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공하는 대통령을 뽑는 비법
한국은 지금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정치 수준에 대해선 설명할 필요 없이 모든 국민이 다 알고 있다. 한국에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뿐만이 아니다. 교육문제도 잘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연일 학교폭력 뉴스가 신문을 장식하고, 학부모들은 사교육과 입시에 목을 맨다. 정부와 학교는 열심히 교육을 하지만 효과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정치가 형편없고 교육이 잘못되고 있는데 다른 것이 잘될 리 없다. 그런데도 위기의식을 갖지 않는 것은 경제 때문으로 생각된다. 경제규모 세계 11위 정도면 잘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치와 교육이 뒷받침하지 않는 경제는 장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위기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일리가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전 대통령 때는 정치가 훌륭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전 대통령 때도 그렇지 못했던 것을 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다.
한국 정치와 한국 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한 근본 원인은 한국인의 고유 정서와 사상을 무시하고 서양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따른 데 기인한다고 본다. 일제로부터 광복을 한 우리들은 5000년간 해오던 우리의 것을 버리고 서양의 것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다. 그러나 아무리 서양 것을 따른다 해도 서양처럼 되지는 않는다. 서양처럼 되지도 못하고 우리의 것마저 잊어버림으로써, 우왕좌왕하는 우리는 저 한단학보(邯鄲學步)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가 되었다.
한단학보의 교훈
중국 전국시대의 조(趙)나라 서울 한단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도시였다. 그러자 연(燕)나라의 한 시골 청년이 한단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배우기 위해 한단에 갔지만, 한단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배우지 못하고 자기의 걸음걸이를 잊어버려 결국 기어서 집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장자’에 나온다.
이제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국인의 사상과 정서를 알아야 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발전 비결을 오히려 우리의 전통 속에서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오늘날 불고 있는 한류열풍은 이를 입증한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대선을 앞두고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와서 한국인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한류 정치’를 꽃피울 수 있을까? 필자는 ‘곰의 이미지와 어머니의 이미지를 합친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이를 ‘곰 어머니’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통령이 왜 ‘곰 어머니’여야 하는가? 또 ‘곰 어머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한국인은 매우 독특한 사상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 한국 사상의 원형은 유교의 표현을 빌리면 천인무간(天人無間)이고, 천도교의 표현을 빌리면 인내천(人乃天)이다. 천인무간이란 하늘과 사람이 사이가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고, 인내천은 사람이 바로 하늘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정서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한 가지가 이중성이다. 본래의 모습은 하늘 같지만 현재의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 이것이 한국인의 이중성이다. 이럴 경우 한국인에게는 한(恨)이 맺힌다.
초라한 모습을 한 아주머니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면 대개의 아주머니들은 섭섭하게 생각한다. 초라한 아주머니는 현재의 모습일 뿐이다. 본래는 공주이고 하늘이다. 따라서 ‘사모님’이라고 불려야 비로소 그 아주머니는 만족한다. 이러한 한국인의 이중성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춘향전이다.
춘향은 본래 대감의 딸로 태어난 고귀한 존재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천한 기녀의 딸이었다. 이 중에서 춘향의 본래 모습을 알고 존중해주는 사람은 이몽룡이지만, 현실적인 천한 모습만을 보고 무시하는 사람은 변 사또였다. 이 두 사람 사이에서 취하는 춘향의 태도는 너무나 다르다. 이몽룡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사랑하지만, 변 사또에게는 목숨 걸고 항거한다. 그리고 변 사또와 같은 사람은 암행어사가 출두를 해서라도 제거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드라마나 영화의 스토리는 거의 대부분이 춘향전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을 보면, 한국인과 춘향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을 공주, 왕자처럼 대해야
이러한 점에서 한국에서 성공하는 대통령과 실패하는 대통령의 갈림길은 그가 이몽룡이 되는지 변 사또가 되는지에 달려 있다. 한국인들은 대통령이 아무리 권력이 막강하고 지위가 높다 하더라도, 그가 변 사또로 보이면 암행어사가 출두 해서 제거하기 바랄 정도로 싫어한다. 반면 이몽룡으로 보이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헌신하고 존경한다. 한국의 정치 지도자 중에 이몽룡의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세종대왕이다. 세종대왕은 1년에 한 번씩 노인들을 초청해 단상에 모셔놓고, 자신이 단하로 내려가 술을 따라 대접하는 행사를 했다. 이는 모든 백성을 귀한 존재로 인정하는 상징적인 행사다. 이에 비해 국민을 귀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은 그가 비록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서슴지 않고 무시한다. 그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그는 변 사또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어떠한 사람이 이몽룡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인은 스스로를 하늘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공주병, 왕자병이 많다. 공주병을 앓고 있고, 왕자병을 앓고 있는 한국인들은 늘 자신이 공주 대우를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왕자 취급받지 못할까 걱정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자기보다 똑똑해보이는 사람을 싫어한다. 자기보다 똑똑해보이는 사람은 자기를 무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똑해보이는 동물과 덜 똑똑해보이는 동물을 상징적으로 꼽아보면 범과 곰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곰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성공하고, 범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실패하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덜 똑똑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확실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공주 대우’ 해주고 ‘왕자 대우’ 해줄 수 있는 후덕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한 사람은 하나의 뿌리를 확인한 사람이고, 한마음을 확인한 사람이다. 하나의 뿌리를 확인하고 한마음을 확인한 사람은 남이 자기와 하나임을 안다. 그래서 남을 자기처럼 높이고 받든다.
