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상

윤제학_식장산 구절사

醉月 2011. 5. 30. 07:52

대전 식장산 구절사
절벽 위 동굴에 산신각과 칠성각 지은 기이한 산사

대전시 동쪽 울타리 역할을 하는 식장산(食藏山·623.6m) 산자락에는 사찰이 5곳이나 있다. 정상에서 시내 방면으로 자리한 고산사(高山寺)·개심사(開心寺)·식장사(食藏寺), 정상 남쪽 천성사(天星寺), 정상 동쪽 구절사(龜截寺)가 그것이다.

고산사, 개심사, 식장사, 천성사는 자동차가 올라간다. 그러나 구절사는 자동차는 고사하고 경운기 운행도 불가능할 정도로 험준한 곳인 독수리봉 절벽 아래에 외롭게 자리하고 있다.

 


요즘은 어지간한 절은 자동차로 들어간다. 더욱이 평야나 분지가 주종을 이루고, 낮은 산들이 많은 대전 근교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등산하거나 불공을 드리러 간다 하면 절마당 안까지 자가용이나 택시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구절사는 다리품을 팔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구절사가 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식장산에서 유일하게 잠시나마 속세를 떠난 기분을 만끽 할 수 있는 유일한 산사(山寺)라는 것이다.

구절사는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 정확한 창건연대는 전해지지 않는다. 사적기는 물론 어떠한 기록도 없다. 현재 이 절에서 수도 중인 스님들도 조선 초인 약 600여 년 전부터 이 자리에 절이 있었다는 얘기만 전해진다고 말한다. 이 절은 현재 속리산 법주사를 본찰로 하고 있다. 거북 구 자를 ‘귀’로도 부르기 때문에 일명 귀절사라고도 부르는데, 절 이름에 거북 구 자가 들어간 까닭은 절 뒤를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식장산 산세가 마치 거북등처럼 생겼다는 데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경내에 오래된 건물로는 대웅전, 산신각, 칠성각 3채뿐이다. 시골집 같은 요사채는 최근에 지은 것이다. 절터가 워낙 협소해서 대웅전과 요사채가 겨우 들어앉았고, 산신각과 칠성각은 요사채 뒤란인 독수리봉 절벽 허리에 바위굴을 파고 겨우 올려놓았다.

높이 약 30m 절벽 위에 있는 이 두 건물은 요사채 옆 샘터 옆으로 난 절벽 횡단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오르막이 겨우 몸통 하나 지나갈 폭이다.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이다. 산신각에 오르면 대웅전 지붕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산신각 안에는 호랑이와 동자승을 대동한 산신령이 그려진 탱화가 모져져 있다. 매우 오래되었고 귀한 것이라 전해진다.

신기한 것은 절 자리가 옥천군 군서면 상중리에 속해 있는데, 상중리에서는 이 절로 가는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구절사로 가는 길은 대전시 동구 세천동에서 오르는 길뿐이다. 세천공원이 구절사로 가는 유일한 들목이다. 세천공원에서 남쪽 세천저수지를 지나는 계곡길로 30분 들어가면 장고개 갈림길인 제1합수점에 닿는다. 제1합수점에서 직진, 15분 가면 구절사 갈림길인 제2합수점이 나타난다.

제2합수점에서 왼쪽 계곡길로 30분 오르면 구절사 첫능선(독수리봉 북릉) 안부 사거리에 닿는다. 사거리에서 독수리봉쪽으로는 두 길이 있다. 두 길 중 왼쪽 산허리길이 구절사로 가는 길이다.

산허리 길은 일명 ‘구절사 절길’로 불린다. 수백 년 동안 수천 명에 달하는 스님들이 다녔을 구절사 절길 중간에는 박쥐가 숨어사는 자연석굴도 보인다. 자연석굴을 지나면 산허리 길은 점점 가팔라진다. 이 산허리 길로 10분 오르면 옥천군 군북면과 군서면 경계를 이루는 독수리봉 북동릉 능선마루 삼거리로 올라선다.

 

능선마루 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길은 독수리봉으로 가는 길이다. 능선마루 삼거리에서 직진하는 남쪽 내리막길로 2~3분 내려서면 전망장소가 나타난다. 전망장소에서는 협곡 아래 약 200m 전방으로 구절사 요사채 지붕과 독수리봉 절벽 가운데로 두 눈처럼 뚫린 동굴 속 산신각과 칠성각이 조망된다.

전망장소를 뒤로하는 내리막길로 5분 거리에 이르면 샘터에 닿는다. 이 샘물은 식장산 일원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수로 알려져 있다. 샘에서 거의 동쪽인 옥천 방면에 있으니 물중에 최고로 치는 서출동류(西出東流) 샘터다. 샘터를 지나면 선하게 생긴 흑구(黑狗)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드는 구절사 경내로 들어선다. 대웅전 왼쪽으로 돌아서면 분지를 이룬 군서면 상중리 건너로 소 한 마리가 엎드린 듯 한 자태인 충남 최고봉 서대산이 마주 보인다. 세천공원에서 구절사까지는 잰 걸음으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

교통

대전→세천유원지

와동 기점 726번, 서대전 여소 기점 828번·829번 이용, 비룡고교 입구 종점 하차 /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수시(약 7분 간격) 운행하는 640번 대전역~인동사거리~판암동~세천동 경유 옥천행 버스 이용, 비룡 삼거리에서 하차. 요금 900원.

숙박

세천공원 입구 버섯매운탕 전문 세천상회(274-8478), 휴게소식당(273-7678), 토종닭·오리알탕 전문 수원지가든(274-3339), 시인과 보리밥(273-1477), 해뜨는 언덕에서(273-2259), 뒤로가든(273-3886) 등 이용.

뒤로가든에서 오리백숙(25,000원), 토종닭백숙·옻닭(각 20,000원), 메기매운탕(대 25,000원, 소 20,000원), 해물파전(6,000원), 도토리묵·생두부(각 5,000원), 청국장·비지장·우럭된장(각 4,500원), 보리밥(3,500원), 찹쌀·좁쌀 동동주(1병 6,000원), 막걸리(1병 3,000원) 등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