가 가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에 음식이 가득 찼다 해도 뇌에서 그 사실을 인지하여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시간이 요구되므로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도 필요이상의 영양분 섭취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 |
사람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이고, 6대 영양소라 하면 여기에 비타민, 무기질, 물이 포함된다. 입에서 아밀라아제에 의하여 소화되기 시작한 탄수화물은 위액 분비가 시작되는 초기까지는 위에서도 탄수화물 소화 기능을 발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위가 본격적으로 소화를 담당할 시기에 이르면 위액의 pH는 2정도까지 떨어지게 되므로 아밀라아제는 강산성에서 기능이 멈추게 되고, 이 때부터 탄수화물은 기계적 소화만 일어난다. 입에서 기계적소화만 거쳐 위로 들어온 지질은 리파아제에 의하여 가수분해된다. 동물의 소화과정에서 리파아제의 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pH는 중성에서 약염기성이므로 지질소화는 위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덜 소화된 지질은 작은 창자로 들어간 후 이자(췌장)에서 분비된 리파아제에 의하여 완전히 소화된다.
단백질도 완전히 소화되는 것은 작은창자의 기능이지만 위에서 펩신(pepsin)에 의해 일어나는 소화에 의해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진다. 펩신은 그리스어로 소화를 뜻하는 pepsis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펩신이 아니라 펩시노겐이며, 이것이 변하여 소화 기능을 가진 펩신이 되면 위로 들어온 단백질을 소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펩신의 기능이 잘 나타나는 pH는 1.5-3 정도이므로 위에서 염산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펩신이 단백질 소화를 시작할 수 있다. 음식으로 섭취된 단백질은 입체구조를 하고 있으며, 펩신에 의해 잘게 잘라지게 된다.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20개 종류의 아미노산이 입체적으로 연결된 모양을 하고 있으나 펩신에 의해 소화가 되면 아마노산이 수개로 연결된 조각으로 분해되어 작은창자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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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벽은 위의 안쪽 면을 가리킨다. 위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염산을 분비하므로 위벽은 강한 산성에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해야 하며, 자신이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의해 소화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수시로 발생하는 음식물과의 마찰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위벽은 이와 같은 자극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점액세포(mucus cell)에서 알칼리성 점액을 분비하여 위벽 상피세포의 표면을 덮어 준다. | |
위벽에 존재하는 위주름에는 표면에 점액세포가 많이 위치해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내인인자와 염산을 분비하는 벽세포(parietal cell), 펩시노겐을 분비하는 주세포(으뜸세포, chief cell), 가스트린(gastrin)을 분비하는 G세포 등이 위치해 있다. 가스트린은 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위에서는 벽세포에서 위산분비를 촉진시키고, 주세포(으뜸세포)에서 펩시노겐 분비를 자극하는 기능을 한다. 가스트린 분비는 단백질이 소화되어 생성된 아미노산, 위를 지배하는 미주신경의 자극, 위의 팽창, 칼슘 등에 의해 자극된다. 벽세포에서 분비되는 내인인자는 작은창자의 점막에서 B12가 잘 흡수되도록 도와 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벽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산은 위액을 강한 산성으로 만들어 외부에서 침입한 미생물을 사멸시키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펩신 활성화, 식물세포의 세포벽과 육류의 결합조직을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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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벽의 세포 | |
소화를 담당하는 위는 작은창자와 달리 영양소를 흡수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① 위점막의 상피는 알칼리성 점액으로 덮여 있으므로 흡수를 할 수 없다. ② 위점막 상피에는 영양소를 운반하는 기전(mechanism)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 ③ 위점막에서는 수분을 통과시키는 기능을 못한다. ④ 위에서는 소화가 일부 일어날 뿐 완료되지 않는다. | |
레아뮈르(Rene Antoine Ferchault de Reaumur, 1683~17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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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보관하는 음식은 하루가 지나면 세균을 포함한 미생물이 자라기 시작하므로 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입으로 들어오는 새 음식은 오래 보관해 두면 상하지만 일단 위액과 혼합된 후 입 밖으로 나온 음식은 공기중에 오래 보관해 두더라도 상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프랑스의 레아뮈르(René Antoine Ferchault de Réaumur, 1683~1757)다.