그렇다면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인에게는 하나의 숙제가 부과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한 뿌리를 확인해야 하고 한마음을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다. 한국인에게 부과된 이 과정이 바로 ‘수양’이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동굴의 설명은 한국인의 숙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동굴에 들어가 마늘과 쑥을 먹으며 햇빛을 보지 않은 채 수양해야 한다. 수양을 하지 못한 사람은 동물에 지나지 않는다. 수양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양에는 오랜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곰 같은 사람은 그 과정을 거쳐서 성공할 수 있고, 범 같은 사람은 참을성이 없어서 실패하기 쉽다. 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위의 두 경우를 종합하면, 한국에서 성공하는 첫째 조건은 ‘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수양 과정을 특별히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남을 나처럼 여기고 사랑하는 사람은 자녀를 대하는 어머니다.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깊다. 어머니는 자녀를 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맛있는 것이 있어도 자녀에게 먼저 주고, 좋은 것이 있어도 자녀에게 먼저 준다. 그리고 자녀의 말을 열심히 듣는다. 그러면서도 자녀의 잘못은 다 덮어 가리고 자녀의 좋은 점은 드러내어 좋아한다. 그러한 어머니를 만난 자녀는 살맛이 나고 신바람이 난다. 한국인은 신바람이 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배 열두 척을 가지고 수백 척의 적선을 무찌르는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유일한 국민이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글자인 한글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민족이다. 어머니가 자녀를 대하듯 살맛나게 만들면 한국인에게는 이러한 기적이 일어난다.
신바람 나게 만드는 대통령은 ‘곰 어머니’
그러나 모든 어머니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똑똑한 어머니일수록 자녀의 잘잘못을 따지고 자녀의 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한 어머니의 자녀들은 살맛 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맛이다. 죽을 맛이 되면 김이 새서 되는 일이 없다.
위의 논의를 종합해보면, 한국에서 한국인을 살맛 나게 만들고 신바람 나게 만드는 대통령은 곰 이미지와 어머니 이미지를 합한 ‘곰 어머니’라 결론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곰 어머니’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우선 유교사상이나 노장사상 등 동양 전통사상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첫째, ‘곰 어머니’는 덕(德)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곰 어머니’의 정치는 덕을 가지고 다스리는 정치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으로 덕을 으뜸으로 들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덕을 가지고 정치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어도 모든 별이 그것을 향하는 것과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 衆星共之).”
덕은 한마음을 실천하는 능력이다. 자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어머니의 능력이 바로 덕이다. 경쟁의 도가니로 변해버린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고독하고 우울하다. 약간이라도 잘못하면 금방 남들에게 비난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극도로 긴장한다. 고독하고 우울하고 긴장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부모를 만나는 것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다. 어머니 앞에서는 어떤 잘못을 해도 용납이 된다.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을 덮어주신다. 그래서 어머니 앞에 있으면 고독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으며 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몸은 타향에 있어도 마음은 언제나 고향 어머니에게로 향한다. 어머니는 단지 고향에 계시기만 한다. 타향에 있는 자녀의 어려움을 보살피기 위해 부지런히 타향 땅을 돌아다니는 존재가 아니다. 이는 마치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만 북극성을 향해 뭇 별이 돌고 있는 것과 같다.
