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술, 멋

여유롭고 희망적인 삶을 살게 하는 仁

醉月 2008. 8. 20. 08:40

끝없는 경쟁으로 긴장하는 인생
사람은 자기의 몸과 자기를 동일시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삶은 육체를 위한 삶이 되고 만다.
육체를 위한 육체적 삶은 의·식·주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영위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재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재화는 제한된 것이고,
인간의 욕구는 무한하다. 이로 인해 인간들은 필연적으로 경쟁과 대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은 이러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서 인생은 긴장한다. 방심하면 낙오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생은 피곤하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인간은 늙어간다.
늙어갈수록 사람들은 청춘을 상실하는 허탈감을 피할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사람은 마지막으로 죽음이라는 절망적 상황을 맞이해야 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란 끝없는 경쟁으로 긴장하고 피곤하며,
늙음의 고통이 증가하다가 결국 절망적인 죽음을 맞이하여 마감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자의 인(仁)에 입각한 삶은 이렇지 않다.
이런 삶은 잘못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몸 외에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이란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없다면 육체의 삶은 유지되지 않는다.
인간 존재의 본질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그러므로 몸을 주인으로 삼고 사는 삶보다 마음을 주인으로 삼고 사는 삶이 더 근본적이다.
그런데 마음의 본질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한마음이고,
만물의 존재의 뿌리이다.
공자는 이 하나의 마음을 천명(天命)이라 했다.

여유롭고 희망적인 삶을 살게 하는 仁
천명이란 ‘하늘의 작용’을 가리킨다.
만물에 베풀어지는 하늘의 작용이,
병사들에게 내려지는 명령처럼 일사불란하게 전달된다고 하여 붙여진 개념이다.
그런데 천명은 궁극적으로 보면,
사람이나 사물의 외부에서 명령을 내리고 지시하는 외적인 존재가 아니다.
만물의 존재 심층에 내재되어 있으면서 외부로 표출되는 것이다.
마치 우주 공간에 가득한 공기가 바로 허파 속에 깊숙이 들어있는
그 공기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본래 마음은 마음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하늘이다.
이 본래의 마음을 삶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사람은 본질적으로 하늘이다.
‘나’의 존재도 본질적으로 하늘이고 남도 본질적으로 하늘이며,
만물도 본질적으로 하늘이다.
그러므로 ‘나’는 본질적으로 하늘이고,
만물도 본질적으로 하늘이다.
그래서 나와 만물은 하나가 된다.
내가 남과 하나이고 만물과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은 남을 나처럼 여기고 사랑한다.
이러한 마음이 바로 ‘인(仁)’이다.


인에 기초한 삶은,
남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늘 여유가 있다.
여유가 있기 때문에 느긋하고,
느긋하기 때문에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인에 기초한 삶은 늘 성공한다.
그리고 인의 마음에 기초한 삶에서는 늙음이 성장으로, 죽음이 새로운 삶으로 이해된다.
생명체가 늙고 죽는 것은,
개체의 입장에서는 늙고 죽는 것이지만,
전체의 입장에서는 성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 개체가 늙어야 다른 사람이 성장하며,
늙은 개체가 죽어야 다른 젊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개체의 입장에서 살아갈 때는 개체의 늙음이 고통이고 개체의 죽음이 절망이었지만,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개체의 늙음이 성장으로,
개체의 죽음이 삶으로 승화되어 인식된다.
따라서 인의 마음에 기초한 삶에서는 늙음의 고통이 성장의 기쁨으로,
죽음의 절망이 삶의 희망으로 전환된다.
그러므로 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경쟁하지 않음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며,
하는 일마다 성공을 이루고, 기쁨으로 충만하고 희망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이 인의 내용이고 진리의 내용이다.
인의 삶에 있어서는 일체의 고통이 없다.
인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영생의 모습이다.

仁을 회복하는 데 가장 유리한 한국사람들
죽음의 절망이 삶의 희망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개체를 죽게 만드는 원인,
예컨대 바이러스 같은 것도 고마운 존재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자 가운데 고맙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인의 삶에서 보면 이 세계가 바로 천국이다.
영생은 죽은 뒤에 이어지는 삶이 아니고,
천국은 죽은 뒤에 도달하는 곳이 아니다.
인으로 사는 삶이 바로 영생이고 바로 천국이다.
인의 철학적 의미는 이처럼 심오하다.
이러한 인의 삶이 바로 상고시대 우리 조상들이었던 이족(夷族)의 삶이었다.
공자는 이러한 인의 삶을 최고의 삶임을 확인했다.
그리고 당대인들에게 이러한 인의 삶을 터득하도록
인도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오늘날 공자의 인을 회복하는 데 가장 유리한 사람은 한국사람들이다.
한국인들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본마음을 회복하기만 하면 된다.
인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면 한국인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현대사회는 경쟁사회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외롭고 피곤하다.
현대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인이 더 절실하다.
인(仁)이 아니면 고달픈 현대인들의 영혼을 달랠 수 없다.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일은 한국인이 적격일 것이다.
한국인은 이제 깊이 생각할 때가 되었다.
세계사를 바꾸어놓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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