레아뮈르는 기하학, 화석학을 포함한 자연사, 수학, 물리학 등의 기초과학은 물론 산업과 기술에 대해서도 여러 업적을 남긴 과학계의 팔방미인이었다. 그가 특히 능력을 발휘한 분야는 곤충학이었으며, 동물행동학을 창시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위액의 성질에 대한 연구결과도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었다. 그가 발견한 내용은 솔개의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위액과 함께 있는 경우 썩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은 그것이 위액에 포함된 산성용액에 의해 세균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잘 알려져 있다. | |
1883년에 독일의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콜레라의 원인균을 발견하여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병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 주장에 반대한 독일의 페텐코퍼(Max Josef von Pettenkoffer, 1818~1901)는 콜레라가 병원성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콜레라균이 잔뜩 들어있는 용액을 직접 들이켰지만 콜레라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위액의 강한 산성에 의해 콜레라균이 몰살당했기 때문으로 생각되고 있다. | |
위에서 일어나는 소화과정은 어른과 어린이에게 별 차이가 없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차이를 하나 예로 들라면 신생아의 위에서는 어른에게서 분비되지 않는 렌닌(rennin)이 분비된다는 점이다. 포유동물의 위에서는 어미의 젖을 소화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효소의 복합체를 분비한다. 이 복합체를 레닛(rennet)이라 하며, 레닛에 포함된 대표적인 효소가 바로 렌닌이다. 렌닌은 우유에 들어 있는 카세인(casein)을 응고성 단백질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신생아가 모유를 마신 경우에 모유에 포함된 카세인이 응고성 단백질로 바뀌게 되면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결과적으로 모유가 소화되기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데 도움을 주며, 성인에게서는 렌닌이 존재하지 않는다. 치즈는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을 분리하여 응고시킨 음식이며, 치즈를 제조할 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소의 위에서 분리한 렌닌이다 | |
MLB(메이저리그 베이스볼)라고 불리는 미국 야구 리그에서는 현역 시절 커다란 활약을 한 선수를 ‘명예의 전당’ 에 모심으로써 그를 기린다. 베이브 루스나 루 게릭 등 우리가 아는 위대한 선수들은 다 거기 있는데, 지금 초미의 관심은 마크 맥과이어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느냐 마느냐다. 1961년 양키스의 로저 매리스가 61개의 홈런을 쳐 베이브 루스가 갖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선 이래, 그 기록은 37년간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의 강타자 마크 맥과이어는 1998년 로저 매리스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62호 홈런을 쳐냈고, 그 후에도 꾸준히 홈런을 추가하며 한 시즌에 70개의 홈런을 치는 대기록을 세운다. | |
전성기 마크 맥과이어의 호쾌한 스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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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세에 있던 미국 야구의 인기를 되살렸다는 평을 듣는 그는 명예의 전당의 보증수표로 일컬어지는 통산 500홈런을 훨씬 넘어선 583개의 홈런을 친 선수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 입성을 결정짓는 기자단 대부분은 맥과이어를 외면했고, 그는 75%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는 조건에 한참 미달한, 채 25%도 안 되는 득표에 그치고 만다. 2009년 1월의 일이다.
도대체 왜 기자단은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을까? 바로 스테로이드였다. 맥과이어와 같은 기간 선수생활을 했던 호세 칸세코라는 선수가 자서전에 맥과이어의 약물복용 사실을 폭로한 것. 행크아론의 기록을 경신하며 통산 홈런 1위로 올라선 배리본즈 역시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았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인지라, ‘명예의 전당’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
스테로이드는 그림과 같은 구조를 갖는 물질을 통칭한다. 그림에서 보듯이 탄소원자 17개가 4개의 고리(ABCD)를 이룬 게 기본 구조고, 그 옆에 뭐가 붙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진다. 스테로이드는 모든 사람이 갖고 있다. 신장 위에 있는 부신이란 기관에서, 그리고 고환과 난소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염증반응을 억제하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뿐 아니라 체액의 균형도 맞춰주는 등 많은 일들을 한다. 하지만 운동 선수들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다고 할 때, 그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안드로게닉 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 AAS)‘를 지칭하며, 흔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불린다. ‘아나볼릭’이란 말은 ‘짓는다’, ‘안드로게닉’은 남성적이라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것. 그러니 이 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근육과 뼈의 양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성대와 체모가 자라는 등의 남성적 특징이 뚜렷해진다. 남성의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도 이 역할을 수행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의 구조를 변형시켜 ‘짓는 효과’를 증강시킨 게 바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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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의 구조 | |
합성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좋은 효과를 보이려면 남성화보다 근육증강 등의 효과가 더 커야 한다. 그래서 이것의 효과를 따지기 위해 항문 근처를 지지하는 근육인 항문거근(levator ani)이 남성화의 상징기관인 전립선에 비해 무게가 몇 배나 증가했는지를 측정해 그 비율을 수치로 표기한다. 합성된 스테로이드의 대부분이 2-3 정도의 수치를 보이지만, 스타노조롤(stanozolol)은 6-10, 난드롤론(nandrolone)은 10-12나 된다. 후자의 두 스테로이드가 각각 가장 널리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3, 2위에 랭크된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럼 1위는 뭘까?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다. 이게 일등인 이유는 ‘짓는 효과’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0.3-0.4), 원래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것인지라 외부에서 주입한 것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원래 고환이 발달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이 나오지 않는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그것 말고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여러 환자에 적용이 가능하다. 에이즈로 인해 지나치게 체중이 감소한, 소위 악액질(cachexia) 환자라든지 심한 화상이나 신부전처럼 영양공급이 부족할 수 있을 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근육양과 강도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대단히 유혹적이었다. 이 효과는 특히 여성에서 더 큰데, 1972년 올림픽에서 동독 여자 선수들은 육상이나 수영처럼 근력을 필요로 하는 종목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다. 독일 통일 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시절 수천 명의 선수들이 매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투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중에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당시 여자 수영선수들의 모습을 보시라. 