덕이 있는 대통령은 그러한 사람이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 명의 국민에게라도 불행한 일이 있으면 마음이 아파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한 대통령에 대해서 국민은 자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뭇 별이 북극성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언제나 그리워하며 마음이 그에게로 향할 것이다. 그러므로 덕 있는 대통령이 등장한다면 온 나라가 가정처럼 행복한 보금자리로 바뀔 것이다.
둘째, ‘곰 어머니’는 남을 앞세우고 자기는 나서지 않는 사람이다. 인자한 어머니의 눈에는 자녀가 한없이 귀하게 보인다. 인자한 어머니의 마음은 자녀를 자기보다 더 사랑하는 고귀한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이 바로 부처님의 마음이다. 돼지의 눈에는 부처님도 돼지로 보이지만, 부처님의 눈에는 돼지도 부처님으로 보인다. 돼지는 자기가 돼지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기 눈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돼지로 보기 때문에, 자기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돼지 수준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서는 법이 없었던 순임금
그러나 부처님 수준에 있는 사람은 모든 존재를 부처님으로 보기 때문에, 굳이 자기가 나서야 할 일이 없다. 그러므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아니면 이 불쌍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어머니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고귀한 자녀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의 표현이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곰 어머니’는 귀가 커서 언제나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다. 인자한 어머니는 자녀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만큼 자녀들이 사랑스럽고 자녀들의 말이 귀하기 때문이다. 인자한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자녀의 마음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를 ‘자당(慈堂)’이라 한다. 자(慈)는 ‘이’ 또는 ‘그’라는 뜻의 자(玆)와 ‘마음’이란 뜻의 심(心)이 합쳐진 글자다. 자녀와 한마음이 되는 어머니는 자녀가 힘들 때 함께 힘들어하고 자녀가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다. ‘곰 어머니’의 정치도 그러한 정치다. 맹자는 순임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위대한 순은 위대한 것이 있었으니, 잘도 남과 하나가 되셔서 자기를 버리고 남을 따르시며 남에게서 취해서 선을 하는 것을 좋아하셨다(大舜有大焉 善與人同 舍己從人 樂取於人以爲善).”
순임금은 자기가 나서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남과 하나가 되어 남을 앞세우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남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언제나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어머니 같은 임금이었다. 그래서 순임금의 백성들은 부모를 그리워하는 자녀들처럼 순임금을 그리워하며 따랐다. 그래서 순임금 시대는 온 나라가 안락한 가정이었다. 그런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은 남을 신나게 만드는 사람이다. 사람들은 자기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특히 공주병, 왕자병 소유자인 한국인은 더욱 그러하다.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어떤 단체의 장이 되면 그 단체의 구성원들은 활기가 넘치고 신바람이 난다. 한국인은 신바람이 나면 못해내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단체의 리더가 되면 그 단체의 구성원들은 기가 죽고 김이 샌다. 한국인은 기가 죽고 김이 새면 심하게 분열하고 자멸한다. 생각해보라. 한국이 망하는 패턴은 특이하다. 망하는 나라는 외국이 쳐들어오기 전에 스스로 무너졌다. 고구려도 신라도 그렇게 망했고, 고려도 조선도 그렇게 망했다. 한국 사회는 리더가 남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 하늘과 땅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영향을 받는다.
넷째, ‘곰 어머니’는 언제나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의 화신이다. 곰의 이미지를 가진 인자한 어머니는 자녀를 위해 자기가 희생하는 사랑의 화신이다. 인자한 어머니는 자신이 가진 권리를 자녀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휘두르는 적이 없다. 어머니가 가진 모든 권리는 자녀에게 헌신하고 봉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면 대통령의 권리를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뿐, 그것을 국민에게 휘두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언제나 자녀에게 헌신하는 고달픈 어머니처럼, 언제나 국민에게 헌신하는 고달픈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 권력을 쟁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는 이미 대통령 자격이 없다. 대통령은 참으로 고달픈 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국민을 자녀처럼 대하는 고귀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사랑이 없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똑똑한 사람은 남을 포용하기 어려워
다섯째, ‘곰 어머니’는 결코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아니다. 똑똑한 사람은 남의 단점을 잘 짚어낸다. 똑똑한 사람은 남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기 쉽다. 그러한 사람은 남을 무시하기 쉽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남을 포용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똑똑한 사람으로 평가되는 사람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 작금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우리의 방식에서 보면, 마치 똑똑한 사람을 뽑는 경연장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대통령후보들을 앞에 세워놓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난해한 문제들을 질문한다. 경제학 박사가 패널로 나와 어려운 경제 문제를 질문하고, 또 교육학 박사가 패널로 나와서 어려운 교육 문제를 질문한다. 그리고 국방 문제 전문가가 나와서 국방정책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쏟아낸다. 이외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가 총출동해 첨예하고 복잡한 질문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낸다. 그러면 각 후보는 거기에 맞는 답을 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린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똑똑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곰 어머니’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은 우리가 아직도 서구 방식을 모방하는 데서 나온,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잘못된 관행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대통령후보라면 이러한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 땀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만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라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그때, ‘그 분야 최고 실력자를 찾아내어 그에게 전담시키겠다’고 답하면 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똑똑한 사람을 뽑을 것이 아니라 덕을 가지고 국민을 자녀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을 뽑는 바른 방법 중 하나는 그의 인간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인간성을 시험하는 방법에는 ①부모에게 효도해온 사람인가 ②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사람인가 ③친구들에게 신뢰받는 사람인가 ④이웃 간에 화목하게 지내는 사람인가 등등을 따져보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패널들이 질문을 할 때도 이러한 점을 중점 질문하는 게 옳다.
‘곰 어머니’는 자녀들의 마음과 언제나 한마음이 되는 사람이다. 자녀와 한마음이 되는 어머니는 언제나 자녀의 아픔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곰 어머니’는 언제나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시원한 존재이고 아픈 데를 감싸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한 ‘곰 어머니’를 자녀들은 늘 필요로 한다. 그래서 ‘곰 어머니’는 언제나 새롭다. 지겹지가 않다. ‘곰 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자녀는 없다.
대통령후보 인간성 시험하는 방법 찾아야
‘곰 어머니’의 정치를 하는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다. 언제나 국민과 한마음이 되어, 국민의 아픔이 자기의 아픔이 되고, 국민의 문제가 자기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곰 어머니’ 대통령은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그러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은 그 대통령이 임기가 있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영원히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자기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공자는 순임금과 우임금을 그러한 사람으로 보았다.
“위대하도다. 순임금과 우임금은 천하를 소유하시고도 거기에 관여치 않았다(子曰, 巍巍乎 舜禹之有天下也而不與焉).”
천하를 소유했다는 말은 황제가 되었다는 말이고, 거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은 황제임을 의식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된 뒤에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사실을 의식한다면, 그 순간부터 대통령과 국민은 한마음이 되지 못한다.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사실을 의식하는 순간 곧바로 ‘나는 대통령이고, 당신들은 나를 받들어야 하는 국민이다’라는 의식이 생긴다. 그 순간부터 국민과 한마음이 되지 못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으로 돌변한다. 그러한 대통령은 국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지 못하고, 국민의 아픈 데를 감싸주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그러한 대통령의 존재를 지겨워하며 빨리 임기가 끝나기를 고대한다.
이에서 보면 정치의 잘잘못을 분간하는 하나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국민이 대통령의 임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면 잘못된 정치이고, 국민이 대통령의 임기를 아쉬워하면 잘된 정치로 볼 수 있다.
대통령다운 대통령은 국민의 슬픔을 자기의 슬픔으로 여기고 함께 울어주는 정치를 한다. ‘곰 어머니’는 자녀의 슬픔을 자기의 슬픔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세종대왕 때 진주에 사는 김화(金禾)라는 사람이 아버지를 죽였다. 이 사실을 안 세종대왕께서는 너무나 슬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중 모든 국민이 읽을 수 있는 도덕책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그러한 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국민이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을 만들어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인의 자살률은 최고다. 이를 알고도 대통령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다면 이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세종대왕 같은 대통령이어야 참다운 대통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 중에 ‘풍류’라는 것이 있다. 풍류는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여유와 멋으로 승화시키는, 매력적인 한국인의 정서다. 그러나 이 풍류 때문에 또한 한국인은 바람을 잘 타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증거나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뜬소문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한국인에게 있는 이러한 정서가 선거에 악용됨으로써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거기간 유언비어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역대 정치 지도자는 대부분 한국인의 ‘바람’을 악용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 중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은 서로 하나가 되는 데는 익숙한 반면, 투쟁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선거 과정에서 서로 공격하고 비방하던 내용들이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는다. 이러한 후유증은 한국인을 여러 집단으로 분열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 이제 우리는 선거를 통해서 나타날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냉철하게 인식해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곰 어머니’가 누구인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보자. 이제 한국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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