그 약의 남성화 효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결국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부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금지약품이 되었지만, 육상선수나 보디빌더 등에 의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꾸준히 이용되었고, 결국 프로야구 선수들도 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1990년대 배리 본즈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면, 데뷔 초 가냘픈 몸매로 49개의 홈런을 쳤던 맥과이어를 기억한다면 스테로이드가 얼마만큼 근육증강에 도움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거다. 스테로이드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금하는 것은 그 약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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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던 시절의 배리 본즈 | |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100m, 200m 세계기록을 세운 그리피스 조이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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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에서 뼈의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하고, 남성의 가슴을 크게 만든다. LDL이라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낮춤으로써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가능성을 높인다. 심지어 심장마비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을 수 있다. 과민해지고 충동적이 된다.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간 기능의 이상을 초래하며, 황달을 일으킬 수 있다. 간 종양의 가능성을 높인다. 고환을 위축시키고 여성에선 무월경을 초래할 수 있다. 여드름이 난다.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29세된 여자 육상선수가 침대 옆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상처라고는 넘어질 때 긁힌 자국과 피부의 여드름이 전부였다. 그녀의 혈액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스타노조롤이 검출되었다. 그녀의 사망원인은 그러니까 이 약물에 의한 심장마비였다. 2009년 국제 법의학지(Forensic Science Internaional)에 실린 증례다. 2007년 국제 심장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에는 27-37살 육상선수 네 명이 심장마비로 죽은 사례가 나와있다. 네 명 모두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양성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와 비슷한 예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유명한 선수를 예로 들면, 서울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그리피스 조이너(Florence Griffith Joyner)라는 선수가 있었다. 빼어난 미모까지 갖췄던 그녀가 100미터와 200미터에서 세웠던 기록은 아직까지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는데, 그녀는 불과 나이 서른아홉에 죽고 말았다. 사인은 간질로 밝혀졌지만, 일각에서는 그녀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죽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987년까지 10초 96이 그녀의 100미터 최고 기록이었는데 1년 사이에 0.4초를 앞당긴 점, 도핑테스트가 엄격해지기 시작하자 곧바로 은퇴한 점 등이 그 근거였다. | |
스포츠스타들은 자기 분야에서 일반인은 따라올 수 없는 다른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네들이 많은 돈을 버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약물의 힘을 빈 것이라면 더 이상 그들을 존경할 필요가 있을까? 게다가 그 약물은 자기 자신을 해친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 마흔도 못되어 죽는 것보다 좀 덜 벌더라도 오래 사는 게 진정으로 잘 사는 게 아닐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독이 든 사과다. 아무리 그게 맛있게 보일지라도. | |
치매 증세 없이 건강하게 자주 골프를 즐기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엘지 맥린 할머니. 2007년 102세의 나이로 파3홀(100야드)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려 평생 처음 홀인원을 하였다. 이로써 2001년 101세난 할아버지가 세운 정규 골프코스 최고령 홀인원 기록을 깼다. | |
골프를 즐기는 노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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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유명한 “투나이트쇼(The Tonight Show)”에 출연하여 “누구든지 끊임없이 포기하지 말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녹슬지 않은 기억력과 이야기 솜씨를 과시하였다. 어떻게 이런 고령에 홀인원을 할 수 있으며 좋은 기억력을 유지 할 수 있는가?
최근 연구결과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건강한 성인의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뇌의 신경세포가 감소한다고 생각하였다. 운동을 계속하면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날 뿐만 아니고 늙은 신경세포 간에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지며,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 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뇌기능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뇌 신경망을 만드는 “뇌 유리 신경 성장 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ic Factor)"생성도 증가시켜 뇌의 지적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
최근에 뇌에도 여러 가지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기억력 중추인 해마와 뇌척수액이 순환하는 뇌실의 밑 부분(Subventricular Zone)에는 줄기세포가 어느 정도 있음이 알려지고 있다. 뇌가 일부 손상을 입거나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터져 출혈하는 뇌출혈이 발생하면 산소공급이 차단되어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이때 죽은 신경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으나 뇌에 존재하고 있는 줄기세포가 병변 부위로 이동하여 일부의 죽은 세포를 대신하여 새로운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된다. | |
물론, 병변이 큰 경우는 모든 병변 부위를 줄기세포에서 나온 신경세포로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앞으로 뇌 속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외부에서 줄기세포를 넣어주지 않아도 망가진 신경세포를 보다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어 세포치료의 신기원이 열릴 것이다.
쥐는 뇌실 밑 부분에 있는 줄기세포가 앞쪽으로 이동하여 후각 신경세포를 새로이 만들어 내기 때문에 늙은 쥐도 냄새 맡는 능력이 계속 유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에서는 이런 이동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억제되어 있어 60세 이후가 되면 후각이 상당히 떨어지게 된다. 앞으로 억제된 줄기세포의 이동을 풀 수 있게 된다면 늙어도 냄새를 잘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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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해마의 현미경 사진 | |
운동과 몸의 평형유지에 중요한 소뇌가 호르몬 중추인 시상하부를 통해 감정중추인 변연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즉, 운동을 하면 감정적인 균형이 잘 이루어져 우울증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버드대의 존해티박사는 “운동은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나 우울증과 충동성은 낮춰 우울증 치료제인 프루옥세틴(프로작)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리타린)를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일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많은 학자들이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의 유리가 원활히 일어나서 우울증이 없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여 뇌기능이 올라 갈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면 별 효과가 없으며 효과를 얻으려면 하루 40분 정도씩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욕심을 내서 매일 수 시간씩 운동을 하는 운동 중독증은 우리 몸과 두뇌를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와 같이 운동은 신이 내린 귀중한 천연적인 ‘항우울제’이며 ‘집중력 향상제’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면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다. | |
그 동안 연구결과를 보면 근육처럼 뇌도 어떤 자극이나 좋은 경험에 대해서는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신경세포도 근육처럼 커지게 된다. 사용하면 커지고 기능이 좋아지나 쓰지 않으면 작아지고 기능을 잃어버린다(Use the brain or lose it)는 기본법칙은 근육과 마찬가지다. 버클리 대학의 마크로젠츠위그 박사와 다이아몬드 박사가 보고한 연구 결과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들은 쥐를 3종류로 나누어 실험을 해 보았다. 한 종류의 쥐는 장난감을 넣어주고 12마리가 같이 지내게 하였다. 두 번째 종류의 쥐는 장난감도 넣어주지 않고 아주 제한된 공간에서만 지내게 하였다. 3번째 종류의 쥐는 보통상태에서 키웠다. 장난감을 넣어줘서 마음대로 놀게 한 쥐는 뇌의 무게가 약 10%쯤 증가하였다. 처음에는 뇌가 증가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믿지 않았다. 그 후 계속된 연구에서 뇌의 무게도 증가 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풍족한 환경(A)에서는 해마 줄기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나 스트레스(C)는 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 <자료: 저자 연구실>
이런 결과는 환경이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재미있고 신선한 자극은 뇌의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이아몬드 박사팀은 아주 늙은 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지를 실험해 보았다. 그들은 아주 늙은 4마리의 쥐를 8마리의 젊은 쥐와 같이 넣어주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관찰 해 보았다. 늙은 쥐는 젊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것을 즐겼으나 젊은 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젊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늙은 쥐의 뇌 무게는 10%쯤 증가하였으나 늙은 쥐와 같이 살고 있는 젊은 쥐의 뇌 무게는 증가가 없었다. 늙은 쥐는 젊은 쥐로부터 자극을 받아 뇌의 무게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우리 연구실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환경을 모방해 환경이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보기 위해 보다 복잡하고 정밀한 실험을 하였다. 쥐는 한 종류의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면 점차 적응하기 때문에 첫 번째 그룹의 쥐는 강박스트레스, 진동스트레스, 수중 부동스트레스, 강제수영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스트레스에 무작위로 노출시켰다. 두 번째 그룹의 쥐는 풍족한 환경, 즉 넓은 방에 다양한 장난감과 같이 지내게 하였다. 세 번째 그룹의 쥐는 스트레스 환경과 풍족한 환경이 교차 되게 하면서 사육하였다. 네 번째 그룹의 쥐는 보통 환경에서 키웠다. 다양한 스트레스환경에 노출된 쥐들은 보통 환경에서 자란 쥐들보다 기억력이 감소하였고 기억중추인 해마에서의 신경세포 사멸이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숫자도 가장 적었다. 반면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기억력도 증가하였고 해마에서의 줄기세포 숫자도 증가하였다. 스트레스와 풍족한 환경이 교차되는 환경에서 자란 쥐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났던 기억력 감소, 신경세포의 사멸과 줄기세포의 수적 감소를 점차 회복시켰다. 또한 11개월 된 유전자 조작 치매 마우스에 스트레스를 주면 24개월 된 유전자 조작 치매 마우스와 비슷한 기억력 감퇴와 조직 병변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우리가 보고하였다. 즉 스트레스가 치매 발병을 배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는 80세에 생기는 치매를 40세에 생기게 한다는 의미이다
11개월 된 치매 모델 쥐(Q)에 스트레스를 주면 24개월 된 치매 모델 쥐(R)에서와 같이 신경세포 사멸(검게 보이는 작은 세포)이 나타난다. <자료: Jeong et al. FASEB J. Vol. 20 April 2006> | |
뇌의 성장을 자세히 검토 해 보면 신경세포의 성장은 주로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수상돌기가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자극에 의해서 수상돌기가지가 두터워진다. 신경세포의 가지가 증가하고 두께가 두꺼워지기 때문에 뇌가 더 커지게 된다. 이 수상돌기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된다. 그러나 뇌를 새롭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적절히 사용한다면 돌기의 연결점인 시냅스 회로가 활성화 되면서 정보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 흥분전도를 보다 원활하게 해준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손으로 이를 닦는 등 일상적인 행동에 조금 변화를 주거나 아니면 악기연주나,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것 등을 하면 더 많은 돌기가 생겨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의 캐츠교수는 “수수께끼나 문제를 푸는 것은 새로운 수상돌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며 잠자고 있는 정보의 통로들을 강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누구든지 마음에 활기를 갖는 것은 치매를 모르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물리적인 나이보다 사물에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이 진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여하튼 무슨 일이나 「 이 나이에 무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여태까지는 「 노인의 분수를 모르는 짓」으로 여겼던 것이, 그것이야 말로 뇌를 신선하게 자극하여 젊음을 되찾는 「 생명수」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위의 실험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재미있는 놀이와 함께 일이나 공부를 하거나, 나이가 들어도 젊은이와 같이 젊은 분위기 속에서 일을 하면 우리의 뇌 신경세포는 가지가 왕성하게 자라서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이나 분위기를 밝고 활발하게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하는 것이 장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식사를 한지 약 3시간이 지났다. 야외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왔다. 배가 아픈 것은 가끔씩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비교적 좁은 부위가 꽤 심하게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심한 통증 때문에 얼굴을 찌푸린 탓인지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눈치를 챘다. 얼른 병원에 가 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주변에 있는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 |
어떻게 왔느냐는 의사의 말에 대충 상황을 이야기하며 통증이 심했다고 하자 의사는 “어떻게 아프셨어요?”라고 물었다. ‘배가 아프면 아픈 거지 아픈 것에도 종류가 있나?’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순간 의사가 다시 “소화가 잘 안 될 때처럼 비교적 넓은 부위가 아프시던가요? 근육이 당기듯이 아프시던가요? 그것도 아니면 쓰리듯이 아프시던가요?”라고 물었다. 이미 통증은 어느 정도 사라졌으므로 의사의 이야기를 곰곰 되씹으며 어떻게 아픈지를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몽둥이에 맞은 듯이 아프냐?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냐? 그것도 아니면 뱃속에 뭐가 들어서 그 옆 부분을 눌러서 아픈 느낌이냐?”라며 농담을 했다. 곰곰 생각해 보니 아픈 것에도 참 종류가 많다. 그렇다면 위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배가 어떻게 아픈 것일까? | |
위 궤양 초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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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양을 가장 간단히 이야기하면 점막이나 피부의 상피가 갈라지는 것이다. 위의 안쪽 면에 해당하는 위벽은 강한 산성에 견딜 수 있도록 점액세포에서 생성된 알칼리성 점액이 위벽 상피세포의 표면을 덮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 상피세포가 손상을 입어 갈라지게 되는 것이 바로 위궤양이다. 갈라지는 원인은 다양하며, 갈라진 부위 주변의 세포는 파괴되거나 괴사를 일으킨다. 그러면 방어기전에 의해 염증 반응이 일어난다.
위궤양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통증, 위의 산성물질에 의해 일어나는 증상, 출혈, 위 나 가슴이 무겁고 답답한 느낌, 구토, 식욕변화 등이 있다. 통증은 특징적으로 위와 같은 뱃속의 어느 특정 부위가 쓰리듯이 아프거나 송곳으로 찌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식사 후 30분~2시간 정도에 통증이 시작되어 음식물이 완전히 위를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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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화가 일어날 때 분비되는 산성 물질은 트림을 했을 때 기분 나쁜 느낌을 일으키고, 가슴에 캥기는 느낌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액의 위산이 과다 분비된 경우가 많지만 소수에서는 저산 또는 무산증인 경우도 있으므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궤양이 심하여 상피세포에 손상이 가해졌을 때 이 부위가 위벽 내부에 있는 모세혈관을 침범하게 되면 출혈이 발생한다. 극히 미량의 출혈은 감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구토에 의해 음식물이 입으로 올라올 때 피가 혼합되어 있거나 대변이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 |
우리나라 텔레비전에 가장 자주 등장한 노벨상 수상자는 아마도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호주의 베리 마셜(Barry J. Marshall)로 생각된다. 노벨상 수상 이전에 스승인 로빈 워런(J. Robin Warren)과 함께 국내 모 회사의 광고모델로 출연했으나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는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사라진 바 있다. 마셜과 워런이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후 다시 광고 출연 요청을 받자 워런은 상업적인 이용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절했다. 그러나 마셜은 광고출연료를 모두 연구비로 쓴다는 조건으로 재방송에 응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두 노벨상 수상자의 업적은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을 발견한 것이었다.
노벨상 사제의 하이파이브 : 제자인 마셜(좌). 스승인 워런(우)
헬리코박터균은 위궤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세균이다. 이 균이 발견되기 이전에 위궤양의 원인으로 생각한 것은 위산, 위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 펩신, 정신적 스트레스, 조직저항성 감퇴, 체질, 알러지, 감염, 내분비 기능 이상, 영양부족 등 여러 가지였다. 의학에서 원인이나 치료법이 아주 많은 경우에는 뚜렷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거나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궤양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위궤양 발생 기전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워런은 1979년에 위에 존재하는 세균을 처음 발견한 후 이 세균이 위궤양 발생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워런과 같은 기관에서 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던 마셜은 박사학위 연구를 위한 주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워런의 도움을 받아 이 세균이 위궤양의 원인이 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1982년에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하는데 성공한 마셜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의 원인임을 확신했으나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는 1984년에 자신이 직접 헬리코박터균을 먹은 후 위벽에 헬리코박터균이 정착하면서 염증이 발생하는 현상을 관찰함으로써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의 원인이며, 항균제로 위 속에 존재하는 이 균을 사멸시키면 위궤양 발생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위의 악조건하에서도 생존 가능한 세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세균에 의해 위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워런과 마셜의 연구에 의해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위궤양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의 10~15%에서만 궤양이 발생한다는 점은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위궤양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현대의학이 위궤양 발생기전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 |
2006년에 명왕성이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행성으로 격하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이 바뀌면 진리로 바뀔 수 있다. 진리도 바뀌는 판에 윤리, 법, 관습 등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2,000년 전에는 전쟁에서 발생한 포로에게 노예 신분을 주거나 승자 마음대로 목을 베는 것이 아무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포로에게 식사만 제대로 주지 않아도 윤리적 비판을 받게 된다. 지난번 글에서 코흐(Robert Koch)가 콜레라라는 질병의 원인균을 발견했을 때 이를 믿지 않는 페텐코퍼(Max von Pettenkofer)가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콜레라균이 포함된 용액을 들이마셨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마셜도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위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헬리코박터균을 얻어 직접 섭취했다. 약 2주일 후 위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내시경으로 위에 염증이 생겼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헬리코박터균을 죽일 수 있는 약을 투여함으로써 자신의 병세가 호전될 수 있었다.
페텐코퍼와 마셜 외에 종두법을 발견한 제너(Edward Jenner)의 스승이었던 헌터(John Hunter)도 임질을 일으키는 원인균을 증명하기 위해 임질환자에게서 얻은 고름을 자신에게 직접 주사하였다.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실험에 이용한 예는 얼마든지 더 있다. 진리를 찾아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는 점에서 그 정신이 거룩해 보일지는 모르나 현대의 연구윤리에 따르면 이는 절대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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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의 경우 자신의 몸을 던진 실험 이전에 실험동물에게 헬리코박터균을 감염시키는 실험에서 실패한 바 있다. 현재의 실험윤리는 동물실험에 실패한 경우에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셜이 자신의 몸을 이용한 연구는 연구윤리를 위반한 것이다. 이를 이미 알고 있던 마셜은 자신의 몸을 이용한 실험을 하기 위해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신청을 하지 않았음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실험을 해야만 했다.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고 싶지만 더 나은 연구방법은 없다면 내 몸을 바쳐서라도 연구를 하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윤리적으로는 용인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엄격한 요건을 따라야 하니 과학자들의 연구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게 아무리 올바른 길이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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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에는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위궤양의 원인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트레스가 위궤양을 일으키는 기전은 다음과 같다.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에 해당하는 교감신경의 활성을 유도한다. 위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위산분비가 촉진된다. 위산 분비가 촉진되면 위산이 필요이상으로 과다해지므로 위에서 궤양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는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 소화계통에 발생하는 궤양에는 위궤양 외에 십이지장궤양도 있으며, 흔히 이 둘을 합쳐서 소화성 궤양 또는 위궤양이라 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 질병이다. 작은 창자에 대해 기술할 때 십이지장궤양을 소개하겠지만 스트레스는 위궤양과 다른 경로로 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면서 스트레스 없이 산다는 게 거의 불가능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하여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질병 없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
위궤양은 위의 상피세포에 손상이 가해지는 질병이므로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좋은 진단법이다. 그러므로 내시경검사가 아주 유용하게 이용된다. 내시경검사는 위궤양뿐 아니라 암과 같이 위에 생긴 다른 질병을 진단하는 데에도 탁월하다. 그러므로 위궤양이 의심되면 내시경을 해 보는 것이 좋다. 위궤양은 심한 경우 통증을 참기가 힘들고, 출혈이 생기면 피가 새고, 심한 경우에는 위벽이 갈라져 위에 구멍이 뚫리는 수도 있다. 위궤양의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치료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죽이기 위해 항균제를 투여할 수 있고, 위산분비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 방법이지만 과거에는 위를 지배하는 신경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위산분비를 감소시키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쓰기도 했다.
마셜이 자신의 몸을 이용한 실험을 한 사실이 알려진 후 여러 제약회사 연구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이 때 마셜의 연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운 회사는 이미 비스무스(Bismuth) 함유물을 시판하던 회사였다. 비스무스 함유물은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위점막보호제가 시판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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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경 검사를 하는 의사 | |
이외에 궤양이 곧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거나 발생부위가 치료하기 힘든 경우, 출혈이 심한 경우 등에는 수술적 방법으로 위궤양을 치료할 수도 있다. 위궤양은 합병증을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다. 전문의와 상의하여 신속하게 치료해야 한다. | |
"지금 이 순간, 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입니다" 뉴욕 양키스의 4번 타자였던 루 게릭(Lou Gehrig 1903~1941)은 베이브 루스와 함께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선수였다. 통산타율 3할 4푼, 493개의 홈런을 기록한 그는 2,130경기에 연속으로 출장한 철인이기도 했다(이 기록은 56년이 지난 1995년, 볼티모어의 칼 립켄 주니어에 의해 깨졌다). 두 번이나 MVP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이상이 나타난 것은 1938년이었다. | |
"피곤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다시 잘 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 해, 그는 13년만에 처음으로 3할 이하(.295)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친다. 이듬해가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맨 위에 적힌 말은 1939년 7월 그가 양키 스타디움에서 팬들에게 남긴 은퇴 연설의 한 대목이다. 병원에 간 그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근육위축가쪽경화증'. 훗날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이 병의 진행은 전설적인 타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비가 와서 음식을 삼키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됐고, 더 이상 걸을 수도 없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3년이 고작이었다. 1941년 눈을 감았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38세였다. 그의 등 번호 4번은 양키스에서 영구 결번(Retired Number)이 되었다. 그와 함께 등 번호도 은퇴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초의 일이다.
루게릭병의 원래 이름은 근육위축가쪽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여기에서 'a'라는 접두어는 '없다'라는 뜻이다. 'myo'는 근육을 의미한다. 'trophic'은 '영양상태' '육성'이란 뜻이다. 지금까지를 종합하면 '근육이 영양을 잃고 쇠약해진다는 뜻이다'. 'lateral'은 척수의 측면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위치하고 있다. 'sclerosis'는 '단단하게 됨' '경화증'이라는 뜻. 그러니까 척수의 측면에 건강한 신경이 있는 대신 돌덩어리처럼 된다는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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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게릭(좌)과 베이브 루스(우) 1927년 사진 | |
한마디로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원(neuron)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운동 신경원은 호흡과 연하(삼키기)운동, 그리고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계의 단위를 말한다. 운동 신경원에는 두 가지가 있다. 뇌에서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는 상부운동신경원(upper motor neuron)이 있고,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명령을 전달해 근육을 움직이게 만드는 하부운동신경원(lower motor neuron)이 그것이다. 우리 몸의 모든 자발적 움직임은 이 둘의 협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주먹을 쥐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먼저 당신의 뇌가 상부운동신경원을 통해 손 근육을 통제하는 부위의 척수로 명령을 전달한다. 그 다음 척수에서 해당 근육으로 신호를 보냄으로써 당신이 주먹을 쥘 수 있는 거다.
상부운동신경원이 망가지는 경우, 예컨대 뇌가 망가지면 척수로 명령을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뇌의 통제에서 벗어난 척수는 자기 마음대로 근육에 명령을 보내고, 근육은 긴장이 지나쳐 경직상태에 이른다. 엄마가 안 계시면 아이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노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부운동신경이 망가지면? 척수는 근육에 전혀 명령을 보내지 않게 되고, 근육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프면 컴퓨터 게임이고 뭐고, 자리에 누워만 있는 것처럼. 결국 근육은 쇠약해지고, 위축되어 양이 줄어든다. 루게릭병은 상부와 하부의 운동신경원이 다 망가져,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대기만 해도 튈 정도로 무릎반사가 증폭되고, 그와 동시에 근육이 위축된다. 감각이나 인지 능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도 이 병의 특징이다.
어느 날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길을 가다가 푹 쓰러지거나, 손에 힘이 풀려 가벼운 물건조차 들지 못한다. 처음에는 왜 그런지 잘 모른다. "전등을 갈아주다가 힘이 없었고... 그 후에 일어나서 보니까 쓰레기봉투도 못 묶겠어요. 힘이 없어가지고. 저리거나 아픈 건 전혀 없어요. 왜 그러지 왜 그러지 하면서 괜히 불길한 생각이 들더라고." 이건 초기증상에 불과하다. 병은 계속 진행되고, 환자 자신은 서서히 기능을 잃고 있다는 걸 느낀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 말을 들었는데 오늘은 말을 안 듣고. 그러니까 더 무섭죠. 문지방을 분명히 어제까지 넘었는데 오늘은 문지방을 못 넘은 거예요. 그리고 쓰러지고." 결국 씹거나 삼키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횡경막과 늑간의 근육을 써서 하는 행위. 루게릭병이 진행되면 이것조차 할 수가 없다. 숨을 쉬려면 기관을 절개하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경우 감염이 문제가 된다. 루게릭병의 사인은 대개 호흡부전이나 폐렴으로, 대개 증상이 발현된 지 3-5년 사이에 죽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살기도 하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ven Hawking) 박사다. | |
루게릭병에 걸린 이탈리아 축구 선수 스테파노 보로고노보 (Stefano Borgonovo)를 위한 자선 경기(2009년 4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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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은 인종이나 민족 같은 것에 무관하게 매년 10만명 당 2명의 환자를 발생시킨다. 40-60세가 대부분이라니 올해 마흔셋인 나로서는 어떻게 하면 루게릭 병에 안 걸리나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원인을 모른다는 것. 10% 정도는 유전이라지만, 나머지 90%는 유전과 무관하다.
그래도 위험요인을 찾아보면 몇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괌 지방에서 먹는 신경독으로, 장기간 먹으면 루게릭병은 물론이고 알츠하이머병에도 잘 걸린단다. 두 번째로 좀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탈리아 축구 선수들에서 루게릭 병이 일반인보다 다섯 배나 높게 발생했단다 (1970년-2000년 사이 열여덟명이 이 병에 걸렸다). 세 번째로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들에서 루게릭 병의 비율이 높았다. 가족, 친지 중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없고, 괌에 간 적도 없으며 걸프전에도 참전하지 않았으니 난 안심해도 되는 건가? 그렇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서 좀 더 많이 걸렸다는 것 뿐, 이것들을 피한다고 안 걸리는 건 아니니까.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1,500명의 환자가 투병 중이며, 외국보다 조금 늦은 55-75세에서 가장 발병률이 높다. | |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말이다. "컴퓨터로 찾아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땀이 순식간에 흐르더라고요. 그렇게 순식간에 땀을 흘려본 적이 없죠."안타깝게도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단지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는 약만 나와 있을 뿐이다. 릴루졸(riluzole)은 이 병에 대해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약이다. 일반인에 비해 루게릭병 환자들에서 글루타메이트(glutamate)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높다는 게 밝혀졌는데, 동물 실험 결과 글루타메이트는 장기간 노출시 신경원을 파괴시켰다. 그러니 릴루졸로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는 거다. 이미 파괴된 신경원을 회복시켜 주지 못하는 게 유감스럽지만. | |
호킹 박사는 21세 때 루게릭병으로 진단된 이후 40년이 넘게 생존해 있다. 전동 휠체어에 앉아 목소리를 내주는 신서사이저에 의지한 채 강연을 하는 호킹 박사의 모습은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 그는 <시간의 역사>를 비롯해 수많은 책을 집필했고, 블랙홀과 양자우주론 등 혁명적인 이론들을 정립했다. 호흡도 혼자 하지 못하고, 손가락 몇 개만 움직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병은) 사랑하는 가족들로부터 날 앗아가지 못했으며, 내 일을 방해하지도 못했습니다. 난 운이 좋습니다. 이 병에 걸린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병의 진행이 느린 것도 행운입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40년을 넘게 루게릭병과 싸우며 위대한 업적을 이룬 스티븐 호킹의 생애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호킹 박사와 달리 대부분의 환자들은 3-5년 내 목숨을 잃고, 그 중 일부는 기관절개술을 거부한 채 죽음을 선택한단다. 당장 죽지는 않더라도 이혼을 당하고 가정파탄을 겪는 환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 병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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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박사 | |
인도 대마(Cannabis) 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기원전 3000년에 신농(神農)이 구전한 바도 있는 대마초. 즉 마리화나는 수천 년 동안 환각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마리화나의 성분 중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 THC)이 환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졌다. 이를 소량 섭취해도 심혈관계 및 중추신경계에 강한 작용을 나타낸다. 심혈관 증상으로 심박동 증가 및 수축기 혈압상승, 결막충혈이 나타난다. 중추신경계 증상으로는 몽롱 상태가 되고 대량에서는 선명한 환각을 동반하게 되며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마리화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장래를 망치고 있다. | |
마리화나를 반복 사용할 때는 모든 일에 피동적이고 내향적이 될 뿐만 아니라 집중력의 상실로 의욕을 잃고 인격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또한 단기 기억이 손상되며 임무수행능력이 저하되며 과거, 현재, 미래를 혼동하는 인격 해리가 나타나 자신과 환경의 경계를 구별하는 능력이 감소된다. 경계의 상실과 함께 인류나 우주와의 일치감을 느껴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자살행위도 하게 된다.
약 200만 명의 10대가 매년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으며 우울증에 걸린 10대들은 또래보다 2배 이상 대마초를 남용하거나 의존하게 된다고 보고하였다. 대마초사용은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고 정신분열병, 불안, 심지어 자살 생각을 3배나 더 많이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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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C21H3002)의 구조 | |
최근의 연구결과, 놀랍게도 인간의 뇌에는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이 결합하는 수용체(cannabinoid(CB) 수용체)가 있음이 밝혀졌다. 즉 우리 뇌에 내인성 모르핀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대마초와 비슷한 환각물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 돼지의 뇌에서 대마를 피웠을 때와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화학물질이 발견되었다. 이 화학물질은 「아난다마이드」로 명명되었는데, 이 이름은 「행복」이라는 뜻의 산스크리스트어인 「아난다」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인간의 뇌에 대마 수용체로 이루어진 어떤 신경체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가끔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세계, 아름다운 세계를 눈에 그릴 때가 있다. 이때 인간은 고난의 현실세계를 벗어나 평소에 경험해 보지 않았던 이상 감각, 이상 세계, 휘황찬란한 세계를 꿈꿈으로써 무한정의 창조적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생각이 삶의 산뜻한 청량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초현실적인 이상 감각이 자주, 뚜렷이 나타날 때는 병적인 환각이 된다. 이와 같은 환각은 뇌에 존재하고 있는 대마초와 비슷한 신경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 |
대마초는 환각제로 주로 사용되었지만, 대마초는 치료제로 일부 사용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시기는 중국의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의 주치의가 대마초를 가리켜 「가장 귀중한 명약 중 하나」라고 하면서 여왕의 생리통 완화제로 이를 처방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마는 또한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때 나타나는 구토를 멈추게 하고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환자에게 식욕을 되찾게 하며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의 경련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녹내장 환자에게 안압(眼壓)을 감소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암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입맛을 증가시키고 약에 의한 구토를 억제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 사용하고 있다. | |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대마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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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리화나의 환각효과가 LSD, 필로폰 등의 환각제보다 약하기 때문에 사용해도 되지 않느냐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마리화나는 다른 환각제 중독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이 되기 때문에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학계와 법원의 판결이다.
최근 우리 뇌에 존재하고 있는 내인성 마리화나(칸나비노이드)신경계는 두려운 기억을 제거하는 등 기억 조절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이 마리화나 신경계 조절을 통해 두렵고도 무서운 기억을 제거할 수 있게 될 날도 올 것이다. 또한 이 신경계는 과식과 흡연욕구를 자극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서 이 수용체 차단제를 다이어트와 금연 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정신과 신체에 백해무익(百害無益) 하다고 알려진 대마초가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질병 치료에 귀중한 명약으로 개발 될 수도 있다. 이 세상에는 잘못 쓰면 독약이 되고 잘 쓰면 명약이 될 수 있는 약이 허다하다. 인간사에서도 이런 진리가 널리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 |
일부 연예인들의 환각제 복용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마약과 환각제 이용의 증가는 범죄로 이어지면서 자신을 파멸시키고 사회를 불행하게 만든다. 환각제는 환청, 환시 등 환각현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본드, 대마초, LSD, 필로폰(암페타민 유도체인 Methampethamine이 주성분), 액스터시(암페타민 유도체 MDMA), 코카인, 케타민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코카인과 필로폰 엑스터시 등은 각성 효과가 있는 환각제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이 각성작용과 환각 작용을 나타내는 이유는 고도의 정신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로폰과 엑시터시 등을 복용하게 되면 뇌는 정신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도파민을 과도하게 유리시키거나 수용체에 붙어 도파민 신경계를 자극시키게 된다. 이와 같이 도파민 신경계가 과도하게 자극되면 제어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이 나타나서 ‘정신분열증’이 생기게 된다. 필로폰 환각제의 가장 나쁜 부작용인 정신분열증은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그리고 필로폰 등을 장기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졌을 때 몸이 처지고 피해망상이나 과잉 공격 등에 사로잡히는 금단 현상이 일어나고, 중독증이 더 심해지면 망상형 정신 분열증이나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이며 포악한, 마치 동물 같은 행동을 하는 등, 거의 완치가 불가능한 폐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 |
중독의 뇌 작용 메커니즘
근본적으로 알코올과 담배(니코틴), 인터넷 중독도 비슷한 뇌 메커니즘인 복측피개부(VTA)의 도파민 신경계의 과도 활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르베르가 “뇌”라는 소설에서 이야기한 쾌락을 담당하고 있는 ‘최후의 비밀의 장소’가 바로 이 부위이다. 모든 중독의 핵심이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 환각제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가장 심각한 폐해는 건전한 정신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사회나 가정에서 자신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집중력과 새로운 세계에 혼신의 힘을 다해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환각제 근절의 근본적 처방은 사회 문제로 귀착된다. 즉 쾌락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건전한 노력 없이 쉽게 보답을 얻게 되는(부동산 투기 등) 사회에서는 더 많은 환각제 복용이 나타난다. | |
환각제는 자신을 파멸시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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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중고생들의 약 50%가 본드나 부탄가스를 흡입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대부분 본드나 부탄가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다가 폭발사고가 일어나 화상을 입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보도를 들을 때도 우리 집 아이는 그렇지 않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부탄가스나 본드를 한번 맛 보면 벗어나기가 힘들다. 다른 물질을 녹이는 유기 용매로 작용하는 본드나 부탄가스 등은 뇌혈관 장벽을 아주 쉽게 통과하여 뇌를 망가뜨려 뇌신경을 파괴시키는 것은 물론, 간이나 골수까지 파괴시켜 간염이나 재생불량성 빈혈을 일으키고 청각이나 시각장애 등 거의 모든 신체 장기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처럼 본드나 부탄가스는 단 한 번의 흡입으로도 뇌를 망가뜨릴 수 있고 심지어는 생명을 잃게 하는 무서운 독극물이나 다름없다.
본드나 부탄가스는 순수한 마음과 정신으로 진리 탐구와 학문 탐구에 열중해야 할 우리 청소년들의 정신력과 판단력, 집중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나이가 아주 어린 초등학교 학생들이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안타깝다. 위기에 빠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일이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이며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고 있는가를 주시하고 대화를 통해서 풀어 나갈 방향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아이는 괜찮겠지’ ‘내 아이는 그런 것을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야단보다는 따뜻한 사랑의 말 한마디가 우리 아이를 본드나 부탄가스 중독으로부터 구해내는 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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